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만 기회를 주세요. 지금은 화가 나셔서 그러는 거지, 정말 매정한 아버지는 아니시잖아요. 무엇을 시키셔도 최선을 다할게요. 벌을 주셔도, 욕을 하셔도 괜찮아요. 아버님의 화가 풀리기만 한다면 전부 견딜게요!”“하원영!”주시언은 잠시 넋을 잃었다가 뒤늦게 하원영을 다그쳤다.주병찬에게 사정해 봐야 소용없다고 생각했고, 하원영이 이토록 비참하게 모욕당하는 것도 원하지 않았다.더구나...하원영은 하씨 가문에서 몰아세워질 때조차 누구에게 고개 숙여 빌지 않던 사람이었다.그런데 지금은 주시언을 위해 사람들 앞에서 주병찬에게 매달리고 있었다.하원영으로서는 마지막 자존심까지 내던진 셈이었다.두 사람을 바라보던 주병찬이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차갑게 웃었다.“그래. 좋아.”하원영은 다시 희망을 품었다.그러나 주시언과 강지현이 놀란 사이 주병찬이 말을 이었다.“내 앞에 무릎 꿇고 세 번 절하면 용서해 주마.”“...”하원영은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주시언은 즉시 그녀의 손을 잡고 주병찬을 노려봤다.“아버지, 너무하십니다. 원영이는 잘못한 게 없어요.”“벌을 받겠다고 한 건 저 애다. 예전에는 네가 저 애 때문에 갈비뼈까지 부러졌고, 이제는 가진 걸 전부 포기하려 한다. 그런데 저 애는 말 몇 마디로 너와 함께하겠다는 거냐?”주병찬은 한마디씩 끊어 가며 하원영을 비꼬았다.하원영은 이를 악물고 망설임 없이 무릎을 꿇으려 했다.주시언이 힘껏 붙잡았다.“하원영, 하지 마!”“놔요.”하원영은 울먹이며 주시언을 바라봤다. 그녀의 얼굴은 이미 붉게 달아올라 있었다.“나 할 수 있어요...”주병찬은 직접 일어나 사무실 문을 열었다. 하원영을 사람들 앞에서 망신주려는 의도가 분명했다.그가 차갑게 재촉했다.“난 기다려 줄 만큼 인내심이 없다. 용서를 빌 생각이 없으면 그만둬.”더는 지켜볼 수 없었던 강지현이 서둘러 문을 닫았다.“큰아버지, 두 사람 그만 몰아붙이세요.”“난 누구도 몰아붙이지 않았다.” 주병찬은 하원영을 비웃듯 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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