7년을 바쳤는데, 내가 떠나자 미쳐버렸네의 모든 챕터: 챕터 281 - 챕터 290

334 챕터

제281화

강서이를 배웅하고 돌아온 손규원이 그제야 슬그머니 구기민에게 말을 꺼냈다.“회장님은 강 대표가 꽤 마음에 드시는 것 같습니다.”“네.” 구기민도 굳이 숨기지 않았다. “머리도 좋고 보는 눈도 있더군요. 보기 드문 사업 감각을 가진 사람이에요. 예전에는 어디에서 일했나요?”손규원이 대답했다.“프라임로드투자에 있었습니다. 다만 민도하 대표의 비서로 일했습니다. 솔직히 그 자리에 두기엔 아까운 사람이었죠.”구기민이 잠시 멈칫했다.“그런 인재를 민도하 대표가 그냥 놓아줬다고요?”“민 대표도 강 대표가 이렇게까지 해낼 줄은 몰랐던 모양입니다.”손규원이 조심스럽게 추측했다.구기민의 생각은 달랐다.“내가 아는 민도하 대표라면, 사람에게 재능이 있는지 없는지 모를 리 없을 거예요. 그런 안목조차 없는 사람이었다면, 프라임로드투자도 지금의 자리까지 오지도 못했겠죠.”손규원은 잠시 망설이다가 자신이 알고 있는 소문을 덧붙였다.“듣기로는 강서이 대표와 민도하 대표 사이에 예전에 문제가 있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강 대표는 뒷배가 없었고, 결국 민도하 대표는 노아리 본부장을 선택했죠.”“노아리 본부장은 노장훈 씨는 지난해 차관보급 고위직으로 승진한 노장훈 씨의 딸입니다.”손규원의 그 한마디면 충분했다. 구기민은 단번에 정황을 짚어 냈다.세상에는 노력보다 출신이 앞서는 때가 있는 법이다.남자라는 존재는 본래 득실을 따지고 가늠하는 데에 더 익숙했다....돌아오는 길, 하장현이 강서이에게 묻고 싶은 게 하나 있었다. 연회 자리에서부터 줄곧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던 의문이었다.“아까 연회에서 말인데... 구기민 회장님이 노아리 본부장의 학력을 듣고 분명히 놀라셨잖아요.” “근데 대화를 이어 가다가 갑자기 태도가 차갑게 식었어요. 왜 그러신 거죠?”하장현은 아무리 생각해도 문제를 짚어내지 못해 더 궁금했다.강서이가 차분히 풀어 설명해 주었다.“구 회장님은 본인은 물론이고 아버지, 할아버지까지 3대째 애국심이 대단한 사업가 집안이에요.”“그런데 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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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2화

“예?” 핸들을 쥔 장성만의 손바닥에 식은땀이 배었다.민도하가 뭐라고 더 말을 잇기 전에 앞쪽 차의 문이 열리더니, 혼자 내린 하장현이 한쪽으로 가서 바람을 쐬기 시작했다.그제야 민도하의 몸에 감돌던 사나운 기운이 조금 가라앉았다.민도하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덤덤하게 말했다.“됐어.”만약 하장현이 단 몇 초만 더 늦게 내렸다면, 오늘 정말로 차로 들이박았을 것이다....다음 날 이른 아침, 강서이가 막 회사에 도착하자마자 김설이 신난 얼굴로 달려와 가십을 풀어놓았다.“대표님, 오늘 가십 뉴스 보셨어요?”“내가 그런 걸 볼 시간이 어디 있어?” 강서이가 손을 들어 김설의 머리를 가볍게 톡 쳤다. “김설 씨, 요즘 너무 풀어진 거 아냐? 대표 앞에서 대놓고 딴짓을 하더니, 근무 시간에 가십까지?”김설이 머리를 비비며 변명했다.“이게 너무 어이없는 얘기라 그래요. 대표님도 한번 보세요. 보시면 바로 이 얘기를 듣고 싶어질 거예요.”김설이 이렇게까지 호들갑을 떨자, 강서이도 호기심에 한 번 눈길을 줬다.잠시 뒤, 강서이가 말했다.“확실히 자극적이긴 하네.”말해 놓고도 표현이 너무 점잖다 싶었는지 곧 말을 바꿨다.“이건 그냥 자극적인 정도가 아니야!”가치관이 송두리째 흔들릴 만큼 충격적인 얘기였다.기삿거리 주인공은 강서이도 아는 얼굴이었다. 노아리의 사촌동생 이사랑.이사랑과 전 남자친구 정환이 연애 시절 찍은 사적인 동영상이 폭로된 것이다.그 정도까지였다면 그래도 그저 그런 가십이었을 것이다. 그런 일은 드물지도 않으니까.문제는 그 영상들 전부 다 이사랑이 먼저 찍자고 졸랐다는 점이었다.영상 속 두 사람은 상당히 거침없는 모습이었다.심지어 그런 ‘장난’을 거리낌 없이 즐기고 있었다.가죽 채찍에 촛농에 수갑까지...영상에서 개 짖는 소리를 흉내 내던 이사랑은 자기는 정환의 노예인 암캐이며, 주인님이 예뻐해 주길 빈다고 칭얼대기까지 했다.영상의 수위는 입이 떡 벌어질 만큼 강했다.정환은 자신이 그 영상들을 푼 건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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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3화

“고모, 잘못했어요, 정말로.”이사랑도 땅을 치고 후회했지만, 후회한다고 해서 이미 벌어진 일이 달라지진 않았다.노아리가 물었다.“정환이 갑자기 왜 영상을 공개한 거야? 최근에 둘이 다툰 일 있어?”“그 정도는 아니야. 내가 차고 난 뒤로는 상대도 안 했어. 몇 번 찾아오긴 했는데, 더는 엮이고 싶지 않아서 만나 주지 않았거든.”이사랑의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게다가 그 영상들은 내가 분명 다 지웠단 말이야. 어떻게 복구했는지 모르겠어.”이예수가 의심스럽다는 듯 물었다.“혹시 누구 원한을 살 일이라도 했니?”이사랑은 고개를 저었다.“제가 누구한테 미움 살 일이 있겠어요? 프라임로드투자에 들어간 뒤로는 일에만 매달려서 인간관계도 단순했단 말이에요.”이미 벌어진 일인데 어떻게 벌어졌는지를 따지는 건 이제 큰 의미가 없었다.노아리는 오기 전부터 해결책을 생각해 두고 있었다.“엄마, 그냥 사랑이를 해외로 보내요.”“싫어! 나 안 가! 낯선 곳에 아는 사람도 없는데 왜 가야 해? 난 안 갈 거야.”“네가 정할 일이 아니야.” 이예수가 못 박았다. “이 사건이 가라앉기 전까지는 들어올 생각하지 마!”이사랑은 상황이 이미 끝났고, 자기 힘으로는 뒤집을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이사랑은 힘없이 침대에 주저앉았다. 모든 것을 잃은 사람처럼 텅 빈 눈으로 물었다.“얼마나 나가 있어야 해요?”“적어도 3년.”그마저도 이예수가 가장 보수적으로 잡은 시간이었다.영상들의 수위가 워낙 끔찍했던 탓에, 일이 완전히 잠잠해지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릴 터였다.적어도 3년이라는 말에, 이사랑은 마지막 남은 희망마저 꺼졌다. 완전한 절망이었다.노아리는 이사랑을 달랬다.“내 쪽이 안정되면 방법을 찾아서 다시 데려올게. 금방이야. 너도 알잖아. 나 곧 도하랑 약혼하는 거.”그 말에 이사랑은 겨우 한 줄기 희망이 보였다. 곧바로 노아리의 손을 잡고 울먹였다.“언니, 꼭 빨리 데리러 와야 해.”노아리가 다부지게 약속했다.“그럴게. 오래 걸리지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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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4화

두 사람은 빌딩 아래에서 잠시 하장현을 기다린 뒤 함께 안쪽으로 발을 옮겼다.마침 오전 출근 카드를 찍는 시간대였다. 엘리베이터 앞은 사람들로 빼곡해서, 한 번 타려면 줄을 서야 할 판이었다.시간에 여유가 있었기에 세 사람은 순서대로 줄에 섰다.5분쯤 지났을 때, 뒤쪽에 있던 사람들이 갑자기 한쪽으로 길을 열어 주는 게 보였다.강서이 앞에 있던 여직원이 강서이를 옆으로 살짝 잡아당겼다.“비켜요. 길 막지 말고. 예비 사모님이 오십니다.”제법 대단한 행차였다.하장현은 속으로 의아했다.이 건물 전체가 영승반도체 소유였고, 이곳에 있는 이들 역시 영승반도체 직원들이었다.그렇다면 직원들이 말하는 예비 사모님은... 답이 떠오르기도 전에, 하장현은 노아리를 보았다.노아리는 비서 한 명과 수행 직원 한 명을 데리고 사람들이 터 준 길을 지나왔다.이어 곧장 대표 전용 엘리베이터 앞으로 걸어가서 지문을 찍은 뒤, 일반 엘리베이터 앞에 서 있던 강서이를 바라보며 입꼬리를 올렸다.“강 대표, 하 사장님. 괜찮으시다면 저랑 같이 전용 엘리베이터 타고 올라가셔도 돼요.”초대라기보다는 과시에 가까운 말투였다.하장현이 거절하려던 차에, 강서이가 먼저 시원하게 제안을 받았다.“그럼 감사히 타겠습니다.”‘공짜로 탈 수 있는데 마다할 이유가 없지.’강서이가 당당하게 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가자, 하장현도 얼른 따라 들어갔다.김설은 왠지 내키지 않는 표정을 짓더니 차에 두고 온 물건이 있다며 빠졌다. 조금 뒤 혼자 올라오겠다고 했다.엘리베이터 문이 닫힌 뒤, 강서이는 핸드폰으로 업무 메시지를 확인했다.노아리는 머리카락을 한번 넘기고, 아주 자연스러운 듯 입을 열었다.“이 시간에는 출근하는 사람들 때문에 일반 엘리베이터 줄이 너무 길어서... 올 때마다 전용 엘리베이터만 타요.”하장현처럼 눈치가 둔한 사람도 그 말에 담긴 과시를 알아들을 정도였다.강서이만 고개를 숙이고 핸드폰 업무에 집중한 채, 노아리에게 눈길 한 번 주지 않았다.“참...” 노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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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5화

하지만 남유환은 매번 여러 핑계를 대며 정중히 거절했고, 전혀 틈을 주지 않았다.그런데 지금은 강서이와 이렇게 열심히 대화를 나누고 있다니...심지어 노아리와 민도하가 들어선 것조차 알아차리지 못할 만큼. 그만큼 두 사람이 대화에 몰입해 있다는 뜻이었다.‘설마... 유환이 강서이한테 마음을 둔 건가?’‘말도 안 되지.’‘강서이가 예쁘고 능력도 있긴 하지만, 그렇다고 남유환이 마음을 줄 정도는 아닐 텐데...’‘내가 괜한 생각을 한 것 같아.’‘태우가 유환은 이미 좋아하는 여자가 따로 있다고 하지 않았어?’‘강서이하고는 그저 일적인 접점만 있는 것이지, 다른 마음은 없을 거야.’‘강서이가 유환처럼 훌륭한 남자를 끌어당길 만큼 매력적인 사람일 리 없잖아.’10시에 시작된 회의는 노아리가 전권을 쥐고 진행했다.강서이는 한 가지 의문을 품고 있었다. 양정원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이렇게 중요한 회의라면 영승반도체의 총괄 책임자인 양정원이 직접 진행해야 했다.그러나 회의실 사람들은 모두 평온했다. 이미 노아리가 영승반도체 일을 주도하는 데 익숙한 것처럼 보였다.그동안 강서이는 자기 일에 바빠 영승반도체 사정을 자세히 챙기지 못했다.중간중간 하장현에게서 민도하가 영승반도체의 관리 권한을 노아리에게 넘겼다는 이야기를 듣긴 했다.강서이는 민도하가 입으로만 그렇게 말했거나, 첫사랑을 달래기 위해 겉모양만 내는 줄 알았다. 실권까지 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영승반도체는 프라임로드투자의 가장 핵심적인 경쟁력이었다.그런데 이 정도라면 영승반도체를 그대로 노아리 손에 쥐여 준 것이나 다름없었다.이후 협력에 영향이 있을지가 문제였다....점심시간, 김설은 오전 내내 영승반도체에서 주워들은 이야기를 강서이에게 전했다. 마침 강서이의 의문이 풀리는 내용이었다.김설이 말했다.“양정원 사장이 노아리 본부장한테 사실상 밀려났대요. 화가 나서 장기 휴가를 냈고, 벌써 한 달 넘게 돌아올 생각이 없다네요.”“그뿐만이 아니에요. 노아리 본부장이 영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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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6화

“강 대표도 와 계셨네요. 오늘 내가 잘 왔구나.”구기민은 적극적인 태도로 노아리를 지나쳐서 곧장 강서이 쪽으로 걸어갔다.여러 사람 앞에서 구기민에게 보기 좋게 무시를 당하자, 노아리의 표정이 어두워졌다.다행히 민도하가 노아리의 체면을 세워주었다. 노아리가 가장 난처해진 때에, 민도하가 노아리가 빼 둔 의자에 자연스럽게 앉으면서 한마디를 건넸다.“내가 이쪽에 앉고 싶은 걸 어떻게 알았어?”옆자리에서 이를 본 사람들이 두 사람을 놀려 댔다.“두 분은 정말 마음이 통하시네요. 오늘은 밥 먹으러 온 게 아니라 두 분 염장 지르는 걸 보러 온 것 같습니다.”민도하가 그렇게 감싸 주자 노아리의 기분도 조금 풀렸다. 노아리는 그 분위기를 타고 사람들에게 청첩장을 돌리기 시작했다.강서이의 짐작이 맞았다. 노아리의 가방 안에는 정말 청첩장이 가득했고, 만나는 사람마다 나눠 줄 생각인 듯했다.강서이는 구기민과 이야기에 몰입해 있어서 그쪽 상황을 전혀 알지 못했다.구기민은 돌아가서 ‘문심’을 직접 써 보았다고 했다. 그는 ‘문심’이 진정한 의미의 혁신을 구현했다고 평가했다. AI 비용이 낮아지는 흐름은 큰 추세이며, 이는 AI 응용 기술의 대중화를 촉진할 것이라고 했다.또 ‘문심’의 부상은 국내 기업도 기술 혁신 능력을 갖추고 있음을 증명한다고 했다. 앞으로 여러 산업의 구조를 재편하고, 국내 재계의 지형과 비즈니스 모델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말도 이어졌다.물론 두 사람의 대화는 ‘문심’에만 머물지 않았다.구기민은 강서이에게 국제 항만 투자와 개발이 국내 경제 체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도 물었다.강서이는 자신만의 견해를 가지고 있었고, 그 생각을 솔직하게 나누었다.구기민은 끝까지 강서이의 말을 진지하게 들었다.이야기를 들을수록 구기민은 더 놀라면서, 오늘 이 자리에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강해졌다.두 사람이 대화에 깊이 빠져 있자, 노아리는 들고 있던 청첩장을 끝내 선뜻 내밀지 못했다.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알아차렸다. 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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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7화

낮고 깊은 배준석의 목소리는 첼로처럼 묵직한 결이 있었다.“가끔 먹는 건 괜찮아요.”중요한 건 편리하다는 점이었다.배준석은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제가 배달시켜 드릴까요? 괜찮은 식당을 하나 알고 있어요.]그 식당 음식은 확실히 맛있었다. 적어도 눈앞의 라면보다는 훨씬 나았다.하지만 강서이는 그 제안을 받아들이는 게 뭘 의미하는지 알고 있었다.결국 강서이는 거절했다.배준석은 예상한 듯 크게 실망하지 않았다. 다만 자신이 아직 충분히 노력하지 못했고 더 잘해 주지 못했기에, 강서이의 마음을 움직이지 못했다고 여겼다.‘더 노력해야겠어.’...성이남은 배준석이 약속한 식당에 조금 일찍 도착했다. 그런데 배준석도 이미 와 있었고, 옷차림은 꽤 격식을 갖추고 있었다.어두운 색의 셔츠에 은은한 무늬가 들어간 넥타이를 매고 있었고, 정장 소매에는 같은 색의 커프스 버튼을 하고 있었다.옆가르마를 탄 숱이 많은 검은 머리는 잘 정리되어 있었고, 관자놀이 근처의 머리카락도 앞머리처럼 단정했다.성이남은 자리에 앉으며 의아하다는 듯 물었다.“이렇게 차려입었는데, 정말 사업 얘기 맞아요? 맞선 자리 아니에요?”배준석은 웃음을 터뜨리고는 한숨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맞선이면 좋겠네.”“그 말은 상대가 형을 마음에 안 들어 한다는 뜻이에요? 눈이 겁나 높은 것 같네요. 형도 안 된다니요?”“그건 아니야. 그 사람은 지금 연애할 마음이 없을 뿐이야.”성이남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했다.“밀당을 잘하는 사람인가 보네요. 애태우면서 형을 완전히 잡아 둔 모양이고요.”“정말 네가 생각하는 그런 사람이 아니야. 아주 좋은 사람이야. 오늘도 진짜 사업 얘기를 하려고 부른 거고.”배준석은 성이남의 선입견을 바로잡지 않을 수 없었다.“너희 예전에 본 적 있을 거야. 국제 포럼 때, 내가 사람을 시켜서 너희 자리를 붙여 놓았거든.”차를 마시던 성이남의 손이 멈추더니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설마, 소개하려는 사람이 강서이 대표예요?”“맞아. 강서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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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8화

식사를 마친 뒤, 배준석은 강서이를 집까지 데려다주었다.예의상 집에 올라와서 차 한 잔 하고 가라고 할 수도 있었다.하지만 강서이는 그런 말이 상대에게 오해를 줄까 봐, 아파트단지 입구에서 인사를 나눴다.그런 부분에서 배준석은 충분히 신사적이었다. 강서이가 단 한 번도 불편함을 느끼게 한 적이 없었다.배준석의 차가 떠난 뒤, 강서이가 돌아서 집으로 들어가려는데 뒤에서 차가운 비웃음이 들렸다.“수단이 보통이 아니네. 배준석까지 끌어들이고 말이지.”‘또 왜 다시 돌아온 귀신처럼 나타나는 거야?’강서이는 길게 숨을 한 번 들이마신 뒤 뒤를 돌아봤다.그러나 민도하에게는 눈길 한 번 주지 않은 채 그대로 단지 안으로 들어갔다.완전히 없는 사람 취급이었다.그런데 민도하는 떨쳐 낼 수 없는 그림자처럼 빠르게 다가오더니, 곧바로 강서이의 팔을 붙잡았다.강서이는 곧장 반대쪽 손으로 민도하의 뺨을 후려쳤다.깔끔하고 시원하게, 따귀 소리까지 청량했다.민도하의 얼굴이 옆으로 휙 돌아갔다.이어 혀끝으로 맞은 왼쪽 뺨 안쪽을 누르면서 차갑게 비웃었다.“찔려서 화난 건가?”“민 회장님 대신 사람 노릇이 뭔지 가르치는 거야! 안 놓으면 한 대 더 친다!”민도하는 손을 놓지 않았다.강서이가 다시 손을 들었지만 곧바로 민도하에게 손목이 붙들렸다.민도하가 차갑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전에는 서한승, 이번엔 배준석. 대체 갈아탈 남자를 몇 명이나 준비해 둔 거지?”예전의 강서이라면 반드시 해명했을 것이다. 누구와도 그런 관계가 아니며, 누구와도 결백하다고.하지만 지금의 강서이는 설명하기조차 귀찮았다.‘설명은 무슨 설명이야.’“내가 백 명을 준비하든, 예전 남자인 당신이 상관할 일은 아니지. 선 좀 지켜.”“내가 못 지키겠다면?”“못 지키겠으면 죽어.”분노에 찬 강서이가 민도하의 손을 뿌리치고 돌아섰다.그제야 민도하가 오늘 온 이유를 말했다.“인자 이모님이 너한테 가져다주라고 한 약이 차에 있어. 잠깐만 기다려, 가져올 테니까.”민도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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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9화

강서이가 바란 것은 과거와의 단절이었다.수없이 버티고 견딘 끝에 겨우 여기까지 왔다. 그런데 이제 와서 누군가의 등장으로 자신이 다시 흐트러지는 꼴은 보고 싶지 않았다.자신에게 나쁜 영향을 끼치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강서이는 망설임 없이 버릴 것이다.민도하가 예전처럼 일부러 문을 크게 두드리며 강서이를 압박한다면, 강서이는 문을 여는 대신 망설임 없이 신고할 생각이었다.강서이는 이미 핸드폰에 신고 번호도 입력해 두었다. 민도하가 한 번만 더 문을 두드리면 바로 전화를 걸 작정이었다.하지만 이번에는 밖이 금세 조용해졌다.민도하는 처음부터 끝까지 딱 세 번만 문을 두드렸다.강서이는 조심스럽게 현관문의 렌즈로 밖을 확인했다. 밖에는 아무도 없었다.잠시 망설이다가 결국 문을 열었다.문 앞에는 봉투가 하나 놓여 있었고, 안에는 진인자가 달여 준 한약이 들어 있었다.민도하는 이미 떠난 뒤였다....수요일, 강서이는 진재언을 그로스캐피탈로 불러 프로젝트 이야기를 나누기로 했다. 진재언이 만든 기획안을 보고, 꽤 관심이 간다고 했다.진재언은 자신감에 차서 그로스캐피탈을 찾았다.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던 중, 아래로 내려와서 노아리를 맞으러 가던 이봉석과 마주쳤다.“이야, 이게 누구야. 재언이 아니야?” 요즘 한창 기세가 올라 있던 이봉석은 온몸에서 잘 나가는 사람 티를 내고 있었다.진재언과 비교하면 완전히 다른 세계의 사람 같았다.한 사람은 부와 성공을 등에 업고 있었고, 다른 한 사람은 몰락해 초라해 보였다.이봉석은 진재언의 초라한 모습을 보자 더 의기양양해졌다.“밖에서 안 풀리지? 내가 그때 말했잖아. 사업은 사업이고 이상은 이상이라고. 이상이 밥 먹여 주지 않는다니까.”“너는 너무 고집이 세. 내가 널 위해서 말해도 알아듣지 못하고 나한테 성질이나 냈지.”진재언은 회사를 떠나기 전, 이봉석과 사무실에서 크게 다툰 적이 있었다. 회사 사람들이 모두 들을 정도였고, 그 일로 이봉석은 체면을 구겼다.이봉석은 늘 자신이 회사에 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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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0화

강서이는 좌우를 둘러보았다. 주변에 다른 사람이 없는 것을 확인한 뒤, 성이남이 자신에게 말한 것이 맞다고 판단했다.강서이는 핸드폰을 꺼내 영상 하나를 찾은 뒤 음량을 최대로 키웠다.영상 속 목소리가 반복해서 울렸다.“괜찮으시죠? 괜찮으시죠? 괜찮으시죠?”그것으로 성이남에게 답을 대신했다.성이남의 표정이 확 바뀌면서 강서이가 더 마음에 들지 않았다.강서이는 성이남이 어떻게 생각하든 신경 쓰지 않았다. 할 말을 대신 들려준 뒤, 계산을 마치고 떠났다.멀지 않은 곳에서 억지로 맞선 자리에 끌려왔던 남유환이 마침 그 광경을 다 보게 되었다.성이남이 강서이를 난처하게 만들기 시작하자, 남유환은 강서이를 지키려고 무의식적으로 자리를 박차고 다가갈 뻔했다.다만 남유환이 나서기도 전에 강서이가 직접 받아쳤다.방식은 다소 독특했지만 정말 흥미로웠다.자리에서 일어날 수 없는 상황만 아니었어도, 남유환은 진작 강서이 쪽으로 가서 아는 척을 했을 것이다.남유환과 마주 앉은 맞선 여자는 그가 계속 웃고 있는 걸 보고는 잘되어 가는 줄 알았다.그런데 남유환은 식사를 일찍 끝내고는, 맞선 상대에게 정중히 사과했다.상대 여자는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물었다.“이유를 알려주실 수 있을까요?”맞선 상대도 자신의 외모와 집안에 대해 자부심이 있는 사람이었다.남유환이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 짧은 사이 머릿속에 한 얼굴이 또렷이 떠올랐다.그는 분명하게 맞선 상대에게 답했다.“저는 재미있는 사람을 좋아합니다.”...룸으로 돌아온 성이남의 표정은 좋지 않았다.룸 안에서는 노아리가 이봉석과 한창 대화 중이었다.성이남이 돌아오자 노아리가 걱정하듯 물었다.“왜 이렇게 오래 걸렸어?”“일이 좀 있어서...” 성이남은 자세히 설명할 생각이 없어 보였다.노아리도 더 묻지 않았다. 대신 이봉석과의 대화 결과를 성이남에게 전했다.이봉석은 자신 있게 장담했다.“진재언은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진재언이 그로스캐피탈을 찾아갔다고 해도 큰일을 만들지는 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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