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7년을 바쳤는데, 내가 떠나자 미쳐버렸네: Chapter 411 - Chapter 420

426 Chapters

제411화

노아리도 그 말을 듣자 가라앉아 있던 기분이 조금 풀렸다.“엄마, 저랑 도하 이제 막 약혼했는데 벌써 결혼하라고 재촉하세요? 너무 급한 거 아니에요? 제가 결혼 못 해서 안달 난 사람처럼 보이잖아요.” 노아리가 이예수에게 애교 섞인 투정을 부렸다.이예수는 바로 뜻을 알아듣고 입을 맞췄다. “엄마가 좀 성급했네. 우리 아리처럼 잘난 애한테는 만나고 싶어 하는 남자가 줄을 서는데, 무슨 결혼을 못 해서 안달이 나.”그러고는 민도하에게도 잊지 않고 말했다. “도하야, 너도 잘해야 해. 아리 인기 많은 거 알지? 전에 외국에 있을 때도 유럽 명문가 자제들이 얼마나 많이 따라다녔는데.”“알겠습니다.” 민도하는 진지하게 대답했다.이예수는 이어서 민성그룹 이야기도 물었다. 사실상 그룹 내부 상황을 떠보는 질문이었다.민도하가 설명했다. “제 사업을 시작한 뒤로는 민성그룹 경영에 관여한 적이 없습니다. 그룹 사정은 저도 두 분이 아는 정도밖에 몰라요.”이예수의 미간이 살짝 좁아졌다. “그래도 자네는 민씨 집안의 유일한 후계자잖아. 그룹 사정은 좀 알아 두는 게 좋지 않겠니? 아버지도 연세가 있으니 네가 조금 맡아 주면 훨씬 편하실 테고.”“그룹은 전문경영인이 맡아서 운영하고 있어서 아버지도 크게 신경 쓰지 않으십니다. 제 사업이 더 바빠서 거기까지 맡을 여력이 없어요.”민도하가 그렇게 선을 긋자 이예수도 더 할 말을 찾지 못했다.애초에 이런 문제는 적당한 선에서만 말할 수 있을 뿐, 계속 밀어붙일 처지도 아니었다.아직은 어디까지나 장모가 될 사람이었으니까.노아리가 눈짓으로 이제 그만하라는 신호를 보냈다.이예수도 더는 그룹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다.다만 모녀 모두 속으로는 계산이 끝나 있었다.민도하는 민두해의 외아들이니 당연히 민성그룹의 유일한 후계자이기도 했다.이미 정해진 일이나 다름없었다. 달아날 자리도 아니니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민두해는 강서이를 그로스캐피탈까지 직접 데려다줬다.강서이는 온 김에 회사를 둘러보시겠느냐고 권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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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2화

노아리는 휴가를 마치고 다시 업무에 복귀하기 시작했다.그런데 회사에 도착하자마자 입구에서 이봉석에게 가로막혔다.사실 이봉석은 거의 보름 가까이 프라임로드투자 건물 아래를 지키고 있었다. 하루도 빠짐없이 매일 찾아왔다.노아리가 전화를 아예 받지 않으니 다른 방법이 없었다.불꽃놀이 사고가 터진 뒤 사실상 희생양으로 이봉석을 앞에 내세웠다. 모든 비난은 이봉석에게 쏟아졌고 노아리는 뒤로 빠져서 모습을 감췄다.게임은 서비스 중단 처분을 받았고, 소송과 손해배상 청구도 줄줄이 기다리고 있었다.집안 재산을 전부 털어 넣어도 그 구멍을 메우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더는 갈 곳이 없어진 이봉석은 결국 노아리를 찾아올 수밖에 없었다.“본부장님, 이제야 나오셨네요. 이번에는 정말 저 좀 살려주셔야 합니다. 안 그러면 저 끝입니다.” 이봉석이 노아리의 재킷을 붙잡고 늘어지며 피하지 못하게 했다.노아리의 표정은 차갑게 굳어졌다.“일단 놓으세요.”마침 출근 시간이라 회사 입구에는 오가는 사람이 많았다. 이런 모습을 계속 보이는 건 이미지에 치명적이었다.“못 놓습니다. 먼저 해결책부터 말씀해 주세요. 저도 이제 방법이 없습니다. 한 번만 도와주세요! 본부장님한테는 결국 돈 문제잖습니까!”이봉석도 눈치 빠른 사람이었다. 여기서 손을 놓으면 노아리를 다시 만나는 것 자체가 거의 불가능하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그래서 무슨 일이 있어도 손을 놓지 않았다.구경하는 사람이 점점 늘어나자 노아리도 당황하기 시작했다.이런 일을 겪어 본 적이 없어서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몰랐다. 그저 계속 이봉석에게 손을 놓으라고만 했다.“안 놓겠습니다! 저는 이제 정말 끝까지 몰렸습니다. 해결책을 주시기 전에는 절대 못 놓습니다!”“보안팀! 보안팀!” 노아리가 다급하게 직원을 불렀다.이봉석의 표정도 험악해졌다. “저만 버리시겠다는 겁니까? 사고가 나니까 본부장님만 빠져나가려고요?” “불꽃놀이 기획도 본부장님이 하셨고, 안도 본부장님이 내셨고, 불꽃 연출가까지 직접 섭외하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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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3화

강서이는 손목시계를 확인했다. 다음 일정까지 삼십 분 정도 여유가 있어서 기다리겠다고 했다.여진은 세 사람을 응접실로 안내하고 곧바로 차를 내왔다.바로 옆 응접실에서는 다른 대화가 오가고 있었다.이봉석이 민도하에게 자신이 얼마나 힘들게 지냈는지 하소연하고 있었다.말만 들어 보면 사정이 정말 처참했다.심지어 김설까지 조금 안됐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아내는 집을 나갔고, 아들이 다니던 명문 사립학교 학비조차 더는 낼 수가 없었다.연로한 아버지가 쓰러졌는데, 치료비도 마련하지 못해 아직 병원에 누워 있다고 했다.이 정도라면 이봉석이 프라임로드투자 입구까지 찾아와 소란을 피운 것도 이해 못 할 일은 아니었다.정말 더 물러설 곳이 없는 상태였다.민도하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이렇게 하지. 내가 개인적으로 일부를 보상해 줄게. 나머지는 꿈결엔진을 매각해서 정리해.”민도하가 제시한 해결책이었다.이번에도 노아리의 일을 수습하기 위해서 자기 돈을 쓰려는 모양이었다.처음 있는 일도 아니어서 강서이는 이제 놀랍지도 않았다.민도하에게는 언제나 노아리가 모든 것보다 우선이었다.이봉석은 그 제안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민 대표님, 대표님 정도 규모의 사업을 하시는데, 조금만 도와주셔도 꿈결엔진을 다시 살릴 수 있잖습니까? 한 번만 더 도와주시면 안 되겠습니까?”민도하의 목소리가 차갑게 가라앉았다. 속내는 읽히지 않았다. “이 대표가 오늘 아리한테 찾아와 난동만 부리지 않았어도, 사람들 앞에서 저렇게 망신만 안 줬어도 꿈결엔진을 살리는 쪽을 생각해 봤을 거야.”“하지만 지금은 얘기가 달라.”“이 조건이 싫으면 안 받아도 돼. 그럼 나도 한 푼도 안 줄 거야.”“기자회견을 열고 싶으면 열어. 기자가 과연 몇 명이나 올지, 어느 언론사가 그 이야기를 보도할 수 있을지도 한번 보자고.”“해 보고 싶으면 해 봐.”“마지막에 누가 먼저 무너지는지 확인해 보자고.”옆 응접실에서는 한동안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유리벽 너머에 있던 김설조차 싸늘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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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4화

“저녁? 네가 정해. 난 다 괜찮아.”“응. 길어도 30분이면 끝나. 미리 예약해 두면 도착하자마자 먹을 수 있을 거야.”“아, 금고에서 서류 하나만 꺼내 줘. 초록색 라벨 붙은 거. 제일 위에 있어. 이따가 밥 먹고 가는 길에 곽 대표한테 갖다주자.”강서이는 키보드를 두드리던 손을 아주 잠깐 멈췄다.노아리가 민도하의 금고 비밀번호까지 알고 있다는 게 뜻밖이었다.하지만 금세 자신이 괜한 데 놀랐다는 생각이 들었다.‘민도하가 노아리한테 뭘 숨긴 적이 있기는 했나?’‘늘 있던 일이잖아.’민도하가 통화를 끝낼 즈음 강서이도 완성된 마지막 수정안을 민도하에게 보냈다.민도하는 내용을 확인한 뒤 별다른 이견 없이 바로 서명했다.회의를 마치며 민도하가 예의상 물었다. “마침 저녁 시간인데 같이 밥 먹을래?”강서이도 형식적인 예의를 지키는 선에서 답했다. “됐어. 둘 사이에 끼고 싶은 생각 없어. 맛있게 먹어.”일행이 응접실에서 막 나오자 노아리가 도착했다.누가 봐도 민도하를 만나러 온 모습이었다.노아리는 강서이를 보자 차갑게 한 번 훑더니, 고개를 쳐든 채 그대로 응접실 안으로 들어갔다.잠시 뒤 안쪽에서 노아리의 애교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도하야, 식당 예약해 놨어. 이제 같이 가자.”“응.”...강서이는 차에 타자마자 진재언에게 전화를 걸었다.“어디예요?”“바로 B시로 오세요. 중요한 얘기 있어요.”“꿈결엔진 인수 건에 관한 얘기예요.”이봉석은 막다른 곳까지 몰려서 꿈결엔진을 팔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지금이야말로 가장 좋은 인수 시점이었다. 강서이가 진재언에게 바로 연락한 이유도 그 때문이었다.애초에 진재언에게 맡길 회사를 따로 세울 계획이었다.처음부터 사람을 뽑고 설비와 자산을 하나씩 마련하느니 이미 갖춰진 회사를 인수하는 편이 훨씬 효율적이었다. 비용도 크게 아낄 수 있었다.‘마다할 이유가 없지.’생각해 보면 노아리에게 고맙다고 해야 할 정도였다.노아리가 불꽃놀이 사고를 터뜨리지 않았다면, 이런 가격에 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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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5화

노아리는 오늘 이곳에 온 것만으로 이렇게 큰 수확을 얻게 될 줄 몰랐다.반도체 업계의 대부를 알게 되는 데다 고상만 교수까지 직접 만날 수 있었다.고상만은 강서이를 봤을 때만 해도 반가워 보였다. 하지만 뒤따라오는 두 사람까지 발견하자 표정이 미묘하게 차가워졌다.불쾌하다는 감정을 감추지 않았다.강서이가 가까이 오자, 고상만은 일부러 두어 번 콧방귀까지 뀌면서 마음속에 쌓인 불만을 드러냈다.‘바로 저 남자 때문에 내가 이렇게 좋은 제자를 놓쳤지!’‘머리가 그렇게 좋은 애라서, 조금만 더 밀어붙였으면 지금쯤 학계에서도 자기 자리를 만들었을지 몰라.’‘지금처럼 인맥 하나 만들겠다고 여기저기 찾아다니며 몸을 낮출 필요도 없었을 거고.’‘서이 자신이 남들이 찾아오는 인맥이 됐을 텐데!’‘그 좋은 앞날까지 포기하게 만든 남자가 마음은 다 받아 놓고 배신하더니...’‘이제는 다른 여자와 대놓고 약혼까지 해?’‘서이 청춘과 재능만 아깝게 됐잖아!’찔리는 데가 있는 강서이는 고상만의 불평을 받고도 아무 말 하지 못했다. 평소답지 않게 얌전히 눈을 내리깔았다.그 모습은 그대로 노아리의 눈에 들어왔다.노아리는 조금 놀랐다.‘고상만 교수님은 강서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것 같은데.’‘오히려 싫어하는 쪽에 가깝잖아.’‘하긴. 내세울 것도 없고 머릿속도 빈 강서이 같은 사람을 고상만 교수님이 좋게 볼 리 없지.’노아리는 자신감을 되찾고 두 사람에게 먼저 다가가 인사했다.“회장님, 안녕하세요. 영승반도체 총괄사장 노아리입니다. 만나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골프채를 닦던 장재영의 손이 멈췄다. “영승반도체라고요?”“네, 맞습니다.” 노아리는 자신 있게 대답했다.영승반도체는 업계에서도 손꼽히는 선도 기업이었다. 장재영이 모를 리 없다고 생각했다.하지만 자기소개를 들은 장재영의 표정은 오히려 조금 차가워졌다.“그렇군요.”장재영은 짧게 대답하고 다시 골프채를 닦는 데 집중했다.너무 담담한 반응이라 노아리는 무슨 말로 대화를 이어 가야 할지 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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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6화

그러자 고상만은 다시 인상을 찌푸린 채 강서이를 흘겨봤다.강서이는 고개를 더 푹 숙였다.고상만의 반응을 본 노아리는 소리 없이 웃었다.고상만은 학벌을 중요하게 보는 편이었다. 노아리가 명문대 박사 출신이라는 걸 알고 나자, 자연스럽게 몇 마디 더 이야기를 나눴다.앞서 논문 이야기까지 나온 터라, 고상만은 내친김에 올해 수학 경시대회에 출제됐던 문제라며 한 문제를 내밀었다.노아리도 겸손하게 받아 들고 꼼꼼히 문제를 살폈다.상당히 난이도가 높은 문제였다.노아리는 좀처럼 펜을 들지 못한 채 한참 머리를 굴렸다.옆에서 문제를 함께 들여다보던 민도하가 물었다. “너무 오래 손을 놓아서 감이 좀 떨어졌어?”노아리가 멋쩍게 웃었다. “들켰네. 문제를 안 푼 지 꽤 오래됐거든. 나한테도 좀 어렵다.”“그럴 수 있죠.” 고상만이 말했다. “실력도 꾸준히 갈고 닦아야 유지되는 법이니까요. 일을 시작하고 나면 신경 쓸 데가 많아져서, 예전처럼 문제 하나에 오래 집중하기도 쉽지 않고요.”장재영도 호기심에 문제를 훑어보더니 말했다. “확실히 난이도가 있네요.”고상만이 물었다. “장 회장님도 한번 풀어 보시겠습니까?”장재영은 얼른 손사래를 쳤다. “교수님, 저한테까지 그러시면 곤란합니다. 이런 문제를 손에서 놓은 지가 몇 년인데요. 이제는 머리가 예전처럼 안 돌아갑니다.”아무도 선뜻 풀어내지 못하자 고상만은 제법 아쉬워했다.고상만이 문제지를 거두려던 참이었다.노아리가 옆에서 줄곧 아무 말도, 아무 반응도 보이지 않던 강서이에게 시선을 돌렸다.이럴 때는 아예 끼어들 생각이 없는 모양이었다.‘하긴, 끼어들 능력도 없겠지.’‘눈치는 있네.’그렇다면 굳이 봐줄 필요도 없었다.“강 대표님도 한번 풀어 보실래요?” 노아리가 불쑥 입을 열었다.갑자기 지목을 당하자, 강서이는 미간을 살짝 찌푸리면서 눈에는 짜증이 스쳤다.고상만도 강서이를 바라봤다. “서이야, 너도 한번 해 볼래?”강서이가 대답하기도 전이었다.노아리가 먼저 말을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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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7화

노아리는 민도하에게 무슨 말을 하려다, 그 역시 강서이를 보고 있다는 걸 알아차렸다.표정은 여전히 담담했지만 시선만큼은 꽤 집중되어 있었다.노아리가 자신을 보고 있는 줄도 모른 채, 민도하의 눈썹 끝이 아주 미세하게 올라갔다.노아리는 이유도 모른 채 가슴 한쪽이 묵직해졌다. 막 민도하를 부르려던 때였다.강서이가 펜을 내려놓고 태연하게 말했다. “다 했어요. 교수님, 한번 봐 주세요. 맞는지요.”장재영이 놀라면서 물었다. “벌써요?”기껏해야 5분 남짓이었다. ‘그런데 벌써 다 풀었다고?’노아리조차 잠깐 놀랐다.고상만은 답이 적힌 문제지를 받아들더니 안경을 한 번 고쳐 쓰고 진지하게 살펴봤다.강서이의 풀이 방식부터 과정, 답까지 차례로 확인한 뒤였다.고상만의 눈에 반가운 빛이 돌았다. “맞아! 정확해. 올해 대회에서 우승한 학생의 풀이보다도 훨씬 더 깔끔하네!”그 말을 듣자 노아리의 눈동자가 크게 흔들렸다.‘말도 안 돼.’‘강서이가 어떻게 저 문제를 정확하게 풀어?’고상만은 기분이 좋아진 듯 장재영에게 웃으며 말했다. “대회가 끝난 뒤 주최 측이 이 문제를 온라인에 공개해서 다양한 풀이를 받았거든요. 그중 한 사람이 지금 서이가 푼 것과 똑같은 방식으로 풀었어요.”놀라 있던 노아리는 그 말을 듣자마자 금세 납득했다.‘그러니까 강서이는 온라인에서 본 풀이를 그대로 외운 거네.’‘하마터면 진짜 실력인 줄 알 뻔했잖아.’하지만 노아리에게는 강서이를 들춰낼 여유가 없었다. 오늘 이곳에 온 데에는 분명한 목적이 있었다.장재영과 인맥을 만들기 위해서였다.아까 장재영의 태도가 다소 미지근했던 만큼, 노아리는 어떤 화제로 거리를 좁힐지 고민했다.“회장님께서 골프를 정말 좋아하신다고 들었습니다. 아리도 꽤 잘 치는데, 같이 한 게임 어떠십니까?”옆에 있던 민도하가 노아리 대신 자연스럽게 말을 꺼냈다.장재영에 대해 조금만 알아본 사람이라면, 그가 골프광이라는 사실을 모를 수 없었다.민도하가 골프 이야기를 꺼낸 것도 그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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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8화

노아리는 강서이가 결국 빠질 거라고 생각했다.“가서 좀 쳐. 나도 조용히 좀 쉬고 싶다.” 고상만이 강서이를 떠밀듯 말했다.“알겠어요. 그럼 다녀올게요.” 강서이도 장재영과 조금 더 가까워질 기회라고 생각해서 굳이 사양하지 않았다.그때 노아리의 머릿속에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공평하게 팀을 나누는 게 좋겠어요. 제가 장 회장님과 한 팀을 하고, 강 대표님은 도하랑 한 팀을 하죠. 가볍게 내기처럼 쳐 보면 어때요?”노아리가 이런 제안을 한 건 장재영과 빠르게 친분을 쌓기 위해서였다.민도하와의 관계에 자신이 있었기에 가능한 선택이기도 했다.그래서 민도하가 강서이와 같은 팀이 되는 것쯤은 전혀 신경도 쓰지 않았다.노아리는 끝으로 그럴듯한 이유까지 덧붙였다. “도하는 골프를 워낙 잘 치잖아요. 장 회장님이 불리하실까 봐 실력을 좀 맞추자는 거예요.”돌려서 말했지만 결국 강서이가 가장 실력이 떨어진다는 뜻이었다.장재영은 특별히 반대하지 않았다.노아리가 정한 방식이라서 민도하 역시 굳이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강서이는 노아리의 속셈을 알아차리고 가볍게 웃었다. “그렇게 나누는 것도 별로 공평해 보이진 않는데요.”“그럼 강 대표님은 어떻게 치고 싶으세요?” 노아리가 자신만만하게 눈썹을 들었다.“장 회장님은 민 대표랑 치시고요.” 강서이가 또렷하게 말했다. “저는 노 본부장님, 아니, 노 사장님과 칠게요.”뜻밖의 제안에 노아리가 잠깐 말을 잃었다.‘자기 실력을 그렇게 모르는 건가?’노아리는 해외계 은행에서 근무할 때, 접대와 모임으로 가장 많이 했던 운동이 골프였다. 실력도 상당한 편이었다.그런 자신에게 강서이가 정면으로 승부를 걸다니, 대체 어디서 그런 자신감이 나오는지 알 수 없었다.‘한번 제대로 꺾어 줘야겠네. 자기가 뭐든 잘하는 줄 아는 모양이니까.’“좋아요. 그럼 그렇게 하죠.” 노아리의 승부욕이 단번에 달아올랐다.강서이를 이길 자신도 충분했다.장재영도 흥미를 보였다. “재미있겠네요. 그럼 추첨해서 어느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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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9화

조금 전까지 넘치던 자신감은 흔적도 없이 사라져 있었다.민도하는 노아리를 내려다보면서 낮은 목소리로 달랬다. “이기고 지는 건 중요하지 않아. 장 회장님도 나랑 다음에 다시 치기로 했잖아.”그 말이 맞았다. 애초에 오늘 온 목적은 그쪽이었다.노아리는 복잡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결국 노아리도 필드에 섰다.여전히 민도하의 골프채를 썼지만 파5 홀에서 다섯 번째 샷까지도 홀에 넣지 못했다.기대에 한참 못 미치는 결과였다.평소 노아리의 실력은 이 정도가 아니었다.마음이 흔들린 탓에 제대로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을 뿐이었다.자신이 먼저 쳤다면 어쩌면 이글까지도 노려볼 수 있었을 거라고 생각했다.결과가 평범했던 탓에, 경기가 끝났을 때 사람들의 관심은 이미 노아리에게서 멀어져 있었다.장재영은 강서이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아까 골프 실력이 정말 좋았다고 칭찬하고 있었다.스윙이나 경기 운영 방식이 민도하와 조금 닮았다며, 혹시 두 사람이 같은 프로에게 배운 적이 있냐고도 물었다.강서이는 잠깐 말이 없다가 대답했다. “아니에요.”같은 프로에게 배운 건 아니었다. 강서이에게 골프를 가르친 사람이 바로 민도하였으니까.옆에 있던 민도하는 그 대답을 듣자 입가에 희미한 미소를 띠었다.강서이는 별다른 반응 없이 화제를 넘겼다.짧은 골프 한 판이었지만 서로의 거리를 좁히는 데에는 확실히 도움이 됐다.장재영도 아까보다는 노아리에게 한결 부드러운 태도를 보였다.물론 그 과정에서 가장 큰 역할을 한 건 민도하였다.민도하가 곁에 있는 이상 누구도 노아리를 함부로 대할 수 없었다.다만 고상만의 태도만큼은 여전히 차가웠다.노아리가 먼저 말을 걸어도 짧게 대답하거나 아예 반응하지도 않았다.처음부터 끝까지 차갑게 선을 긋는 듯한 태도였다.노아리가 몇 번이나 조심스럽게 말을 붙여 봤지만, 고상만의 표정은 좀처럼 풀리지 않았다.노아리도 점점 기운이 빠졌다.민도하는 노아리의 기색을 알아차린 듯 말했다. “고상만 교수님은 원래 자존심도 세고 사람한테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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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0화

노아리의 말을 듣고서야 이예수의 표정이 조금 누그러졌다.“그래. 난 네가 다시 다 되찾을 수 있다고 믿어.”하지만 그렇게 마음을 다잡았어도, 다음 날 노아리가 새 프로젝트를 논의하러 협력사를 찾았을 때는 예상치 못한 벽에 부딪혔다.한 달 전부터 이야기를 진행해 온 건이었고, 남은 조건을 오늘 마무리하기로 이미 약속까지 잡아 둔 상태였다.그런데 회사에 도착하자, 상대 측 비서가 담당자가 갑자기 출장을 갔다고 말했다.핑계라고 감추려는 성의조차 느껴지지 않았다.노아리가 돌아온 뒤 이런 식으로 문전박대를 당한 건 처음이었다.그래도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척하면서, 비서에게 유진욱 대표가 돌아오면 가장 먼저 연락해 달라고 부탁했다.비서는 알겠다고 대답했다.노아리가 자리를 뜨자마자 비서는 유진욱 대표실로 전화를 걸었다. “대표님, 말씀하신 대로 노 사장님은 돌려보냈습니다.”안내 데스크 직원이 다가와서 조용히 물었다. “그런데 노아리도 멘탈이 대단하네요. 일이 그렇게 많이 터졌는데도 아무렇지 않게 협력 얘기를 하러 오잖아요. 밖에서 자기 얘기가 어떻게 도는지 모르는 건가?”비서도 같은 생각이었다. “그러게. 우리 대표님도 괜히 가까이했다가 재수 없는 일에 엮일까 걱정되는데, 뒤에 민도하 대표가 있으니 대놓고 거절은 못 하시잖아.” “그래서 저런 뻔한 핑계라도 대는 거지. 언제까지 피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그러니까. 출발도 좋았고 학력도 화려한 데다 민도하 대표가 저렇게 밀어주는데, 어떻게 하는 일마다 이렇게 꼬일 수가 있지? 이쯤 되면 학력까지 괜히 의심된다니까.”“그만하자. 나 일하러 갈게.”밖에 서 있던 노아리는 두 사람의 대화를 한마디도 빠짐없이 들었다.표정이 서서히 굳어졌다.건물을 막 나왔을 때 이예수에게서 전화가 왔다. 밖에 도는 소문이 대체 어떻게 된 거냐는 전화였다.“무슨 소문이요?”[아직 몰라?]이예수가 답답하다는 듯 말했다. [아까 진창현 회장의 사모님이랑 차 마셨는데, 요즘 밖에서 네가 불운을 몰고 다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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