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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가짜 결혼, 진짜 신분: Chapter 1011 - Chapter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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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11화

하원영은 순간 할 말을 잃었다.주시언은 말을 이었다.“내가 떠나기 전에 네가 육운성과 통화하는 걸 들었어. 난 널 정말 믿으니까 네가 뭘 하든 함부로 간섭하지 않을 생각이었어. 그런데 넌 내가 그렇게 쉽게 속일 수 있는 바보라고 생각한 거야?”“오빠... 그런 뜻 아니었어요...”하원영은 입을 열었지만 무슨 말을 해도 변명처럼 들릴 것 같았다. 마음은 이미 잔뜩 불안해졌다.주시언은 정말 화가 많이 난 듯했다.주시언도 순간 감정을 억누르지 못했다. 그러다 하원영의 눈가에 눈물이 맺힌 걸 보고서야 자신이 너무 세게 몰아붙였다는 걸 깨달았다.그는 갑자기 고개를 숙이고 팔꿈치로 머리를 받친 채 주먹 쥔 손으로 미간을 꾹 눌렀다.육운성은 주시언도 이 일을 모르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당연히 하원영과 주시언이 모두 상의한 뒤 움직인 줄 알았다.통화 막바지에야 자신이 실수했다는 걸 눈치채고는, 주시언에게 자기 일에 집중하라며 하원영 쪽은 자신이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수습했다.하지만 그 말은 오히려 주시언에게 더 거슬렸다.‘하원영은 아직도 나를 의지할 사람으로 생각하지 않는 건가?’둘은 이미 부부였다. 그런데도 하원영은 차라리 다른 사람과 위험을 감수하면서 자신에게는 말하지 않았다.“미안해요. 오빠... 정말 미안해요...”하원영은 고개를 숙인 채 몇 번이고 사과했다.주시언이 반응하지 않자 조심스럽게 손을 뻗어 그의 소매를 잡아당겼다.한참 뒤, 주시언은 하원영의 작은 행동에 결국 못 이겨 고개를 들었다.“하원영, 내가 그 소식 들었을 때 어떤 기분이었는지 알아?”하원영은 눈을 내리깔았다.“미안해요. 그냥 오빠가 걱정할까 봐 그랬어요. 혹시 오빠가 반대할까 봐도 걱정됐고... 게다가 아버님이 이제 겨우 저를 받아주셨는데, 제가 또 사고 친다고 생각하실까 봐 싫었어요.”주시언의 미간이 깊게 찌푸려졌다.“내가 걱정할까 봐?”주시언이 되물었다.“그래서 혼자 하씨 집안을 상대하고, 혼자 경찰서에 가고, 혼자 모든 일을 감당하면 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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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12화

주시언은 대답 대신 고개를 기울여 하원영의 입술을 막았다.거실은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천장에서 내려오는 따뜻한 노란빛이 서로 얽힌 두 사람을 감쌌다.한참 뒤 주시언의 숨이 조금 잦아들자, 하원영은 겨우 그의 품에서 틈을 만들어 내고 두 팔로 목을 감싸며 낮게 물었다.“오빠, 이제 화 안 났어요?”“아직 화났어.”남자의 대답에 하원영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그럼... 제가 어떻게 해야 해요?”주시언은 고개를 숙여 하원영을 바라봤다.하원영의 눈가는 붉었고, 입술은 주시언이 오래 입을 맞춘 탓에 살짝 부어 있었다. 지금은 어쩔 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민망하게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마치 무언가를 허락하는 듯한 모습이었다.주시언은 손을 들어 엄지로 하원영의 뺨을 가볍게 쓸었다.“하원영.”주시언의 목울대가 움직였다. 숨소리도 문득 조금 가벼워졌다.하원영은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그를 바라보다가, 잠시 뒤 남자의 눈빛을 보고 무언가 깨달았는지 얼굴이 확 붉어졌다.“제가 말한 보상은 그런 보상이 아니고... 그런 뜻이 아니었어요...”하원영이 급히 설명했지만 말을 끝내기도 전에 주시언은 이미 웃고 있었다.하원영은 그 웃음에 부끄럽기도 하고 화도 났다.“오빠, 진짜 미워요. 왜 자꾸 놀려요...”주시언은 아무 말 없이 고개를 숙여 하원영의 이마에 입을 맞췄다.예전에는 틀려도 절대 지기 싫어하고 늘 고집부터 부리던 하원영을 떠올리자 남아 있던 화가 절반 이상 사라졌다.“네가 뭘 해야 하는 건 아니야.”주시언이 말했다.“그냥 네가 날 속이고 위험한 일을 했다는 게 정말 화났다는 걸 알려 주고 싶었어. 그러니까... 다음에는 내 마음도 좀 생각해 줬으면 해.”자신이 잘못한 걸 알고 있는 하원영은 곧바로 고개를 끄덕였다.“다음엔 꼭 말할게요. 이번에는 정말... 일이 갑자기 벌어진 거라 그랬어요.”“하원영, 네 남편이기 전에 난 네 평생 가장 친한 친구였어. 네가 어떤 결정을 하든 난 존중해. 네가 생각하는 것처럼 내가 그렇게 속 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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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13화

“빨리 다시 가요. 이후 일은 제가 알아서 할 수 있어요.”“조금 전에 한 말 벌써 잊었어?”“그래도 아버님 쪽은...”“아버지가 직접 네 일 도와주라고 하셨어.”주시언은 길게 설명하지 않고 주병찬과 나눈 메시지를 그대로 하원영에게 보여 줬다.주병찬은 정말 주시언에게 자신을 굳이 따라다니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곁에 의료진과 비서가 충분하니 주시언은 하원영과 각자 해야 할 일을 처리하라고 했다.“그럼 아까는...”하원영은 여전히 반신반의했다. 그렇다면 방금 통화할 때 굳이 자신을 피해 나갈 필요도 없었을 터였다.주시언은 하원영의 볼을 살짝 꼬집었다.“아버지가 이제 널 며느리로 인정하셨어. 괜히 복잡하게 생각하지 마. 아까는 오늘 밤 일을 어떻게 활용해야 네가 최대한 빨리 유산을 상속받을 수 있을지 상의한 거야.”“...”하원영은 몇 초간 놀란 채 말을 잃었다. 주병찬이 먼저 나서서 도와줄 줄은 몰랐다.하원영은 아직도 주병찬이 자신에게 했던 당부를 기억하고 있었다. 하씨 집안과의 원한에 주시언을 끌어들이지 말라는 말이었다.주병찬은 철저한 사업가였다. 주시언처럼 순전히 감정만으로 충동적으로 움직이는 사람은 아니었다.하지만 아무리 그렇게 말했어도 하원영은 결국 자신의 며느리였다. 정말로 모른 척할 수는 없었다.하원영이 처음부터 주씨 집안에만 기대려는 생각을 갖지 않길 바랐던 것도, 결국 하원영이 빨리 성장하길 바랐기 때문이었다.엄경미가 몰락한 뒤 주씨 집안과 하씨 집안 사이의 협력도 이미 끊겼다.다만 하씨 집안의 경력과 위치를 생각하면 정면으로 관계를 끊는 건 그다지 이득이 되지 않았다.하지만 이제 천해 그룹까지 끼어들었고 하씨 집안이 주씨 집안을 겨냥하고 있다는 태도도 명확해졌다. 여기서도 관계를 끊지 않으면 그저 상대에게 당하기만 기다리는 꼴이었다.게다가 이번에는 하씨 집안이 너무 선을 넘었다. 인정으로 보나 이치로 보나 규칙에서 벗어난 일이었다.바로 그때 하원영에게도 주병찬의 메시지가 도착했다.내용은 길지 않았지만 든든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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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14화

[재벌가에서 망가진 상속녀, 하원영의 진실][...]하원영과 주시언은 아침 일찍부터 일어났다.일곱 시부터 두 사람의 휴대폰은 각종 알림으로 계속 진동했다.육운성이 미리 투입한 여론 작업팀은 이미 선수를 쳐 각종 플랫폼의 여론을 거의 모두 하원영 쪽으로 돌려놓았다.하원영이 수년간 사교계에서 쌓아 온 온갖 악평도 이제는 오히려 여론 반전의 강력한 무기가 됐다.하씨 부부가 오랜 세월 하원영에게 가했던 은밀한 학대도 순식간에 대중에게 낱낱이 파헤쳐져 마지막 체면조차 남지 않았다.주병찬과 주상 그룹 역시 관련 당사자인 만큼 아침부터 각자의 공식 계정을 통해 언론 보도에 입장을 밝혔다.특히 주병찬의 입장문은 그야말로 폭탄과도 같았다.주병찬은 과거 공개적으로 하원영을 싫어한다고 말하며 아들이 없어도 며느리로는 절대 인정하지 않겠다고 한 적이 있었다.그런데 지금은 직접 글을 올려 하원영을 지지하고 며느리를 두둔했다.태도가 완전히 달라져 놀랍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앞뒤가 맞지 않는 것도 아니었다.하원영이 정말 하씨 집안의 학대를 당해 왔다면 주병찬이 과거 오해했을 법도 했다.게다가 지금처럼 인터넷 전체가 하씨 집안을 규탄하는 상황에서 며느리를 보호하는 주병찬의 행동은 그야말로 정의로운 선택처럼 보였다. 대중의 호감도 역시 크게 올라갈 수밖에 없었다.주상 그룹도 강지현이 새로 만든 계정을 통해 하원영을 공개적으로 지지했다.[이제는 자기 것을 되찾을 때입니다.]강지현은 과거 교류가 있었던 업계 관계자와 주요 협력사, 지인들까지 모두 태그해 연대 압박에 동참시키며 하원영을 지지했다.이런 움직임이 이어지자 불과 몇 시간 만에 온라인 여론의 거센 파도에 하씨 집안은 손쓸 틈조차 없이 휩쓸렸다.하씨 부부는 밤새 사건을 수습하느라 지쳤고 딸도 여전히 찾지 못했다. 집에 돌아와 두 시간도 제대로 쉬지 못했는데 쏟아지는 뉴스 때문에 다시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하이 그룹 주가는 갑자기 급락했고, 회사 주주들은 하 대표 부부의 휴대폰이 터질 정도로 전화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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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15화

댓글 숫자는 미친 듯이 올라갔다. 몇 초마다 새로 고침 될 정도였다.이서는 이해가 안 된다는 듯 물었다.“하씨 집안은 이제 하원영한테 질 것 같은데, 하원영이 유산까지 상속받으면 주상 그룹만 더 강해지는 거 아니에요? 그런데 도운 씨는 어떻게 웃을 수 있어요?”이서는 정말 이해할 수 없었다.계획은 이미 예상에서 벗어나 실패한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도 이도운은 전혀 초조해 보이지 않았다.“특허 하나뿐이야. 주상 그룹에 넘어가면 어때? 대신 이제 하씨 집안과 주상 그룹은 확실한 적이 됐어. 한쪽이 죽기 전에는 끝나지 않을 정도로.”애초에 이도운은 하씨 집안과 진심으로 협력할 생각이 없었다.엄경미가 넘긴 정보는 충분했다. 하씨 집안은 힘센 쪽에 붙는 기회주의자들에 불과했고 남에게 이용당하기 딱 좋은 멍청이들이었다.이도운은 그런 협력 상대를 전혀 눈여겨보지 않았다. 천해 그룹에 기대겠다는 생각 자체가 가소로웠다.이서는 조금 이해한 듯 반쯤은 아리송한 표정으로 말했다.“도운 씨는 그냥 하씨 집안이 주씨 집안이랑 싸우게 만들려는 거예요?”“우리나라에 이런 옛말이 있어. 어부지리. 강 건너 불구경하듯 둘이 싸우게 두면 누가 이기든 우리는 휘말리지 않고 이득을 챙길 수 있지.”낮게 말하는 이도운의 눈빛은 속을 알 수 없었다.하씨 집안이 특허를 얻으면 이용 가치가 생긴다. 반대로 특허를 얻지 못하더라도 살아남기 위해 온갖 방법을 쓰게 될 것이다.해원시에서 이미 너무 많은 사람을 적으로 돌린 그들이 기댈 곳은 결국 천해 그룹밖에 없었다.자신들이 이용당했다는 걸 알아도 결국 기꺼이 칼과 창 역할을 해야 했다.그러니 애초부터 하씨 집안에는 조건을 협상할 자격이 없었다. 천해 그룹에 매달릴 수밖에 없는 처지였다.이서는 이제 조금 알 것 같다는 표정으로 이도운을 감탄하며 바라봤다.“도운 씨, 정말 대단해요.”이도운은 자리에서 일어나 뒤에서 이서를 끌어안고 목덜미에 두 번 입을 맞췄다.갑작스러운 스킨십에 이서는 금세 취한 듯 눈을 감았다.하지만 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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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16화

강지현은 물건을 재빨리 가방에 넣고 직원에게 디저트를 하나 주문했다. 그것까지 다 먹은 뒤에야 자리에서 일어났다.강지현은 이미 육운성에게 주치의가 말한 T7 연구 프로젝트를 조사해 달라고 부탁해 둔 상태였다.실제로 M국에서 개발한, 암세포 확산을 되돌릴 가능성이 있는 신형 추출물이었다. 임상 데이터도 매우 좋았다.다만 이 추출물의 원료 출처만큼은 의도적으로 지워져 있었다...육운성이 가능한 모든 경로를 동원했지만 알아낸 건 단 두 글자뿐이었다.[생물.]강지현은 그 답장을 바라보다 왠지 모르게 소름이 돋았다.‘생물 추출물이라니. 대체 어떤 생물을 썼기에 정보를 이렇게까지 철저히 숨긴 걸까?’하지만 지금 강지현에게는 그 부분을 깊이 생각할 여유가 없었다.카페를 나서자 누군가 자신을 지켜보는 듯한 느낌이 다시 들었다.강지현은 뒤를 돌아봤다.사람들로 붐비는 거리에서 자신을 특별히 바라보는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구석에서 기다리던 경호원과 비서도 다가왔다. 강지현이 주위를 살피는 모습을 보고 금세 경계했다.“사모님, 무슨 문제라도 있습니까?”“...”강지현은 대답하지 않고 시간을 확인했다.밖에 나온 지 꽤 됐다. 김태하의 오늘 치료도 거의 끝났을 시간이니 이제 서둘러 돌아가야 했다.“선생님 드릴 재료는 다 샀어요?”강지현은 시선을 거두고 몇 사람을 바라봤다.경호원들은 양손의 쇼핑백을 들어 보였다. 안에는 온갖 고급 식자재가 가득했다.강지현은 오늘 저녁 김태하에게 직접 요리해 주겠다고 해서 일부러 장을 보러 나온 것이었다.쇼핑몰 근처에 도착하자마자 부하들에게 목록을 건네 장을 보게 하고 자신은 카페에서 잠시 혼자 시간을 보냈다.물론 부하들도 강지현의 사적인 일을 캐물을 수는 없었기에 눈치껏 자리를 비켜 줬다.물건을 전부 샀다는 걸 확인한 강지현은 차를 타고 돌아가려 했다.“사람 살려요! 여기 어르신이 갑자기 쓰러지셨어요!”그때 강지현 뒤쪽에서 다급한 구조 요청이 들렸다.멀지 않은 곳에 노인 한 명이 바닥에 쓰러져 있었고 주변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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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17화

경호원과 비서가 강지현 앞의 남자를 막아선 사이, 강지현은 서둘러 차에 올랐다.차가 구급차 옆을 지나갈 때 강지현은 노인이 들것에 실려 올라가는 모습을 보다가 체격이 큰 남자 두 명과 눈이 마주쳤다.두 남자의 시선은 마치 강지현에게 단단히 꽂힌 듯했다.강지현은 손을 꽉 움켜쥐었다. 순간 자신이 너무 예민해진 건가 싶었다.괜히 모든 게 수상해 보이는 건지도 몰랐다....저녁 식사 때도 강지현은 계속 딴생각에 빠져 있었다. 김태하가 몇 번 기침했는데도 알아차리지 못했다.결국 김태하는 수저를 내려놓고 강지현을 바라보며 말했다.“내일 저녁에 해원시로 돌아가자. 이미 준비해 뒀어.”“뭐?”강지현은 멍하니 있다가 잠시 뒤에야 김태하가 무슨 말을 했는지 알아들었다.머릿속은 온통 T7 생각뿐이었다.해원시에서는 하원영이 이미 특허를 무사히 되찾았고, 곧 제작 절차에 들어갈 수 있었다.모든 일이 순조롭게 풀리고 있었다. 원래라면 기뻐해야 했다.그런데 왜인지 강지현은 계속 마음이 불안했다.“이렇게 급하게? 치료는 아직 사흘 더 받아야 마무리되잖아.”강지현은 김태하의 손을 잡으며 낮게 말했다.김태하가 두 회사에 문제가 생길까 봐 걱정한다는 건 알고 있었다. 그래도 하루 이틀 때문에 큰일이 벌어지는 건 아니었다.게다가 지금 강지현이 정말 걱정하는 건 회사가 아니라 김태하였다.“어차피 약물치료야. 어디서 받아도 똑같아.”김태하는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가 다시 물었다.“오늘 종일 걱정이 많아 보이던데. 밖에 나갔다가 무슨 일 있었어?”“...”강지현은 김태하를 바라보며 한참 고민하다가 결국 모든 일을 솔직하게 털어놓았다.강지현은 김태하가 자신이 며칠 동안 몰래 준비한 일을 듣고 놀라거나, 조금은 화를 낼 거로 생각했다.하지만 김태하의 표정은 오히려 아주 차분했다.그는 고개를 조금 숙이고 강지현의 손바닥을 천천히 문질렀다.“나 때문에 고생했네.”“김태하, 화난 거 아니지?”김태하가 지나치게 담담해 오히려 강지현이 불안해졌다.“일부러 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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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18화

그래서 강지현은 더욱 조심스럽게 행동했다.그리고 그런 강지현의 행동 하나하나를 김태하는 오히려 더 세심하고 예민하게 마음에 새겼다.이런 사람을 어떻게 원망할 수 있겠는가.또 어떻게 다시 약해질 수 있겠는가....같은 시각, 해원시는 이미 다음 날 오후였다.여론과 여러 세력의 압박 속에서 재단 쪽이 먼저 하원영에게 협상을 요청했다.현재 하원영은 모든 유산을 상속받는 조건을 완전히 충족한 상태는 아니었다. 하지만 하씨 집안이 후견 의무를 어긴 만큼 재단도 유산의 일정 지분을 가질 권리를 주장하고 있었다.하씨 집안은 재단과도 미리 얘기를 맞춰 둔 상태였다. 특허권을 절반씩 나눠 하씨 집안과 재단이 함께 가지자는 제안이었다.하지만 그 제안은 당연히 거절됐다.조정이 결렬되면 결국 법적 절차로 넘어갈 수밖에 없었다. 소송으로 가면 몇 달은 물론이고 1년 반까지 끌 수도 있었다.하씨 집안도 그제야 안도의 숨을 내쉬며, 결국 하원영이 한 수 부족했다고 생각했다.재단은 그들의 협력 상대였다. 이익도 함께 나누는 사이였고, 하씨 집안과 완전히 틀어지면 해원시에서 버티기도 어려웠다.뭐가 더 중요한지는 재단도 알고 있을 거라 믿었다.그런데 하씨 집안이 이제 한숨 돌릴 수 있겠다고 생각한 바로 그때, 하원영과 여섯 시간 동안 팽팽하게 버티던 재단이 먼저 백기를 들었다. 심지어 직접 사람을 보내 협의서까지 하원영 손에 넘겼다.곧 하원영이 상속 협의서에 서명했다는 소식이 인터넷 전체에 퍼졌다.여론은 일제히 환호했다. 요즘 언론과 인터넷이 정말 빠르다며 박수를 보내는 사람도 많았다.반면 냉정하게 분석하는 글도 쏟아졌다. 재단이 상속권을 전부 포기했다면 그 뒤에는 더 큰 이해관계가 움직였을 거라는 의견이었다.주상 그룹과 미래 그룹은 말할 것도 없었다. 해원시의 주요 권력층까지 모두 압박에 나서면 재단은 물론이고 하씨 집안조차 버티기 어려웠다.하지만 이렇게 빨리 일이 끝난 이유가 단순히 압박 때문만은 아니라는 걸 아는 사람은 하원영과 주시언뿐이었다. 말로 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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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19화

재단 관계자는 몇 걸음 뒤로 물러나며 말했다.“저희도 정말 최선을 다했습니다. 게다가 천해 그룹... 천해 그룹 쪽 대표도 하원영 씨 물건은 빨리 돌려주라고 했습니다. 괜히 불똥 맞지 말라고요...”이전에 하석철은 재단 쪽에 미리 연락해 압박을 버텨 달라고 부탁했다.재단을 안심시키려고 천해 그룹과 이미 협력 관계를 맺었다고까지 말했다.천해 그룹 뒤에는 Y국 왕실이 있었다. 해원시의 어떤 집안보다도 막강하니 재단도 한 번쯤은 걸어볼 만하다고 생각했다.“뭐라고?”“정말입니다...”하석철이 충격에 빠진 사이 재단 관계자는 오늘 천해 그룹에서 받은 메시지를 급히 설명했다.천해 그룹은 여론에 맞서지 말라고 권했을 뿐 아니라 재단에 새로운 협력 건까지 하나 제공했다.천해 그룹마저 하원영 편에 선 이상 재단이 버틸 이유는 더는 없었다.하씨 집안도 지금이라도 물러서 하원영과 화해하면 가장 좋겠지만, 끝까지 말을 듣지 않는다면 결국 망하게 될 거라고 재단 쪽은 판단했다.“꺼져! 이 개자식아! 당장 꺼져!”하석철은 이연화를 밀쳐 내고 다시 거실의 화병 하나를 집어 들었다.그 모습을 본 재단 관계자는 더 머물 엄두도 못 내고 즉시 도망쳤다.“진정해요! 지금 제일 중요한 건 지유를 찾는 거예요. 회사랑 하원영 일은 잠깐 내려놔요!”이연화는 조금 전 밀려 넘어질 뻔했지만 옆의 하인이 붙잡아 줘 겨우 버텼다. 그녀도 화가 치밀어 큰소리로 외쳤다.그 한마디에 하석철도 정신을 차렸다. 몸이 굳더니 순간 다리에 힘이 풀리는 듯했다.집사가 곧바로 부축해 앉힌 뒤 물을 건네며 달랬다.그때 또다시 초인종이 울렸다.고용인이 재빨리 문을 확인하러 가자 이연화가 즉시 지시했다.“아무도 안 만나! 누구든 들이지 마!”그런데 바로 다음 순간, 고용인의 흥분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사모님... 큰아가씨가, 큰아가씨가 돌아오신 것 같습니다!”“뭐라고?”이연화의 눈에 기쁨이 번졌다. 옆 사람들을 밀치며 급히 밖으로 달려갔다.대문이 열리자 정말 하지유의 모습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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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20화

그러나 딸의 어깨를 감싸 안고 무슨 일이 있었는지 다정하게 물어보기도 전에, 하지유는 아버지 역시 독기 어린 눈으로 바라봤다.하지유는 반걸음 뒤로 물러나 아버지가 자신에게 손도 대지 못하게 했다.“왜? 왜 하원영 그년을 입양했어요?”하석철이 잠시 굳었다가 한숨을 쉬었다.“지유야, 지금 상황을 너도 알게 된 거니?”하지유는 아버지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고 그저 말없이 앞으로 걸었다. 온몸에서 풍기는 분위기가 예전과 너무 달라 고용인들도 감히 다가가지 못했다.마침내 하지유는 조금 전 하석철이 들었다가 내려놓은 화병 앞에서 멈췄다.“지유야...”이연화가 놀라 부르는 순간, 하지유는 양손으로 화병을 들어 올린 뒤 바닥에 힘껏 내리쳤다.사람들이 사방으로 흩어졌다. 깨진 화병의 날카로운 파편이 튀어 하석철까지 다칠 뻔했다.다행히 집사가 빠르게 반응해 그를 옆으로 끌어당겼다.하지만 미처 피하지 못한 가정부 한 명은 팔을 베였다.놀란 비명과 함께 팔에서 흘러내린 선홍빛 피가 카펫 위로 떨어졌다.이연화는 무의식적으로 소리쳤다.“다들 멍하니 뭐 해! 빨리 처치해! 카펫에 피 다 묻잖아!”그 화병은 값비싼 골동품이었다. 하지만 깨진 건 어쩔 수 없었다. 자신의 귀한 딸이 부순 것이니 감수할 수 있었다.문제는 카펫도 수제로 맞춘 고가품이라는 점이었다. 가정부의 피로 망가지는 건 아까워 견딜 수가 없었다.그 말을 들은 가정부는 급히 옷으로 상처를 감싼 뒤 서둘러 물러났다.하지유는 화병 하나를 부순 거로도 성이 차지 않는 듯 몸을 돌려 다른 비싼 장식품을 찾았다. 손에 잡히는 대로 들어 바닥에 던졌다.집사는 주변 사람들에게 함께 하지유를 막으라고 다급히 지시했다.하석철도 딸의 상태가 이상하다는 걸 알아차리고 엄하게 소리쳤다.“이제 그만해! 대체 무슨 충격을 받은 거야!”“무슨 충격이냐고요... 제가 무슨 일을 당했든 다 당신들 때문이잖아요...”하지유는 팔을 붙잡혀 더는 난동을 부릴 수 없게 되자 고개를 들어 아버지를 노려봤다.“하원영도 죽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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