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가짜 결혼, 진짜 신분: Chapter 51 - Chapter 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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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화

“이도운, 난 지는 거 싫어. 알았지?”“응.”이도운은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백하린의 볼을 감싸고 입을 맞췄다. 하지만 이번에도 눈을 감자마자 머릿속에 강지현의 모습이 떠올랐다.그는 저도 모르게 움찔했다가 황급히 백하린을 밀쳐내더니 어찌할 바를 몰라 했다.“왜 그래?”당황해하는 이도운을 본 백하린은 불안한 마음이 밀려왔다.“아니야. 내일 중요한 프로젝트 회의가 있다는 게 갑자기 생각나서. 그것도 지현이가 담당했던 거거든.”이도운은 백하린을 보지 않고 시선을 돌렸다.강지현이 맡았던 프로젝트는 강지현이 직접 나서야만 진행되었다. 상대측에서 강지현만 원했기 때문이었다.내일 상대 회사 사람들이 오는데 강지현이 없다면 분명 차질이 생길 것이다. 게다가 지금 회사는 손실을 감당할 여력이 없었다.“나도 그 프로젝트를 봤어. 회사의 핵심 프로젝트더라고. 데이터 분석이 어렵지 않으니까 내가 맡을게. 할 수 있어.”그러고는 웃으면서 컴퓨터를 켜더니 이도운에게 그녀가 만든 기획안을 보여주었다.기획안을 훑어보던 이도운이 다소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자기가 혼자 한 거야?”백하린이 몇 년간 이런 일을 하지 않았는데도 이렇게 빨리 습득할 줄은 몰랐다. 데이터 분석이 꽤 훌륭했고 심지어 강지현 못지않았다.이도운의 모교는 명성이 자자했고 국내 최고 수준이었다. 백하린이 그런 학교에서 교사 일을 했었다는 것 자체가 이미 해당 분야의 최고 전문가라는 증거였다.하지만 금융학과 교수가 되려면 지도 교수부터 시작하여 천천히 발전해야 했다.안타깝게도 백하린은 이도운과 연애를 시작한 후 이철호의 훼방 때문에 결국 포기하는 수밖에 없었다.몇 년간 그녀가 이도운을 위해 아이를 낳는 데만 집중한 사이 강지현이 모든 주목을 가져가 버렸다.이제 모든 것을 제자리에 돌려놓기로 결심했다.아내 자리든 이경 그룹이든 백하린의 것이라면 절대 강지현에게 빼앗기지 않을 것이다.“응. 어렵지 않아. 강지현이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나도 할 수 있고 오히려 더 잘할 수도 있어.”백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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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화

백하린의 얼굴빛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설마 강지현이 오지 않아서 만나주지도 않는 거야?’“강지현 씨가 요즘 휴가를 냈거든요. 저도 이경 그룹의 이사이고 이 프로젝트도 제가 맡을 수 있어요. 만약 귀사에서 믿기 어렵다면 제 기획안을 검토해보셔도 됩니다.”이도운이 입을 열기 전에 백하린이 먼저 참지 못하고 밤새워 만든 기획안을 비서에게 건넸다. 비서는 잠시 망설이다가 예의상 받아들였다.백하린은 상대가 그녀의 능력을 보면 지금 이런 태도를 보인 걸 후회할 것이라 확신했다.이도운 역시 덧붙였다.“저희 회사에 뛰어난 직원이 강지현 씨만 있는 게 아닙니다. 대표님께 전해주세요. 저희 회사에 대한 신뢰를 저버리는 일은 없을 거라고요.”비서는 고개를 끄덕이는 수밖에 없었다.“네, 두 분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바로 보고드릴게요.”비서가 나간 후에야 백하린은 툴툴거리며 자리에 앉았다. 얼굴에 불쾌한 기색이 역력했다.“강지현만 인정한다는 거야? 협력사를 고를 때 다른 건 안 보고 직원만 보는 거 아니야?”백하린은 강지현의 능력이 그 정도일 거라고 전혀 믿지 않았다.“지현이는 업계에서 수완이 좋아. 데이터 분석이 비슷한 수준이어도 지현이의 손만 거치면 늘 실패 없이 수익을 냈어.”“회사 이윤을 내는 건 회사의 각 부서가 함께 노력한 결과인데 왜 강지현 혼자만의 공로가 되는 거지?”이도운이 사실을 얘기했을 뿐인데 백하린은 도무지 받아들이지 못했다.“이 회사 대표가 남자지? 지현이만 찾는다는 고객들도 다 남자 아니야?”백하린의 말에 이도운이 흠칫 놀랐다.“헛소리하지 마.”“헛소리 아니야. 사업하면서, 특히 이쪽 업계에서는 영원히 유능한 여자는 없어. 오직 영원히 꼬드김에 넘어가는 남자들만 있을 뿐이지.”“자기 언제부터 이렇게 매정해졌어?”이도운이 실망한 눈빛으로 쳐다보자 백하린은 비로소 말실수했음을 깨달았다.얼마 지나지 않아 사무실 문이 다시 열렸다. 이번에도 비서 혼자 들어왔다. 그는 들고 있던 서류 뭉치를 그대로 백하린의 앞에 내려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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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화

프로젝트 기획안을 수정 중이었는데 아직 저장하지 않았다.“이사님...”여자 부하직원이 화들짝 놀라며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섰다.“강지현이 없다고 해서 다들 빈둥거려도 되는 줄 알아? 이렇게 간단한 프로젝트 기획안을 아직도 못 고치면 어떡해?”“죄송합니다. 저희 지금 서두르고 있어요...”백하린의 말에 모두가 벌떡 일어났다. 그런데 말을 채 마치기도 전에 탁 하는 소리와 함께 컴퓨터가 그들의 발치에 내동댕이쳐졌다.화면이 순식간에 파랗게 변했다.“이사님, 지금 뭐 하시는 거예요?”급히 컴퓨터를 살리려 달려들었지만 이미 늦었다.“미안. 손이 미끄러졌어. 그나저나 이 쓰레기 같은 기획안은 뭐야? 강지현이 평소에 이렇게 가르쳤어? 회사 프로젝트가 실패하면 그건 한 사람의 책임이 아니라 너희 팀 전체가 무능하기 때문이야. 내일 아침 9시 전까지 지금 진행 중인 프로젝트 기획안을 전부 다시 만들어서 제출해. 데이터나 부호 하나만 틀려도 싹 다 내쫓아버릴 줄 알아.”백하린은 싸늘하게 말하고는 휙 가버렸다....오후, 강지현이 주상 그룹 건물 37층에 있는 대표실에 앉아 회사의 업무 보고서를 검토하고 있었다.그때 한 단톡방에서 미친 듯이 그녀를 태그하기 시작했다.이 단톡방은 강지현이 이경 그룹 팀원들과 만든 단톡방으로 다섯 명의 팀원 모두 그녀가 직접 키운 핵심 인재들이었고 서로 사이가 매우 좋았다.[지현 언니, 대체 언제 와요? 언니가 없으니까 정말 못 버티겠어요.][맞아요, 언니. 저 내일 바로 퇴사할 것 같아요.][언니가 없으니까 일하기 싫어요. 원래 언니 때문에 그렇게 열심히 일했던 거예요.]문자를 보자마자 강지현의 얼굴이 순식간에 일그러졌다.[무슨 일 있었어?]강지현이 바로 답장을 보냈다.그녀의 팀원들이 멘탈이 강한 편이라 특별한 일이 아니면 쉽게 불평하지 않는다는 걸 그녀는 알고 있었다.강지현이 나타나자 단톡방에 순식간에 문자가 쏟아졌다.이도운이 오늘 백하린을 데리고 프로젝트를 따내러 갔는데 돌아온 후 상대방이 곧바로 계약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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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화

“대표님께 아직 회사 권한이 없어서 잠시... 드릴 수 없다고 합니다.”비서는 고개를 숙인 채 기운 없이 말했다. 아무래도 심하게 시달리고 온 모양이었다.강지현이 주상 그룹으로 온 지 며칠이 지났지만 주주들은 그녀를 일부러 피했고 회사 업무에 대해서도 아무것도 알지 못했다.그녀는 엄경미가 모든 주주와 고위층을 통제하며 그녀를 고립시키려 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 이대로 가다가는 주상 그룹 내에서 강지현의 입지가 점점 좁아질 것이다.똑똑.바로 그때 누군가 대표실 문을 두드렸다.강지현이 대답하자 주단우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서류 몇 부를 든 채 비서에게 나가라고 눈짓했다.주단우가 서류를 넓고 매끄러운 검은색 테이블 위에 내려놓았다. 주상 그룹 산하의 골칫거리 미완성 프로젝트였다.현재 이미 수백억 원의 손실이 발생했고 자금줄이 끊긴 상태였다.“무슨 뜻이죠?”강지현이 고개를 들고 주단우의 차가운 시선과 마주했다.“예전에 일 처리 능력이 뛰어났다고 들었어. 특히 프로젝트를 따내는 능력이 정말 대단하다고 하던데.”주단우는 말을 마치고는 옆에 놓인 맞춤 제작 가죽 의자에 앉았다. 재단이 정교하고 고급스러운 소재로 만든 정장에 햇빛이 비치자 사치스러운 분위기가 감돌았다.“부대표님 팀이라면 인재가 부족하지 않을 텐데요. 게다가 저는 관리직이라 프로젝트를 책임지지 않습니다.”강지현은 주단우가 일부러 그녀를 난처하게 만들고 있음을 알았지만 한 치의 감정도 드러내지 않고 덤덤하게 말했다.“당연하지. 주상 그룹에 인재는 항상 있어.”주단우는 두 손을 교차한 채 허벅지 위에 올려놓고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네가 주상 그룹 업무를 빨리 맡고 싶어 한다는 거 알아. 하지만 만약 고위층과 주주들의 인정을 받지 못한다면... 권한을 너한테 넘길 경우 엄마랑 내가 곤란해질 수 있어.”“주주들과 고위층의 인정 여부는 결국 부대표님과 사모님이 결정하는 게 아닌가요?”강지현이 가볍게 웃으며 조롱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두 사람의 시선이 서로 부딪혔다. 둘 다 웃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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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화

주단우의 말도 일리가 있었다.주상 그룹은 인재 관리가 매우 엄격해서 주단우도 밑바닥부터 시작해 회사의 시가총액을 돌파하는 성과를 여러 번 내고서야 지금의 자리에 오를 수 있었다.강지현이 주상 그룹을 손에 넣으려면 막아야 할 입이 한둘이 아니었다.“그래.”주단우가 느긋하게 대답했다.“그나저나 내가 내 힘으로 프로젝트를 따내면 그땐 회사 경영 권한을 어떻게 보장해줄 건데요?”주단우가 비웃듯이 입꼬리를 올렸다. 강지현이 자기 주제를 정말 모른다고 생각했다.진작 준비를 마쳤는지 휴대폰을 꺼내 누르더니 곧바로 강지현에게 성과 연계 계약서 하나를 보냈다.“성과 연계 계약서를 보냈어. 네가 사인하면 즉시 효력이 발생하고 이 프로젝트를 완성하면 나랑 동등한 경영 권한을 갖게 될 거야. 물론 엄마한테도 따로 관리하시는 회사 권한이 있어. 그건 내 소관이 아니야.”주단우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강지현의 휴대폰이 울렸다. 그녀는 망설임 없이 계약서에 사인했다.그는 강지현의 아름다운 옆모습을 쳐다봤다. 두 눈에 장난기가 스쳤다가 손목시계를 확인했다.“이 얘기를 깜빡할 뻔했네. 주어진 시간은 일주일이야. 기한이 지나면 무효라는 거 명심해. 행운을 빌게.”...저녁 이씨 가문 저택.문수정이 친구들과 고스톱을 치던 그때 가정부가 갑자기 소포 하나를 들고 왔다.“사모님, 누군가 사모님 앞으로 서류를 보냈어요.”“누가 보냈는데?”문수정은 고스톱을 치느라 고개도 들지 않고 차갑게 물었다.요즘 기분이 별로 좋지 않았다. 이규진이 강지현의 일 때문에 이민지가 산후조리를 하는데도 가지 못하게 했다.딸도 하루도 잠잠하지 않았다. 하루가 멀다 하고 전화 와서 하소연했다. 진태웅과 이혼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계속해서 자질구레한 일로 싸우곤 했다.“그건 모르겠어요. 이름 없는 기밀 소포예요.”가정부가 답했다.고스톱도 계속 져서 짜증이 났던 문수정이 손을 휘저으며 가정부에게 말했다.“열어봐봐.”가정부가 소포를 뜯어보니 전부 사진이었다. 사진을 곧바로 문수정에게 건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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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화

이철호는 불안했는지 임종을 앞두고 이씨 가문의 재산을 아내에게 맡겼다. 혹시라도 이도운과 백하린이 다시 만날까 봐 두려웠던 것이었다.문수정은 한참 후에야 정신을 차리고 급히 사진들을 자세히 살폈다.사진이 찍힌 장소가 다른 곳이 아니라 바로 이도운의 집이라는 걸 발견했다. 백하린이 돌아온 것도 모자라 이도운의 집에서 함께 살고 있다니...저녁, 백하린이 현관문을 열고 들어왔을 때 낯선 여성의 하이힐 한 켤레가 현관에 놓여 있었다.이 신발은 강지현의 스타일이 아니었다.백하린의 예민한 신경이 곤두섰다. 몸을 돌려 나가려던 그때 여자의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오랜만이야, 백하린. 언제부터 이 집에 들어와서 살았어? 적어도 나한테 인사는 했었어야지.”백하린은 머리가 다 저릿했고 온몸이 얼어붙어 움직일 수가 없었다. 입술이 파르르 떨리더니 한참이 지나서야 겨우 고개를 들었다.숄을 걸친 문수정이 그녀 앞에 나타났다.그녀는 무서울 정도로 어두운 눈빛으로 백하린을 뚫어지게 쳐다봤다. 백하린은 저도 모르게 숨을 들이켰고 온몸에 식은땀이 흘렀다. 잠시 후 겨우 침을 삼키고 말했다.“어머님, 오해하지 마세요. 이 집으로 들어온 데는 다 이유가...”“넌 예전이랑 변한 게 하나도 없구나.”문수정이 백하린의 말을 가로채더니 그녀에게 천천히 걸어갔다.“한결같이 뻔뻔해.”“어머님...”백하린의 표정도 어두워졌다. 이번에는 그녀가 입을 열려 하자마자 날카로운 따귀 소리가 울려 퍼졌다.고통이 순식간에 밀려왔다. 백하린은 비명을 지르며 얼굴을 감싼 채 믿을 수 없다는 듯 문수정을 노려보았다.가정부들이 소리를 듣고 모여들었지만 문수정이 있어 아무도 나서서 말리지 못했다.곧이어 위층에서 이윤후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하린 이모... 엉엉... 살려줘요.”문수정은 입양한 아이에게 인내심이 없었다. 방해가 될까 봐 집에 오자마자 가정부들에게 아이를 방에 가두라고 했다.이윤후는 백하린이 돌아왔다는 소리를 듣고는 미친 듯이 뛰쳐나오려 했다. 가정부가 방심한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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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화

문수정의 날카로운 목소리가 끝나기 무섭게 현관 쪽에서 인기척이 났다. 이도운이 돌아온 것이었다.조금 전 주차장에서 전화를 받고 올라오느라 조금 늦었다. 어머니가 갑자기 올 줄은 생각지 못했다.이도운은 가족들의 불필요한 간섭을 싫어했다. 특별한 일이 없다면 이씨 가문 사람들은 사전에 연락 없이 먼저 오지 않았다. 만나야 할 일이 있으면 이도운에게 전화하여 오라고 했다.이것이 바로 이도운이 대담하게 백하린을 집에 들인 이유이기도 했다.문수정을 본 순간 이도운은 머릿속이 백지장처럼 새하얘졌다.“엄마, 왜 연락도 없이 왔어요?”“안 왔더라면 얼마나 더 숨길 생각이었어? 어쩐지 요즘 지현이가 이상하더라니. 네가 집에 여자를 몰래 들였길래 그래지.”문수정은 강지현에게 화풀이할 겨를도 없었다. 핸드백을 집어 이도운을 내리쳤다.평소 아들을 아꼈기에 화가 머리끝까지 나지 않는 이상 절대 손을 대지 않았다.“엄마, 진정해요. 엄마가 생각하는 그런 게 아니에요. 하린이는 오래 머물지 않고 잠깐만 지내기로 했어요. 이 일 지현이도 알고 있고 동의했다고요...”“지현이가 동의했든 하지 않았든 상관없어. 네 할아버지의 유언을 잊었어? 그리고 그때 너희 둘 때문에 얼마나 난리가 났었는데. 얘는 염치도 없는 년이야. 꼭 이런 애를 만나겠다면 엄마가 죽은 뒤에나 만나.”문수정의 얼굴이 새빨개졌고 거의 절규하듯 말했다.백하린은 억울함에 그 자리에서 눈물을 쏟았다. 이도운의 뒤에 숨어 이를 악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녀는 이도운이 끝까지 지켜줄 것이라 믿었다. 그들에게는 아이까지 있으니까. 더 이상 당하기만 하던 그녀가 아니었다.그런데 이도운이 문수정을 부축해 옆에 앉히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엄마, 다 기억하고 있어요. 일단 화부터 가라앉혀요. 하린이가 우리 집에 온 건 윤후를 돌보면서 지현이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서예요. 요즘 지현이가 휴가를 내서 회사 일도 하린이가 도와주고 있어요.”“얘가 돕긴 뭘 도와? 회사에도 들였어? 정신이 나갔구나, 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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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화

백하린의 말을 들은 문수정이 코웃음을 쳤다.“이씨 가문에 며칠 있었다고 윤후를 자기 아들이라 생각하는 거야? 이 집의 안주인이라도 된 줄 알아?”백하린이 문을 쾅 닫고 나갔다. 이도운도 따라가려 하자 문수정이 못 나가게 막아섰다.“그냥 가라고 해. 너 미쳤어? 지금 상황이 어떤지 몰라? 재산, 회사, 체면 몽땅 포기할 셈이야?”이도운은 온몸의 피가 끓어올라 폭발하기 일보 직전이었다. 그런데 문수정의 말에 다시금 이성을 되찾았다.지금 백하린을 쫓아간다면 그가 공들여 쌓아 올린 모든 것이 한순간에 무너질 터.이도운은 숨을 깊게 들이마시고 다시 돌아섰다. 표정이 조금 전보다 훨씬 차분해졌다.“엄마, 내가 말했잖아요. 엄마가 생각하는 그런 게 아니라고요. 상황이 이렇게 됐으니 이참에 내보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요.”그의 태도가 누그러지더니 백하린과의 일을 다시 한번 문수정에게 설명했다.문수정은 반신반의했다. 더는 이도운의 말을 듣고 싶지 않았다.“경고하는데 앞으로 계속 감시할 거야. 이씨 가문의 문턱을 누구든 넘을 수 있지만 백하린만은 안 돼.”이도운이 달리 방법이 없다는 표정으로 대답했다.“알았어요.”“그리고 지현이는 어떻게 된 거야? 이사 갔다고 하던데?”그 얘기를 꺼내니 문수정도 기분이 불쾌해졌다.‘아무리 백하린이 이 집에 들어와 화가 났다 해도 그렇지, 어떻게 나한테 버르장머리 없이 굴 수 있어? 강지현이 아무 말 없이 집을 나간 바람에 도운이가 회사 일을 백하린한테 맡긴 거잖아. 나가지 않았더라면 백하린이 틈을 타고 비집고 들어올 일도 없었을 텐데.’“지현이 일은 엄마한테도 책임이 있어요. 그런데 그건 내가 알아서 처리할게요.”이도운은 문수정이 더 이상 간섭하는 걸 원치 않아 말을 아꼈다.이 얘기를 꺼낸 문수정이 화를 내며 이를 갈았다.“내 생각엔 걔 나랑 민지를 핑계 삼아 너랑 경쟁하려는 것 같아. 잘 들어. 강지현이 우리 머리 위로 올라타도록 내버려 두지 않을 거야. 그러니까 너도 너무 잘해주지 마. 가겠다고 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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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화

그는 확실히 이기적이었다. 백하린의 처지를 한 번도 고려하지 않았고 그녀에게 계속 굽히고 타협하도록 강요만 했다.“미안해.”하지만 지금 이도운이 할 수 있는 말은 이 세 글자뿐이었다.이도운은 백하린을 품에 안았다. 며칠간 겪은 여러 좌절로 인해 두 사람의 관계에 싫증을 느꼈다. 그런데 오늘 문수정이 난리를 피운 바람에 지난 10년간 쌓인 애정이 다시금 나타났다.이렇게 오래 버텨왔는데 이대로 포기하기엔 너무 아까웠다.백하린은 아무 말 없이 이도운의 품에 안겨 낮은 소리로 흐느꼈다. 지금 그녀가 잡을 수 있는 게 이도운의 마음뿐임을 잘 알고 있었다.이윤후를 위해서라도 그녀는 반드시 이겨야 했다....이도운은 백하린이 속상해할까 봐 다음 날 아침 일찍 부동산 중개업자를 통해 이경 그룹 근처에 호화롭고 넓은 아파트를 구했다.그렇게 온 오전 백하린의 이사를 도왔다.백하린은 아들을 만나고 싶어 했지만 눈에 띄어서는 안 되었기에 나중에 이도운이 이윤후를 데리고 오기를 기다려야 했다.하지만 이런 관계는 오래가지 못했다. 이도운의 회사에 또 문제가 생겼다.오후에 인사팀에서 전화가 왔는데 강지현 팀의 다섯 명이 단체로 사직서를 제출했다는 것이었다. 회사 전체가 동요했고 다른 부서의 고위급 직원도 꽤 많이 휴가를 냈다고 했다.소식을 들은 이도운과 백하린은 즉시 회사로 돌아갔다. 강지현의 팀원들이 자리에서 짐을 정리하고 있었다.“무슨 뜻이야? 단체 사직? 누가 보고도 없이 그만두라고 가르쳤어?”강지현의 부하인 걸 본 백하린은 바로 달려가 따지기 시작했다.어제 컴퓨터가 망가진 젊은 여자 동료가 싸늘하게 쳐다봤다.“이사님, 저희는 절차대로 사직서를 제출했으니 천천히 처리하셔도 돼요. 요 며칠은 일단 연차를 쓰기로 했어요.”“맞아요. 지현 언니가 있을 때 휴가 쓰기 싫어서 쓰지 않았더니 많이 쌓인 거 있죠?”누군가 웃으며 맞장구를 쳤다. 목소리가 덤덤했지만 도발이 가득 담겨 있었다.“너희들...”백하린은 화가 난 나머지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졌고 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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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화

백하린이 그들을 괴롭히는 건 상관없었지만 매번 꾸짖을 때마다 강지현을 언급했다.요즘 회사에 나오지도 않는 강지현을 욕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다.그들의 얘기를 들은 이도운은 백하린에 대한 미안한 마음이 순식간에 사라졌다.‘지금이 때가 어느 때인데 아직도 지현이랑 몰래 경쟁하고 있다니.’“강지현 곧 회사로 돌아올 거니까 그만두지 말아요. 그동안 여러분들이 잘했으니 휴가를 내고 싶으면 이틀 정도 내도록 해요. 지금 회사가 중요한 시기에 놓여 있어서 모두 힘을 합쳐 이 난관을 극복해야 해요.”이도운은 잠시 생각하다가 그들에게 연봉을 올려주겠다고 제안했다. 하지만 그가 아무리 설득해도 모두 고개를 저으며 정중히 거절했다.그렇게 대화가 한 시간 넘게 이어졌다. 이도운은 정말로 그들을 붙잡을 수 없음을 깨닫고 더 이상 강요하지 않았다.그들은 강지현의 사람이었다. 백하린이 아무리 심하게 굴었더라도 단체로 사직했다는 건 분명 강지현과 관련이 있을 터.이도운은 문득 문수정의 말이 떠올랐다. 강지현이 언젠가는 돌아와 매달릴 것이라고. 그때 가서 그녀 때문에 발생한 일은 스스로 해결해야 할 것이다.대표실 문이 마침내 열렸다. 백하린은 강지현의 부하들이 뒤도 돌아보지 않고 나가는 것을 보고는 이도운에게 상황을 설명하려 했다.그런데 그녀가 사무실 문 앞에 도착하자마자 비서가 나와 이도운이 회의 중이니 누구도 방해해선 안 된다고 했다.백하린은 실망한 얼굴로 자리로 돌아와 이도운에게 문자를 보냈다.퇴근 시간이 되어서야 답장이 왔는데 저녁에 일이 있다며 먼저 들어가라고 했다. 그리고 괜한 문제를 만들지 않기 위해 며칠간 연락도 줄이라고 덧붙였다.‘강지현의 부하들이 도운이한테 뭐라 한 게 틀림없어.’그 생각에 백하린은 강지현이 몰래 수작을 부린 것이라 확신하고 저주를 퍼부었다.‘도운이랑 관계가 회복되면 절대 강지현을 가만두지 않을 거야.’...다음 날 오전 미래 그룹.김태하가 막 다국적 회의를 마쳤다. 예정보다 30분 일찍 끝났고 아직 점심시간도 채 되지 않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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