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을 바쳤는데, 내가 떠나자 미쳐버렸네의 모든 챕터: 챕터 321 - 챕터 330

334 챕터

제321화

강서이가 답장을 보냈다. “근무 시간에 왜 딴짓하면서 남의 SNS 구경하고 있어?”김설은 한동안 답이 없더니 짧게 답을 남겼다. [네, 죄송합니다. 바로 일하겠습니다.]...오전에 폐막식을 마치고 B시로 돌아갈 준비를 하던 강서이에게, 구기민의 비서가 G시 기업인협회 창립 30주년 기념 리셉션 초대장을 전해왔다.구기민이 주최하는 리셉션은 수많은 사람이 초대받고 싶어 하는 자리였다.강서이는 바로 항공편을 변경한 뒤 한지수에게 부탁해 G시에서 이름난 스타일리스트를 급히 예약했다.저녁 행사에 부족함 없는 모습으로 참석하기 위해서 헤어와 메이크업, 의상까지 새로 준비했다.스타일링을 받는 동안 남유환에게 메시지가 왔다. 언제 공항으로 출발할 예정인지 묻는 내용이었다.강서이는 일이 생겨 곧바로 돌아가지 않는다고 답했다.남유환은 적잖이 아쉬웠다.강서이와 단둘이 시간을 보낼 기회가 한 번 더 생길 줄 알았기 때문이다.하지만 이미 일정이 바뀐 이상 남유환은 먼저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체크아웃을 하러 1층으로 내려가자, 서태우, 민도하, 노아리가 이미 로비에서 기다리고 있었다.“빨리 좀 와. 왜 이렇게 꾸물거려? 너만 기다리고 있잖아.” 서태우가 재촉했다.“가고 있어.”기다리는 동안 성이남이 노아리에게 메시지를 보내 B시로 돌아갈 예정이냐고 물었다.노아리는 그렇다고 답했다. 이제 공항으로 출발할 참이었다.성이남이 메시지를 보내왔다. [원래는 너희랑 같은 비행기로 돌아가려고 했는데, 구 회장님 리셉션에 참석해야 해서 여기 하루 더 있을 것 같아.]성이남은 이번에 G시로 온 뒤 노아리와 따로 시간을 보낼 기회를 한 번도 잡지 못했다.노아리 곁에는 늘 민도하가 있었다.그래서 대부분은 멀리서 노아리를 한 번 바라보는 것만으로 만족해야 했다.성이남의 메시지를 보던 노아리는 문득 생각난 듯 물었다. [네가 말한 구 회장님, 구기민 회장님이 맞아?][응.]노아리는 핸드폰을 꽉 쥐고 다급하게 민도하에게 물었다. “도하야, 오늘 구기민 회장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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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2화

강서이는 성이남의 무시하는 시선은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안내 데스크로 가 참석자 등록을 했다.직원은 절차에 따라 초대장을 보여 달라고 요청했다.강서이는 가방을 열었다가 초대장이 보이지 않는 걸 깨달았다.가방 안을 몇 번이나 뒤졌지만 초대장은 끝내 나오지 않았다.뒤로 다른 참석자들이 도착하기 시작하자 직원은 어쩔 수 없이 강서이를 재촉했다. “손님, 초대장을 보여 주셔야 입장이 가능합니다. 확인 부탁드리겠습니다.”“죄송합니다. 조금만 더 찾아볼게요.” 강서이는 뒤에 있는 사람들을 방해하지 않으려고 옆으로 비켜섰다.그 모습을 본 성이남이 비웃음을 흘렸다.‘연기는 제법 그럴듯하네.’‘여기가 아무나 들어가는 평범한 파티인 줄 아나?’‘예전처럼 편법을 쓰거나 얼굴 하나 믿고 슬쩍 들어갈 생각인가?’‘꿈도 크지.’성이남은 그런 강서이를 더 보고 있을 가치도 없다고 생각했다. 곧 경멸 어린 시선을 거두고 행사장 안으로 들어갔다.강서이도 자신이 초대장을 잃어버렸을 줄은 몰랐다. 결국 구기민에게 메시지를 보낼 수밖에 없었다.지금쯤 손님을 맞느라 바쁠 테니 전화는 받기 어려울 거라 생각해 메시지를 선택했다.오래 기다리게 될 가능성도 이미 각오했다.강서이가 기다리는 동안 참석자들이 하나둘 행사장에 도착했다.그중에는 민도하와 노아리도 있었다.차에서 내린 노아리는 강서이를 보자 걸음을 살짝 늦췄다.강서이와 자신의 드레스가 겹친다는 걸 알아챘기 때문이다.두 사람 모두 검은색 계열의 홀터넥 드레스를 입고 있었고 소재까지 비슷했다.차이가 있다면 강서이는 값비싼 주얼리를 전혀 착용하지 않았다는 점이었다.대신 목선을 감싸는 스트랩에 스카프를 묶어 두었다. 길게 늘어진 스카프는 어깨를 타고 자연스럽게 흘러 허리 근처까지 내려왔다.바람이 불 때마다 스카프가 가볍게 흔들려 강서이의 분위기를 한층 생기 있고 선명하게 만들었다.억지로 꾸민 티도 없이 세련된 분위기였다.웬만한 보석보다 훨씬 눈에 띄었다.노아리는 그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강서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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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3화

구기민이 저렇게까지 신경 쓰는 걸 보면 꽤 중요한 손님인 듯했다.구기민의 비서가 밖으로 나간 지 얼마 되지 않아서 민도하와 노아리가 도착했다.노아리를 본 성이남의 눈이 환해졌다.성이남은 본능적으로 노아리에게 다가가려다 몇 걸음도 못 가 멈췄다. 노아리 곁에 민도하가 있다는 사실이 떠올랐기 때문이다.자신은 나설 입장이 아니었다.마침 입구 쪽으로 향하던 구기민은 두 사람을 보고 가볍게 인사를 건넸다.성이남은 그 모습을 보고 구기민이 비서를 보내 모셔 오라고 한 중요한 손님이 민도하와 노아리라고 생각했다.성이남은 억지로 노아리에게서 시선을 거뒀다.이번 리셉션에 참석한 데에는 따로 중요한 목적이 있었다.구기민이 민도하와 인사를 나누고 몇 마디 이야기를 주고받은 뒤, 강서이가 행사장 안으로 들어왔다.노아리는 막 구기민에게 말을 걸면서 몇 마디 더 나누려고 했다.하지만 구기민은 환하게 웃더니, 두 사람을 그대로 지나쳐 방금 들어온 강서이에게 곧장 다가갔다.“강 대표, 정말 미안합니다. 제가 핸드폰을 못 봐서 밖에서 기다리고 계신 줄 몰랐습니다. 오래 기다리셨습니까? 그냥 바로 전화하시지 그러셨어요.”구기민은 미안한 표정을 지으면서 강서이에게 다가가 악수를 건넸다.강서이도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오히려 제가 죄송해야 합니다. 초대장을 어디에서 잃어버렸는지 모르겠습니다. 괜히 번거롭게 해 드렸습니다.”구기민이 웃었다. “누구나 깜빡할 때가 있죠. 저도 자주 물건을 두고 다녀서 아내한테 늘 한소리 듣습니다.”두 사람이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보자, 노아리의 미소가 희미해졌다.강서이는 정말 구기민에게 정식 초대장을 받은 사람이었다.‘대체 무슨 수를 썼길래 구 회장님이 저렇게까지 강서이를 챙기는 거야?’구기민은 맞아야 할 손님이 많아 강서이와 오래 이야기하지 못했다. 자리를 뜨기 전 비서에게 강서이를 잘 챙겨 달라고 당부했다.강서이는 비교적 조용한 곳에 자리를 잡은 뒤 비서에게 자신은 괜찮으니 해야 할 일을 보라고 말했다.성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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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4화

강서이가 막 자신을 아는지 물으려고 했다.하지만 여자의 핸드폰이 다시 울리자, 곧바로 급히 전화를 받았다. “네, 지금 가요.”워낙 다급하게 떠나는 바람에 강서이에게 짧게 손짓으로 인사만 남길 수 있었다.강서이도 옷매무새를 정리한 뒤 화장실을 나왔다.행사장으로 돌아가기도 전에 복도에서 성이남과 마주쳤다.성이남이 정작 마주치고 싶었던 사람은 강서이가 아니라 노아리였다.하지만 원하는 대로 되는 일은 없었다.성이남의 표정은 차갑게 굳어 있었다.강서이도 성이남에게는 눈길조차 주지 않은 채 없는 사람처럼 지나쳐 행사장 쪽으로 향했다.두 사람이 스쳐 지나갈 때 성이남이 비웃음 가득한 목소리로 툭 던졌다. “어설프게 따라 하기는...”원래라면 무시했겠지만, 눈앞에서 대놓고 시비를 거는데 참고 지나갈 이유는 없었다.강서이가 돌아서서 성이남을 똑바로 바라봤다. “지금 무슨 개소리를 하시는 거예요?”눈빛은 날카롭고 기세는 서늘했다.성이남은 강서이가 바로 받아칠 줄 몰랐는지 조금 놀랐다.이내 더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제가 틀린 말을 했습니까? 강 대표님은 계속 아리 선배를 따라 하잖아요. 프로젝트도 그렇고 옷차림도 그렇고요.”“하지만 겉모습은 흉내 낼 수 있어도 아리 선배의 학력이나 성과까지 따라 하지는 못하실 겁니다. 평생 가도요.”강서이가 눈을 가늘게 떴다. “그러니까 성 대표님은 노아리 본부장만 따라다니는 사람이군요?”이제야 왜 성이남이 자신에게 유독 날을 세우는지 알 것 같았다.생각해 보면 강서이와 성이남은 별다른 접점도 없었다. 예전에 협업 이야기를 나눌 때는 성이남이 약속을 몇 번이나 일방적으로 미루기까지 했다.그런데도 강서이는 줄곧 성이남에게서 이유 모를 적대감을 느꼈다.전에는 이해하지 못했지만 이제는 이유가 분명해졌다.성이남은 노아리만 따라다니는 사람이라는 말을 불쾌해했다. 강서이를 바라보는 시선이 더 싸늘해졌다. “저를 그렇게 저급한 사람으로 보지 마십시오.”“저급하다고요? 저는 그런 말 한 적 없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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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5화

윤성미는 잠시 생각한 뒤 답했다. “죄송하지만 오늘은 업무 이야기를 하지 않으려고 해요.”성이남도 더 강하게 밀어붙일 수가 없어서 곧바로 물러섰다. “그럼 다음에 따로 찾아뵙겠습니다.”윤성미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인 뒤 자리를 떠났다.성이남이 윤성미가 가는 방향을 따라 시선을 옮기자, 윤성미는 망설임 없이 강서이에게 곧장 걸어가고 있었다.그 모습을 본 성이남의 입가에서 서서히 미소가 사라졌다.“강 대표님, 아까 정말 고마웠어요.” 윤성미는 강서이의 손을 잡고 반가움을 숨기지 않았다.“별일도 아닌데요. 너무 마음 쓰지 마세요.” 강서이도 윤성미의 손을 가볍게 잡았다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그런데 손이 왜 이렇게 차가워요?”윤성미는 조금 망설이다 말했다. “생리할 때마다 이래요. 원래 몸이 찬 편이라서요.”강서이도 예전에는 비슷한 증상이 있었지만, 꾸준히 몸을 관리한 뒤 많이 나아졌다.그 말을 듣자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저도 예전에는 몸이 많이 찼어요. 한의원에서 처방받은 한약을 먹고 꽤 좋아졌거든요. 필요하시면 그때 받은 한약 처방을 알려 드릴게요.”“오래된 증상이라 이제는 익숙해요. 약도 여러 번 먹어 봤는데 별 효과가 없어서 더 신경 쓰지 않으려고요. 그래도 마음 써 줘서 정말 고마워요.” 윤성미는 강서이가 갈수록 마음에 들었다.“전에 제 남편이 강 대표님 이야기를 한 적이 있어요. 정말 뛰어난 사람이라고 하더라고요.”“그 사람이 그렇게 높이 평가하는 여자는 대체 어떤 사람일까 계속 궁금했는데, 오늘 만나 보니 무슨 뜻인지 알겠어요. 정말 야무지고 센스 있는 분이네요.”윤성미는 강서이가 무척 마음에 들었는지 손을 놓지 않은 채 한참 이야기를 나눴다.대화를 나누는 중에도 여러 사람이 윤성미에게 인사를 하러 와서 술잔을 권했다.강서이는 윤성미가 생리 중이라는 걸 떠올렸다. 술을 마시면 몸이 더 힘들 수 있어서 강서이가 대신 잔을 받아 마셨다.처음에는 윤성미도 만류했지만, 강서이는 자신이 술이 센 편이고 예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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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6화

바로 다음 순간, 방 안에 선명한 따귀 소리가 울려 퍼졌다.강서이는 역겹다는 듯 남자의 몸에서 거칠게 빠져나왔다.몸부림치다가 발끝이 민도하의 급소를 건드린 모양이었다.민도하는 낮게 신음하며 몸을 잔뜩 웅크렸다. 꽤 고통스러워 보였다.그래도 강서이는 미안한 마음은 조금도 들지 않았다.먼저 함부로 손을 댄 쪽은 민도하였으니까.“이제 정신 좀 들어? 눈 똑바로 뜨고 내가 누군지 잘 봐!”강서이는 불쾌한 표정으로 휴지를 뽑아 입술을 닦으며 쏘아붙였다. “사람까지 헷갈릴 정도면, 네가 노아리를 정말 사랑하는 건지 의심스럽네.”오늘 강서이는 노아리와 같은 디자인의 드레스를 입고 있었다.술에 취한 민도하가 강서이를 노아리로 착각한 탓에 소파로 끌어당겨 입을 맞춘 듯했다.전에도 술을 마신 적은 있었지만 이렇게까지 자제력을 잃은 모습은 본 적이 없었다.정확히 말하면 민도하를 이토록 흔들 수 있는 사람은 노아리뿐이었다.강서이는 생각할수록 재수가 없었다. 곧이어 겨우 소파에서 몸을 일으키던 민도하를 다시 걷어차며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당장 이 방에서 나가!”“안 나가면 성추행으로 신고할 거야!”민도하도 일이 커지는 건 꺼렸는지 강서이와 말다툼하지 않았다.두 번이나 걷어차인 것도 그대로 감수했다.방을 나서기 전에는 양심이 찔린 건지, 일을 덮으려는 건지 강서이에게 짧게 사과했다.강서이가 보기에는, 그가 자신을 노아리로 착각했을 가능성이 더 컸다.‘내가 이 일을 떠벌려 노아리가 오해할까 봐 겁이 난 것이겠지.’‘연인의 마음을 달래는 일이 쉬운 것도 아니니까.’아쉽게도 강서이는 민도하가 누군가를 달래는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흐트러진 옷매무새를 정돈한 뒤에야 강서이는 휴게실을 나섰다. 걸음을 서두르느라 멀지 않은 곳에 서 있던 성이남을 보지 못했다.성이남은 노아리 대신 민도하를 찾으러 온 길이었다.성이남은 저녁 내내 기다린 끝에 겨우 혼자 있는 노아리와 마주쳤다.곧장 다가가서 노아리에게 말을 걸었다.두 사람이 잠시 대화를 나눈 뒤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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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7화

‘나한테 경고하는 건가?’강서이가 의미를 확인하려 했지만, 민도하는 아무 일도 없었던 듯 시선을 거두었다.팔짱을 끼고 바짝 붙어 있는 노아리에게 고개를 돌린 민도하는 냉담하던 목소리를 부드럽게 낮췄다. “하이힐 신고 오래 서 있으면 힘들잖아. 어디 가서 좀 앉자.”“그래.”두 사람은 다정하게 붙어 자리를 떠났다.강서이는 자신이 신은 하이힐을 내려다보면서 소리 없이 웃었다.학생 때부터 한지수에게 자주 하던 말이 있었다.하이힐은 세상에서 손꼽히는 고문 도구라고.사회생활을 시작한 뒤에는 어른다운 모습을 갖춰야 한다는 이유로, 강서이는 자신이 가장 싫어하던 하이힐을 억지로 신었다.첫해에는 발에 난 상처가 나을 틈이 없었다.구급함에 가장 많이 쌓아 둔 것도 온갖 종류의 진통 패치였다.발목을 삐거나 살갗이 까지는 일은 흔했다.가장 심했을 때는 발가락뼈가 부러졌는데도 알아차리지 못하고, 그저 구두가 맞지 않는 줄로만 알았다.그 상태로 하루 종일 버티며 민도하의 사업 현장 실사를 따라다녔다.결국 통증을 견디지 못해 병원에서 엑스레이를 찍고서야 골절 사실을 알았다.의사는 발가락이 부러진 것도 모를 만큼 무심하냐며 강서이를 나무랐다.한지수는 몸을 아끼지 않는다고 강서이를 혼냈고, 여자친구 하나 살필 줄 모른다며 민도하까지 욕했다.직접 민도하를 찾아가 따지겠다는 한지수를 강서이가 간신히 말렸다.당시 민도하는 중요한 사업 두 건을 동시에 검토하느라 비행기를 사무실처럼 삼고 다닐 정도였다.강서이는 자신의 일까지 더해서 민도하가 신경 쓰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민도하는 지금까지도 하이힐을 신은 강서이가 발가락이 부러진 상태로 버텼다는 사실을 모른다.접대 자리에서 술을 마시다 위출혈까지 일으켰던 일도 마찬가지였다.강서이는 그 관계에서 고개를 숙인 채 내어 주기만 했고, 무언가를 받아야겠다고 생각한 적은 없었다.사랑은 대가를 바라지 않고 기꺼이 주는 마음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강서이가 민도하를 사랑했던 방식처럼.지금까지의 일은 그 믿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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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8화

지금 성이남이 보기에, 강서이는 능력으로 노아리를 이길 수 없으니 저런 ‘비열한 수단’을 써서 목적을 이루는 것이었다.그리고 계산이 빠르고 수법까지 ‘더러운 강서이’를 ‘순진한 아리 선배’가 절대 이길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상황만 허락했다면, 성이남은 곧장 구기민에게 다가가서 강서이의 ‘술수’에 넘어가지 말라고 경고하고 싶었다.성이남은 속에서 치미는 거부감을 눌러 삼킨 채 윤성미의 비서를 찾아 방문 목적을 밝혔다.SH테크 인수합병 건을 윤성미와 논의하고 싶다고 했다.비서는 미안한 기색으로 윤성미가 중요한 손님을 만나고 있어서 지금은 면담이 어렵다고 전했다.“괜찮습니다. 얼마든지 기다리겠습니다.” 성이남은 충분한 성의를 보였다.이번에 G시에 온 목적은 단 하나였다. SH테크 인수합병 건을 따내 반도체 산업에 진출하는 것.SH테크는 G시에 기반을 둔 반도체 기업으로, 윤성미는 SH테크의 지분 일부를 보유하고 있었다.SH테크는 최근 2년간 영승반도체에 밀려 시장점유율이 계속 떨어졌고, 3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윤성미는 인수 합병을 통해 조직을 재편하고, SH테크가 나아갈 새로운 방향을 찾으려고 했다.아직 외부에는 공개되지 않은 정보였다.성이남도 아버지의 인맥을 동원한 끝에 어렵게 알아낸 소식이었다.그러니 다른 경쟁자들이 뛰어들기 전에 윤성미를 설득해 성세그룹이 SH테크 인수합병에 참여하도록 만들 생각이었다.성이남은 SH테크를 다시 일으켜 영승반도체와 맞설 자신도 있었다.‘그렇게 되면 아리 선배도 나를 한 번쯤 더 봐 주지 않을까?’그 생각에 이르자 어째서인지 강서이가 비꼬듯 던졌던 말이 떠올랐다.성이남의 옷차림이 민도하와 무척 닮았고, 성이남은 민도하를 따라 한 것처럼 보인다는 말이었다.성이남의 눈이 매섭게 가라앉았다.‘내가 왜 강서이 같은 여자를 떠올리는 거지?’...구기민이 소개하려던 사람이 아내일 줄은 강서이도 몰랐다.구기민이 입을 열기도 전에 윤성미가 웃으며 말했다. “소개는 안 해 줘도 돼. 우리 이미 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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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9화

“두 분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강서이가 건넨 약속이었다.두 사람은 한동안 더 이야기를 나눴다.윤성미가 몹시 지쳐 보이자, 강서이는 먼저 대화를 마무리하고 얼른 쉬라고 권했다.방을 나온 강서이는 밖에서 오래 기다리고 있던 성이남과 마주쳤다.두 사람 모두 표정이 좋지 않았고, 상대를 한 번 더 바라보는 것조차 싫어했다.서로를 업신여기고 못마땅해하는 기색이 역력했다.다만 자리를 떠나는 강서이의 발걸음은 눈에 띄게 가벼웠다.비서는 윤성미의 몸 상태가 좋지 않으니, 가능하면 다른 날 다시 방문해 달라고 성이남에게 설명했다.그럼에도 성이남은 윤성미를 꼭 만나야 한다며 물러서지 않았다.난처해진 비서는 안으로 들어가 윤성미에게 상황을 전할 수밖에 없었다.2분 뒤, 성이남은 마침내 윤성미를 만났다.“성 대표님, 먼저 사과할게요. SH테크 인수 합병을 맡기고 싶은 분을 이미 정했어요. 괜히 성 대표님 시간을 빼앗고 싶지는 않네요.”성이남은 순간 표정이 굳어졌다. 조금 전 강서이가 가벼운 걸음으로 나가던 모습을 떠올리자 곧 사정을 짐작했다.눈빛을 가라앉힌 성이남은 그래도 윤성미에게 경고해야겠다고 판단했다. “혹시 마음에 두신 분이 강서이 대표입니까?”윤성미는 부인하지 않았다.성이남은 경멸 어린 웃음을 흘렸다. “말씀드리기 조심스럽지만 강 대표는 능력이 검증된 사람도 아니고 학력도 내세울 만한 수준이 아닙니다. 정말 그런 사람에게 SH테크를 맡기실 생각이십니까?”편견과 공격성이 고스란히 묻어난 말에 윤성미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성 대표님은 강 대표에 대한 편견을 갖고 계신 것 같네요. 두 분 사이에 무슨 오해라도 있나요?”성이남의 표정에는 드러나는 경멸 대신 차가운 비웃음이 짙어졌다. “오해는 없습니다. 저도 강 대표님과 친하지는 않습니다만, 몇 가지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사람 됨됨이가 바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윤성미는 허리에 쿠션을 받치고 뒤로 기대 앉았다. 성이남을 바라보는 눈길이 한층 싸늘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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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0화

영상이 공개되기 전까지도 성이남은 자신의 판단이 옳다고 굳게 믿었다.‘윤 여사가 강서이를 저렇게까지 믿는 이유가 뭘까?’‘아마 강서이의 말에 넘어간 것이리라...’‘강서이...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속이 시커먼 사람이었어.’하지만 영상으로 진실이 드러나자 성이남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CCTV에는 강서이가 카펫에 발이 걸린 데다가, 하이힐까지 신고 있어서 중심을 잃고 앞으로 넘어지는 모습이 또렷이 찍혀 있었다.구기민은 예의와 반사적인 구조 본능으로 강서이를 붙잡았을 뿐이었다.강서이가 자세를 바로잡자 두 사람은 곧바로 떨어졌다.처음부터 끝까지 선을 넘는 행동은 전혀 없었다.성이남의 표정이 어둡게 가라앉으면서 굳게 다문 입술에는 힘이 들어갔다.윤성미만 처음부터 끝까지 담담했다.진실을 확인한 이상 더는 시간을 낭비할 이유가 없었다. 윤성미는 곧장 축객의 뜻을 밝혔다. “성 대표님, 전 몸 상태가 좋지 않아 더 모시기 어렵겠네요. 이만 돌아가 주세요. 약속하신 대로 강 대표한테 직접 사과하시길 바랍니다.”성이남의 표정은 아주 좋지 않았다. 그래도 약속한 이상 아무리 내키지 않아도 지켜야 했다....리셉션이 끝나 갈 무렵, 강서이도 구기민에게 인사를 건넨 뒤 돌아갈 생각이었다.하지만 먼저 다가선 사람들이 있었다.민도하와 노아리였다.노아리는 저녁 내내 기다린 끝에 겨우 구기민과 이야기할 기회를 잡았다.작별 인사를 하러 온 자리였지만 일부러 대화를 조금 더 이어 갔다.구기민의 태도는 여전히 무심하지도 다정하지도 않은 정도였다.노아리는 힘이 빠졌다. 아무리 애를 써도 뜻대로 되지 않는 듯한 답답함이 밀려왔다.민두해를 대할 때도 비슷한 기분을 느낀 적이 있었다.민도하는 노아리를 달래려는 듯 눈길을 건넸다.구기민에게 작별 인사를 할 기회를 보던 강서이는 자연스럽게 두 사람을 지켜보고 있었다. 서로만 보인다는 듯 눈빛을 주고받는 모습도 고스란히 들어왔다.그 와중에 노아리는 도발하듯 강서이를 흘겨보았다.강서이도 사양하지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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