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7년을 바쳤는데, 내가 떠나자 미쳐버렸네: Chapter 271 - Chapter 280

336 Chapters

제271화

“나... 사고 났어...”노아리와 서태우는 황급히 밖으로 달려 나갔다.이사랑도 마땅히 따라가야 했지만, 지금은 강서이 쪽 상황이 더 신경이 쓰였다.그래서 계산을 해야 한다는 핑계를 대며, 이따가 병원에서 합류하겠다고 둘러댔다.서태우가 차를 가지러 간 사이, 노아리는 입구에서 기다리다 뜻밖의 낯익은 얼굴과 마주쳤다.배준석이었다.배준석은 어딘가 분주한 기색이었고, 차림새도 평소와 사뭇 달랐다. 한 올도 흐트러지지 않게 빗어 넘겼던 머리마저 오늘은 어쩐지 어수선했다.노아리는 그를 부르려다, 자신도 급한 일이 있다는 데 생각이 미치자 그만두었다.배준석의 걸음은 무척 빨라서, 얼마 지나지도 않았는데 곧 시야에서 사라졌다.마침 서태우의 차도 그때 도착했다. 노아리는 곧바로 차에 올라 사고 현장으로 향했다.두 사람이 도착했을 때, 민도하는 이미 구급차에 실린 뒤였다.은색의 마이바흐는 길가의 공공 조형물을 들이받아서, 차체가 뒤집힌 채 차 앞부분은 처참하게 찌그러져 있었다.교통경찰이 현장을 수습하며 교통정리를 하고 있었다.노아리와 서태우는 구급차의 뒤를 따라 병원으로 향했다.병원에 도착하고서야, 민도하의 부상이 제법 심각하다는 걸 알았다.이마 눈썹뼈 위쪽으로 유리에 찢긴 깊은 상처가 나 있어서 봉합을 해야 할 듯했다.다른 부위에도 크고 작은 타박상이 있었다.그나마 다행인 건 급소는 다치진 않았다는 점이었다. 노아리는 길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민도하가 상처를 처리하는 사이, 이사랑이 전화를 걸어 상황을 물었다.노아리는 간단히 상황만 전했다.곁에 다른 사람이 있는 탓에, 둘 다 약속이라도 한 듯 강서이 얘기는 꺼내지 않았다.이사랑도 이번엔 영악하게 굴 줄 알았다. 노아리가 결과를 궁금해한다는 걸 눈치챈 것이다.전화를 끊은 뒤, 곧장 노아리에게 메시지를 보냈다.[강서이는 하장현이 데려갔어.]노아리가 흠칫했다.“그 사람이 왜 거기 나타났어?”[나도 몰라!]이사랑도 잔뜩 분이 치밀었다. 빈틈없이 짜 놓은 판이었는데, 마지막에 가
Read more

제272화

강서이는 다음날 점심이 다 되어서야 눈을 떴다.머리가 아직 멍하니 흐릿한 가운데, 문밖에서 인기척이 들렸다.누군가 주방에서 무언가를 만드는 듯한 소리였다.강서이는 침대에서 내려가 나가 보려고 두 발을 바닥에 디뎌 막 몸을 일으켰다.다리 안쪽에서 강렬한 통증이 치밀어 올라, 온몸이 그대로 침대 위로 풀썩 주저앉았다.허리도 시큰하면서 힘이 탁 풀렸다.마치 차에 깔리기라도 한 듯, 온몸 구석구석 안 아픈 데가 없었다.머리도 지끈거리고, 노곤함이 가시질 않았다.한참을 적응하고 나서야 머릿속이 겨우 또렷해졌다. 강서이는 허리를 짚은 채 몸을 일으켜 밖으로 나갔다.주방에서는 김설이 누군가와 통화를 하고 있었다.“들깨가루는요? 얼마나 넣으면 돼요? 한 스푼이요? 네.”“네, 고기도 벌써 푹 익었어요.”“약불로 줄이라고요... 네...”뒤쪽에서 기척이 들리자, 고개를 돌린 김설이 강서이가 깬 걸 보고는 통화 상대에게 말했다.“우리 대표님 깼어요. 일단 이만 끊을게요.”전화를 끊은 김설이 강서이에게 설명했다.“엄마한테 해장국 끓이는 법 좀 여쭤보던 중이었어요. 금방 다 돼요. 잠깐만 기다리세요.”강서이는 온몸에 힘이 없어서 식탁 앞에 털썩 앉았다.김설이 해장국 한 그릇을 떠서 건넸다.“뜨거우니까 조금 식혀서 드세요. 어젯밤에 대체 얼마나 마신 거예요? 잔뜩 취하기까지 하고.”김설이 이렇게 놀라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강서이를 알고 지낸 이래, 그녀가 취한 모습은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위출혈이 날 만큼 마셨던 그날에도, 강서이는 끝내 취하지 않았다.강서이가 관자놀이를 문지르며 피곤한 듯 말했다.“나도 모르겠어. 어젯밤에 그렇게 많이 마신 것도 아닌데. 게다가 기억까지 끊겼어.”좀처럼 없는 일이었다.처음 술자리를 다닐 때야 취해도 보고 토하기도 했지만, 그래도 기억이 끊긴 적은 한 번도 없었다.그저 자리를 빠져나와 김설에게 데리러 오라고 전화를 하려던 것까지만 어렴풋이 떠올랐다.그다음은... 전혀 기억이 나지 않았다.“안 되
Read more

제273화

‘혹시 그곳에서 일하던 사람이었을까?’강서이는 쉽게 확신할 수 없었다. 다만 어렴풋이 남은 감각으로는, 상대의 몸이 꽤 탄탄했던 것 같았다.체력도 만만치 않았던 모양이고.그건 오늘 아침까지 온몸을 짓누르는 통증으로 대충 짐작할 수 있었다.‘어제... 조금 적당히 했어야 했는데...’세수를 마친 강서이는 예채정에게 전화를 걸었다.한참 신호음이 울린 뒤에야 연하남이 전화를 받았다. 예채정은 아직 자고 있다고, 어젯밤에 무리해서 곯아떨어졌다고 했다.보아하니 이 둘도 어젯밤에 ‘격전’을 치른 모양이었다.강서이는 연하남에게 예채정이 깨면 전화 좀 해 달라고 전해 달라고 부탁했다.예채정은 두 시간 뒤에야 전화를 걸었다. 목소리는 잔뜩 잠겨 있었다.강서이는 어젯밤 상황을 캐물었다.예채정이 답했다.[내가 뭘 기억하겠어? 어젯밤엔 ‘내 일’도 정신이 없어서 강 대표가 언제 갔는지도 몰라.]이 말에 강서이는 더더욱 이해할 수가 없었다.‘설마 내가 직접 남자를 부른 건가?’[강 대표, 어젯밤 술, 뭔가 좀 이상하다고 못 느꼈어? 뭔가 탄 거 아냐? 나 예전에 겪어 봤거든. 몇몇 클럽에서는 돈 벌려고 몰래 이런 수작을 부려.][일부러 손님 술에 약을 타서 자기 가게에서 계속 쓰게 만드는 거지. 문제는 이런 건 증거를 잡을 방법도 없어서, 그냥 속앓이만 하는 수밖에 없다는 거야.]강서이는 할 말을 잃었다. 아무래도 두 사람 다 당한 모양이었다.이 클럽은 앞으로 강서이도 절대 다시는 가지 않을 것이다.강서이는 결국 근처 산부인과에 들렀다. 어젯밤 상대가 피임을 했는지조차 기억나지 않았고, 확신할 수도 없었기 때문이다.의사는 임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했지만, 강서이는 혹시 모를 일을 대비해 사후 피임약을 처방받아서 먹었다....강서이는 오후가 되어서야 회사에 나갔다. 사무실에 막 도착하자마자, 주기홍이 찾아왔다.성세그룹의 성 대표와 다시 자리를 잡았다며, 협업 건을 이야기하자고 했다.성세그룹은 보험이 주력 사업이라, ‘문심'을 통해 고객 서
Read more

제274화

그 다음날, 강서이가 회사에 막 출근하자마자, 진재언에게서 전화가 왔다.진재언은 강서이에게 시간이 되는지 묻더니, 같이 식사하고 싶다고 했다.진재언의 용건을 짐작한 강서이가 식사 약속을 잡았다.강서이는 김설에게 오후 업무 일정을 뒤로 미루라고 일러 두었다.김설이 졸졸 따라오며 물었다.“술자리예요? 술자리면 저도 같이 갈게요.”“그냥 식사 자리야. 술자리도 아닌데 따라와서 뭐 하게?”“술 못 드시게 하려고요! 앞으로 대표님 술자리에는 제가 다 따라갈 거예요. 한시도 안 떨어지고 옆에 붙어 있을 거라고요. 다시는 그런 일 없도록 할게요!”강서이는 그 말에 웃음을 터뜨렸다.“알았어. 앞으론 술자리마다 다 데려갈게. 근데 오늘은 식사 자리니까, 안 따라와도 돼.”지하 주차장에 다다랐을 때, 전에 시청 앞에서 마주쳤던 노장훈과 또 맞닥뜨렸다.누군가를 기다리는 듯하던 노장훈은 강서이를 보고 다소 뜻밖이라는 기색이었다.잠깐 망설이는 듯하더니, 그가 곧 강서이 쪽으로 걸어왔다.강서이는 노장훈에게 시선을 오래 두지 않았다. 눈길을 거두고는 곧장 자신의 차를 향해 걸어갔다.노장훈이 막 강서이를 부르려던 참이었다.그때 저쪽에서 이봉석이 직접 노아리를 배웅하며 내려오고 있었다.노아리는 주차장에 들어서자마자, 자신을 데리러 온 노장훈을 보고 곧장 그를 불렀다.“아빠, 언제 오셨어요? 오래 기다리신 거 아니에요?”노장훈은 어쩔 수 없이 걸음을 멈췄다. 돌아서며 노아리를 바라보는 얼굴에는 자애로움이 가득했다.“방금 왔어. 일은 끝났니?”“네.”노아리는 자신을 배웅해 준 이봉석을 노장훈에게 소개했다.마침 차에 시동을 걸던 강서이는, 노아리가 ‘아빠’ 하고 부르는 소리에 잠시 멈칫했다.이어 미간을 찌푸렸다.‘첫눈에 거슬리는 사람은... 유전자가 대신 선택해 주는 거라고 했지.'‘아무래도 유전자가 틀리진 않은 모양이야.'강서이는 액셀을 깊이 밟으면서 빠르게 주차장을 빠져나갔다....강서이와 진재언은 한동안 못 본 사이였다. 다시 마주한 순간,
Read more

제275화

부사장이 답했다.“양 사장님은 연차를 내셔서 휴가가 아직 안 끝났고요. 이쪽은 원래 노아리 본부장이 맡아 관리하셨는데...”“글쎄... 민 대표님이 교통사고가 나는 바람에 노아리 본부장은 병원에서 그분을 돌보느라 지금은 저 혼자뿐이네요.”여전히 입방아를 떠는 버릇은 어디 가질 않았다.민도하가 사고를 당했다는 소식에도 강서이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 자료만 챙겨 들고 바로 자리를 떴다.하장현 쪽에 도착해 업무 이야기를 마친 뒤에야, 강서이는 그날 밤 일을 물었다.김설은 강서이를 집에 데려다준 사람이 하장현이라고 했다.그러니 클럽에서 그녀를 데리고 나간 사람도 하장현이었다.어쩌면 그가 뭔가 알고 있을지도 몰랐다.그런데 하장현 역시 똑같이 어리둥절한 모습이었다.“클럽 직원이 전화해서, 강 대표를 데리러 와 달라고 한 거 아니었어요?”‘그런 일이 있었나?’기억이 끊긴 강서이가 그걸 기억할 리 없었다.‘됐어. 뭐든 이젠 중요하지 않아.’‘그냥 한 번 풀어진 셈 치면 돼.’‘앞으로는 이런 쪽으로 더 조심하고 신중하면 되니까.’...그 다음날 아침 일찍, 강서이는 손규원이 보내온 선도기술 창립 기념 행사 초대장을 받았다.선도기술이 해마다 성대하게 여는 연회로, 모든 협력사를 초청하는 자리였다.올해는 ‘문심'과 그로스캐피탈도 명단에 들었다.물론 프라임로드투자도 선도기술의 협력사인지라, 마찬가지로 초청 대상이었다.안 마주치려고 해도 안 마주칠 수 없는 사이였다.그로스캐피탈을 대표해서 참석하는 자리인 만큼, 강서이는 격식을 갖춘 차림을 준비해야 했다. 그래서 미리 오로라 브라이덜앤뷰티에 들러 행사에 입을 의상을 골랐다.하장현과 함께 가기로 약속한 뒤, 두 사람은 거의 동시에 오로라 브라이덜앤뷰티에 도착했다.하장현은 이런 쪽으로 경험이 없어서 잔뜩 긴장한 기색이었다.강서이가 하장현을 다독였다.“긴장하지 마세요. 제가 골라 드릴게요.”강서이는 이런 경험이 많았다.예전에 민도하의 정장을 골라 주며 쌓은 경험이었다.민도하가 도착했을 때
Read more

제276화

그때 강서이는 자신이 환청을 들은 줄 알았다.그래서 묘한 얼굴로 민도하를 돌아보았다.민도하는... 환청이라고 여겼던 그 말을 다시 한번 입에 올렸다.“강 대표, 넥타이 하나 골라 줘.”강서이가 피식 웃었다.“왜? 민 대표가 첫사랑한테 차이기라도 했나 보지?”민도하는 못 들은 척, 진열대에서 네이비 넥타이 하나를 집어 들고 강서이에게 물었다.“이건 어때?”“내 기억엔, 예전에 강 대표가 나한테 골라 준 넥타이도 대개 이런 느낌이었던 것 같은데?”강서이의 시선이 그의 손에 든 넥타이에서, 이마의 상처로 옮겨 갔다.잠시 눈길이 멈췄다가 입을 열었다.“보아하니 민 대표는 사고로 머리를 다친 모양인데. 병원 가서 검사나 제대로 받아 봐. 늦으면 손쓸 수도 없을 테니까.”하장현이 옷을 갈아입고 나오자, 강서이는 더는 민도하를 거들떠보지 않았다.하장현이 시간을 확인하더니 강서이에게 말을 건넸다.“이제 곧 식사 시간인데, 같이 한 끼 해요. 며칠 전에 입맛 없다고, 샤부샤부 먹고 싶다고 하지 않았어요?”강서이는 자기가 그런 말을 했는지조차 기억나지 않는데, 하장현은 그걸 다 새겨 두었다.그래도 강서이는 하장현의 제안을 물렸다.“속 편한 그 닭곰탕집에 가요. 뉴 스퀘어에 있는 그 식당에요. 요 며칠 속이 안 좋다면서요. 담백한 게 나을 것 같아요.”“전 다 좋아요.”하장현은 늘 강서이를 우선으로 두었다.강서이가 하자는 대로 따랐다.직원이 포장한 옷을 가져오자, 하장현은 강서이의 몫까지 함께 받아 들고 나란히 오로라 브라이덜앤뷰티를 나섰다.두 사람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직원이 절로 감탄을 흘렸다.“정말 잘 어울리네요.”민도하가 손에 쥐고 있던 네이비색 넥타이를 진열대 위로 던졌다. 원래 아무 표정도 없던 얼굴에 별안간 한 줄기 균열이 일었다.기척을 들은 직원이 얼른 다가와 물었다.“민 대표님, 제가 골라 드릴까요?”한참이나 그 넥타이를 응시하던 민도하가, 별안간 담담하게 직원에게 한마디 물었다.“제가 저 사람보다 뭐가 모자랍니까?
Read more

제277화

물론, 지난번 강서이가 걸쳤던 그 다이아몬드 세트에는 비할 바가 못 되었다.하지만 노아리는, 강서이가 다시는 그 다이아몬드 세트를 할 일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그리고 그 짐작은 들어맞았다.오늘의 강서이는 드레스조차 입지 않은, 지극히 평범한 차림이었다.그 천정부지의 다이아몬드 세트도, 어디선가 자리를 채우려고 빌려 왔던 게 분명했다.시간이 지나면, 곧 본색이 드러나는 법이니까.‘강서이가 약간의 재주는 있을지 몰라.’‘어쨌든 도하 곁에 그렇게 오래 붙어 있었으니 얼마쯤은 배웠을 테고...’‘그러니 ‘문심’하고 항만 재개발 그 두 프로젝트를 따낸 거겠지.’‘하지만 그래 봤자 뭐?’‘투자 업계란 결국 인맥과 자원으로 굴러가는 곳이야.’‘자원으로 치면, 도하가 전력으로 떠받쳐 주니 나는 마르지 않는 샘이고.’‘인맥으로 치면, 나도 우리 아버지에게 기댈 수 있으니 끝없이 끌어다 쓸 수 있지.’이것이 노아리가 대통은행에 입사할 수 있었던 중요한 이유 중 하나이기도 했다.국제 투자은행과 금융권은 관료 자제를 채용하는 걸 선호했다. 부모 세대의 인맥과 자원, 그리고 본인의 배경까지 두루 갖췄기 때문이다.‘그러니 강서이 따위는, 내 상대가 될 자격조차 없어!’시선을 거둔 노아리는 더는 강서이에게 신경 쓰지 않았다.마치 그녀의 일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는 듯이.화려하게 치장한 노아리에게 곧 사람들이 다가와서 인사를 건넸다.다만 대부분은 여자들이었다.민도하는 노아리에게 인사를 건넨 뒤, 자리를 좀 돌고 오겠다고 했다.사실 그는 자리를 돌러 간 게 아니라, 강서이가 더 잘 보이는 자리를 찾아 그녀를 바라보았다.사람이 워낙 많아, 시선이 이따금 흐트러져도 누구 하나 알아챌 리 없었다.하장현이 호흡이라도 맞추듯 강서이의 뒤를 따르는 게 보였다.강서이에게 부딪힐 뻔한 사람을 대신 막아 주고.빈 술잔은 새 술잔으로 바꿔 주고.틈틈이 먹을 것을 건네면서 그녀의 빈속을 채워 주었다.강서이는 예전과 다름없이, 일할 때면 자신의 몸을 돌보지 않았다
Read more

제278화

서한승이 강서이를 향해 잔을 살짝 들어 보였다.강서이도 손을 들어, 손에 든 매실차를 가볍게 흔들며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누구한테 잔을 드는 거야?”서태우가 궁금한 듯 두리번거렸다.이번엔 그도 강서이를 알아보고 표정이 살짝 달라졌다.“강서이가 왜 여기 있어?”남유환이 대신 의문을 풀어주었다.“‘문심’이 선도기술 협력사잖아. 여기 있는 게 당연하지 않아?”‘문심’ 이야기가 나오자, 서태우는 입을 다물었다.어쨌든 그는 ‘문심’ 건에서 호되게 당했던 적이 있었다.병원에 누워 있는 그의 아버지도, 따지고 보면 이 일과 무관하지 않았다.“가서 인사나 하고 올게.”서한승은 일행에게 한마디 던지고는 곧장 강서이에게로 걸어갔다.“나도 인사하러 갈래.”남유환도 빠른 걸음으로 따라붙었다.서태우는 머쓱하니 민도하를 돌아보았다.“도하는 갈래?”“내가 가서 뭐 하게?”서태우가 얼른 말을 받았다.“그럼 우린 아리한테 가자. 난 아직 인사도 못 했어.”“응.”민도하는 시선을 가만히 내리깔았다.서한승이 강서이에게 건넨 첫마디는 이거였다.“오랜만이야.”정말로 오랜만이긴 했다.ZH은행과 해외 자본의 협상이 과열된 상황으로 접어들었으니, 요즘 서한승의 나날도 녹록지 않았을 터였다.다만 남의 회사 내부 사정이라, 강서이는 자세히 캐묻기가 어려워서 그저 한마디만 물었다.“다 순조로워요?”“순조롭진 않아.”서한승은 강서이에게 숨기지 않았다.“그래도 어떻게든 감당하고 있어.”“그럼 다행이고요.”사실 이 기념행사에 서한승이 굳이 참석할 이유는 없었다.그런데도 강서이를 한 번 보겠다고 직접 발걸음을 옮긴 것이었다.이 한 번의 수고가... 그에게는 그래도 충분히 값진 일이었음이 증명된 셈이었다.두 사람이 채 얼마 이야기를 나누기도 전에, 성이남이 다가왔다.성이남은 먼저 노아리에게 인사를 건넨 뒤, 강서이 쪽으로 걸어왔다.강서이가 눈썹을 살짝 치켜세웠다.강서이를 그대로 지나친 성이남은, 옆에 있던 서한승에게 말을 걸었다.“선배님, 오랜만
Read more

제279화

담배꽁초를 재떨이에 던져 넣은 민도하는, 새 담배를 다시 꺼내 불을 붙였다.서태우가 의아한 듯 물었다.“도하야, 너 언제부터 이렇게 줄담배를 피웠어?”예전엔 분명히 담배는 입에 대지도 않던 사람이었다.요 반년 사이에 별안간 담배에 술까지. 영 이상했다.마음속에 오래 품어 온 첫사랑과 다시 인연을 이었으니, 인생의 경사가 아닌가.민도하는 아무 설명도 하지 않고, 그저 답답한 듯 담배만 피웠다.수많은 감정을 담배로 다스려야만 하는 사람처럼....한편, 성이남이 노아리 곁으로 돌아오자, 노아리가 그에게 물었다.“너 강서이 알아?”“누구?”“한승이 옆에 있던 저 여자.”성이남이 한 번 흘끗 보고는 담담하게 시선을 거뒀다.“몰라.”“그 여자가 성세그룹이랑 손잡고 싶어 한다던데.”노아리가 일부러 운을 뗐다.성이남이 잠시 생각하다 말했다.“‘문심’ 말하는 거야? 그런 얘기가 있긴 했어.”성이남의 반응을 보니, ‘문심’이 강서이의 것이라는 건 모르는 듯했다.“‘문심’은, 내 손에서 가로채 간 프로젝트야.”노아리의 말투엔 억울함과 서글픔이 가득했다.그 말에 성이남은 곧장 미간을 찌푸렸다.“‘문심’은 좋은 프로젝트인데... 성장세도 아주 대단하고...”노아리가 한숨을 내쉬었다.“그래서 더 분이 안 풀려.”성이남의 강서이를 향한 반감은 한층 더 짙어졌다.“손을 안 잡길 잘했네. 그런 사람은... 성세그룹의 협력사가 될 자격이 없어.”“너까지 나 때문에 돈 될 일을 마다할 필요는 없어. 너도 말했잖아, ‘문심’이 좋은 프로젝트라고. 강서이 쪽과 손잡으면 성세그룹 내 네 입지도 더 단단해질 텐데.”노아리는 도리어 성이남을 말리듯, 깊고 자상하게 마음을 쓰는 말투로 덧붙였다.“난 깨끗이 졌다고 인정했어. 프로젝트를 빼앗긴 것도 받아들였고. 정 안 되면 앞으로 더 좋은 걸 해내면 되지.”“그래서 그 여자한테, 잔머리로는 이 바닥에서 안 통한다는 걸, 실력으로 말해야 한다는 걸 알게 해 줄 거야.”원래부터 노아리한테 기울어져 있던
Read more

제280화

그 말에... 노아리의 표정은 말로 다 못 할 만큼 참담하게 일그러졌다.곁에 있던 성이남이 불쑥 입을 열어 사람들에게 일러주었다.“노아리 선배도 아주 뛰어난 투자자입니다. WT비즈니스대학교 금융학 박사이기도 하시고요.”성이남은 대놓고 노아리를 감싸고 있었다.이를 전해 들은 구기민도 무척 놀라며, 사과의 뜻을 빠뜨리지 않고 다시 노아리에게 손을 내밀었다.“제 눈이 어두워 사람을 겉만 보고 판단했습니다. 부디 언짢게 여기지 마시길...”손규원이 구기민을 거들었다.“노아리 본부장이 워낙 미인이시라 그래요. 미모가 재능을 가리기 쉽잖아요.”다시금 인정을 받은 노아리는 잃었던 자신감을 되찾았다.성이남을 향해 고마운 눈길을 한 번 보낸 뒤, 그제야 구기민에게 말을 건넸다.“회장님 말씀이 과하세요.”구기민은 방금의 실례를 만회하려는 듯, 노아리와 몇 마디를 더 나눴다.“WT비즈니스대학교라면 최고 명문이죠. 노아리 본부장이야말로 미모와 재능을 겸비하셨네요. 지금은 어느 회사에 계십니까?”“프라임로드투자요.”구기민이 칭찬했다.“좋은 회사죠. 정말 훌륭합니다.”말끝에 민도하의 사람 보는 안목까지 추켜세우는 것도 잊지 않았다. 이런 인재를 곁에 두었으니, 민도하의 사업 판도가 머지않아 아버지가 일군 성취마저 넘어설 거라고.주도권을 되찾은 노아리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구기민과 이야기를 이어 가며, 자신의 화려한 이력을 풀어놓는 것도 잊지 않았다.노아리가 한때 대통은행에 몸담았다는 사실에, 구기민은 더욱 놀란 기색이었다.다만 그 놀라운 표정은, 노아리가 대통은행 재직 시절의 실적을 언급한 뒤 점점 옅어졌다.“영성그룹이 항만을 매각한 그 거래가, 노아리 본부장이 다리를 놓아 주도한 거였군요.”노아리는 구기민의 냉랭한 기색을 미처 읽어 내지 못한 채, 여전히 으스대고 있었다.“네. 그 프로젝트는 거래 총액이 250억 달러에 달했어요. 제가 대통은행에 있을 때 맡은 것 중 가장 큰 건이었죠.”‘강서이는 고작 항만 재개발이라는 천억대 프로젝트 하나
Read more
PREV
1
...
2627282930
...
34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