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천천히 종이를 펼쳤다.[다영아, 차마 말로 꺼내지 못할 이야기가 몇 가지 있어 편지로 남겨.][첫 번째, 내 앞에 나타나 그토록 많은 행복과 따뜻함을 줘서 정말 고마웠어.][두 번째, 미안해. 너에게 거짓말을 했어. 그날 밤 너를 구한 사람은 나 혼자가 아니었어. 주단우 씨도 있었어. 정확히 말하면 너를 구한 건 주단우 씨였어. 네가 부담스러워할까 봐 알리지 말라고 했어. 주 대표님은 정말 좋은 분이고 너에게 진심이야. 평생을 믿고 함께할 수 있는 사람이야.][세 번째, 약속을 지키지 못할 것 같아. 더 중요한 일을 하러 가야 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릴 거야. 그러니 나를 기다리지 마.][다영아, 나는 말을 잘하지 못해서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는 게 많아. 그래도 너라면 이해할 거야. 밥 잘 챙겨 먹고, 몸도 잘 돌보고, 꼭 평생 행복하게 살아 줘.][보낸 사람, 송준호.]편지의 글씨는 여전히 비뚤비뚤했지만 정성을 들여 쓴 흔적이 역력했다.내용은 길지 않았지만 한 글자 한 글자 오래 생각하고 진지하게 적었다는 것이 느껴졌다.원래 송준호는 말수가 적었고 감정을 글로 풀어내는 데도 서툴렀다.현다영은 읽다 보면 눈물이 날 만한 작별 인사나 사랑 고백이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몇 번이나 읽어도 그런 말은 단 한 줄도 없었다.그래서 더 송준호다웠다.감동적인 말을 적는 것보다 행동으로 다정함을 보여 주는 사람이었다.이런 상황에서 마음속에 아무리 큰 사랑이 남아 있어도 송준호는... 아마 편지에 쓰지 않았을 것이다.송준호는 예전에 말했다. 헤어질 때 작별 인사를 하지 않는 것이 이 바닥 사람들 사이의 암묵적인 약속이라고.떠나는 순간에는 감정을 조금이라도 더 남기는 것이 짐이 된다고 했다.사실 편지를 펴지 않아도 현다영은 내용이 무엇일지 짐작하고 있었다.어젯밤부터 송준호의 태도는 이상했다.말을 다 하지 않았지만 현다영도 나머지는 듣고 싶지 않았다.송준호가 입 밖에 내지 않고 자신도 묻지 않으면, 마주해야 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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