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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가짜 결혼, 진짜 신분: Chapter 761 - Chapter 7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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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61화

아무래도 마음에 맺힌 응어리는 결국 마음으로 풀어야 하는 모양이었다.육운성은 김태하가 이토록 처절하게 버티는 이유가 모두 그 여자 때문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그는 아무 말 없이 문 앞에 서서 30분 동안 김태하의 모습을 지켜봤다.그동안 김태하는 의사가 휴식을 권하는 것도 무시한 채, 온몸이 땀으로 흠뻑 젖을 만큼 고통스러운 훈련을 이어가면서도 단 한 번도 멈추지 않았다.결국 육운성은 곁에 있던 사람에게 몇 마디 당부를 남긴 뒤 말없이 자리를 떠났다.깊은 밤, 주상 그룹 빌딩 안.막 야근을 마치고 엘리베이터에서 내린 현다영은 로비 한쪽 구석에 홀로 앉아 있는 한 사람을 발견했다.이 시간에는 건물 안에 남아 있는 사람도 거의 없었기에 누군가를 기다리는 방문객이 있을 리도 없었다.무심코 그쪽을 바라보던 순간, 왠지 모르게 상대의 뒷모습이 낯익게 느껴졌다.현다영은 안내 데스크로 걸어갔다. 당직 직원은 졸음이 묻은 얼굴로 휴대폰을 보고 있었다.“저 사람 누구예요? 이렇게 늦은 시간에도 방문객이 있어요?”현다영의 목소리에 당직 직원은 순간 정신을 차리고 눈을 가늘게 뜬 채 로비 구석을 바라봤다.“저도 잘 모르겠어요. 오후부터 와서 지금까지 계속 앉아 있어요. 강 대표님을 만나러 왔다고 해서 강 대표님은 안 계신다고 말씀드렸는데도 계속 기다리고 있네요. 조금 더 있다가도 안 가면 경비를 부르려고 했습니다.”강지현을 찾으러 왔다는 말에 현다영의 궁금증은 더 커졌다.그녀는 그 남자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가까워진 순간, 자신의 착각이 아니었음을 깨달았다. 그 남자는 예전에 현시우에게 휴대폰을 사주던 매장에서 만났던 사람이었다.“당신이었어요?”현다영이 남자의 옆으로 다가가 조용히 말을 건네자 송준호가 고개를 들었다.그의 눈빛은 초점이 흐려져 있었고 어딘가 넋이 나간 듯한 기색이 남아 있었다.현다영은 급히 말을 이었다.“저 기억 안 나세요? 전에 휴대폰 매장에서 제가 들고 있던 휴대폰을 사셨잖아요.”“아, 기억나네요.”송준호는 그제야 떠올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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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62화

남들보다 강한 체력이 아니었다면 그는 이미 M국에서 목숨을 잃었을지도 몰랐다.송준호는 몸이 조금 회복되자마자 곧바로 김태하를 찾기 시작했다.처음에는 김태하를 데려간 사람이 공회 사람일 거라고 생각했다.하지만 며칠 동안 여러 경로를 통해 확인한 결과, 오히려 M국 곳곳에서는 여전히 김태하의 행방을 찾고 있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송준호 역시 미행을 당했고 공회 사람들과 정면으로 맞붙은 적도 있었다.그는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김태하의 행방을 캐물었다. 하지만 상대 역시 김태하를 데리고 있지 않았다.공회와 관련된 일이 아니라면 김태하가 구출됐을 가능성은 두 가지뿐이었다.누군가 우연히 그를 발견해 구했거나, 아니면 김태하에게 믿을 만한 다른 사람이 있었거나.하지만 낯선 사람이 그를 구한 것이라면 송준호를 버려둔 채 김태하만 데려갔을 가능성은 낮았다.결국 송준호는 김태하를 데려간 사람이 그와 관련 있는 인물일 가능성이 가장 크다고 판단했다.다만 상대가 어떤 목적을 가지고 움직였는지는 알 수 없었다. M국에서는 김태하와 관련된 어떠한 소식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그래도 공회와 관련된 일이 아니라는 것을 확인한 이상, 김태하는 아직 살아 있고 안전할 가능성이 있었다.어쩌면 지금쯤 이미 해원시로 돌아갔을지도 몰랐다.그렇게 생각한 송준호는 자신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더 많은 정보를 확인하기 위해서라도 우선 해원시로 돌아오기로 했다.하지만 그에게는 연락할 방법이 남아 있지 않았다.강지현을 비롯한 사람들의 연락처 역시 확인할 방법이 없었다.게다가 M국에서 무리하게 연락을 시도했다가는 오히려 불필요한 문제를 만들 수도 있었다.결국 그는 몸에 남아 있던 얼마 되지 않은 귀중품을 팔아 이동 비용을 마련했다.“저기요.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셔야 할 것 같아요. 지금 부탁하는 쪽은 당신이잖아요. 저는 당신이 누군지도 모르는데, 뭘 믿고 지현 언니에게 연락해 달라고 하죠? 만약 당신이 나쁜 사람이라면 어떻게 할 건데요?”현다영은 황당하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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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63화

현다영은 조심스럽게 분위기를 누그러뜨리려 했다.그런데 뜻밖에도 그녀의 말이 효과가 있었는지 송준호는 잠시 생각에 잠긴 듯 그녀를 바라보다 물었다.“내일 아침에는 강지현에게 연락해 줄 겁니까?”현다영은 급히 덧붙였다.“회사가 어디 도망가는 것도 아니잖아요. 저 내일도 여기 출근해야 해요. 못 믿겠으면 계속 여기서 기다리고 있으면 되잖아요.”말을 마친 순간, 마침 옆을 지나가던 택시 한 대가 눈에 들어왔다.현다영은 송준호가 더 말하기도 전에 재빨리 차 문을 열고 올라탔다.집으로 돌아가는 내내 그녀의 마음은 불안하기만 했다.송준호라는 사람은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수상했다.하지만 정말 강지현에게 해를 끼치러 온 사람이라면 굳이 주상 그룹에 대놓고 나타날 이유가 없었다.현다영은 정신이 또렷해져 좀처럼 잠들지 못했다.뒤척이다 새벽 다섯 시가 넘어서야 겨우 눈을 붙였지만 깊은 잠에 빠지지는 못했다.결국 그녀는 샤워하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그때였다. 현관문 쪽에서 거칠게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현다영은 깜짝 놀라 서둘러 도어락 화면을 확인했다.이사한 뒤, 그녀는 혹시라도 앞으로 주단우나 엄경미 쪽 사람들이 다시 찾아와 괴롭힐 경우를 대비해 현관 앞에 CCTV를 설치해 두었다. 증거를 남기기 위해서였다.하지만 화면 속 모습을 확인한 순간, 현다영은 그대로 굳어버렸다.문 앞에 서 있는 사람은 다름 아닌 송준호였다.‘대체 어떻게 집을 찾아온 거지? 미행한 건가?’현다영이 신고하기 위해 휴대폰을 찾으러 침실로 향하려던 순간, 송준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곧 아침입니다. 강지현에게 연락해 줄 수 있습니까?”“도대체 어떻게 우리 집을 찾은 거예요? 혹시 스토커예요?”현다영은 아직 가라앉지 않은 놀란 마음을 애써 진정시키며 따져 물었다.“미행한 게 아닙니다. 당신 주머니에 위치 추적기를 넣어뒀습니다.”송준호의 말투는 지나치게 담담했다. 마치 그것이 전혀 문제가 될 일이 아니라는 듯했다.그는 밤새 현다영의 집 앞을 지키고 있었다.그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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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64화

그래서 현다영은 더 이상 그 게임을 하지 않았다.“지난번에 휴대폰을 산 것도 동생 때문이었습니까?”송준호는 게임을 시작하더니 현다영 대신 초보자 구간을 깨주면서 다시 물었다.“네.”대답을 마친 현다영은 이상하게도 어느 순간부터 송준호에게 느끼던 두려움과 긴장이 조금씩 사라지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잠시 망설이던 그녀가 다시 입을 열었다.“그런데... 휴대폰 값은 돌려드릴게요.”“됐습니다. 저 돈 많아요. 그때 당신 덕분에 시간을 아꼈으니 오히려 당신이 제게 도움을 준 셈입니다.”송준호는 그렇게 말하면서도 손가락을 멈추지 않았다.화면 위를 움직이는 손놀림은 빠르고 능숙했다.그 짧은 동작만 봐도 현다영은 그가 게임에 익숙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하지만 그녀의 시선을 가장 오래 붙잡은 것은 게임 실력이 아니었다.남자의 잘생긴 손이었다. 뚜렷한 관절의 윤곽과 길고 힘 있는 손가락.무심코 시선이 머무는 손이었다.“지현 언니와는 어떻게 알게 된 거예요?”“그건 말해줄 수 없다고 했잖아요.”“지현 언니와 친구라면서 연락처도 없잖아요...”“그게 그렇게 이상합니까? 저는 친구 중에도 연락처가 없는 사람이 많습니다.”“당연히 이상하죠!”현다영은 미간을 찌푸렸다. 알면 알수록 눈앞의 남자는 정말 이해하기 어려운 사람이었다.“그렇겠죠. 우리는 같은 세상에 사는 사람이 아니니까.”송준호는 가볍게 웃었다.그에게는 수많은 연락처가 있었고 그를 찾아낼 수 있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하지만 그는 절대 자신의 의뢰인에 관한 정보를 남겨두지 않았다.타인에게도, 심지어 자신에게조차 그는 그저 어둠 속에 존재하는 하나의 그림자일 뿐이었다.이번 일이 김태하와 관련된 일이 아니었다면 그는 절대 이렇게 대놓고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을 것이다.말 그대로 모든 것을 걸고 이곳에 온 것이었다.현다영은 그가 더 이상 이야기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더 묻지 않았다.시간은 빠르게 흘러갔다.6시가 조금 지나자 현다영의 휴대폰이 울렸다. 강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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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65화

“그럴 리 없어요.”강지현이 곧바로 말했다.“그는 분명 아무 일 없을 거예요. 나는 태하가 돌아올 거라고 믿어요. 나한테 약속했으니까.”강지현은 말을 마친 뒤 송준호가 대답할 틈조차 주지 않았다.마치 한순간이라도 불안한 말을 더 듣는다면 어렵게 붙잡은 희망마저 사라질까 봐 두려운 듯했다.“그럼 이제 어떻게 할 생각이야?”송준호는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강지현을 바라봤다.“엄경미가 말한 대로 김태하와 교환하려고 해요.”“미쳤어?”송준호는 매우 놀랐다.엄경미의 말 대부분이 거짓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은 둘째 치더라도, 설령 김태하가 정말 그들의 손에 있다고 해도 강지현은 절대 그들의 뜻대로 움직여서는 안 됐다.“아니요. 하지만 엄경미의 죄를 입증할 증거는 아직 부족해요. 내가 그 여자한테 붙잡혀 있어야만 완전히 끝낼 수 있어요.”강지현의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감정은 몸에 그대로 드러나고 있었다.말하는 동안 그녀는 이미 한쪽 팔로 옆에 있는 책상 모서리를 짚은 채 버티고 있었다.그녀의 의도를 이해한 송준호는 오히려 더 걱정이 앞섰다.강지현은 지금 스스로 함정으로 들어가려 하고 있었다.송준호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정말 그렇게 하겠다면 내가 도울게. 며칠만 시간을 줘. 그러면 김태하가 공회에 있는지 없는지 확실하게 알아낼 수 있어.”원칙대로라면 일이 여기까지 온 이상, 이제 송준호와는 관계없는 일이었다.그는 돈을 받고 맡은 일을 처리한 뒤 떠나면 됐다.공회의 추격을 감수하면서까지 직접 찾아와 소식을 전한 것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대가를 받아야 할 일이었다. 하지만 지금 그는 차마 손을 뗄 수 없었다.한편으로는 공회 때문이었다. 그리고 또 다른 한편으로는 김태하와 강지현 사이의 감정이 그를 움직이고 있었다.“고마워요.”강지현은 감동한 눈빛으로 송준호를 바라봤다.“하지만 우리 때문에 송준호 씨가 위험해지는 건 원하지 않아요.”“걱정하지 마. 나 자신을 지킬 능력은 있어. 게다가... 공회는 사실 내가 잘 아는 곳이기도 하니까.”송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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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66화

강지현은 순간 심장이 멎는 듯했다. 하지만 곧이어 미친 듯이 뛰기 시작했다.당장이라도 가슴을 뚫고 튀어나올 것처럼 거세게 뛰는 심장 소리에, 그녀는 자신이 회의 중이라는 사실조차 잊은 채 본능적으로 자리에서 일어나려 했다.그 순간이었다.“강 대표님?”다행히 옆에 있던 사람이 낮게 그녀를 부른 덕분에 강지현은 겨우 정신을 차렸다.그제야 그녀는 회의장 안의 모든 시선이 자신에게 향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해성 그룹 측 대표가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조금 전 그는 미래 그룹의 입찰 제안서 발표에 대해 질문을 던졌지만 강지현은 이미 다른 생각에 빠져 제대로 듣지 못한 상태였다.서운혁 역시 강지현의 시선을 따라 잠시 주변을 살폈다.“죄송합니다. 방금 질문을 제대로 듣지 못했습니다.”강지현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옆에 있던 사람이 질문 내용을 다시 알려준 뒤에야 그녀는 겨우 마음을 다잡고 답변을 이어갔다.하지만 그녀의 상태는 분명 이전과 달랐다. 이후 이어진 해성 그룹의 입찰 제안서 발표도 제대로 집중해서 들을 수 없었다.머릿속에는 방금 스쳐 지나간 그 사람의 모습만 계속 떠올랐다.‘말도 안 돼. 김태하가 정말 돌아왔다면... 나를 찾아오지 않을 리가 없잖아.’강지현은 애써 자신을 다독였다. 너무 그리워한 나머지 잘못 본 것뿐이라고.해성 그룹과의 1차 입찰 결과는 두 그룹 모두 우열을 가리기 어려웠다.제안서만 놓고 보면 강지현 쪽이 확실히 더 돋보였다.하지만 해성 그룹은 올해 들어 기세가 매우 강했고 이미 비슷한 유형의 프로젝트를 여러 개 따낸 데다 결과 역시 상당히 뛰어났다.그럼에도 보는 눈이 있는 사람이라면 알 수 있었다.종합적인 경쟁력으로 따졌을 때, 해원시에서는 여전히 미래 그룹이 우위를 점하고 있었다.회의가 끝난 뒤 심사단은 2차 심사 단계로 넘어간다고 발표했다. 일정은 일주일 뒤로 정해졌다.강지현은 거의 가장 먼저 자리에서 일어나 회의장을 빠져나갔다.하지만 그때 보았던 그림자는 이미 회의장 안에 없었다.“사모님, 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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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67화

“사모님, 저도 대표님이 돌아오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 사람은 아닐 가능성이 큽니다.”최동윤의 말이 끝나자 강지현의 눈빛이 서서히 흔들렸다.한참이 지나서야 그녀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손을 들어 최동윤에게 먼저 나가 보라는 뜻을 전했다.해가 질 무렵, 해원시 교외의 한 별장.넉넉한 환자복을 입은 남자가 의사의 지도 아래 힘겹게 재활 훈련을 하고 있었다.육운성은 옆에서 지켜보다가 충분한 시간이 지났다고 판단하자 휴식을 권했다.김태하는 이미 온몸이 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다. 오랜 시간 훈련을 이어온 탓에 얼굴은 창백하게 질려 있었다.강지현의 곁으로 돌아가기 위해 그는 남은 힘까지 모두 쥐어짜며 버티고 있었다.지난 일주일 동안 김태하는 매일 약을 먹는 것 외에는 회복 훈련에만 매달렸다.그 효과는 예상보다 훨씬 뛰어났다.지금은 혼자서도 자연스럽게 걸을 수 있었고 몸에 대한 통제력 역시 대부분 회복한 상태였다.하지만 사고가 나기 전과 비교하면 여전히 많은 동작이 쉽지 않았다.게다가 의사는 지금의 상태가 과도한 약물 복용으로 인한 일시적인 호전일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완전히 회복할 수 있을지는 약을 끊은 뒤 몸 상태를 다시 지켜봐야 했다.그럼에도 김태하는 몸이 조금 나아지자마자 곧바로 해원시로 돌아가겠다고 했다.육운성은 결국 끝까지 책임지기로 하고 직접 그를 데리고 왔다.그는 김태하가 해원시에 돌아오면 가장 먼저 강지현을 찾아갈 거라고 생각했다.하지만 예상과 달리 김태하는 놀라울 만큼 침착하게 버티고 있었다.“오늘 아침에 나갔었어?”육운성은 김태하에게 수건을 건네며 무심한 듯 물었다.김태하는 수건을 받아 힘껏 얼굴의 땀을 닦았다.그는 육운성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은 채, 아직 미세하게 떨리고 있는 자기 손가락을 바라봤다.그의 눈빛은 무겁게 가라앉아 있었다.남자의 이마에 핏줄이 팽팽하게 솟아오른 것을 본 육운성이 다시 입을 열었다.“강지현이 오늘 아침 해성 그룹과의 입찰 회에 참석했다는 소식을 봤어.”‘강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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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68화

김태하는 강지현이라면 반드시 이번 입찰을 따낼 수 있다고 믿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녀를 혼자 내버려둘 생각은 없었다.두 사람은 부부였기에, 어디에 있든 서로 같은 마음으로 함께 버텨낼 사람들이었다.김태하는 밤을 꼬박 새운 뒤, 새벽이 되어서야 한 개의 문서와 데이터를 익명으로 발송했다.한편, 서운혁 역시 호텔에서 밤을 지새우고 있었다.원격 회의를 마친 뒤에도 그는 계속 오늘 진행된 입찰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다.강지현은 결코 만만하게 볼 상대가 아니었다.측근이 확인한 정보에 따르면 이번 입찰 심사 위원들은 사실 미래 그룹 쪽으로 조금 더 기울어져 있었다.이미 어느 정도 우위를 점하고 있는 상황에서 강지현의 제안과 가격 경쟁력까지 더해진다면 해성 그룹이 확실한 승기를 잡기 위해서는 강한 승부수를 던질 수밖에 없었다.“운혁 씨.”문을 두드리는 소리와 함께 백하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서운혁은 미간을 누르며 들어오라고 낮게 대답했다.백하린은 따뜻한 차를 들고 들어와 그의 손 옆에 조심스럽게 내려놓으며 말했다.“왜 아직도 안 자요?”“운혁 씨가 안 자는데 내가 어떻게 마음 놓고 자요. 벌써 새벽 세 시가 다 됐어요. 내일 아침에도 처리해야 할 일이 있잖아요. 이제 쉬어야죠.”백하린의 다정한 말에 서운혁의 얼굴에 드리워져 있던 근심이 조금씩 옅어졌다.그는 그녀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그래요.”“오늘 입찰, 순조롭지 않았어요?”백하린이 다시 묻자 서운혁은 차를 한 모금 마신 뒤 대답했다.“괜찮았어요. 하지만 강지현은 꽤 강한 상대라 결과는 아직 알 수 없어요.”“내가 보기엔 당신이 제일 강한 사람이에요.”백하린의 위로 섞인 말에 서운혁의 기분도 한결 나아졌다. 그의 눈가에는 희미한 미소가 번졌다.“뛰는 놈 위에 나는 놈이 있는 법이죠. 나도 이제 늙었나 봐요.”백하린은 장난스럽게 받아쳤다.“그래도 늙은 말이 길을 안다잖아요.”서운혁은 낮게 웃었다. 무거웠던 분위기도 조금씩 풀어졌다.그때 백하린이 다시 조심스럽게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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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69화

강지현은 보고서를 꼼꼼히 살펴봤지만 머릿속에는 수많은 생각이 뒤엉켜 있었다.보고서의 분석 방향과 문제를 바라보는 시선은 매우 정확했고 노련했다. 일반적인 직원이 쉽게 생각해 낼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서술 방식까지 확인한 순간, 그녀는 자연스럽게 김태하를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이거, 전부 혼자 생각해 낸 건가요?”강지현의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그 안에는 묘한 압박감이 담겨 있었다.“네, 강 대표님. 이건 제가 어젯밤 작성한 보고서입니다.”상대의 대답에는 미세한 긴장감이 묻어났다.“그럼 해성 그룹에 관한 이 자료는 어디서 가져온 겁니까?”강지현이 담담하게 다시 묻자 상대는 순간 당황했다. 그러자 옆에 있던 사람이 대신 대답했다.“최근 저희가 계속 해성 그룹 프로젝트 관련 자료를 조사하고 있었습니다.”강지현은 더 이상 의심하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잠시 후 자료를 받아 들고 말했다.“일단 이 방향으로 진행하세요.”회의가 끝날 무렵, 제안서를 제출한 사람은 강지현에게 사실대로 말할지 고민했다.확실히 이 내용은 자신이 생각해 낸 것이 아니었다. 그는 해성 그룹에 대해서도 자세히 알지 못했다.이 자료들은 모두 오늘 새벽 자신의 이메일로 도착한 것이었다.발신자는 익명이었다. 처음에는 회사 사람이 잘못 보낸 것으로 생각했다.하지만 발신자는 오늘 이 자료를 가지고 보고서를 발표하라는 메시지를 남겼다.의심이 들기는 했지만 보고서를 확인한 순간 그는 이것이 놓칠 수 없는 기회라고 생각했다. 어차피 제출한다고 해서 손해 볼 일은 없었다.만약 문제가 생긴다면 누군가 도움을 줬다고 솔직하게 말하면 됐다.강지현은 사무실로 돌아오자마자 가장 먼저 최동윤을 불렀다.“최 비서님, 서지아 씨를 데려와요.”최동윤은 순간 멈칫했다. 그는 강지현이 서지아를 직접 정리하려는 줄 알고 곧바로 말했다.“사모님, 사모님이 마음 약하신 건 알지만 서지아 씨를 보내는 일이라면 제가 처리하겠습니다. 더 이상 직접 상대하지 않으셔도 됩니다.”그는 서지아가 강지현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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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0화

서지아는 곧바로 강지현의 뜻을 알아차렸다.그녀는 원래 선한 영향력을 가진 이미지가 강한 사람이었다. 직접적으로 미래 그룹을 공개 지지하는 것은 여전히 여론적인 부담이 있었지만 해성 그룹의 문제점을 알리는 것이라면 이야기가 달랐다.서지아는 강지현과 오랫동안 이야기를 나눴다.그리고 다시 사무실 문이 열렸을 때, 최동윤은 여전히 문 옆에 바짝 붙어 서 있었다.두 사람이 나오는 모습을 본 최동윤은 급히 자세를 바로잡았다.서지아는 예상했다는 듯 고개를 들고 못마땅한 표정으로 최동윤을 바라봤다.“강지현 씨, 정말 비서를 바꿀 생각 없어요?”“저는 오히려 최 비서님이 꽤 괜찮은 사람이라고 생각하는데요. 그리고 제가 보기에는 서지아 씨도 최 비서님을 꽤 좋아하는 것 같은데요?”강지현은 재미있는 사실을 발견한 사람처럼 두 사람을 번갈아 바라보며 미소 지었다.서지아 같은 명문가 출신이 비서 한 사람에게 이렇게까지 신경 쓰게 될 줄 누가 알았을까.“제가요? 저 사람을요? 제가 왜 저 사람을 좋아해요?”서지아는 다급하게 반박했다. 순간 얼굴까지 붉어졌다.최동윤 역시 잠시 멈칫하더니 곧바로 강지현에게 설명했다.“사모님, 오해하지 마세요. 저와 서지아 씨는 절대 그런 관계가 아닙니다. 저 역시 절대로 서지아 씨와 개인적인 관계를 맺을 생각도 없고 좋아한다는 건 더더욱 말이 안 됩니다.”서지아보다 오히려 최동윤이 당황하며 해명하는 모습이 더 진심처럼 보였다.하지만 그가 입을 여는 바람에 오히려 서지아가 난처한 상황에 놓였다.마치 그녀가 정말 그에게 마음이 있는 것처럼 들렸고, 개인적인 관계를 맺을 생각이 없다는 그의 말은 서지아를 거절하는 것처럼 들렸다.“최동윤 씨, 지금 무슨 뜻이에요? 설마 제가 싫다는 거예요?”서지아는 그냥 넘어갈 수 없다는 듯 최동윤을 노려봤다.두 사람 사이에 금방이라도 불꽃이 튈 듯한 분위기가 되자 강지현이 서둘러 끼어들었다.“됐어요, 됐어요. 마침 점심시간이네요. 최 비서님, 식당 예약해 주세요. 저는 서지아 씨와 같이 점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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