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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가짜 결혼, 진짜 신분: Chapter 681 - Chapter 6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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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81화

강지현의 손은 차갑게 식어 있었고 여전히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지금 바로 병원으로 가자.”김태하가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조금만 더 참아.”“안 돼.”강지현의 목소리는 힘이 빠져 있었지만 거절의 뜻만큼은 분명했다.“나 괜찮아. 일단 한민혁부터 찾아야 해. 그쪽 상황도 분명 좋지 않을 거야.”김태하는 이를 악물고 다시 한번 단호하게 말했다.“병원 먼저 가.”“김태하, 시간이 없어. 먼저 한민혁을 찾아내지 못하면 그 사람은 정말 죽을 수도...”그때 뒤쪽에서 다시 총성이 울렸다.차 한 대가 바짝 따라붙고 있었다.뒤쫓아오는 자들은 이미 이성을 잃은 듯 날뛰고 있었다. 이대로 사람이 많은 곳으로 향했다가는 더 큰 피해가 발생할 수 있었다.경찰 역시 움직이고 있을 터였다. 우선은 추격을 따돌리고 사람을 확보하는 것이 먼저였다.김태하는 이를 꽉 깨물었다.창백해진 강지현의 얼굴을 바라보던 그는 백미러 너머로 무섭게 다가오는 헤드라이트 불빛을 확인했다.결국 김태하는 단호하게 핸들을 꺾어 송준호가 보내준 위치로 차를 돌렸다.바퀴가 지면에서 뜰 것처럼 빠른 속도였다. 그는 끊임없이 차선을 넘나들고 급격하게 방향을 틀며 집요하게 달라붙는 추격 차량을 떼어내기 위해 사력을 다했다.강지현은 극도의 긴장 속에서 피가 배어 나올 만큼 입술을 세게 깨물었다.얼마나 달렸을까.미친 듯이 따라붙던 차량은 어느 순간 백미러에서 완전히 사라졌다.한숨 돌린 김태하는 곧바로 최동윤에게 연락을 취했다.다행히 은주희는 이미 경찰의 밀착 보호를 받으며 안전한 곳으로 대피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호텔에 난입했던 자들은 현재 수배 중이며 최동윤 측 인력들도 동시에 한민혁을 찾고 있다는 소식도 전해졌다.김태하는 경찰에 신고하며 두 사람의 이동 경로를 전달했고 강지현 역시 상황을 있는 그대로 주호석에게 알렸다.주호석이 엄경미가 강지현을 죽이려는 계획을 알고도 가만히 두고 볼 리 없었다. 반드시 사람을 보내 도와줄 것이었다.그럼에도 만일의 상황에 대비해 강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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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82화

강지현의 미세한 반응은 김태하의 눈에 고스란히 들어왔다.그의 눈빛이 한층 더 무겁게 가라앉았다. 굳게 다문 입술 사이로 목울대가 크게 한 번 움직였지만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송준호가 보내온 위치는 어느 해안가 관광단지 안에 조성된, 국내 전통 마을을 재현해 놓은 곳이었다.그곳은 그들이 있는 곳에서 수십 킬로미터나 떨어져 있었다.만신창이가 된 낡은 차량을 계속 몰고 가기에는 무리가 있었고 무엇보다 지나치게 눈에 띄었다.김태하는 상세 주소를 확인한 뒤, 인근 기차역에서 해당 지역까지 직행하는 급행 노선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그는 곧바로 강지현을 데리고 차에서 내린 뒤, 전화를 걸어 차량 처리를 맡겼다.그로부터 한 시간 반가량이 지나고 두 사람은 마침내 목적지에 도착했다.수평선 너머로 붉은 해가 내려앉으며 서서히 어스름한 밤이 찾아오기 시작했다.송준호가 남긴 위치 정보를 따라 움직인 끝에 김태하는 마침내 호텔을 찾아냈다.프런트로 다가간 그는 송준호가 미리 알려준 객실 번호와 투숙객 정보를 제시했다. 직원은 곧바로 해당 객실로 전화를 걸었다.잠시 후, 프런트 직원은 김태하와 강지현에게 객실 안에는 현재 아무도 없다고 알려주었다.마침 식사 시간대였고 객실 청소 담당자의 말에 따르면 투숙객은 방금 막 외출한 상태였다.직원은 그가 돌아오는 대로 연락을 취해줄 테니 로비에서 편히 기다려 달라고 안내했다.강지현은 불안한 눈빛으로 김태하를 바라봤다.김태하는 침착함을 잃지 않고 한민혁이 머무는 같은 층, 가까운 위치에 객실 하나를 잡았다.그들의 일행이 이곳까지 합류하려면 아직 시간이 필요했고 지금은 두 사람에게도 잠시 숨을 돌릴 시간이 필요했다.강지현은 김태하에게 이끌려 억지로 방 안으로 들어갔다.하지만 팽팽하게 곤두선 신경 탓에 편하게 누워 있을 수 없었다.방에 들어온 지 몇 분 지나지 않아 그녀는 초조함을 견디지 못하고 다시 사람을 찾으러 나가려 했다.그 순간 김태하가 한쪽 팔로 그녀의 허리를 단단히 감싸안았다. 그리고 방심한 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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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83화

지난번 병원을 찾았을 때부터 김태하는 강지현이 자신에게 무언가를 숨기고 있다고 짐작해 왔다.그리고 오늘, 위험한 순간에 그녀가 보인 긴장과 사소한 행동들이 그의 확신을 더 굳혀주었다.결국 그의 직감은 틀리지 않았다.김태하는 나직하게 한숨을 내쉬었다. 이내 깊은 눈동자 너머로 벅찬 기쁨이 서서히 번졌다. 그는 한층 더 다정한 눈빛으로 강지현의 배를 바라봤다.“이런 일을 왜 나한테 숨긴 거야? 내가 너와 아이를 제대로 지켜내지 못했다면 아마 평생 자신을 용서하지 못했을 거야.”“미안해...”강지현은 고개를 돌린 김태하의 얼굴 위로 스쳐 지나간 서운함을 알아차리고 곧바로 그의 몸을 끌어안았다.김태하가 예민하고 섬세한 사람이라는 건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이렇게 작은 부분까지 알아챌 줄은 몰랐다.게다가 이미 눈치채고 있었으면서도 지금까지 묵묵히 기다려준 사람이었다.“그냥 네가 걱정할까 봐 그랬어. 이 일이 끝나는 대로 바로 이야기하려고 했어. 이미 다 생각해 둔 일이야. 이곳을 떠나면 우리 세 식구 함께 가서 네가 몸을 추스를 때까지 곁에 있어 주려고 했어.”강지현은 아이를 달래듯 애교가 섞인 목소리로 조곤조곤 속삭였다.조금 전까지 그렇게 위험한 일을 겪었던 탓에, 김태하는 물론 그녀 역시 그 순간을 떠올릴 때마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고 불안하기만 했다.드물게도 김태하는 강지현의 말에 곧바로 대답하지 않았다.그저 가느다란 그녀의 어깨를 더 힘주어 쓸어내릴 뿐이었다.마치 그녀를 자신의 품 안에 온전히 가두고 지켜내고 싶은 듯하면서도, 혹시라도 상처를 입힐까 조심스러움이 묻어나는 손길이었다.한참 뒤 감정이 조금 가라앉자 김태하는 그녀의 뺨을 감싼 채 이마에 퍼렇게 올라온 멍을 조심스럽게 어루만졌다.“방금은 정말 심장이 멎는 줄 알았어. 앞으로는 아이가 있으니까 더더욱 네 몸을 먼저 아끼고 보살펴야 해. 알겠지?”김태하는 다시 진지한 표정으로 단호하게 말했다.강지현은 곧 얌전히 고개를 끄덕였다. 남자를 올려다보는 그녀의 눈망울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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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84화

“그럼 아들이면?”강지현은 손가락을 뻗어 김태하의 오뚝한 콧날을 살짝 건드리며 말을 이었다.“너처럼 키도 크고 잘생긴 데다, 속 깊고 다정한 아이겠지.”김태하가 부드럽게 대답했다.“아들도 너를 닮아야 해. 사내아이는 엄마를 닮으면 더 수려하고 총명하다고 하잖아.”강지현은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숨길 수 없는 미소가 입가에 번졌다.“칭찬으로 나 부추기는 거 모를 줄 알아?”“진심으로 하는 말이야.”그 순간 강지현이 눈썹을 살짝 찌푸렸다.그녀의 입술 사이로 나직한 탄성이 흘러나오자, 순간 놀란 김태하는 뻗었던 손을 허공에 멈춘 채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했다.“왜 그래? 어디 불편해? 아이가 태동이라도 한 거야?”“방금 아주 미세하게 움직인 것 같아.”김태하의 눈동자에 기쁨이 스쳤다. 다급하게 묻는 목소리에는 자신도 모르게 긴장감이 묻어났다.“정말? 지금은?”“지금은 아무래도 아빠 때문에 놀라서 안 움직이는 것 같아.”“뭐?”강지현은 자신의 배를 마치 큰일이라도 난 것처럼 바라보는 김태하의 모습이 우스워 웃음을 터뜨렸다.“농담이야.”김태하는 조금 멋쩍은 표정을 지었지만 눈빛 속 다정함과 미소는 오히려 더 짙어졌다.그는 다시 몸을 숙여 그녀의 아랫배에 귀를 살며시 가져다 댔다. 그리고 눈을 감은 채 한참 동안 조용히 귀를 기울였다.방 안은 물을 끼얹은 듯 고요했다. 오직 두 사람의 숨소리만이 잔잔하게 공간을 채우고 있었다.“김태하, 우리 아기 이름은 네가 지어줄래?”강지현은 손가락으로 그의 머리카락을 한 올 한 올 천천히 쓰다듬으며 부드럽게 말했다.김태하가 나직하게 대답했다.“하지만 아직 아들인지 딸인지 모르잖아.”“그럼 둘 다 미리 지어두면 되지.”강지현은 기대 어린 목소리로 말했다.“사내아이 이름 하나, 여자아이 이름 하나씩.”김태하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이윽고 몸을 일으켜 앉은 그의 얼굴에는 제법 진지한 빛이 떠올랐다. 마치 아주 중요한 결정을 내리는 순간처럼.잠시 고민하던 그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만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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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85화

강지현이 다급하게 물었다.“왜 그래? 한민혁이 돌아왔어?”“프런트 직원이 방금 한민혁이 호텔 로비로 들어오는 걸 봤대.”김태하가 고개를 끄덕였다.“하지만 객실로 올라가지는 않았어. 로비에서 전화를 한 통 받더니 곧바로 다급하게 밖으로 나갔고 마침 호텔 앞에 정차해 있던 버스에 급히 올라탔다고 해.”“버스?”강지현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어디로 가는 버스인데?”한민혁 역시 지금 자신이 처한 상황이 얼마나 위험한지 모를 리 없었다. 그런데 이 시점에 갑자기 혼자 도망치려는 걸까.“프런트 직원 말로는 시골 쪽으로 가는 버스래. 30분마다 한 대씩 운행하고 중간중간 여러 관광지와 작은 마을에 정차한다고 했어.”김태하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강지현은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한민혁을 이대로 놓쳐서는 안 돼. 지금 그 사람은 위험한 상태야.”김태하는 황급히 강지현의 팔을 붙잡았다.마음 같아서는 정말 말리고 싶었다. 하지만 지금 한민혁을 쫓지 않으면 다시는 그를 찾을 기회가 없을지도 모른다는 사실 역시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무엇보다 지원 인력이 도착하지 않은 상황에서 강지현을 혼자 남겨두는 것도 불안했다.“절대 충동적으로 움직이지 마. 독단적으로 행동해서도 안 되고 무작정 위험한 곳으로 뛰어들어서도 안 돼.”김태하는 강지현의 성격상 여기까지 온 이상 쉽게 포기하지 않을 거라는 걸 알고 있었다.그래서 다시 한번 단단히 당부할 수밖에 없었다. 그의 목소리는 어느 때보다 무겁게 가라앉아 있었다.“알겠어.”강지현은 빠르게 고개를 끄덕였다.두 사람은 서둘러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하지만 호텔 밖으로 나섰을 때는 이미 한발 늦은 뒤였다.호텔 앞에 있던 버스는 막 출발한 상태였고, 붉은 후미등만이 어둠 속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었다.김태하는 곧바로 방금 손님을 내려준 택시 한 대를 붙잡고 다급하게 말했다.“기사님, 앞에 있는 버스 좀 따라가 주세요!”운전자는 중년 남성이었다. 그는 백미러 너머로 두 사람의 다급한 표정을 힐끗 살피더니 묵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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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86화

그들 말고도 앞쪽 좌석에는 몇 사람이 띄엄띄엄 앉아 있었다.할머니 한 명과 대학생처럼 보이는 젊은 여자, 중년 남자, 그리고 품이 넉넉한 재킷을 입고 야구모자를 눌러쓴 체격 좋은 남자였다.야구모자를 쓴 남자는 줄곧 고개를 숙인 채 휴대폰만 들여다봤다. 한민혁 일행과는 전혀 모르는 사이처럼 보였다.그런데 김태하가 휴대폰을 만지는 순간, 뒤쪽에 있던 두 남자가 무언가를 눈치챈 듯 움직였다.그중 한 명이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버스 앞쪽으로 걸어가 기사에게 라이터를 빌려 달라고 했다.기사는 어이없다는 듯 그를 쳐다봤다.“차 안은 금연입니다!”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남자가 차가운 총구를 기사의 관자놀이에 들이댔다.화를 내려던 기사는 남자의 손에 들린 총을 보고 몇 초간 얼어붙었다가 비명을 질렀다.끼익!버스가 갑자기 급정거했다.그와 동시에 한민혁 옆에 앉아 있던 군복 차림의 남자도 벌떡 일어나 총을 꺼냈다.군복 차림의 남자는 순식간에 버스 안의 모든 사람을 향해 총구를 겨눴다.바로 옆의 위협이 사라졌는데도 한민혁은 허리를 꼿꼿이 편 채 꿈쩍도 하지 못했다.“전부 손 들어! 들고 있는 것도 다 내려놔!”남자는 경고라도 하듯 버스 천장을 향해 방아쇠를 당겼다.탕!귀를 찢는 총성이 울리자 승객들은 모두 혼비백산했다.앞자리에 있던 할머니는 그제야 진짜 총이라는 걸 알아차리고 좌석 아래로 털썩 주저앉았다. 짧은 신음만 흘리며 온몸을 걷잡을 수 없이 떨었다.여대생도 황급히 양손으로 머리를 감싸고 고개조차 들지 못했다. 얼굴은 새하얗게 질렸고 숨을 거칠게 몰아쉬었다.반면 중년 남자와 휴대폰을 보던 야구모자 남자는 비교적 침착해 보였다.중년 남자는 곧장 무릎을 꿇고 옆에 있던 서류 가방을 내려놓은 뒤 두 손을 번쩍 들었다.“저 돈 있습니다. 제발... 저만 내려 주세요. 절대 아무 말도 안 하겠습니다...”하지만 그 말은 오히려 한민혁을 감시하던 남자의 심기를 건드렸다.남자는 성큼 다가가 중년 남자를 발로 걷어찬 뒤 총구를 이마에 들이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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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87화

김태하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곧바로 몸을 숙였다. 자신과 강지현의 휴대폰을 비롯해 몸에 지닌 물건을 모두 바닥에 내려놓았다.조금 전 가까스로 메시지를 보내기는 했다. 그런데 마지막 물건을 내려놓는 순간 휴대폰 화면이 번쩍이며 낯선 번호로 메시지 하나가 도착했다.김태하가 아주 잠깐 멈칫하자 남자는 다짜고짜 그의 손등을 짓밟았다. 동시에 총구를 뒤통수에 세게 들이댔다.“지금 무슨 수작이야?”김태하의 입에서 낮은 신음이 새어 나왔다. 손가락뼈가 으스러지는 듯 아팠다.강지현이 다급히 두 손을 들었다.“저기요! 제 남편은 정말 아무 짓도 안 했어요. 그냥 동작이 조금 느렸던 것뿐이에요. 화내지 마세요... 제게도 값나가는 물건이 있으니 가져가세요.”강지현이 손을 내밀었다. 손가락에는 크고 눈부신 다이아몬드 반지가 끼워져 있었다.예쁜 여자가 애원하자 남자의 태도도 아주 조금 누그러졌다.그는 턱짓으로 반지를 빼라고 했다.반지를 받아 챙긴 뒤에야 남자는 김태하의 손에서 발을 뗐다. 그러고는 그의 휴대폰을 몇 번이고 세게 밟아 부순 뒤 멀리 걷어찼다.하지만 김태하가 몸을 일으키기도 전에 남자는 그를 자리에서 끌어내렸다.강지현이 놀라 소리치는 사이, 남자는 거칠게 김태하의 목을 틀어쥐었다.“꽤 돈이 많은가 보네? 이 반지도 제법 비싸 보이고. 재산이 적어도 수십억은 되나?”김태하가 비웃듯 입꼬리를 올렸다.“그보다 훨씬 많아.”남자는 순간 멍해졌다가 자신이 도발당했다는 걸 뒤늦게 깨닫고 김태하의 얼굴을 주먹으로 후려쳤다.“제발 제 남편은 건드리지 마세요! 돈이 얼마나 필요하든 사람을 시켜 가져오게 할게요!”강지현이 참지 못하고 다시 외쳤다.남자가 김태하의 멱살을 틀어쥔 채 총구를 강지현 쪽으로 돌렸다.“죽고 싶어? 입 다물라고 한 말 못 들었어?”김태하는 미간을 찌푸린 채 걱정스럽게 강지현을 바라보고는 작게 고개를 저었다.강지현은 가쁘게 숨을 고르며 애처로운 표정을 지어 보였다.그때 기사를 위협하던 남자가 시끄러운 소리에 짜증스럽게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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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88화

“영웅이라도 되고 싶어? 너, 일어나.”남자가 강지현의 이마에 총구를 들이댔다.김태하는 속이 타들어 갔지만 상대를 자극할까 봐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저 강지현이 총구에 떠밀려 천천히 일어나는 모습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강지현은 식은땀을 쉼 없이 흘리면서도 자꾸 바닥에서 괴로워하는 할머니를 바라봤다.남자는 강지현을 보다가 다시 한가운데 앉아 잔뜩 긴장한 한민혁을 힐끗 바라봤다.“너도 일어나. 그리고 너, 저 자리에 앉아.”그는 강지현과 한민혁에게 자리를 바꾸라고 지시했다.한민혁은 눈을 크게 뜬 채 온몸을 덜덜 떨었지만 감히 움직이지 못했다.남자의 얼굴이 확 구겨졌다.“빨리 움직여! 안 그러면 네 머리부터 날려 버린다!”한민혁은 이를 악물고 벌떡 일어난 뒤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싸며 그대로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거칠게 숨을 몰아쉬는 얼굴은 공포로 질려 있었다.하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곧이어 강지현이 총구에 이마를 밀린 채 방금 전 한민혁이 앉아 있던 자리에 앉았다.“내가 경고하는데, 꼼짝도 하지 마.”남자의 차가운 목소리가 바로 귓가에서 들려왔다.남자는 고개를 돌려 도발하듯 김태하를 바라보더니, 빨간 불빛이 깜빡이는 작은 검은색 장치를 꺼냈다.김태하의 얼굴에 처음으로 짙은 공포가 스쳤다. 무언가를 알아챈 듯했지만 미처 막을 새도 없이 남자가 쥔 장치에서 ‘삑’ 하는 소리가 울렸다.강지현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바로 그 순간, 강지현이 앉은 좌석 아래에서 무언가 미세하게 진동한 듯했다.“너, 무슨 짓을 한 거야?”그때 뒤에서 동료가 다가왔다.남자가 고개를 돌리는 순간, 동료의 주먹이 먼저 얼굴을 후려쳤다. 그는 남자 손에 있던 장치를 빼앗으며 분노에 찬 목소리로 윽박질렀다.“미쳤어? 일을 이렇게까지 벌여? 너 죽고 싶어?”남자는 입가를 문지르며 대수롭지 않다는 듯 코웃음을 쳤다.“왜 이렇게 흥분해? 어차피 조금 있으면 다 죽을 인간들인데. 이쪽이 더 짜릿하고 재밌잖아?”동료는 주변을 살필 겨를도 없이 미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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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89화

동료가 어이없어하는 틈을 놓치지 않고 남자가 주먹을 날렸다. 기습한 한 방에 상대를 바닥에 쓰러뜨렸다.그때 강지현이 무언가를 알아챈 듯 갑자기 손뼉을 쳤다.느닷없는 행동에 남자가 그녀를 바라봤다.“너, 진짜 재밌는 여자네.”남자는 다시 뒤틀린 흥미를 드러냈다. 강지현이 예쁘다는 이유만으로 그는 유독 그녀를 괴롭히고 싶어 했다. 겁에 질려 애원하고 눈물범벅이 되는 모습을 보고 싶었다.흥분한 나머지 선을 넘은 것도 사실 그 때문이었다. 그런데 폭탄 위에 앉아 있는 여자가 이런 엉뚱한 행동을 할 줄은 몰랐다.강지현에게 정신이 팔린 남자는 가까이 다가가 그녀의 뺨을 쥐었다.손아귀에 점점 힘이 들어갔다.“안 무서워?”“무서워요...”강지현의 목소리가 조금 떨렸다.“하지만 아까 당신이 그랬잖아요. 일찍 죽든 늦게 죽든 똑같다고요. 그리고 제가 여기서 일어나면 당신들도 지금 당장 죽어요. 그러니까... 당신 목숨도 지금은 제 손에 있는 셈이네요.”남자가 피식 웃었다. 겉보기에는 여리고 곱상하지만 자신 못지않게 미친 구석이 있는 여자라고 생각했다.하지만 다음 순간 총구가 다시 강지현의 이마를 향했다.“그래? 그럼 차라리 지금 널 죽여 버리면...”남자가 이를 갈며 말을 잇는 순간, 강지현이 갑자기 두 손으로 그의 양팔을 끌어안았다.남자가 흠칫 놀라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옆에서 누군가가 달려들었다.품 넓은 재킷에 야구모자를 쓴 남자였다.그는 놀라울 만큼 힘이 셌다. 순식간에 남자의 팔을 비틀어 바닥에 메다꽂고 손에 들린 총을 빼앗아 뒤로 던졌다.갑작스러운 상황에 다른 범인이 황급히 총을 들어 그를 겨눴다.하지만 바로 그때 버스가 급정거했다. 범인이 제대로 조준하지도 못하고 쏜 총알은 옆 창문을 산산조각 냈다.그리고 다음 순간, 차가운 총구가 그의 뒤통수에 닿았다.김태하였다.김태하는 재빨리 몸을 일으켜 야구모자 남자가 던진 총을 정확히 받아냈다. 동시에 기사도 급하게 핸들을 꺾어 두 사람의 반격을 도왔다.야구모자 남자는 바닥에 쓰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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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0화

기사는 버스 사람들을 구해 낸 김태하와 강지현이 걱정됐다. 그래서 구조 인력을 조금이라도 빨리 만나기 위해 가속 페달을 끝까지 밟고 있었다.“나 내려 줘! 여기서 죽기 싫다고!”중년 남자는 체면도 잊고 미친 듯이 버스 문을 두드렸다.그 모습을 본 송준호가 자리에서 일어나 기사에게 말했다.“세워 주세요. 저 사람부터 내려 보내죠.”기사는 결국 차를 세우고 문을 열었다.중년 남자는 문이 열리자마자 정신없이 밖으로 뛰쳐나갔다.여대생도 마음이 흔들렸다. 당장 내리고 싶어 하면서도 두려운 기색이 역력했다.그때 김태하에게 제압당한 범인이 느닷없이 입을 열었다.“카운트다운은 이미 시작됐어. 삼십 분 뒤면 이 버스는 폭발한다. 너희도 지금 내리는 게 좋을걸.”그는 바닥에 쓰러진 사람들과 자신을 이 지경으로 만든 동료를 차갑게 훑어봤다. 이상하리만큼 침착한 얼굴이었다.김태하의 표정이 순식간에 변했다. 그는 범인을 더욱 세게 제압하며 당장이라도 총을 쏠 듯 으르렁거렸다.“뭐라고 했어? 다시 말해 봐.”“믿든 말든 네 마음이야. 지금 살 방법은 다 같이 도망치는 것뿐이다.”그 말을 듣던 송준호가 무언가를 떠올린 듯 범인에게 다가갔다. 몸을 뒤져 보니 예상대로 위치 추적기가 나왔다.놈은 이미 조직에 위치를 전송한 상태였다. 머지않아 지원 인력이 도착할 것이다.이곳은 외진 들판이었다. 구조대보다 임지태 쪽 사람들이 먼저 올 가능성이 훨씬 컸다.게다가 삼십 분 안에 안전 구역까지 이동하고 폭발물 처리반을 기다리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했다.송준호의 표정이 차갑게 굳었다.그는 위치 추적기를 세게 움켜쥐었다. 손가락 마디에서 뚝뚝 소리가 날 정도였다.조직에서 저 두 사람을 본 적은 없었다. 아마 들어온 지 얼마 안 된 하급 조직원들일 것이다.저쪽도 송준호를 알아보지 못했다. 임지태는 처음 품었던 뜻을 완전히 버렸다.김태하는 애써 분노와 살의를 억눌렀다.“이 장치 당장 해제해. 안 그러면 지금 여기서 죽여 버리겠다.”그는 범인의 정강이를 걷어찬 뒤 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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