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7년을 바쳤는데, 내가 떠나자 미쳐버렸네: Chapter 401 - Chapter 410

426 Chapters

제401화

“튼튼한 버섯.”강서이가 다시 물었다. “그럼 나는?”아이는 눈을 깜빡이다가 말했다. “예쁜 버섯.”“그런데 넌 왜 튼튼한 버섯이야?” 강서이가 물었다.아이가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그래야 아무도 나를 괴롭히지 못하니까.”강서이의 가슴 한구석이 욱신거렸다. 시고 떫은 감정이 목구멍까지 차오르면서 마음이 아렸다.강서이는 손을 뻗어 아이의 옷자락을 살며시 건드렸다.아이가 거부할까 봐 조심스러웠다.아이는 움찔하긴 했지만 손길을 피하지는 않았다.강서이는 더 다가가지 않고 물었다. “그럼 내가 너보다 더 튼튼한 버섯이 되어도 될까? 내가 널 지켜 줄 수 있게.”아이는 한참 강서이를 바라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언니는 더 튼튼하고 예쁜 버섯 해.”윤성미가 찾아왔을 때, 아이는 강서이의 침대에서 곤히 잠들어 있었다.윤성미는 꽤 놀란 눈치로 강서이에게 어떻게 한 거냐고 물었다.자신은 처음 아이의 신뢰를 얻는 데 거의 일 년이나 걸렸다고 하면서.강서이의 설명을 들은 윤성미는 감탄했다. “역시 강 대표는 방법이 있으시네요.”뒤이어 표정을 엄하게 하고 타일렀다. “의사 선생님이 푹 쉬라고 하셨잖아요. 말 좀 잘 들으세요.”강서이는 금세 얌전해졌다.김설이 그 모습을 보고 장난스럽게 말했다. “역시 윤성미 여사님만 저희 대표님을 말릴 수 있네요. 제가 무슨 말을 해도 안 들으셨거든요.” “그런데 여사님 한마디에 대표님이 바로 얌전해지잖아요. 앞으로 자주 와 주세요.”강서이는 할 말을 잃었다. 윤성미와 아이가 돌아간 뒤, 김설은 기다렸다는 듯 강서이에게 소문 하나를 풀어놓았다.“대표님! 진짜 대박 소식이에요!”강서이는 별 관심이 없었다. “무슨 대박 소식이 있다고?”“진짜라니까요! 이번 건 완전 대박이에요!” 김설이 신이 나서 말을 쏟아 냈다. “민 대표님이랑 노아리 본부장이 약혼식 올리러 섬에 갔잖아요. 그런데 어떻게 됐는지 알아요?”강서이가 힐끗 쳐다봤다.시선이 싸늘했다.김설은 헛기침을 하고 얼른 결론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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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2화

강서이는 그쪽을 한 번 더 바라봤다.민도하와 노아리 일행이 서둘러 밖으로 나가고 있었다.노아리는 모자와 선글라스, 마스크까지 착용해서 얼굴을 빈틈없이 가린 채 내내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민도하의 한쪽 팔에는 팔걸이 보조기가 걸려 있었다. 생각보다 부상이 심해 보였다.그런 상태에서도 다치지 않은 손으로는 노아리를 감싸듯 보호하고 있었다.시선을 느낀 건지 민도하가 강서이 쪽을 바라봤다.두 사람의 눈이 아주 잠깐 마주쳤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서로를 보는 눈은 이상할 만큼 무심했다.강서이는 아무런 동요 없이 눈을 돌리고 일행과 함께 다른 출구로 빠져나갔다.다음 날 아침 일찍, 강서이는 항만 재개발 프로젝트 현장으로 향했다. 안전점검단을 맞이하기 위해서였다.뜻밖에도 배준석까지 현장에 나와 있었다.강서이가 먼저 인사할 틈도 없이 배준석이 먼저 다가와서 물었다.“어디 다쳤어요? 많이 심한 건 아니죠? 안색도 별로 안 좋아 보이는데요.”잠시 강서이를 살피더니 덧붙였다. “살도 많이 빠졌어요.”고작 보름 남짓 못 봤을 뿐인데, 배준석은 세심하게 강서이의 변화를 알아차렸다.“G시에서 조금 다쳤어요.” 강서이가 설명했다.배준석의 표정이 바로 굳어졌다. “많이 다친 건가요? 의사는 뭐라고 하던가요?”“괜찮아요. 거의 회복됐어요. 걱정해 주셔서 감사합니다.”배준석은 그제야 안도했다. “괜찮다니 다행입니다.”두 사람이 몇 마디 나누기도 전에 안전점검단이 도착했다.급히 맞으러 나갔던 강서이는 선두에 선 책임자를 보고 저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렸다.노장훈이었다.하지만 곧 표정을 정돈하고 노장훈을 비롯한 점검단과 차례로 악수했다.노장훈은 업무 책임자답게 무난한 태도를 보였다. 강서이의 뺨에 남은 상처를 보고는 한마디 물었다. “강 대표, 다친 거야?”“거의 다 나았습니다. 신경 써 주셔서 감사합니다, 장관님.”강서이는 예의상 답했다.업무 중인 만큼 노장훈도 그 이상 캐묻지 않았다.안전점검은 순조로운 듯하면서도 묘하게 까다롭게 흘러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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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3화

“강 대표님은 이미 충분히 잘하고 계십니다.”배준석은 빈말을 하는 게 아니었다. 진심으로 강서이가 잘해 내고 있다고 생각했다.이어 부드럽게 달랬다. “너무 불안해하지 마세요. 작은 문제라면 보완할 기회를 줄 겁니다.”“감사합니다.”“잠깐이라도 쉬세요. 정말 안색이 좋지 않습니다.” 배준석은 돌아가기 전까지도 강서이에게 꼭 쉬어야 한다고 당부했다.배준석이 떠나자 김설이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물었다. “대표님, 배 과장님이 혹시 대표님 좋아하는 거 아닐까요? 제 느낌엔 맞는 것 같은데요. 대표님 볼 때 눈이 반짝반짝하잖아요.”강서이는 서류를 넘기며 말했다. “울트라맨도 아니고 눈에서 무슨 빛이 나.”“이제 확실히 알겠어요. 대표님은 진짜 연애 감각이 하나도 없어요.”...오후가 되자 햇볕이 강하게 내리쬐었다. B시의 여름 볕은 유난히 따갑기로 유명했다.뙤약볕 아래 서 있던 강서이는 몸에 힘이 빠지는 걸 느꼈다.몸도 아직 완전히 회복되지도 않은 데다 중등도 뇌진탕까지 있었다. 그런 몸으로 강도 높은 업무를 버티는 건 무리였다.심한 어지럼증이 밀려오더니 발밑이 텅 빈 듯하면서 몸이 휘청했다.의식도 잠깐 끊어졌다.정신을 차렸을 때 강서이는 노장훈의 품에 기댄 채 누워 있었다.노장훈은 걱정이 가득한 표정이었다.“강 대표, 괜찮아?”주변에도 사람들이 잔뜩 모여 있었다.“장관님이 빨리 받아 주셔서 다행이지, 아니었으면 큰일 날 뻔했습니다.”“맞아요. 여기서 그대로 넘어졌으면 정말 위험했을 겁니다.”“사람이 무사하면 됐어.” 노장훈은 강서이를 부축해서 일으킨 뒤 비서에게 지시했다. “차 바로 준비해. 강 대표 병원으로 모셔.”검사가 끝난 뒤에도 강서이의 어지럼증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강서이는 몸을 억지로 일으켜서 노장훈에게 감사 인사를 하려고 했다.노장훈이 바로 막았다. “몸이 안 좋으면 일어나지 마. 회복하는 게 먼저야.”잠깐 생각한 뒤 말을 이었다. “안전점검 쪽도 너무 신경 쓰지 마. 큰 문제는 없어.”“감사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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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4화

이예수는 질문을 던진 뒤에도 오래도록 답을 듣지 못했다.민도하는 저녁이 되어서야 병원에 왔다.이예수는 두 사람만 남겨 주려고 자리를 피하려고 했다.하지만 노아리는 이예수의 손을 놓지 않고 계속 붙잡았다.결국 이예수는 민도하에게 돌아가 쉬라고 한 뒤 자신이 병원에 남아 노아리를 돌보기로 했다.수액을 다 맞고 난 강서이는 답답한 기분이 들어서 병실 밖으로 나왔다.김설이 원래 병원에 남아 강서이를 돌보려 했지만 강서이가 억지로 돌려보냈다.몸 상태도 그리 나쁘지는 않았고, 누군가의 간호가 꼭 필요한 정도도 아니었다.게다가 강서이가 G시에서 다쳐서 며칠 더 머물렀던 탓에 김설의 남자친구도 슬슬 불만을 터뜨리고 있었다.김설이 직접 말한 적은 없지만, 강서이는 두 사람이 전화로 다투며 헤어지자는 말까지 주고받는 걸 들은 적이 있었다.어둠이 내려앉은 병원은 고요했다. 오랜만에 바람도 불어서 병실 안보다 바깥이 훨씬 시원했다.강서이는 적당한 의자를 찾아 앉은 뒤 휴대전화로 밀린 업무를 처리했다.프로젝트팀에도 다시 보완 작업을 지시했다. 점검단이 더는 어떤 문제도 찾아내지 못하게 철저히 준비하라고 했다.일을 막 끝냈을 때 하장현에게 메시지가 왔다. 쓰러져 입원한 게 맞냐는 내용이었다.강서이는 그렇게 심한 건 아니라고 답했다.그러자 하장현은 어느 병원에 있는지 계속 물으며 꼭 오겠다고 했다.강서이가 말하기 싫어하는 걸 눈치챘는지, 김설에게 전화하면 어차피 알아낼 수 있다고까지 했다.강서이는 어쩔 수 없이 병원 주소를 보내 줬다.하장현은 조금 있다 하정민과 함께 가겠다고 했다. 하정민도 강서이를 무척 걱정해서 직접 봐야 안심할 것 같다고 했다.강서이는 자리에서 일어나 병실로 돌아갔다.그런데 병실 입구에서 안쪽에서 나오던 민도하와 마주쳤다.바쁘게 걷던 민도하는 강서이를 발견하자 걸음을 멈췄다.강서이는 시선을 오래 두지 않았다. 차갑게 시선을 돌린 뒤 그대로 안으로 향했다.두 사람이 서로 스쳐 지나가기 직전, 민도하가 먼저 입을 열었다.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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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5화

강서이는 정성을 외면할 수 없어서 두 그릇이나 먹었다.하장현이 오늘도 수액을 맞아야 하는지 물었다.강서이는 그렇다고 답했다.하장현은 잠시 망설이다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여기 보호자도 안 계시잖아요. 제가 남아서 같이 있어 드릴까요? 그래도 누가 곁에 있으면 낫지 않겠어요?”“정말 괜찮아요. 수액만 맞는 거라 혼자서도 충분해요. 예전에도 혼자 수액 맞은 적 많았어요.”그런 말을 하지 않았으면 차라리 나았을 텐데.하장현은 오히려 더 마음이 쓰였다. “그건 예전이잖아요. 지금은 그렇게까지 혼자 버티지 않으셔도 돼요.”그 말이 떨어지자 두 사람 모두 잠잠해졌다.그래도 강서이는 끝내 하장현을 돌려보냈다. ‘문심’이 IPO를 준비하는 중이라 하장현도 처리할 일이 산더미처럼 많았다.하장현이 떠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남유환이 찾아왔다. 품에는 커다란 해바라기 꽃다발이 안겨 있었다.강서이는 남유환이 자신이 입원한 사실을 어떻게 알았는지 몰랐다.“막 도착했는데 강 대표님이 입원하셨다는 얘기를 듣고 바로 왔습니다. 어쩌다 이렇게 심하게 다치셨어요?” 남유환이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G시에서 사고가 좀 있었어요.” 강서이는 자세히 말하지 않았다.남유환도 강서이가 더 이야기하고 싶어하지 않다는 걸 알아차리고 캐묻지 않았다. 대신 몸부터 잘 돌보라고 거듭 당부했다.어떤 일이 있어도 건강이 가장 중요하다고 하면서.문병만 하고 돌아갈 줄 알았는데, 남유환은 갈 생각이 없는 듯 소파에 앉아서 휴대전화를 꺼냈다.잠시 정적이 흐른 뒤 강서이가 먼저 말했다. “전무님, 안 바쁘세요?”남유환이 대답했다. “바쁘죠.”“그럼 먼저 가서 일 보시는 게 어떠세요?”“괜찮습니다. 일은 해도 해도 끝이 없잖아요. 수액 다 맞으실 때까지 같이 있어 드릴게요.”강서이는 말문이 막혔다. ‘내가 너무 돌려서 말했나?’사실 남유환은 강서이의 뜻을 정확히 알고 있었다.그저 못 알아들은 척하는 것뿐이었다.마음에 드는 여자를 따라다니려면 우선 뻔뻔할 줄 알아야 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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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6화

남유환 한 사람만 있어도 강서이는 충분히 불편했다.이제는 서한승까지 하나 더 늘었다.‘이 사람들은 다들 일이 없나?’어쨌든 각자 회사에서 최고위직에 있는 사람들이었다.더 골치 아픈 건 두 사람이 은근히 경쟁하기 시작했다는 점이었다.한쪽이 과일을 깎으면 다른 한쪽은 바로 차를 따라 주었다.강서이가 뭘 집으려고 손만 뻗어도 둘이 동시에 다가와서 도움이 필요하냐고 물었다.조금만 몸을 움직여도 어디 불편한 데가 있는지, 의사를 부를지부터 확인했다.지나치게 예민해진 채 혹시라도 서로에게 뒤처질까 신경 쓰는 모습이었다.강서이가 두 사람 때문에 머리가 아파질 무렵, 또 다른 문병객이 찾아왔다.강서이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서태우가 반갑다는 생각이 들었다.서태우는 아버지의 부탁을 받고 강서이를 보러 왔다가, 병실에서 서한승과 남유환을 마주칠 줄은 몰랐다.서태우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남유환에게 물었다. “너 AI 서밋 간 거 아니었어? 어젯밤에 내가 만나자고 전화했을 때 분명 보름은 더 있다 온다며.”남유환은 들킨 사람답지 않게 태연자약했다. “일이 있어서 먼저 왔어.”서태우는 더 이해가 안 됐다. “무슨 일이 업계 AI 서밋보다 중요해?”남유환은 아예 대답을 하지 않았다.서태우는 이번엔 옆에 있던 서한승을 바라봤다. “분기 회의는 왜 갑자기 취소했어? 나 ZH은행까지 갔다가 거기서 취소됐다는 얘기 들었잖아.”“갑자기 일이 생겨서 취소했어.” 서한승은 대수롭지 않게 답했다.“무슨 일이 ZH은행 분기 회의보다 중요한데?”서한승은 슬쩍 질문을 피하면서 되물었다. “너도 서이 보러 온 거야?”서태우는 그제야 본래 목적을 떠올린 듯했다.“아, 맞다. 아버지가 강 대표가 아프다는 얘기 듣고 꼭 가 보라고 하셨어. 강 대표가 빨리 나았으면 좋겠다고도 하셨고.”“그럼 서 대표님께 감사하다고 전해줘.” 강서이가 예의 있게 대답했다.서태우는 오래 머물지 않았다. 이상하게 강서이 앞에만 서면 몸이 굳어지는 느낌이 들어서 적당한 핑계를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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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7화

서태우의 대답에 노아리의 눈빛이 차갑게 가라앉았다.아주 미세한 변화였지만, 노아리는 그 말이 썩 마음에 들지 않았다.그래도 최대한 차분한 어조를 유지했다. “나도 친구니까 한마디 해 주는 거야. 나머지는 네가 알아서 판단해.”바로 어젯밤에도 이사랑에게서 메시지가 왔다. 강서이가 다시 B시 여성 자산가 1위 자리를 되찾았다는 소식이었다.노아리의 이름은 강서이 아래로 밀려나 있었다.불꽃놀이 사고의 여파로 영승반도체 주가는 연일 떨어졌고, 노아리의 자산 가치도 계속 줄었다. 강서이와의 격차는 갈수록 벌어졌다.꿈결엔진도 소송과 손해배상 문제가 줄줄이 걸려 있었다.우천시 쪽에서도 법적 절차에 들어갔다.한마디로 엉망진창이었다.온라인에서는 노아리가 평생 강서이를 넘지 못할 거라는 말까지 나돌았다.가슴속에 뭉친 분노가 계속 타오르는 것 같았다.노아리는 스스로를 달랠 수밖에 없었다.‘그래도 내겐 도하가 있어. 아직 진 게 아니야.’‘강서이가 사업 감각은 좀 있을지 몰라도 딱 거기까지야.’‘출신도, 학력도 결국 한계가 될 수밖에 없어. 더 높은 곳까지는 못 올라가.’‘그러니까 능력 하나 빼면 강서이가 나보다 나은 건 아무것도 없어.’그 이야기가 끝난 뒤 두 사람 사이에는 긴 침묵이 내려앉았다.결국 서태우가 먼저 말을 꺼냈다. 피곤하지 않은지 물으면서, 병실로 돌아가 쉬는 게 어떻겠냐고 말했다.노아리는 기다렸다는 듯 그러자고 했다.서태우는 휠체어를 돌려서 병실 쪽으로 향했다.산책로 맞은편에는 작은 인공호수가 있었고, 그 주변은 제법 붐볐다.노아리는 그 앞을 지나며 무심코 호수 쪽을 봤다.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사람은 서한승이었다.서한승은 호숫가 잔디 위에 떨어진 모자 하나를 줍더니, 묻은 풀잎을 꼼꼼히 털어 낸 뒤 반대편으로 빠르게 걸어갔다.노아리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서한승을 따라갔다.결국 절대 보고 싶지 않은 사람까지 눈에 들어왔다.노아리의 눈에 비웃음이 스쳤다.곧바로 시선을 거두고 서태우에게 조금 빨리 가자고 재촉했다.그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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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8화

배준석의 아버지는 일 처리가 빨랐다. 오래 지나지 않아서 답을 줬다.이미 누군가 위쪽에 이야기를 해 둔 상태라고 했다. 다만 누가 손을 쓴 것인지는 알려 주지 않았다.어쨌든 문제가 해결되자, 배준석은 곧바로 강서이를 찾아왔다. 빨리 이 소식을 전해서 마음 놓고 치료에만 집중하게 해 주고 싶었다.분명 반가운 소식이었다.강서이는 배준석에게 진심으로 감사했다.그런데 배준석의 시선은 어느새 서한승에게 가 있었다. 남자로서 상대 남자를 재듯 조용히 살피는 눈이었다.서한승도 그 시선을 느끼고 배준석을 바라봤다.두 사람의 눈이 맞붙자 말없는 긴장감이 번지기 시작했다.다만 강서이가 있는 자리라 둘 다 티를 내지는 않았다.각자 평소의 점잖은 태도를 그대로 유지했다.걱정 하나가 해결되자, 강서이는 또 다른 문제 때문에 머리가 아파졌다.남유환에 서한승만으로도 벅찬데 이제는 배준석까지 더해졌다.‘이걸 대체 어떻게 감당하지?’고민하고 있던 때 주치의가 문을 두드리고 들어왔다.주치의는 병실을 한 바퀴 둘러본 뒤 단호하게 말했다. “환자분은 안정을 취하셔야 합니다. 너무 오래 대화를 나누면 회복에 방해가 됩니다. 문병이 끝난 분들은 이제 돌아가 주세요.”의사의 말에는 세 사람도 더 버틸 수 없었다. 얌전히 강서이에게 인사하고 병실을 나갔다.강서이는 드디어 혼자 조용히 쉴 수 있게 됐다.오후에는 진인자가 찾아와서 영양까지 고려해서 푸짐하게 챙긴 음식을 건넸다.강서이는 자신이 입원한 걸 어떻게 알았느냐고 물었다.진인자는 숨기지 않고 그대로 말했다. “도하가 말해 줬어.”강서이는 민도하가 무슨 생각으로 알린 건지 생각하고 싶지도 않아서 더 묻지 않았다.두 사람은 잠시 이야기를 나눴다. 진인자가 돌아가서 민두해의 저녁 식사까지 준비해야 한다는 걸 알고 있기에, 강서이는 일찍 들어가 보라고 재촉했다.진인자는 내일 다시 오겠다며 먹고 싶은 게 있으면 말해 보라고 했다. 자기가 직접 만들어 오겠다고 했다.진인자의 성격을 잘 아는 강서이는 손이 많이 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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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9화

낮 동안 제대로 쉬지도 못했던 강서이는 지금 약기운 덕분에 깊이 잠들어 있었다.병실은 조용했고 커튼만 밤바람에 가볍게 흔들렸다.밤이 깊어지면서 바깥에는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여름밤의 비는 거셌다. 열린 창문 사이로 빗물이 쉽게 들이쳤다.간호사들은 병실을 하나씩 돌며 창문이 닫혀 있는지 확인했다.강서이의 병실을 확인하던 때, 큰 천둥소리가 울리면서 강서이가 잠에서 깼다.“괜찮아요. 천둥이 쳐서 놀라신 것 같아요. 창문이 닫혀 있는지만 확인하러 왔습니다.” 간호사가 얼른 설명했다.“안 닫았어요. 오후에 좀 답답해서 환기하려고 열어 뒀거든요.” 강서이는 대답하며 창가를 바라봤다.그러다 잠깐 눈을 멈췄다.창문은 이미 꼭 닫혀 있었다.간호사도 그걸 보고 말했다. “아마 다른 선생님이 닫아 주셨나 봐요. 괜찮으니 계속 주무세요.”간호사가 나가자 병실은 다시 조용해졌다.강서이도 다른 간호사가 닫아 준 거라고 생각하고 별다른 의심을 하지 않았다.다시 눕다가 에어컨 설정 온도가 26도로 바뀌어 있는 것도 발견했다.강서이가 가장 편안하게 여기는 온도였다.오후에 창문을 열어 놓을 때 온도를 조금 더 낮췄는데, 잠들기 전에 다시 올리는 걸 깜빡 잊었다.‘창문 닫아 주면서 온도도 맞춰 준 건가?’이 병원 의료진은 원래도 세심하고 책임감이 있었다.다음 날 아침 일찍 검사가 잡혀 있어서 김설은 평소보다 훨씬 빨리 병원으로 왔다. 강서이와 함께 검사실에 가기 위해서였다.“대표님, 어젯밤엔 잘 잤어요?”“응, 괜찮았어.”“다행이에요. 어젯밤 천둥번개가 심해서 잠을 설쳤을까 봐 걱정했거든요.”아직 이른 시간이었지만 병원 검사실 앞에는 벌써 대기 줄이 생겨 있었다.김설이 빈자리를 찾아서 강서이를 앉게 했다. “대표님은 여기 앉아 계세요. 제가 줄 서 있을게요. 차례가 되면 부를게요.”강서이가 자리에 앉자 줄 앞쪽에 서 있는 민도하가 눈에 들어왔다.상당히 앞에 있는 걸 보니 꽤 일찍 온 모양이었다.강서이는 더 보지 않고 바로 시선을 거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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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0화

다음 날 아침, 모든 검사 결과가 나온 뒤 강서이는 퇴원 허가를 받았다.강서이는 누구에게도 퇴원 날짜를 알리지 않았다. 괜히 모두 데리러 올까 싶어서였다.짐을 챙겨서 아래층으로 내려온 강서이는 곧장 택시를 타고 회사로 갈 생각이었다.병원 입구에는 민도하가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다.피하려 해도 마주칠 수밖에 없는 자리였다.민도하의 시선이 강서이에게 향했다.강서이는 정면만 바라본 채 민도하를 스쳐 지나서 밖으로 걸어갔다.“도하야, 많이 기다렸어?”마침 노아리와 이예수도 안쪽에서 나왔다.목소리를 들은 민도하는 강서이에게서 시선을 거두고, 이예수가 들고 있던 짐을 받아 들었다. “별로 안 기다렸어. 차가 저쪽에 있는데 걸어가도 괜찮아?”“그럼.”노아리는 기분이 꽤 좋아 보였다. 모녀는 민도하와 함께 차가 있는 쪽으로 걸어갔다.민도하가 뒤쪽에서 짐을 싣는 사이, 이예수는 길가에 혼자 서 있는 강서이를 발견했다. 팔꿈치로 노아리를 살짝 건드리며 그쪽을 보라는 신호를 보냈다.노아리는 별 감정 없는 눈으로 강서이를 한 번 훑었다.혼자 서 있는 데다 퇴원하러 데리러 온 사람조차 없다는 걸 보자, 입가에 옅은 비웃음이 번졌다.이예수도 조용히 웃으며 한마디 했다. “참 불쌍하네.”노아리도 같은 생각이었다.어제 서한승이 강서이를 그렇게 살뜰히 챙기는 걸 보고 무척 신경 쓰는 줄 알았다.그런데 퇴원하는 날 데리러 오지도 않은 걸 보니 별것도 아닌 모양이었다.‘결국 서한승 마음속에는 따로 사람이 있어.’‘강서이는 그냥 가볍게 만나는 상대일 뿐이겠지. 진심일 리 없어.’노아리가 시선을 거두려던 때, 롤스로이스 한 대가 강서이 앞에 멈춰 섰다.노아리는 의아한 표정으로 차를 바라봤다.뒷좌석 문이 열리더니 지팡이 하나가 먼저 바닥을 짚었다.뒤이어 민두해가 차에서 내렸다.그 모습을 본 노아리와 이예수의 표정이 동시에 굳어졌다.강서이도 민두해를 보고 놀랐다.“회장님, 어떻게 오셨어요?”“인자 아줌마한테 오늘 퇴원한다고 들었어. 그래서 데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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