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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가짜 결혼, 진짜 신분: Chapter 1081 - Chapter 1090

1092 Chapters

제1081화

지순옥의 숨이 무겁게 가라앉았다.김태하는 곧 손을 빼냈다.“그냥 회사 상황도 볼 겸요. 따로 처리할 개인적인 일도 있고요.”그러고는 누구도 더 묻지 못하게 바로 일어서서 어른들에게 정중히 인사하고는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위층으로 올라갔다.모두 아무 일도 없는 척 애써 맞춰 주고 있다는 걸 김태하는 잘 알고 있었다.하지만 더는 그 연극에 맞춰 줄 마음이 없었다.강지현과의 관계에서도 마찬가지였다.어쩌면 강지현조차 자신을 그저 죽을 날만 기다리는 사람으로 보는지도 몰랐다.하지만 죽음을 기다리는 처지일지라도...남은 시간만큼은 남편으로서, 대표로서, 어른을 공경하는 손자로서 마지막까지 제 역할을 다하고 싶었다.김태하가 나가자 지순옥은 끝내 참지 못하고 눈물을 터뜨렸다.“저 아이가... 저러다가 제 몸을 망쳐 버리겠어!”김윤석이 얼른 아내를 끌어안고 달랬다.“아이고, 말릴 수 없다면 뜻대로 하게 둬. 하늘도 참 무심하지. 태하 팔자가 이렇게 기구하니, 우리가 뭘 할 수 있겠어?”은주희도 서둘러 다가가 할머니를 부축하며 달랬다.“어머님,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태하는 제가 잘 돌볼게요.”“그런데 태하랑 지현이는 대체 무슨 일이니? 왜... 이런 때에 지현이가 떠난 거야?”지순옥은 눈물을 닦으며 은주희를 바라보았다.강지현이 떠난 건 이미 알고 있었다. 강지현이 긴 편지까지 남겼기 때문이다. 그동안 사랑하고 돌봐 줘서 고맙고, 친할머니처럼 생각해 왔으며, 앞으로 손자며느리로서 곁에서 모시지 못하더라도 두 어른에게 필요한 일이 생기면 무엇이든 돕겠다는 내용이었다.지순옥은 편지의 뜻을 이해할 수 없었다. 강지현에게 연락하려다 은주희에게 이미 이사했다는 말을 들었다.처음에는 어린 부부가 잠시 다툰 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지금 보니 생각보다 훨씬 심각한 일이었다.“어머님, 지현이에게도 사정이 있을 거예요. 아이들 감정 문제는 결국 둘이 해결해야 해요. 제 생각엔 큰일은 아닐 거예요. 둘 다 마음을 추스를 시간이 필요한 거겠죠. 며칠 지나면 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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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82화

강지현이 현관에 들어섰을 때 문득 멀리 통창 앞 소파에 누군가 앉아 있는 것 같았다.그러나 그 그림자는 순식간에 사라졌다.텅 빈 집에는 이제 강지현 외에 아무도 없었다.어둠 속에서 그녀가 돌아오기만 기다려 주던 사람도 이제는 없었다.강지현은 불을 켜지 않고 예전에 김태하가 가장 좋아하던 자리에 앉았다.창밖으로 도시의 환한 불빛이 펼쳐졌다. 화려한 도시의 야경이 한눈에 들어왔다.더 멀리 눈을 돌리면 미래 그룹 사옥의 창문 하나도 볼 수 있었다.바로... 김태하의 대표이사실 뒤쪽 창문이었다.그때 강지현의 휴대전화 화면이 반짝였다.꺼내 보니 또 김태하에게서 걸려 온 전화였다.오늘 메시지는 오지 않았다. 전화는 점심, 오후, 그리고 지금까지 세 번 걸려 왔다.김태하의 성격이라면 강지현의 행동에 두 가지 반응 중 하나를 보일 것이다. 냉정하게 마음을 정리하거나 참을 수 없을 만큼 분노하거나.어느 쪽이든 김태하에게 고통이라는 사실을 강지현도 알고 있었다.그나마 다행인 건... 전화가 세 통뿐이라는 점이었다.아직 이성을 잃지 않았다는 뜻이었다.어쩌면 강지현이 무슨 일을 벌이는지 이미 알아차리고 예전처럼 단호한 모습으로 돌아갈지도 몰랐다.서지아를 대했던 것처럼 자신을 향한 감정도 완전히 거둬들일지도 몰랐다...바로 강지현이 바라던 일이었다. 하지만 그 생각만 해도 가슴이 칼에 찔린 것처럼 아팠다....깊은 밤.술집 거리에는 여전히 사람들이 북적거렸다.주단우는 술집 앞에 차를 세우고 외투를 벗더니 셔츠 단추를 풀고 향수를 가볍게 뿌렸다.룸에 들어서니 이서는 이미 친구들과 술을 마시고 있었다.주단우는 인사를 건넨 뒤 주류 메뉴를 보고 직원을 불러 술값을 자신의 계산으로 돌렸다. 그러고는 이서의 맞은편에 앉았다.친구들과 한창 이야기를 나누던 이서는 주단우가 나타나자 더욱 환하게 웃었다.“요즘 우리 가게 매출 많이 올려 주시네요. 매일 오시고.”주단우가 먼저 말을 건네며 양주병을 들어 술을 따르고 한 모금 마셨다.이서의 친구들이 주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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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83화

친구들을 설득하려고 새로 알게 된 주단우의 이야기까지 꺼냈다.주단우는 잘생기고 말도 달콤하게 했으며 여자를 즐겁게 만드는 데 재주가 있었다. 분명 좋은 말동무가 될 줄 알았다. 예상대로 그는 친구들까지 즐겁게 해 줬다.그런데... 웃음이 끊이지 않는 룸에서도 이서의 마음은 딴 데 가 있었다.휴대전화만 바라보며 이도운의 연락을 기다리고 있었다.“이서야, 아까 주 사장님 정말 재미있더라. 여자 친구는 있으려나?”옆의 친구가 수줍은 얼굴로 다가와 물었다.이서는 술을 한 모금 마신 뒤 대답했다.“나도 몰라.”“그런데 주 사장님이 너한테 좀 관심 있어 보이던데?”친구가 다시 물었다.그제야 이서가 친구를 쳐다봤다.“그런 사람은 누구한테나 관심 있는 것처럼 굴어.”“그래? 그건 좀 별론데.”그 말을 들은 친구들은 바로 뜻을 알아듣고 관심을 거뒀다.사장이라기에 대단한 사람인 줄 알았더니 손님을 끌어모으는 사람일 뿐이었다.“그런데 넌 이렇게 늦도록 안 들어가도 돼? 약혼자랑 싸웠어?”마침내 두 친구가 뭔가 눈치채고 이서의 얼굴을 살폈다.이서가 굳은 얼굴로 말했다.“그 사람도 바빠. 내가 좀 늦게 들어가도 상관없어.”“아무리 바빠도 이 시간까지 널 밖에서 놀게 내버려 둔다고? 너무 신경을 안 쓰는 거 아냐?”한 친구가 연신 미간을 찌푸렸다.두 친구는 이서를 보러 특별히 방문했다. 며칠 뒤면 Y국으로 돌아갈 예정이었다. 원래 이서는 약혼자와 함께 친구들을 안내하겠다고 했는데 지금은 혼자였다.가뜩이나 순진한 이서가 남자에게 속을까 봐 걱정했던 친구들은 더욱 불안해졌다.이서는 표정이 어두워진 채 뭐라고 대답할지 몰라 또 술을 따르려 했다.친구가 서둘러 손을 막았다.“혼자 속만 끓이지 말고 그 못된 남자한테도 좀 약 올려 줘!”그러더니 이서의 손을 잡고 룸 밖으로 데리고 나갔다.이서가 놀라 물었다.“뭘 하려고?”“주 사장님 찾으러 가자. 둘이 즐겁게 얘기하는 사진을 찍어서 SNS에 올려 줄게.”“안 돼!”이서는 생각할 것도 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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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84화

주단우의 손은 여전히 이서의 허리에 있었다. 연인처럼 다정하면서도 우연히 가까워진 듯 자연스러운 자세였다.이서가 놀라 피하려 하자 주단우가 가볍게 붙잡았다.“가만히 있어요.”귓가를 스칠 듯한 목소리로 낮게 속삭였다.“사진 찍잖아요.”이서가 멈칫하는 사이 친구는 연달아 셔터를 눌렀다.“두 분 생각보다 참 잘 어울리시네요!”친구는 만족스럽게 사진을 찍은 뒤 이서에게 휴대전화를 건넸다.사진 속 두 사람은 술집 테라스 입구에 서 있었다. 뒤쪽으로 은은한 불빛이 번졌다. 주단우가 한 손으로 이서의 허리를 감싸고 고개를 살짝 기울여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시선이 맞닿은 두 사람의 모습은 잘 연출된 화보 같았다.정말 잘 나온 사진이었다.너무 잘 나와서 오히려 마음이 불안할 정도였다.친구가 의미심장하게 눈짓했다.“이렇게 예쁜 사진이면 얼른 SNS에 올려야 하는 거 아냐?”이서가 망설이는 사이 룸에 있던 다른 친구도 가방을 들고 나왔다.시간이 늦었으니 이제 돌아갈 때였다.이서는 친구들을 데려다주겠다고 했다. 주단우도 운전을 해 주겠다고 나섰다.하지만 친구들은 이서와 주단우를 번갈아 살피고는 약속이나 한 듯 거절했다.“괜찮아요. 주 사장님, 이서나 집에 데려다주세요. 저희 기사는 이미 문 앞에 도착했어요. 신경 안 쓰셔도 돼요.”친구는 이서의 곁으로 다가와 눈을 찡긋하더니 귓가에 속삭였다.“남자를 상대할 때는 좀 대담해져야 해. 오늘 마음껏 즐겨.”이서는 무슨 뜻인지 알아듣고 얼굴이 확 붉어졌다. 하지만 친구들은 말을 마치자마자 달아나 버려 변명할 틈도 없었다.이서는 전혀 그럴 생각이 아니었다.이도운에게 질투심을 유발한다 해도 이런 방법까지 쓸 마음은 없었다...주단우는 그 표정을 흘끗 보고는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이서 씨, 친구분들도 갔으니 제가 모셔다드릴게요.”“아니요...”“기분도 안 좋아 보이는데 밤바람 좀 쐬러 갈래요?”거절하려던 이서는 그 말에 관심을 보였다.“제가 기분이 안 좋은 건 어떻게 알았어요?”“이서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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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85화

고민이 있거나 답답한 마음을 풀고 싶으면 혼자 여기 와서 밤새 별을 바라보고 담배를 피웠다.산 정상에 있는 전망대라 아래쪽에 안전망이 있긴 해도 위험했다.이서도 잠시 망설이다 난간을 넘어 주단우의 옆에 앉았다.주단우가 놀라 말했다.“조심해요. 여기서 떨어지면 죽어요.”이서는 그를 흘끗 보더니 몸을 뒤로 조금 빼며 긴장했다.“걱정하지 마요. 제가 밀지는 않을 테니까.”주단우가 덧붙이자 이서는 제대로 앉기도 전에 벌떡 일어나 난간 안쪽으로 다시 넘어왔다.“농담이에요. 그렇게 겁이 많아요?”주단우는 목숨을 아끼는 이서의 모습에 웃음을 터뜨렸다.이서가 미간을 찌푸렸다.“정말 유치하시네요.”그 말에 정신이 들었다. 잘 알지도 못하는 남자와 이렇게 늦은 밤 단둘이 야경을 보러 오다니, 자신이 생각해도 어처구니없는 짓이었다.그때 휴대전화 화면이 켜졌다. 꺼내 보니 이도운에게서 메시지가 와 있었다.부재중 전화도 몇 통 있었다.오는 길에 휴대전화를 무음으로 해 두는 바람에 보지 못했다.이도운은 어디에 있느냐고 연달아 메시지를 보냈다.어떻게 답할지 몰라 망설이는 사이 사진 캡처 화면 하나가 추가로 날아왔다.아까 술집에서 주단우와 찍은 사진이었다.이서가 올린 것이 아니었다. 이도운은 이서 친구가 올린 사진을 캡처한 것이었다.그제야 친구가 귀가하는 길에 보낸 메시지가 눈에 띄었다. 오늘 사진이 잘 나와 먼저 올리겠다는 내용이었다. 물론 그 사진에는 이서와 주단우가 함께 찍힌 사진도 포함돼 있었다.[어떻게 다른 남자랑 같이 있을 수 있어?]이도운이 마지막으로 보낸 메시지에 이서는 완전히 당황했다.그때 주단우가 다가왔다.“무슨 일 있어요?”“돌아가야겠어요.”이서는 황급히 휴대전화를 집어넣고 전망대 아래로 걸어갔다. 주단우가 서둘러 따라붙었다.“자정이 넘어서야 약혼자가 연락한 거예요?”이서가 걸음을 멈췄다.“제가 약혼자가 있는 건 어떻게 아셨어요?”두 사람은 몇 번 만난 사이일 뿐이었다. 이도운에 관해서는 주단우에게 말한 기억이 없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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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86화

“이게 뭐예요?”“들어 보세요.”주단우가 낮게 말했다.휴대전화에서는 녹음된 대화가 흘러나왔다. 강지현과 이도운이 나눈 이야기 일부였다.원래 강지현이 이서에게 접근하라고 지시했을 때만 해도 주단우는 그녀의 배후가 이도운이라는 사실을 몰랐다. 이제 알고 보니 강지현의 의도를 이해할 수 있었다.이서와 이도운의 관계를 깨뜨리는 것이야말로 모든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핵심이었다.주단우가 보기에 왕실과 연관된 부잣집 아가씨가 그렇게 어리석을 리는 없었다. 분명 못된 남자에게 속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이도운의 진짜 모습을 알게 되면 자신들 편에 서지는 않더라도 뭔가 행동을 취할 거라 믿었다.하지만 강지현의 생각은 달랐다.이도운이 대놓고 조건을 내건 데에는 숨겨 둔 수가 있을지도 몰랐다. 이서는 직접 만나 본 적도 없으니 섣불리 접근하면 오히려 반감을 살 수 있었다.그래서 주단우에게 이서를 찾아 접근해 감시하게 하고, 가능하다면 주단우의 특기를 살려 그녀가 어떤 사람인지 알아보라고 했다.싸우지 않고 해결할 수 있다면 가장 좋았지만 적절한 때를 기다려야지 성급하게 행동해서는 안 됐다.그런데 주단우가 참지 못했다. 강지현이 그토록 신중하게 기다릴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이도운 같은 쓰레기가 눈앞에서 날뛰는데 한순간도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았다.마침 오늘 이서가 단둘이 나오겠다고 했고 기분도 몹시 나빠 보였다. 그래서 이 기회를 놓치기 싫었다.이서는 주단우를 바라보다 한참 뒤에야 녹음 파일을 재생했다.이도운의 목소리, 너무나도 익숙한 목소리였다.이도운과 강지현의 대화 일부였다. 녹음 속 이도운은 강지현에게 자신의 애인이 되라고 요구하고 있었다.대화는 노골적이고 추잡했다. 남자의 추악한 속내가 고스란히 드러났다.절반도 듣지 않은 이서가 정지 버튼을 누르고 주단우를 차갑게 노려보았다.“이걸 어떻게 구했어요?”주단우는 이미 답변을 준비해 뒀다.“미안해요. 사실 이서 씨에 대해 좀 알아봤어요. 약혼자는 제가 잘 알아요. 해원시에서 평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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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87화

거센 추궁에 주단우도 불길함을 느꼈지만 애써 침착하게 말했다.“사람의 동기가 그렇게 단순하겠어요? 하지만 믿어 주세요. 해칠 생각은 없어요. 그저 그런 악한 사람에게 이용당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이서는 잠깐 멈칫했다. 남자의 눈빛에서 진심이 느껴졌다.하지만 이서는 그런 진심 어린 눈빛을 수도 없이 봐 왔다.어릴 때부터 주변 사람들은 모두 친절했다. 하나같이 이서를 위한다면서 아무 대가도 바라지 않는 척 곁을 지켰다. 하지만 어린 시절 나라 안의 어떤 사건에 휘말려 집안이 한동안 몰락한 적이 있었다.그때 이서는 사람들의 태도가 얼마나 쉽게 바뀌는지 똑똑히 봤다. 그들이 진심으로 대하는 대상은... 이서라는 사람이 아니라 그저 그녀가 가진 가치였다.그들에게 이서는 하나의 인간이 아니라 가치 있는 존재를 상징하는 인물이었다. 그 역할을 완벽히 해내면 무엇이든 얻고 행복하게 살 수 있었다.처음에는 이서도 반항했다. 순수한 감정을 갈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순수하고 진실하다고 믿었던 관계조차 시작부터 거짓이었다...나중에는 생각을 바꿨다.세상에 순수한 감정이 어디 있는가. 결국 사람은 이익 때문에 모인다.그나마 자신에게는 그런 사치스러운 순정을 추구할 자격이 있었다.그러니 누군가에게 필요한 사람이 되는 것도, 자신의 가치를 인정받는 것도, 이용당하는 것조차 상관없었다.그저... 자신이 행복하면 그만이었다.이서가 갑자기 웃으며 주단우를 바라보았다.“제가 그 녹음 내용도 이미 알고 있었다면 어떡하실래요?”주단우가 굳었다.“뭐라고요?”“도운 씨가 전부 얘기해 줬어요.”이서가 담담하게 말했다.“강지현에게 복수하는 모든 단계를 저한테 알려 주고 의견도 물어봤어요... 제가 동의한 일이에요.”심지어 이도운의 복수 계획을 구상할 때 이서가 직접 의견을 보태기도 했다.강지현은 예전에 이도운에게 복수하면서 몰래 다른 남자와 혼인신고까지 해 그의 자존심을 짓밟았다.그런 여자에게 똑같이 갚아 주는 게 뭐가 잘못됐단 말인가?주상 그룹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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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88화

황급히 돌아보니 이도운이 트렌치코트를 걸치고 천천히 두 사람에게 다가오고 있었다.멀리 주단우의 고급 차 옆에는 이도운과 함께 온 차량 여러 대가 나란히 서 있었다. 이도운만 혼자 걸어온 것이었다.이도운이 말을 이었다.“이서와 저는 진심으로 사랑하니까요. 제가 가장 힘들 때 이서는 기꺼이 제 곁을 지켰고, 저도 평생 지켜 주겠다고 맹세했어요. 사람들이 제 과거를 들먹이고 이간질해도 우리 사랑은 절대 흔들리지 않아요.”주단우는 본능적으로 이서 앞을 막아서려 했지만 이서는 오히려 재빨리 거리를 벌렸다.“도운 씨? 어떻게... 여길 찾아왔어요?”이서의 눈에 찔리는 듯한 기색이 스쳤다. 그녀는 몇 걸음 다가가다가 이도운의 살벌한 기운을 느끼고 멈춰 섰다.이도운이 이서를 훑어보며 입꼬리를 올렸다.“널 찾는 게 뭐가 어려워? 네가 위험하다면 해원시를 전부 뒤집어서라도 찾아낼 수 있어.”주단우는 기가 막혀 속이 메스꺼워질 지경이었다.여자를 꼬실 때 자신도 온갖 낯간지러운 말을 한다고 생각했는데 여기에는 그보다 더한 고수가 있었다.강지현이 이도운의 수법을 조심하라고 한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본모습을 아는 사람이 봐도 저렇게 말하면 순간 자신이 잘못 알고 있나 싶을 정도였다.“도운 씨...”이서가 고개를 숙였다. 조금 미안했지만 이도운이 저렇게 말하는 건 옆에 있는 남자에게 들으라는 뜻이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사실 두 사람은 휴대전화 위치를 공유하고 있었다. 이도운이 찾으려면 언제든 이서의 위치를 알 수 있었다. 반대도 마찬가지였다.해원시로 돌아왔을 때 이도운이 사랑의 증표라며 직접 설정해 준 기능이었다.사랑에 빠졌다고 해도 이서는 이성을 잃을 정도는 아니었다. 이도운은 복수 때문에 돌아오면 생길 수 있는 상황을 이미 예측하고 미리 이서에게 당부해 뒀다.“예전 사람들은 날 뼛속까지 미워해. 우리가 복수를 시작하면 틀림없이 널 이간질해서 내 곁을 떠나게 할 거야. 난 널 잃고 싶지 않아. 하지만 네가 날 믿지 못한다면... 마지막 방법으로 모든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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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89화

“남의 혼사에 관심이 참 많으시네요. 주 부대표님은 본인이 불행하니 남들이 사랑하는 꼴도 못 보시나 봅니다?”이도운이 코웃음을 치며 주단우는 쳐다보지도 않았다.“내가 행복한지는 하늘이나 운명에 맡기면 돼요. 별로 신경 안 써요. 하지만 행복이니 욕망이니 하는 걸 얻겠다고 다른 사람을 수단 방법 가리지 않고 해치는 쓰레기가 될 생각은 없어요!”“절 정말 싫어하시나 보군요. 그런데 예전에 주 부대표님도 강지현을 상대하게 도와 달라면서 먼저 제게 손을 내미셨던 거로 기억하는데요? 말씀대로라면 주 부대표님이 가장 증오해야 할 사람은 바로 본인 같은데요?”“이도운...”주단우가 발끈해 이도운의 옷깃을 거칠게 움켜쥐었다.키와 체격은 비슷했지만 주단우는 오랫동안 운동한 덕에 근육이 더 탄탄했고 힘도 강했다.그러나 갑자기 힘을 쓰는 순간 허리와 배에 난 상처가 땅겨 아팠다. 그래서 움직임이 조금 부자연스러워졌다.이도운은 그 틈에 주단우의 팔을 붙잡고 밀쳐 내며 미소를 싹 거뒀다. 눈빛은 섬뜩할 만큼 음산했다.“아, 맞다. 지금은 그때와 다르다는 걸 깜빡했네요. 이제는 강지현의 개가 되셨잖아요. 강지현이 정의로운 편이라고 믿으니까 본인이 저질렀던 추잡한 짓도 다 잊으셨겠죠?”“...”주단우는 미간을 찌푸리며 간신히 몸을 바로 세웠다. 하지만 이도운의 말이 정곡을 찔렀다.“이 자식이... 날 너 같은 놈이랑 같은 취급 하지 마!”분노한 주단우는 성큼 다가가 이도운에게 주먹을 날렸다.그러나 이도운은 예상했다는 듯 재빨리 막아 냈다. 그래도 힘에서는 주단우를 당해 내지 못했다. 주단우가 있는 힘껏 내지른 주먹이 결국 이도운의 뺨을 강타했다.“도운 씨!”이서가 놀라 소리치며 이도운에게 달려갔다.이도운을 부축한 이서는 재빨리 앞으로 나서서 주단우에게 외쳤다.“대체 정체가 뭐예요?”조금 전 두 사람의 대화를 전부 들었다.처음에는 주단우가 그저 작은 술집을 운영하는 사장인 줄 알았다.물론 녹음 파일을 보여 줬을 때부터 평범한 사람이 아니며 일부러 접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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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90화

이도운은 강지현을 잘 알고 있었다. 강지현이 단둘이 만나면 녹음을 남기고 반드시 이서에게 접근하리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이도운은 일부러 그들에게 시간을 주어 이서에게 접근하게 했다.이서는 이미 그의 말만 믿고 있었다. 아무리 이도운이 완벽하지 않다는 걸 알아도 주단우나 강지현의 말은 듣지 않을 터였다. 그들이 접근하는 순간 이미 패배는 정해진 셈이었다.강지현도 이도운을 잘 알았기에 주단우에게 조심하라고 경고했다.하지만 이도운은 강지현이 이런 상황에서 가만히 있지 못하리라고 확신했다. 복수하고 싶은 마음을 억누르거나 진실을 폭로할 기회를 참아 낼 사람은 없었다.자기가 정의롭다고 믿을수록 무언가 증명하고 싶어지는 것, 그게 인간의 본성이었다.주단우도 강지현도 예외는 아니었다.이서가 한 번 그들에게 속았다고 느끼게 만들면 앞으로 그 누구도 그녀를 통해 허점을 파고들 수 없다.언젠가 이서가 이도운의 진짜 모습을 알게 되더라도 자신을 이용하려는 게 뻔한 강지현 일행에게 도움을 청하지 않을 테니까.“주 부대표님, 참 대단하시네요. 바쁘실 텐데 저랑 얘기할 시간도 내시고. 며칠 동안 술 사 주신 건 감사해요. 나중에 주상 그룹이 망하면 이력서라도 보내 보세요. 천해 그룹 인사팀에 전달해 드릴 수는 있을 테니까요.”이서는 한 마디씩 또렷하게 말했다. 조용한 목소리가 오히려 서늘하게 들렸다.말을 마친 이서는 먼저 이도운의 팔짱을 끼고 돌아섰다.이도운이 고개를 돌려 도발적인 눈빛을 보냈다.“주 부대표님, 며칠 동안 고생 많으셨어요. 강 대표께도 안부 전해 주세요.”“...”그 말을 들은 주단우는 어금니가 부서질 듯 이를 악물었다. 두 걸음 나아가 이도운을 바닥에 내동댕이치고 두들겨 패고 싶었다.하지만 이도운이 데려온 사람들까지 다가왔다. 호위를 받으며 두 사람은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젠장!”분노를 풀 곳이 없던 주단우는 발치의 돌멩이를 세차게 걷어찼다.그는 찬바람 속에서 한참 후회하다가 무거운 발걸음으로 산에서 내려갔다. 머릿속은 뒤죽박죽이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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