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e Kapitel von 가짜 결혼, 진짜 신분: Kapitel 11 – Kapitel 20

304 Kapitel

제11화

“내가 이 나이에 며느리한테 혼이나 나고. 정말 얼굴을 들고 다닐 수가 없어. 걔가 뭔데? 네가 한사코 결혼하겠다고 설쳐대지만 않았어도 걔 따위가 우리 집에 들어올 자격이나 있겠니?”이도운이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자 문수정은 돌아서서 가슴만 두드렸다.그는 어쩔 수 없이 강지현을 혼내고 이민지에게 찾아와 사과하게 하겠다고 문수정과 약속했다.이민지네 집을 나선 후 이도운은 곧바로 강지현에게 전화를 걸었다.그녀가 한참 후에야 전화를 받자 이도운은 약간 언짢은 말투로 말했다.“집에 들어갔어?”“아니. 아직 거래처랑 미팅 중이야. 무슨 일 있어?”그 시각 강지현은 주병찬네 집 식탁 앞에 앉아 있었다. 가정부가 옆에서 그녀에게 최고 품질의 고기로 구운 스테이크를 잘라주고 있었다.강지현이 거리낌 없이 전화를 받자 주병찬이 옆 사람들에게 눈치를 줬다. 이에 모두 신속하게 자리를 비켜주었다.“오늘 엄마랑 민지가 널 불렀는데 안 갔다면서?”전화기 너머로 이도운이 바로 본론에 들어갔다.강지현은 입꼬리를 씩 올렸다.“응.”“지현아, 엄마는 우리 집안 어른이셔. 너한테 쌀쌀맞게 굴어도 아랫사람인 네가 참고 양보해야지. 그리고 민지 지금 산후조리 중이라 감정 기복이 심해. 걔랑 일일이 맞서 싸우지 마...”이도운의 말투가 부드럽긴 해도 그녀에 대한 질책이 여실히 드러났다.강지현이 문수정과 이민지가 말한 것처럼 정말로 그랬다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이미 집안 분위기가 껄끄러워졌고 이민지는 심지어 이혼까지 하겠다고 설쳐댔다.나중에 아버지가 나선다면 또 그의 잘못이 될 게 뻔했다.최근 회사 일도 잘 풀리지 않아 스트레스를 많이 받은 상태여서 강지현에게 더 묻지 않고 다짜고짜 지시하기 시작했다.“지금 어디야? 끝나면 내가 데리러 갈게. 엄마랑 민지 만나서 최대한 잘 얘기하고 원만하게 마무리하자.”이도운은 이렇게 하는 것이 강지현을 위한 것이라고 생각했다.문수정이 계속 화를 내고 이민지가 끊임없이 난리를 친다면 강지현은 결국 집으로 불려가 가법대로 벌을 받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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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화

한참 동안 답장이 없자 아직 미팅이 안 끝났을 거로 여기며 의자 등받이에 기댄 채 조용히 기다렸다.이도운은 오늘 하루 백하린과 함께 있으면서도 원격으로 많은 업무를 처리했기에 거의 기진맥진한 상태였다.이제 집안 문제까지 해결해야 하니 체력이 거의 바닥 날 지경이었다.하지만 강지현도 이렇게 멀리까지 와서 거래처를 만난다는 생각에 별안간 마음이 편치 않았다.결국에는 다 그의 회사를 위해서였다. 화가 나서 어머니와 이민지를 소홀히 했다고 해도 나름 이해는 되었다.그 생각에 이도운은 조금 전 강지현에게 너무 심하게 말한 건 아닌지 후회가 밀려왔다.‘이따가 만나면 잘 위로해줘야지.’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이도운이 갑자기 잠에서 깨어났다. 휴대폰 화면이 켜져 강지현의 전화인 줄 알고 서둘러 받았는데 귀에 들려온 건 백하린의 목소리였다.“도운아, 지금이 몇 시인데 왜 아직도 안 들어와? 무슨 일 생겼어?”그녀가 걱정 가득한 목소리로 물었다.“별일 아니야. 일 좀 처리하고 있어.”이도운은 몸을 일으키고 미간을 문질렀다.‘내가 언제 잠들었지?’한편 그는 강지현을 만나러 온 것과 집안 문제를 백하린에게 알리고 싶지 않아 대충 핑계를 둘러댔다.“새벽 두 시인데 아직도 일한다고?”백하린의 의심 가득한 목소리에 이도운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그제야 시간을 확인했는데 좀 전까지 8시였다가 어느새 새벽 2시가 다 되었다.이도운은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대충 몇 마디 얼버무리고는 황급히 전화를 끊었다.강지현은 아직도 답장이 없었다. 다시 전화를 걸어보았지만, 전원이 꺼졌다는 기계음만 울렸다.순간 분노가 치밀어 오른 이도운은 재빨리 집으로 돌아갔다.백하린은 자지 않고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강지현의 방문이 굳게 닫혀 있었고 불빛조차 새어 나오지 않았다.‘날 바람맞힌 거야? 감히 날 밖에서 밤새 기다리게 했어?’이도운은 넥타이를 풀고 신발을 갈아신은 후 곧장 강지현의 방으로 향했다. 이제 막 문을 열려던 참에 백하린이 그의 손목을 덥석 잡았다.“도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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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화

“또 그 소리.”이도운은 시선을 돌리더니 곧장 백하린을 품에 끌어안았다.“지현이한테 마음이 있었더라면 자기랑 혼인신고하고 윤후까지 낳았겠어? 지금은 지현이를 안정시키는 게 급선무야. 이씨 가문에 무슨 일 생기면 안 되잖아.”“...”그가 이렇게 말하니 백하린도 더는 말을 잇지 못했다.지금 이도운이 스트레스를 엄청 많이 받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기에 설령 이 남자가 강지현에게 마음이 있다고 해도 일단은 참아야 했다.다음 날 아침, 이도운은 일찍 일어났다. 강지현 때문에 거의 밤새도록 잠을 이루지 못했다.원래는 동이 트자마자 찾아가려 했지만, 이번에도 방문을 열기 전에 휴대폰이 울렸다.전화를 받은 이도운은 밤새 잠을 설친 바람에 목소리에 긴장감이 묻어났다.“어젯밤에 집에 안 들어왔어?”“응. 거래처랑 술을 너무 많이 마셔서 호텔에 묵었어.”강지현의 목소리에 미안한 기색이라곤 전혀 없었고 막 잠에서 깬 듯한 차가운 기운만 감돌았다.“오래 기다렸어?”이도운은 말문이 막혀버렸다. 밤새도록 뒤척이며 느꼈던 불안감이 한순간에 웃음거리가 돼버렸으니까.“날 바람맞힌 이유가 고작 그것 때문이라고?”“아니, 또 있어. 나 회사에 휴가 신청 낼래. 며칠 쉬고 싶어.”이도운은 대뜸 언성을 높였다.“뭐라고? 지금이 때가 어느 때인데 휴가를 내? 회사가 방금 프로젝트를 놓쳐서 손실을 만회해야 하는데 어떻게...”“요즘 일 때문에 너무 정신없었고 스트레스가 심해서 몸이 안 좋아. 내가 없다고 해서 회사가 안 돌아가는 것도 아니잖아.”강지현이 그의 말을 싹둑 잘랐다. 말투에는 알아차리기 어려운 차가움이 묻어났다.“어제 도운 씨 비서가 사인을 부탁했을 때 난 거래처랑 협상 중이라 숨 쉴 틈도 없이 바쁜데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아? 어머님이 계속 전화 와서는 아가씨한테 밥 차려주라고 강요했어! 아가씨가 산후조리 중인데 내가 해준 밥만 고집한다면서.”그녀는 잠깐 머뭇거리다가 조롱 섞인 말투로 계속 말했다.“너 가슴에 손 얹고 말해봐 봐. 이 시점에 내가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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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화

하지만 한 성격 하는 엄마와 억지를 부리기 좋아하는 이민지더러 강지현에게 사과하라고 하는 건 온 집안을 발칵 뒤집어놓겠다는 거나 다름없다.“지현아, 엄마 성격 너도 알잖아. 사과까지는...”이도운은 이를 악물고 일단은 지연 전략으로 강지현을 안심시켜보려 했다.어쨌든 지금 회사 일이 가장 중요하니까.“사람은 언제든 개변할 수 있어. 나랑 회사를 위해 네가 한 번만 더 신중하게 고려했으면 좋겠어.”강지현은 말을 마치고는 망설임 없이 전화를 끊고 휴대폰 전원까지 껐다.이도운이 다시 걸었을 땐 연결이 되지 않았다. 그는 끓어오르는 분노에 넥타이를 확 잡아당겼다.백하린의 말이 맞았다. 이게 다 그가 강지현을 오냐오냐한 탓이었다.이토록 중요한 일을 코앞에 두고도 멋대로 성깔을 부리다니.분노에 휩싸인 이도운은 당분간 강지현을 찾지 않기로 했다. 그녀 없이도 충분히 회사를 상장시킬 수 있다고 믿었으니까.하지만 그가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 일어났다. 강지현이 오전에 떠났는데 바로 오후에 회사 단톡방에 난리가 났다.협력업체 세 곳이 이경 그룹과의 협력을 취소한 바람에 주주들의 불만이 극에 달했다.이도운은 회사에 도착하자마자 즉시 회의를 소집했다. 원인이 곧장 밝혀졌는데 어제 오후에 제품 홍보에 차질이 생겼던 것이었다.제품 홍보 담당자가 강지현이었는데 그 시간에 줄곧 시댁의 전화에 시달리고 있었다...이도운은 순간 말을 잇지 못했다. 바로 그때 문수정에게서 또 전화가 걸려왔다.그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휴대폰을 홱 던져버렸다.자리에 있던 사람들 모두 화들짝 놀랐다. 비서가 떨리는 손으로 휴대폰을 주운 후에야 이도운은 회의가 끝났다고 손짓했다.한참 동안 마음을 진정시킨 후, 그는 비로소 옷을 챙겨 집으로 돌아갔다.이민지는 진태웅과 다투고 친정에 돌아왔다. 문수정과 함께 강지현을 어떻게 처벌할지 상의하며 이번엔 본때를 보여주겠노라 다짐하고 있었다.가정부가 이도운이 왔다고 알리자 두 사람의 얼굴에 의기양양한 미소가 떠올랐다.모녀는 눈빛을 교환하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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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화

그러자 문수정이 펄쩍 뛰었다.“뭐라고? 어딜 감히 시어머니더러 사과해라 말라야? 주제 파악도 못하는 년이!”“지현이가 다음 분기 핵심 프로젝트를 쥐고 있어!”별안간 이규진이 문수정에게 서류를 던지며 입을 열었다.“당신 명의로 된 강변 뷰 별장이랑 민지의 신탁 기금 오늘부로 동결이야. 지현이한테 사과하면 그때 풀어줄게.”“엄마, 앞으로 민지 좀 잘 통제하세요. 아무리 제멋대로 굴어도 이경 그룹의 미래를 가지고 함부로 해선 안 되죠.”그 별장은 문수정이 다른 재벌 사모님들 사이에서 자랑할 수 있는 유일한 자본이었고 이민지의 신탁 기금 또한 진태웅을 쥐고 흔드는 마지막 카드였다. 이것들이 없다면 그들은 이씨 가문에서 허리도 펴지 못할 것이다.당황한 이민지가 눈물을 왈칵 쏟았다.“아빠, 어떻게 저한테 이러실 수 있어요? 아이를 낳은 지 얼마나 됐다고...”“우리 집안 돈으로 게으른 인간은 부양해도 어리석은 것들은 부양 안 해. 지현이한테 사과하든지 이 집에서 꺼지든지 알아서 선택해.”문수정의 손이 파르르 떨렸다. 이도운의 차가운 옆모습과 이규진의 단호한 두 눈을 번갈아 봤다.그제야 강지현을 억압하는 데 실패했을 뿐만 아니라 남편과 아들에게 꾸중을 듣고 엄청난 처벌까지 받게 되었다는 걸 깨달았다.결국, 문수정은 이를 악물고 가정부더러 강지현에게 전화를 걸라고 했다.그녀는 녹이 슨 것처럼 뻣뻣한 목소리로 간신히 미안하다는 말을 꺼냈다.이민지 역시 정신없이 우느라 발음이 어눌했다.“새언니 일하는 데 방해하면 안 되는 건데...”전화를 끊은 후 거실에 싸늘한 정적이 감돌았다.창밖을 뚫어져라 쳐다보는 문수정의 두 눈에 원한이 가득 서려 있었고 강지현에 대한 강렬한 증오심이 넘쳐흘렀다.‘강지현, 감히 나랑 민지를 괴롭혀? 딱 기다려. 앞으로 천배 만배 갚아줄 거야.’그날 저녁 이도운이 집으로 들어왔을 때, 백하린은 그를 위해 풍성한 저녁을 준비했다.강지현이 집에 없어 백하린은 날아갈 듯이 기뻤다. 드디어 한 가족 세 식구가 다른 사람의 방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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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화

“지현이를 잃을까 봐.”백하린은 거의 대놓고 떠봤다. 하지만 이도운은 오늘 상대할 기력이 없었던 터라 그저 차갑게 웃었다.“헛소리하지 마.”그러고는 불을 끄고 휴대폰을 옆에 놓고서 더는 백하린을 상대하지 않았다.백하린은 계속 더 말하고 싶었으나 상대가 강제로 화제를 종료했다.다소 좌절감을 느낀 그녀는 이도운이 잠든 후 몰래 그의 휴대폰을 열었다.놀랍게도 휴대폰 화면이 강지현과의 대화창에 머물러 있었다.두 시간 전 이도운이 강지현에게 메시지를 보냈지만 아무런 답장이 없었다.어쩐지 밤새 휴대폰을 손에서 놓지 못하더라니. 업무는 무슨! 결국 강지현의 답장을 기다린 꼴이었다.그는 잠든 후에도 미간을 찌푸리고 있었다. 이 모습을 본 백하린은 순식간에 마음이 차갑게 식어버렸다.다음 날 저녁 무렵.이도운이 야근하고 있던 그때, 수년간 잠잠했던 동창 단톡방이 갑자기 활기를 띠었다. 끊임없는 메시지에 휴대폰이 연이어 울렸다.[다들 들었어? 해원시 주씨 가문 따님이 모습을 드러냈대.]단톡방에 갑자기 뜬 메시지에 사람들이 난리가 났다.[주씨 가문? 발만 굴러도 해원시 금융계를 흔들 수 있다는 그 주씨 가문 말하는 거야?]누군가 믿을 수 없다는 감탄과 함께 칼답장을 했다.[맞아. 주승호의 사생아인데 가문으로 돌아오자마자 수십조 원의 유산을 상속받았고 지금은 주씨 가문의 후계자가 됐대.]메시지를 보낸 이는 그 현장에 있었던 게 분명했다.[연회장에 경호원이 어찌나 많은지 일반 사람은 3미터 이내로 접근하지도 못하게 하더라고.]단톡방이 순간 뜨겁게 달아올랐다.[수십조 원? 돈벼락 제대로 맞았네. 소설도 이렇게 못 쓰겠는데?][생긴 건 어때? 예뻐? 아직 싱글이야?]누군가 슬슬 잡담을 하기 시작했다.[만약 얼굴이 예쁘면 대시해볼 텐데...][꿈 깨. 멀리서 봤는데도 분위기가 대박이었어. 샴페인 색 드레스를 입고 샹들리에 아래 서 있는 모습이 눈이 부실 정도로 빛났어. 옆모습만 봐도 연예인 뺨치게 예쁘더라.][사진 있어? 있으면 좀 보내봐.]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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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화

하지만 사진을 채 불러오지 못했는데 벨 소리가 울렸다.백하린한테서 걸려온 전화였다.이도운이 전화를 받자마자 흐느끼는 소리가 귓가에 들려왔다.“왜 그래? 무슨 일 있어?”순간 심장이 쿵 내려앉는 기분에 목소리가 저절로 다급해졌다.하지만 그가 무슨 일이냐고 몇 번이고 물어도 백하린은 울기만 할 뿐 아무 대답이 없었다.이도운은 속절없이 계속 물었다.“어디야 지금? 집에 있어? 내가 지금 갈까?”그런데 대답 대신 들려온 건 통화 종료음이었다.이도운은 조급한 나머지 술자리도 내팽개치고 비서에게 몇 마디 당부한 후 거래처 사람들에게 사과하고는 자리를 떠났다.백하린에게 무슨 일이 생겼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그는 온몸의 피가 차갑게 식는 듯했고 두려움이 밀려왔다.다행히 술을 마시지 않아 직접 운전했다. 운전하면서도 백하린에게 계속 전화를 걸었는데 몇 번의 시도 끝에 겨우 통화가 연결되었다.“자기야, 대체 어떻게 된 거야?”“저 하린이가 아니라 서이정이에요. 케이바로 오세요. 하린이 지금 거의 인사불성이 되기 직전이에요.”백하린의 절친인 서이정은 해원시에서 바를 운영하고 있었다. 케이바가 바로 그녀의 가게였다.이도운이 백하린에게 대시할 때 들키지 않으려고 종종 서이정의 가게에서 은밀한 만남을 가지곤 했다.“알았어요. 지금 바로 갈게요.”그는 전화를 끊고 서이정의 가게로 미친 듯이 질주했다.과속으로 달려 십몇 분 만에 케이바 앞에 도착했다.룸 안, 백하린은 초라한 몰골로 서이정에게 기댄 채 술을 더 마시겠다고 주정을 부렸다.테이블 위에 빈 술병이 어지럽게 널려 있는 것만 봐도 이미 꽤 마셨음을 알 수 있었다.“자기야, 이게 대체...”눈앞의 광경에 이도운은 할 말을 잃은 동시에 그녀가 안쓰럽기도 했다.그녀와 함께한 몇 년 동안 술을 한 모금도 입에 대지 않을 정도로 자기 몸을 아끼는 여자였으니까.“도운 씨, 너무한 거 아니에요? 하린이가 도운 씨 때문에 얼마나 많은 걸 희생했는데 그 여자 때문에 하린이랑 한 약속까지 저버릴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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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화

서이정은 이도운에게 경고장을 날렸다.이도운은 숨을 깊게 들이쉬곤 그녀와 싸우고 싶지 않아 나직이 말했다.“이정 씨는 먼저 나가 있어요. 하린이한텐 내가 얘기 잘해볼게요.”그때 백하린이 몸을 일으켰다. 그녀는 서이정의 손을 꼭 잡더니 고개를 움직였다.서이정도 그녀의 뜻을 알아채고 달리 방법이 없다는 듯 자리에서 일어났다.이제 룸 안에 두 사람만 남았다. 이도운은 넥타이를 느슨하게 풀며 백하린의 옆에 앉았다.그녀의 팔을 잡으려 했지만, 예상대로 뿌리쳐졌다.“화 풀어, 응? 나 요즘 정말 너무 힘들어.”백하린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잠시 후 어깨가 조금씩 움직였다.그녀가 또 울고 있다는 걸 이도운은 알고 있었다. 가슴을 바늘로 콕콕 찌르는 듯 아팠다.“미안해. 다 내 잘못이야.”이도운은 뒤에서 그녀를 감싸 안았다. 백하린이 아무리 몸부림쳐도 놓지 않았다.“회사에 일이 터졌어. 최근 계약들이 다 문제가 생겨서 손해가 막대해. 거기에 집까지 난리 통이라 너한테 신경 쓸 겨를이 없었어. 지현이랑은 아무 일도 없어, 하린아. 걔가 억지를 부려서 회사 일에 영향을 주니까 달래주려던 것뿐이야.”그의 설명에 흥분했던 백하린이 드디어 조금씩 안정을 되찾았다.더는 몸부림치지 않고 조용히 그의 말을 듣고 있었다.“너도 알잖아. 지현이는 아직 더 이용해야 해. 걔 기분 상하게 하면 우리한테 좋을 게 뭐야? 나한테 대한 믿음이 고작 이것밖에 안 돼?”이도운이 한숨을 내쉬었다. 부드러운 목소리 속에 씁쓸함이 묻어났다.“말했잖아... 너무 무서웠다고. 몇 년이나 흘렀으니 네 마음이 변했을까 봐 무서웠어.”백하린은 목소리가 다 갈라졌다.이도운은 그녀의 몸을 천천히 돌려 자신을 향하게 했다. 술에 절어 눈물을 흘리는 그녀의 모습이 안쓰럽기 그지없었다.과거 이도운을 업고 눈 덮인 설산을 사흘 밤낮 동안 걷던 누나는 이젠 그의 보살핌이 필요한 존재가 되어 있었다.이도운은 6살 때 처음 참가했던 겨울 캠프가 떠올랐다. 눈 덮인 설산에서 길을 잃었던 그 날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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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화

강지현이 깰까 봐 백하린을 방에 데려다줄 때까지 이도운은 최대한 소리를 내지 않으려 조심했다.그는 강지현의 방문을 힐끗 보았는데 여전히 굳게 닫혀 있었다.이 여자가 이틀이나 외박할 리는 없다고 생각했다. 삐치더라도 어느 정도 선이 있을 터. 하여 지금쯤 방에서 쉬고 있는 게 분명했다.게다가 현관에 그가 강지현에게 선물한 고가의 구두가 놓여 있었다. 그것은 그녀가 가장 아끼는 신발이었다.이도운은 너무 피곤했지만 그럼에도 강지현의 방으로 향했다.문손잡이를 잡고 열려던 순간 쿵쿵거리는 발소리가 들려왔다.“아빠.”이윤후의 목소리에 화들짝 놀란 이도운은 얼른 이윤후에게 쉿 하는 제스처를 취했다.아이는 금세 시무룩해지며 강지현의 방을 쏘아봤다.“시간이 늦었는데 왜 아직도 안 자?”이도운은 이윤후를 번쩍 안아 올리고 귓가에 속삭이면서 강지현의 방을 재빨리 벗어났다.“엄마가 토했어요...”엄마라는 호칭에 이도운이 미간을 확 구겼다.“아빠 말했지? 엄마라고 부르지 말고 이모라고 부르라니까. 윤후 엄마는 강지현이야.”“아니에요!”이윤후가 얼굴이 빨개지며 바로 반박했다.“그 여자는 엄마를 괴롭히는 나쁜 여자야.”이도운의 눈빛이 차갑게 가라앉더니 목소리도 낮아졌다.“이윤후! 다시 한번 말해봐!”그의 표정이 험악해지자 겁을 먹은 이윤후는 더는 찍소리도 못하고 눈을 깜빡이기만 했다.이도운은 아이를 데리고 그의 방으로 돌아갔다. 아니나 다를까 백하린이 화장실에서 토하고 있었다.강지현이 깰까 봐 그는 가정부를 부르지 않고 직접 약을 찾아준 다음 화장실로 들어가 그녀를 도왔다.백하린은 그제야 속이 조금 개운해졌다. 이도운은 어디도 가지 않고 그녀의 침대 곁을 지켰다.“자기야...”“응?”백하린의 창백한 얼굴을 본 순간 이도운은 결국 하려던 말을 삼켰다.이윤후는 평소에도 강지현에게 대드는 일이 잦았다. 백하린이 돌아온 후에는 더욱 심하게 굴었고 조금 전에는 백하린을 엄마라 부르기도 했다.원래는 그녀에게 이윤후를 잘 교육하라고 말하고 싶었으나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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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화

이도운의 얼굴에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집에 없었다니요? 그게 무슨 말이에요?”그런데 대답을 듣기도 전에 그의 휴대폰이 진동했다. 회사에 또 무슨 일이 생긴 모양이었다.이도운은 가정부에게 물러가라고 손짓하고는 황급히 전화를 받았다.통화를 마치고 돌아온 그의 얼굴이 짙은 먹구름으로 뒤덮여 있었다. 그 모습을 본 백하린도 덩달아 긴장해 하며 물었다.“또 무슨 일이야?”“회사의 중요한 프로젝트 하나가 또 틀어졌어. 상대방이 지현이만 찾는대.”이도운은 가슴에 무거운 뭔가가 내려앉은 것처럼 답답하기만 했다.이 프로젝트는 최근 1년간 가장 중요한 프로젝트였다. 연간 사업 계획에서도 별표를 칠 정도로 중요했다. 만약 이 프로젝트가 무산되면 주주들이 그를 가만두지 않을 게 뻔했다.“지현이는 무늬만 이사일 뿐이잖아. 협력업체에서 뭔가 잘못 안 거 아니야? 대표가 아니라 이사를 찾는 게 말이 돼?”그녀는 도통 이해가 안 갔다. 강지현이 대체 얼마나 능력이 있길래 며칠 자리를 비웠다고 회사가 안 돌아가는 걸까?“회사에 한 번 나가봐야겠어.”이도운은 백하린에게 길게 얘기하지 않고 옷을 챙겨 급히 집을 나섰다.그 시각, 강지현은 주병찬의 개인 전용기에 몸을 싣고 있었다.주상 제약의 최대 주주가 된 강지현은 주상 그룹을 대표하여 이웃 나라에서 열리는 국제 자선 만찬에 참석하기로 했다.이 만찬은 국제적으로 영향력 있는 기업과 거물급 인사들만이 참석할 수 있는 말 그대로 정상급 인사만 모이는 자리였다.예년 같으면 주승호네 부부와 주단우가 참석했을 것이다.이제 강지현이 주승호의 모든 자산을 상속받았으니 그녀에게 초대장이 도착했다. 화가 난 엄경미는 동행하지 않겠다고 했고 주단우 역시 어머니를 따라 불참하기로 했다.엄경미와 주단우의 이러한 행동은 강지현이 아직 주씨 가문에서 인정받지 못했다는 걸 명백히 보여줬다.이는 향후 강지현이 인맥을 확장하고 주상 그룹의 업무를 처리하는 데 있어 결코 좋은 일이 아니었다.하여 주병찬이 그녀와 동반하여 만찬에 참석하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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