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현아!”“아가야!”은주희는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듯했고, 지순옥 역시 너무 놀라 하마터면 자리에 주저앉을 뻔했다.가장 먼저 정신을 차린 김윤석이 도대체 왜 이러는 거냐며 김태하를 호통 쳤다.하지만 김태하의 눈동자는 여전히 초점을 잃고 흐릿했다.그는 눈앞의 광경을 바라보면서도 미간을 잔뜩 찌푸린 채, 마치 깊은 혼돈 속에 빠진 듯한 모습이었다.강지현의 손바닥은 순식간에 칼날에 베였고, 선혈이 가느다란 손목을 타고 천천히 흘러내려 바닥 위로 한 방울씩 떨어졌다.그러나 김태하는 손을 놓을 기색이 없었다.힘을 풀지 않은 탓에 칼날은 여전히 느릿하게 앞으로 전진하고 있었다.사람들의 비명 속에서 강지현은 온 힘을 다해 남자의 완력에 맞섰다.밀려드는 통증에 호흡마저 가빠졌다.“태하야, 대체 왜 그래?”그녀는 느낄 수 있었다. 지금의 김태하는 마치 혼이 나간 사람처럼 의식이 없는 상태라는 것을.김씨 가문 사람들이 뒤늦게 달려와 거들기 시작했다.강지현의 손이 크게 다쳤음에도 김태하는 고집스럽게 나이프를 놓지 않았다.섣불리 개입했다간 두 사람 모두 치명상을 입을까 봐 다들 김태하를 향해 매서운 질타를 쏟아냈다.하지만 지순옥도, 은주희도, 심지어 김윤석조차 소용없었다.그 누구의 외침도 김태하의 귀에는 닿지 않았다.“전 괜찮아요.”아수라장이 된 주변의 소란에도 강지현은 기이할 정도로 평온했다.그 나직한 한마디는 곁에 선 이들을 향한 안심이자, 길을 잃고 헤매는 남자에게 건네는 위로였다.김태하의 시선이 그녀에게 닿는 순간, 텅 비어 있던 눈동자가 격렬하게 요동쳤다.눈꺼풀이 파르르 떨렸지만, 이마 위로 불거진 핏줄은 가라앉을 기미가 안 보였다.그는 여전히 짐승 같은 완력으로 칼날을 밀어 넣으며 위태로운 대치를 이어갔다.“태하야, 침착해. 나 여기 있잖아. 다 괜찮아... 정말이야.”강지현은 가슴 한구석이 아려왔다.정확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 길이 없었으나 그를 담아내는 눈동자엔 포용과 애틋함, 그리고 연민이 가득했다.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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