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을 바쳤는데, 내가 떠나자 미쳐버렸네의 모든 챕터: 챕터 301 - 챕터 310

334 챕터

제301화

“나 약혼해.”강서이는 할 말을 잃었다.그 말을 듣자, 강서이는 손에 든 것들을 전부 민도하의 얼굴에 집어던지고 싶었다.‘이게 이 인간이 말한 중요한 일이라고?’‘제정신인가??’민도하는 강서이가 화를 내기 전에 다시 말했다.“아버지는 이 약혼을 반대하셔. 우리 약혼식에도 참석하지 않으려 하시고. 나도 억지로 모실 순 없어.”“아버지 몸 상태가 저러시니까. 인자 이모님 말로는 요즘 식사도 잘 안 하시고 기분도 많이 가라앉으셨다고 하더라고. 그래서 내가...”“나보고 회장님 설득해서 약혼식에 모시고 가 달라는 거야?”강서이는 민도하를 정신 나간 사람 보듯이 쳐다봤다.민도하가 잠시 말을 멈췄다가 계속했다.“아니. 짬이 날 때 네가 아버지 곁에 좀 더 있어 줬으면 해. 지금 아버지는 누구 말도 안 듣고, 오직 너랑 인자 이모님 말만 들으시니까.”“그건 말 안 해도 돼.”강서이는 방금 이미 진인자에게 그러겠다고 약속했다.“또...”민도하가 차갑고 담담하게 눈을 들었지만 눈빛은 왠지 흐릿했다. “아버지가 충동적인 일을 하실 수도 있어. 내 약혼식 당일에... 아버지 곁을 좀 지켜 줄 수 있을까?”“민 대표 약혼녀가 나한테도 청첩장 보냈어.”강서이가 일깨워주었다.“신경 쓸 것 없어.”그렇긴 했다. 노아리는 그 약혼식을 잔뜩 기대하고 있을 테니, 보기 싫은 사람이 나타나는 걸 원치 않을 것이다.굳이 강서이에게 청첩장을 보낸 건 전리품을 자랑하려는 승자의 행동에 가까웠다.강서이도 약혼식에 갈 생각은 애초부터 없었다. 돈 벌 시간을 뺏길 뿐이니까.민도하는 노아리를 꽤나 배려하고 있었다.“더 할 말 있어? 한 번에 말해.”강서이는 손목시계를 확인했다. 마치 민도하와는 1초도 더 있고 싶지 않은 사람처럼 보였다.민도하가 눈꺼풀을 살짝 내리깔면서, 목소리에는 별다른 감정이 드러나지 않았다.“아버지... 그럼 부탁할게.”그 말에 강서이는 바로 미간을 찌푸렸다. 무슨 보호 위탁이라도 맡기는 듯한 말투였다.‘그저 약혼하러 가는 것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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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2화

다음 날 아침, 강서이는 오전 일정을 모두 미루고 고서화를 챙겨서 금보당 사장을 찾아갔다.금보당의 사장 진우한은 업계에서 이름난 예술품 감정사이자 고미술품 중개인이었다.예전에 강서이가 민도하의 비서로 일할 때, 민도하를 대신해서 금보당에서 선물용 골동품을 고른 일이 많았다.그렇게 오가면서 진우한과도 알게 되었다.강서이는 전날 밤 집에 돌아온 뒤 진우한에게 메시지를 보냈다.뜻밖에도 진우한은 바로 답을 보냈고, 고서화를 직접 가져오라고 했다.고서화의 가치는 강서이가 예상했던 것처럼 25억 원 안팎이었다.진우한은 강서이를 보며 말했다.“경매장에서 산 물건이면 가격은 이미 아실 텐데, 굳이 저한테 감정을 받으러 오신 이유가 뭔가요?”“사장님께 따로 부탁드릴 일이 있어서요.”강서이는 진우한에게 찾아온 이유를 설명했다. 진우한에게 유명 화가인 반이도 선생의 수묵화 한 점을 구해 달라고 부탁하고 싶었다.2년 전쯤 민씨 저택에서 식사하다가 민두해 부자가 식탁에서 그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들은 적이 있었다.민두해가 반이도 선생의 수묵화를 무척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하나 찾아서 선물하고 싶었던 것이다.진우한이 말했다.“반 선생님 작품은 좀 비싸요.”“알고 있어요.”강서이도 나름대로 마음의 준비가 돼 있었다.“운이 좋으십니다. 마침 최근 제 지인이 반 선생님 작품을 팔아 달라고 맡겼습니다. 다만 가격은 각오하셔야 합니다.”“얼마인가요?”“100억 원입니다.”비싸긴 했다. 강서이도 속이 쓰렸다. 하지만 민두해가 자신에게 준 도움, 선물해 준 보석들, 거기에 그 고서화까지 생각하면 이미 그 가치는 100억 원을 훌쩍 넘었다.그래서 강서이는 어금니를 악물고 그 자리에서 바로 결정했다.“사겠습니다.”진우한이 말했다.“그럼 지금 소장자에게 연락해서 그 작품을 가져오게 할 테니 매매 계약서도 작성하시죠.” “이 고서화는 사셔도 괜찮습니다. 제 지인도 급한 사정이 있어서 값을 낮춰 내놓은 겁니다.”진우한은 강서이에게 잠시 앉아 기다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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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3화

‘강서이가 언제부터 저렇게 돈을 팍팍 쓰게 된 거야?’‘100억 원짜리 수묵화를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사다니...’서태우는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민도하에게 전화를 걸었다.하지만 민도하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서태우는 어쩔 수 없이 노아리에게 전화를 걸었다.어차피 두 사람이 함께 있으니 누구에게 걸든 마찬가지였다.노아리에게 걸면 오히려 민도하를 더 빨리 찾을 수 있을지도 몰랐다.노아리는 금방 전화를 받았다. 목소리도 무척 좋아 보였다. 서태우의 이름을 부르는 소리마저 올라가 있었다.[태우야, 너도 우리랑 같이 왔어야 했어. 여기 풍경이 정말 예뻐. 놓쳐서 너무 아쉽다.]서태우는 딱히 아쉽지 않았다.“너희 약혼식 때 보면 되잖아. 보니까 그 섬에서의 약혼식이 마음에 들었나 보네?”[당연하지. 다 도하가 정성껏 준비한 건데 마음에 안 들 리가 없잖아.]노아리는 온통 행복에 취해 있었다.“우리 도하는? 전화를 걸어도 안 받던데, 바빠?”[다른 곳에 꽃 주문하러 갔어. 거기가 너무 외진 곳이라 내가 왔다 갔다 하면 피곤할까 봐, 나한테는 섬에서 쉬라고 하고 혼자 갔어.]“너희 정말 사이가 좋구나. 도하에게 이렇게 예비 신부 챙기는 면이 있는 줄은 몰랐네. 이 시대의 좋은 남자야.”노아리는 알면서도 모르는 척 물었다.[예전에는 안 그랬어?]“안 그랬지!”서태우는 아주 확신에 차서 답했다.“예전엔 누구한테든 냉랭하고 통 마음을 안 줬어. 오직 너만 예외였고.”[진짜? 강서이한테도 그랬어?]지나가듯 아무렇지 않게 던진 물음이었다.서태우 같은 사람이나 깊이 생각하지 않고 넘어갔다.“강서이한테는 더 차가웠지. 변변한 액세서리 하나 사 준 적 없을 걸? 너한테는 경매장에서 100억 원짜리 주얼리까지 사 줬잖아.”100억 원 이야기가 나오자, 서태우는 비로소 자신이 왜 전화했는지 떠올렸다.“아, 맞다. 방금 강서이가 수묵화 하나 사는 데 100억 원을 썼어.”여유롭게 주스를 마시며 햇볕을 쬐고 있던 노아리가 그 말에 멈칫했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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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4화

“왜 그렇게 생각해?”노아리가 바짝 경계했다.“내가 정환하고 사이가 틀어진 게 하루 이틀 일도 아닌데, 왜 하필 강서이한테 약을 먹인 뒤에 일이 터졌겠어?”“예전에 정환이 나한테 돈을 달라고 찾아온 적도 있었고, 내가 쫓아냈을 때 화낸 적도 있어. 그런데 그때는 영상 얘기를 꺼내지도 않았어.”“그 영상은 내가 진작에 지웠거든. 정환이 정말 그걸 약점으로 가지고 있었다면, 처음 찾아와서 난리를 쳤을 때 바로 그 카드를 꺼냈어야 해.”이사랑도 해외에서 지내는 동안 마음을 가라앉히고 이 일을 찬찬히 되짚어 보다가, 의심스러운 대목 몇 군데를 발견한 참이었다.“그런데 왜 나중에 영상이 생겼는데도 돈 달라고 안 했을까? 왜 바로 공개했을까? 그렇게 해서 정환한테 남는 게 뭐가 있어?”“결정적인 건, 그날 밤 나랑 같이 강서이한테 약을 먹인 두 사람하고 연락이 안 돼. 메시지를 보내도, 전화를 걸어도 답이 없어. 마치 이 세상에서 증발해 버린 것처럼.”“이름이 뭐야? 연락처 나한테 줘. 내가 사람 시켜서 알아볼게.”이사랑은 정보를 노아리에게 넘기면서 간절하게 부탁했다.“언니, 꼭 알아봐 줘. 진짜 강서이가 한 짓이면 절대 그냥 두면 안 돼!”“알았어.”노아리의 눈가에 차가운 기운이 스쳤다.이때 민도하가 메시지를 보내왔다. 온갖 꽃 사진과 영상을 잔뜩 공유해 주었다.꽃 농장에서 꽃구경 중이라며, 이 꽃들이 마음에 드는지 물었다.노아리의 기분은 곧바로 나아졌다. 노아리는 사진과 영상을 하나하나 꼼꼼히 골랐다.민도하는 이 꽃들을 약혼식 전날 밤 항공편으로 결혼식장에 공수해 와서 장식하겠다고 했다. 가장 싱싱하고 보기 좋은 상태를 보장하겠다고 했다.고개를 기울이며 들여다보던 이사랑은 볼수록 부러워했다.“형부가 언니한테 정말 잘한다. 약혼식 계획도 같이 고르고, 꽃도 직접 고르러 다니고 갔잖아. 나 또 질투 나려고 해.”노아리 마음속의 답답함은 민도하의 세심함 덕분에 완전히 사라졌다. 기분이 다시 좋아진 노아리는 민도하에게 언제 돌아오는지 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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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5화

수요일, 강서이는 모든 일정을 미루고 오직 한 가지 일만 했다. 지도교수를 찾아가는 것이었다.7년 만에 찾아간 집 앞에 서자, 강서이의 마음은 안절부절못했다.심지어 한참 동안 초인종을 누르지도 못했다.손을 들었다가 내리고, 내렸다가 다시 들었다.결국 손바닥에 식은땀만 잔뜩 나면서, 초인종은 끝내 울리지 않았다....집 안.고상만은 그 모습을 지켜보면서 애가 탔다.결국 방법이 없자, 가사도우미를 다그쳐서 쓰레기를 버리러 나가게 했다. 강서이와 마주치도록.가사도우미가 시킨 대로 하자, 강서이는 마지못해서 자신의 이름을 밝혔다.“안녕하세요. 강서이라고 합니다. 고상만 교수님을 뵈러 왔습니다.”“아, 교수님 계세요. 들어오세요.”가사도우미가 자연스럽게 강서이를 안으로 들였다.이제 강서이는 물러설 길이 없었다. 결국 마음을 다잡고 집 안으로 들어갔다.강서이가 들어오기 전, 고상만은 이미 의자에 앉아 차를 마시고 있었다. 손에는 신문을 들고 있어서, 아주 집중해서 읽는 것처럼 보였다.강서이는 안으로 들어온 뒤에도 문가에 조심스럽게 서 있었다. 앞으로 나아갈 엄두가 나지 않았다.가사도우미가 고상만에게 말했다.“교수님, 손님 오셨습니다.”고상만은 눈썹을 살짝 들고 문가를 한 번 보았다.강서이라는 걸 확인하자 다시 차갑게 시선을 거두고 신문을 읽었다.강서이는 역시 서한승과 함께 올 걸 그랬다고 생각했다. ‘적어도 서한승이 있었다면 이 침묵을 깨 줄 수 있었을 텐데...’강서이는 마치 선생님에게 벌을 받는 학생처럼 문가에 서서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고상만은 신문을 한 장 넘긴 뒤에야 냉담하게 입을 열었다.“뭐 하러 왔어?”한쪽에서 청소하는 척하던 가사도우미는 웃음을 참느라 힘들었다.서한승의 전화를 받고 강서이가 온다는 말을 듣고서, 누가 그렇게 설레서 밤에 잠도 못 잤는지 모를 일이었다.지금은 오히려 사람이 도망갈까 봐 겁도 안 난다는 듯이 시치미를 뚝 떼고 있었다.정말 도망가면, 가슴을 치며 발 동동 구를 사람은 따로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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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6화

성이남이 고상만을 만났을 때, 고상만은 돋보기를 들고 강서이가 가져온 임태국 선생의 작품을 세심히 살펴보고 있었다.곁에 있던 가사도우미에게 기쁨을 감추지 못한 채 자랑까지 하고 있었다.“봤어? 이게 좋은 작품이야. 좋은 작품이야. 그래도 그 녀석이 양심은 있구나. 내가 뭘 좋아하는지 기억하고 있었어.”그런 고상만에게는 조금 전의 차가운 모습은 전혀 남아 있지 않았다.“어떤 작품이길래 그렇게 좋아하십니까?”성이남도 다가와서 구경했다.책장에 있는 작품을 확인하자 성이남의 표정이 확연하게 굳어졌다.‘이건 민도하 대표가 경매장에서 100억 원을 주고 낙찰받은 바로 그 작품 아니야?’그때 성이남도 사고 싶었다. 다만 노아리의 눈치를 보고 더 입찰하지 않았을 뿐이었다.‘그런데 이게 왜 여기 있지?’고상만은 그 작품을 감상하느라 성이남에게 대답할 틈이 없었다.곁에 있던 가사도우미가 성이남의 궁금증을 풀어주었다.“이거요? 고상만 교수님이 가장 아끼는 제자가 가져온 거랍니다. 아주 귀한 선물이죠.”성이남이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가장 아끼는 제자?’성이남은 지난해 아버지의 인맥을 통해 고상만의 문하에 들어왔다.고상만에게 원래 무척 아끼던 제자가 있었다는 말은 어렴풋이 들은 적이 있었다. 하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그 제자는 어느 날부터 더 이상 나타나지 않았다고 했다.고상만은 그 제자를 자신의 앞에서 언급하는 것을 엄하게 금했다. 대외적으로도 그 제자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았다.시간이 지나자 사람들도 서서히 잊었다.지난해 고상만이 성이남을 제자로 받았을 때에야 사람들이 농담처럼 한마디 했을 뿐이었다.“7년 전에 이미 마지막 제자를 받으셨다면서요? 그런데 또 마지막 제자를 받으시는 겁니까?”고상만은 그 자리에서 바로 언성을 높이며, 자신이 마지막 제자를 둔 적 없다고 부정했다.그때 성이남은 호기심이 생겨서 선배인 서한승에게 물어본 적이 있었다.서한승은 고상만 교수가 정말 아끼고 크게 기대했던 제자가 있었다고만 말했다.다만 그 정체를 공개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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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7화

“안 온다.”고상만은 아주 확신에 차서 대답했다.강서이가 하루 일찍 찾아온 건... 생신연회 당일에는 올 생각이 없다는 뜻이었다.성이남은 그 답을 듣고 꽤 서운했다. 이런 공개적이고 중요한 자리에서 노아리를 마주치고 싶었기 때문이다.이후에도 성이남은 그 선배에 관해 몇 가지 더 묻고 싶었지만, 고상만이 확연히 말을 아끼는 눈치라 꾹 참아야 했다.고상만과 차를 마시면서 학업에 관한 얘기를 좀 나눈 뒤, 성이남은 고상만 교수의 집을 나왔다.나와서 가장 먼저 한 일은 노아리에게 전화를 거는 것이었다.전화벨이 한참 울린 뒤에야 노아리가 전화를 받았다. 목소리는 무척 즐거워 보였다. 성이남의 이름을 부르는 소리도 살짝 올라가 있었다.성이남은 가슴을 뭔가가 스치고 지나간 듯한 느낌을 받았다.[우리 이남이가 웬일로 전화를 다 했어?]성이남은 가슴이 두근거리는 걸 누르면서 입을 열었다. “시간 있으면 같이 밥 먹자고 하려고.”[B시에 왔어?]“네, 방금 도착했어.”[그거 참 아쉽네. 나 지금 B시에 없어. 해외에 나와 있거든.]노아리의 목소리는 더 경쾌해졌다.[약혼식 컨셉션 고르러 왔어. 이틀은 더 있어야 돌아가. 내가 돌아갔을 때도 네가 B시에 있으면 내가 밥 살게.]“그래.”성이남의 가슴은 조금씩 가라앉았지만, 설명하기 어려운 허전함도 함께 밀려왔다.[그럼 나 먼저 끓을게. 바빠서. 나중에 봐.]노아리는 그렇게 말하고 전화를 끊었다. 성이남만 바람 속에 한참 서 있었다.‘교수님께서 아리 선배가 내일 생신연회에 오지 않는다고 한 이유가 이거였구나.’‘해외에서 약혼식 컨셉션을 고르고 있으니까.’‘아리 선배는... 무척 행복해 보이네...’‘그러니 나는... 정말 더 이상 가망이 없는 건가?’...다음 날 아침, 서한승이 강서이에게 전화해서 고상만 교수의 생신연회에 갈지 물었다.“저 안 갈래요. 선배가 축하 말씀 많이 전해드리세요.”서한승도 강서이의 성격을 잘 알고 있었다.[그래. 어차피 이미 뵀으니까, 교수님도 꽤 기뻐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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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8화

‘또 강서이네?! 도대체 어딜 가도 왜 저 여자하고 마주치는 거야?!’‘더구나 대낮에, 사람들 눈이 이렇게 많은 곳에서 남유환과 차 안에서 저렇게 묘한 분위기를 만들다니...’성이남은 옆에 있던 남유환의 비서에게 물었다.“저 여자는 전무님과 어떤 관계입니까?”비서가 사실대로 답했다.“그로스캐피탈의 강 대표님입니다. 남명그룹의 협력사 대표님이시고요.”“협력사요?”성이남의 미간이 더 깊게 일그러졌다.남명그룹은 업계에서 손꼽히는 자동차 그룹이었다. 남명그룹의 협력사가 되려면 확실한 실력이 있어야 했다.‘그로스캐피탈 같은 그런 보잘것없는 회사가?’‘무슨 자격으로?’강서이를 향한 남유환의 그 살가운 태도까지 다시 보게 되자, 성이남의 머릿속에서는 답이 정해졌다.그와 동시에 강서이를 향한 멸시와 편견도 한층 더 짙어졌다.성이남은 연줄로 올라서는 여자를 가장 경멸했다. 또한 실력 없는 여자도 가장 싫어했다.강서이는 둘 다 갖춘 셈이었다.성이남이 보기엔 강서이가 몸값을 팔아 이익을 얻는 것과 뭐가 다른가 싶었다. 진짜 천박하기 짝이 없으니까.“전무님께 전해주세요. 저는 접견실에서 기다리겠습니다.”강서이를 더 보기가 싫었던 성이남은 남유환의 비서에게 그렇게 말하고 자리를 떴다....강서이는 성이남이 다녀갔다는 사실을 몰랐다. 신경은 온통 자율주행차에 쏠려 있었다.‘문심’을 탑재한 뒤 자율주행차의 성능은 전방위로 향상되었다. 업계에서도 단연 앞서가며 절대적인 우위를 선점한 상태였다.남유환은 두 달쯤 뒤면 차량을 공개할 수 있다며, 신차 발표회에 꼭 참석해 달라고 강서이를 초대했다.강서이는 흔쾌히 초대를 받아들였다.차량 체험이 끝나고, 강서이가 차문을 열고 내리려던 때였다.남유환이 갑자기 차 문을 잠갔다.강서이가 의아해하며 남유환을 돌아보았다.‘이것도 테스트 과정인가?’“저기...”남유환은 자신이 왜 이렇게 긴장하는지 몰랐다. 분명 연애 경험은 부족하지 않은데도, 강서이를 마주하면 막 사랑을 배운 풋내기처럼 굴게 됐다.“전무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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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9화

“지금 갈게.”남유환은 사무실을 나서면서도 비서에게 당부하는 걸 잊지 않았다.“초대장, 잊지 말고.”“알겠습니다.”성이남은 한참을 기다린 참이었다. 평소 같으면 결코 이렇게 오래 기다릴 사람이 아니었다.하지만 오늘만큼은 얼마든지 참고 기다릴 수 있었다. 남유환에게 직접 충고해 주고 싶은 말이 있으니까.또 누군가에게 속아서 호구 노릇 하지 말라고.“성 대표님, 오래 기다리게 해서 죄송합니다.”남유환이 들어서자마자 성이남에게 사과했다.성이남은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괜찮습니다. 자율주행차 출시가 얼마 남지 않았다고 들었습니다.”“네, 곧입니다. 그때 성 대표님께서 시간이 되시면 저희 발표회에 와 주십시오.”남유환은 기분이 무척 좋아 보였다.“방금 저도 테스트 현장에 다녀왔는데, 그 강서이라는 여자... 꽤 수완이 좋더군요.”방금까지 얼굴에 웃음기가 가득했던 남유환이 그 말에 미간을 찌푸렸다.“성 대표님께서 강 대표에 대해 오해가 있으신 것 같습니다.”“없습니다. 저는 그 여자를 잘 모릅니다.”성이남은 부정했다.“그럼 잘 모르셔서 그러시는 겁니다. 강 대표는 능력이 아주 뛰어납니다.”그렇게 말해도 성이남은 그저 못마땅한 듯 입꼬리를 비틀 뿐이었다.성이남은 그저 호의로 남유환에게 알려주려고 했을 뿐이다. 상대가 듣고 싶어 하지 않는다면 더 말할 필요도 없었다.사랑에 눈이 먼 사람은 남의 조언이 귀에 들어오지 않는 법이니까.“저는 그 여자에게 관심 없습니다.”성이남은 분명하게 선을 그었다.남유환은 성이남이 강서이에게 편견을 품은 줄도 모르고, 강서이에게 프로젝트를 소개해 줄 생각까지 했다.“보험 업계도 ‘문심’을 충분히 접목할 수 있습니다. 그거면 번거로운 절차를 확 줄일 수 있습니다.”‘문심’이라는 이름이 나오자, 성이남은 그 프로젝트가 강서이가 노아리에게서 빼앗아 간 것이라는 사실을 떠올렸다. 강서이에 대한 거부감은 더 커졌다.“저는 그 여자와 협업하지 않습니다. 아리 선배와 공동 개발할 생각입니다.”“아리 선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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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0화

강서이는 두 사람을 그대로 지나쳤고, 진재언과 함께 행사장을 둘러보았다.컨퍼런스 현장에는 인터뷰 구역이 있었다. 그곳에는 전국에서 온 수많은 매체가 모여 있었다.그곳은 지금 한창 북적였다. 누가 인터뷰를 받는지 모르겠지만 사람들이 벌떼처럼 우르르 몰려들었다.강서이와 진재언은 게임 업계의 중요 인사인 줄 알고, 가서 보면서 경험을 배워 볼까 싶었다.이번 컨퍼런스에 참석한 중요한 목적이 바로 그것이었다.사람이 너무 많은 탓에, 진재언과 강서이는 인파에 휩쓸려서 서로 떨어졌다.누가 다리를 걸었는지 모르겠지만, 중심을 잃은 강서이가 볼썽사나운 자세로 앞으로 고꾸라졌다.앞쪽에는 녹음 장비가 하나 놓여 있었다. 강서이는 미처 피하지 못하고, 체념한 듯 눈을 감은 채 통증이 밀려오기를 기다렸다.결정적인 고비에 누군가 강서이의 손을 잡고 끌었다.강서이는 몸 전체가 강한 힘에 끌려가는 것을 느꼈다. 이어 누군가의 팔이 허리를 단단히 감았다.현장에서 놀란 탄성이 여기저기 터졌다.눈을 뜨기도 전에 강서이의 얼굴이 단단한 가슴팍에 부딪혔다.강서이는 익숙하고 옅은 차가운 향기를 맡았다. 서늘하고 깊은 우디 향기에 희미한 담배 남새가 섞여 있었다.놀란 강서이가 고개를 들자, 민도하의 짙고 검은 눈동자와 마주쳤다.민도하의 얼굴에는 별다른 표정이 없었다. 눈에는 특유의 차가움이 내려앉아 있었다. 그저 아무 상관없는 낯선 사람을 지나가다 구한 것처럼 보였다.강서이는 몸을 바로 세운 뒤 민도하의 품에서 빠져나오면서 거리를 뒀다.공격적일 정도로 선명했던 향기도 함께 멀어졌다.“고마워.”상황상 강서이가 감사 인사를 해야 했다.하지만 어디까지나 예의상 건네는 인사였고, 그 이상의 감정은 없었다.“별거 아니야.”민도하의 목소리는 차갑지도 따뜻하지도 않았다. 완전히 외부인처럼 무심할 뿐이었다.짧은 접점이 지나간 뒤, 두 사람은 다시 각자의 길로 흩어졌다.강서이가 겨우 진재언을 찾아서 말을 걸려는데, 한 기자가 큰소리로 질문하는 소리가 들렸다.“민 대표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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