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7년을 바쳤는데, 내가 떠나자 미쳐버렸네: Chapter 31 - Chapter 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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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화

강서이는 중요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괜한 시간을 허비하고 싶지 않았다.하지만 그녀는 결국 한발 늦고 말았다.식당 직원은 곽철석 병원장 일행이 식사를 마치고 이미 자리를 떴다고 했다.불과 10분 전이었다.30분 늦었다면 받아들일 수 있었다. 20분 늦은 것도 수긍할 수 있었다. 그런데 하필 10분이라니, 강서이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정말 딱 조금만 빨랐어도 만날 수 있었는데...’냉혹한 현실 앞에 강서이는 버틸 힘도, 다른 방법도 모두 잃었다. 지친 몸으로 식당을 나섰을 때였다.밖에는 이미 민도하와 노아리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그 자리에 남아 있는 사람은 서한승뿐이었다.서한승은 고집스러울 만큼 물러서지 않았다.“이제 병원 가도 되지?”강서이가 거짓말을 한 건 아니었다. 분명 큰 상처는 아니었지만, 겉으로 보이는 상태는 제법 심해 보였다.특히 무릎 쪽 상처가 문제였다. 걸을 때 조금만 힘이 들어가도 상처가 당겨지면서 뼛속까지 저릴 만큼 아팠다.“집까지 데려다줄게.”서한승은 상처를 소독하고 붕대를 감는 일까지 마치고서야 겨우 마음을 놓았다.“아니요, 아직 할 일이 있어요.”강서이는 아직 포기하지 않았다. 한 번만 더 부딪혀 보고 싶었다.“도대체 무슨 일이길래 이렇게까지 급한데?”서한승이 못마땅하다는 듯 퉁명스럽게 물었다.아무리 그래도 자신의 사적인 일이었다. 서한승에게 굳이 털어놓을 필요가 없다고 여긴 강서이는 적당히 돌려보내려 했다.그때 진세윤에게 전화가 걸려 왔다.강서이는 소식을 놓칠까 봐 곧바로 전화를 받았다.진세윤은 안타까운 목소리로 해외 교수진 순회진료팀이 이미 사람을 정해서 다른 방법을 알아봐야 할 것 같다고 전했다.강서이는 코가 시큰해지면서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주먹을 꾹 쥐어보았지만, 그렇게 한다고 나아질 일은 없었다.강서이의 목소리는 여전히 떨렸다.“해외 교수진 순회진료팀은 오후에야 B시에 도착한 거 아니었어요? 병원에는 와보지도 않고 사람을 정했다고요?”[곽철석 병원장이 정한 일이라 자세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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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화

강서이는 민도하가 왜 여기까지 왔는지 알 수 없었다.물론 알고 싶지도 않았다.그래서 민도하를 짧게 한 번 바라본 뒤, 감정을 거두고 그대로 안으로 들어가려 했다.다만 민도하가 아파트 출입구 앞을 막고 서 있었다. 집에 들어가려면 민도하를 지나칠 수밖에 없었다.지금 강서이가 바라는 건 단 하나였다.민도하가 못 본 척 지나가 주는 것.하지만 그 바람은 이뤄지지 않았다.강서이가 가까이 다가오자 민도하가 먼저 입을 열었다. 목소리는 밤공기보다도 더 차가웠다.“왜 이렇게 늦게 들어와?”따지는 듯한 말투였다. 마치 자신이 강서이에게 무슨 자격이라도 있는 사람인 것처럼.강서이는 어이가 없었다.‘대체 무슨 자격으로 저런 걸 묻는 거지?’강서이가 대꾸하지 않자, 민도하는 손을 뻗어 강서이의 팔을 붙잡았다.그 바람에 팔꿈치 쪽 상처를 건드렸다. 강서이는 통증을 참지 못하고 짤막하게 탄성을 질렀다.그 소리에 뭔가 떠오른 듯, 민도하는 급히 손을 놓았다. 아까보다 더 깊이 미간을 찌푸리면서.“어디 다쳤어?”“많이 심해?”걱정하는 듯한 말투였지만 그 걱정은 너무 늦었고, 너무 얄팍했다.강서이는 이미 그런 걸 원하지 않았다. 그래서 아무 감정도 없었다.“무슨 일 때문에 온 건데? 할 말 있으면 그냥 바로 해.”강서이의 딱딱한 말투에 민도하는 몇 번이나 미간을 찌푸렸다. 그리고 그제서야 강서이가 요즘 유난히 달라진 이유가 자기에게 감정이 상해서일지도 모른다고 여긴 듯했다.민도하는 드물게 자세를 낮췄다.“노아리를 3부 본부장으로 임명한 건, 내가 미리 너한테 말했어야 했어. 그건 맞아. 근데 그때는 너무 바빠서 신경을 못 썼다.”바쁘다는 말은 참 편리한 핑계였다.어느 때든, 어떤 관계에서든 그럴듯하게 통했다.다만 가까운 사이에서는 통하지 않았다.그건 결국 성의 없는 변명에 지나지 않았으니까.민도하의 해명을 듣고 있었지만 강서이의 마음은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다.“할 말 끝났어? 그럼 나 들어가도 돼?”민도하는 강서이가 이런 반응을 보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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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화

뒤척이고 또 뒤척여도 좀처럼 잠이 오지 않았다.밤 11시가 조금 넘었을 때, 한지수가 강서이에게 메시지를 보냈다.한지수는 변호사 연락처를 여덟 개쯤 한꺼번에 보내왔다.어떤 건 지인을 통해 어렵게 구한 번호였고, 어떤 건 이름이 알려진 유명 변호사였다.어쨌든 한지수는 할 수 있는 방법을 다 동원해서 강서이를 도우려 했다.어차피 잠도 오지 않았다. 강서이는 차라리 잘됐다 싶어 그 변호사들과 하나씩 이야기를 나눠 봤다.처음에는 다들 자신만만하게 말했다.그런데 프라임로드투자의 법무팀을 상대로 소송을 해야 한다는 말이 나오자, 하나같이 더는 답이 없었다.일은 강서이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까다로웠다.애초에 그 협약서에는 정말로 강서이 본인이 자의로 서명했다.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재판에 가면 강서이가 불리했다.소송으로 가는 길은 끝내 막힐 가능성이 컸다.상대가 마음 먹고 3년, 5년씩 악의적으로 소송을 질질 끌어 버리면, 강서이의 커리어는 그대로 끝장이 날 것이다.그래서 강서이는 결국 민도하 쪽에서 실마리를 찾아야 했다.다시 말해, 앞으로도 민도하와 계속 얽혀야 한다는 뜻이었다.그걸 깨닫는 순간 강서이는 속이 뒤집히는 듯 답답했다.‘정말 돌고 도는구나. 그때 연애에만 정신 팔려서 제대로 판단도 못 한 내 업보야.’‘전부 내 업보지.’한지수가 물었다.[그럼 이제 어떡할 건데?]강서이는 이를 악물고 답했다.[버텨야지. 자존심 접고.]한지수는 지금의 강서이를 보며 진심으로 새삼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서이야, 너 이제야 정신 차렸네! 다행이다, 진짜!]‘그래, 아직 늦지 않았다는 것만으로도 다행이야.’다만 사람이 남의 말을 듣고 깨닫는 일은 겨우 1퍼센트 정도에 불과했다.나머지 99퍼센트는 처절하게 부딪치고 깨지면서 얻어 내는 거였다....다음 날, 강서이는 평소보다 일찍 회사에 나갔다.민도하는 노아리와 함께 출근했다. 강서이가 얌전히 자기 자리에 앉아 있는 걸 보자 민도하는 속으로 안도했다.역시 얼마 전 강서이가 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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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화

강서이는 무심코 물었다.“무슨 일인데?”[그 노 본부장님 있잖아요. 그분이 언니가 전에 진행했던 프로젝트를 전부 다 엎었어요! 하나도 안 남기고요!]김설은 누가 들을까 봐 화장실에 숨어서 수군대는 게 분명했다. 목소리를 한껏 낮추고 있었다.강서이는 잠시 할말을 잃었다.“전부 다 엎었다고?”[네, 전부요! 서이 언니가 제일 좋게 봤던 AI 프로젝트랑 게임 프로젝트도 다요.]김설은 정말 할말을 잃었다는 듯한 말투였다.강서이는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민 대표는 뭐라고 했는데?”[대표님은 아무 말씀도 안 하셨어요.]강서이의 머릿속이 잠깐 하얘졌다. 하지만 금세 이유를 알 것 같았다.그 프로젝트들이 투자할 가치가 있는지 없는지, 민도하가 모를 리 없었다.그런데도 아무 말도 하지 않은 건, 그걸 밀어붙인 사람이 노아리였기 때문이었다.민도하는 노아리의 입지를 세워주고 있었다. 회사 사람들 모두가 노아리를 다시 보게 만들고, 노아리의 말에 따르게 하려는 거였다.예전처럼 또 노아리의 앞길을 정성껏 닦아주는 중이었다.[민 대표님... 진짜 뭐에 홀린 거 아니에요? 왜 이렇게 뭐든 다 노 본부장님 뜻대로만 가요?]속에 쌓인 불만을 풀 데가 없었던 김설은 결국 강서이에게 불만을 털어놓고 있었다.“간단해. 노 본부장 입지를 굳혀 주는 거지.”강서이는 이미 담담했다.지금 이 자리에서 민도하가 프라임로드투자를 통째로 노아리한테 넘긴다고 해도, 이제는 별로 놀랍지도 않을 것 같았다.“아무리 입지를 굳혀 준다 해도 이렇게까지 편애하는 게 말이 돼요? 이 정도면 진짜 프라임로드투자 미래 안주인으로 보는 거 아니에요?”김설은 원래 생각보다 말이 먼저 나가는 타입이었다. 입이 먼저 움직이고, 생각은 그 뒤를 따라왔다.말을 내뱉고 나서야 아차 싶었는지, 김설의 말이 잠깐 끊어졌다.[언니, 제가 그런 뜻으로 한 말은 아니고요...]강서이는 차분했다. 농담까지 할 수 있을 정도였다.[그럴지도 모르지. 그러니까 너도 뒤에서 너무 수군대지 마. 괜히 들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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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화

강서이는 이제야 조금 마음을 놓는가 싶었다.그런데 곽철석 병원장이 다시 돌아왔을 때, 돌아온 대답은 더 분명했다.“정말 죄송합니다만, 그 자리는 이미 예전부터 정해져 있던 겁니다. 배정도 끝난 상태라 지금 와서 바꾸기는 어렵습니다.”서한승의 표정이 차갑게 굳어지는 걸 본 곽철석 병원장이 다급히 말을 덧붙였다.“그래도 너무 염려하지 마십시오. 강서이 씨 어머님 쪽은 저희도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습니다.”“강서이 씨가 불안하시면, 제가 더 권위 있는 병원 쪽으로 연결을 도와드릴 수도 있습니다.”마지막까지 붙잡고 있던 희망이 눈앞에서 무너졌다.강서이의 눈에 남아 있던 희미한 희망의 빛도 서서히 꺼져 갔다.“서이야, 잠깐 나가 있어.”서한승이 조용히 말했다.강서이는 정신이 멍한 채로 밖으로 나왔다.“병원장님, 솔직히 말씀해 주십시오. 강윤희 씨 수술을 맡기려면 대체 어떤 조건이 필요합니까?”서한승은 깊게 가라앉은 눈으로 곽철석 병원장을 바라봤다.“조건은 병원장님 편하신 대로 말씀하셔도 됩니다.”“오해하셨습니다. 이건 정말 제가 도와드릴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그 말을 듣는 순간, 서한승은 곧바로 무슨 뜻인지 알아들었다. 그래서 더 돌리지 않고 물었다.“병원장님을 이렇게 곤란하게 만든 사람이 누군지, 말씀해 주실 수 있습니까?”“그게...”곽철석 병원장은 선뜻 입을 열지 못했다.B시에서 손꼽히는 재벌가는 몇 개 되지 않았다. 그중에서도 서씨 가문보다 더 위에 설 만한 집안은 거의 없었다.서한승은 길게 생각할 필요도 없었다.“민도하 대표입니까?”곽철석 병원장은 인정하지도 부정하지도 않았다.그것만으로도 서한승에게는 충분했다.“알겠습니다. 곤란하게 해드려 죄송합니다.”그 말을 끝으로 서한승은 바로 병원을 나섰다. 강서이에게 따로 말을 남기지도 않았다.강서이도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건 이미 느끼고 있었다. 그래서 한쪽만 믿고 있을 수는 없었다. 바로 다른 방법도 준비해야 했다. 강서이는 인터넷으로 국내에 들어오는 해외 교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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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화

그러자 며칠째 쌓여 온 서러움이 한꺼번에 강서이에게 밀려들었다.막아 보려 해도 감당할 수 없을 만큼 거세게 밀려왔다.아무리 단단하게 버텨 왔던 마음이라도, 그 앞에서는 힘없이 무너질 수밖에 없었다.감정이 이성을 눌렀다. 강서이는 충동적으로 민도하를 찾아가 따지고 싶었다.정신이 조금 돌아왔을 때는 이미 민도하의 집 아래에 도착한 뒤였다.찬바람이 거칠게 불었다.강서이는 너무 급히 나오느라 외투조차 챙겨 입지 못했다.살을 에는 듯한 냉기가 목덜미를 파고들었다.여기까지 온 이상, 강서이는 민도하와 솔직하게 마주 앉아 이야기를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그런데 핸드폰을 꺼내 드는 바로 그때, 바깥에서 민도하의 차가 들어오는 게 보였다.헤드라이트 불빛이 정면으로 쏟아져서 강서이는 눈도 제대로 뜰 수 없었다. 겨우 시야가 익숙해졌을 때는 차가 이미 개인 주차 구역에 멈춰 서 있었다.강서이가 막 입을 열려던 참이었다.그런데 노아리가 환하게 웃는 낯으로 조수석 문을 열고 내렸다.강서이의 목소리는 그대로 목에 걸린 채 끝내 밖으로 나오지 못했다.차에서 내린 민도하는 트렁크를 열어 작고 아담한 분홍색 캐리어 하나를 꺼냈다.누가 봐도 여자 물건이었다.그 뒤 두 사람은 다정하게 말을 주고받으며 집 안으로 들어갔다.문이 닫히는 소리를 듣자, 가슴 한쪽이 또 한 겹 벗겨져 나가는 듯했다.오랫동안 강서이는 그 자리에 멈춰 서 있었다.쉽게 정신을 추스를 수가 없었다.‘이렇게 빨리... 같이 살기 시작한 거야?’‘하긴, 오랫동안 좋아해 온 사이잖아.’‘이제야 떳떳하게 함께할 수 있게 됐는데, 굳이 미룰 이유가 없지.’‘사랑하지도 않고, 아끼지도 않을 때나 질질 끄는 법이야.’‘세상에 무슨 사랑의 장기 연애 같은 게 있을까?’‘결국은 마음이 덜했기 때문일 뿐이지.’비로소 한 가지 사실을 똑똑히 깨달은 강서이의 마음은 싸늘하게 식어 갔다.강서이는 나무 그늘 아래 선 채, 집 안에 불이 켜지는 걸 바라봤다.이미 무뎌질 대로 무뎌졌다고 여긴 가슴 한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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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화

강서이는 짬을 내 프라임로드투자에 들렀다. 택배를 뜯어 보고서야, 그 안에 들어 있던 게 예전에 주문해 둔 드레스라는 걸 알았다.축하 연회 때 입으려고 맞춘 드레스였다.그 드레스를 주문하던 때만 해도, 강서이의 마음은 기대감으로 가득했다. 그 즈음이면 민도하에게 청혼도 성공했을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회사 사람들도 강서이의 위치를 이미 다 알게 됐을 거라고 여겼다. 그래서 강서이는 조금도 숨기지 않고 민도하의 예복과 맞춰서 커플 디자인으로 드레스를 주문했다.강서이는 두 사람의 사랑을 세상 모든 사람이 지켜봐 주길 바랐다.그건 민도하가 세상 사람들 앞에 노아리를 향한 자신의 편애를 드러내고 싶어 하는 모습과도 닮아 있었다.다만 강서이는 이제 그 드레스를 다시는 입지 않을 생각이었다.강서이가 막 드레스를 다림질해 정리해 두었을 때, 민도하에게서 전화가 왔다. 드레스샵 ‘뷰티’에 가서 예복을 찾아오라는 연락이었다.그곳으로 향하는 내내 강서이의 머릿속은 의문으로 가득했다.민도하가 평소 각종 비즈니스 파티나 연회에 참석할 때 입는 옷은 늘 강서이가 챙겨 왔다.‘왜 갑자기 직접 예복을 맞추기 시작한 거야?’예복을 받아 들고 나서야 강서이는 자기 생각이 얼마나 순진했는지 깨달았다.민도하가 주문한 건 여성 드레스였다.그런데 치수는 강서이 것이 아니었다. 굳이 확인하지 않아도 바로 알 수가 있었다. 그 드레스는 노아리를 위해 따로 맞춘 물건이었다.주문 시점을 보니, 강서이가 자기 드레스를 주문한 때보다도 더 빨랐다.그러니까 강서이가 민도하에게 어떻게 청혼할지를 들뜬 마음으로 그리고 있을 때, 민도하는 이미 노아리에게 입힐 드레스를 맞추고 있었던 셈이었다.참 우스운 일이었다.그동안 강서이는 끊임없이 자신을 무디게 만들려고 애를 썼다.그런데도 이 사실을 확인하자 가슴 한복판이 잘게 찢어지듯 아팠다.숨 쉬는 것조차 버거웠다.강서이는 속으로 되뇌었다.‘괜찮아질 거야.’‘다 괜찮아질 거야.’‘민도하를 떠나면, 다 괜찮아질 거야.’강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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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화

“왜 그래?”고개를 든 노아리는 민도하의 표정이 어딘가 평소와 다르다는 걸 알아차리고 가볍게 물었다.사직서를 집어 든 민도하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서랍 안에 던져 넣었다.“아무것도 아니야. 일 끝났으니까 밥 먹으러 가자.”“응.”노아리는 민도하와 함께 저녁을 먹게 된 게 더없이 기대됐다....강서이는 약속한 시간에 맞춰 공항 도착장 앞에 나가 있었다.서한승은 밖으로 나오자마자 강서이를 단번에 알아봤다.“진짜 나왔네.”서한승의 목소리에는 기분 좋은 웃음이 묻어 있었다.강서이도 웃었다.“약속했으니까요. 당연히 나와야죠.”“그래야지.”서한승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강서이와 함께 공항을 빠져나왔다.강서이는 미리 식당도 예약해 두었다. 서한승을 태운 뒤 곧장 그쪽으로 차를 몰았다.도착했을 때는 딱 저녁시간이라, 식당 안에는 이미 손님이 제법 들어차 있었다.자리에 앉자 강서이는 서한승에게 이 식당의 대표 메뉴와 분위기를 간단히 설명해 주었다.서한승도 꽤 마음에 들어 하는 눈치였다.다만 식사하던 중, 강서이가 손을 대는 음식들이 하나같이 자극적이지 않은 메뉴라는 걸 보고 의아해했다.“예전엔 너 매운 거 꽤 좋아하지 않았어?”강서이가 조용히 답했다.“몇 년 전부터 위가 안 좋아서요. 의사도 매운 건 피하라고 했고요. 그래서 속 편한 음식 위주로 먹고 있어요.”“그래서 그렇게 말랐구나.”서한승이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처음 교수님 댁에서 널 봤을 때는 볼도 좀 통통했는데.”서한승은 강서이를 위아래로 훑어보면서 혀를 찼다.“지금은 너무 말랐어.”강서이가 웃으며 되물었다.“좀 마른 게 더 낫지 않아요?”“아니.”서한승은 단호하게 잘라 말했다.“이건 아니야. 잘 챙겨 먹어야 해.”그러고는 바로 직원을 불러, 식당에서 준비할 수 있는 담백한 음식과 속이 편한 메뉴를 이것저것 더 주문했다.강서이는 말릴 틈도 없었다.“저 그렇게 많이 못 먹어요.”“내가 먹으면 되지.”서한승은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해외에 나가 있는 동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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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화

이예수도 노아리에게 강서이는 굳이 신경 쓸 필요도 없다고 했다. 오직 민도하에게만 마음을 두면 된다고 말했다.지금 와서 보니, 확실히 어른의 판단이 더 멀리 내다본 셈이었다.어머니의 눈이 자기보다 더 정확했다.“알겠어.”노아리의 기분은 한층 가벼워졌다....강윤희의 수술은 금요일로 잡혀 있었다.강서이는 이른 시간부터 병원에 나왔다.그사이 강서이는 이틀 내내 회사에도 빠지지 않고 들렀다. 손에 쥔 업무를 어느 정도 정리해 둔 뒤에 축하 연회 준비를 핑계 삼아 병원 쪽으로 넘어오곤 했다.원래도 축하 연회는 늘 강서이가 처음부터 끝까지 도맡아 처리해 왔다. 이번 역시 크게 다를 건 없었다.이미 익숙한 일이어서 강서이가 계속 곁에 붙어서 챙기지 않아도 돌아갈 수 있었다.그래서 강서이는 대부분의 시간을 병원에서 보내며 강윤희 곁을 지켰다.강윤희는 늘 자신 때문에 강서이가 일까지 소홀히 하게 되는 건 아닌지 걱정했다.그럴 때마다 강서이는 민도하가 휴가를 내줬다고 둘러댔다.강윤희는 그런 말을 좋아했다. 민도하를 두고 세심하다고, 사람 참 괜찮다고 칭찬까지 했다.강서이는 속으로는 그 말을 비웃었다.‘민도하가 남을 세심하게 챙기는 건 맞아.’‘다만 그 배려는 노아리에게만 향할 뿐이지.’강윤희는 거의 매일 민도하를 찾았다.그때마다 강서이는 민도하가 일이 많아서 바쁘다는 말로 적당히 넘겼다.수술 전 준비를 하던 중에도 강윤희는 또다시 민도하를 입에 올렸다.강서이는 이번에도 같은 말만 반복했다.“바빠서 그래요. 시간 나면 올 거예요.”그러자 강윤희는 아쉬운 듯 말했다.“나는 그냥... 내가 수술실에서 못 나오게 될까 봐...”“엄마.”강서이가 강윤희의 말을 끊었다.“엄마, 절대 그럴 일 없어요.”“그래.”...서한승은 영양제 몇 가지를 사 들고 강윤희를 보러 왔다.강윤희는 서한승이 누구인지 몰랐다. 강서이가 친구라고 소개하자 강윤희도 더 캐묻지 않았다.서한승은 강서이와 함께 강윤희를 수술실 앞까지 배웅했다.강서이는 서한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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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화

턱밑까지 올라왔던 말을 강서이는 억지로 삼켜 버렸다. 대신 강서이는 응대할 때만 꺼내는 익숙한 미소를 입가에 걸었다.“병원은 공공장소잖아요. 두 분이 올 수 있으면, 저도 올 수 있지요.”민도하는 미간을 찌푸렸다.강서이의 대답이 마음에 들지 않는 눈치였다.반면 노아리는 문득 떠오른 게 있다는 듯 강서이에게 물었다.“그럼 가족이 진짜 아팠던 거예요?”강서이는 그 말이 우스웠다.설마 노아리는 지난번 강서이가 가족이 아프다고 했던 말을 거짓말로 여긴 걸까?일부러 민도하와 노아리를 따라다니려고 둘러댄 말이라고 생각한 걸까?누가 아무 이유도 없이 가족이 아프다는 거짓말을 만들어 냈을까?아마 민도하도 비슷하게 생각했을 것이다.하지만 이제 강서이는 민도하가 자기를 어떻게 보든, 무슨 생각을 하든 신경 쓰지 않았다.강서이는 그 자리를 빨리 벗어나고 싶었다. 그래서 두 사람 옆을 그대로 지나쳐서 걸어갔다.서한승은 여전히 그 자리에 서서 강서이를 기다리고 있었다. 강서이가 돌아오는 걸 보고, 입가에 미소를 흘렸다.“왜 이렇게 오래 걸리나 했더니, 커피 사러 갔던 거였네.”“계속 기다리게 할 수는 없잖아요.”강서이는 서한승에게 커피를 건넸다.“이제 곧 나올 거야.”서한승은 손목시계를 한 번 확인했다.수술실에 들어간 뒤로 벌써 5시간이 지나 있었다.그동안 중간에 어떤 소식도 들려오지 않았다. 서한승은 오히려 그게 좋은 징조라고 했다. 수술이 그만큼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는 뜻이라며 강서이를 달랬다.그 말을 듣고 나니, 강서이의 마음도 조금은 놓였다.서한승은 자연스럽게 강서이의 머리를 한 번 쓸어내렸다.“다 잘될 거야.”“네.”강서이도 그렇게 믿고 싶었다....한편 노아리도 마음이 편치 않은 건 마찬가지였다. 그녀는 수술실 쪽을 자꾸 돌아봤다.“도하야, 너무 떨려.”노아리는 민도하에게 기대듯 위로를 구했다.그런데 민도하는 다른 데 정신이 팔린 것처럼 노아리의 말에 바로 반응하지 않았다.노아리가 다시 한번 불렀다.“도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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