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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가짜 결혼, 진짜 신분: Chapter 1051 - Chapter 10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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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51화

“바보 같기는.”송준호는 대답 대신 다정하게 현다영의 뺨과 눈가를 어루만졌다.현다영이 말을 이으려는 순간 송준호가 그녀를 번쩍 안아 들고 침실로 걸어갔다.밤은 이미 깊었지만 송준호는 불을 켜지 않았다.두 사람이 침대 한가운데 몸을 누이자 현다영은 무언가 깨달은 듯 그의 목을 끌어안고 목울대에 빠르게 입을 맞췄다.두 사람은 지난 며칠 동안 따로 잠을 잤다.현다영은 보수적인 편이라 결혼 전에는 육체적인 관계를 맺고 싶지 않았다.송준호도 그 뜻을 존중했다.두 사람의 관계는 이미 빠르게 깊어진 편이었다. 그래서 그는 천천히 서로를 알아 가면서 가장 소중한 순간을 마지막까지 아끼고 싶었다.하지만 지금은 현다영의 마음이 바뀐 것이 분명했다.현다영은 송준호가 물러서지 못하게 붙잡고 서툰 손길로 그의 몸을 더듬었다.송준호도 남자였다. 사랑하는 여자가 이토록 적극적으로 다가오는데 아무런 느낌이 없을 리 없었다.그러나 잠시 후 정신을 차린 송준호는 현다영의 손목을 붙잡았다.“이러지 마...”“제가 원해서 이러는 거예요.”현다영의 눈빛이 촉촉하게 흔들리고 목소리가 살짝 떨렸다.울음이 터질 것 같았다. 몸뿐만 아니라 가슴속에서도 뜨거운 열기가 타올랐다.송준호는 붙잡을 수 없는 바람 같았다. 겨우 곁에 붙잡아 두었다고 생각하면 다시 멀어질 듯 흔들려 불안해졌다.그래서 현다영은 이런 방법밖에 떠올리지 못했다.평소 자신답지 않은 행동인 줄 알면서도...“네 마음은 고마워. 하지만 너에게만큼은 언제까지나 좋은 사람으로 남고 싶어.”송준호가 낮게 말했다. 손을 놓자 현다영이 그의 아래로 천천히 누웠다. 검은 비단 같은 긴 머리카락이 침대에 펼쳐져 송준호의 길고 마디가 뚜렷한 손가락 사이로 흘렀다.송준호는 몸을 숙여 달빛을 빌려 그녀의 얼굴과 몸의 윤곽을 찬찬히 살폈다.그리고 참지 못하고 위에서 아래로 가볍게 입술을 갖다 댔다.하지만 거기까지였다.더 깊어지지도, 욕망을 부추기지도 않았다. 봄바람이 스쳐 가듯 가볍고 맑은 입맞춤이었다.채 타오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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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52화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천천히 종이를 펼쳤다.[다영아, 차마 말로 꺼내지 못할 이야기가 몇 가지 있어 편지로 남겨.][첫 번째, 내 앞에 나타나 그토록 많은 행복과 따뜻함을 줘서 정말 고마웠어.][두 번째, 미안해. 너에게 거짓말을 했어. 그날 밤 너를 구한 사람은 나 혼자가 아니었어. 주단우 씨도 있었어. 정확히 말하면 너를 구한 건 주단우 씨였어. 네가 부담스러워할까 봐 알리지 말라고 했어. 주 대표님은 정말 좋은 분이고 너에게 진심이야. 평생을 믿고 함께할 수 있는 사람이야.][세 번째, 약속을 지키지 못할 것 같아. 더 중요한 일을 하러 가야 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릴 거야. 그러니 나를 기다리지 마.][다영아, 나는 말을 잘하지 못해서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는 게 많아. 그래도 너라면 이해할 거야. 밥 잘 챙겨 먹고, 몸도 잘 돌보고, 꼭 평생 행복하게 살아 줘.][보낸 사람, 송준호.]편지의 글씨는 여전히 비뚤비뚤했지만 정성을 들여 쓴 흔적이 역력했다.내용은 길지 않았지만 한 글자 한 글자 오래 생각하고 진지하게 적었다는 것이 느껴졌다.원래 송준호는 말수가 적었고 감정을 글로 풀어내는 데도 서툴렀다.현다영은 읽다 보면 눈물이 날 만한 작별 인사나 사랑 고백이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몇 번이나 읽어도 그런 말은 단 한 줄도 없었다.그래서 더 송준호다웠다.감동적인 말을 적는 것보다 행동으로 다정함을 보여 주는 사람이었다.이런 상황에서 마음속에 아무리 큰 사랑이 남아 있어도 송준호는... 아마 편지에 쓰지 않았을 것이다.송준호는 예전에 말했다. 헤어질 때 작별 인사를 하지 않는 것이 이 바닥 사람들 사이의 암묵적인 약속이라고.떠나는 순간에는 감정을 조금이라도 더 남기는 것이 짐이 된다고 했다.사실 편지를 펴지 않아도 현다영은 내용이 무엇일지 짐작하고 있었다.어젯밤부터 송준호의 태도는 이상했다.말을 다 하지 않았지만 현다영도 나머지는 듣고 싶지 않았다.송준호가 입 밖에 내지 않고 자신도 묻지 않으면, 마주해야 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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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53화

그 사람은 당연히 하원영이어야 했다.강지현도 필요한 일이 있으면 언제든 자신에게 연락하고 다른 문제는 걱정하지 말라고 신신당부했다. 주상 그룹 일도 자신이 처리하겠다고 했다.하원영은 지금 주시언에게 자신이 가장 필요하다는 것을 알았다. 이번에는 자신이 그를 지켜 줄 차례였다.“...”주시언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하원영은 보온병과 도시락을 하나씩 열어 국을 한 그릇 담고 침대 옆에 앉아 부드럽게 말을 걸었다.하지만 무슨 말을 해도 주시언은 미동조차 없었다.오래 기다리다 국이 다 식고 나서야 하원영은 다시 도시락을 정리했다.“오빠가 안 먹으면 저도 같이 안 먹을래요.”주시언은 등을 돌린 채 꼼짝하지 않았다.하원영은 깊이 숨을 들이마시고 낮게 말했다.“얼마나 힘든지 알아요. 어떤 고통은 다른 사람이 대신 겪어 줄 수 없다는 것도 알아요. 그래도 전 오빠와 함께 견뎌내고 싶어요.”지난 이틀 동안 하원영은 주시언 곁을 지켰지만 위로의 말을 거의 하지 않았다.말로 하는 위로가 가장 무력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말을 지나치게 많이 하거나 잘못 꺼냈다가는 오히려 주시언을 더 괴롭게 할까 두려웠다.병실 안은 고요했다.주시언이 억누르듯 내쉬는 숨소리 외에는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하원영은 한동안 기다리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말하기 싫으면 하지 않아도 돼요. 혼자 있고 싶으면 방해하지 않을게요. 하지만 밥은 먹어야 해요. 의사 선생님도 이렇게 계속 기력이 없으면 몸이 버티지 못하고 집에도 돌아갈 수 없다고 하셨어요.”“아버님도 요즘 몸이 좋지 않으시고, 지현 씨와 김태하 씨도 오빠를 많이 걱정하고 있어요. 오빠도 알잖아요. 지금 힘든 사람이 오빠 혼자만은 아니라는 거... 다들 생각해서라도, 사는 게 아무리 버거워도 조금만... 다시 힘내 주면 안 될까요?”“...”하원영은 혹시라도 주시언에게 부담을 줄까 봐 한마디 한마디 조심스럽게 말했다.주시언은 태어나서 지금까지 이런 일을 겪은 적이 없을 것이다.지금 다른 사람들까지 생각할 마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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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54화

“오빠가 원하는 대로 할 권리가 있는 것처럼, 저한테도 아내로서 해야 할 일을 할 권리가 있어요.”하원영은 말을 마치고 물건을 정리해 먼저 밖으로 나갔다.지금 주시언에게 필요한 것은 더 많은 위로의 말이 아니라 흔들리지 않는 동행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다음 날 아침, 병실에 도착한 하원영은 침대가 깨끗하게 정리된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지나가던 간호사를 붙잡고 묻자 주시언이 아침 일찍 퇴원 절차를 마치고 떠났다는 대답이 돌아왔다.하원영은 황급히 집으로 돌아갔지만 주시언은 없었다.다만 집에 잠시 들른 흔적은 있었다.침실에서 그의 옷이 모두 사라졌다.급하게 짐을 챙긴 것인지 다른 물건은 그대로 두고 옷만 가져간 듯했다.하원영은 창가로 걸어가 주시언에게 전화를 걸었다.전원이 꺼져 있었다.한 번 더 걸었다.이번에도 꺼져 있었다.하원영은 휴대전화를 쥔 채 창가에 서서 점점 밝아지는 바깥을 바라봤다.햇살은 눈 부셨다.하지만 하원영의 세상은 온통 먹구름에 잠긴 듯했다.어제 주시언이 처음 입을 열어 했던 말이 떠올랐다.‘가.’하원영은 휴대전화를 꽉 움켜쥐고 강지현에게 전화했다.삼십 분 뒤 하원영은 주상 그룹 대표실에 도착했다.강지현도 아침 일찍 주시언이 퇴원해 떠났다는 소식을 들었다.주시언은 특별히 주의가 필요한 상태라 강지현은 미리 병원에 부탁하고 사람까지 붙여 종일 동태를 살피게 했다.주시언은 아침에 퇴원해 하원영과 살던 집에 들른 뒤 곧장 공항으로 가 서경시행 비행기를 탔다.강지현은 소식을 듣자마자 서경시에 있는 사람에게 연락했다.그곳에는 서운혁이 있었다. 강지현이 오랜만에 먼저 전화를 걸자 용건이 있어서라는 것을 알면서도 서운혁은 몹시 반가워했다.건강은 이미 회복했고, 해성 그룹에서도 그를 대하는 태도가 누그러졌다. 회사에서 그가 처리해야 할 일이 여전히 많아 서경시에서의 입지도 거의 되찾은 상태였다.서운혁도 해원시의 상황을 전해 들었다. 천해 그룹 하나 때문에 주씨 집안과 김씨 집안이 모두 뒤숭숭해졌다.원래 강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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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55화

하지만 정작 지금 강지현은 그런 듣기 좋은 위로의 말에 예전만큼 확신이 없었다.함께 있어도 행복해질 수 없다면 헤어지는 것이 오히려 상대를 위한 선택이자 서로의 해방이 아닐까?...강지현은 주상 그룹에 반나절만 머물렀다.하원영이 가져온 특수 기술을 직접 확인하러 온 것이다.주단우는 일부러 그녀를 연구실까지 안내했다.하지만 일정이 빠듯해 강지현은 저녁이 되기 전에 돌아가야 했다.김태하가 아직 약물치료를 받고 있어 곁을 지켜야 했다.그런데 기술이 실제로 얼마나 효율적인지 두 눈으로 보고 나자 강지현은 마음을 진정할 수 없었다.‘T7만 분실하지 않았어도 한 달도 안 돼 김태하의 병세를 되돌릴 특효약을 만들어 낼 수 있었을 텐데...’서운각으로 돌아온 강지현은 멀리서 최동윤이 별장에서 나와 떠나려는 모습을 발견했다.차에서 내린 강지현은 최동윤에게 인사하다 그가 서류 가방을 들고 있는 것을 보았다.“미래 그룹 상황은 어때요?”“회사 전체는 당분간 괜찮지만 사업 진행이 순조롭지는 않습니다.”최동윤이 난처한 표정을 짓자 강지현은 김태하가 자세히 말하지 말라고 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강지현 쪽에서도 막 주시언이 사고를 당한 참이니까.“천해 그룹 때문인가요?”“네...”최동윤이 솔직하게 고개를 끄덕였다.천해 그룹은 이전에 주상 그룹과 미래 그룹을 함께 견제했다. 그런데 최근 하원영과 하씨 집안의 문제가 마무리되고 주상 그룹이 주도권을 되찾아서인지, 이제는 목표를 미래 그룹으로 돌려 사업 자원을 빼앗기 시작했다.천해 그룹의 자금력과 인맥은 막강했다. 미래 그룹은 선수를 빼앗긴 탓에 하위 사업 분야에서 적절한 협력사를 찾지 못해 큰 압박을 받고 있었다.“태하는 몸을 혹사하면 안 돼요. 그 일은 당분간 미루고 아버님께 좀 더 맡겨 보는 게 좋겠어요.”최동윤의 말을 듣고 강지현이 제안했다.최동윤도 고개를 끄덕였다.“저도 그렇게 생각해요.”강지현은 최동윤의 차가 떠나는 것을 지켜본 뒤 별장으로 들어갔다.거실에는 불이 꺼져 있었다. 통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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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56화

김태하는 잠시 침묵하다 강지현을 품에 조금 더 끌어당겼다.“나라면 서로 괴롭더라도 사랑하는 사람 곁에 있을 거야.”“거짓말. 너는 그런 사람 아니잖아.”강지현은 김태하를 빤히 바라봤다. 대답은 단호했지만 정작 깊이 생각하고 한 말 같지는 않았다.“맞아.”김태하가 웃었다.“난 무슨 일이 있어도 사랑하는 사람 곁에 붙어 있을 거야. 지금 내 몸이 이 지경이어도 마지막 순간까지 네 손을 잡고 함께 있고 싶어.”“태하야.”강지현은 잠깐 침묵하다 진지하게 그를 불렀다.“응?”“오늘 그 기술을 직접 보고 왔어.”김태하는 대답하지 않았다. 강지현이 말을 이었다.“T7만 있으면 그 기술로 한 달 안에 약을 만들 수 있을 거야. 어쩌면...”“지현아.”김태하가 한숨을 깊이 들이쉬며 말을 끊었다.“이제 T7 이야기는 하지 말자.”“게다가 써 본 적도 없잖아. 효과가 없을 수도 있어.”“아니... 그 약은 반드시 효과가 있을 거야.”강지현이 고집스럽게 고개를 저었다.강지현은 고개를 깊이 숙이고 있었지만 김태하는 한눈에 그녀가 자책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챘다.“그 약이 없어도 제대로 치료받고 상태를 유지하면 오래 네 곁에 있을 수 있어.”김태하는 두 손으로 강지현의 얼굴을 감싸 시선을 맞췄다.“우리 약속했잖아. 함께할 수만 있다면 얼마가 남았든 괜찮다고.”“...”강지현은 김태하의 눈길을 피해 말없이 그의 가슴에 얼굴을 묻었다.김태하는 고개를 숙여 몇 번 입을 맞춘 뒤 조용히 안아 주었다.깊은 밤, 강지현은 김태하의 품에 누워서도 도무지 잠들 수 없었다.눈을 감으면 온갖 목소리와 기억이 파도처럼 밀려왔다.김태하와 만나 서로를 알아 가던 순간들, 과거 이도운과 철저히 갈라섰던 일들까지...주시언이 공격당했고 공회는 여전히 복수할 기회만 엿보고 있었다. 김태하는 중병에 걸린 채 천해 그룹의 공격까지 감당하고 있었다...‘진짜 사랑이라면 소유하는 게 아니라 상대를 위해 놓아줄 줄도 알아야지. 넌 내 사랑을 한 푼의 가치도 없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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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57화

강지현은 장난으로 한 말이었지만 김태하의 얼굴은 순간 굳어졌다.“네가 없다고? 어디 가려고?”“그냥 예를 든 거야...”“예를 들어도 안 돼. 나 떠나지 마.”김태하는 강지현의 허리를 감아 품 깊숙이 끌어안았다. 눈빛은 뜨겁고 진지했다.“알았어, 알았어. 안 떠날게.”강지현은 가볍게 웃었지만 곧바로 시선을 돌렸다.“이제 얼른 준비해. 나 배고파. 아침 먹어야지.”그제야 김태하는 안심한 듯 얌전히 준비를 이어 갔다.아침 식사를 마친 뒤 강지현이 갑자기 김태하의 손을 잡았다.“너랑 상의하고 싶은 일이 있어. 허락해 줬으면 좋겠어.”“말해 봐.”김태하는 사랑스러운 눈으로 강지현을 바라보며 부드럽게 말했다.“네가 하고 싶은 일인데 내가 반대할 게 뭐 있겠어?”“잘됐네.”강지현이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조금 있으면 부모님하고 할아버님, 할머님이 오실 거야.”김태하는 의아한 눈빛을 지었다.“다 같이 밥 먹기로 했어?”두 사람은 얼마 전에야 귀국했고 주시언 사건 때문에 온 가족이 모일 기회가 없었다.다만 부모님과 조부모님은 이미 김태하와 강지현을 찾아온 적이 있었다.가족들도 김태하의 상태를 잘 알아 만날 때마다 감정을 추스르기가 어려웠다.그래서 김태하가 마음 편히 쉬고 부부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치료받는 날에만 곁을 지키고, 나머지는 되도록 두 사람에게 맡기기로 했었다.“아니. 오늘부터 우리와 같이 사시기로 했어.”강지현의 눈빛이 흔들리더니 조용히 말했다.서운각은 넓었다. 강지현은 이미 가사도우미에게 부탁해 옆 건물의 방까지 말끔히 정리해 놓았다.“지현아.”김태하는 표정이 어두워지더니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갑자기 왜? 우리 둘만 오붓하게 지내기로 했잖아...”“알아. 넌 가족들이 걱정하는 걸 원치 않지. 하지만 부모님도 방해하지는 않으실 거야. 서운각도 이렇게 넓으니 같이 지내면 편리하잖아.”강지현은 김태하와 눈을 마주치지 않은 채 고개를 숙이고 그의 말을 끊었다.그러고는 살짝 웃으며 덧붙였다.“너는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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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58화

강지현에게 큰 부담을 준다는 사실도 말이다.강지현은 복잡한 감정이 밀려왔지만, 애써 웃는 김태하의 모습을 보고도 모른 척할 수밖에 없었다.“그래야 내가 아는 김태하지. 너무 달라붙지 마. 내가 아는 김태하는 늘 완벽하고 자기 감정도 잘 다스리는 사람이었어.”강지현은 일부러 밝게 말했다. 그리고 김태하가 대답하기도 전에 자리에서 일어나 방으로 돌아갔다.얼마 지나지 않아 김태하의 가족들이 도착했다.강지현은 가사도우미와 집사에게 손님들의 짐과 방을 정리하도록 한 뒤 지순옥과 이야기를 나누러 갔다.은주희는 김태하가 어딘가 쓸쓸해 보이자 줄곧 곁을 지켰다.김무언과 김태하 사이에는 여전히 앙금이 있었다. 평소라면 강지현도 이런 때 김태하를 혼자 남겨 두지 않았다.하지만 김무언은 예전과 달리 김태하에게 한결 다정해져 있었다.그런데도 서로 안부를 묻고 나니 금방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달리 할 말이 없어진 김무언은 무심코 회사 이야기를 꺼냈다.업무 이야기는 김태하도 막힘없이 할 수 있었다. 두 사람은 금세 말을 주고받으며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어 갔다.그 모습을 본 은주희가 헛기침하자 김무언도 곧바로 정신을 차렸다.“어머, 나도 참. 회사 일은 지금 급하지 않지. 넌 몸부터 잘 추슬러야 해. 앞으로는 최동윤에게 회사 보고도 받지 마. 다 별일 아니니까.”“괜찮아요. 가만히 있으면 심심한데 시간이라도 보내야죠. 천해 그룹은 요즘 또 무슨 움직임이 있어요?”김태하는 별로 개의치 않았다. 오히려 아버지와 일 이야기를 나누니 마음이 편했다.마침 그때 강지현도 다가왔다.김태하가 천해 그룹을 언급하는 것을 듣자 마음이 조금 무거워졌다.“지현아, 이리 와서 앉아.”은주희가 강지현을 보고 반갑게 불렀다.김태하도 고개를 들어 바라봤다. 하지만 그가 말을 꺼내기도 전에 강지현이 먼저 말했다.“아버님, 어머님, 태하 좀 부탁드려요. 주상 그룹에 처리할 일이 있어서 다녀와야겠어요.”“그래, 점심때는 돌아와서 같이 먹자.”은주희가 말했다.강지현이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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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59화

“별거 아니에요. 개인적인 일이에요. 주 대표님은 무슨 일이세요?”강지현이 눈을 들었다. 날카로운 눈빛에 주단우는 움찔했다.안색이 아주 좋지 않았다.순간 두 사람이 날을 세우며 맞서던 과거로 돌아간 듯했다.“왜 그렇게 정색해? 그냥 궁금해서 그러는데. 지금 회사에 나올 때는 아니지 않나?”주단우의 말에 강지현이 입꼬리를 올렸다.“주상 그룹 대표는 저예요. 이제 귀국까지 했는데 회사에 못 올 이유가 있나요?”주단우는 고개를 갸웃하며 강지현을 살폈다. 오늘따라 정말 이상했다.그와 오래 이야기할 생각이 없었던 강지현은 서류를 서랍에 넣고 물었다.“무슨 일로 오셨어요?”“현다영이 휴가를 냈어. 좀 걱정돼서.”주단우는 의자를 끌어다 맞은편에 앉으며 낮게 말했다.강지현이 고개를 들고 미간을 찌푸렸다.“현다영이요? 무슨 일 있어요?”주단우는 그녀가 그렇게 반응할 줄 이미 예상했다.“송준호가... 떠났어.”주시언 사건 이후 주단우도 송준호 쪽이 걱정됐다.어제 현다영이 출근하지 않자 주단우는 핑계를 하나 만들어 집에 찾아가 봤다.예상대로 송준호는 이미 떠나고 없었다.현다영은 겉으로 차분해 보였지만 속이 괜찮을 리 없었다.게다가 주단우가 예상하지 못한 일도 있었다. 현다영이 그에게 감사 인사를 한 것이다.현다영은 주단우가 오래된 상처가 낫기도 전에 새 상처까지 입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모두 자신 때문이었다.하지만 주단우의 마음에 보답할 수는 없었다. 그저 그가 언젠가 자신의 행복을 찾기를 바랄 뿐이었다.현다영이 그렇게 말할수록 주단우의 가슴은 칼로 도려내는 듯 아팠다.주단우는 그제야 누군가를 진심으로 사랑한다는 게 어떤 기분인지 알았다.놓아주고 싶지 않지만, 그보다 상대가 행복해지는 모습을 보고 싶은 마음이었다.강지현은 몇 초 동안 멍하니 있다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걱정했던 일이 결국 현실이 됐다.송준호와 현다영은 본래 서로 다른 세상에 살던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사랑은 언제나 이성으로 다스릴 수 있는 감정이 아니었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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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60화

주단우는 몇 초간 멍해졌다가 웃음을 터뜨렸다.“그렇지. 천해 그룹은 정말 없어져야 하지. 내가 도울 일이 있어?”“있어요. 천해 그룹 뒤에 있는 실질적인 주인은 여자예요. Y국 왕실과 친척 관계인 것 같아요. 최대한 빨리 그 여자와 단둘이 만나고 싶어요. 누구에게도 알려져선 안 되고요. 주 대표님이라면 할 수 있겠죠.”강지현은 휴대전화를 꺼내 주단우에게 자료를 몇 개 보냈다.육운성이 최근 천해 그룹을 조사한 결과였다.Y국 왕실은 막강한 세력을 거느리고 있었다. 육운성이 아무리 넓은 비밀 인맥을 갖고 있어도 넘기 어려운 선이 있었다.다만 상대가 젊은 여자이며 최근 해원시에서 움직이는 곳도 금융가의 고급 소비 시설과 술집 등으로 한정된다는 사실은 알아냈다.주단우는 그런 사교계에 자주 드나드는 사람이었다. Y국 출신의 낯선 여자를 찾는 일쯤 인맥 몇 군데에 연락하면 해결될 것이다.“천해 그룹 뒤에 젊은 여자가 있을 줄이야! 지현아, 사람을 제대로 골랐네. 나라면 그 일 아주 잘할 수 있어. 좋아하는 일이기도 하고.”주단우의 눈에 장난스러운 빛이 스쳤지만 곧 강지현의 경고 어린 눈길과 마주쳤다.“쓸데없는 짓은 하지 마세요. 특히 소란 피우지 말고요. 제가 만나려 한다는 걸 알거나 주상 그룹 사람이 찾는다는 걸 눈치채면 그대로 자취를 감출 가능성이 커요.”“알았어.”주단우는 장난스러운 표정을 거두고 옷소매를 고쳐 잡고는 강지현에게 손으로 오케이 표시를 해 보인 뒤 성큼성큼 밖으로 나갔다.주단우가 완전히 떠나자 강지현의 눈빛도 어두워졌다.한참 망설인 끝에 마침내 전화를 걸었다.“강지현, 드디어 마음을 정했어?”수화기 너머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도운의 득의양양함은 숨길 수 없을 정도였다.“결정했어. 네 말대로 할게. 다만 나도 조건이 몇 가지 있어. 직접 만나 자세히 이야기하고 싶은데 괜찮아?”강지현은 창밖에서 빛이 서서히 사라지는 하늘을 바라보며 담담히 말했다.“이렇게 정중하게 만나자는데 내가 거절할 이유가 있나?”이도운이 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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