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가짜 결혼, 진짜 신분: Chapter 41 - Chapter 50

304 Chapters

제41화

강지현이 덤덤하게 말했다.“내가 졸업 후에 어떻게 지냈는지 잘 모르는구나.”박슬기가 목을 빳빳하게 세우며 받아쳤다.“그럼 아니야? 이도운은 학교 킹카에 집안도 좋은데 넌 그때...”“이경 그룹이 파산 직전에 놓였을 때 내가 끌어온 수십억 원의 투자 덕에 회사가 기사회생했어. 지금 시가총액이 수조 원을 돌파한 기업이 된 것도 다 내 덕이라고.”강지현이 차분하게 또박또박 말했다.“네가 말한 차이라는 게 내가 이경 그룹에서 가치를 창출하는 동안 넌 어떻게 명품으로 자신을 포장하는지 연구하고 있었다는 뜻이겠지.”오늘 박슬기는 제대로 치장하고 왔다.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명품으로 도배했고 액세서리도 가득했다. 그리고 메이크업도 화려했고 머리카락은 한 올 한 올 완벽하게 컬을 넣었다.강지현의 말에 주변 사람들의 시선이 자연스레 박슬기에게 쏠렸다. 박슬기는 순간 저도 모르게 움츠러들었다.“강지현, 결국에는 명품을 살 돈이 있는 내가 부럽다는 뜻이잖아. 입만 살아서는. 지금 네 꼴을 좀 봐. 몸에 값나가는 거 하나 없고 메고 다니는 가방도 졸업 때 산 거지? 나라면 쪽팔려서 이 자리에 못 나왔어.”강지현이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박슬기가 몸에 걸친 명품들을 천천히 훑었다.“넌 명품으로 잘살고 있다는 걸 증명하고 난 능력으로 내 자리를 지켜. 과연 누가 남의 시선과 평가를 더 신경 쓸까?”“흥. 이경 그룹이 네 것도 아닌데 어디서 잘난 척이야? 그래봤자 다 이도운 덕에 기회가 생긴 거지.”박슬기가 계속 은근슬쩍 이도운의 이름을 꺼냈다.탁 하는 소리와 함께 강지현이 술잔을 내려놓았다. 가뜩이나 얼어붙었던 분위기가 더욱 차가워졌다.“이도운 덕에 기회가 생겼다고?”“그래. 이도운이 없었으면 넌 아무것도 아니야.”원래는 도예림을 봐서라도 충돌은 피하려 했는데 박슬기가 자꾸 이도운을 입에 올리며 심기를 건드렸다.당장이라도 싸울 것 같자 더는 지켜볼 수 없었던 동창들이 황급히 중재에 나섰다.“지현아, 네가 참아. 슬기 원래 저런 애잖아. 눈치도 없고.”“그
Read more

제42화

강지현은 박슬기가 몸에 걸친 명품들을 훑어보았다. 눈대중으로 계산해보면 4천만 원도 채 안 되었다.‘이젠 몇천만 원만 있어도 레벨을 따질 자격이 생기나?’“듣건대 쟤...”“지현아, 슬기가 말을 좀 듣기 거북하게 했어도 손을 대서는 안 되지. 얼른 슬기한테 사과해.”도예림이 강지현에게 뭐라 하려던 그때 남자 동창 하나가 끼어들었다. 그러자 주변 친구들도 나서서 맞장구쳤다.“지현아, 다 친구인데 이렇게까지 따질 필요는 없잖아.”“슬기가 말하는 게 좀 직설적이긴 해도 악의는 없었을 거야.”“맞아. 게다가 슬기 신분이 이제 좀 달라졌어. 도운이가 널 감싼다고 해도 해원에서는 슬기를 건드리면 안 돼.”“빨리 사과해...”박슬기는 사람들이 그녀의 편을 들어주자 기분이 좋아져 다시 환하게 웃었다.“봤지? 난 이제 네가 건드릴 수 없는 사람이야. 내가 기분이 풀릴 때까지 사과하는 게 좋을 거야. 전화 한 통이면 네가 해원에서 발붙이기 힘들게 만들 수도 있어.”오직 도예림만 망설임 없이 강지현의 편을 들어줬다.“박슬기, 지현이가 술을 끼얹긴 해도 먼저 시비를 건 건 너니까 그냥 퉁 쳐. 그리고 다들 동창인데 왜 쟤한테 고개를 숙이는 건데? 사과해도 슬기가 먼저 해야지.”도예림의 말에 박슬기가 벌떡 일어났다.“도예림, 너도 앞날을 포기한 거야? 이번에 귀국한 목적이 뭔지 잊었어? 어디에 줄 설지 잘 생각하고 선택해.”박슬기의 협박에 도예림의 표정이 굳어버렸다. 강지현을 힐끗 보고는 이를 악물었다.“박슬기, 이젠 네 도움이 필요 없으니까 지현이 괴롭히지 마.”“지현이 같은 한심한 친구 하나 때문에 이렇게까지 한다고? 그럴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박슬기가 어이없다는 듯 눈을 흘겼다. 도예림이 강지현과 함께 나가려던 그때 누군가 문 앞을 막았다.강지현이 도예림의 손을 천천히 놓았다.양쪽이 팽팽하게 대치하자 이번 모임 주최자가 다시 나서서 강지현을 설득하려 했다.“지현아, 솔직히 말할게. 슬기를 건드리는 건 주상 그룹을 건드리는 거랑 마찬가지야.
Read more

제43화

강지현의 입꼬리를 살짝 올라갔다.“이런 우연이 다 있나? 나도 주상 그룹 아가씨랑 아는 사이인데. 게다가 주씨 가문 사람들도 많이 알아. 주상 그룹이 나한테는 집처럼 익숙한 곳이야.”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룸 안이 순식간에 조용해졌고 사람들의 두 눈에 놀라움이 스쳤다.강지현의 말투가 단호하고 차분해서 진짜인지 거짓인지 구분이 가지 않았다.‘이런 우연이 있다고? 슬기랑 지현이 모두 주씨 가문 아가씨랑 아는 사이라니.’주씨 가문은 보통 가문이 아니었다. 해원시의 최고 재벌이었고 뉴스나 매체에서만 볼 수 있는 사람들이었다.그런데 별거 아닌 동창 모임에 그런 사람들과 접점이 있는 사람이 둘이나 있다니.듣고 보니 강지현의 말이 조금 과장된 것 같았다. 주상 그룹이 집처럼 익숙하다는 게 말이 되는가?박슬기가 풉 하고 웃음을 터뜨리자 모두가 따라 웃기 시작했다.“강지현, 우리 다 바보인 줄 알아? 네가 주상 그룹 아가씨를 안다고? 주상 그룹이 네 집처럼 익숙하다면 왜 여기서 우리랑 술 마시고 있어?”그녀가 혀를 차며 고개를 저었다. 강지현이 이런 말을 할 줄은 몰랐다.‘허풍도 정도가 있지. 망신당하고 싶어서 안달이네.’누군가 참지 못하고 비아냥거렸다.“강지현, 허풍을 떨어도 너무 떨었어. 이러다 주씨 가문의 수십조 원 유산을 상속받는 딸이 너라고 하는 거 아니야?”그 말에 조금 전까지 그나마 강지현을 좋게 봤던 동창들도 이젠 불편한 표정을 지었다.동창 모임은 추억을 나누는 자리인데 과시하려고 거짓말까지 하는 건 너무 지나쳤다.“네 말이 맞아. 수십조 원 유산을 상속받는 주씨 가문의 유일한 상속자가 바로 나야.”강지현이 눈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그녀의 진지한 태도에 룸 안의 웃음소리가 더 커졌다.도예림조차 민망해하며 강지현의 손을 잡아당겼다.“지현아, 그만해. 됐어...”“됐긴 뭐가 돼? 강지현, 이렇게 허풍을 떨었다는 건 망신당하는 것도 두렵지 않다는 말이겠네? 그럼 지금 당장 확인해 보자. 누구의 말이 진짜인지.”박슬기가 휴대폰을 꺼
Read more

제44화

박슬기가 문자를 보내자 상대의 답장이 바로 왔다. 1분 정도 통화가 가능한지 물었더니 역시 흔쾌히 응했다.곧 재벌 아가씨의 목소리를 직접 들을 수 있다는 생각에 사람들은 잔뜩 기대에 부풀었다. 심지어 도예림마저 참지 못하고 박슬기에게 바짝 다가갔다.“주씨 가문 아가씨가 참 한가하신가 봐. 문자에도 바로 답장하고.”강지현이 낮게 중얼거리는 소리를 들은 박슬기가 강지현을 매섭게 째려봤다. 다른 사람들은 크게 개의치 않았다.재벌 딸이 딱히 할 일이 없는 것도 정상이라 생각했고 게다가 답장을 빨리한 건 박슬기와의 관계가 가깝다는 것을 뜻했다.곧이어 음성 통화가 연결되었다.“여보세요?”꽤 귀여운 여자 목소리가 흘러나왔다.“이렇게 늦은 시간에 전화해서 미안해요. 지금 친구들이랑 같이 있는데 다들 아가씨를 너무 존경하더라고요. 아가씨 목소리 좀 듣고 싶다고 해서 전화했어요.”박슬기는 바로 환하게 웃으면서 아첨하는 말투로 말했다. 절친한 사이라고 했지만 누가 봐도 썩 가깝지 않은 사이였다.물론 그건 중요하지 않았다. 주씨 가문의 아가씨와 알고 지내며 통화까지 한다는 사실 자체가 이미 대단한 일이었다.“아, 그래요? 안녕하세요.”주씨 가문 아가씨라는 사람이 목소리를 가다듬고 인사를 건넸다.“아 참, 강지현이라는 친구가 있는데 얘도 아가씨를 안다고 하더라고요.”박슬기는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아 바로 본론을 얘기했다. 그러고는 휴대폰을 들고 강지현을 싸늘하게 째려봤다.그 순간 모두의 시선이 강지현에게로 쏠렸다.휴대폰 너머의 사람이 잠깐 멈칫했다.“네? 내가 아는 사람이 워낙 많아서 어떤 이름은 기억이 나지 않네요...”박슬기가 또 말했다.“내 체면을 고려할 필요 없어요. 이 친구가 허풍이 심해서 그냥 농담하는 걸 수도 있거든요.”“그렇군요...”상대의 말투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구경할 만큼 다 구경한 강지현이 휴대폰을 낚아채고 상대에게 물었다.“실례지만 지금 뭐 하고 계세요? 오늘 저녁에 국제 자선 만찬에 초대받으셨다고 들었는데 지금
Read more

제45화

강지현의 말에 누군가 재빨리 검색했다.“진짜야. 주씨 가문 아가씨라고 했던 그 여자 사기꾼이야.”인터넷에 주씨 가문 아가씨의 사진이나 다른 정보가 없었던 이유는 그녀가 아직 언론에 공개적으로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하지만 자선 만찬 관련 기사에는 주상 그룹의 상속녀인 주승호의 딸이 처음으로 참석했다는 내용이 명확히 적혀 있었다.박슬기는 충격에 비틀거리다가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았다.2천만 원이 아까워서가 아니라 자신이 망신당할 줄은 몰랐기 때문이었다.도예림은 마음이 여린 편이라 다른 사람들처럼 박슬기를 비웃거나 조롱하지 않았다. 서둘러 박슬기의 휴대폰을 가져와 주씨 가문 아가씨라고 했던 사람에게 전화를 걸었다.그런데 이번에는 연결 자체가 되지 않았다. 박슬기를 이미 차단한 상태였다.“슬기야, 빨리 경찰에 신고해.”도예림이 휴대폰을 돌려줬을 때 박슬기의 눈동자는 완전히 초점을 잃은 듯했다. 강지현이 다가오자 이내 정신을 차리려 애썼다.“강지현, 나만 속은 게 아니야. 너도 다를 것 없어. 잘난 척하지 마. 남편이 주는 용돈으로 사는 주제에 주씨 가문 사람을 안다고 허세를 부려? 재간 있으면 지금 당장 증명해봐.”박슬기의 말이 틀리지 않았다. 그녀는 기껏해야 사기를 당한 피해자일 뿐이었다. 하지만 강지현은 달랐다. 그냥 허세였으니까.“됐어, 지현아. 그만 억지 부려. 너 슬기랑 다를 바 없어. 그냥 서로 사과하고 끝내.”그때 아까 강지현을 말렸던 다른 동창이 다시 입을 열었다.박슬기에게 아첨하던 친구들은 조금 민망하긴 했지만 어쨌든 오늘 술값을 박슬기가 내는 것이기에 모두 박슬기의 편에 섰다.“그래, 지현아. 그냥 미안하다고 해. 슬기도 사기당한 거잖아. 벌주만 마시고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리는 건 하지 않아도 돼.”“진심으로 사과하면 슬기도 더는 널 곤란하게 하지 않을 거야.”“다들 동창인데 굳이 체면 세우려고 허세를 부릴 필요는 없잖아. 그리고 네가 무슨 재간으로 주상 그룹 사람들이랑 친분을 맺어?”사람들이 이러쿵저러
Read more

제46화

박슬기의 말에 사람들도 정신이 번쩍 들었다.조금 전 강지현이 보여준 그 진지한 태도 때문에 모두 그녀가 정말 주씨 가문의 아가씨인 줄 알고 크게 놀랐다. 하지만 그럴 리가.“강지현, 제발 연기 좀 그만해. 순진한 예림이가 네 거짓말에 넘어갔잖아.”“사과 한마디 하는 게 그렇게 어려워? 공주 팔자도 없으면서 공주병만 얻었구나.”이번에는 아무도 강지현의 체면을 고려하지 않았다. 점점 듣기 거북한 말을 쏟아냈고 경멸의 눈초리가 사방에서 날아왔다.박슬기의 말이 맞았다. 못 사는 사람일 수록 허세를 부리는 법이다. 강지현이 이렇게 허영심이 많은 사람일 줄은 몰랐다.바로 그때 사람들의 목소리가 뚝 끊겼다. 도예림의 휴대폰이 갑자기 울린 것이었다.“설마 진짜로 주상 그룹에서 온 전화야?”모두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우르르 몰려들었다. 도예림이 손을 부들부들 떨면서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곧이어 휴대폰 너머에서 남자의 차분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안녕하세요. 넥서스 테크의 도예림 씨 되십니까? 저희는 주상 그룹 프로젝트팀입니다. 저희 신재생 에너지 프로젝트에 관심을 보이신다고 들었어요. 내일 오전에 주상 그룹 본사 D구역에서 얘기 좀 할 수 있을까요?”“당연하죠. 됩니다. 무조건 됩니다. 감사합니다.”도예림은 너무 흥분한 나머지 말도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눈이 휘둥그레진 채 강지현을 쳐다봤다. 통화가 끝날 때까지 꿈을 꾸는 것처럼 정신이 멍했다.방 안이 순식간에 고요해졌다. 몇 초 후 박슬기가 다가오더니 도예림의 전화를 낚아챘다.“도예림, 너 연극과 출신이야? 주상 그룹에서 너한테 전화를 할 리가 없잖아.”“정말로 주상 그룹에서 온 전화야. 이 번호가 공식 번호 중 하나라고...”도예림의 말에 누군가 바로 검색했다. 정말로 주상 그룹의 공식 번호 중 하나였다.모두 약속이나 한 듯이 일제히 강지현을 쳐다봤다. 눈앞에 벌어진 이 상황이 너무나 비현실적이었다.‘설마 강지현이 진짜 주상 그룹의 딸인 건 아니겠지?’조금 전 강지현을 가장 심
Read more

제47화

가식적인 친절함이 아첨과 두려움으로 바뀌었다.“강지현, 너 주상 그룹이랑 대체 무슨 관계야? 정말... 주상 그룹의 그 아가씨야?”모임 주최자만이 강지현에게 실례하지 않았다고 생각했는지 간신히 용기를 내어 물었다. 이 질문에 다른 사람들도 잽싸게 기회를 틈타 강지현에게 호의를 표하기 시작했다.“지현아, 네가 주상 그룹의 아가씨든 아니든 난 네가 힘들게 산다고 생각한 적이 없어. 학교 때부터 널 우러러봤다고.”“재벌 집 아가씨가 민간에 흘러들어 사는 이야기가 내 눈앞에서 펼쳐지다니. 나 복권 당첨된 거나 마찬가지야. 하하...”“강지현, 너무 잘 숨긴 거 아니야? 이렇게 큰일을 동창들한테 한마디도 안 하고.”“아까 우리가 한 말들은 다 농담이었어. 마음에 담아두지 마. 우리는 슬기랑 안 친해. 단지 쟤 성격이 까다로워서 일을 크게 벌이고 싶지 않았을 뿐이야.”분위기가 다시 시끌벅적해졌다. 이번에는 모두 강지현에게로 모여들려고 아웅다웅했다. 그 바람에 도예림이 구석으로 밀려나고 말았다.박슬기는 홀로 덩그러니 서 있었다. 그녀가 무슨 말을 하든 아무도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심지어 어떤 이는 강지현의 화풀이를 대신하듯 그녀를 세게 밀치기까지 했다.“박슬기, 넌 정말 낯짝도 두꺼워. 멀쩡한 동창 모임을 망친 건 너야. 주씨 가문 아가씨랑 아는 사이라고? 네 눈앞에 주씨 가문 아가씨가 있었는데도 못 알아봤으면서.”“강지현은 주씨 가문 아가씨가 아니야.”박슬기는 여전히 믿지 않고 강지현에게 증거를 내놓으라고 소리쳤다.“내가 주씨 가문의 아가씨인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아.”강지현이 입을 열자 방 안이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박슬기에게 다가가더니 갑자기 손을 들어 올렸다.박슬기는 그녀가 폭력을 쓸까 봐 무의식적으로 얼굴을 감싸 막았다. 뜻밖에도 강지현은 그녀의 뒤쪽 소파에 놓아뒀던 낡은 가방을 집어 들었다.“박슬기, 네가 그토록 들어가고 싶어 했던 그 세상 나한테는 별거 아니야. 진짜 소중한 건 우리 모두가 한때 동등하게 서로를 대하며 함께 노력했던
Read more

제48화

술집 사장은 주상 그룹 아가씨가 방문했다는 사실을 알고 직접 인사하고 싶었으나 지방에 있어 매니저더러 밖에서 대기하라고 했다.“아가씨, 저희 사장님께서 아가씨가 오신 걸 모르셨어요. 제대로 대접하지 못해서 사과의 의미로 작은 선물을 준비했습니다... 이건 아가씨와 친구분들을 위해 준비한 저희 가게의 특별 VIP 카드입니다.”이 회원 카드는 강지현을 위해 특별히 맞춤 제작한 것이었다. 기한 없는 무료 이용권 카드로 언제든지 VIP 룸을 우선적으로 예약할 수 있었다.강지현은 매니저가 두 손으로 받쳐 든 정교한 봉투 더미를 보고 미간을 찌푸렸다.“얘네들은 제 친구가 아니라서 카드는 필요 없어요. 오늘 계산하는 사람이 따로 있어요. 적게 나오면 체면이 서지 않을 수 있으니까 할인 같은 건 해주지 않아도 돼요...”조금 전 룸 안에서 조롱하던 동창들의 얼굴이 떠오른 강지현은 문득 짓궂은 생각이 피어올랐다. 그녀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매니저는 뜻을 알아차렸다.“걱정하지 마십시오. 제가 알아서 처리하겠습니다.”강지현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술집을 나섰다.밖에 차가 기다리고 있었다. 차에 오른 강지현은 도예림에게 전화를 걸어 모임에서 일찍 빠져나오라고 일렀다.그녀의 차가 떠난 후 멀지 않은 곳에 있던 다른 고급 외제차 한 대도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차 안의 남자는 시간을 확인하고는 주단우에게 전화를 걸었다.“대표님, 강지현 씨가 동창 모임에 참석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무슨 일이 있었는지 일찍 자리를 떴습니다.”“가서 확인해 봐. 곤란한 일이 있다면 깔끔하게 처리하고.”주단우가 덤덤하게 말했다.전화를 끊은 후 주단우는 어머니 엄경미를 보면서 씩 웃었다.“엄마 말씀이 맞아요. 강지현은 정말 가만히 있질 못하네요. 지금 그런 신분으로 동창 모임에 나간 것도 모자라 친구를 도와 주상 그룹과 연결까지 해줬대요. 계속 이대로 내버려 뒀다간 정말 자기가 주상 그룹의 주인이라도 되는 줄 알겠어요.”엄경미는 통유리창 앞에 서서 화려한 도
Read more

제49화

이도운의 얼굴에 놀라움이 스쳤다. 평소 동창 단톡방을 보지 않아서 학교나 반의 단톡방 알림을 모두 꺼둔 상태였다.그가 문자를 다 읽기도 전에 몇몇 동창들에게서 문자가 왔다. 모두들 하나같이 강지현에게 무슨 일이 생겼는지 물었다.이도운은 갑자기 긴장되기 시작했다. 다른 생각을 할 겨를도 없이 휴대폰을 꺼내 강지현에게 전화를 걸려 했다.“지현이한테 설마 무슨 일 있겠어? 동창 모임에 갈 시간은 있으면서 너한테 답장 안 했다는 건 널 쥐고 흔들려는 뜻이지. 어쩌면 이번 일도 네가 찾아오길 바라서 일부러 만든 것일지도 몰라.”백하린은 재미있는 구경거리를 지켜볼 생각이었다. 그런데 이도운이 바로 강지현에게 전화를 걸려는 걸 보고는 순간 질투심이 솟았다.‘강지현이 그렇게 걱정돼?’이 말을 듣고서야 이도운은 간신히 이성을 되찾았다.지금 시간도 늦었고 강지현에게 전화해도 받지 않을 가능성이 컸다. 그리고 오히려 그가 끌려다니는 꼴이 될 수도 있었다.두 사람의 대화창에 여전히 이도운이 보낸 문자밖에 없었다.강지현 때문에 어머니와 이민지와도 사이가 틀어질 만큼 양보했는데도 굽힐 줄 모르고 이경 그룹의 주식까지 요구했다.그 생각에 화가 치밀어 오른 이도운이 휴대폰을 집어넣고 어두운 목소리로 물었다.“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백하린은 이도운이 더 이상 강지현에게 연락할 생각이 없다는 걸 확인하고서야 말했다.“강지현이 동창 모임에서 박슬기랑 충돌이 있었나 봐. 슬기가 사과 영상을 올리고 단톡방에서 나갔어.”사실 백하린도 방금 박슬기에게 연락해봤다. 박슬기는 모두를 삭제했지만 유독 백하린만 삭제하지 않았다. 하지만 답장이 없었다.“박슬기?”“기억 안 나? 걔 너랑 같은 반이었잖아. 내가 가르쳤던 학생이야. 머리도 좋고 예쁘긴 한데... 늘 지현이랑 비교당해서 안타까웠어. 이번 동창 모임에서도 비교당했나 봐.”백하린의 목소리가 부드러웠지만 말속에 박슬기를 동정하고 강지현이 남을 괴롭혔다는 뉘앙스가 담겨 있었다.이도운도 박슬기가 올린 영상을 봤다.
Read more

제50화

그러고는 폭력을 행사한 학생들에게 분노하며 소리쳤고 심지어 넘어진 노숙자 앞을 막아서기까지 했다.가해 학생들이 꽤 많았고 하나같이 체격도 건장했다. 분노한 그들은 그녀에게까지 욕설을 퍼부으며 손을 대려 했다.하지만 그녀는 조금도 물러설 기색이 없었고 오히려 정의롭게 나서서 경찰에 신고했다.그 여학생이 바로 강지현이었다.그 순간 이도운은 강지현에게 완전히 매료되었다. 강지현이 그와는 완전히 다르다고 느꼈다.그는 이해타산적이고 자신을 지키기 위해 나서서 남을 돕지 않았다. 하지만 강지현은 망설임 없이 나섰다.위험에 처할 수도 있는데도 약자를 외면하지 않았다. 이렇게 불의에 침묵하지 않는 사람이 어찌 남을 괴롭힐 수 있단 말인가?그동안 강지현이 보여준 헌신과 이해심으로 이도운은 어쩌면 어떤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남을 밟고 올라서는 법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녀의 오만함은 뼛속 깊이 박혀있었다. 어려움에 처했을 때 남에게 의지하거나 남을 괴롭히는 대신 항상 스스로 해결했다.“너 그렇게 지현이를 믿어?”다시 자극받은 백하린이 벌떡 일어나더니 이도운을 노려봤다. 목소리도 조금 떨리는 것 같았다.“그러니까 네 말은 내가 지금 네가 좋아하는 여자를 헐뜯고 있다는 뜻이네?”“왜 또 이래?”이도운은 백하린이 이렇게 나올 것을 이미 짐작했는지 달리 방법이 없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내가 아는 지현이를 생각해서 판단했을 뿐이야. 자기가 말한 상황이랑 다를 거라는 거지.”“남자가 여자한테 마음을 주기 시작하면 더는 정확하게 판단할 수 없어.”백하린은 차갑게 쏘아붙이고는 더는 이도운을 보지 않았다. 그녀의 눈시울이 붉어지더니 우는지 얼굴을 가렸다.순간 마음이 철렁한 이도운은 즉시 부인했다.“자기도 알잖아. 내가 지현이한테 마음을 주는 일이 절대 없다는 거.”그는 강지현에게 특별한 감정이 없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백하린의 말을 듣고 나니 가슴 한구석이 설명할 수 없는 답답함으로 가득 찼다.“그래? 그럼 지현이가 회사를 내팽개치고 가버렸는데도 왜
Read more
PREV
1
...
34567
...
31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