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순옥의 숨이 무겁게 가라앉았다.김태하는 곧 손을 빼냈다.“그냥 회사 상황도 볼 겸요. 따로 처리할 개인적인 일도 있고요.”그러고는 누구도 더 묻지 못하게 바로 일어서서 어른들에게 정중히 인사하고는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위층으로 올라갔다.모두 아무 일도 없는 척 애써 맞춰 주고 있다는 걸 김태하는 잘 알고 있었다.하지만 더는 그 연극에 맞춰 줄 마음이 없었다.강지현과의 관계에서도 마찬가지였다.어쩌면 강지현조차 자신을 그저 죽을 날만 기다리는 사람으로 보는지도 몰랐다.하지만 죽음을 기다리는 처지일지라도...남은 시간만큼은 남편으로서, 대표로서, 어른을 공경하는 손자로서 마지막까지 제 역할을 다하고 싶었다.김태하가 나가자 지순옥은 끝내 참지 못하고 눈물을 터뜨렸다.“저 아이가... 저러다가 제 몸을 망쳐 버리겠어!”김윤석이 얼른 아내를 끌어안고 달랬다.“아이고, 말릴 수 없다면 뜻대로 하게 둬. 하늘도 참 무심하지. 태하 팔자가 이렇게 기구하니, 우리가 뭘 할 수 있겠어?”은주희도 서둘러 다가가 할머니를 부축하며 달랬다.“어머님,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태하는 제가 잘 돌볼게요.”“그런데 태하랑 지현이는 대체 무슨 일이니? 왜... 이런 때에 지현이가 떠난 거야?”지순옥은 눈물을 닦으며 은주희를 바라보았다.강지현이 떠난 건 이미 알고 있었다. 강지현이 긴 편지까지 남겼기 때문이다. 그동안 사랑하고 돌봐 줘서 고맙고, 친할머니처럼 생각해 왔으며, 앞으로 손자며느리로서 곁에서 모시지 못하더라도 두 어른에게 필요한 일이 생기면 무엇이든 돕겠다는 내용이었다.지순옥은 편지의 뜻을 이해할 수 없었다. 강지현에게 연락하려다 은주희에게 이미 이사했다는 말을 들었다.처음에는 어린 부부가 잠시 다툰 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지금 보니 생각보다 훨씬 심각한 일이었다.“어머님, 지현이에게도 사정이 있을 거예요. 아이들 감정 문제는 결국 둘이 해결해야 해요. 제 생각엔 큰일은 아닐 거예요. 둘 다 마음을 추스를 시간이 필요한 거겠죠. 며칠 지나면 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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