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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가짜 결혼, 진짜 신분: Chapter 751 - Chapter 7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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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51화

“그럼 오히려 잘된 거 아니에요?”백하린은 생각할 틈도 없이 속마음을 내뱉었다.서운혁이 바라보자 백하린은 곧바로 말을 덧붙였다.“제 말은, 정말 그런 일이 있었다면 이번 입찰에는 우리한테 유리하다는 뜻이에요.”서운혁은 무거운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조금 전에도 강지현 씨를 떠봤는데 반응이 너무 담담했어요. 대답할 수 없어서 그런 걸지도 모르죠.”“하지만 일부러 의뭉을 떠는 걸 수도 있어요. 김 대표가 다른 일을 꾸미느라 모습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가, 막판에 조건을 더 얹으려는 걸지도 모르고요.”서운혁은 여러 가능성을 하나씩 따져 봤다.김씨 가문에는 김태하 말고도 회사를 이끌 사람이 많았다. 회장인 김무언이 직접 입찰에 나서도 됐다.굳이 강지현 혼자 모든 짐을 떠안을 이유가 없었다.“그건 알아보기 어렵지 않아요. 저한테 맡겨요.”무언가 떠올랐는지 백하린의 표정이 묘하게 변했다....다음 날 정오, 회의를 막 끝낸 강지현에게 현다영의 전화가 걸려 왔다.점심도 거른 채 곧장 주상 그룹으로 향했다.주병찬은 이미 사무실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주주 관련 서류 몇 부를 들고 있는 걸 보니 단단히 작정하고 찾아온 모양이었다.문 앞에 서 있던 현다영이 눈짓으로 강지현에게 상황을 알렸다.주병찬이 요란하게 나타난 탓에 회사 안은 구경하려는 사람들로 술렁였다. 대표실 주변에 모일 엄두는 내지 못했지만, 강지현이 지나갈 때마다 몰래 시선을 보냈다.조금이라도 소란이 생기면 곧 주상 그룹에서 또 자극적인 소문이 흘러나올 터였다.강지현은 이미 각오하고 있었다. 현다영에게 눈짓해 대표실 근처 사람들을 물리게 한 뒤 혼자 사무실로 들어갔다.주병찬은 분명 따지러 온 것이었다.지금 주병찬과 주시언은 완전히 등을 돌린 상태였다. 주시언은 주씨 가문과 모든 관계를 끊겠다고 약속했다.그런데 오늘 강지현은 주상 그룹에서 주단우가 맡던 자리에 주시언을 앉혔다.강지현이 들어서자 주병찬은 인사도 없이 본론부터 꺼냈다.“지현아, 네 사적인 일에는 내가 간섭하지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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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52화

강지현은 처음에는 주병찬을 차분히 설득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주병찬이 시작부터 한 치도 물러서지 않았다.그녀도 정색하고 말했다.“큰아버지가 시언 오빠에게 큰 기대를 걸었다는 건 알아요. 하지만 오빠가 잘못된 선택을 했다고 생각하셔도, 그 인생까지 대신 결정할 권리는 없어요.”주병찬이 코웃음을 쳤다.“강지현, 지금 나한테 사람답게 사는 법을 가르치겠다는 거냐?”“그런 뜻이 아니에요. 하지만 두 분이 약속했다면 시언 오빠가 주씨 가문의 혜택을 받지 않고 떳떳하게 떠날 수 있게 해 주셔야죠. 주씨 가문 때문에 가는 곳마다 막히게 만드는 것도 공평하지 않아요.”“공평?”주병찬이 기가 막힌 듯 웃었다.“그 녀석은 어릴 때부터 보통 사람은 누리지 못할 걸 전부 누렸다. 이제 와서 무슨 자격으로 공평을 따져?”주병찬에게 공평이라는 말은 우스울 뿐이었다.더 이야기해 봐야 통하지 않을 것 같아 강지현도 말을 아끼기로 했다.“큰아버지를 잘 설득해 보려고 했지만, 서로 말이 통하지 않으니 여기까지만 할게요. 시언 오빠를 임명한 건 제 결정이지 오빠 뜻이 아니에요. 절차에 문제가 있다면 책임도 제가 지겠습니다. 큰아버지가 신경 쓰실 일은 아니에요.”주병찬이 끝까지 문제 삼는다면 강지현은 사내 절차상 거센 압박을 감당해야 했다.하지만 상관없었다. 지금은 주병찬은 물론이고 주씨 가문 전체와 척을 지더라도 두렵지 않았다.그때 주시언이 사무실로 뛰어 들어왔다.주병찬과 강지현이 자신 때문에 충돌했다는 소식을 듣고 곧장 달려온 것이다.주시언이 도착했을 때 하원영도 문 앞에 서 있었다.주병찬에게 들어가 사과하고 싶었지만 용기가 나지 않아 문 앞에서 머뭇거리고 있었다.주시언이 나타나자 혹시 충동적으로 행동할까 걱정돼 무심코 그의 팔을 붙잡았다.현다영이 주시언을 주상 그룹으로 부르자고 제안했을 때부터 하원영은 언젠가 이런 일이 벌어질 줄 알았다.그래도 주시언이 밖에서 계속 어려움을 겪는 모습을 두고 볼 수는 없었다.그래서 주시언이 주상 그룹으로 가도 되겠느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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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53화

“한 번만 기회를 주세요. 지금은 화가 나셔서 그러는 거지, 정말 매정한 아버지는 아니시잖아요. 무엇을 시키셔도 최선을 다할게요. 벌을 주셔도, 욕을 하셔도 괜찮아요. 아버님의 화가 풀리기만 한다면 전부 견딜게요!”“하원영!”주시언은 잠시 넋을 잃었다가 뒤늦게 하원영을 다그쳤다.주병찬에게 사정해 봐야 소용없다고 생각했고, 하원영이 이토록 비참하게 모욕당하는 것도 원하지 않았다.더구나...하원영은 하씨 가문에서 몰아세워질 때조차 누구에게 고개 숙여 빌지 않던 사람이었다.그런데 지금은 주시언을 위해 사람들 앞에서 주병찬에게 매달리고 있었다.하원영으로서는 마지막 자존심까지 내던진 셈이었다.두 사람을 바라보던 주병찬이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차갑게 웃었다.“그래. 좋아.”하원영은 다시 희망을 품었다.그러나 주시언과 강지현이 놀란 사이 주병찬이 말을 이었다.“내 앞에 무릎 꿇고 세 번 절하면 용서해 주마.”“...”하원영은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주시언은 즉시 그녀의 손을 잡고 주병찬을 노려봤다.“아버지, 너무하십니다. 원영이는 잘못한 게 없어요.”“벌을 받겠다고 한 건 저 애다. 예전에는 네가 저 애 때문에 갈비뼈까지 부러졌고, 이제는 가진 걸 전부 포기하려 한다. 그런데 저 애는 말 몇 마디로 너와 함께하겠다는 거냐?”주병찬은 한마디씩 끊어 가며 하원영을 비꼬았다.하원영은 이를 악물고 망설임 없이 무릎을 꿇으려 했다.주시언이 힘껏 붙잡았다.“하원영, 하지 마!”“놔요.”하원영은 울먹이며 주시언을 바라봤다. 그녀의 얼굴은 이미 붉게 달아올라 있었다.“나 할 수 있어요...”주병찬은 직접 일어나 사무실 문을 열었다. 하원영을 사람들 앞에서 망신주려는 의도가 분명했다.그가 차갑게 재촉했다.“난 기다려 줄 만큼 인내심이 없다. 용서를 빌 생각이 없으면 그만둬.”더는 지켜볼 수 없었던 강지현이 서둘러 문을 닫았다.“큰아버지, 두 사람 그만 몰아붙이세요.”“난 누구도 몰아붙이지 않았다.” 주병찬은 하원영을 비웃듯 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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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54화

“너희 결혼을 인정해 줄 수도 있다.”마침내 주병찬이 무겁게 입을 열었다.강지현은 곧바로 두 사람을 바라봤다. 하원영과 주시언도 잠시 희망을 품었다.그러나 다음 순간 주병찬은 더욱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내가 죽으면.”주병찬은 실망과 냉담함이 뒤섞인 얼굴로 주시언을 바라봤다.그는 그 말을 남기고 돌아섰다. 너무나 단호한 태도에 강지현조차 놀랐다. 하지만 그녀는 곧 정신을 차리고 주시언과 하원영을 일으켰다.하원영은 붉어진 얼굴로 고개를 숙였다.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듯 풀이 죽어 있었다.주시언은 하원영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가슴이 아팠다. 곧바로 품에 안고 등을 토닥였다.“바보야. 왜 그런 짓을 해. 아버지 성격은 내가 더 잘 알아. 우리 둘 다 고집이 세서 그래.”주시언이 낮은 한숨을 내쉬었다.하원영은 끝내 참지 못했다. 그의 품에 기대는 순간 눈물이 쉴 새 없이 흘러내렸다.“...”두 사람을 보던 강지현도 울컥했다.원래도 이런 모습을 보면 마음이 약해지는데, 임신한 뒤로는 감정이 더 쉽게 흔들렸다.“원영 씨, 시언 오빠, 너무 속상해하지 마세요. 큰아버지도 지금은 화가 나셔서 그러실 거예요. 이럴 때 맞서 봐야 소용없어요.”“두 분 다 주상 그룹에 그대로 계세요. 큰아버지가 무슨 일을 하셔도 제가 막을게요.”한동안 하원영을 달래던 주시언은 강지현을 바라봤다.“난 아버지를 잘 알아. 무슨 일이든 꼭 이기려고 하시지. 어머니와 헤어진 것도 그랬고. 그리고 아버지 말도 틀리지는 않아. 나는 주씨 가문에서 누릴 건 다 누린 뒤 이제 와 내 뜻대로 살겠다고 하니, 내 선택을 받아들이지 않을 권리도 있으시겠지.”“이 정도도 각오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내 마음에 책임을 지겠어?”주시언은 이미 이 모든 일을 각오한 듯 담담했다.그는 희미하게 웃으며 강지현을 안심시켰다.“우리 때문에 애쓰지 마. 해원시에서 버틸 수 없으면 다른 도시로 가면 돼. 이 나라가 이렇게 넓은데 아버지가 모든 곳을 막을 수는 없어.”“오빠...”강지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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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55화

강지현이 가진 자금은 대부분 주씨 가문과 얽혀 있어 주시언에게 직접 투자할 수 없었다. 하지만 주상 그룹과 관계없는 지인 중에도 괜찮은 투자자는 많았다.지현우도 그중 한 사람이었다.그 말을 들은 하원영은 금세 풀이 죽었던 기색을 지우고 주시언의 품에서 빠져나와 강지현을 힘껏 안았다.그렇게 솔직하게 감정을 표현한 건 처음이라 강지현도 놀랐다.“고마워요, 지현 씨!”“당연한 일이죠. 이제 우리도 한 가족이잖아요.”강지현은 하원영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이렇게 보니 아직 철들지 않은 어린아이 같기도 했다.주시언이 늘 귀하게 여기며 감싸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대신 저한테 한 가지 약속해 주세요.”부드럽게 말하던 강지현은 하원영의 두 뺨을 감싸고 진지하게 당부했다.“오빠와 결혼했으니 쉽게 포기하지 마세요. 어떤 어려움이든 이겨 낼 수 있어요. 사랑하는 사람들이 끝내 헤어지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고, 남들이 하는 말 때문에 원영 씨 마음이 흔들리는 것도 싫어요.”하원영은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이고 주시언을 돌아봤다.주시언은 처음부터 변함없이 다정한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 마음은 한 번도 달라진 적이 없는 듯했다.하원영의 가슴이 따뜻해졌다. 이제 자신도 어른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어릴 때 곁을 지켜 주던 소년은 이미 어른이 됐는데, 자신만 버림받는 게 두려워 제자리에 멈춰 있었다.사실 아무도 그녀를 버린 적이 없었다. 먼저 자신을 포기하려 했던 건 하원영 자신이었다.그러니 앞으로는...다른 사람이 자신을 버리기도 전에 먼저 스스로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M국, 저녁 무렵.김태하의 방에서 또다시 유리잔이 깨지는 소리가 났다.문밖에서 기다리던 사람들이 황급히 들어가 보니 바닥에는 또 유리 조각이 흩어져 있었다.침대에 누운 김태하는 여전히 팔을 뻗은 채 말을 듣지 않는 몸에 억지로 힘을 주고 있었다.“김 대표님, 필요한 게 있으면 언제든 저희를 부르시라고 말씀드렸잖아요.”가정부가 난처한 얼굴로 말했다.한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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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56화

육운성은 예상했다는 듯 더 권하지 않았다.김태하가 배가 고프지 않은 게 아니라 지금의 자신을 받아들이지 못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죽 한 그릇조차 제대로 먹기 어려웠다.그는 쓸모없는 사람이 된 자신을 견디지 못했다.“강지현 소식은 듣고 싶지 않아?”육운성이 무심히 물었다.김태하는 순간 미간을 찌푸렸다.그러나 육운성은 더 말하지 않고 입을 다물었다.잠시 뒤 김태하가 참지 못하고 그를 바라봤다.“지현이한테 무슨 일 생겼어?”“별일은 없어. 다만 요즘 처리해야 할 문제가 많지.”육운성은 다시 죽을 한 숟갈 떠 김태하의 입가에 가져갔다.김태하가 하루 종일 아무것도 먹지 않았다는 말을 듣고 일부러 강지현의 이름을 꺼낸 것이었다.역시 효과가 있었다.김태하는 먹고 싶은 마음이 전혀 없었지만 순순히 입을 벌려 죽을 한입 크게 받아먹었다.그가 순순히 먹자 육운성이 말을 이었다.“요즘 해성 그룹 책임자가 해원시에서 움직이고 있어. 해성 그룹과 미래 그룹이 입찰 경쟁 중이라더군. 강지현이 능력은 있어도 혼자 감당할 수 있을지는 아무도 모르지.”김태하의 표정이 어두워졌다.다른 일이라면 걱정했을지도 몰랐지만 미래 그룹의 일이라면 강지현을 전적으로 믿었다.“지현이는 문제없어.”김태하는 망설이지 않고 답했다. 무덤덤한 목소리에는 확신이 가득했고, 희미한 자부심까지 배어 있었다.“강지현이 유능한 건 알아. 하지만 너무 자신하지는 마. 능력이 뛰어난 여자일수록 어떻게든 꺾으려는 사람도 많으니까.”“너도 대단한 사람이지만 결국 남한테 당했잖아.”“강지현은 여자고 감정이라는 약점도 있어. 너 때문에 무너질 가능성이 없다고 어떻게 장담해?”말이 끝나자마자 김태하가 단호하게 대답했다.“지현이는 안 그래.”“넌 지현이를 몰라.”육운성은 비웃음을 흘렸다. 굳이 반박하지는 않았지만, 김태하가 격하게 반응한다는 것 자체가 완전히 확신하지 못한다는 증거였다.그 역시 강지현을 걱정하고 있었다.“어차피 넌 다시 강지현 만나지 않을 거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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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57화

숨이 가빠질 만큼 심장이 뛰었고 얼굴은 어느새 눈물범벅이었다. 한참 동안 감정을 추스른 뒤에도 다시 잠들 수 없었다.정오 무렵 주호석이 보낸 메시지가 도착했다.엄경미가 해원시로 돌아왔다. 다시 만난 엄경미는 강지현이 예상했던 것처럼 초라한 모습이 아니었다.화장은 하지 않아 평소보다 수수해 보였지만 피부는 여전히 잘 관리돼 있었다. 나이가 든 티도 전혀 나지 않았고, 평소 화려하고 귀하게 꾸몄을 때보다 오히려 친근하고 온화한 인상이었다.엄경미는 인도 절차를 거쳐 귀국했다. 현지 경찰에게 붙잡힌 게 아니라 스스로 자수했고, 이후 강지현을 만나겠다고 요구했다.만남 장소도 경찰서가 아니라 호텔 객실이었다.객실 밖은 두 나라 경찰이 지키고 있었다.청부 살인을 지시했다는 증거가 부족한 탓에 엄경미는 구금 대신 보석 상태로 재판을 기다리고 있었다. 변호사의 도움을 받아 당장은 이동의 자유만 제한됐다.강지현은 엄경미를 만나도 침착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막상 얼굴을 보자 온몸의 떨림을 억누를 수 없었다.머릿속으로 수많은 참혹한 장면이 스쳐 지나갔다.김태하의 목숨값은 반드시 피로 받아 낼 것이다!최동윤은 강지현의 상태가 심상치 않자 낮은 목소리로 만류했다.“지현 씨, 충동적으로 행동하시면 안 됩니다.”엄경미가 굳이 자수하고 강지현을 만나러 온 데에는 분명 속셈이 있었다. 더구나 아직 유죄를 확정할 명백한 증거도 없었다.호텔 객실 안에는 변호사와 경찰이 함께 있었다. 엄경미의 곁에는 시중을 드는 비서까지 붙어 있었다.“강지현, 또 만났네. 요 며칠은 잘 지냈어?”엄경미가 먼저 인사를 건넸다. 강지현이 죽일 듯 노려보는데도 여유로워 보였다.강지현은 주먹을 세게 쥐었다. 한참 동안 입술을 달싹이다가 겨우 냉소를 흘렸다.입안에는 순식간에 쇠 맛이 번졌다.“전 잘 지냈어요. 하지만 엄 대표님은 별로였겠죠. 세상 끝까지 도망치실 줄 알았는데 이렇게 빨리 끝내고 싶어 하실 줄은 몰랐네요.”“도망을 왜 가?”엄경미가 도발하듯 되물었다.“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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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58화

강지현이 증오를 숨기지 못하자 엄경미는 더욱 의기양양해졌다.“강지현, 내 요구는 간단해. 나한테 뒤집어씌운 혐의를 취하하고 주상 그룹의 경영권과 주승호의 유산을 넘겨. 그러면 앞으로는 서로 건드리지 않고 평화롭게 지낼 수 있어.”강지현은 어처구니가 없어 소리 내어 웃었다.“머리가 어떻게 되신 거 아니에요?”주변 사람들은 강지현이 이성을 잃을까 걱정했다. 경찰까지 나서 엄경미의 도발에 넘어가지 말라고 경고했다.명확한 증거가 부족하기는 해도, 모두 엄경미가 청부 살인을 지시했다는 사실을 거의 확신하고 있었다.M국이 수사에 협조하기만 하면 유죄 판결은 시간문제였다.그때 엄경미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김태하는 잘 있어?”그 말을 듣자 모두가 긴장했다. 강지현은 뭔가 낌새를 챈 듯 다시 엄경미에게 달려들었다.그녀는 엄경미의 옷깃을 거칠게 움켜잡았다.“당신이 그 사람 이름을 입에 올릴 자격이 있어요?”최동윤은 엄경미 측 사람이 강지현을 떼어 놓으려 하자 재빨리 앞으로 나서 그녀를 막아섰다.경찰도 엄한 목소리로 경고했다.“강지현 씨, 손을 놓으십시오.”강지현은 엄경미의 목이 조일 만큼 옷깃을 세게 당겼다. 강지현이 손을 놓지 않자 주변 사람들도 함부로 손을 대지 못했다.엄경미가 비웃었다.“부부도 큰 위기가 닥치면 제 살길을 찾는 법이야. 그렇게 사랑했다면서 버스 사고가 났을 때 왜 같이 죽지 않았어?”“한마디만 더 지껄이시면 지금 당장 영원히 입을 못 열게 해 드릴 수도 있어요.”강지현은 코웃음을 치며 엄경미의 귀에 바짝 다가가 차분히 속삭였다.엄경미는 등골이 서늘해졌다. 강지현이 허풍을 떠는 게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다. 하지만 엄경미가 온 목적은 강지현을 화나게 하는 데 있지 않았다.“내가 입을 못 열면 김태하가 어디 있는지는 누가 알려 주지?”“...”엄경미의 의미심장한 표정을 본 순간 강지현은 움켜쥔 손에서 힘을 뺐다.엄경미는 그 틈에 손을 쳐 냈다.“강지현, 난 정말 너와 이야기하려고 왔어. 우리 거래 하나 하지 않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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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59화

하지만 지금은 공회를 장악했고, 엄경미도 엄씨 가문과 완전히 갈라섰다. 주승호라는 걸림돌도 더는 없었다.마침내 두 사람이 함께할 수 있게 됐다.그런데 다시 만난 엄경미는 여전히 주상 그룹을 포기하지 않았다.임지태가 막아도 듣지 않고 해원시로 돌아와 강지현과 끝까지 싸우려 했다.임지태는 이제 엄경미의 야망을 채워 줄 힘까지 갖췄다. 그런데도 그녀가 주상 그룹에 집착하는 이유를 그제야 알았다.엄경미가 반드시 주상 그룹을 가져야 하는 건 아니었다. 그녀는 주승호를 증오했고, 그와의 싸움에서 자신이 이겼다는 결말을 반드시 확인하고 싶었을 뿐이었다.그 목적을 위해서라면 목숨도 아깝지 않았다. 끝내 막을 수 없다고 판단한 임지태는 김태하가 살아 있다는 사실을 알려 줬다. 강지현을 협박할 패로 쓰라는 뜻이었다.공회 사람들은 줄곧 김태하를 필사적으로 찾고 있었다.살았든 죽었든 반드시 흔적을 찾아야 했다. 그리고 며칠 전 마침내 김태하와 송준호의 행방을 알아냈다.엄경미는 갑자기 입을 다물고 강지현만 차갑게 바라봤다.그 뜻을 알아차린 강지현이 곧바로 말했다.“다들 나가 주세요. 이 사람과 단둘이 얘기하고 싶어요.”최동윤이 만류하려 하자 강지현은 손짓으로 제지했다. 이어 엄경미를 지키는 경찰에게 다가가 몇 마디를 낮게 전했다.경찰도 마음이 놓이지 않았지만 강지현의 체면을 생각해 두 사람에게 오 분을 허락했다.사람들이 나가자 강지현은 곧바로 엄경미를 추궁했다.그녀의 말은 무엇 하나 믿을 수 없었다. 하지만 김태하에 관한 소식이라면 거짓말이어도 놓치고 싶지 않았다.엄경미는 금방이라도 무너질 듯한 강지현을 보며 즐거워했다. 그러면서 버스 안에서 벌어진 일을 생생하게 묘사했다.강지현이 울음을 참기 힘들어질 때쯤 갑자기 말을 멈췄다.끝까지 말하지는 않았지만 김태하가 자신들 손에 있다는 뜻을 노골적으로 내비쳤다.온몸이 다친 상태라 지금은 살아 있어도 내일까지 목숨이 붙어 있을지는 알 수 없다는 식이었다.“말만으로는 못 믿겠어요. 당신 말이 사실이라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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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60화

그 말을 듣는 순간 최동윤은 강지현의 의도를 알아차렸다.“지현 씨, 엄경미의 말은 믿을 수 없습니다! 몇 마디에 속으시면 안 됩니다.”“그럼 최 비서님도 그 사람이 돌아올 가능성은 없다고 생각해요?”강지현의 한마디에 최동윤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그녀는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지금 앉아 있는 자리는 예전에 김태하가 사용하던 자리였다.창밖은 이미 어두워졌다.어둠이 내린 사무실에서 책상 앞에 앉은 강지현은 가느다란 어깨마저 그림자에 묻혀 있었다. 그런데도 지난 며칠을 통틀어 가장 침착해 보였다.“저는...”최동윤은 차마 대답하지 못했다.하지만 이미 결론은 내린 상태였다. 김태하가 세상을 떠났을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최동윤은 버스가 폭발한 순간부터 대표님이 돌아오지 못할 거라고 사실상 받아들였다.강지현도 마찬가지일 줄 알았다. 지현우에게 계속 M국에서 김태하의 행방을 찾게 한 건 그저 마음을 달래기 위한 마지막 희망이라고 여겼다.그래야 이 시간을 조금이라도 덜 괴롭고 덜 절망적으로 견딜 수 있을 테니까.“전 그 사람이 살아 있다고 믿어요. 엄경미의 말이 전부 사실이 아닐 수는 있어도, 살아 있다는 말만큼은 분명 진짜예요.”엄경미가 김태하의 이름을 꺼낸 순간부터 강지현은 머릿속이 엉망이었다. 좀처럼 평정심을 되찾지 못했다.그래서 한참이 지난 뒤에야 결정을 내릴 수 있었다. 이성적으로 무엇이 옳은지 판단할 수 없다면 자신의 마음을 따르기로 했다.엄경미도 모든 것을 걸고 나섰는데, 자신도 그 승부를 피할 이유가 없었다.“지현 씨, 너무 충동적이십니다...”“그 사람이 살아 있기만 한다면 다른 건 아무것도 중요하지 않아요.”강지현은 최동윤의 말을 끊고 다시 지시했다.“제 명의 재산이 많으니 당장 전부 정리할 수는 없을 거예요. 서두르지 말고 차근차근 확인하세요.”“계약서도 실수하지 않도록 여러 벌 작성해 달라고 하고요.”최동윤은 잠시 멍하니 있다가 그제야 강지현의 속뜻을 완전히 알아차리고는 희미하게 웃었다.“알겠습니다!”엄경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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