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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가짜 결혼, 진짜 신분: Chapter 771 - Chapter 7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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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1화

백하린의 말을 들은 서지아의 미간도 저절로 찌푸려졌다. 강지현의 일은 그녀 역시 어느 정도 들은 적이 있었다.자세한 내막까지는 몰랐지만 그 두 사람이 얼마나 뻔뻔하고 역겨운 짓을 했는지는 알고 있었다.서지아는 두 사람의 일이 그 정도까지 퍼졌다면 절대 해원시에 얼굴을 들고 돌아오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다.그런데 이 여자는 해원시에 다시 나타난 것도 모자라, 심지어 해성 그룹 사람이 되어 있었다.‘이 지경까지 와서 뻔뻔하게 사과하는 척을 한다고?’일부러 사람 속을 뒤집어 놓으려고 온 게 아니라면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었다.서지아는 강지현을 바라보다 문득 그녀의 인내심이 대단하다고 느꼈다.“당신과 같은 상처를 가진 사람이라고요? 자기 자신을 포장하는 데는 정말 능숙하네요.”강지현이 차갑게 비웃었다.백하린이 앞으로 다가가려 하자 경비원 몇 명이 곧바로 그녀의 팔을 붙잡고 강지현의 지시를 기다렸다.서지아 역시 참지 못하고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제가 아직 경험이 부족한가 봐요. 별의별 사람은 다 봤지만 이렇게까지 뻔뻔한 사람은 처음이네요. 강지현 씨, 정말 고생 많았겠어요.”강지현은 입꼬리에 희미한 미소를 띠었다. 이제는 백하린을 비웃는 것조차 피곤하게 느껴졌다.그녀는 눈짓으로 경비원들에게 그녀를 내보내라고 지시했다.백하린은 강지현이 자신을 어떻게 대할지 이미 예상했다.그녀는 이를 악물었다. 그리고 경비원들이 자신을 끌어내려는 순간, 갑자기 털썩 소리를 내며 강지현 앞에 무릎을 꿇었다.“지현아! 내가 잘못했어. 나를 상대하고 싶다면 얼마든지 나한테 해. 하지만 해성 그룹은 건드리지 마...”백하린이 미친 사람처럼 버티며 일어나지 않으려 하자 로비 안에서 구경하던 사람들이 점점 더 몰려들었다.누군가는 휴대폰을 꺼내 이 장면을 촬영하기까지 했다.강지현은 순간 백하린의 의도를 알아차렸다. 일부러 여론을 만들기 위해 찾아온 것이었다.특별할 것도 없는 수법이었지만 사람을 불쾌하게 만드는 데는 충분히 효과적인 방식이었다.“정신 나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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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2화

강지현은 백하린의 말을 반박하지 않았다. 오히려 비웃듯 웃었다.그 미소는 마치 상대의 뺨을 세게 후려친 것처럼 백하린에게 굴욕감을 안겼다.백하린은 미간을 찌푸렸다. 사람들에게 붙잡힌 상태라 발버둥 치고 싶어도 몸을 움직일 수 없었다.서지아가 다가와 차갑게 비꼬았다.“나쁜 사람이 먼저 피해자인 척한다는 게 뭔지 제대로 봤네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고요? 그건 본인 소개 아닌가요? 그 주제에 그런 말을 입에 올리는 것조차 과분한 것 같은데.”“지현아, 김태하가 중병에 걸렸다는 얘기를 들었어... 나는 정말 네가 걱정돼. 어렵게 결혼까지 했는데 설마 이제 곧 과부가 되는 건 아니겠지?”백하린은 이가 갈릴 정도로 화가 치밀었지만 지금 서지아와 말싸움을 해봤자 아무 의미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그래서 다시 강지현을 향해 한 글자 한 글자 이를 악물고 내뱉었다.하지만 강지현은 오히려 그녀의 뺨을 잡고 있던 손에 힘을 풀며 입꼬리를 더 끌어올렸다.백하린의 말에도 강지현의 표정은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다. 백하린이 말을 끝내자 강지현은 더 이상 그녀와 엮이고 싶지 않다는 듯 손을 놓고 등을 돌렸다.강지현이 돌아서자 백하린의 눈빛에도 의문이 스쳤다.하지만 몇 걸음 물러서던 강지현은 갑자기 몸을 돌리더니 그대로 백하린의 뺨을 세게 후려쳤다.백하린이 놀라 미처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강지현은 연달아 그녀의 뺨을 세 번이나 더 때렸다.한 번 한 번에 매서운 힘이 실린, 조금도 망설임 없는 손길이었다.백하린의 입안에는 금세 피 맛이 퍼졌다.경비원들이 그녀의 팔을 단단히 붙잡고 있었기에 아무리 분노가 치밀어도 손을 뻗어 반격할 수 없었다.“강지현!”정신을 차린 백하린은 미칠 듯한 분노에 목소리까지 떨렸다.“너... 네가 감히 사람을 때려? 나... 나 경찰에 신고할 거야!”강지현은 고개를 숙였다. 방금 몇 차례 손을 휘두른 탓에 그녀의 손바닥도 얼얼했다.강지현이 평소 모습과 달리 이렇게까지 폭발할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던 서지아는 잠시 멍하니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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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3화

‘내가 비서 따위를 왜 이렇게까지 신경 쓰는 거지?’강지현은 서지아와 점심을 먹은 뒤, 최동윤에게 먼저 그녀를 데려다주라고 지시했다.떠나기 전, 강지현은 다시 한번 서지아에게 입찰이 끝날 때까지 김태하에게 무슨 일이 생겼다는 사실을 절대 밖으로 흘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서지아는 방금 백하린에게 거의 속아 넘어갈 뻔했던 일을 떠올리며 마음속으로 다시 한번 경계심을 다잡았다.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강지현에게 말했다.“걱정하지 마세요.”김태하를 위해서라면 이번만큼은 강지현의 말을 따를 생각이었다.돌아가는 길, 서지아는 최동윤이 평소보다 훨씬 긴장해 있다는 것을 느꼈다.차에 타고 내릴 때도 그는 거의 말을 걸지 않았다. 가끔 두 사람의 시선이 마주칠 때면 최동윤은 일부러 피하듯 고개를 돌렸다.마치 자신을 정말 위험한 사람이라도 되는 것처럼 대하는 모습이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차는 서지아가 머무는 호텔 앞에 도착했다.최동윤은 차 문 잠금을 풀고 아무 말 없이 그녀가 내리기만을 기다렸다.“최동윤 씨, 정말 제가 그렇게 싫어요?”결국 참지 못한 서지아가 먼저 입을 열었다. 최동윤은 순간 멈칫하다가 대답했다.“서지아 씨, 왜 그런 말씀을 하시는 겁니까? 제가 어떻게 감히...”“감히요? 최동윤 씨는 매번 저를 볼 때마다 제가 강지현을 해치려는 사람처럼 대하잖아요. 제가 그렇게 나쁜 사람처럼 보여요? 그렇게... 싫어요?”서지아의 날 선 질문에 최동윤은 잠시 망설이다 입을 열었다.“아닙니다. 그런 뜻은 아니었습니다.”“그럼 무슨 뜻인데요? 지금 기회를 줄 테니까 제대로 말해보세요.”서지아는 팔짱을 낀 채 차갑게 그를 바라봤다.최동윤은 온몸이 굳어버린 것 같았다. 괜히 말 한마디 잘못했다가 또 그녀를 화나게 만들 수 있었다. 게다가 지금 그녀는 강지현과 협력하고 있었다.“그게... 사실 제가 생각하기에는...”잠시 머뭇거리던 최동윤은 결국 솔직하게 털어놓았다.“저는 서지아 씨가 대표님을 얻기 위해 했던 여러 행동이 너무 감정적이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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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4화

최동윤은 멍하니 입을 벌린 채 속으로 자신을 탓했다.‘방금 괜한 말을 한 건 아니겠지? 쓸데없는 오해를 만든 건 아니었으면 좋겠는데...’오후가 되자 강지현은 최동윤에게 서지아에게 자료를 가져다주라고 했다.주차장에서 나오던 최동윤은 익숙한 모습을 발견하고 순간 걸음을 멈췄다.호텔 로비에서 누군가 걸어 나오고 있었다.그 사람은 바로 백하린이었다.‘대체 여기에 왜 온 거지? 설마 서지아를 만나러 온 건가?’최동윤은 의문을 품은 채 서지아를 찾아갔다. 그리고 그녀를 바라보는 눈빛에도 자연스럽게 경계심이 배어 있었다.“왜 계속 쳐다보는 거예요? 제 얼굴에 뭐라도 묻었어요?”서지아는 자료를 살펴보고 있었지만 곁눈질만으로도 최동윤의 시선을 느낄 수 있었다.비록 전에는 그에게 다소 불만이 있었지만 오늘 차 안에서 그가 한 말을 생각하면 김태하와 강지현의 체면을 봐서라도 일단 넘어가기로 했다.“아닙니다.”최동윤은 재빨리 시선을 돌리며 괜히 코끝을 만졌다. 서지아가 고개를 들고 말했다.“됐어요. 자료는 받았으니 이만 가보세요.”“서지아 씨...”“왜요?”최동윤은 잠시 망설이다가 물었다.“혹시 방금 누군가를 만났습니까?”“누구요?”서지아가 잠시 멈칫했다.“제가 오는 길에 백하린 씨가 호텔에서 나가는 걸 봤습니다. 혹시...”서지아의 눈빛이 순간 흔들렸다.“아, 나를 찾아온 건 맞아요.”최동윤의 표정이 굳어졌다.“두 분이 만난 겁니까?”“아니요.”서지아는 단호하게 대답했다.“그럼 백하린 씨는 서지아 씨가 이곳에 묵고 있다는 걸 어떻게 알았습니까?”“그걸 제가 어떻게 알아요? 제 거처가 숨겨진 것도 아니고 며칠째 계속 방송도 하고 있었잖아요.”순순히 대답하던 서지아는 순간 이상한 느낌을 받았다. 최동윤의 태도는 마치 자신을 추궁하는 것처럼 느껴졌다.“그럼 사모님께 말씀드렸습니까?”서지아는 어두운 표정으로 입술을 삐죽이며 말했다.“강지현이 제 상사도 아닌데 일일이 다 보고해야 해요?”최동윤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얼굴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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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5화

게다가 서지아가 이번에 돌아온 이유는 오직 김태하 때문이었다.강지현이 끝까지 자기 생각을 굽히지 않자 최동윤도 더 이상 말을 이어가지 않았다.그저 서지아가 강지현의 믿음을 저버리지 않기를 바랄 뿐이었다.밤이 되자 강지현은 미래 그룹의 업무를 마무리한 뒤 김씨 가문 저택으로 돌아왔다.그동안 그녀는 지순옥과 김윤석을 찾아가는 것조차 망설였다.그곳에 가면 자연스럽게 김태하가 떠오를 것 같았다. 그리고 자신이 무너진 모습을 두 사람이 눈치챌까 봐 두려웠다.하지만 이제는 어느 정도 마음을 추스를 수 있게 되었으니, 계속 찾아가지 않는 것도 오히려 이상한 일이었다.은주희는 강지현이 온다는 소식을 듣고 일찌감치 푸짐한 저녁을 준비해 두었다.김무언도 오랜만에 일찍 집에 도착해 주방에서 젓가락을 챙기는 일을 거들었다.다만 식탁 위에는 평소보다 수저가 하나 더 놓여 있었다.“태하는 출장 갔다고 하지 않았어? 오늘 돌아오는 거야?”지순옥은 식탁 위의 수저를 보고 반가운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은주희가 재빨리 김무언에게 눈짓하자 김무언은 잠시 멈칫하더니 곧 도우미에게 말했다.“내가 너무 많이 차렸네. 치워. 김태하는 오늘 안 들어와.”강지현은 옆에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두 사람의 대화는 그녀의 마음을 다시 한번 아프게 건드렸다.고개를 숙이고 있던 강지현의 손을 지순옥이 잡아 자신의 곁으로 끌어당겼다.지순옥은 도우미가 치워가는 수저를 바라보다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그러고 보니 태하 이 녀석도 참... 너 돌아오면 결혼식 올리겠다고 해놓고 또 일한다고 바쁘다니. 일이 끝이 있기는 한 거냐?”“어머님, 이번에는 정말 특별한 상황이에요. 태하도 일부러 그러는 게 아니고요.”은주희가 강지현이 난처해하지 않도록 먼저 말을 받았다.지순옥의 연세를 생각해 김태하의 일은 최대한 오래 숨길 생각이었다.무엇보다 은주희는 강지현에게 더 이상 부담을 주고 싶지 않았다.원래라면 이 기간 강지현이 편히 쉬면서 몸과 마음을 회복하기 바랐다.하지만 강지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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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6화

은주희는 강지현을 바라보며 그 말이 핑계에 불과하다는 걸 알았다. 이 방에는 두 사람이 가장 행복했던 시절의 추억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강지현은 그 흔적을 볼 때마다 김태하가 떠올라 밤새 잠을 이루지 못할 게 뻔했다.은주희는 고개를 끄덕이고 기사에게 강지현을 데려다주라고 했다.돌아가는 내내 강지현은 창밖만 바라봤다. 밤길에는 가로등이 드문드문 서 있었고, 스쳐 지나가는 빛이 얼굴 위로 희미하게 번졌다.예전에 김태하와 함께 집으로 돌아가던 때가 떠올랐다. 두 사람은 늘 뭐든 서둘렀다. 한순간조차 평생처럼 붙잡고 싶어 하는 듯했다.처음 만났을 때도, 혼인신고를 할 때도, 심지어... 헤어질 때조차 그랬다.차가 신호에 걸려 멈췄을 때, 옆 차선에 차 한 대가 나란히 섰다. 문득 낯익은 옆얼굴이 시야에 들어왔다.강지현은 순간 헛것을 본 줄 알고 움찔했다. 하지만 미처 확인할 시간도 없이 옆에 있던 차는 다른 길로 방향을 틀었다.“저 차 따라가 주세요!”강지현이 다급히 기사에게 말했다.하지만 상대도 뒤쫓는 차가 있다는 걸 눈치챈 듯했다. 몇 번이나 차선을 바꾸더니 다음 신호에서 순식간에 자취를 감췄다.강지현은 곧장 차를 세워 달라고 한 뒤 문을 열고 뛰어내렸다. 그러나 인적 하나 없는 한적한 거리에는 차가 지나간 흔적조차 남아 있지 않았다.방금 반쯤 열린 차창 너머에 있던 사람은 분명 김태하였다!정말 착각이었을까? 착각이 아니라면 왜 자신을 피하는 걸까? 가슴이 서늘하게 식으며 끝없이 가라앉는 기분이 들었다.짙은 어둠에 휩싸인 듯 숨조차 쉬기 힘들었다.기사가 황급히 내려 걱정스러운 얼굴로 다가왔다.“왜 그러십니까? 밤공기가 차가워요. 얼른 차에 타세요. 이러다 감기라도 드시면 어떡해요?”그제야 강지현은 정신을 차리고 기사를 따라 다시 차에 올랐다.어쩌면 정말 헛것을 본 건지도 몰랐다.김태하가 돌아왔다면 자신을 만나지 않을 리 없었다.강지현의 차가 멀어진 뒤에야 조금 떨어진 어두운 골목에 서 있던 차가 천천히 모습을 드러냈다.뒷좌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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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7화

“전화를 안 받으려던 게 아니에요... 휴대폰이 망가져서...”“무슨 일이 있었던 거예요? 강도라도 만났어요? 대체 누가 이렇게 한 거예요?”놀란 서운혁은 백하린의 턱을 받쳐 얼굴을 살폈다.한참 상처를 확인하던 그는 백하린이 대답하기도 전에 휴대폰을 꺼내 경찰에 신고하려 했다.“하지 마세요. 이건... 제가 자초한 일이에요.”백하린이 황급히 서운혁의 손을 붙잡았다. 그러고는 미래 그룹에 갔다가 강지현에게 맞았다고 털어놓았다. 물론 사실 그대로 말한 건 아니었다. 사과하러 갔다가 해성 그룹을 위해 김태하의 소식도 알아보려 했을 뿐인데, 강지현이 앙심을 품고 뺨을 여러 번 때렸다고 했다.경비원에게 휴대폰까지 내던져 깨뜨리게 하고 모욕했다는 말도 보탰다. 마음을 진정시키려고 밖을 돌아다니다 보니 늦어졌고, 괜히 걱정시킬까 봐 서운혁이 잠든 뒤 돌아오려 했다고 했다.“강지현 씨 어떻게 그런 짓을 할 수 있죠? 아무리 하린 씨를 미워해도 사람을 이렇게 때리면 안 되죠!”이야기를 들은 서운혁은 분을 참지 못했다. 백하린이 말려도 쉽게 진정되지 않았다.“지금 강지현이랑 부딪치면 우리만 불리해져요... 저도 거기 갈 때부터 좋은 대접 받을 거라고 생각한 건 아니에요. 해성 그룹이랑 운혁 씨한테 도움이 된다면 이 정도는 괜찮아요.”서운혁이 당장이라도 따지러 갈 기세를 보이자 백하린은 거듭 말렸다.두 사람 사이의 일에서 백하린에게 잘못이 있었다는 건 서운혁도 알고 있었다.강지현이 화를 내는 것까지는 이해했다. 하지만 백하린은 이미 잘못을 인정하고 바로잡으려 하고 있지 않은가. 아무리 그래도 이건 지나쳤다.“하린 씨, 내가 말했잖아요. 해원시에 오지 말았어야 했어요.”“알아요. 그래서 이 정도는 제가 감당하려고 했어요.”백하린은 고개를 저었다.“제가 멋대로 나선 것만... 운혁 씨가 탓하지 않으면 돼요.”“내가 왜 하린 씨를 탓해요. 나 때문에 그런 거잖아요.”서운혁은 한숨을 쉬며 부어오른 뺨을 조심스럽게 쓸었다.“그래도 다시는 이러지 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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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8화

다음 날 정오, 해원시 재계를 뒤흔드는 속보가 터졌다. 미래 그룹 대표 김태하가 사고로 사망했다는 기사였다. 현재 회사의 실권이 다른 사람에게 넘어갔고 진행 중인 사업도 앞날을 장담하기 어렵다는 내용까지 덧붙었다.오전 장이 끝나기도 전에 미래 그룹 주가는 몇 포인트나 연달아 떨어졌다. 소식을 들은 강지현이 긴급회의를 준비하던 중 지순옥에게 전화가 왔다.옆에 있던 최동윤은 휴대폰을 쥔 채 핏기 없이 굳어 있는 강지현을 보고 조심스럽게 물었다.“제가 대신 받을까요...?”“괜찮아요.”강지현은 한 번 숨을 고르고 사무실 안으로 들어갔다.최동윤은 문밖을 초조하게 서성였다. 사고 소식은 진작 철저히 막아 둔 상태였다. 해원시에서 김씨 가문을 함부로 건드릴 사람도 많지 않았다.그런데 확실한 증거도 없이 이런 기사가 갑자기 터졌다. 대체 누가 정보를 흘린 걸까.최동윤의 머릿속에 가장 먼저 서지아가 떠올랐다. 30분쯤 지나 강지현이 사무실에서 나왔다. 들어갈 때보다 얼굴이 더 창백했다.지순옥은 따지려고 전화한 게 아니었다. 강지현은 진실을 알게 되면 할머니가 무너질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지순옥은 오히려 강지현부터 걱정했다.울음을 참는 게 뻔히 느껴지는 목소리로, 자기는 괜찮으니 아무 걱정 말라고 달랬다.지순옥도 진작 이상한 낌새를 느끼고 있었다. 김태하가 강지현을 얼마나 끔찍이 아끼는지 누구보다 잘 알았다. 아무리 바빠도 아내를 이렇게 오래 혼자 둘 사람이 아니었다.어젯밤 강지현이 돌아간 뒤부터 어느 정도 짐작했고, 기사가 터지자 은주희에게 직접 물어 사정을 확인했다. 사랑하는 손자에게 일이 생겼는데 괜찮을 리 없었다.그럼에도 지금 가장 버텨야 하는 사람은 임신한 강지현이었다. 그래서 지순옥은 캐묻지 않았다. 밖에서 뭐라고 떠들든 미래 그룹도, 김씨 가문도 끝까지 강지현 편이라고 말해 주었다. 회사가 손해를 보든 입찰에서 떨어지든 그런 건 중요하지 않다고 했다. 그러니 다른 생각 말고 제 몸부터 챙기라고 신신당부했다. 강지현은 한동안 아무 말도 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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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9화

엄경미도 강지현이 시간을 끌고 있다는 것쯤은 알고 있었다. 절차를 늦추면서 김태하가 정말 제 손에 있는지 확인하려는 속셈이었다.하지만 엄경미는 서두를 이유가 없었다. 강지현과 천천히 겨룰 시간은 얼마든지 있었다. 무엇보다 여기까지 온 이상 이제 와 물러설 수도 없었다.임지태 쪽에서는 여전히 김태하 소식이 없었다. 정말 죽은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중상을 입은 채 황야에서 사라졌으니 살아남았다면 오히려 기적이 가까웠다.“사모님, 데려왔습니다.”집사가 응접실로 들어와 와인을 마시던 엄경미에게 보고했다. 엄경미는 잔을 든 채 손만 가볍게 내저었다. 집사는 곧장 밖으로 나가 주단우를 들였다. 엄경미가 잔을 내려놓자 집사는 눈치를 채고 다른 사람들을 데리고 나갔다.주단우의 몰골은 형편없었다. 며칠째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느라 옷도 갈아입지 못했고 면도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늘 귀티가 흐르고 거만하던 도련님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주단우는 덤덤한 얼굴로 자신을 바라보는 엄경미 앞에 섰다. 주먹이 저절로 꽉 쥐어졌다.경찰서에서 보낸 며칠은 끔찍했다. 모든 걸 포기하고 될 대로 되라는 심정까지 갔었다. 그런데 뜻밖에도 누군가 자신을 꺼내 줬다. 하필 다시는 보고 싶지 않았던 사람이었다.“배고프지? 뭐라도 먹어.”오랜 침묵 끝에 엄경미가 먼저 입을 열었다. 탁자 위 다과 접시를 주단우 쪽으로 밀었지만 그는 꼿꼿이 선 채 손도 대지 않았다.“왜 그래? 며칠 못 봤다고 엄마한테 벌써 이렇게 서먹해졌어?”엄경미가 웃으며 묻자 주단우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뭘 원하십니까?”“뭘 원하냐니? 무슨 말이야?”“제가 어머니를 배신했잖아요.”주단우는 돌려 말할 생각이 없었다.“뭘 원하십니까?”엄경미는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와인을 몇 모금 마신 뒤 빈 잔에 술을 따르고 일어나 주단우에게 내밀었다.“...”주단우는 씁쓸하게 웃더니 잔을 받아 단숨에 비웠다. 엄경미도 희미하게 웃었다.“알아. 강지현이 널 제 편으로 끌어들이려고 꽤 공을 들였겠지. 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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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80화

[4. 당사는 해당 루머를 최초로 유포한 ‘해원 경제속보’ 및 관련 책임자를 이미 특정했으며, 법무팀을 통해 법적 절차에 착수했습니다. 관련 법적 책임을 끝까지 물을 것이며 어떠한 선처도 하지 않을 것입니다.][5. 허위 사실을 유포하거나 확산시켜 당사의 정상적인 경영 및 문베이 프로젝트의 공정한 입찰을 방해하는 모든 행위에 대해 당사는 모든 법적 조치를 취할 권리를 보유합니다.]공지 직후 미래 그룹 법무팀은 ‘해원 경제속보’와 기사를 퍼 나른 주요 플랫폼에 곧바로 내용증명을 보냈다. 가라앉을 틈도 없이 인터넷이 다시 들끓었다. 호텔 스위트룸에서 공지를 확인한 백하린은 코웃음을 쳤다.“공식 부인? 결국 할 수 있는 게 공지 하나 올리는 것뿐이네요. 우리가 제대로 짚은 거예요. 강지현 지금 당황했어요. 김태하가 정말 멀쩡하면 직접 얼굴 한 번 보여 주는 게 제일 빠르잖아요. 몸이 안 좋아도 영상 하나쯤은 올릴 수 있고요. 강지현 혼자 저렇게 버틸 이유가 없어요.”서운혁은 미간을 찌푸렸다.“그건 그런데, 강지현 씨가 ‘해원 경제속보’를 아예 지목했어요. 끝까지 책임을 묻겠다고도 했고요. 혹시 저쪽에서 뭔가 잡은 건 아닐까요? 언론사 쪽은 확실히 정리한 거 맞아요?”백하린은 자신 있게 대답했다.“걱정 마세요. 편집장은 진작 손써 뒀어요. 돈도 충분히 줬고 비밀유지계약서까지 썼어요. 미래 그룹이 소송을 걸어도 익명 제보를 받았다고 끝까지 버틸 거예요. 우리 얘기는 절대 안 해요. 직접적인 증거가 없으니 미래 그룹도 어쩔 수 없어요.”서운혁은 조금 안심했지만 찜찜함까지 사라지지는 않았다. 그리고 그 불안은 곧 현실이 됐다.저녁 8시가 되기도 전에 상황이 뒤집혔다. ‘해원 경제속보’ 공식 계정에 돌연 공개 사과문이 올라왔다.[당사는 금일 오전 미래 그룹 김태하 대표에 관해 사실과 다른 내용을 보도했습니다. 이는 편집 과정에서의 검토 소홀로, 사실 확인을 거치지 않은 익명의 제보를 그대로 보도한 데서 비롯된 잘못입니다. 이로 인해 김태하 대표와 가족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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