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을 바쳤는데, 내가 떠나자 미쳐버렸네의 모든 챕터: 챕터 311 - 챕터 320

334 챕터

제311화

강서이는 눈앞의 남자를 알아봤다.구기민의 비서였다.“안내 부탁드리겠습니다.”강서이가 귀빈실에 도착했을 때, 구기민은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강서이를 발견한 구기민은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나서 맞으러 나왔다. “강 대표.”주변 사람들도 하나둘 자리에서 일어나며 일제히 강서이에게 시선을 보냈다.다들 속으로 ‘강 대표’가 대체 어떤 사람인지, 구기민 회장이 왜 저토록 각별하게 대하는지 궁금해했다.“회장님, 안녕하세요.” 강서이는 먼저 손을 내밀어 구기민과 악수했다.“아까 행사장을 둘러보다가 강 대표를 봤는데, 그때는 이야기를 나누던 중이라 바로 찾아가지 못했어요. 이제 얼추 마무리돼서 비서를 보냈습니다.”구기민은 마치 강서이에게 상황을 설명해 주는 듯했다.차라리 아무 말도 하지 않았으면 모르겠지만, 이렇게까지 설명하자 주변 사람들의 호기심은 더 커졌다.구기민 회장이 이 정도로 신경 쓰는 사람이라면 결코 평범한 인물일 리 없었다.“지난번에 헤어진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이렇게 또 뵙네요. 인연이 있나 봅니다.”구기민이 먼저 물었다. “게임 프로젝트도 하고 계십니까?”강서이가 답했다. “네. 아직 막 시작한 단계라 이번에는 배우러 왔습니다.”“그럼 잘됐네요. 업계에서 오래 일한 분들을 몇 분 소개해 드릴게요. 경험도 많으니 궁금한 게 있으면 많이 물어보세요.”구기민은 말을 마치고 방 안에 있던 사람들을 돌아봤다. “강 대표 좀 잘 챙겨 주세요. 여러분이 겪었던 시행착오도 아낌없이 알려 주시고요. 같은 실수를 피할 수 있게 도와주시면 좋겠습니다.”“여성 창업가가 자리 잡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니, 도울 수 있을 때 서로 돕는 게 좋지 않겠습니까?”“물론입니다.”구기민이 직접 말한 이상, 다른 사람들도 흔쾌히 맞장구쳤다.구기민이 강서이에게 자리를 권하자, 사람들은 정말로 자신들의 경험을 하나씩 들려주기 시작했다.강서이는 선배들의 경험과 실패담을 하나도 놓치지 않으려는 듯 진지하게 귀를 기울였다.대화가 한창일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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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2화

행사 관계자는 미안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였다. “불편을 드려 정말 죄송합니다.”이어 조심스럽게 재촉했다. “곧 행사가 시작될 예정이라 협조를 부탁드리겠습니다.”노아리는 내키지 않았지만, 지금은 자리에서 일어나 직원의 안내를 따를 수밖에 없었다.노아리가 일어나자 다른 직원이 곧바로 다가와 새 좌석표를 붙였다.자리를 떠나기 전, 노아리는 뒤를 돌아봤다.마침 직원이 원래 ‘노아리’라고 적혀 있던 좌석표 위에 새 이름표를 덧붙이는 모습이 보였다.그때 노아리는 그 위에 적힌 이름을 똑똑히 확인했다.강서이.노아리의 걸음이 멈췄다. 믿기지 않았다.‘왜 강서이야?!’‘하필 왜 강서이냐고?!’노아리는 반사적으로 돌아가서 직원에게 다시 확인하려고 했다.하지만 앞에서 안내하던 직원이 노아리를 불렀다. “이쪽입니다! 시간이 촉박해서 그러니 협조 부탁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결국 노아리는 못마땅한 기색을 숨기지도 못한 채 직원의 안내를 받아 뒤쪽 자리로 이동했다.헤드 테이블과는 한참 떨어진, 거의 가장자리나 다름없는 자리였다.노아리의 표정이 굳어졌다. 미련이 남은 눈으로 헤드 테이블 쪽을 바라봤다.마침 구기민 일행도 행사장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강서이는 구기민 곁에서 나란히 걸으며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그뿐만이 아니었다. 강서이와 함께 온 사람들 중에는 노아리의 눈에 익은 얼굴도 많았다.게임 업계에서 손꼽히는 인물들이 여러 명이었고, 이름만 대면 알 만한 투자사 관계자들도 있었다.노아리가 가장 받아들이기 힘든 건, 이대로라면 강서이가 민도하 옆에 앉게 된다는 사실이었다.강서이 역시 행사장에 도착하고 나서야 자신의 자리가 민도하 옆이라는 걸 알았다.미간을 살짝 찌푸렸다.민도하도 강서이를 발견했다.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강서이를 슬쩍 바라보다가, 무심하게 시선을 거두고 구기민에게 가볍게 고개를 숙였다.강서이도 시선을 돌렸다. 구기민 일행이 자리에 앉은 뒤, 주최 측이 마련해 준 좌석에 차분히 앉았다.그 뒤로 두 사람의 시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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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3화

강서이는 조금 난처해졌다.그런데 주기철이 먼저 강서이에게 연락처 교환을 제안했다.“강 대표님, 게임 프로젝트를 진행하시다가 궁금한 점이 생기면 언제든 연락 주세요. 제가 아는 범위에서는 최대한 알려 드리겠습니다.”“그럼 앞으로 주 대표님께 신세 질 일이 생기겠네요.”“별말씀을요. 당연히 도와드려야죠.” 주기철은 생각보다 겸손한 사람이었다.행사장 가장자리에 앉아 있던 노아리는 그 모습을 뚫어져라 바라봤다. 눈에서 불꽃이라도 튈 듯한 기세였다.특히 강서이가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누고, 구기민에게까지 호의적인 대우를 받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속이 편치 않았다.그나마 위안이 되는 건 민도하가 처음부터 끝까지 강서이에게 아무런 관심도 보이지 않았다는 점이었다.제대로 쳐다보지도 않았다.‘다행이야. 도하는 여전히 내 편이야.’행사가 끝나자마자, 노아리는 재빨리 자리에서 일어나 곧장 구기민에게 향했다. 이번에는 반드시 구기민의 눈에 자신을 각인시킬 생각이었다.“회장님, 안녕하세요. 노아리입니다. 전에 함께 식사한 적이 있는데 혹시 기억하실까요?”노아리는 자신이 생각하기에 가장 자연스럽고 당당한 태도로 구기민에게 말을 걸었다.구기민은 고개를 끄덕였지만 눈에는 불편한 기색이 분명했다.다만 몸에 밴 예의 덕분인지 티를 내지 않고 여전히 정중하게 답했다.“기억합니다. 민 대표의...”구기민은 잠깐 말을 멈췄다. 일부러 그러는 건지, 정말 바로 떠오르지 않은 건지는 알 수 없었다.“약혼녀예요.” 노아리가 먼저 덧붙였다.“아, 약혼녀였군요.” 구기민은 여자 친구라고 말하려다가 확신이 없어 말을 아꼈던 모양이었다.지난번 전달하지 못했던 약혼식 초대장이 마침내 쓸모를 찾았다.“저와 도하 씨가 곧 약혼해요. 회장님께서 시간 괜찮으시면 꼭 저희 약혼식에 와 주셨으면 합니다.”“알겠습니다.” 구기민은 비서에게 눈짓해서 초대장을 받아두게 했다.이후 강서이에게 시선을 돌렸다.“강 대표, 시간 괜찮으시면 아까 하던 이야기 조금 더 나누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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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4화

노아리가 바로 앞에 서 있었는데도 남유환은 존재 자체를 알아차리지 못한 듯했다.남유환의 눈에는 강서이만 보이는 것 같았다.그나마 노아리가 민도하를 돌아봤을 때, 민도하는 강서이 쪽을 보고 있지 않았다.“가자. 밥 먹으러.” 민도하의 말투는 담담해서 속내를 읽기 어려웠다.노아리는 얌전히 고개를 끄덕였다. 민도하와 함께 밖으로 나가면서도 한 번 더 강서이가 있는 쪽을 돌아봤다.남유환은 강서이를 만난 뒤부터 줄곧 기분 좋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거리가 꽤 떨어져 있는데도 노아리는 남유환이 강서이에게 품은 미묘한 감정을 알아챌 수 있었다.‘대체 언제부터였지?’노아리는 이동하는 내내 그 생각만 했다.오랜 해외 생활을 마치고 돌아온 초반만 해도 남유환은 노아리에게 꽤 잘해 줬다.서태우처럼 부르면 언제든 달려올 만큼 살갑지는 않았지만, 시간이 맞으면 약속에도 나왔다.그런데 어느 때부터인가 남유환과 약속을 잡는 일이 점점 어려워졌다.늘 바쁘다는 말뿐이었다.특히 노아리가 이사랑과 남유환을 이어주려고 했던 시기에는, 몇 번이나 연락했지만 단 한 번도 약속을 잡지 못했다.기억이 맞는다면 그 무렵은 남명그룹과 그로스캐피탈이 협력을 시작한 시점과 정확히 겹쳤다.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노아리의 눈빛이 차갑게 가라앉았다.‘내가 강서이를 너무 얕봤나 봐.’실력도 부족하고 머리도 별것 없으면서 남자를 끌어당기는 재주는 타고난 여자였다.이예수가 전에 경고했던 말이 떠올랐다.강서이가 민도하 곁에서 7년이나 버텼다면 분명 만만한 상대는 아니었다.자신이 방심한 탓에 남유환까지 강서이에게 넘어간 것이다.노아리는 복잡한 생각을 눌러 두고 민도하에게 말했다. “여기서 만났는데 유환이도 같이 밥 먹자고 할까?”민도하가 물었다. “그러고 싶어?”노아리가 설명했다. “갑자기 생각났는데 우리 유환이하고 다 같이 밥 먹은 지도 오래됐잖아. 사람 관계도 자주 만나야 이어지는 거니까.”“내가 전화해 볼게.”노아리가 무엇을 원하든 민도하는 이유를 묻지 않고 늘 받아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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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5화

그 장면을 노아리는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보고 있었다.접시 위에 놓인 최고급 푸아그라조차 갑자기 아무 맛도 느껴지지 않았다.강서이는 하루 종일 바쁘게 움직인 탓에 정말 배가 고팠다.남유환이 메뉴를 고르라고 하자, 사양하지 않고 자신이 좋아하는 음식들을 제법 많이 주문했다.남유환은 그런 모습마저 꾸밈이 없어서 좋았다.‘예전의 나는 대체 왜 그랬던 거지?’‘왜 강서이를 가식적이고 유난스럽다고 생각했을까?’가만히 돌이켜 보면 답은 뻔했다.예전의 강서이는 늘 민도하만 바라봤고, 모든 기준을 민도하에게 맞추느라 자기 자신을 잃고 살았다.서태우 식으로 표현하면 답도 없는 ‘민도하 바라기’였다.세상이 끝나도 민도하 곁을 떠나지 않을 사람처럼 보였다.그런데 그런 강서이가 세상이 끝나기도 전에 민도하와 완전히 다른 길을 선택했다.마침 저녁 식사 시간이라 레스토랑 안에는 손님이 많았다.두 사람 옆 테이블에는 부모와 어린 딸이 함께 식사 중이었다. 먼저 밥을 다 먹은 아이는 의자에서 내려와 테이블 주변을 돌아다녔다.강서이 옆을 지나던 아이가 갑자기 강서이의 품에 폭 안겼다. “예쁜 언니.”아이 엄마가 다급히 불렀다. “아영아, 언니 식사하는데 방해하면 안 돼. 얼른 이리 와.”강서이는 웃으며 괜찮다고 말했다.아이의 머리를 다정하게 쓰다듬으면서 목소리도 저절로 부드러워졌다. “우리 아영이도 정말 예쁜데?”“언니가 더 예뻐.”강서이의 마음이 아이의 사랑스러움에 사르르 녹았다. 입가에 미소가 번지며 눈매까지 한층 온화해졌다. “푸딩 먹을래? 이 캐러멜 푸딩 맛있어.”“응.”“언니가 먹여 줄까?”“응.”맞은편에 앉은 남유환은 그 모습을 빤히 바라보며 좀처럼 시선을 떼지 못했다.강서이가 저렇게 다정한 모습을 보이는 건 처음이었다.알아 갈수록 새로운 모습이 보였고, 그때마다 남유환은 감탄하게 됐다.남유환은 요란하게 뛰는 심장을 애써 누르며 물었다. “아이를 좋아하세요?”“네.”강서이는 예쁘고 말 잘 듣는 아이를 좋아했다.하지만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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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6화

정확히 말하면 그랬다.민도하는 늘 스스로가 빠져나갈 길을 남겨 두고 있었다.언젠가 마음속 첫사랑과 다시 미래를 만들 수 있는 길을 말이다.한지수가 했던 말이 맞았다.7년 동안 결혼하지 않은 건, 애초에 결혼할 생각 자체가 없었다는 뜻이었다.7년을 함께하고도 끝내 결실을 맺지 못한 건, 어쩌면 운명이 강서이를 살린 일이었는지도 몰랐다.푸딩을 다 먹은 아영이는 엄마의 부름을 받고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부드러웠던 강서이의 표정도 다시 평소의 담담한 모습으로 돌아왔다. 강서이는 남유환이 아까 물었던 질문에 차분히 답했다.아이를 몇 명 낳고 싶냐는 질문이었다.강서이는 무심코 평평한 아랫배를 쓸어내리면서 마음이 복잡했다.장유솜은 강서이가 임신할 가능성이 아주 낮다고 했다.어쩌면 평생 엄마가 될 기회가 없을지도 몰랐다.“안 낳으려고요.”자신에게는 그런 복이 없는 것 같았다.남유환은 한참 기다린 끝에 돌아온 답이 이것일 줄은 몰랐다.원래는 강서이의 대답에 맞춰 같은 말을 할 생각이었다.강서이가 둘을 원한다고 하면 자신도 둘을 원한다고 말할 참이었다.일부러 취향을 맞추는 거라도 남유환은 기꺼이 그럴 수 있었다.그래서 강서이가 그렇게 답하자 자연스럽게 말을 받았다. “의외로 저희 생각이 비슷하네요. 저도 아이는 생각이 없습니다.”가라앉아 있던 강서이는 그 말에 웃음을 터뜨렸다. “그건 전무님 마음대로 안 될 것 같은데요.”남태휘에게는 자녀가 딱 둘, 아들과 딸 하나씩뿐이었다.남유환이라면 결국 집안의 대를 이어야 한다는 압박을 피하기 어려울 터였다.“제가 싫다는데 억지로 아이를 낳게 할 수는 없잖아요?” 남유환도 웃으며 말했다. “제 인생은 웬만하면 제가 결정합니다.”남유환이 정말 하고 싶었던 말은 따로 있었다.집안끼리 정해 놓은 결혼은 절대 하지 않겠다는 것.자신이 진심으로 좋아하는 사람과만 결혼하겠다는 뜻이었다.강서이가 그 안에 담긴 의미를 알아들었는지는 알 수 없었다.식사를 마친 뒤 강서이는 호텔로 돌아갈 준비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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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7화

강서이와 남유환은 객실에서 하장현과 회의를 진행했다. 회의가 끝났을 때는 이미 한 시간이 지나 있었다.사실 남유환의 비서는 삼십 분 전에 객실 예약을 마쳤다는 메시지를 보내 둔 상태였다.남유환은 강서이와 조금이라도 더 함께 있고 싶어서 일부러 회의를 삼십 분이나 더 끌었다.회의가 끝나고서야 아쉬운 마음을 숨기며 강서이에게 인사했다. “늦었으니 푹 쉬세요. 내일 B시로 돌아갈 때 같이 가시죠.”“네.”강서이의 객실에서 나온 남유환이 자기 방으로 돌아가려는데, 향긋한 향기를 풍기는 여자가 갑자기 품으로 뛰어들었다.“자기야, 여기서 또 만나네?”남유환은 미처 반응할 틈도 없이 여자에게 밀려서 벽에 등을 부딪쳤다.겨우 중심을 잡고 보니 예전에 만났던 여자 중 한 명이었다.남유환은 허리를 꽉 끌어안은 여자의 팔을 떼어 내려고 했다.하지만 여자는 오히려 더 세게 달라붙더니, 얼굴을 가까이 들이밀며 입을 맞추려 했다.남유환은 피할 틈이 없어서 고개를 급히 옆으로 돌렸다.여자의 입술이 셔츠 깃과 목이 맞닿는 부위에 닿으면서, 선명한 붉은 립스틱 자국을 남겼다.짜증이 치민 남유환이 퉁명스럽게 경고했다. “그만 좀 해. 네 남편한테 다 말해 버릴까?”“재미없어.” 여자는 그제야 팔을 풀고 입술을 삐죽였다. “예전엔 나랑 달 보면서 세상에서 제일 예쁜 애라고 하더니.” “이제 새 사람 생겼다고 전 남친 노릇도 안 해 주고 남편한테 이르겠다고까지 하네. 남자들은 진짜 재미없다니까.”“됐어, 됐어. 결혼했으면 이제 좀 얌전히 살아. 사고 치고 다니지 말고.” 남유환은 또 붙잡힐까 봐 급히 몇 걸음 뒤로 물러났다.마침 여자의 휴대전화가 울렸다. 남편에게 걸려 온 전화인 듯 여자는 전화를 받으며 자리를 떠났다.남유환은 그제야 1층 프런트로 내려가서 체크인을 하려고 했다.엘리베이터 앞에 도착하자 민도하와 노아리를 마주쳤다.‘진짜 더럽게 타이밍도 안 맞네.’‘가는 데마다 왜 자꾸 이 둘이랑 마주치는 거야?’그렇게 생각하던 남유환의 머릿속에 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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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8화

민도하는 정통으로 한 대 맞고도 물러설 생각이 없었다. 곧바로 남유환에게 다시 주먹을 날렸다.“진짜 끝까지 해 보자는 거지?” 남유환은 입가에 묻은 피를 거칠게 닦아 냈다.두 사람은 그대로 뒤엉켜 싸우기 시작했다.주먹과 발이 사정없이 오갔다. 한 번 칠 때마다 몸에 제대로 꽂혔다.노아리는 옆에서 발을 동동 구르며 두 사람을 말리려고 했다.하지만 싸움에 정신이 팔린 두 사람은 노아리까지 신경 쓸 여유가 없었다. 누군가가 내민 팔에 세게 밀린 노아리가 뒤로 휘청거렸다.노아리는 그대로 바닥에 넘어지며 옆에 있던 화분에 머리까지 부딪쳤다. 눈앞이 번쩍할 만큼 아팠다.그런데도 두 사람이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자, 노아리는 결국 큰 소리로 도움을 요청했다.남유환을 보낸 뒤 강서이는 간단히 샤워를 하고 잠자리에 들 준비를 했다.하루 종일 움직인 탓에 몸이 녹초가 되어 빨리 쉬고 싶었다.침대에 누워 이제 막 잠이 들려던 참인데, 복도에서 계속 큰 소리가 들려서 잠을 잘 수가 없었다.소란이 너무 심해 강서이는 호텔 가운을 걸친 채 밖으로 나가 무슨 일인지 확인했다.사람들이 보이기도 전에 노아리의 울먹이는 목소리가 먼저 들렸다. “제발 그만 싸워!”‘뭔데? 싸움 구경이라도 난 건가?’강서이는 잠이 확 달아났다. 재미있는 구경이라도 생겼나 싶어 걸음까지 빨라졌다.하지만 구경은커녕 남유환이 갑자기 복도 바닥으로 넘어지는 모습부터 보였다. 얼굴 여기저기에는 이미 상처가 나 있었다.강서이는 곧바로 달려가 남유환을 부축했다. “무슨 일이에요?”남유환은 아픈지 얼굴을 찡그렸다. “저도 모르겠습니다. 가만히 있는데 갑자기 맞았습니다.”반대편의 민도하도 상태가 별로 좋지 않았다. 역시 바닥에 쓰러져 있었고 입가에는 피가 묻어 있었다.조금 떨어진 곳에는 노아리가 바닥에 앉아 이마의 상처를 누르고 있었다. 눈시울까지 붉힌 모습이 제법 안쓰러워 보였다.하지만 강서이는 다른 두 사람까지 챙길 겨를이 없었다. 먼저 남유환을 일으켜 세웠다.걱정스러운 표정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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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9화

‘정말 대단들 하다.’사정이 그렇다면 강서이도 더 붙잡을 이유가 없었다. 남유환을 놓아주며 말했다. “그럼 병원 가서 한번 검사해 봐요. 혹시 머리라도 다쳤으면 큰일이니까.”‘원래도 사람 보는 눈이 별론데 머리까지 다치면 답이 없잖아.’강서이는 하품을 했다. “저는 이만 빠질게요. 먼저 방에 가서 잘게요.”“저...” 남유환은 멀어지는 강서이의 뒷모습만 아쉬운 눈으로 바라봤다.강서이는 정말로 그대로 가 버렸다.줄곧 굳어 있던 민도하의 미간이 조금 풀렸다. 민도하는 짜증 섞인 목소리로 남유환을 재촉했다. “뭐 하고 있어? 빨리 가.”...서태우는 밤이 되어서야 G시에 도착했다.원래는 노아리와 함께 게임 개발자 컨퍼런스에 참석할 예정이었지만, 아버지 쪽에 일이 생겨 출발이 늦어졌다.공항에 도착한 서태우는 가장 먼저 노아리에게 전화를 걸었다.노아리가 병원에 있다는 말을 듣자, 걱정이 되어 바로 병원 위치를 받아 택시를 타고 달려갔다.병원에 도착해 보니 세 사람 모두 얼굴이나 몸에 상처가 나 있었다.서태우는 어이가 없는 표정으로 물었다. “뭐야, 무슨 일이야?”민도하는 굳은 표정으로 입을 다물고 있었다.남유환도 아직 화가 풀리지 않았는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결국 노아리만 상황을 설명했다. “그냥 오해가 좀 있었어. 게임 개발자 컨퍼런스에서 유환이를 만났는데 도하가 같이 밥 먹자고 전화했거든.”“그런데 유환이 전화를 끊어 버렸어. 혹시 우리 사이에 뭔가 오해가 생겼나 싶어서 내가 몇 마디 더 물어봤고.”“내 잘못도 있어. 내 말투가 좀 날카로웠나 봐. 설명도 제대로 못 했고. 유환이가 화가 나서 나를 밀쳤는데, 도하가 나를 보호하려고 유환이를 때렸어. 그러다가 둘이 싸운 거야.”“나는 말리다가 다친 거고.”서태우는 기가 막힌다는 듯 말했다. “너희 둘 세 살짜리 애들이냐? 친구끼리 주먹질을 왜 해?”남유환이 코웃음을 쳤다. “쟤한테 물어봐. 먼저 때린 건 도하니까.”“때리고 싶으면 때리는 거지, 날짜라도 잡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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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0화

직원이 아침 식사를 가져오자, 남유환은 막 팬케이크를 집으려고 했다.그런데 민도하가 먼저 가져가 버렸다. “마침 먹고 싶었어.”남유환이 민도하를 노려봤다. “먹고 싶으면 네가 따로 시키면 되잖아.”서태우가 급히 끼어들어 분위기를 정리했다. “먹고 싶으면 내가 하나 더 시켜 줄게.”서태우가 직원을 부르려고 손을 들던 때, 화려하게 차려입은 여자가 종종걸음으로 다가와 뒤에서 남유환을 와락 끌어안았다.“자기야, 또 만났네? 나 보고 싶었어?”서태우도 아는 여자였다. 예전에 남유환이 몇 번 모임에 데리고 나왔던 전아름이었다.남유환은 서둘러 전아름의 팔을 떼어 냈다. “장난치지 마.”“치, 남자들은 꼭 볼일 끝나면 모른 척한다니까.” 전아름이 코웃음을 쳤다. “어젯밤에는 호텔 복도에서 그렇게 붙어 있더니 오늘은 모르는 척하는 거야?”“무슨 소리야? 이상한 말 하지 마.” 남유환은 강서이를 식당 반대편으로 보낸 게 다행이라고 생각했다.“내가 뭘 이상하게 말해? 어제 입었던 셔츠 가져와 봐. 거기에 내 립스틱 자국이 그대로 있을걸?”남유환은 할 말을 잃었다.전 여자 친구가 많은 것도 피곤한 일이었다.맞은편에서 밤새 굳어 있던 민도하의 미간이 그제야 눈에 띄게 풀렸다.서태우가 머리를 긁적이며 전아름에게 물었다. “너 결혼하지 않았어?”“결혼하면 놀지도 못해?” 전아름이 되물었다.서태우가 헛웃음을 흘렸다. “와, 레전드다.”전아름은 대수롭지 않게 어깨를 으쓱했다. “남자들이 하던 대로 나도 하는 것뿐이야. 그래야 남자들이 할 말이 없어지지.”서태우는 더 이상 할 말을 찾지 못했다.남유환이 만났던 여자들은 하나같이 다 평범하지 않았다.취향이 확실한 모양이었다.전아름을 겨우 보내자 남유환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그런데 민도하가 아까 빼앗아 간 팬케이크를 다시 남유환에게 돌려줬다.남유환은 어이가 없어 민도하를 바라봤다.민도하가 말했다. “어제 일은 미안했다.”남유환은 더 어이가 없어졌다.‘내 아침을 뺏어 갔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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