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7년을 바쳤는데, 내가 떠나자 미쳐버렸네: Chapter 41 - Chapter 50

146 Chapters

제41화

함께 부대끼며 지낸 시간이 7년이었다.그 정도 세월이면, 이런 때 필요한 눈치쯤은 서로 읽을 수 있었다.민도하는 강서이가 뭘 바라는지 곧바로 알아차렸다. 그리고 강윤희를 향해 차분하게 설명했다.“제가 방금 출장에서 돌아왔어요. 서이한테도 아직 말도 못 하고 바로 여기로 왔습니다.”“그랬구나. 그럼 얼른 들어가서 쉬어야지. 출장 다녀오면 얼마나 피곤한데. 서이도 출장 갔다 오면 기운이 쏙 빠져서 오더라.”“많이 힘들었겠네요.”그 말이 이상하게 귀에 거슬렸다.듣는 사람 기분을 불편하게 만드는 식의 다정함이었다.그래도 강서이는 생각했다.‘연기도 잘하고, 생긴 것도 저 정도면 괜찮은데. 배우로 데뷔 안 한 게 아깝네.’강윤희가 거듭 재촉하자, 민도하는 오래 머물지 않고 자리에서 일어났다.강서이는 민도하가 아마 진짜 미래 장모를 보러 가야 해서 서두르는 거라고 짐작했다.강윤희는 강서이에게 민도하를 좀 배웅하고 오라고 했다.“안 나가도 돼요. 길 모르는 사람도 아닌데요.”강서이는 내키지 않는 얼굴로 말했다.그러자 강윤희가 눈을 흘겼다.“빨리 다녀와.”“알겠어요.”강서이는 마지못해 자리에서 일어나 민도하를 따라 나갔다.민도하도 뻔뻔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정말로 강서이가 배웅해 주기를 기다렸고, 사양하는 말 한마디 없었다.강서이는 민도하를 엘리베이터 앞까지 데려갔다. 강윤희가 이쪽 소리를 들을 수 없을 만큼 멀어졌다는 걸 확인하자, 강서이는 입가에 걸고 있던 미소를 곧바로 지웠다.표정이 단번에 차갑게 식었다.민도하도 그 변화를 놓치지 않았다.민도하가 눈을 가늘게 좁혔다. 입을 열자마자 따지는 기색이 묻어났다.“나 보는 게 그렇게 싫어?”강서이는 속으로 헛웃음을 삼켰다.‘그걸 이제 알았어?’하지만 어쨌든 민도하가 병실에 나타난 덕분에, 강서이의 부담이 조금 줄어든 건 사실이었다.강윤희가 계속 민도하를 찾는 통에, 강서이도 이제는 더 버티기 어려운 지경이었으니까.“민 대표님, 무슨 말씀을...”강서이는 인정하지도, 그렇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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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화

“도하야, 너무 무서워.”민도하가 이예수의 병실에 도착하자마자, 노아리는 눈시울이 붉어진 채 그대로 민도하 품에 안겼다.몸이 눈에 띄게 떨리고 있었다.“엄마가 방금 피를 토했어.”민도하도 노아리의 전화를 받고 급히 달려온 참이었다.의사와 간호사가 민도하보다 먼저 병실에 도착해 있었고, 이미 이예수의 상태를 자세히 확인하고 있었다.민도하는 떨고 있는 노아리를 차분히 달랬다.진료를 마친 의사는 두 사람에게 설명했다.“너무 놀라실 필요는 없습니다. 방금 보신 건 토혈이라고 보긴 어렵습니다. 폐에 고여 있던 가래에 소량의 혈액이 섞여 나온 겁니다.”“환자분이 심하게 기침하는 과정에서 모세혈관이 터진 거고요. 작은 문제라서 몸이 스스로 회복할 수 있는 정도입니다.”“알겠습니다, 교수님, 다행이에요.”노아리는 그제야 길게 숨을 내쉬었다.의사가 나간 뒤, 노아리는 민도하를 올려다보며 조금 머쓱한 표정을 지었다.“나 아까 너무 놀랐어. 진짜 무서워서, 머릿속에 네 생각밖에 안 나더라. 그래서 바로 전화했어. 쉬고 있었을 텐데 방해한 건 아니지?”“아니야. 이제 좀 괜찮아졌어?”노아리의 얼굴에 다시 웃음이 번졌다.노아리는 힘주어 고개를 끄덕였다.“응.”“네가 와줘서 다행이야.”그때 노장훈도 급히 병실에 도착했다. 노아리에게 자초지종을 들은 뒤에야 노장훈도 겨우 마음을 놓았다.“며칠 동안 고생이 많네.”노장훈은 민도하에게 고맙다는 뜻을 전했다.“아리도 이틀째 네 엄마 옆 지키느라 많이 힘들었을 거야. 여긴 내가 볼 테니까, 너희는 주말인데 바람도 좀 쐬고 그래. 좀 쉬어.”그러고는 노아리에게도 당부했다.“아리야, 일단 네가 엄마랑 나 대신 도하한테 밥이라도 사. 고맙다는 뜻으로 말이야. 네 엄마 퇴원하면, 그때 정식으로 집에 초대하도록 하고.”노아리는 기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네, 알겠어요.”병실을 나서기 전, 노아리는 노장훈에게 검사실에서 이예수의 검사 결과지를 꼭 찾아오라고 따로 말해 두었다.노장훈은 간병인에게도 한마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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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화

결말은 결국 시작보다 더 허술했지만 아무래도 상관없었다.강서이는 이미 이 관계에 마침표를 찍었다.민도하가 대답하든 말든, 고개를 끄덕이든 말든 이제는 중요하지 않았다.강서이를 데리러 온 서한승이 저녁을 먹자고 했다.서한승은 강서이에게 자신에게 어떻게 보답하면 될지 생각해 냈다고 말했다.하지만 강서이는 서한승이 예약한 식당이 하필 시냇물일 줄은 상상도 못 했다.살다 보면 정말 어처구니없을 만큼 극적인 때가 있다.강서이가 오랫동안 마음에 품고, 줄곧 민도하와 함께 오고 싶었던 식당.결국 그곳에 민도하는 노아리를 데리고 왔고, 강서이는 서한승과 함께 이곳에 와 있었다.“왜? 여기 마음에 안 들어?”강서이가 한참 움직이지 않자, 서한승은 이곳이 마음에 안 든 걸로 착각하고 바로 입을 열었다.“그럼 다른 데로 옮기자.”“아니에요.”강서이는 고개를 저었다. 입가에는 옅은 미소가 걸려 있었다.“저 여기 좋아해요.”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와서 데이트하고 싶을 만큼 좋아했다.“역시 그럴 줄 알았어. 여기 요즘 인터넷에서 엄청 인기 많더라. 보통 여자들은 여기 분위기 좋아하거든.”서한승이 예약한 곳은 룸으로, 내부는 한층 더 단정하고 분위기가 있었다.편안한 공간 덕분에 강서이의 가라앉아 있던 기분도 제법 나아졌다.서한승은 메뉴판을 강서이 쪽으로 밀어주면서도 잊지 않고 당부했다.“매운 건 시키지 마. 너 위 안 좋잖아.”강서이는 예전부터 먹어 보고 싶었던 메뉴를 하나씩 전부 주문했다.그중에는 매운 음식도 몇 가지 섞여 있었다.서한승이 뭐라고 하기 전에, 강서이가 먼저 잘못을 인정했다.조금만 맛만 보겠다고, 많이 먹지는 않겠다고 약속까지 했다.“이번만이다.”그제야 서한승이 마지못해 허락했다.식사 도중에 서한승의 핸드폰이 울리자, 서한승은 밖으로 나가 전화를 받았다.다시 돌아왔을 때는 옆에 한 사람이 더 있었다.강서이도 아는 사람이었다.서태우였다.서태우는 서한승과 함께 밥을 먹는 사람이 강서이일 줄은 꿈에도 몰랐다.“소개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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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화

식사 도중 민도하가 계산을 하려고 밖으로 나오자, 서태우도 뒤따라 나왔다.서태우는 걸음을 재촉해 민도하를 따라붙더니, 목소리를 낮춰 슬쩍 일렀다.“강서이도 여기서 밥 먹고 있더라. 한승이 형이랑.”민도하는 그 말을 듣고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그 태도만 봐도 알 수 있었다.민도하에게 강서이는 그만큼 대수롭지 않은 존재였다.서태우는 속으로는 은근히 신이 나면서도, 한편으로는 강서이를 깎아내리고 싶은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근데 진짜 어떻게 우리 사촌 형이랑 엮인 거지? 일부러 저렇게 딱 붙어 다니는 것 같던데.”“설마 이번엔 저게 새로 생각해 낸 매달리는 방식은 아니겠지?”서태우는 그럴 가능성이 꽤 크다고 여겼다.“전에 너 관심 끌어보겠다고 일부러 헤드헌터들하고 접촉하더니, 네가 반응 안 하니까 또 방법을 바꾼 거 아냐? 진짜 계산 빠르네.”그때 민도하가 뜬금없이 물었다.“담배 있어?”서태우는 흐름이 끊겨서 잠깐 멈칫했다.“원래 담배 안 피우잖아.”“좀 짜증나서.”서태우는 뭐가 그렇게 짜증나는지 물어보려 했지만 민도하의 표정이 썩 좋지 않았다.결국 턱밑까지 올라온 말을 다시 삼킬 수밖에 없었다....서한승이 말한 보답이라는 건, 강서이가 자신의 파트너로 함께 행사에 참석해 달라는 뜻이었다.강서이는 서한승이 농담하는 줄 알았다.서한승 정도 되는 사람이면, 곁에 서겠다는 여자는 얼마든지 있을 테니까.강서이가 믿지 못하겠다는 눈빛을 보내자, 서한승은 결국 솔직하게 털어놓았다.“나 이번에 ZH은행으로 다시 들어갔잖아. 지금 B시에서 다들 나만 보고 있어. 이런 때는 작은 흠도 보이면 안 돼. 무슨 말인지 알겠지?”서한승이 자세히 다 말하지 않아도 강서이는 지금 서한승이 어떤 처지인지 알고 있었다.최근 2년 동안 ZH은행의 내부 싸움은 심각할 정도였다.정리되지 않은 문제가 산처럼 쌓여 있는 상태였다.그 시점에 서한승이 귀국했다는 건, 결국 그 난장판을 수습하러 들어왔다는 뜻이었다.그래서 지금 서한승의 곁에 나타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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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화

그때는 일도 숨 막힐 정도로 많았다. 프라임로드투자가 IPO를 준비하던 시기였고, 민도하는 말 그대로 전국을 떠도는 사람처럼 바빴다.강서이도 사정은 비슷했다.그런데도 강서이는 아무리 피곤해도 잠들기 전에는 꼭 그 집에 들렀다.그렇게라도 해야 하루 종일 들러붙은 피로가 조금은 떨어져 나가는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었다.그때의 강서이는 정말로 민도하와 평생을 함께할 마음이었다.그런데 노아리가 강서이보다 먼저, 그 집에 들어가 살게 될 줄은 상상도 못 했다.결국 강서이는 서한승의 질문에 대충 대답했다.“마땅한 집을 아직 못 찾았어요.”서한승은 그 말 속에 다른 의미가 있다는 걸 알아챈 듯했다.“언젠가 만나게 돼.”강서이도 그 말에 더이상 덧붙이지 않았다.집으로 가는 길, 1층 꽃집 앞을 지나가다가 문득 생각이 났다. 지난번에 사 둔 꽃은 이미 말라버렸을 테고, 테이블 위도 텅 비었을 것 같았다.그래서 강서이는 꽃 한 다발을 사서 올라가기로 했다.직원은 반갑게 웃으며 빨간 장미를 추천했다. 꽃 상태가 정말 좋다고, 오늘 들어온 게 특히 예쁘다고 했다.“그럼 빨간 장미로 주세요.”꽃이면 되니까 강서이는 깊게 생각하지 않았다.예쁜 꽃은 확실히 사람 마음을 가볍게 했다. 강서이는 기분이 좋아져서, 현관문 앞에 서기 전까지 작은 콧노래까지 흥얼거렸다.하지만 그 기분은 집 안을 본 순간, 그대로 멈춰 섰다.어둠 속에 한 남자가 앉아 있었다.강서이는 믿기지 않아서 잠깐 숨을 삼켰다. 자기 집 문을 다시 한번 확인하고, 다시 민도하를 봤다.‘내가 지금 뭘 보고 있는 거지?’강서이는 분명 현관 비밀번호를 바꿨다.그런데도 민도하는 안에 있었다.집 안에는 불이 켜져 있지 않아서 민도하의 표정이 또렷하게 보이지 않았다. 다만 가까이 다가갈수록, 민도하에게서 차가운 기운이 느껴졌다. 쉽게 말을 붙이기 어려운 분위기였다.강서이는 그래도 묻지 않을 수 없었다.“어떻게 들어왔어?”강서이는 그 싸늘한 분위기가 싫었다. 그래서 집 안의 불을 전부 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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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화

방 안은 한동안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을 만큼 고요했다.공기까지 얼어붙은 듯했다.민도하는 그저 차갑게 가라앉은 눈으로 강서이를 바라봤다. 검은 눈동자에는 싸늘한 냉기만 가득했다.잠시 뒤, 민도하가 입을 열었다. 목소리는 바깥의 밤공기보다 더 차가웠다.“서한승 때문이야?”강서이는 그 말을 듣고 잠깐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다.무슨 뜻인지 바로 이해하지 못했다.그러다 민도하의 눈가에 스친 비웃음과 업신여기는 기색을 보고서야 그 말에 담긴 뜻을 알아차렸다.‘이 남자의 눈에는 내가 그런 사람으로 보였던 거였구나.’‘정말 웃기네.’요즘 들어 날이 부쩍 추워져서 그런 걸까?강서이는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가 내쉬었다. 그런데도 속은 더 차갑게 식어 갔다.뼛속까지 스며드는 냉기로 오장육부까지 전부 얼어붙은 듯했다.‘도대체 네가 무슨 자격으로 그런 말을 해?’‘먼저 마음을 거둔 건... 너였잖아. 먼저 등을 돌린 사람도 너였잖아.’‘그런데 왜 마지막에 그 더러운 오명을 내 머리 위에 씌우려 드는 거야?’차갑게 식은 기운 덕분인지, 강서이는 오히려 끝까지 이성을 붙들 수 있었다.강서이는 조급해하지도 떨지도 않았다. 천천히 민도하를 향해 말을 되받았다.“그거 당신한테 배운 건데. 끊기자마자 바로 갈아타는 거, 생각보다 재밌더라.”...최근 회사 사람들은 하나같이 같은 말을 했다.강서이가 달라졌다고.예전의 강서이와는 완전히 다르다고.강서이는 이제 칼같이 출퇴근 시간을 지켰고, 옷차림이나 분위기도 전과 달라졌다.사람 자체가 전보다 훨씬 환해진 느낌이었다.그게 오히려 더 이해되지 않았다.남들이 보기에는 강서이는 일도 뜻대로 안 풀리고, 연애도... 잘된다고 할 수 없는 처지였다.민도하가 두 사람의 관계를 공식적으로 인정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그래도 눈치 빠른 사람들은 다 알고 있었다.그런데 이제 노아리가 돌아왔다.그래서 다들 강서이가 당연히 크게 흔들릴 거라고 생각했다.기운을 못 차리고, 눈에 띄게 무너질 거라고 여겼다.하지만 강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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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화

“뭘 그렇게 보고 있어요? 얼른 가 봐야죠!”주기홍은 답답하다는 듯 머리를 거칠게 한번 쓸어 넘겼다.“이 프로젝트가 안 되면, 서 대리님만 문제가 아니라 저도 같이 끝장입니다!”서주미는 사안이 생각보다 훨씬 심각하다는 걸 깨닫고 더는 머뭇거리지 못했다.“제 생각에는 노 본부장님께 말씀드리는 게 더 나을 것 같습니다.”“그럼 빨리 가보세요!”예전에 워크숍이 있었을 때부터, 서주미는 노아리에게 적잖이 공을 들여왔다.덕분에 두 사람 사이는 어느 정도 안면도 있고, 말을 섞을 정도의 관계도 생겼다.그래서 서주미가 노아리를 찾아가자, 노아리는 망설임 없이 바로 응했다.“마침 저도 대표님 보러 가려던 참이었어요. 그 서류는 제가 처리해 드릴게요.”“정말 감사합니다, 노 본부장님!”서주미는 거의 울먹일 만큼 절박했다.“같은 회사 사람끼리 뭘 그렇게까지요? 나중에는 저도 서 대리님 도움을 받을 일이 있을지 모르잖아요.”서주미는 곧바로 자세를 낮췄다.“말씀만 하시면 됩니다.”노아리의 미소가 조금 더 짙어졌다.사람 마음을 사는 일에 노아리는 원래 능숙했다.노아리는 프라임로드투자에 자리를 잡은 지 얼마 되지 않았다. 앞서 강서이가 쌓아 둔 성과를 지우기 위해서, 강서이가 이전에 맡아 진행하던 프로젝트들을 전부 뒤엎어 버렸다.그 탓에 지금 노아리 손에 쥔 쓸 만한 프로젝트는 많지 않았다.그러니 당연히 다른 쪽으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하지만 서주미는 자기가 노아리를 찾아간 행동이 결국 제 발로 함정으로 들어간 것과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전혀 눈치채지도 못했다.노아리가 민도하를 찾아갔을 때, 민도하는 막 화상회의를 끝낸 참이었다.표정은 차갑게 가라앉아 있었다.노크도 하지 않고 문을 열고 들어간 노아리가 막 말을 꺼내려던 찰나였다.민도하가 먼저 입을 열었다.“강 비서, 커피 한 잔 타 와.”노아리는 잠깐 멈칫했다.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조용히 돌아서서 대표실 밖으로 나갔다.그리고 직접 커피를 타 왔다.다시 들어왔을 때도 민도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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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화

노아리는 더 묻지 않는 편이 낫겠다고 판단하고 그대로 화제를 비껴 갔다. 대신 축하 연회 이야기를 꺼냈다.그 말을 듣고서야 민도하는 드레스 건을 떠올렸다. 민도하는 미리 드레스를 주문해 두었다고 말했다.“진짜? 어디 있는데? 나 보여 줘!”노아리는 기대를 감추지 못했다.민도하는 무심코 말했다.“강 비서한테 찾아오라고 했어.”그러다 잠시 멈춘 뒤, 다시 덧붙였다.“근데 강 비서는 퇴근했어.”“김설 씨한테 물어볼게. 김설 씨는 어디 있는지 알 거야.”노아리는 당장이라도 드레스를 보고 싶은 마음뿐이었다.민도하는 말없이 허락했다.노아리가 나가기 전, 민도하가 강서이의 사직서를 오른쪽 서랍 안에 넣는 장면이 눈에 들어왔다.노아리가 잘못 본 게 아니라면, 그 안에는 사직서가 몇 장 더 들어 있었다.그 말은 곧 강서이가 이미 오래전부터 민도하에게 사직 의사를 밝혔지만, 민도하가 계속 결재하지 않았다는 뜻이었다.그 사실을 확인한 순간, 노아리의 마음 한쪽이 묘하게 불편해졌다. 동시에 설명하기 어려운 위기감도 스며들었다.민도하가 강서이를 놓아주지 않는 이유가 강서이라는 사람 자체를 놓기 싫어서인지, 아니면 강서이의 일처리 능력을 포기하기 아까워서인지 노아리는 알 수가 없었다. 오래 써 온 사람이라 다른 사람으로 바꾸면 번거롭다고 여기는 걸 수도 있었다.하지만 어느 쪽이든 노아리에게는 변수가 분명했다.노아리는 그런 변수를 용납할 생각이 없었다.민도하가 강서이의 사직서에 결재하게 만드는 일은 어렵지 않았다.노아리가 한마디만 하면, 민도하는 받아들일 게 분명했다.하지만 노아리는 그 정도로 끝내는 건 강서이에게 너무 쉽게 길을 열어 주는 셈이라고 여겼다.사직과 해고는 전혀 다른 문제였다.노아리는 강서이가 앞으로 B시에서 더는 발붙이지 못하게 만들 생각이었다.강서이와 민도하 사이에 틈이 생기게 하고, 두 사람이 서로 등을 돌리게 만들 생각이었다.그리고 강서이라는 존재를 민도하의 세계에서 완전히 지워 버릴 생각이었다....이른 아침부터 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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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화

두 사람 가운데 한 사람은 강서이였고, 다른 한 사람은 노아리였다.강서이는 드레스가 정말로 노아리가 일부러 망가뜨린 것인지는 확신할 수 없었다. 다만 분명한 건, 이번 일의 화살이 강서이를 향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강서이는 먼저 시비를 거는 쪽이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일을 두려워하는 사람도 아니었다.이미 일이 눈앞까지 들이닥친 이상, 피할 이유는 없었다.“보안팀에 얘기해서 CCTV 확인해.”강서이는 곧바로 김설에게 지시했다.노아리는 침착했다. 드레스가 망가진 게 정말로 자신과는 무관하다는 듯한 태도였다.보안팀에서 확인을 마친 뒤, 강서이는 몇 가지 쓸 만한 사실을 알아냈다.드레스를 찾아온 뒤, 보관실을 드나들면서 드레스에 손댈 수 있었던 사람은 세 명뿐이었다.강서이, 김설, 그리고 노아리.문제는 보관실 안에는 CCTV가 없다는 점이었다. 드레스가 훼손되는 장면을 직접 입증할 수 있는 증거는 끝내 확보할 수가 없었다.김설이 먼저 겁에 질려서 말했다.“정말 제가 아니에요. 제가 어떻게 감히 그 드레스를 망가뜨려요? 저를 팔아도 배상 못할 텐데요!”노아리는 차갑게 웃었다.“그럼 설마 저겠어요? 이건 도하가 저를 위해 특별히 맞춰 준 드레스예요. 아끼기도 바쁜데 제가 왜 망가뜨리겠어요? 망가뜨리면 내일 저는 뭘 입고 가죠?”그 말의 끝에는, 결국 문제의 중심이 강서이라는 뜻이 담겨 있었다.“누가 부럽고 배 아파서 일부러 드레스를 망가뜨렸을 수도 있죠. 제가 중요한 축하 연회에 참석하지 못하게 하려고요.”노아리가 그렇게 분위기를 몰고 가자, 김설조차 강서이를 한 번 바라보았다.마침 그때 노아리의 핸드폰이 울렸다.노아리는 발신자를 확인하자마자 눈매를 부드럽게 휘며 전화를 받았다.“도하야, 나도 지금 전화하려던 참이었어. 네가 맞춰 준 그 드레스... 망가졌어.”노아리는 달콤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왜 망가졌는지는 나도 모르겠어. 방금 강 비서가 CCTV 확인해 봤는데, 이 드레스에 손댄 사람은 나랑 김설, 그리고 강 비서님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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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화

[신고하면 회사에 어떤 영향이 가는지 너도 모르지 않을 텐데.]민도하는 곧장 태도를 바꿨다.강서이는 알고 있었다.‘그게 나와 무슨 상관이야?’이제 그곳은 강서이가 아끼던 프라임로드투자가 아니었다. 더는 그 회사를 위해 강서이가 희생해야 할 이유도 없었다.그래서 강서이는 단호하게 말했다.“제 결백만 밝히면 됩니다.”민도하는 이런 식으로까지 강서이가 물러서지 않는 모습을 처음 보는 듯했다. 드물게 말이 끊어지면서 팽팽한 기류가 이어졌다.강서이는 핸드폰을 노아리에게 돌려주었다.강서이는 민도하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민도하가 강서이 편을 들어줄 거라고 기대하지도 않았다.강서이가 믿을 수 있는 건 결국 강서이 자신뿐이었다.그래서 강서이는 망설임 없이 경찰에 신고했다.노아리의 표정이 달라졌다.“도하야, 강 비서님이 신고했어. 빨리 돌아와.”민도하와 경찰은 거의 동시에 도착했다.노아리가 난처한 일을 겪을까 봐, 바깥에 있던 민도하가 급히 달려온 게 분명했다.강서이는 경찰에게 지금까지의 상황을 사실대로 설명했다. 진상을 밝혀 달라고, 자신의 결백을 확인해 달라고 요청했다.보관실 안에는 CCTV가 없었기 때문에, 경찰은 기술 감정을 진행하는 쪽을 권했다.예를 들어 지문 대조 같은 방식이었다. 절차가 번거롭기는 해도, 그렇게 하면 ‘진짜 범인’을 정확하게 가려낼 수 있다고 했다.다만 그렇게 하려면 드레스 주인의 동의가 필요했다.결국 마지막에는 민도하가 고개를 끄덕여야 했다.노아리는 자신도 모르게 민도하 쪽으로 몸을 기대며 말했다.“이 일은 크게 번질 수도 있고 그냥 지나갈 수도 있어. 그래도 우선은 회사에 미칠 영향부터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민도하의 낯에는 싸늘한 기색이 내려앉았다. 그리고 시선이 사람들을 훑다가 강서이에게 멈췄다.강서이는 자신도 모르게 몸이 떨렸다.“죄송합니다. 이건 회사 내부 문제라서 저희가 알아서 처리하겠습니다. 번거롭게 해 드렸네요.”민도하가 마침내 입장을 밝혔다.예상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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