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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가짜 결혼, 진짜 신분: Chapter 831 - Chapter 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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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31화

하지만 그런 관계 속에서도 엄경미는 처음 진심으로 동경하는 사람이 생겼다.주승호는 다른 사람에게만 엄격한 것이 아니었다. 자신에게는 더욱 엄격했고 매사 완벽을 추구하며 최선을 다했다.그녀는 주승호와 결혼하려면 자신 역시 그에게 걸맞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하지만 동시에 현실도 잘 알고 있었다. 두 사람의 관계는 정략결혼이었기에 자신이 바라면 안 되는 것을 바라지도 않았다.엄경미는 두 사람의 관계가 그저 서로의 필요에 따른 협력 관계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주승호가 그녀를 위해 목숨을 걸었다.그녀를 구하기 위해 주승호는 더 이상 아이를 가질 수 없게 됐다.그 순간, 엄경미는 진심으로 주승호와 결혼하기로 마음먹었다.주상 그룹을 위해서도 자신의 앞날을 위해서도 아니었다.그녀는 자신이 주승호에게 품은 감정이 이미 명예와 이익에 대한 욕망을 훨씬 뛰어넘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결혼 후 주승호는 그녀에게 더 잘해주었다. 엄경미는 처음으로 사람에 대한 경계를 내려놓고 아무런 사심 없이 주씨 가문과 주상 그룹을 위해 일했다.하지만 그렇게 마음을 열고 얻은 것은 주승호의 배신이었다.“경미야.”엄경미가 생각에 잠겨 있던 순간, 오랫동안 듣지 못했던 목소리가 또렷하게 귓가에 들려왔다.그녀가 문득 고개를 돌리자 임지태가 바로 앞에 서 있었다.임지태는 많이 늙어 있었다. 순간 그녀는 그를 알아보지 못할 정도였다.하지만 익숙한 눈매와 이목구비에는 여전히 날카로운 기색이 남아 있었다.엄경미는 입꼬리를 살짝 올린 채 말없이 그를 바라봤다.지난 이야기를 나눌 시간도 없이 임지태는 그녀를 데리고 전용기 탑승을 위해 VIP 통로로 향했다.해원시를 벗어나기만 하면 그들은 아무런 구속도 없이 완전히 자유로워질 수 있었다.하지만 두 사람이 막 전용기에 오르기 위해 계단을 밟았을 때, 뒤에서 경찰차의 사이렌 소리가 들려왔다.엄경미의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하지만 두려움보다 먼저 찾아온 것은 피로감이었다.그녀는 고개를 들어 끝없이 펼쳐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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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32화

엄경미는 잠시 강지현을 바라봤다. 강지현이 자신에게 좋지 않은 의도로 이 편지를 건넸다는 걸 알면서도 결국 재빨리 봉투를 뜯었다.수려하면서도 힘이 느껴지는 필체였다. 여전히 익숙하고 눈에 익은 글씨였다.엄경미의 가슴이 크게 일렁였다. 주승호의 글씨는 그녀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이 편지는 분명 그의 친필이었다.[경미에게.이 편지를 네가 읽고 있다면 아마 나는 이미 이 세상에 없을 것이다. 걱정하지 말고 부디 잘 지내길 바란다.펜을 들기 전에는 수많은 생각이 떠올랐는데 막상 무언가를 쓰려고 하니 한참 동안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너와 함께 지금까지 살아오는 동안 마음속에 담아둔 말이 너무 많았다. 어떻게 말해야 할지도 몰랐고 끝내 말하지 못한 것도 많았다.이제 나는 병이 깊어 살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래서 결국 내 마음속 이야기를 너에게 하기로 했다.처음 너를 만났을 때부터 나는 알고 있었다. 너는 좋은 아내도, 좋은 연인도 되지 못할 거라는 것을.그래서 너와의 결혼은 순수한 이해관계에 따른 결합이었다.당시 나는 네 도움이 절실했다. 내가 할 수 없는 일을 대신 해주고 네 인맥과 엄씨 가문의 지원을 이용해 아버지의 통제에서 완전히 벗어나 내가 꿈꾸던 주상 그룹을 만들어야 했다.너도 아마 이 사실을 잘 알고 있었을 것이다. 주씨 가문에 기대기 위해 누구보다 많이 애썼으니까.그래서 우리가 함께 지내는 동안 나는 너를 최대한 까다롭게 대했다. 내가 원하는 모습으로 너를 바꾸고 싶었다.단순히 아내가 아니라, 능력 있는 조력자로 말이다.나는 주상 그룹에서 이룬 것들을 아낌없이 너와 나눴고 시간이 흐를수록 네가 나에게 더 많이 의지하게 되면서 나 역시 너에 대한 책임감을 점점 더 강하게 느끼게 됐다.하지만 내가 대체 언제부터 너에게 진짜 남녀 간의 감정을 품게 됐는지는 나도 알지 못한다.어쩌면 함께 주상 그룹을 짊어지고 싸워온 날들 때문이었을지도 모른다.어쩌면 나를 기쁘게 해주려고 점점 더 훌륭한 사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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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33화

나는 너를 원망하지 않을 수 없었고 탓하지 않을 수도 없었다.하지만 결국 이것은 내가 스스로 내린 선택이니, 누구를 탓할 일도 아니다.게다가 나에게도 너에게 말하지 않은 비밀이 하나 있다.사실 내게 여자는 너 하나뿐이 아니었다. 너를 만나기 전에 나는 하룻밤의 인연을 맺은 적이 있다.우리는 술자리에서 만났다. 그녀는 아름답고 다정했고 먼저 나에게 다가왔다. 나 역시 젊고 혈기 왕성한 데다 술에 취해 있었기에 마음이 흔들렸다.하지만 다음 날 아침, 그녀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나는 그녀의 신분도 이름도 몰랐고 우리 사이에 다시 연락할 일도 없었다.원래는 결혼하기 전에 너에게 솔직하게 털어놓아야 했다. 하지만 네가 떠날까 두려웠던 나는 이기적으로 그 일을 숨겼다.몇 달 전, 병원에 보관되어 있던 내 DNA가 갑자기 내 친딸과 일치했다.나는 너무 기뻐서 너에게 말하지도 않고 몰래 그 아이를 만나러 갔다.그 아이는 엄마를 닮아 아주 예뻤고, 능력도 뛰어났다. 보기에도 참 좋은 아이였다.다만 나는 알고 있다. 그 아이가 아무리 훌륭해도 너는 좋아하지 않을 거라는 것을.하지만 내 인생에서 가장 미안하고 가장 용서를 구하고 싶은 사람은 오직 내 딸이다.그 아이는 태어나자마자 보육원에 버려졌다. 아이의 엄마가 왜 아이를 원하지 않았는지는 모르지만, 나는 그 일을 그저 하룻밤의 인연으로만 여겼고 그녀들을 찾아볼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그 때문에 아이는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너무 힘든 삶을 살아왔다.그래서 나는 한 가지 결정을 내렸다. 주상 그룹과 내 명의로 된 모든 재산을 그 아이에게 남기기로 했다.너는 이미 충분한 재산이 있으니 주상 그룹이라는 굴레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래야 너도 네 행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너는 스스로에게 족쇄를 채워왔고 반평생을 명예와 이익에 얽매여 살아왔다.나는 네가 이런 삶에 익숙해졌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네가 행복하지 않다는 것도 누구보다 잘 안다.이기기 위해, 목표를 이루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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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34화

주승호는 아내를 웃게 해주고 싶다는 이유만으로 그 물건을 그토록 소중하게 여겼다.강지현은 자초지종을 알게 되자 곧바로 변호사에게 연락했다.주승호의 유산 중 유일하게 경매업체에 보관되어 있던 600억 원 상당의 주얼 하트를 자신에게 맡겨두었다는 사실이 떠올랐다.강지현이 주얼 하트가 보관된 금고를 열자 그 안에는 주승호가 엄경미에게 남긴 편지도 들어 있었다.주얼 하트는 처음부터 엄경미에게 주려던 것이었다. 그뿐만 아니라 주얼 하트와 함께 주상 그룹에 아직 등록하지 않은 특허 두 건도 들어 있었다.엄경미와 주승호가 함께 개발한 핵심 생명공학 기술이었다. 이 모든 것은 주승호가 엄경미에게 남긴 것이었다.보석 하나와 특허 두 건만으로도 엄경미는 평생 풍족하게 살아갈 수 있었다.강지현은 그것들을 보고서야 문득 주승호의 마음을 알 것 같았다.그가 엄경미에게 품었던 감정은 자신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깊었다.주승호와 엄경미는 생각하는 방식부터 달랐다. 엄경미가 주상 그룹을 계속 이끌어간다면 아마 그녀가 생각하는 것처럼 모든 일이 순탄하게 흘러가지는 않을 것이다.오히려 남은 생을 주상 그룹과 주씨 가문을 위해 온 힘을 다해야 할 가능성이 컸다.주승호는 한 남자로서 자신의 여자가 평생 홀로 분투하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았다.하지만 이 특허들을 가지고 있다면 엄경미가 계속 사업을 이어가든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아가든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었다.주승호는 강지현과 엄경미의 성격까지 미리 내다보고 있었다.그래서 주상 그룹을 강지현에게 넘긴 것이다.세력도 전혀 없는 데다 갑자기 돌아온 사생아인 강지현이 주씨 가문과 해원시의 세력 속에서 괴롭힘을 당하지 않으려면 모든 것을 강지현의 손에 넘겨야 한다는 것을 그는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바스락거리는 작은 소리가 귓가를 스쳤다.강지현이 천천히 고개를 들자, 구겨진 편지지가 책상 가장자리에 떨어져 있었고 엄경미는 두 손을 꽉 움켜쥔 채 눈을 질끈 감고 있었다.눈물 한줄기가 입가까지 흘러내렸다. 그녀의 숨은 가빠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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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35화

엄경미는 순간 온몸에서 힘이 빠져나가는 것 같았다. 몸이 축 늘어진 채 사람들의 부축을 받던 그녀는 결국 바닥에 무릎을 꿇고 말았다.눈물이 끊임없이 양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그녀는 너무나 원망스러웠지만 그 원망마저도 한순간 힘을 잃은 듯했다. 이제는 누구를 원망해야 할지조차 알 수 없었다.주승호를 원망해야 할까?아니면 강지현을 원망해야 할까?그도 아니면 이토록 열심히 살아왔지만 결국 이렇게 초라해져 버린 자신의 인생을 원망해야 할까?손에 꼭 쥐고 싶었던 모든 것이, 한때는 그렇게 단단히 움켜쥐고 있었는데도 결국 흔적도 없이 빠져나가 버렸다.“아버지가 당신에게 남긴 것들은 넘겨드릴게요. 하지만 당신이 다시 손에 넣을 수 있을지는 운명에 달렸겠죠.”강지현은 담담하게 말을 마치고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떠났다.엄경미는 한참 후에야 정신을 차리고 바닥에 떨어진 종잇조각들을 바라봤다. 그러다 무언가에 홀린 듯 바닥에 엎드려 다급하게 그것들을 주워 담기 시작했다.그 종잇조각들이야말로 주승호가 그녀에게 남긴 마지막 것이었다.그리고 그것은 그녀의 인생에 남은 마지막 위로이기도 했다.“지현 언니!”변호사와 함께 경찰서 로비로 나온 강지현은 자신을 기다리고 있던 현다영을 발견했다.현다영은 새벽부터 경찰서에 와서 신고한 뒤 지금까지 계속 기다리고 있었다.날이 희미하게 밝아올 무렵, 그녀는 경찰차에 사람이 호송되어 오는 것을 보고 강지현이 며칠 동안 무사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너무 기뻐 눈물이 날 것 같았다.강지현이 모든 계획을 세울 때 그 사실을 알려준 사람은 최동윤뿐이었다. 그 외에는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았다.현다영을 믿지 못해서가 아니라, 이 일을 아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오히려 계획을 진행하기 어려워지기 때문이었다.강지현이 실종됐는데 주변 사람들이 모두 태연하게 행동한다면 오히려 너무 수상해 보일 수밖에 없었다.최동윤과 송준호가 있는 이상 강지현은 현다영을 걱정하지 않았다.게다가 주단우 역시 회사에서는 현다영과 사이가 좋지 않은 모습을 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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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36화

그 뒤 현다영은 먼저 경찰서로 가 조사에 협조했다. 전날 밤 일을 이야기하기 시작하자 눈물이 주르륵 쏟아졌고 목소리까지 덜덜 떨렸다.“됐어, 됐어. 이제 다 끝났어.”강지현은 안쓰러운 마음에 현다영을 품에 꼭 안고 한참 다독였다. 엄경미가 정말로 주단우를 해치려 들 줄은 생각도 못 했다. 강지현과 주단우는 엄경미가 그저 주단우에게 모든 죄를 뒤집어씌워 희생양으로 버리려는 줄로만 알았다. 그래도 큰일로 번지지 않고 모두 무사했으니 천만다행이었다.두 사람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최동윤도 급히 달려왔다. 강지현을 보자 얼굴에 반가움이 그대로 드러났다.“사모님!”“최 비서님.”강지현이 살짝 웃어 보였다. 최동윤은 잠깐 멈칫하더니 누군가를 찾는 듯 주위를 둘러봤다. 강지현이 경찰서 앞에 세워진 차로 눈길을 보내자 그제야 알아차렸다. 검은 승용차 뒷좌석에 김태하가 앉아 있었다.“대표님.”김태하를 보는 순간 최동윤은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얼굴이 됐다. 하지만 자신의 흐트러진 모습을 보이기 싫어 황급히 고개를 돌렸다. 비서가 된 첫날부터 김태하는 밖에서는 언제나 단정하고 침착하게 처신하라고 가르쳤다.“최 비서, 고생 많았어.”김태하가 낮게 말하며 최동윤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 최동윤은 허리를 숙인 채 서 있었는데, 어쩐지 잔뜩 서러운 사람처럼 보였다. 그동안 사모님 앞에서까지 불안한 기색을 보일까 봐 감정을 꾹 눌러 왔다. 하지만 이제는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 억누르려 할수록 눈물이 더 쏟아져 결국 손으로 마구 훔쳤다.“바보야, 왜 울어? 나 이렇게 멀쩡하잖아.”“죄송합니다, 대표님... 제가, 제가 그냥... 너무 보고 싶었습니다. 대표님도 정말...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자신을 걱정한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지자 김태하도 가슴 한구석이 뭉클해졌다.마침 육운성이 담배를 피우려고 차에서 내리자 김태하가 그쪽으로 손을 내밀었다. 육운성은 당연하다는 듯 담배 한 개비를 건넸다. 김태하가 미간을 찌푸렸다.“휴지 달라고.”육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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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37화

그러나 사람들의 감성을 움직였다고 해서 주최 측까지 움직일 수 있는 건 아니었다. 해성 그룹은 조금도 동요하지 않았다.서운혁은 여전히 전문성으로 상대를 압도하는 전략을 택했다. 대중의 이익과 국가적 목표를 앞세운 홍보로 정면 승부에 나섰다. 그 덕분에 해원시에서 관련 산업과 사업을 주시하던 전문가들의 지지를 상당수 얻었고, 지지층의 무게만 놓고 보면 미래 그룹보다 한 발 앞선 것도 사실이었다.종합적으로 보면 미래 그룹이 맡든 해성 그룹이 맡든 사업을 수행하는 데는 문제가 없었다. 사업을 두 회사에 나눠 줄 수만 있었다면 주최 측도 차라리 협력시켜 상생하게 하고 싶을 정도였다.결국 주최 측은 최종 사업 제안 발표를 생중계하기로 했다. 공정성을 확보하는 동시에 이번 기회에 사업 자체의 관심도와 파급력도 끌어올리려는 판단이었다.해성 그룹 대표로 나선 서운혁은 큰 무대를 수없이 경험한 사람답게 완벽에 가까운 발표를 했다. 주최 측은 물론 미래 그룹 쪽에서도 뚜렷한 허점을 찾기 어려웠다.물론 해성 그룹이 과거에 일으킨 문제를 꺼내 질문하는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서운혁은 이미 대비를 끝낸 상태였다. 질문을 능숙하게 받아넘기는 데 그치지 않고 미래 그룹이 에둘러 던진 비판까지 함께 반박했다.“기술 혁신에는 시행착오가 따를 수밖에 없습니다. 실수를 두려워하면 발전도 없습니다.”그는 역사를 예로 들며 강자가 넘어야 할 상대는 결국 자기 자신뿐이라고 덧붙였다. 자신감 넘치는 발언에 장내에서 박수가 터졌다.원래도 긴장해 있던 서지아는 더 자신이 없어졌다.서지아가 무대에 오르기 전, 서씨 가문 사람들과 은주희는 겁먹지 말라고 계속 격려했다. 입찰에 실패하더라도 할 수 있는 건 다 했으니 괜찮다고 했다.지금 김태하와 강지현은 생사조차 알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들에게 다른 일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미래 그룹이 입찰에서 이긴다 한들 무슨 소용인가. 아무리 중요한 사업이어도 자식들보다 중요할 수는 없었다.김무언도 이제는 마음을 내려놓았다. 평생 남에게 지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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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38화

김태하의 차갑고 담담한 목소리가 회의장 구석구석까지 또렷하게 퍼졌다.서운혁만 놀란 게 아니었다. 장내는 순간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을 만큼 조용해졌다가 곧 폭발하듯 술렁였다.김태하.인터넷에서 이미 사망했다는 소문까지 돌았던 미래 그룹 대표 김태하가 아닌가.김태하를 본 순간 서지아는 온몸에서 힘이 빠져나갔다. 눈을 크게 뜬 채 쓰러지지 않으려 두 손으로 연단을 꽉 붙잡았다.김태하도, 강지현도 무사했다. 두 사람이 모두 살아 돌아왔다.은주희와 김무언 역시 입구에서 천천히 걸어오는 두 사람을 보자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은주희는 온몸이 저릿해져 멍하니 서 있다가 몇 초 만에 눈물을 터뜨렸다. 김무언도 눈시울이 붉어졌다. 입술을 벌린 채 얼굴을 잔뜩 일그러뜨릴 만큼 감정을 감추지 못했다.“어떻게...”주변의 웅성거림은 갈수록 커졌다. 현장은 생중계 중이었고 온라인의 열기도 순식간에 치솟았다. 실시간 댓글과 반응이 미친 듯이 올라왔다. 누구도 김태하와 강지현의 갑작스러운 등장을 예상하지 못했다.현실의 기업 경쟁이 드라마보다 더 자극적이라는 반응이 쏟아졌다.미래 그룹 대표가 이미 세상을 떠났다는 소문은 결국 거짓이었던 걸까. 그렇다고 미래 그룹이 화제성을 만들겠다고 일부러 자기 회사를 혼란에 빠뜨렸을 리도 없었다. 그런 연출은 눈길을 끄는 것 말고는 입찰에 아무 이득도 없었다. 오히려 그 틈을 타 해성 그룹만 기세를 올렸으니 말이다.그렇다면 이 모든 게 해성 그룹의 계략이었던 건 아닐까.미래 그룹 대표가 모습을 드러낼 수 없는 틈을 노려 사망설을 만들고, 미래 그룹을 신뢰 위기에 빠뜨린 것이라면? 심지어 강지현의 실종까지 해성 그룹과 관련된 것 아니냐는 의혹도 빠르게 번졌다.평범한 입찰이 몇 분 만에 엄청난 관심을 끌어모았다. 주최 측도 이런 상황은 처음이라 적잖이 당황했고, 곧바로 직원들을 움직여 현장 질서를 강화했다.서운혁은 한참 뒤에야 정신을 차렸다. 주먹을 천천히 말아 쥔 뒤 입을 열었다.“김 대표님, 강 대표님. 두 분이 한동안 모습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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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39화

분위기가 심상치 않자 주최 측 관계자가 직접 내려와 김태하에게 상황을 설명하며 두 사람에게 우선 자리에 앉아 달라고 했다.서지아가 급히 나섰다.“왜 발표자를 바꾸면 안 되죠? 돌발 상황이 생겼을 때 대표자를 교체할 수 없다는 규정은 없습니다. 저도 오늘 임시로 미래 그룹을 대신해 올라와 발표한 것뿐이에요. 김 대표님과 강 대표님 두 분이 모두 오셨으니 계속 발언할 권리가 있습니다.”“돌발 상황이라... 그렇다면 미래 그룹은 그 구체적인 상황을 주최 측에 정식으로 보고한 적이 있습니까?”서운혁이 다시 몰아붙이려는 순간 김태하가 입을 열었다.“발표자는 바꿀 필요 없습니다.”그는 조금도 서두르지 않았다.“보시는 것처럼 미래 그룹의 사업안과 진심은 이미 충분히 전달됐습니다. 발표자가 바뀐다고 해서 더 보탤 내용도 없습니다.”강지현은 예전과 다름없는 김태하의 맑고 힘 있는 목소리를 들으며 살짝 입꼬리를 올렸다. 어디에 서 있든 사람을 압도하는 분위기 역시 그대로였다.두 사람이 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아무도 알 수 없었다. 회의장은 다시 조용해졌고 서운혁의 얼굴에도 의심이 스쳤다.그때 회의장 문이 다시 열렸다. 최동윤이 한 남자를 데리고 들어왔고 그 곁에는 제복을 입은 경찰 두 명이 함께였다. 일행은 곧장 강지현과 김태하 옆으로 다가왔다.“대표님, 데려왔습니다.”김태하가 장내를 바라봤다.“여러분, 딱 2분만 시간을 내 주십시오. 이번 자리를 빌려 미래 그룹을 둘러싼 한 가지 사실을 공식적으로 바로잡고자 합니다.”서운혁은 불길함을 느끼고 자리에서 일어나 막으려 했지만, 강지현이 먼저 주최 측 관계자에게 말을 건넸다.“최근 온라인에서 미래 그룹을 겨냥한 허위 정보가 계속 퍼졌습니다. 사업에 책임을 지고, 해원시의 모든 투자 관계자와 저희를 지켜보는 시민들께 책임을 다하기 위해서라도 공개적으로 진실을 밝힐 의무가 있다고 생각합니다.”강지현은 잠깐 말을 멈췄다가 덧붙였다.“게다가 이 일은 미래 그룹만의 문제가 아니라 해성 그룹과도 관련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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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40화

“이것도 전부 개인의 일탈입니까?”“...”서운혁은 상대가 이런 증거까지 들고 나올 줄은 생각하지 못했다. 아무리 임기응변이 뛰어나도 이번만큼은 변명할 말이 없었다. 해성 그룹 대표단도 일제히 당황했다.장내가 순식간에 떠들썩해졌다.“세상에, 해성 그룹이 이렇게까지 더럽게 나올 줄은 몰랐네. 미래 그룹이 언론 플레이를 한 게 아니라 정말 피해자였던 거잖아...”“전에 서지아 씨 쪽에서 터진 가짜 게시물도 해성 그룹이 만든 거 아니야?”“기업 경쟁을 이런 식으로 하다니 너무 비열하다.”서운혁은 깊게 숨을 들이쉬며 억지로 평정을 되찾았다.주최 측도 더는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현장부터 이 정도로 뒤집혔으니 온라인은 확인할 필요도 없이 이미 폭발했을 터였다. 지금까지 드러난 방식만 보면 해성 그룹에 사업을 맡기기에는 위험 부담이 컸다. 수익이 난다 해도 민심을 잃을 수 있었고, 나중에 더 큰 사고라도 터지면 책임질 사람이 없었다.결국 주최 측은 입찰 절차를 일단 중단하고, 최종 결과는 추후 다시 발표하는 쪽으로 정리하려 했다.그런데 김태하가 강지현의 손을 잡고 수많은 웅성거림을 가르며 연단으로 올라갔다. 서지아가 곧바로 마이크를 건넸다.“여러분, 제가 한동안 미래 그룹을 비우고 이번 입찰에도 참석하지 못한 건 의도한 일이 아닙니다. 실제로 건강에 문제가 있었습니다.”김태하의 목소리가 차분하게 이어졌다.“그동안 미래 그룹의 모든 업무는 제 아내 강지현이 전적으로 맡아 처리했습니다. 그래서 이 자리를 빌려 먼저 제 아내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저희 회사를 믿고 지지해 주신 모든 분께도 함께 감사드립니다.”김태하가 말을 마치자 강지현이 부드럽게 이어받았다.“그 감사의 뜻으로 저와 김태하는 미래 그룹과 주상 제약을 대표해 여러분께 두 가지를 약속드리겠습니다.”김태하가 고개를 돌려 강지현과 눈을 맞추며 웃었다. 차갑던 얼굴에 순식간에 번진 다정함은 보는 사람의 마음마저 녹일 만큼 부드러웠다.옆에 있던 서지아도 잠깐 넋을 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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