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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가짜 결혼, 진짜 신분: Chapter 1001 - Chapter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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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01화

“물론이지. 내가 붙인 사람들이 얼마나 쓸 만한데.”이연화는 입꼬리를 올렸다. 하원영을 위해 꽤 ‘건장한’ 남자들을 여러 명 준비해 뒀다.오늘 밤만큼은... 하원영이 차라리 죽는 게 낫다고 느낄 만큼 처참한 시간을 보내게 될 터였다.그동안 자신과 딸이 하원영의 성질머리를 얼마나 많이 받아 줬던가. 이제야 한꺼번에 제대로 계산할 수 있게 됐다.아까 하원영의 비위를 맞춰 줄 때만 해도 혹시 정말 받아들이면 어쩌나 내심 조마조마했다.역시 하원영은 한 번도 자신을 실망하게 하는 법이 없었다.한편, 이도운도 메시지 하나를 받았다.아무래도 하씨 집안은 이번에 천해 그룹과 손을 잡기로 단단히 마음먹은 모양이었다.모든 게 이도운의 예상대로 흘러가고 있었다.“또 무슨 생각 해요?”뒤에서 이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도운이 돌아보기도 전에 이서가 뒤에서 꼭 끌어안았다.이도운은 굳이 숨기지 않고 메시지를 이서에게 보여 줬다.“하씨 집안이 움직였어. 하원영을 만나기로 했대. 아마 내일이면 좋은 소식이 있을 거야.”이서는 신이 나서 곧바로 이도운의 휴대폰을 받아 들었다.그쪽 사람들이 알아본 바로는, 하씨 집안에서 오늘 밤 한 호텔에 여러 사람을 미리 배치해 뒀다고 했다.“그 사람들, 대체 뭘 하려는 거예요?”이서는 특허권과 관련된 일이라는 건 알았지만 정확한 속사정까지는 몰랐다.이도운은 이서의 앳된 얼굴을 살짝 들어 올리며 낮은 목소리로 설명했다.“하원영 어머니가 남긴 협의서가 있어. 하원영이 품행을 망치거나 추문을 일으키면 언제든 상속권을 박탈할 수 있다는 내용이지.”이서는 그제야 떠올랐다는 듯 말했다.“하씨 집안 사람들이 찾아왔을 때 그런 얘기를 얼핏 했었어요. 이번엔 정말 각오하고 하원영을 치려는 거네요.”“이익이 걸렸으니,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일이야.”이도운이 가볍게 웃었다.“진작 손쓸 수도 있었는데 굳이 지금까지 기다린 걸 보면, 예전에는 그래도 하원영을 가족이라고 생각하긴 했나 봐요?”이서가 눈살을 찌푸렸다.“정 때문이 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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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02화

이서는 문득 이도운이 예전에 했던 말이 떠올랐다. 하원영의 어머니가 재산을 하씨 집안에 맡겨 관리하게 한 이유는, 하원영의 아버지가 범죄자였고, 하원영의 어머니 역시 하석철에게 강제로 당했기 때문이라고 했다.하원영을 낳은 뒤로도 친모는 딸에게 아무런 기대를 하지 않았다고 했다.피는 못 속인다고, 하원영은 친부를 닮아 성격도 제멋대로였고 어머니의 재능도 물려받지 못했다.이서가 말을 끝내기도 전에 다시 이도운이 입을 막았다.이서는 눈을 감고 자신의 몸 위에서 거칠게 타오르는 남자의 감정을 느꼈다....같은 시각, 하지유도 차를 몰아 집안 차량의 뒤를 계속 따라가고 있었다.하지유는 오늘 부모가 꾸민 계획을 진작부터 알고 있었다.어머니의 연락을 받자마자 곧바로 차를 몰고 뒤따라온 참이었다.하원영이 처참하게 망가지는 모습을 어떻게 놓칠 수 있겠는가?하지유는 기분 좋게 음악까지 틀었다.차량 몇 대가 차례로 외진 곳에 있는 호텔로 들어갔다.사람들이 모두 위층으로 올라간 것을 확인한 뒤에야 하지유는 천천히 차에서 내렸다. 마스크와 야구모자를 눌러쓰고 몰래 뒤를 따라갔다.하지유는 휴대폰을 꽉 쥐었다. 잠시 후 하원영이 가장 처참한 꼴이 된 모습을 찍어 두고두고 보려는 생각이었다.그런데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와 객실 앞까지 갔는데, 복도는 이상하리만치 조용했다.방금 하원영을 데리고 올라온 남자들도 전부 사라지고 없었다.복도는 지나치게 적막했다.하지유는 다시 휴대폰을 켜 객실 번호를 확인했다.틀림없었다.하지유는 가까이 다가가 손으로 객실 문을 살짝 짚었다.그때 문이 가느다랗게 열렸다.문이 완전히 닫혀 있지 않았다는 것을 알아차린 하지유의 얼굴에 희색이 돌았다.어머니가 이 사람들에게 미리 말해 둔 모양이었다.‘내가 와서 구경할 수 있도록 일부러 문까지 열어 뒀나봐. 그런데 하원영은 약을 먹고 기절한 건가? 왜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지?’하지유는 문을 밀고 조심스럽게 안으로 들어갔다.스위트룸 안은 칠흑같이 어두웠다.거실에는 땀 냄새 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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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03화

남자는 거칠게 하지유의 목을 움켜쥐고 자신의 휴대폰을 보게 했다.그들의 휴대폰에 저장된 사진은... 하원영이 아니라 분명 하지유 자신의 얼굴이었다!‘왜...’하지유가 상황을 파악하기도 전에 사람들이 강제로 끌고 가 침대 위에 내동댕이쳤다.하지유는 미친 듯이 저항했지만 상대는 사정없이 거칠었다. 몇 번 두들겨 맞자 거의 정신을 잃을 지경이 됐고 온몸에서 힘이 빠져나갔다.“약 먹였다더니 왜 이렇게 힘이 넘쳐?”“상관없어. 더 세게 반항할수록 우리도 더 신나니까....”하지유 위에 올라탄 남자가 말을 마치기도 전에 하지유가 발로 걷어찼다. 방심했던 남자는 아픔에 몸을 떼었다.하지만 그 행동은 다른 남자들까지 자극했다. 몇 사람이 한꺼번에 달려들었다.하지유는 살려 달라고 외치려 했지만 휴대폰은 저만치 내던져졌고, 입도 단단히 틀어막혔다....같은 시각, 짙은 밤.차 한 대가 빠른 속도로 호텔을 빠져나갔다.차 안에서 하원영은 불안한 얼굴로 옆의 남자를 바라봤다.“증거는 다 녹화됐어요?”“됐습니다.”남자가 담담하게 대답했다.바로 아까 식사 자리에서 하원영을 둘러메고 나왔던 남자였다.운전석에 앉은 남자는 휴대폰 하나를 하원영에게 건넸다.화면에는 하원영이 하씨 부부에게 강제로 제압당하는 장면이 고스란히 찍혀 있었다.“오늘 밤 육 대표님께 정말 고마웠어요.”하원영은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드론으로 촬영한 영상이었다.오늘 주시언은 자리에 없었다. 하씨 부부의 초대는 좋은 기회였고, 하원영은 상대가 함정을 파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그들은 하원영의 성격을 잘 안다고 생각했지만, 하원영 역시 그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는 사실은 잊고 있었다.하원영이 위험을 감수하고 직접 함정에 들어간 건 주도권을 되찾기 위해서였다.이 일은 주시언에게도 알릴 수 없었다. 알았다면 분명 이런 짓을 못하게 막았을 테니 말이다.그래서 하원영은 강지현과 상의한 뒤 가장 먼저 육운성을 찾았다.육운성 역시 해원시에 없었지만 인맥이 넓고 수완도 좋았다.무엇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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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04화

육운성은 이미 남자의 신분을 완벽하게 정리해 둔 상태였다. 신원은 아주 깨끗했고 하씨 집안과의 연결고리 외에는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다.경찰이 확보한 정황도 남자의 진술과 정확히 맞아떨어졌다.하원영이 엘리베이터 안으로 옮겨진 뒤 남자가 갑자기 움직여 다른 경호원 세 명을 쓰러뜨렸다.이후 하원영을 안고 계단으로 내려가 차를 타고 현장을 빠져나갔다.현장 곳곳의 CCTV에도 그 과정이 고스란히 찍혀 있었다.게다가 하원영은 녹음 증거까지 제출했다.경찰은 곧바로 하씨 집안에 연락했다.하원영이 진술을 막 끝냈을 때, 이연화가 사람들을 이끌고 다급히 들이닥쳤다.분노로 눈이 뒤집힌 이연화는 하원영에게 달려들어 손을 들어 뺨을 후려치려 했다.하원영이 본능적으로 피했고, 경찰이 재빨리 이연화의 손목을 붙잡았다.“진정하세요!”“이 천한 년아! 네가 대체 무슨 짓을 한 거야? 우리를 해치려고 작정했어?”이연화는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하원영이 멀쩡한 모습으로 경찰서에 나타나다니! 하원영 따위가 어떻게?’게다가 하지유와는 계속 연락이 닿지 않았다.자신의 소중한 딸은 하원영을 따라간 뒤로 감감무소식이었다.미리 붙여 둔 사람들도 하나같이 연락이 끊겼다...이연화가 불안해져 사람을 보내 하지유를 찾게 하고 있을 때, 하석철은 지인에게서 전화를 받았다. 하원영이 신고했고 일이 터졌다는 내용이었다.하씨 집안은 어쨌든 해원시에서 영향력이 있는 집안이었다.그러면 충분히 시간을 두고 대책을 세운 뒤 내일 와서 대응할 수도 있었다.하지만 이연화는 더는 기다릴 수 없었다.하원영은 멀쩡한데 하지유만 연락이 끊겼다. 누군가 자신들을 함정에 빠뜨린 게 분명했다.다른 건 몰라도 자신의 소중한 딸만큼은 절대 잘못되면 안 됐다.“사모님, 상황부터 똑바로 보세요. 지금 피해자는 저예요. 경찰서까지 오셨으면 오늘 저한테 무슨 짓을 하려고 했는지 먼저 설명하셔야 하는 거 아닌가요?”하원영이 차갑게 웃었다.이연화는 얼굴이 시뻘게진 채 경찰에게 붙들린 상태에서도 하원영을 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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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05화

“너! 네가 한 짓이지? 네가 저년을 도운 거잖아! 말해! 우리 딸한테 무슨 짓을 했어?”남자는 고개를 살짝 들며 이연화를 향해 입꼬리를 올렸다.“사모님, 따님은... 저도 본 적이 없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저한테 물으시면 곤란하죠.”“네가 아니면 누가 있어? 분명 네가 수작을 부렸으니까 우리 딸이 연락이 안 되는 거야...”“사모님, 지금 저한테 화풀이하고 싶으신 마음은 이해합니다. 저도 평범한 사람이라 돈을 받고 일하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만, 법과 도덕을 어기면서까지 더러운 짓을 하라고 하시면... 죄송하지만 그 명령만큼은 따를 수 없습니다.”남자는 애초부터 철저히 준비하고 나온 사람답게 침착했다. 반면 흥분한 이연화는 말로 그를 당해 내지 못했고, 입을 열 수록 오히려 자신의 약점만 드러냈다.“그만!”하석철의 목소리가 갑자기 울렸다.이연화가 돌아보니 하석철도 뒤에 와 있었다.주변 사람들이 길을 비켜 주자 하석철이 안으로 들어왔다.이연화는 구세주라도 만난 듯 곧바로 남편에게 달려갔다.“지유가 분명 저 사람들한테 당한 거예요. 빨리 방법을 좀 생각해 봐요...”“...”하석철은 아내의 손을 잡아 자신의 몸에서 떼어 냈다.그는 아내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곧장 하원영의 앞으로 걸어갔다.하원영은 차가운 눈으로 그를 바라봤다. 깊게 가라앉은 눈빛 속에는 하늘을 뒤덮을 듯한 분노가 일렁이고 있었다.남자는 분위기가 음산했고, 살기마저 서린 듯했다.예전의 하원영이었다면 아무리 막무가내였어도 본능적으로 그를 두려워했을 것이다.하지만 지금은 거센 파도가 자신을 집어삼킨다 해도 마음만큼은 단단하고 평온했다.“네가 한 짓이냐?”하석철은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하원영을 한참 노려보다 이를 악물고 겨우 한 마디를 내뱉었다.하원영은 속눈썹을 살짝 떨며 눈가를 붉혔다.“무슨 말씀이신지 모르겠어요. 그래도 제가 아버지 딸인데, 제가 아무리 잘못한 게 많다 해도 어떻게 저한테 이렇게까지 하실 수 있어요?”“...”하석철은 대답하지 않고 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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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06화

그런데 오늘 이 경찰들은... 겁도 없이 정말로 자신들을 잡아가려 하고 있었다.하석철은 눈앞의 경찰을 몇 초간 뚫어지라 바라봤다. 그러자 옆에 있던 하씨 집안의 변호사가 즉시 앞으로 나섰다.“경찰관님, 저는 하씨 집안의 대리 변호사입니다. 몇 가지 말씀드리고 싶습니다.”“첫째, 제 의뢰인들은 현재 피의자일 뿐 범죄자가 아닙니다. 경찰 측도 표현에 유의해 주시기 바랍니다.”“둘째, 제가 현재까지 파악한 바에 따르면 설령 저희 측에 일부 잘못이 있었다 하더라도 양측은 가족 관계입니다. 이는 가정 내 분쟁으로 충분히 내부 합의가 가능합니다.”“셋째, 오늘 오후 일로 실질적인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으므로 사안이 비교적 가볍습니다.”“마지막으로 제 의뢰인들은 해원시에 고정된 주거지가 있고 정당한 직업도 있으며 도주 우려도 없습니다. 이를 근거로 두 분에 대한 보석을 신청합니다.”경찰은 변호사를 한 번 바라봤다. 말투가 요청이 아니라 명령에 가까웠다.“보석이요? 약물을 먹이고 납치를 시도한 데다 사람을 고용해 성폭행까지 시키려 한 정황이 있는데, 적절하다고 생각하십니까?”“어디까지나 혐의일 뿐, 아직 유죄가 확정된 건 아닙니다.”변호사는 조금도 당황하지 않았다.“게다가 제가 알기로는 이른바 ‘성폭행 사주’ 부분은 현재 하원영 씨의 일방적인 주장만 있을 뿐 실질적인 증거가 없습니다. 약물 투여와 납치 미수는 분명 조사가 필요하지만 심각한 결과가 발생하지 않은 이상 제 의뢰인들에게는 보석을 신청할 권리가 있습니다.”두 사람에게 범죄 혐의가 있는 건 분명했고, 하원영에게 약을 먹이고 납치하려 한 부분은 증거도 거의 확정적이었다.다만 하원영이 끌려갔던 호텔에서 관련자들을 찾지 못해 이후 상황은 추가 조사가 필요했다.변호사는 말을 마친 뒤 하원영에게 명함까지 건네며 옅게 웃었다.“하원영 씨, 부모님과의 갈등은 해원시에서도 오래전부터 널리 알려진 일 아닙니까. 차분히 앉아서 대화를 나눠 보시죠. 어쩌면 원만하게 합의할 수도 있을 겁니다.”하씨 집안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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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07화

하원영은 이해한다는 뜻으로 고개를 끄덕였다.그녀는 경찰서를 나온 뒤 곧바로 육운성에게 전화를 걸었다.육운성은 하원영이 전화할 줄 알고 있었던 듯 거의 즉시 받았다.실제로 육운성은 현장에 없었지만 부하들이 이쪽 상황을 실시간으로 보고하고 있었다.강지현이 직접 나서서 부탁한 일이니, 육운성도 하원영이 털끝 하나 다치게 둘 수 없었다.하지만 하원영이 묻고 싶은 건 다른 일이 아니라 바로 하지유에 관한 것이었다.원래 계획에는 하지유가 끼어들 여지가 전혀 없었다.그래서 이연화가 스스로 다그쳤을 때 하원영도 조금 의아했다.하지만 모든 게 우연일 리는 없었다.육운성이 가볍게 웃더니 부정하지도 긍정하지도 않은 채 말했다.“어차피 다 적이잖아요. 같이 치워 버리면 편하죠. 게다가 그 여자도 자업자득이고요.”이연화가 사람을 고용해 하원영을 짓밟으려 할 때 하지유도 옆에 있었다. 모녀가 한통속으로 나쁜 마음을 품고 있었다.하지만 두 사람은 그 남자들과 실제로 연락을 주고받은 사람이 육운성의 부하였다는 사실을 꿈에도 몰랐다.육운성은 결코 순진한 사람이 아니었다. 오히려 악에는 악으로 갚는 방식을 가장 좋아했다.그래서 즉시 부하에게 지시해 하원영의 사진을 하지유의 사진으로 바꿔 버렸다.그 조치 자체도 혹시 모를 사고에 대비해 하원영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었다.하지유가 굳이 죽을 길을 찾아 따라오지 않았다면 어떻게 그 남자들 손에 걸렸겠는가?실제로 육운성의 드론에는 하지유의 동선도 찍혀 있었다.마음만 먹으면 하지유를 도와줄 수도 있었다. 하지만 육운성은...다른 사람이 자초한 결과에는 개입하지 않기로 했다.“그럼 하지유는 지금 어떻게 됐어요? 경찰에서는 그 남자들도 실종됐다고 하던데요?”“그건 저도 모르겠네요. 아마 무슨 낌새를 느끼고 미리 사람을 데리고 도망갔겠죠.”육운성의 목소리는 섬뜩할 정도로 담담했다.“그럼... 하지유는...”하원영은 하지유를 몹시 싫어했다. 하지만 그 남자들이 하려던 일을 떠올리자 같은 여자로서 소름이 끼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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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08화

강지현은 주시언과 하원영이 늘 함께 있으니 주시언도 당연히 알고 있을 거로 생각했다.그런데 육운성 말로는 주시언이 요 며칠 무척 바빴고 오늘은 외지에 간 것 같다고 했다.하원영이 무슨 일을 벌이는지 알았다면 주시언이 곁을 떠났을 리 없었다.하원영이 머뭇거렸다.“아직 말할 시간이 없었어요. 그래도 괜찮아요. 어차피 다 끝났잖아요.”강지현도 눈치챘다.“말할 시간이 없었던 거에요, 아니면 일부러 안 한 거예요?”하원영은 그 질문에 말문이 막혔다.일부러 주시언을 속이려던 건 아니었다. 그가 걱정하면 자신도 덩달아 위축될까 봐 말하지 못했을 뿐이었다.어쩌면 하씨 집안을 혼자 힘으로 상대해 보고 싶은 마음도 조금은 있었는지 몰랐다.그동안 늘 주시언이 자신을 지켜 줬다. 하원영도 이제는 예전과 달라졌다는 걸 주시언에게 보여 주고 싶었다.“알겠어요. 제가 시언 오빠한테 말해 줄게요. 화내면 제가 대신 사과할게요.”강지현의 말을 들은 하원영이 황급히 막았다.“아니에요. 오빠한테는 제가 직접 말할게요.”강지현이 알겠다고 대답하다가 덧붙였다.“그래요. 그런데... 싸우지는 말아요.”마지막 한 마디를 말하는 강지현의 목소리가 조금 약해졌다.하원영이 웃었다.“안 싸워요.”그렇게 말은 했지만 사실 하원영도 속으로 꽤 긴장됐다.평소 주시언은 성격이 좋고 늘 사람 좋아 보였지만, 하원영만은 알고 있었다. 남자는 자기 기준이 아주 분명했고 은근히 고집도 셌다.정말 자신의 은폐를 마음에 담아 두고 있다면 강지현 말대로 한바탕 다툴 수도 있었다.하원영은 다시 김태하의 상태를 물었다. 강지현은 침실 쪽을 흘끗 바라봤다.이곳은 아직 낮이었고 김태하는 치료를 마친 뒤 쉬고 있었다.현재 상태는 그다지 좋지 않았다. 몸 전체가 지쳐 있었다.하지만 강지현은 불길한 말을 꺼내고 싶지 않아 모든 게 괜찮다고만 하며, 하원영이 특허를 되찾기만 기다리면 된다고 했다.그러나 통화를 마친 강지현의 미간은 오히려 더 깊게 찌푸려졌다.하원영에게는 숨기지 말라고 충고해 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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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09화

다만 육운성은 지금도 김태하가 치료에만 집중하길 바랐다. 회사 문제는 결국 사업상의 경쟁일 뿐이었다.사업에는 오르막도 내리막도 있는 법이다. 영원히 잘되는 회사가 어디 있겠는가.김태하는 몸을 안쪽으로 조금 옮긴 뒤 옆자리를 가볍게 두드렸다.“올라와.”강지현이 눕자 김태하는 곧바로 품 안으로 끌어안았다.남자의 손이 강지현의 허리에 얹혔다. 손바닥은 자연스럽게 살짝 불러온 배 위에 닿았다.두 사람은 그렇게 한동안 말없이 쉬었다.한참 뒤 김태하가 낮은 목소리로 강지현의 귓가에 물었다.“주상 그룹 쪽은 요즘 어때?”“괜찮아.”강지현은 눈을 감은 채 김태하의 가슴에 기대었다. 그의 심장 박동은 일정하고 느긋했다.“지현아.”김태하가 갑자기 불렀다.“응?”“너, 고향에 많이 돌아가고 싶은 거지?”강지현은 갑자기 눈을 떴다.“무슨 소리야? 난 네 곁에 있을 거야. 네가 어디 있든 나도 거기 있을 거고. 우리 그렇게 약속했잖아.”김태하는 고개를 숙여 강지현을 바라봤다. 눈빛은 짙고 깊었다.“그런데 네 마음이 자꾸 딴 데 가 있는 것 같아. 돌아온 뒤로 계속 멍하고 불안해 보였어. 어젯밤 내가 깼을 때 너 밖에 나가 전화 받는 것도 봤고, 아까도 내 진료 시간에 맞춰 일부러 자리를 비운 채 일을 처리하고 있었지?”“김태하, 오해야...”순간 당황한 강지현은 눈동자가 흔들리며 설명하려 했다.김태하는 워낙 눈치가 빨랐다. 자신이 조금이라도 다른 생각을 품으면 숨길 수 없다는 걸 강지현도 알고 있었다.하지만 지금은 속이 타들어 갈 만큼 급한 상황이라 다른 것까지 신경 쓸 여유가 없었다.“지현아, 넌 고민이 있으면 얼굴에 다 보여.”김태하는 강지현의 턱을 살짝 받쳐 가까이 다가왔다. 입꼬리가 옅게 움직였다.강지현이 뭐라고 답해야 할지 생각하기도 전에 김태하가 다시 말했다.“주단우가 이제 막 회사를 넘겨받았으니 밑에서 불복하는 사람이 분명 있겠지. 거기에 천해 그룹도 계속 움직이고 있으니 네가 신경 쓰이는 것도 당연하고...”“천해 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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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10화

김태하는 옅게 웃으며 여전히 강지현의 손을 잡고 있었다.“강지현, 이틀 정도 치료가 끝나면 우리 귀국하자.”강지현의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김태하의 뜻을 알아차린 그녀는 곧바로 거절했다.“안 돼...”김태하가 바랐던 건 남은 삶만큼은 한 번쯤 이기적으로 살아 보며 가능한 한 완벽한 추억을 남기는 것이었다.그런데 단 한 번의 이기심마저도 강지현 때문에 다시 포기하려 하고 있었다.“뭘 하든 너랑 같이 있으면 그걸로 좋아.”강지현은 고개를 저었다.“김태하, 넌 왜 늘 나를 이렇게 마음 아프게 해...”김태하는 아무 말 없이 강지현을 조금 더 깊이 품에 끌어안았다.그리고 다시 말했다.“천해 그룹 쪽은 이미 사람을 붙여 조사 중이야. Y국 쪽 사람이면 국내에서만 찾아서는 나오는 게 없을 거야.”“걱정하지 마. 하늘이 무너져도 내가 살아 있는 한 너한테 어떤 억울한 일도 생기게 두지 않을게.”그 순간 강지현은 M국에서 김태하가 목숨을 걸고 자신을 구했던 일이 떠올랐다.김태하는 죽지 않는 한 자신에게 한 약속을 반드시 지킬 사람이었다.이런 남편을 두고 자신이 무엇을 더 바라겠는가.강지현은 고개를 숙여 얼굴을 그의 목덜미에 깊이 묻고 몇 번이고 입을 맞췄다.그렇다면 이번에는 자신도 모든 걸 걸어서라도 반드시 김태하를 살려 내리라 마음먹었다....한편, 하원영이 집에 돌아와 불을 켜자 현관에 놓인 신발이 눈에 들어왔다.하원영은 곧바로 고개를 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주시언이 계단을 내려오고 있었다.“오빠... 왜 벌써 왔어요? 오늘 밤은...”주시언은 멀리서 하원영과 잠시 눈을 마주친 뒤 곧장 거실 소파 쪽으로 걸어갔다.남자의 정장 재킷은 소파 팔걸이에 아무렇게나 걸쳐져 있었고 넥타이는 느슨하게 풀려 있었다. 셔츠 소매도 팔뚝까지 걷혀 있었다.보아하니 그 역시 집에 돌아온 지 얼마 되지 않은 듯했다.“이리 와.”주시언이 말했다. 목소리만으로는 감정을 읽기 어려웠다.하원영은 작게 대답한 뒤 서둘러 신발을 갈아 신고 다가갔다.그러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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