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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가짜 결혼, 진짜 신분: Chapter 711 - Chapter 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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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1화

전화를 걸었지만 연결되지 않자 백하린은 서운혁이 이미 잠든 줄 알았다.그때 집사가 바로 대답했다.“아닙니다. 아직 안에서 손님을 만나고 계십니다.”“손님이요? 이 시간에 누가 왔어요?”백하린은 물으며 방으로 들어가 옷을 갈아입었다. 집사는 그녀의 짐을 받아 들며 대답했다.“사설탐정입니다.”백하린의 눈빛이 순간 어두워졌다.“아직도 여동생을 찾는 일 때문인가요?”집사는 고개를 끄덕였다.백하린은 자연스럽게 진행 상황을 물었지만 그 이상은 집사도 알지 못했다.서운혁은 오랫동안 여동생을 찾고 있었다. 최근 들어 관련된 움직임이 눈에 띄게 많아진 것을 보면 이제 어느 정도 단서를 잡은 듯했다.해원시를 떠나 서경시로 돌아온 뒤, 백하린은 다시 일에 몰두하며 자신의 능력을 증명하려 했다.하지만 강지현과 이도운에게 받은 상처는 평생 잊을 수 없는 아픔으로 남아 있었다.지금 당장은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러나 언젠가 충분한 힘을 갖게 된다면 반드시 해원시로 돌아가 강지현에게 빼앗긴 모든 것을 되찾고 몇 배로 갚아주겠다고 다짐했다.물론 지금의 그녀에게 강지현과 맞설 가장 큰 버팀목은 서운혁이었다.서운혁은 그녀에게 호감을 보이고 있었지만 두 사람 사이에는 아직 확실한 관계가 맺어진 것은 아니었다.백하린은 최근 들어 서운혁에게 더 잘하며 두 사람 사이의 거리를 조금씩 좁혀가고 있었다.하지만 아무리 은근히 마음을 내비치고 관계를 발전시키려 해도 서운혁은 이상할 정도로 일정한 선을 지켰다.남자는 원하는 여자를 손에 넣으면 금세 흥미를 잃는 것인지, 아니면 서운혁이 무언가를 숨긴 채 자신을 떠보고 있는 것인지 백하린은 알 수 없었다.하지만 이번만큼은 조급해하지 않기로 했다.반드시 서운혁과 모두가 인정하는 관계가 되겠다고 마음먹었다.옷을 갈아입은 백하린은 곧바로 서재로 향했다.여동생을 찾는 일은 서운혁에게 오랫동안 마음속에 남아 있던 매듭이었다.해성 그룹이 해원시에 지사를 세우려 했던 이유 역시 결국 서운혁이 여동생의 흔적을 찾기 위해서였다.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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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2화

“저는 안 힘들어요. 오히려 지금이 너무 소중해요. 부회장님과 함께하는 매일이 정말 행복하거든요.”백하린은 부드럽게 말하며 서운혁의 어깨에 살짝 기대었다.“하린 씨가 이렇게 빨리 마음을 다잡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굳이 자신을 몰아붙일 필요는 없어요.”서운혁은 따뜻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봤다.그는 알고 있었다.백하린은 한때 이도운을 깊이 사랑했다. 그런 사람이 이렇게 짧은 시간 안에 마음을 완전히 정리한다는 것은 불가능했다.그래서 백하린이 자신에게 점점 더 다가올수록 서운혁은 그것을 사랑이라기보다 자신에게 받은 도움에 대한 보답이라고 생각했다.“저 정말 억지로 하는 거 아니에요.”백하린은 고개를 저었다.하지만 서운혁이 여전히 믿지 못하는 듯한 표정을 짓자 그녀는 굳이 더 설명하지 않았다.대신 자연스럽게 화제를 돌렸다.“됐어요. 제 이야기는 그만하고 여동생 이야기를 해봐요. 어떤 새로운 단서가 나온 거예요?”여동생 이야기가 나오자 서운혁의 눈빛이 단숨에 밝아졌다.그는 백하린의 손을 잡은 채 살짝 힘을 주며 말했다.“여동생이 아직 해원시에 있을 가능성이 높아요. 그리고 어릴 때 유명한 겨울 캠프에 참가했던 기록도 있어요. 지금 당시 자료를 찾고 있고요.”몇 달 전, 탐정은 특정 보육원을 중심으로 조사를 진행했고 그곳을 거쳐 간 아이들의 정보를 상당수 확보했다.그중 조건에 맞는 아이는 네 명이었다. 탐정은 이후 네 명의 행적을 하나씩 추적했다.그 결과 세 명은 서운혁의 여동생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남은 한 명.현재로서는 그녀가 서운혁의 여동생일 가능성이 가장 높았다.하지만 조사 과정은 순탄하지 않았다.서운혁의 여동생은 어린 시절 여러 가정을 전전했다. 중학교에 들어갈 무렵에는 더 이상 안정적인 보호를 받지 못했고 장학금과 주변에 빌린 돈으로 홀로 생활해야 했다.탐정은 어렵게 그중 한 양부모 가정을 찾아냈다.하지만 수십 년이 지난 지금, 그들 역시 아이의 행방은 물론 정확한 이름조차 기억하지 못했다.당시 선생님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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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3화

서운혁은 올라가려는 입꼬리를 감추지 못했다. 벅차오르는 마음을 주체하지 못한 그는 백하린을 품 안으로 끌어안았다.“축하해요. 드디어 가족이 다시 모이게 됐네요.”백하린이 조용히 말했다.“이것도 어머니의 마지막 바람을 이루어드리는 일이겠죠. 이제 어머니도 조금은 편히 쉬실 수 있을 것 같네요.”서운혁은 낮게 숨을 내쉬었다.그가 여덟 살이었을 때, 어머니와 아버지는 이혼 문제로 크게 다퉜다. 어머니는 한동안 집을 떠나 있었고 그 후 아버지 곁에는 여러 여자가 나타났다.그러던 어느 날, 술에 취해 돌아온 어머니는 아버지와 또다시 거칠게 언성을 높였다.서운혁은 그날 문밖에서 두 사람의 대화를 모두 들었다.어머니는 자신 역시 다른 남자들과 관계를 맺었고 심지어 그중 한 사람과의 사이에서 아이까지 낳았다고 말했다.분노한 아버지는 어머니와 크게 다투었고 그날 이후 두 사람은 별거에 들어갔다.결국 어머니는 이혼하지 않았지만 세상을 떠나는 순간까지 아버지를 용서하지 않았다.어린 서운혁은 그때까지만 해도 어머니가 단지 아버지를 화나게 하려고 그런 말을 했다고 생각했다.하지만 어머니가 세상을 떠난 뒤 남긴 편지를 읽고서야 진실을 알게 됐다.그건 단순한 거짓말이 아니었다.어머니는 정말로 아버지에게 복수하고 싶은 마음에 자신을 스스로 망가뜨리는 시간을 보냈다.아이의 아버지가 누구인지 알 수 없었지만 차마 아이를 지울 수는 없었다.결국 그녀는 아이를 낳은 뒤, 감당할 수 없는 죄책감과 두려움 속에서 해원시의 한 보육원에 아이를 맡기고 떠났다.그리고 세상을 떠나는 순간까지 그 일을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했다.하지만 어머니는 끝내 그 아이를 잊지 못했다.그래서 편지를 남겼다.언젠가 서운혁이 그 아이를 찾아 가족의 품으로 데려와 주기를 바라면서.“어머님도 참... 어떻게 자신의 아이를 두고 떠날 수 있었을까요. 그동안 여동생분도 정말 많이 힘들었겠어요.”백하린은 안타까운 표정으로 서운혁을 바라봤다. 그녀의 눈가에는 금방이라도 눈물이 떨어질 듯한 빛이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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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4화

백하린은 말을 마치고 서운혁의 곁에서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그녀는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 어느새 장난스러운 기색은 흔적도 없이 사라진 상태였다.서운혁은 가슴 깊은 곳에 따뜻한 온기가 번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그가 마음에 걸렸던 건 백하린의 말 중 단 하나였다.‘좋아하는 사람.’백하린의 모습은 거짓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함께 지내는 동안 그녀는 정말 자신에게 다정했고 무엇이든 맞춰주려고 했다.물론 그 안에 잘 보이고 싶은 마음이 전혀 없었다고는 할 수 없었다.하지만 지금처럼 솔직하게 질투를 드러내는 모습은 그 어떤 의도적인 배려보다 그의 마음을 크게 흔들었다.“그럴 일 없어요.”서운혁은 다시 뒤에서 백하린을 감싸안았다. 그리고 낮게 웃으며 말했다.“내 여동생이 하린 씨를 좋아하지 않는다면 내가 방법을 찾아서라도 하린 씨를 좋아하게 할 거예요.”잠시 후 그는 조용히 말을 이었다.“그래도 정말 방법이 없고 둘 중 한 사람을 선택해야 한다면...”“나는 여동생을 선택할 거예요.”순간 백하린의 몸이 굳었다.그녀는 서운혁이 당연히 자신을 선택해 줄 거라고 생각했다. 적어도 이런 순간만큼은 자신을 안심시키는 말을 해줄 거라고 믿었다.하지만 그는 달콤한 거짓말 대신 너무나 솔직한 답을 내놓았다.백하린은 믿기 어렵다는 듯 고개를 돌려 서운혁을 바라봤다.그 모습을 본 서운혁은 결국 웃음을 터뜨렸다.“바보. 두 사람 사이에 정말 문제가 생긴다면 나는 여동생이 원하는 걸 먼저 생각할 거예요. 하지만 나는 하린 씨 사람이에요. 내 마음은 언제나 하린 씨에게 있어요.”서운혁의 말은 진심이었고 그가 할 수 있는 가장 솔직한 고백이었다.좋아하는 사람에게 무조건 듣기 좋은 말만 하는 것이 사랑은 아니었다. 자신의 선택과 책임까지 함께 보여주는 것, 그것이 그가 생각하는 진심이었다.만약 가장 소중한 여동생과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이 부딪힌다면 그는 어느 한쪽을 쉽게 버리는 대신 두 사람 사이에서 최선을 다해 해결하려 할 것이다.여동생에게 필요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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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5화

백하린은 서운혁을 바라보며 멍하니 생각에 잠겼다.그녀가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서운혁이 그녀를 침대 가장자리에 조심스럽게 내려놓은 뒤였다.서운혁은 다시 한번 그녀의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추고 미소를 지었다. 그러다 무언가 떠오른 듯 주머니에서 몇 장의 티켓을 꺼냈다.“전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테마파크가 곧 문을 연대요. 윤후랑 함께 갈 수 있게 사전 체험 티켓을 구했어요. 아무 때나 휴가 내고 윤후 데리고 부모님과 같이 다녀와요.”서운혁은 티켓을 침대 옆 협탁 위에 올려두었다.따뜻한 조명이 그의 손등 위로 부드럽게 내려앉았다. 백하린은 그 모습을 바라보다 순간 눈빛이 흔들렸다.전혀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비록 서운혁이 앞으로 두 사람이 함께하게 된다면 이윤후 역시 자신의 아이처럼 아끼겠다고 말했지만 백하린은 사실 그 말을 온전히 믿지 못했다.서운혁과 조금이라도 가까워지기 위해 그녀는 한동안 일부러 이윤후를 찾아가지 않았다.그런데 서운혁이 먼저 아이 이야기를 꺼내자 가슴 한쪽이 시큰하게 저려와 어느새 눈가에는 뜨거운 것이 차올랐다.그녀 역시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었다.정말 많이.하지만 그럴 수 없었다.지금 그녀에게는 서운혁이라는 마지막 버팀목을 붙잡는 일이 더 중요했고 눈앞에 찾아온 일할 기회도 놓칠 수 없었다.그래야 언젠가 강지현에게 다시 짓밟히는 일을 막을 수 있었다.서운혁은 그런 백하린의 변화를 어느 정도 느끼고 있었다.해원시를 떠나 서경시로 돌아온 뒤, 백하린은 예전처럼 이윤후를 자주 찾아가지 않았다.예전에는 퇴근하면 가장 먼저 아이를 보러 갔고 업무 중에도 아이의 전화를 받곤 했다.하지만 지금은 달랐다.서운혁이 이윤후를 집으로 데려오자고 해도 백하린은 번번이 거절했다.아이가 오면 집이 시끄러워질 거라며, 부모님도 손자를 쉽게 떠나보내지 못하실 거라고 말했다.서운혁은 그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하지만 그는 다시 한번 아이를 위해, 이윤후가 가장 갖고 싶어 하던 표를 직접 마련했다.이 티켓은 쉽게 구할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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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6화

백하린의 표정이 더 어두워졌다.그녀는 결국 참지 못하고 물었다.서운혁은 더는 피할 수 없다는 걸 깨닫고 솔직하게 말했다.“지금은 해원시에 가면 안 돼요.”“가능하면 앞으로 몇 년은 가지 않는 게 좋겠어요.”그 말을 듣자 백하린은 가슴이 철렁했다.“제가 창피한 거예요...?”“그런 뜻 아니에요.”난감해진 서운혁은 침대 가장자리에 앉아 차근차근 설명했다.백하린은 강지현은 물론 주상 그룹과 김씨 가문에도 이미 미움을 샀다. 해성 그룹이 백하린을 지켜 줄 수는 있어도 해원시로 돌아가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었다.백하린이 다칠까 걱정됐다. 게다가 강지현에게 품은 감정이 아직 남아 또 무슨 일을 벌일까 봐 염려스러웠다.“그럼 저도 데려가 주세요. 약속할게요. 해성 그룹이 꼭 주상 그룹과 미래 그룹을 이기게 만들겠어요. 저도 최선을 다할게요!”백하린은 눈물을 글썽이며 애원하듯 서운혁을 바라봤다.서운혁은 더 난감해져 백하린의 볼을 가볍게 꼬집었다.“바로 그런 생각을 하고 있으니까 해원시에 보내고 싶지 않은 거예요. 예전에 강지현 씨와 있었던 일은 하린 씨가 잘못했잖아요. 이제 지난 일은 내려놔야죠.”답답해진 백하린은 그대로 입을 맞춰 서운혁의 말을 막았다.눈을 감은 순간 참았던 눈물이 서운혁의 손등 위로 떨어졌다.서운혁이 미간을 찌푸렸다.“하린 씨...”“제가 해원시에 돌아가려는 게 단순히 오기 때문이라고 생각하세요? 저 그렇게 바보 아니에요. 지금은 정말 제대로 살아 보고 싶고 새로 시작하고 싶어요. 제가 이러는 건 전부 운혁 씨랑 해성 그룹을 위해서예요.”말을 마친 백하린은 서운혁의 품에서 몸을 일으켰다.“됐어요. 안 데려가시겠다면 안 갈게요. 대신 저를 그렇게 생각하지는 마세요. 그저 운혁 씨와 함께하고 싶었을 뿐이에요.”백하린이 순순히 해원시에 가지 않겠다고 물러서자 서운혁의 마음이 또 흔들렸다.“미안해요... 제가...”“미안해하실 것 없어요. 제가 잘못한 게 맞잖아요. 운혁 씨 말이 맞아요. 저를 그렇게 생각하는 것도 당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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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7화

송준호는 서툰 영어로 노인의 정체와 동료의 행방을 거칠게 추궁했다.노인은 깜짝 놀라 겁에 질린 얼굴로 송준호를 바라봤다.한참이 지나서야 노인은 자신이 송준호를 구해 준 사람이라고 겨우 설명했다.두 사람은 한동안 서툰 영어로 대화를 이어 갔다. 결국 노인은 두 손을 들어 보인 뒤 송준호를 다시 오두막으로 데려갔다.노인은 밖에 널어 말려 둔 옷을 걷어 송준호에게 돌려준 뒤 손짓까지 섞어 가며 어젯밤 일을 설명했다.어젯밤 송준호는 더는 버티기 힘든 김태하를 업고 한참을 걸었다. 그러다 피로와 졸음을 이기지 못하고 쓰러졌다.노인은 산림 관리원이었다. 순찰을 돌며 차를 몰고 지나가다 송준호를 발견했다고 했다.그런데 노인이 송준호 곁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다른 동료가 보이지 않았다. 다만 자리를 떠날 무렵 멀리서 차 한 대가 빠져나가는 모습은 봤다고 했다.워낙 외진 곳이라 차가 거의 다니지 않아 당시에도 이상하게 여겼다는 것이다.송준호는 가진 것도 없었고, 노인도 아침부터 일을 해야 했다. 그래서 우선 근무지 근처로 데려와 쉬게 한 것이었다.송준호는 속이 싸늘하게 식었다.설마 임지태 쪽 사람들이 김태하를 데려간 건가? 그렇다면 왜 자신은 잡아가지 않았지?임지태 성격이라면 설령 자신을 살려 줄 생각이 있었다 해도 이렇게까지 봐줄 리 없었다. 조직의 비밀을 이만큼이나 알고도 배신한 사람을 순순히 풀어 줄 인간이 아니었다.아무리 생각해도 답이 나오지 않았다. 지금은 이 지긋지긋한 곳부터 빠져나가 외부에 소식을 알리는 게 우선이었다.당장 떠나려던 송준호는 한 걸음 떼자마자 힘이 풀려 그대로 쓰러졌다....사흘 뒤, 강지현은 꿈에서 화들짝 깨어났다.안에서 놀라 깨어난 기척이 나자 방 밖을 지키던 간호사와 가정부가 바로 문을 열고 들어왔다.두 사람은 급히 강지현의 상태를 살폈다.“지현 씨, 괜찮으세요? 어디 불편한 데 있으세요?”“...”강지현은 눈물 자국으로 얼룩진 얼굴로 두 사람을 바라보기만 했다. 한동안 말이 나오지 않았다.방금 꿈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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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8화

김무언의 말을 듣자 강지현은 온몸의 피가 식는 것 같았다.저런 말을 한다는 건... 설마 정말 안 좋은 소식이라도 들은 걸까?입을 열었지만 목이 메어 아무 소리도 나오지 않았다. 눈물 한 방울이 뺨을 타고 흘렀다.지현우도 고개를 숙인 채 차마 강지현을 바라보지 못했다.은주희는 급히 강지현의 손을 잡아 소파에 앉혔다. 서 있다가 쓰러질까 걱정됐기 때문이다.“...”거실은 순식간에 무거운 침묵에 잠겼다.은주희는 미간을 찌푸린 채 김무언을 돌아봤다. 그녀도 울음을 참느라 눈가가 벌게져 있었다.위로하려는 뜻인 건 알겠지만 너무 성급한 말이었다.한참 뒤에야 겨우 진정한 강지현이 지현우를 바라봤다.“지 대표님, 혹시... 제 남편의 신원이 이미 확인된 건가요...?”“아닙니다.”지현우는 잠시 멈칫했다가 바로 대답했다.“여섯 구의 시신은 대부분 심하게 불에 탔고, 남아 있는 조직만으로는 신원을 확인할 수 없습니다. 주변도 전부 수색했고요... 발견된 건 이것뿐입니다.”지현우는 미세하게 떨리는 손으로 밀봉 봉투 하나를 앞으로 내밀었다.오늘 경찰에게서 받아 온 증거물이었다. 봉투 안에는 다이아몬드 커플링 한 쌍이 들어 있었다. 강지현과 김태하가 약혼할 때 맞춘 반지였다.모두 봉투만 바라봤다.안에는 심하게 뒤틀린 반지 두 개가 들어 있었다. 원래 빛나던 백금 표면은 새까맣게 그을렸고 곳곳이 불에 타 울퉁불퉁하게 변해 있었다. 그중 하나는 고열에 녹았다 다시 굳으면서 형태까지 눈에 띄게 일그러져 있었다.그렇게 처참하게 그을리고 변형됐는데도 다이아몬드 두 알은 여전히 제자리에 박혀 있었다.한쪽 다이아몬드는 거미줄처럼 잘게 금이 가 빛을 잃은 채 흐릿했고, 다른 하나는 비교적 온전했지만 재가 내려앉아 더는 반짝이지 않았다.강지현은 숨도 쉬지 못한 채 굳어 버렸다.밀봉 봉투를 집어 든 강지현은 한참 동안 눈을 떼지 못했다.은주희는 입을 틀어막고 울음을 터뜨렸다. 김무언도 고개를 숙인 채 눈을 감았다.“이건... 폭발 지점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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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9화

지현우는 강지현을 보며 미간을 찌푸렸다. 가슴이 답답해 숨이 막힐 것 같았다.입술을 몇 번 달싹였지만 끝내 위로할 말을 찾지 못했다.은주희가 급히 강지현을 끌어안았다.“지현아, 나쁜 생각은 하지 마. 태하는... 비록 너와 끝까지 함께하지는 못했어도 너랑 있을 때 정말 행복했어. 내가 봐서 알아. 너와 아이를 지킬 수 있었다면 절대 후회하지 않을 거야.”“...”김무언은 사람을 위로하는 데 서툴렀다. 그래도 은주희 외의 여자가 우는 모습에 이토록 마음이 아픈 건 처음이었다.김무언은 자리에서 일어나 지현우에게 눈짓을 보낸 뒤 먼저 나갔다.은주희는 한동안 강지현을 달랬지만 강지현은 끝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은주희의 품에 기대 눈을 감은 채 조용히 눈물만 흘렸다.가슴이 무너질 만큼 괴로웠지만 강지현은 끝까지 이성을 놓지 않았다. 어떻게든 버텨야 했다.한참 뒤 강지현은 은주희의 품에서 몸을 일으켰다.“지 대표님, 태하는 우리 약속을 저버릴 사람이 아니에요. 신원이 확인되지 않았다면 아직 살아 있을 가능성도 있잖아요. 수색 범위를 더 넓혀 주실 수 있을까요? 산맥 전체든, 그보다 더 넓은 곳까지라도요.”문득 송준호가 떠올랐다. 시신이 여섯 구나 발견됐다는 건 마지막 순간 다른 사람들이 현장에 왔다는 뜻이었다.임지태 쪽 사람들이 온 게 맞다면 설령 김태하가 빠져나오지 못했더라도 송준호가 가만히 당하고만 있지는 않았을 것이다.지금 송준호도 행방불명 상태였다. 그렇다면 김태하에게도 아직 희망이 있을지 몰랐다.지현우는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습니다.”지금 강지현이 무슨 부탁을 하더라도 지현우는 들어줄 생각이었다.인맥을 더 동원하고 돈을 더 쓰면 됐다. 그래도 안 되면 사람을 따로 고용해서라도 계속 찾으면 됐다.강지현이 조금이라도 마음을 추스를 수 있다면 몇 달이든, 일 년이든 수색을 이어 갈 생각이었다.지현우가 떠난 뒤 강지현의 몸 상태가 급격히 나빠졌다.임신한 지 겨우 한 달이었지만 입덧이 몹시 심했다. 큰 충격을 받은 탓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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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0화

“여보... 일단 나가 있어요. 지현이는 지금 쉬어야 해요.”은주희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강지현은 두 사람에게 등을 돌린 채 몸을 웅크리고 있었다. 잠들지는 않았지만 김무언의 말에도 반응하지 않았다.“태하가 자기 명의 재산을 전부 너한테 넘겼어. 미래 그룹까지 네게 맡겼고.”“예전 같았으면 태하가 이런 결정을 내린 걸 보고 정신이 나갔다고 생각했겠지. 하지만 지금은... 왜 그랬는지 조금은 알 것 같다. 태하가 널 사랑하고 믿은 만큼 너도 태하를 위해 똑같이 해 왔으니까.”“그러니 서로 맡은 책임은 끝까지 감당해야 해. 그래야 그토록 깊이 사랑했던 시간이 헛되지 않지.”김무언은 은주희의 만류도, 강지현의 무반응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저 옆에 선 채 차분히 말을 이어 가며 계속 오렌지 껍질을 벗겼다.“여보...”은주희가 다시 그를 말렸다.김무언은 다 깐 오렌지를 한쪽에 내려놓고 강지현의 여윈 등을 바라봤다.“미래 그룹이 요즘 큰 문제를 앞두고 있어. 상대 회사가 우리와 내년도 공식 사업권을 놓고 경쟁 중이야. 미래 그룹의 핵심 사업인데 상대는 오래전부터 준비해 왔고 기세도 만만치 않아. 우리가 지면...”“미래 그룹이 오랫동안 쌓아 온 모든 게 무너질 뿐 아니라 어렵게 얻은 업계 지위도 지킬 수 없어. 기업은 한번 밀리기 시작하면 무너지는 건 순식간이야.”“김무언 씨!”은주희는 그의 의도를 알아차리자 결국 화를 냈다. 이런 상황에서도 회사와 이익부터 걱정할 줄은 몰랐다.하지만 김무언은 은주희의 반응에 아랑곳하지 않고 더욱 무거운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네가 가장 먼저 소식을 막은 건 미래 그룹이 흔들리지 않게 하고 사람들을 안정시키려던 거잖아. 태하 대신 그 애가 짊어졌던 책임과 미래 그룹을 지키고 싶은 거고. 이 회사는 태하가 일군 것이자 네게 남긴 전부니까.”“태하는 없지만 너와 아이는 계속 살아가야 해. 슬픔에 빠져 정말 중요한 걸 놓치고 나중에 후회하는 일은 없었으면 한다.”“태하도... 네가 이렇게 있는 걸 바라지는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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