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결혼, 진짜 신분의 모든 챕터: 챕터 701 - 챕터 710

868 챕터

제701화

강지현이 호텔로 돌아왔을 때 마침 지순옥에게서 은주희에게 영상통화가 걸려 왔다.김무언은 침대에 누워 있었고 은주희의 표정 역시 좋지 않았다. 그녀는 일단 전화를 끊고 나중에 문자로 상황을 전하려 했다.하지만 강지현은 휴대폰을 집어 들고 자리를 옮긴 뒤 전화를 받았다.“할머니, 며칠이나 못 봤는데 저 보고 싶지 않으셨어요?”통화가 연결되자 강지현은 곧바로 달콤한 미소를 지었다. 조금 전까지도 가시지 않던 슬픔은 화면 속 그녀의 얼굴에서는 조금도 찾아볼 수 없었다.지순옥과 김윤석도 영상 앞으로 바짝 다가왔다.두 사람은 강지현의 얼굴을 확인하고서야 불안하게 조마거리던 마음을 조금 놓을 수 있었다.“당연히 보고 싶었지. 지현아, 언제 돌아올 거니?”은주희가 급히 M국으로 떠나면서 그들에게도 한 번 연락하긴 했지만, 주호석과 김씨 가문 사이에 약간의 오해가 생겼다고만 전했을 뿐이었다.김무언에게 있었던 이전의 불미스러운 일도 두 사람은 이미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은주희가 걱정하지 말라며 자신이 직접 맡아서 해결하겠다고 했기에 더 깊이 묻지 않았다.그러나 떠난 지 며칠이 지나도록 아무런 소식이 없었다.게다가 강지현이 입원했다는 소식과 함께 무슨 일이 터진 듯했고, 김무언마저 급히 달려갔으니 두 사람의 걱정이 커지는 것은 당연했다.은주희는 그들이 걱정할까 봐 늘 좋은 소식만 전하고 나쁜 일은 숨겨 왔다. 하지만 어설프게 전해 들은 이야기만으로도 두 사람은 밤잠을 설쳤다.강지현은 여전히 부드러운 미소를 유지한 채 아무 일도 없는 듯 말했다.“아마 조금 더 걸릴 것 같아요. 제가 조금 사정이 생겨서요.”“사정이라니?”그 말에 화면 너머 지순옥의 얼굴에는 다시 긴장한 기색이 역력해졌고 김윤석의 표정도 굳어졌다.“김태하 그 녀석은 대체 뭘 하고 있는 거야. 자기 아내 하나 제대로 챙기지 못하고!”조금 전까지만 해도 웃고 있던 강지현은 김윤석의 그 한마디에 심장이 칼에 찔린 듯 아려 왔다.순간 눈물이 차올랐고 애써 올라가 있던 입꼬리 끝으로 결국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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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2화

“너희 생각에는 저 두 사람이 아직 살아 있을 것 같아?”그중 한 사람이 차에 기대 담배에 불을 붙이며 물었다.다른 두 사람은 여전히 손전등으로 주변을 이리저리 비추고 있었지만 그의 말에는 동의하는 듯했다.“살아 있을 리 없지. 하지만 대장이 시체를 찾아오라고 했잖아.”모두 답답한 표정을 지었다.어젯밤 새벽, 버스 폭발로 이미 형제처럼 지내던 동료 여섯 명을 잃었다. 이 정도면 충분하지 않은가?당시 폭발 장치는 이미 카운트다운에 들어간 상태였다. 그런데 임지태는 직접 사람들을 이끌고 버스에 올라탔다.버스 안에 자신이 직접 길러낸 송준호가 있었기 때문이다.하지만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몰라도 몇 사람이 갑자기 버스 밖으로 뛰쳐나왔고 바로 그 순간 버스가 폭발했다.당시 빠져나온 사람은 송준호와 임지태, 그리고 한 명의 남자. 단 세 사람뿐이었다.미처 버스에서 내리지 못한 몇몇 형제들은 현장에서 목숨을 잃었다.임지태가 상처를 입고 형제들이 목숨을 잃은 혼란을 틈타 송준호는 그 남자를 데리고 황급히 도망쳤다.곧바로 임지태의 사람들이 차를 몰고 뒤쫓았고 마침내 두 사람을 위쪽 절벽까지 몰아붙였다.임지태가 두 사람을 산 채로 잡으라고 했기에 그들은 경고 사격을 했다.하지만 두 사람은 죽음도 두렵지 않은 듯 그대로 절벽 아래로 몸을 던졌다.아래에 강이 있기는 했지만 물이 너무 얕았다. 그 높이에서 떨어지고 살아남았을 가능성은 거의 없었다.그런데 임지태가 깨어난 뒤 상황을 보고하자 오히려 더 심한 질책이 돌아왔다.두 사람이 죽었다는 사실을 확실히 확인하기 전까지는 돌아오지 말라는 것이었다.하지만 이런 곳에서 흔적을 찾는 일은 너무나 어려웠다.“그냥 들짐승이 시체를 물고 가서 뼈조차 남지 않았다고 말할까?”“괜찮을 것 같은데. 안 되면 내일 다른 사람들을 보내겠지.”몇 사람은 의논을 끝낸 뒤 옷깃을 여미고 곧바로 차에 올라탔다.차가 떠난 뒤, 강 상류 쪽 나뭇가지 위에서 그제야 작은 움직임이 일어났다.송준호는 몸을 일으켜 옆에 있던 김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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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3화

김태하를 찾아냈을 때, 그는 이미 강가에 쓰러져 있었다.몸 아래로 피가 흘러나오고 있었고 얼굴은 창백하게 질려 있었다.송준호는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하지만 김태하에게 아직 호흡과 맥박이 있다는 것을 확인하자 서둘러 그를 데리고 그 자리를 벗어났다.그러나 두 사람 모두 이미 한계에 다다른 상태였다.꼬박 하루 가까이 버텼지만 이동한 거리는 고작 몇 킬로미터도 되지 않았다.송준호에게는 휴대하고 있던 응급약이 조금 남아 있었다.모두 부서져 가루가 되어버렸지만 다행히 이런 돌발 상황을 대비해 몸에 지니고 있던 것이었다.그는 먼저 김태하에게 약을 먹인 뒤 그의 몸 곳곳을 꼼꼼히 살폈다.이마와 팔다리, 가슴과 등, 허리와 복부까지 크고 작은 상처가 남아 있었다. 다행히 대부분 깊은 상처는 아니었다.송준호는 자신의 민소매를 벗어 찢어 여러 조각으로 만든 뒤 김태하 허리의 상처를 단단히 묶어 지혈했다.이어 뼈 상태까지 확인했다.김태하의 다리는 가벼운 상처를 입은 듯했지만 다른 곳은 크게 문제가 없어 보였다.송준호는 김태하가 뛰어내리는 순간 나뭇가지를 붙잡았을 것으로 추측했다.그래서 나무를 타고 미끄러져 내려오며 몸 곳곳이 긁혔지만 치명적인 부위는 피할 수 있었다.김태하의 정신력은 전문 훈련을 받은 자신조차도 인정할 만큼 대단했다.송준호는 한참 동안 두 사람의 몸을 살폈지만 연락할 수 있는 도구는 아무것도 찾지 못했다.그때 임지태의 사람들이 다시 수색을 시작했다.송준호는 어쩔 수 없이 김태하를 데리고 나무숲 안으로 들어가 몸을 숨겼다. 그리고 언제든 대응할 수 있도록 주변을 살폈다.차량 소리가 멀어지고 나서야 송준호는 조심스럽게 김태하를 깨웠다.마침내 김태하가 미세하게 반응했다. 입술이 조금 움직였고 낮은 목소리가 흘러나왔다.송준호는 가까이 다가가서야 그가 무슨 말을 하는지 들을 수 있었다.강지현의 이름이었다.“맞아요. 강지현이 아직 당신을 기다리고 있으니까 빨리 일어나요.”송준호가 곧바로 대답했다.한참 뒤, 김태하는 힘겹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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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4화

두 사람이 탕비실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주단우가 갑자기 나타났다.마치 냄새를 쫓는 사냥개처럼 중요한 일이 있는 곳에는 언제나 빠짐없이 모습을 드러내는 사람이었다.주단우를 본 순간, 현다영과 주시언의 대화는 자연스럽게 멈췄다.“어라, 이게 누구야. 주씨 가문의 도련님 아니야? 무슨 이야기 하고 있었어?”주단우가 비꼬는 말투로 주시언에게 말을 건네자 주시언의 표정이 순간 굳었다.현다영이 입을 열기도 전에 주단우가 다시 말을 이었다.“아, 미안. 내가 깜빡했네. 이제 주씨 가문 도련님이라고 부르면 안 되지. 이미 주씨 가문에서 제명됐으니까.”“부대표님, 말씀이 너무 지나치신 것 아닌가요?”주시언은 주단우와 실랑이를 벌일 생각이 없었다. 하지만 그 말을 들은 현다영은 주시언보다 더 화가 났다.주단우는 비웃음을 머금은 채 말했다.“현다영, 나는 주시언을 말하는 건데 왜 네가 그렇게 화를 내? 주시언은 하원영과 결혼했잖아. 설마 너, 주시언을 좋아하는 거야?”“부대표님,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세요. 저는 그저 부대표님께서 다른 사람을 비웃는 행동이 지금 위치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을 뿐이에요.”침을 삼키며 주단우를 바라보는 현다영의 눈빛에는 희미한 분노가 떠올라 있었다.현다영은 매번 주단우를 향한 화를 조금만 참아보자고 다짐했다. 하지만 이 남자는 늘 그녀가 더 싫어질 이유를 만들어냈다.주단우는 어두워진 표정으로 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멀리서 주시언과 현다영이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을 본 순간부터 마음속 깊은 곳에서 이유 모를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현다영이 주시언을 바라보는 눈빛은 마치 그가 대단한 영웅이나 구세주라도 되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자신을 바라볼 때는 마치 자신이 무슨 악인이라도 되는 듯했다.‘주시언 같은 온실 속 도련님이 나랑 다를 게 뭐가 있는데? 우아해 보이는 것도 결국 포장에 불과하지. 평범한 삶을 겪다 보면 곧 본모습으로 돌아올 놈이 아직도 고상한 척이나 하고 있어. 위선적인 놈.’“현다영 씨, 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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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5화

주단우는 마치 현다영의 말을 전혀 듣지 못한 사람처럼 제멋대로 그녀의 귓가에 낮게 속삭였다.그의 인내심은 이 여자 때문에 거의 바닥나고 있었다.현다영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자신을 유혹하려는 것이든, 자신을 싫어하는 것이든 상관없었다.지금 그가 원하는 것은 단 하나였다. 그저 그녀를 손에 넣고 싶었다. 그렇게 생각할수록 마음속 조급함은 더 커져만 갔다.“그렇게 말씀해 주시니 정말 감사하네요. 하지만 그 일을 고민하시기 전에 먼저 엄 대표님께 어떻게 설명하실 건지, 또 지현 언니에게는 어떻게 설명하실 건지부터 생각하시죠.”“강지현? 강지현이 무사히 돌아오지 못할 수도 있는데 무슨 설명을 하라는 거야?”주단우는 무의식적으로 말을 내뱉었다.현다영은 순간 멈칫하며 물었다.“그게 무슨 뜻이에요?”주단우 역시 몇 초간 굳어 있었다. 그 틈을 타 현다영은 그를 힘껏 밀어냈다.“부대표님, 방금 한 말 무슨 뜻이에요? 지현 언니가 왜요? 무슨 일이 생긴 거예요?”다급해진 현다영의 모습을 보자 주단우는 오히려 마음이 조금 놓이는 듯했다.그는 한쪽 소파로 가 앉은 뒤 여유로운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봤다.“그걸 왜 나한테 물어? 우리가 무슨 사이라도 돼? 내가 왜 대답해야 하는데?”“뭐요?”현다영은 주단우가 일부러 자신을 애태우며 대답을 피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어쩌면 그 역시 별다른 속내 없이, 단지 그녀를 불안하게 만들려고 겁을 주는 것일 수도 있었다.“부대표님, 지난번에 제가 말씀드린 일 생각해 보셨나요? 지금이 부대표님께서 선택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예요.”현다영의 반응은 주단우조차 예상하지 못한 것이었다.원래는 자신이 그녀에게 선택을 요구하려 했다. 그런데 지금은 오히려 현다영이 자신에게 선택을 강요하고 있었다.주단우는 피식 웃었다.사실 현다영이 지난번 고민해 보라고 했던 일은 그도 생각해 본 적이 있었다.그는 강지현과 원한이 있는 것도 아니었기에 굳이 서로 죽고 죽이는 싸움을 이어갈 필요는 없었다.만약 염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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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6화

하원영의 귓가가 붉어졌다.직접 듣지 않아도 사람들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각종 매체에서는 이미 주시언이 주씨 가문에서 제명됐다는 소식과 주병찬이 주시언이 몰래 결혼한 일 때문에 부자 관계를 끊었다는 내용을 연이어 보도하고 있었다.원래 이런 뉴스 정도는 주병찬이 마음만 먹으면 충분히 막을 수 있었다.하지만 이번 일은 분명 그가 일부러 내버려둔 것이었다.언론은 심지어 하원영의 신상 정보까지 공개적으로 언급했다.대놓고 실명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해원시에 있는 한 완구 제조 대기업의 양녀라는 정보만으로도 사실상 하원영이 누구인지 드러낸 것이나 다름없었다.게다가 누군가는 주시언이 식당에서 하원영과 손을 잡은 사진까지 찍어 공개했다. 사진 속에는 하원영의 옆모습이 선명하게 담겨 있었다.일부 매체는 화제성을 높이기 위해 어디서 찾아냈는지 하원영의 과거, 이른바 흑역사까지 끌어냈다.그녀를 상류층 사회에서 악명 높은 제멋대로인 아가씨라고 묘사하며 어릴 때부터 반항적이었고 하씨 가문에서도 제대로 통제하지 못한 말괄량이라고 보도했다.하원영의 여러 연애사 역시 하나도 빠짐없이 파헤쳐졌다.여론은 일방적으로 주시언을 안타까워하는 방향으로 흘러갔다.업계에서도 평판이 좋았던 명문가의 귀공자가 하필 문제 있는 여자를 좋아하게 됐다는 것이다.두 사람은 애초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연애의 자유를 주장하던 누리꾼들조차 이번만큼은 집안 배경부터 맞지 않는 결혼이라고 입을 모았다.대부분의 사람은 이 때문에 주병찬이 주시언과의 관계를 끊은 결정을 이해한다고 했다.딸이 문제 있는 남자와 결혼하면 가문에 피해를 준다고 하는 데 아들이 문제 있는 여자와 결혼하는 것 역시 다르지 않지 않느냐는 논리였다.주시언은 이미 여론이 이런 방향으로 흘러갈 것을 예상했다.그래서 자신의 개인 계정에 있던 과거 게시물을 모두 삭제하고 결혼증명서 사진과 함께 글 하나만 남겼다.[전 괜찮습니다. 그리고 그녀도 마찬가지고요. 전체적인 상황을 알지 못한다면 함부로 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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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7화

주시언은 이제 주씨 가문의 후광도 사라졌고 직업도 없는 데다 결혼까지 한 상태였다.아무리 여전히 여유롭고 우아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고 해도 사람들의 눈에는 초라해 보일 수밖에 없었다.그를 봤다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말했다.주시언은 여전히 정장을 갖춰 입고 있었지만 손목에는 더 이상 명품 시계가 없었고 외출할 때 타던 고급 승용차도 보이지 않았다고.보아하니 주병찬이 이번에는 정말 단단히 마음먹은 것 같다는 것이다.아마 주시언이 하는 일마다 연이어 실패하는 것도 주병찬이 미리 손을 써둔 결과일 거라고 했다.이제는 주시언이 이길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모두가 얼마 지나지 않아 그가 하원영과 이혼하게 될 거라고 여겼다.하원영은 그런 기사들을 보며 마음이 아려 왔다.전날 주시언은 친구들을 만나 창업 방향에 관해 이야기해 보겠다고 했다.그리고 밤늦게 돌아왔다.하원영은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이미 밖에서 저녁을 먹고 올 거라고 생각했지만 뜻밖에도 주시언은 배가 무척 고픈 듯했다.그는 하원영에게 국수 한 그릇을 끓여 달라고 했고 음식이 나오자마자 허겁지겁 먹었다.그러면서도 밝은 얼굴로 말했다.이미 일자리를 구했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앞으로는 조금 더 아껴 쓰면서 돈을 벌어 하원영에게 집도 사주고 차도 사주겠다고.그때 하원영은 별다른 생각을 하지 못했다.그저 행복하다고만 느꼈다.하지만 지금 와서 생각해 보니 주시언은 자신을 위해 모든 것을 감당하고 있었다.그 사실을 깨닫자 가슴이 저려 와 금방이라도 눈물이 날 것 같았다.엘리베이터가 층에 도착하자 하원영 옆에 있던 사람들이 먼저 내렸다.그들은 떠나는 순간까지도 마지막으로 하원영을 한 번 더 힐끗 바라봤다.하지만 이번에는 하원영도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주시언을 떠올리니 자신이 힘들어할 이유가 없다고 느껴졌다.얼마 후 하원영은 주시언이 말한 식당에 도착했다. 근처 골목 안쪽에 있는 작은 식당이었다.거리는 가까웠지만 하원영은 한참을 헤맨 끝에야 겨우 찾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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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8화

주시언은 일부러 가볍고 장난스러운 말투로 말했다.가문의 모든 것을 완전히 내려놓은 뒤, 그는 비록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는 사람이 되었지만 더 이상 얽매일 것도 없었다. 오히려 마음은 이전보다 훨씬 편안했다.그런 주시언을 바라보는 하원영의 눈빛에는 다정함과 애틋함이 가득했다.하지만 마음 한편에는 복잡한 감정이 뒤섞여 있었다. 무엇보다 주시언이 안쓰러웠다.“그런데 오늘은 어떻게 이렇게 시간이 나서 나랑 밥을 먹으러 온 거예요?”하원영은 잠시 생각하다가 물었다.“무슨 일이 있는 거죠?”“그걸 또 알아차리네.”주시언은 웃으며 말했다. 그는 자신을 잡아당기는 하원영의 손길에 자연스럽게 몸을 앞으로 기울였다.“너를 만나려고 온 건 아니고 강지현 소식을 알아보려고 온 거야.”“강지현 씨요? 무슨 일 생겼어요?”강지현이라는 이름이 나오자 하원영도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얼마 전 강지현이 주시언에게 무언가 조사를 부탁했던 일이 떠올랐다.‘M국으로 갔다고 했는데 잘 지내는 거겠지?’이제 두 사람은 서로 가족이 된 사이였다. 주시언은 하원영을 믿었기에 더 이상 숨기지 않았다.그는 강지현이 최근 주호석 쪽에서 순탄하지 않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것과 주호석이 두 사람의 관계를 반대하면서 김태하와 강지현이 다시 누군가의 함정에 빠졌을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었다.그 사람이 누구인지는 굳이 주시언이 말하지 않아도 하원영은 알고 있었다.그녀는 분노에 차 테이블을 내리치며 말했다.“엄경미라는 사람 정말 끝이 없네요! 어떻게 그럴 수 있어요? 그렇게 강지현이랑 싸우고 싶으면 정정당당하게 주상 그룹에서 승부를 보든가 해야죠. 뒤에서 몰래 사람을 해치려고 한다니.”“네 말이 맞아. 그 여자는 정말 무서운 사람이야.”주시언도 고개를 끄덕였다.사실 주시언은 아침에 현다영을 찾아갔을 때까지만 해도 강지현과 연락이 닿지 않은 상태였다.하지만 방금 하원영을 기다리는 동안, 마침내 강지현에게서 전화가 왔다.수화기 너머로 들려온 강지현의 목소리는 힘이 없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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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9화

“아니요. 그런 악독한 여자에게 속아 넘어갔으니 어리석은 게 맞죠.”하원영은 주시언의 말을 듣자마자 못마땅한 표정을 지었다.이런 상황에서조차 엄경미를 감싸는 듯한 말을 하는 그가 이해되지 않았다.어떤 이유를 갖다 붙여도 엄경미는 용서받을 수 없는 사람이었다.만약 김태하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긴다면 엄경미는 그에 걸맞은 대가를 치러야 했다.강지현은 물론이고 하원영 역시 자신이 직접 엄경미를 죽이고 싶은 충동까지 일었다.‘김 대표가 얼마나 좋은 사람인데. 주상 그룹의 권력을 차지하기 위해 다른 사람의 목숨을 아무렇지 않게 여기다니. 사람이 어떻게 그렇게까지 인간성을 버릴 수 있는 거지?’“알았어, 알았어. 내가 잘못 말했어. 내가 틀렸어.”주시언은 원래 조금 더 설명하려 했다. 하지만 화가 난 하원영의 모습을 보자 얼른 자기 뺨을 때리는 시늉을 했다.하원영은 깜짝 놀라 자리에서 일어나 그의 곁으로 다가가 팔을 붙잡으며 말했다.“뭐 하는 거예요? 말을 잘못한 건 맞지만 뺨을 왜 때려요. 아프게...”그녀는 커다란 눈을 깜빡이며 주시언의 팔을 붙잡았다. 이어 그의 얼굴을 돌려 살피며 손끝으로 입가에서 귀 옆까지 조심스럽게 만져 보았다.순간 주시언의 눈빛이 깊어지며 목울대가 천천히 움직였다.조금 전까지만 해도 그는 식당 안에 가득 퍼진 음식 냄새에 배고픔을 느끼고 있었다.하지만 하원영을 바라보는 순간 깨달았다. 세상에는 음식으로는 채울 수 없는 허기도 있다는 것을.그는 입술을 살짝 다물고 하원영 쪽으로 몸을 기울였다. 하원영 역시 순간 숨을 멈춘 듯 입술을 굳게 다물었다.주시언은 먼저 그녀의 코끝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하원영이 긴장을 풀고 눈을 감자 그제야 조심스럽게 그녀의 입술에 닿았다.그녀의 향기와 따뜻한 체온, 부드러운 입술은 언제나 그를 무방비하게 만들었다.사람들이 오가는 식당 안이라는 사실도 잠시 잊은 채 주시언은 몇 번이고 하원영에게 입을 맞추었다. 그러다 결국 참지 못하고 그녀의 입술 사이로 혀를 밀어 넣었다.평소에는 조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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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0화

하원영은 그를 보지도 않은 채 대답했다.“변했어요. 전보다 훨씬 능글맞아졌고 말도 많아졌고 장난도 심해졌어요.”주시언은 오히려 진지한 얼굴로 물었다.“그래서 싫어?”하원영은 대답하지 않고 묵묵히 밥만 먹었다.주시언은 잠시 그녀를 바라보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사실 나도 원래 그렇게 재미없는 사람은 아니었어. 다만 예전에는 즐거운 일이 별로 없었고 다른 사람과 농담을 주고받을 이유도 없었을 뿐이야.”“하지만 지금은 다르잖아.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고 그 사람이 나를 좋아한다는 것도 알아. 그러니까 자연스럽게 그 사람에게 하고 싶은 말도 많아지고 함께하고 싶은 일도 많아지는 거야.”하원영은 밥을 먹다가 결국 웃음을 참지 못했다.아무리 고개를 숙이고 있어도 얼굴에 번지는 기쁨까지 숨길 수는 없었다.주시언은 그런 그녀를 바라보며 웃었다.“내 말 듣는 게 그렇게 좋아?”하원영이 계속 밥만 먹자 주시언은 그녀의 그릇에 고기를 하나 올려주고 가까이 다가가 낮게 물었다.“나랑 결혼한 거, 괜찮지?”하원영은 잠시 멈칫했다. 그리고 고기를 한입 크게 넣은 뒤 천천히 씹다가 그를 바라보았다.눈가에는 웃음이 가득했다.한참 뒤에야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음식을 삼킨 뒤 담담하게 말했다.“뭐... 나쁘지는 않은 것 같아요.”그러면서 주시언의 그릇에도 생선 살을 올려주었다.“배 안 고파요? 왜 자꾸 나만 보고 있어요. 얼른 먹어요.”주시언은 웃음을 머금은 채 젓가락을 들었다.두 사람이 식사를 마치고 주시언이 계산하러 가려 하자 하원영이 그를 붙잡았다.“내가 이미 계산했어요.”주시언은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나랑 밥 먹는데 왜 네가 계산해?”“오빠가 아직도 주씨 가문 도련님인 줄 알아요? 지금 가진 돈이 얼마나 있는데요? 나보다 많아요?”하원영의 물음에 주시언의 얼굴에는 잠시 당혹스러움이 스쳤다.현재 그가 가지고 있는 현금은 많아야 몇십만 원 정도였다. 그것도 평소 지갑에 비상용으로 넣어 다니던 돈이었다.“얼마가 있든 너한테 밥 한 끼 사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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