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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가짜 결혼, 진짜 신분: Chapter 721 - Chapter 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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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1화

“내일 바로 해원시로 돌아간다고?”뜻밖의 말에 은주희가 되물었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강지현은 이곳에서 몸을 추스르며 좀 더 머물겠다고 했다.물론 모두가 알고 있었다. 강지현이 이곳을 떠나지 못하는 건 김태하 때문이었다. 아직도 김태하가 죽지 않았다는 희망을 놓지 못하고 있었다.“네. 이제 돌아가야 해요.”은주희는 김무언을 힐끗 바라봤다.김무언은 보기 드물게 표정을 누그러뜨린 채 강지현을 바라보고 있었다. 친아들인 김태하에게도 좀처럼 보여 주지 않았던 아버지다운 모습이었다.“지현아, 여기 더 있고 싶으면 엄마가 같이 있어 줄게. 얼마나 오래든 괜찮아. 억지로 돌아갈 필요 없어. 회사는 누가 한 명 없다고 멈추는 곳이 아니야. 미래 그룹도 주상 그룹도 마찬가지고. 사업에는 끝이 없잖아. 네가 무슨 책임을 짊어질 필요도 없어. 몸 잘 챙기고 너희 아이만 잘 지켜.”은주희는 진심을 담아 말했다.그녀의 생각은 김무언과 달랐다. 강지현이 다시 일어서길 바란다고 해도 굳이 무거운 짐까지 떠안길 필요는 없었다.책임이니 뭐니 하는 건 중요하지 않았다. 며느리가 무사하기만 하면 됐으니까.강지현은 울컥했지만 곧 웃으며 은주희의 팔을 꼭 끌어안았다.“어머님, 며칠 동안 정말 고생 많으셨어요. 돌봐 주셔서 감사해요. 저 괜찮아요. 억지로 버티는 것도 아니니까 걱정하지 마세요.”은주희가 다시 말리려 하자 강지현이 먼저 말했다.“아버님과 일정은 이미 잡아 뒀어요. 오늘 처리할 일도 좀 있어서 먼저 다녀올게요.”강지현이 나가자 은주희는 곧장 김무언의 팔을 한 대 쳤다.“여보, 꼭 나를 속 터져 죽게 해야겠어요? 평생 태하한테 진 빚도 다 못 갚을 사람이!”김태하 이야기가 나오자 은주희는 또다시 울컥했다.김무언도 슬픔을 감추지 못했고, 은주희가 때리든 욕하든 묵묵히 받아들였다. 그래야 조금이라도 스스로를 용서할 수 있을 것 같았다.“못 갚지. 나도 알아. 하지만 여긴 위험해. 그놈들은 아직 잡히지도 않았고 무슨 짓이든 할 수 있는 놈들이야. 지현이를 다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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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2화

이번에 김태하에게 일이 생기면서 할아버지와 손녀의 관계도 사실상 끝나 가고 있었다.주호석은 강지현이 오늘 자신에게 답을 들으러 왔다는 걸 알고 있었다. 다만 이렇게 빨리 떠날 줄은 몰랐다.지난 이틀 동안 주호석은 배아름을 시켜 강지현의 상태를 알아보게 했다. 강지현이 지현우에게 계속 김태하를 찾게 하며 M국에 한동안 더 머물 줄 알았다.김태하 일로 크게 상심한 만큼 당분간은 쉽게 추스르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다.그런데 강지현은 예상과 달리 바로 떠나겠다고 했다.한참 뒤 주호석이 물었다.“해원시로 돌아간다고? 이렇게 서두르는 이유가 있느냐?”“주상 그룹도, 미래 그룹도 일이 있으니까요.”강지현은 담담하게 대답한 뒤 차갑게 주호석을 바라봤다.“...”주호석은 아무 말 없이 다음 말을 기다렸다.강지현도 돌려 말하지 않았다.“엄경미는 죽어야 해요. 그 여자뿐 아니라 엄씨 가문도 끝장나야 하고요.”“할아버지는 엄씨 가문과 왕래가 깊으시니 손녀 부탁 정도는 들어주실 수 있겠죠.”주호석은 잠시 믿을 수 없다는 얼굴로 강지현을 바라봤다. 지금 자신에게 명령하는 건가?하지만 강지현의 말이 틀린 건 아니었다.주호석은 엄씨 가문과 오랫동안 가까이 지내 왔다. 엄경미를 주승호와 결혼시킨 것도 엄씨 가문이 쓰임새가 많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집안에서 사랑받지 못한 딸인 엄경미는 자신을 증명하려고 필사적으로 노력했기에 다루기도 쉽다고 봤다.주호석에게 가장 중요한 건 늘 통제였지만 엄경미가 이 정도로 미친 사람일 줄은 몰랐다.결국 계산이 어긋났다.“엄경미는 이미 지명수배 중이야. 게다가 네 목숨을 노린 사람들과 연관됐다는 확실한 증거도 아직 없어. 조상욱의 증언만으로는 유죄를 확정하기엔 부족해...”주호석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강지현이 잘라 말했다.“엄경미는 살인범이에요. 더 증명할 필요도 없어요. 전 지금 할아버지한테 답을 원해요. 그렇지 않으면 주승호가 가진 전 재산을 걸고 할아버지와 한배를 탈 거예요.”주호석은 말을 잃었다. 그는 엄경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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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3화

“엄씨 가문과 엄경미가 반드시 한몸인 건 아니야. 내가 그 집안과 척을 져 봐야 득 될 것도 없고.”주호석은 잠시 생각한 뒤 한발 물러서며 말투를 누그러뜨렸다. 강지현에게 이해득실을 설명해 설득할 생각이었다.그녀라면 주호석이 가진 모든 것이 머지않아 자신과도 이어진다는 사실을 모를 리 없었다.주씨 가문의 모든 것은 훗날 강지현의 자원과 버팀목이 될 터였다.하지만 엄씨 가문을 무너뜨리면 주호석 역시 적지 않은 손해를 감수해야 했다.“할아버지가 손을 안 쓰셔도 엄씨 가문은 무너져요.”강지현은 그렇게 말하고 돌아서 나가려 했다.그런데 방을 나서기도 전에 뒤에서 주호석이 입을 열었다.그는 전화를 걸어 부하에게 엄씨 가문과 진행 중인 모든 협력을 끊으라고 지시했다. 자신이 손해를 보더라도 엄씨 가문을 떠받치고 있는 거래까지 전부 끊으라고 했다.강지현이 걸음을 멈췄다.뒤돌아보니 막 전화를 끊은 주호석이 굳은 얼굴로 강지현을 바라보고 있었다. 평생 남을 협박하고 통제해 온 주호석이 마침내 자신이 쓰던 방식 그대로 당한 셈이었다.그 상대가 자기 손녀일 줄은 몰랐다.주씨 가문에 강지현 같은 사람이 태어난 것이 정말 엄경미의 말처럼 가장 큰 불행인지도 몰랐다.강지현은 주호석에게 가볍게 고개를 숙였다. 다시 돌아서려는 순간, 화가 치민 주호석이 숨을 몰아쉬며 거칠게 기침했다.숨이 가빠지자 불안해진 주호석이 강지현을 불러 세웠다.“이제는 이 늙은 할아비 보러 올 생각도 없는 게냐?”강지현은 걸음을 멈추지 않았고 뒤돌아보지도 않았다. 비스듬한 햇빛이 발치에 길게 드리운 가운데 그녀는 그대로 걸음을 옮겼다.“평생 그렇게 걱정을 끌어안고 사셨으니, 이제부터 그저 오래오래 건강하게 사셨으면 좋겠어요.”직접적인 대답은 아니었지만 그 말에 주호석은 아주 잠깐 희망을 품었다. 그러나 이어진 한마디가 그 희망을 완전히 꺼뜨렸다.“그래야 할아버지 뜻을 이어받을 후계자를 제대로 고르실 테니까요. 결국 할아버지께 제일 중요한 건 그거잖아요.”“...”멀어지는 강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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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4화

강지현은 짧고 단호하게 말을 마치고 배아름에게 더 대답할 틈도 주지 않은 채 자리를 떠났다.배아름은 멀어지는 강지현을 바라보다 문득 지현우가 왜 강지현을 그렇게 좋아하는지 알 것 같았다.볼일을 모두 마치고 나니 해는 이미 완전히 저물어 있었다.호텔로 돌아가던 중 강지현은 갑자기 최동윤에게 길을 바꾸라고 했다. 차는 김태하와 함께 사고를 당했던 버스 현장 쪽으로 향했다.최동윤은 내키지 않았지만 강지현이 워낙 완강했다. 자신이 데려가지 않으면 다른 사람을 불러서라도 갈 게 뻔했다.최동윤도 지난 며칠 내내 마음이 무거웠다.김태하는 늘 최동윤을 잘 대해 줬고, 최동윤도 오래전부터 그를 중요한 친구처럼 여기고 있었다.김태하에게 이런 일이 생긴 지금, 최동윤에게 남은 생각은 하나뿐이었다. 김태하 대신 강지현을 잘 돌보는 것.밤이 되어서야 며칠 전 사고가 났던 도로에 도착했다. 관광지 산길을 따라 난 도로라 당시의 처참한 현장은 이미 말끔히 정리돼 있었다.아스팔트 곳곳에 새까맣게 그을린 흔적만 얼룩처럼 남아 있었다.강지현이 차에서 내리자 최동윤도 수행 경호원 두 명을 데리고 곧장 따라붙었다.그녀는 당시 버스가 있던 자리까지 걸어가 쪼그려 앉아 바닥을 손으로 짚었다. 애초에 여기까지 올 생각이 아니었던 터라 데려온 사람도 많지 않았다.사건이 일단락된 듯 보여도 그 조직 사람들은 아직 잡히지 않았다. 완전히 안전하다고 장담할 수 없었다.한동안 기다리던 최동윤이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지현 씨, 밤에는 추워요. 몸부터 챙기세요.”“너무 늦게 돌아가도 위험합니다.”하지만 강지현은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한참 앞을 바라보다 자리에서 일어나 빠르게 걸었다.최동윤도 서둘러 뒤를 따랐다.강지현은 도로를 따라 30분가량 계속 걸었다. 길 양쪽은 온통 산과 숲뿐이었다.앞으로 갈수록 길은 좁아졌다. 큰길은 거의 없고 구불구불한 샛길만 산속 깊고 험한 곳으로 이어졌다.최동윤이 참지 못하고 말했다.“지현 씨, 이쪽은 지 대표님이 이미 사람을 보내 전부 수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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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5화

김태하의 옷과 소지품은 모두 챙겨 해원시로 함께 가져가기로 했다.끝내 유해를 찾지 못하더라도 김태하는 반드시 가족과 함께 집으로 돌아가야 했다.전용기는 곧 이륙해 맑고 끝없는 M국의 하늘을 빠르게 벗어났다.같은 시각, M국 수도 외곽의 산속 별장에서는 금발의 외국인 의사들이 한 침실을 드나들며 침대 위 환자의 상태를 논의하고 있었다.말끔한 정장 차림의 남자가 밖에서 들어오더니 손목을 한 번 돌리고 곧장 침대 쪽으로 향했다.주변 사람들은 남자를 보자 길을 비켜 주며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남자는 M국 사람이 아니었다. 검은 머리에 짙은 눈동자, 크고 반듯한 체격에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풍겼지만 표정은 날카롭고 냉정해 쉽게 다가가기 어려워 보였다.“상태는?”남자가 곁에 선 비서에게 낮게 물었다.비서는 바로 외국어로 의사들과 이야기를 나눈 뒤 답했다.“육 대표님, 상태가 심각합니다.”“팔다리 여러 곳이 골절됐고 경미한 내출혈도 있습니다. 무엇보다 신경 손상이 가장 위험합니다. 아직까지 의식을 찾지 못한 것도 그 때문입니다.”비서의 설명을 들으며 육운성은 침대 위 남자를 바라봤다. 산소 마스크를 쓴 얼굴에는 생기가 전혀 없었다.“무슨 수를 써서라도 깨우라고 해.”육운성은 미간을 찌푸린 채 차갑게 지시했다. 비서는 바로 의사들에게 말을 전하러 갔다.육운성은 자리에 앉아 눈에 띄게 수척해진 김태하를 한참 바라봤다.“김태하, 정신 차려. 너 원래 목숨 질기다고 했잖아. 이렇게 쉽게 죽지 마.”김태하에게 한 말인지, 스스로에게 하는 말인지 알 수 없었다.육운성은 저녁 무렵까지 방을 지켰다. 비서가 찾아와 재촉하고 나서야 자리에서 일어났다.육운성은 M국에서 가장 큰 도박 사업을 운영하고 있었다. 사업 규모가 커서 밤이면 거의 매일 각종 모임과 접대가 이어졌다.육운성이 지금의 자리까지 올라올 수 있었던 것도 과거 김태하가 자신을 너그럽게 품어준 덕이었다.차에 오른 육운성은 다시 한번 비서에게 말했다.“집에 특별한 손님이 있다는 건 철저히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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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6화

당시 육운성은 아직 어렸다. 극심한 공포에 휩싸이자 억울함과 원망이 한꺼번에 치밀었다.자기가 이런 꼴을 당한 건 전부 김태하 때문이라고 생각했고, 살기 위해 납치범들에게 김태하를 잡는 데 협조하겠다고 먼저 제안했다.결국 육운성은 정말 김태하를 학교 정문으로 불러냈고, 그 대가로 자신은 풀려났다.하지만 풀려난 뒤 곧바로 후회했다.육운성은 특별히 선한 사람은 아니었어도 남을 해칠 생각까지 품고 있던 건 아니었다.다행히 김태하는 얼마 지나지 않아 구조돼 무사히 돌아왔다.그 일 이후 육운성은 더는 김태하에게 다가가지 않았다. 두 사람은 자연스럽게 멀어졌고 대화도 끊겼다.그러다 중학교를 졸업할 무렵, 집안 형편 때문에 학교를 그만두려던 육운성을 김태하가 찾아와 큰돈을 지원해 줬다.알고 보니 김태하는 육운성을 친구로 생각하고 있었다.육운성이 먼저 다가오고 잘해 줬던 일도 모두 기억하고 있었다.다만 김태하는 원래 말주변이 없고 사람과 어울리는 법도 잘 몰랐다. 그래서 늘 무뚝뚝하게 반응했을 뿐이었다.김태하에게 육운성은 친절하고 성실한 친구였다. 자신에게 여러 번 도움을 준 것도 잊지 않고 있었다. 그는 육운성이 종종 M국에서 성공하는 게 꿈이라고 말했던 것도 기억하고 있었다.가장 좋은 대학에 들어가 최고의 인재가 된 뒤 큰돈을 벌고 싶다고 했다.김태하는 당시 별말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육운성이 학업을 포기해야 한다는 소식을 듣자 바로 사람을 시켜 M국 학교에 지원할 수 있게 도와줬다.비용도 아끼지 않았다. 육운성이 학교에 합격하기만 하면 필요한 돈은 전부 김씨 가문에서 지원하기로 했다.김태하가 솔직한 속마음을 털어놓자 육운성은 부끄러워 견딜 수가 없었다. 그 자리에서 과거 자신이 저지른 일을 전부 고백하고 용서를 구했다.김태하가 자신을 완전히 혐오할 거라 생각했지만, 뜻밖에도 김태하는 그의 어깨를 세게 한 번 치고는 그 일을 더는 문제 삼지 않았다.“앞으로는 그런 못된 짓 하지 마. 나한테 빚진 건 꼭 갚고.”육운성은 그때 아무렇지 않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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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7화

육운성에게는 공회 내부 소식을 전해 주는 사람이 있었다. 덕분에 김태하가 위험한 상황이라는 걸 알게 됐다.오랜 인연을 생각해서라도 반드시 김태하를 구해야 했다. 하지만 지금 자신의 처지를 생각하면 직접 이 일에 뛰어들 수는 없었다.공회를 적으로 돌리는 것만으로도 골치 아픈데, 거래해 온 큰손들까지 여럿 잃을 수 있었다.그래서 육운성이 할 수 있는 건 공회 사람들보다 먼저 김태하를 찾아 아무도 모르게 구해 내는 것뿐이었다.그 뒤 안전하게 국내로 돌려보내면 됐다.단, 그 모든 과정은 누구도 눈치채지 못하게 조용히 끝내야 했다.밤구름이 흘러가고 달빛이 기울더니 어느새 해가 떠올랐다. M국에 막 아침이 밝을 무렵, 강지현은 밤이 내려앉은 해원시에 도착했다.은주희는 강지현을 혼자 두기가 걱정돼 김씨 가문 저택으로 데려가려 했지만 강지현이 거절했다.강지현은 차분하게 인사를 건넸다. 그녀는 지금 그저 집에 돌아가 혼자 푹 쉬고 싶었다.은주희도 억지로 권하지 않고 최동윤에게 강지현을 먼저 집에 데려다주라고 부탁했다.지순옥과 김윤석 두 어른도 집에 있었다. 김태하의 일을 어떻게 말씀드려야 할지 아직 정하지 못한 데다, 지금 강지현에게 더 큰 부담을 줄 수도 없었다.“그럼 내일 내가 보러 갈게. 오늘은 푹 쉬고 너무 많은 생각 하지 마.”은주희는 강지현을 한 번 꼭 안아 주고 뺨을 쓰다듬은 뒤 김무언과 함께 떠났다.김무언도 표정이 무거웠다. 집에 돌아가 두 어른을 마주하면 김태하 이야기를 어떻게 꺼내야 할지 막막했다.미래 그룹도 문제였다. 김태하가 없는 미래 그룹을 강지현이 정말 버텨 낼 수 있을까?능력도 책임감도 충분했지만 강지현은 임신한 몸이었다. 무엇보다... 김태하의 사망 소식을 언제까지 숨길 수 있을까?김무언이 걱정하던 문제들은 강지현도 돌아오는 내내 이미 한 번씩 생각해 본 것들이었다.다만 지금은 너무 많이 울고 지쳐 있었고 몸도 무거웠으니 우선 쉬어야 했다.최동윤은 아파트 앞에 차를 세운 뒤 엘리베이터까지 데려다주려 했지만 강지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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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8화

강지현은 곧장 주방으로 뛰어갔다. 하지만 눈앞에 있는 사람은 그토록 보고 싶던 김태하가 아니었다.현다영이 돌아봤다.“지현 언니!”옆에는 아주머니 한 명이 주방 일을 하고 있었다. 강지현과 눈이 마주치자 가볍게 고개를 숙였다.낯익은 얼굴이었다. 지순옥 곁에서 자주 보던 아주머니였다.현다영이 강지현 쪽으로 다가왔다.그녀는 소매를 높이 걷어붙이고 있었다. 손에는 물기가 묻어 있었다. 조금 전까지 아주머니를 도와 채소와 과일을 씻고 있었다.“다영아, 네가 왜 여기 있어...?”실망한 기색이 잠깐 스쳤지만 현다영을 보자 강지현의 얼굴도 자연스럽게 풀렸다.현다영은 강지현의 팔을 끌어안으며 말했다.“은 여사님이 언니 곁에 있어 달라고 하셨어요.”현다영도 온 지 얼마 되지 않았다. 강지현은 어지간히 피곤했는지 깊이 잠들어 있었다.방으로 옮겨 재우고 싶었지만 괜히 깨웠다가 다시 잠들지 못할까 봐 그러지 못했다.조금 더 기다렸다가 아주머니가 아침을 준비하면 강지현에게 뭐라도 먹인 뒤 방에서 쉬게 할 생각이었다.강지현은 가슴이 뭉클했다. 은주희는 직접 곁에 있으면 부담을 줄까 봐, 그렇다고 혼자 두면 너무 힘들어할까 봐 일부러 친구를 보내 준 셈이었다.현다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이미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고 있었다.현다영은 강지현을 조심스럽게 소파에 앉히고 따뜻한 물을 따라 줬다.“언니, 배 안 고파요?”강지현은 고개를 저었다.강지현은 따뜻한 컵을 손에 쥐고도 한 모금도 마시지 않았다.“안 고파도 지금은 영양 잘 챙겨야 해요. 좀 더 드셔야죠.”“저는 배고파요. 은 여사님한테 들었는데 언니네 아주머니 음식 솜씨가 좋다면서요. 저 여기서 하루 세 끼 다 얻어먹어도 돼요?”현다영이 일부러 가볍게 말하자 강지현이 희미하게 웃었다.“몇 끼든 먹고 싶은 만큼 먹어.”“그럼 염치없이 좀 얻어먹을게요.”현다영은 웃으며 말했지만 마음은 더 무거워졌다. 이런 상황에 농담이 어울리지 않는다는 걸 자신도 알고 있었다.김태하가 세상을 떠났다는 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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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9화

최동윤은 알겠다고 대답했지만 그대로 서 있었다.한참 뒤 강지현이 고개를 들었다.“됐어요. 가서 일 보세요.”최동윤은 무슨 말인가 하려다 망설였다.“무슨 일 있어요?”“아닙니다.”최동윤은 고개를 저은 뒤 결국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나갔다.최동윤이 떠나자 현다영이 바로 강지현을 말렸다.“언니, 너무 오래 일했어요. 이제 좀 쉬어요. 제가 디저트 만들었는데 맛볼래요?”강지현은 아직 보지 못한 서류가 많아 거절하려 했지만 현다영이 계속 졸라 대는 바람에 결국 자리에서 일어나 식당으로 향했다.방을 나오고 나서야 강지현은 현다영과 아주머니가 집 안 분위기를 완전히 바꿔 놓은 걸 알아차렸다.소파에는 알록달록하고 귀여운 쿠션이 가득했고, 테이블을 비롯한 집 안 곳곳에는 생화가 놓여 있었다.강지현이 단것을 좋아한다는 걸 아는 현다영은 케이크를 두 종류나 만들었다. 한눈에도 정성이 느껴졌다.“맛있다.”한입 맛본 강지현이 웃었다.현다영이 활짝 웃으며 말했다.“언니 입에 맞아서 다행이에요. 저 처음 만들어 봤어요. 아주머니가 가르쳐 주셨어요.”“너 진짜 대단하다. 나중에 너랑 결혼할 사람은 입이 호강하겠네.”강지현은 무심코 말한 뒤 문득 무언가가 떠올라 잠시 표정이 굳었다.현다영도 덩달아 긴장했다.“저는 그냥 열심히 일해서 돈 벌고 싶어요. 그런 건 아직 저한테 너무 먼 얘기예요.”강지현은 더 말하지 않았다.그때 현다영의 휴대폰이 갑자기 울렸다. 발신자를 확인한 현다영은 바로 전화를 끊었다. 그러나 같은 번호로 계속 전화가 걸려 왔다.강지현이 눈썹을 살짝 올렸다.“괜찮아. 전화 받아.”“괜찮아요.”현다영은 미간을 찌푸리며 다시 전화를 끊고 휴대폰을 무음으로 바꿨다.강지현은 우연히 화면에 뜬 번호를 확인했다.“주단우가 전화한 거야?”현다영은 조금 난처해하며 고개를 끄덕였다.강지현은 한숨을 내쉬었다.“그 사람이 그렇게 좋아?”“아니에요. 저 정말 그 사람 안 좋아해요!”현다영은 깜짝 놀라 다급히 부정했다.강지현이 고개를 저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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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30화

주단우는 그 이상 강제로 현다영을 건드리지는 않았다. 원하는 건 현다영이 제 발로 굴복하는 것이었다.현다영은 주단우가 견딜 수 없을 만큼 싫었다. 그렇다고 지고 싶지도 않았다. 결국 손에 든 칼로 자기 손목을 그었다.“너 너무 무모했어. 주단우랑 엮이면 손해 보는 건 너라고 내가 몇 번이나 말했잖아... 이 개자식.”강지현은 듣는 내내 가슴을 졸였다. 평소에는 그렇게 얌전하고 말을 잘 듣는 현다영이 막상 일을 벌였다 하면 앞뒤를 가리지 않았다.“저도 제가 손해 볼 거라는 건 알아요. 애초에 그 사람 곁에 접근할 때부터 이길 생각은 없었어요.”현다영은 고개를 숙였다.그녀는 그저 주단우가 괴롭고 고통스러워지기만을 바랐다. 가까이 가지 않으면 그의 약점을 알 수도, 무너지는 모습을 볼 수도 없었다.누군가에게 복수하는 일은 결국 자기 자신도 함께 갉아먹는 일이었다. 현다영은 이미 그 정도 각오는 하고 있었다.“그래서 너는...?”강지현은 아직 놀란 마음을 다 진정시키지 못한 채 조심스럽게 물었다.현다영은 고개를 저었다.“제가 협박하니까 물러났어요. 저한테 손대지는 않았어요.”현다영은 주단우 같은 겁쟁이에게는 협박이 먹힌다는 걸 알고 있었다. 일이 커져 자신까지 휘말리는 걸 꺼리는 사람이니 결국 물러설 거라고 판단했다.현다영의 판단은 맞았다. 사실 주단우는 이미 오래전부터 엄경미에게 밀려나 중요한 일에서 배제되고 있었다.엄경미 주변 사람들에게서 소식을 조금 들었을 뿐이었다. 강지현과 김태하가 M국에 갇혔다는 정도만 알고 있었다.이후 주시언에게서 강지현이 무사하다는 말을 들은 현다영은 더는 주단우를 상대하지 않았다.그런데 강지현이 해원시에 돌아오자마자 주단우가 다급하게 연락해 왔다. 아마 엄경미에 관한 소식을 캐내려는 거였다.현다영의 설명을 모두 듣고 나서야 강지현은 안심했다.강지현은 현다영의 상처를 조심스럽게 만지며 안타깝게 말했다.“다영아, 다시는 이런 바보 같은 짓 하지 마. 아무리 누군가를 미워해도 언제나 네가 제일 중요해.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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