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단우는 원래 누구에게도 자신을 변명하는 사람이 아니었다.하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자신의 모든 것을 꺼내 보여주고 싶은 정도였다.이게 모두 업보인 걸까.그동안 다른 사람의 감정을 가볍게 여기고 사랑을 장난처럼 대했던 대가.그래서 이제야 처음으로 누군가를 진심으로 좋아하게 됐는데 자신의 마음이 짓밟히는 것조차 당연한 일인 걸까.“현다영, 똑똑히 들어. 천루비가 사랑했던 남자는 내가 아니야.”“난 그 아이를 3년 동안 후원했어. 편지도 여러 번 주고받았고 좋은 아이였다는 것도 잘 알아. 하지만 처음 만났을 때부터 이미 병을 앓고 있었어. 오랫동안 그 아이를 다독였지만 결국 끝까지 붙잡지는 못했어.”“독한 말을 했던 것도 인정해. 한심하다고 생각했던 것도 사실이야. 사랑 때문에 목숨까지 버리려는 선택을 난 이해할 수 없었으니까.”주단우의 목소리가 조금씩 떨렸다.“하지만 내가 가장 후회하는 건... 그 아이가 내게 몇 안 되는 진심 어린 친구였는데도 더 많이 신경 써주지 못했다는 거야. 정작 가장 힘들어할 때 곁을 지켜주지 못했다는 거고.”주단우의 말을 들은 현다영은 꼼짝도 하지 못한 채 거의 1분 가까이 굳어 있었다.그는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 채 목의 핏줄까지 선명하게 드러나 있었고 눈가에는 눈물까지 맺혀 있었다.정말 억울하기 이를 데 없는 사람처럼 보였다.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현다영은 정신을 차렸다.그녀는 입꼬리를 비틀어 올리며 미간을 찌푸렸다.“이야기를 참 잘도 지어내네요. 주단우 씨가 아무 관계도 없는 사람을 3년씩이나 후원했다고요?”“정말 대단하네요. 그런 거짓말까지 할 줄은 몰랐어요. 하마터면 저도 감동할 뻔했잖아요.”현다영은 이를 악물고 한 글자씩 내뱉으며 주단우를 비웃었다.주단우는 끝내 감정을 억누르지 못했다.그는 성큼 다가가 현다영을 테이블 모서리 쪽으로 거칠게 밀어붙인 뒤, 그녀의 양팔을 꽉 움켜쥐었다.“끝까지 안 믿겠다는 거야? 어떻게 해야 믿을 건데? 천루비 가족을 직접 찾아가서 증명이라도 해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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