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에 흠뻑 젖은 옷이 얼음장처럼 강서이의 몸을 감쌌다.심진호가 계속 무슨 말을 하고 있었지만, 강서이 귀에는 제대로 들어오지 않았다.주변의 소란스러운 소리도 멀어져가는 민도하의 뒷모습도, 강서이의 시야 안에서는 점점 한 덩어리로 뭉개졌다.모든 것이 잿빛이었다.일을 크게 만들지 않기 위해서.이번 일을 가능한 한 조용히 덮기 위해서.노아리의 체면을 지키고, 프라임로드투자와 일성투자의 협력 관계를 흔들지 않기 위해서.강서이는 심지어 심진호 대표의 체면까지 계산하고 있었다.그런데 정작 자기 자신은 놓쳤다.이 지경으로 망가진 자기 꼴을 어떻게 수습해야 하는지는, 끝내 생각하지 못했다.조금 전까지 화를 억누르지 못하던 심진호는... 이제는 오히려 강서이를 보는 눈에 연민 비슷한 기색까지 담고 있었다.“강 비서님, 정말 그만두실 생각입니까?” 심진호는 겉으로는 걱정하는 말투로 몇 마디를 건넸다.강서이는 대답하지 않았다.그저 휴지로 얼굴에 흐르는 술기를 묵묵히 닦아낼 뿐이었다.“진짜 사직하시면, 일성투자로 오셔도 됩니다. 제가 받아드릴 수도 있어요.”강서이는 무표정하게 말했다.“제가 일성투자로 가면, 심 대표님은 프라임로드투자랑 협업할 기회를 잃을 수도 있잖아요.”그 말에 심진호는 곧바로 입을 다물었다.그게 현실이었다.사업가는 누구 한 사람 때문에 돈과 등을 지지 않는다.민도하도 마찬가지였다.강서이가 너무도 처량해 보였던 걸까?심진호는 떠나기 전, 묘한 뜻이 담긴 말 한마디를 남겼다.“강 비서님, 노 본부장님이 생각보다 만만한 분이 아니네요.”심진호는 더 자세히 풀어 설명하지 않았다.그래도 강서이라면 그 말뜻을 알아챌 거라고 생각한 듯했다.김설이 허둥지둥 달려왔다.강서이의 몰골을 본 김설은 눈가가 바로 붉어졌다.김설이 무슨 일이냐고 묻기도 전에, 강서이가 먼저 괜찮다고 말했다.“저한테 여벌 옷이 있어요. 언니가 입으면 좀 크긴 하겠지만, 젖은 옷 입고 있는 것보단 나아요. 날도 추운데 감기 걸려요.”김설은 그대로 강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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