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e Kapitel von 가짜 결혼, 진짜 신분: Kapitel 81 – Kapitel 90

100 Kapitel

제81화

그는 눈빛이 서늘해진 채 곧바로 강지현에게 전화를 걸었다.“여보세요? 태하 씨?”전화 받을 때, 강지현은 할아버지 할머니와 셋이 식탁에서 밥을 먹고 있었다.그 호칭을 듣는 순간, 두 노인은 숨을 죽였다.강지현은 그들의 표정을 눈치채지 못하고 고개를 끄덕였다.“네, 오늘 두 분 오시긴 했어요... 그런데 어떻게 아셨어요?”김태하는 대뜸 오늘 노인 두 명이 찾아왔냐고 물었다.“지금 그분들이 어디 있는지 알아요?”남자의 낮은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그제야 강지현은 두 노인을 바라봤다. 두 사람은 갑자기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그녀를 향해 필사적으로 고개를 저었다.“지금은 제...”강지현은 잠시 망설이다가 말을 바꿨다.“이미... 헤어졌어요.”양심에 찔리는 거짓말이었다. 하지만 김태하는 더 묻지 않고 전화를 끊었다.그 통화를 계기로 강지현도 문득 깨달았다.“두 분 김태하 씨랑... 설마 두 분 손자가...”인제 보니, 특히 할아버지 얼굴형과 눈매가 김태하와 무척 닮아 있었다.‘성이 임씨... 가 아니라 김씨였어?’그렇다면 오늘 있었던 모든 행동이 설명됐다.“지현아, 사실대로 말하자면... 우린 김태하의 할아버지 할머니가 맞아.”지순옥이 민망한 듯 입을 열었다. 더는 숨길 수 없다고 판단한 그녀는 전부 털어놓았다.이번에 온 이유는 강지현과 김태하의 약혼식을 치르기 위해서였다. 예식장도 이미 잡아 두었다. 내일 밤 8시, 해원시에서 가장 유명한 비즈니스호텔 연회장에서 열린다고 했다.급하게 준비하느라 많은 사람을 초대하진 못하지만, 격식과 규모는 빠짐없이 갖출 예정이었다. 김씨 가문 사람들은 전부 참석하고, 주씨 가문 쪽에도 이미 초대장이 갔을 거라고 했다.이렇게 비밀리에 서두르는 이유는 오직 하나, 김태하를 막기 위해서였다.“우리 착한 손자는 뭐나 다 좋은데 이런 일엔 영 눈치가 없어. 예전에 한 번 약혼할 뻔한 적도 있었는데...”할머니는 말하다가 가슴이 답답해졌다. 어렵게 약혼까지 갔는데 김태하가 현장에서 파혼해 버렸고,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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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2화

김태하가 직접 찾아온 줄 알고 심장이 철렁했다. 그녀는 심호흡한 뒤 문을 열었다.하지만 문밖에 서 있는 사람은 김태하가 아니라, 오후에 갔던 그 백화점의 매니저였다. 손에는 금빛 리본이 묶인 상자 두 개가 들려 있었다. 누가 봐도 귀중품이 들어 있을 만한 포장이었다.매니저가 공손히 두 손으로 상자를 내밀었다.“강지현 씨, 안녕하세요. 김 회장님과 사모님께서 전해달라 하셨습니다. 오늘 오후 강지현 씨가 입어보신 드레스와 보석 세트를 강지현 씨 치수에 맞게 수선 완료해서 가져왔습니다.”강지현은 멍해졌다.“저한테요?”그녀는 말끝을 흐리며 상자 옆면의 라벨을 봤다. 거기엔 분명히 그녀의 치수와 그 하얀 머메이드 드레스의 제품번호가 적혀 있었다. 오후에 할머니가 단번에 마음에 들어 했던 바로 그 드레스였다.손주며느리 옷 고르는 거라던 말은 알고 보니 처음부터 그녀를 위해 준비된 드레스와 보석이었다.강지현은 일단 상자를 받았다.“직접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문을 닫고 상자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지만, 생각을 정리할 틈도 없었다.주머니 속 휴대폰이 다시 울려, 꺼내 보니 이번에는 김태하의 전화였다.동시에, 문밖에서 또다시 익숙한 초인종 소리가 울렸다.확인해 보니, 김태하가 휴대폰을 들고 이미 그녀의 집 문 앞에 서 있었다.“문 열어요. 그분들 안에 있는 거 알아요.”차갑게 가라앉은 그의 목소리가 강지현의 심장을 세게 때렸다. 결국 그녀는 문을 열었다.“태하 씨, 일부러 속이려던 건 아니었어요...”주된 이유는 두 노인의 간절한 부탁을 차마 거절할 수 없어서였다.“사람도 봤고, 놀 만큼 놀았어요?”김태하는 곧장 두 노인 앞까지 걸어갔다. 표정은 몹시 굳어 있었고, 분위기는 폭풍 전야처럼 낮게 가라앉아 있었다.“태하야...”할머니는 잘못한 아이처럼 고개를 들지 못했다.할아버지는 얼른 고개를 돌렸다.“날 보지 마라. 난 네 할머니한테 끌려온 거다!”“제가 맞혀볼까요? 약혼식에 관한 일... 제가 제일 마지막에 안 거죠?”김태하는 곁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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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3화

김태하는 다시 두 분을 보며 차분하게 말했다.“일단 차 타세요. 모셔다드릴게요.”그리고 강지현에게 고개를 돌렸다.“두 분 모셔다드리고 나서 연락할게요. 내일 저녁 행사 세부사항 같이 맞춰봐요. 지현 씨 불편한 거, 바꾸고 싶은 거 있으면 다 말해줘요.”이 대답에 두 노인은 한동안 반응도 못 했다.‘이, 이렇게 쉽게 승낙한다고?’할머니는 강지현의 손을 꼭 잡았다.“지현아, 내일 보자! 일 바쁘겠지만 너무 무리하지 말고. 내일 회사 가지 말고 집에 있어. 내가 사람 보내서 머리랑 화장 다 해주고, 시간 맞춰서 바로 연회장으로 데려갈게. 그때 할머니가 큰 선물 하나 줄 거야!”“그래, 지현아. 네 할 일만 해. 네 할머니랑 나, 그리고 태하까지 있는데 앞으로 어디 가서든 기죽을 일 없어!”두 노인은 그녀를 손녀 보듯, 아니 작은 보물처럼 떠받들 기세였다.두 분이 떠난 뒤, 강지현은 곧바로 친한 사람들 단톡방에 메시지를 보냈다. 내일 저녁 연회에 와 달라고 초대하고, 급하게 드레스 사라며 큰 금액도 보냈다.단톡방은 순식간에 축하 메시지로 들썩였다.현다영은 특히 김태하를 극찬했다.“김 대표님 진짜 너무 멋있어요! 지현 언니, 저 감동해서 울 것 같아요. 이도운이 뭐예요. 김 대표님이야말로 언니한테 딱 맞죠!”그러면서 예전에 김태하가 강지현을 안고 갔던 일까지 꺼내며 단톡방은 순식간에 연애 토크로 번졌다.하지만 강지현은 더 대화할 여유가 없었다. 일을 좀 더 하려 했지만 약혼 생각에 도무지 데이터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머릿속에는 온통 김태하 얼굴뿐이었다.어젯밤 비 맞으며 자신을 데리러 왔던 모습, 그의 체온, 그리고 그 상처...사람은 차가워 보이는데 행동은 늘 자신에게 맞춰줬다.‘오늘 노인들이 결혼 이야기 꺼낼 때 분명 기분 나빠 보였는데, 마지막엔 왜 바로 승낙했을까... 태하 씨에게 나는 정말 그저 정략결혼 상대일 뿐일까?’강지현은 스스로 생각이 너무 깊어졌다는 걸 깨닫고 애써 멈췄다.다음 날 저녁 7시 30분, 초호화 비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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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4화

이도운은 무의식적으로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아주 잠깐 스쳤을 뿐인데, 여자는 곧바로 경호 인력에 둘러싸여 시야에서 사라졌다.“강지현? 이런 상황에 아직도 그 여자 생각이 나?”그 이름을 듣자 백하린은 곧바로 예민해졌다.하지만 이도운은 앞을 가리키며 낮게 말했다.“방금... 강지현을 본 것 같아.”얼굴도 제대로 못 봤는데 몸선이 너무 익숙했다.“말도 안 돼. 여긴 오늘 전부 대관이라잖아.”백하린은 그가 또 미련 못 버린 거라 여기며 기분이 상했다.“설마 방금 차에서 내린 여자가 강지현일 거로 생각하는 거야?”그녀는 비웃듯 입꼬리를 올렸다.오늘 오는 사람들은 해원시 최고위층 인사들이다. 그녀의 집안조차 초대 못 받았는데 강지현이 올 리가 있겠나 생각했다.“두 분, 빨리 이동해 주세요. 이쪽 구역 정리해야 합니다.”이도운이 한 발 더 다가가려 하자 직원이 막아섰고, 곧 경호원들이 추가로 와서 호텔 출입구와 엘리베이터를 전부 통제했다.두 사람이 완전히 밖으로 나왔을 때, 호텔 반경 수백 미터까지 통제선이 쳐졌고 이후 들어오는 사람들은 전원 전용 초대장을 제시하고 있었다.“이 정도 스케일이라니. 역시 김씨 가문이네....”차에 돌아온 백하린이 중얼거렸다.고개를 돌리다 보니 이도운이 휴대폰을 보고 있었다.“설마 강지현한테 메시지를 보내는 건 아니지?”“고객한테 연락해서 식당 바꾼다고 하는 거야.”이도운은 곧바로 화면을 껐다.목소리는 무심했지만, 백하린의 말이 완전히 틀린 건 아니었다. 그는 강지현의 SNS를 보고 있었다.몇 시간 전 그녀가 SNS에 앞으로 몇 시간 동안 바쁠 것이라고 쓴 걸 보고 나서야 은근히 안심했다.강지현은 바쁠 때마다 그렇게 쓰는 습관이 있었다.즉, 지금 뭔가 일하고 있다는 뜻이다. 회사 일이 아니면 외주라도 받았을까?능력 있는 데다 지난번 통화에서 다른 회사로 옮길 생각도 내비쳤고, 전화 받던 그 남자도 있고...‘혹시 누군가 지현이에게 스카우트 제안을 한 걸까? 그래서 지분 이야기를 꺼낸 건가? 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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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5화

게다가 시어머니가 연신 칭찬하니, 은주희는 준비해 온 첫 만남 선물을 바로 꺼내 건넸다.상당히 희귀하고 고가인 파이어 오팔 주얼리 세트였다.은주희가 전날 밤 이웃 나라 경매장까지 날아가 큰돈 주고 낙찰받은 물건이었다.“이건 너무 귀해서 받을 수 없어요...”“강지현 씨, 꼭 받아야 해요. 제가 김태하 친어머니는 아니지만, 그 애가 날 늘 존중해 줘서 항상 고맙게 생각하고 있어요. 그리고... 두 사람이 정말 행복했으면 좋겠어요.”은주희는 강지현의 손을 가볍게 두드렸다. 목소리는 뼛속까지 부드러웠고, 말하다 보니 눈가까지 촉촉해졌다.김태하가 가정을 꾸린다는 생각만 해도 진심으로 기뻤다.그 아이는 아버지와 사이가 좋지 않았고, 어머니는 일찍 세상을 떠났다. 어릴 적 잠시 할아버지 할머니에게 사랑받았던 걸 빼면, 성장 내내 아버지에게 엄격하게 자라왔다.은주희는 그와 함께한 시간이 길진 않았지만 그의 성장 과정을 알고 있었기에 마음 깊이 안타깝게 여기고 있었다.하지만 이런 이야기들을 강지현에게 더 해주기도 전에, 옆에서 아는 사람이 불러 자리를 떴다.오늘 연회장에는 김씨 가문 사람들, 주씨 가문 사람들뿐 아니라 수많은 최상위 명문가 인사들이 모여 있었다. 약혼식이 시작되기 전부터 이곳은 대형 상류층 비즈니스 만찬장을 방불케 했다.“지현아, 김씨 가문 친척들이 워낙 많아서 오늘 팔촌, 십촌까지 다 올 거야. 다 일일이 알 필요도 없고 인사 다 안 해도 돼. 오늘 주인공은 너야. 그냥 편하게 있어. 할머니랑 같이 있으면 아무도 귀찮게 안 해.”할머니는 강지현이 피곤할까 봐 은주희와 몇몇 큰어른들에게만 인사시키고 얼른 자리를 벗어났다.한 번 인사하면 한참 붙잡히는 그런 자리였다. 귀찮은 걸 누구보다 싫어하는 할머니는 강지현까지 거기에 끼워 넣고 싶지 않았다.반면 주씨 가문 쪽 사람들은 오늘 비교적 적게 왔다.주병찬이 주시언의 가족을 데리고 왔고, 주병찬의 지인 몇 명, 그리고 강지현의 부하 직원 다섯 명으로 구성된 ‘친구 응원단’이 전부였다.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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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화

하지만 이 순간만큼은 마음에 작은 파문이 일었다.이렇게 다정한 새어머니, 자애로운 할아버지 할머니 덕분에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가족의 온기를 맛보고 있었다.김태하는 정확히 8시에 맞춰 연회장 입구에 모습을 드러냈다.오늘 그는 격식 있는 블랙 수트를 입고 있었다. 훤칠한 체격에 샹들리에 조명이 더해지니, 더없이 준수하고 기품이 넘쳤다.그가 강지현의 곁에 서는 순간, 연회장은 순식간에 조용해졌다.모든 시선이 동시에 두 사람에게 쏠렸다.그들은 연회장 한쪽에 서 있을 뿐이었지만, 샹들리에에서 쏟아지는 빛이 마치 두 사람에게만 집중되는 듯했다.두 사람이 얼마나 잘 어울리는지 형용할 단어가 쉽게 떠오르지 않을 정도였다.“태하 씨, 오셨어요.”강지현이 몇 걸음 다가가 미소 지었다.따뜻한 톤의 메이크업 아래, 그녀의 눈빛은 얼음도 녹일 듯 부드러웠다.김태하는 잠시 넋을 잃었다가 고개를 끄덕였다.“미안해요. 늦었죠?”“전혀요. 딱 맞게 오셨어요.”강지현은 조용히 말하며 먼저 그의 팔에 손을 얹었다.그 순간 김태하의 마음이 묘하게 내려앉았다.마침 사회자가 짧은 멘트를 마치고 두 사람을 무대로 초대했다. 반지 교환 순서였다.김태하의 할아버지와 할머니도 정중하게 옆에 서서 두 사람에게 예물을 건넸다.반지는 김태하가 미리 준비한 것이었다. 디자인은 단정하면서도 고급스러웠고, 세공 수준은 최고급으로 다이아의 크기와 등급, 가치 역시 말할 필요 없이 압도적이었다.자신의 네 번째 손가락에 반지가 끼워지는 걸 보며 강지현은 마음이 복잡해졌다.김태하의 손은 유난히 예뻤다. 조명 아래에서 다이아가 더 빛나는지, 그의 손이 더 눈에 들어오는지 분간이 안 갈 정도였다.“강지현 씨, 오늘 정말 아름답네요.”갑자기 그의 낮은 목소리가 귀에 닿았다.평소처럼 차분하고 힘 있는 음성이었지만, 이렇게 가까운 거리에서 들으니 심장이 세게 뛰었다.“고마워요.”얼굴이 금세 붉어졌다. 고개를 들자, 늘 차갑던 그의 눈동자에 오늘은 은하수처럼 빛이 어려 있었다.잠시 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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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화

지금도 그녀는 그의 기세가 너무 강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까 입장할 때도 멀리서부터 범접하기 어려운 분위기가 느껴졌다.이 남자 옆에 이렇게 자연스럽게 설 수 있는 사람은 아마 강지현처럼 완벽한 외모와 강단 있는 성격을 가진 사람뿐일지도 모른다고 다들 생각했다.“지현 언니, 김 대표님이랑 진짜 너무 잘 어울려요. 아까 반지 교환하는 거 보고 저 진짜 감동했어요.”옆에 있던 친구 하나가 코를 훌쩍이며 말했다.“너희 왜 이래. 나 약혼한 것뿐인데... 왜 울어.”“우는 건 지현 언니가 그럴 자격 있어서죠...”“맞아요. 언니 드디어 행복 찾았잖아요...”“김 대표님, 지현 언니 진짜 정말 좋은 사람이에요! 예쁜 건 장점 중 제일 작은 거고, 좋은 점이 훨씬 더 많아요. 꼭, 진짜 꼭 소중히 대해 주세요!”이경 그룹에서 이도운과 강지현의 관계를 알고 있던 사람은 이 친구들뿐이었다.그마저도 둘이 완전히 틀어진 뒤, 회사를 나온 다음에야 강지현이 털어놓은 이야기였다.회사 다닐 때 강지현은 늘 묵묵히 일만 했기에 아무도 그녀가 이도운과 어떤 사이인지 몰랐다.이도운이 그렇게 대했으니 자신들이었으면 진작 팀을 이끌고 나왔을 거라고 다들 생각했다.김태하의 앞에서 이렇게까지 칭찬을 듣자 강지현은 민망해 얼른 말렸다.“됐어. 됐어. 태하 씨, 먼저 가서 다른 분들 인사하세요. 얘네 말은 좀 과장이 심해요...”“전 맞는 말이라고 생각하는데요.”김태하는 담담하게 말하며 오히려 자리에 앉았다.그는 모두를 바라보았다. 여전히 냉기가 감도는 분위기였지만 말투는 의외로 부드러웠다.“더 말해줘도 돼요. 강지현 씨의 장점이 또 뭐가 있죠?”김태하의 뒤에 서 있던 최동윤조차 꽤 놀랐다.상사가 미래 그룹의 협력사 사람들에게도 이렇게까지 온화하게 대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그거요? 엄청 많죠!”현다영의 옆에 있던 여자가 다시 입을 열자 강지현의 얼굴이 또 한 번 붉어졌다.“식사 시작했는데 안 배고파? 난 엄청나게 배고픈데...”그녀는 얼른 접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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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8화

예전에 만찬 무도회에서 김태하와 함께 춤췄던 그 소꿉친구였는데 이름은 서지아라고 했다.오늘 서지아 역시 화려하게 차려입었다. 연한 하늘색 슬립 드레스는 맞춤 제작으로 보였고, 고급 원단 위로 섬세한 글리터가 은은하게 빛났다. 여기에 부드러운 흰 실크 숄까지 걸쳐, 본래 우아한 모습이 더욱 도드라졌다.다만 얼굴이 붉고 눈빛이 흐릿한 걸 보니 술을 꽤 마신 듯했다.“서지아, 왜 왔어?”김태하의 목소리가 한층 낮아졌다.“네가 약혼하는데 내가 축하하러 안 오면 되겠어?”서지아는 잔을 들고 김태하에게 말한 뒤, 곧바로 시선을 강지현에게 옮겼다.눈꺼풀이 미세하게 떨리더니 그녀를 위아래로 훑어보고는 가볍게 웃었다.“강지현 씨, 정말 아름다우시네요. 역시 김태하가 고른 약혼녀답달까... 어디서 봐도 두 분 참 잘 어울려요.”말은 칭찬이지만 짙은 질투가 묻어나 강지현의 입안까지 시큼해지는 느낌이었다.이 서지아라는 여자가 김태하에게 품은 감정이 예사롭지 않다는 걸 단번에 알 수 있었다.그래도 오늘은 자신의 약혼식 날이니 진심이든 아니든, 축하 인사는 당당히 받기로 했다.“칭찬 감사합니다. 서지아 씨도 정말 아름다우세요.”서지아는 차갑고 도회적인 미인이었다.“아름다우면 뭐해요. 팔자가 나쁘면 아무 소용없어요. 항상 타이밍이 안 맞아요. 맞는 사람을 틀린 때에 만나거나... 맞는 때에 틀린 사람을 만나거나.”목소리가 낮아졌다. 말하면서 시선은 다시 김태하에게 향했고, 눈에는 금세 물기가 어렸다.강지현은 그 말의 의미를 완전히 이해하진 못했지만, 테이블에 앉은 친구들은 엄청난 일을 눈앞에서 보는 표정으로 하나같이 긴장한 얼굴로 김태하를 바라봤다.“서지아, 취했어.”김태하의 얼굴엔 아무 표정도 없었다.그는 고개를 돌려 최동윤에게 지시했다.“서지아 데려다줘.”“네.”최동윤이 바로 다가가 부축하려 했지만 서지아는 그를 피하고 비틀거리며 김태하의 앞으로 다가섰다.“우리 오랜 친구잖아. 술 한 잔도 안 받아줄 거야? 이거 마시면 나 혼자 갈게. 네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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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화

“아, 네...”“감사합니다. 김 대표님.”다들 궁금함이 가득했지만 김태하의 기세에 감히 묻지 못했다.강지현은 잠시 망설이다 조용히 말했다.“태하 씨, 아까 서지아 씨 상태가 좀 심각해 보였는데 정말 안 따라가 보셔도 괜찮겠어요?”주시언에게 들은 적 있었다.서지아는 이름 있는 학자 집안 출신으로, 평소 절제와 예의를 중시하는 사람이었다고. 그런 사람이 공개석상에서 저렇게 무너질 정도면 정말 많이 힘들었던 게 분명했다.김태하의 말투가 조금 누그러졌다.“오늘은 우리 약혼식이에요. 오늘의 주인공은 지현 씨고요. 최동윤이 안전하게 데려다줄 거예요. 상관없는 사람 때문에 우리 약혼식 흐름을 망칠 필요는 없어요. 저는 지현 씨의 약혼자예요. 약혼식 날 지현 씨를 두고 다른 사람을 쫓아가는 건 지현 씨에 대한 무례죠. 그런 일은 안 할 거예요.”서지아의 돌발 행동 때문에 마음 한구석에 정략결혼에 대한 거리감이 다시 피어오르려 했다. 하지만 그의 솔직한 설명은 강지현의 마음에 작은 돌처럼 떨어져 잔잔한 파문을 만들었다.자신은 그저 형식적인 절차라고 여겼던 이 약혼을, 김태하는 진지하게 여기고 있고, 자신의 감정 또한 고려하고 있다는 사실이 마음속으로 전해졌다.약혼식이 끝난 뒤, 지순옥과 김윤석은 강지현을 보내기 싫어했다. 당장 김태하의 저택으로 들어와 살았으면 할 정도였다.강지현은 계속되는 권유에 어쩔 수 없이 요즘 일이 너무 바빠서 불편하다는 이유로 겨우 빠져나왔다.김태하가 직접 그녀를 집까지 데려다주었다.연일 이어진 업무로 몹시 피곤했던 강지현은 차에 타자마자 잠들었고, 다시 눈을 떴을 때는 이미 집 앞에 도착해 있었다.김태하는 한쪽에 단정히 앉아 조용히 그녀가 깨길 기다리고 있었다.“태하 씨... 죄송해요. 저 많이 잤죠?”시간을 본 강지현이 놀라 숨을 들이켰다.“이렇게 늦었네요. 깨워주셨어야죠!”이미 새벽 1시니 한 시간 넘게 잔 셈이었다.“너무 푹 자길래 안 깨웠어요. 얼른 올라가서 쉬세요.”“네. 감사합니다. 태하 씨.”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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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0화

“백 부장님, 빨리 가보셔야 할 것 같아요.”옆에서 다시 재촉하는 소리에 백하린은 그제야 정신을 차렸다.“네, 금방 갈게요. 먼저 일 보세요.”직원이 떠나자마자 그녀는 곧바로 휴대폰을 꺼내 이도운에게 전화를 걸었다.공교롭게도 이도운은 오늘 외부 일정으로 회사에 없었다.“도운아, 어떡해... 회장님이 지금 회사에 와 있어!”그 말을 듣자 이도운도 매우 놀랐다. 그는 막 고객을 만나고 있다가 벌떡 일어났다.“확실해?”“나를 사무실로 오라고 했어. 나... 안 가면 안 될까...”백하린은 말하면서 이미 가방을 집어 들고 층을 빠져나가려 하고 있었다.이제는 이씨 가문 사람들 말만 들어도 조건반사처럼 긴장부터 됐다.“하린아, 당황하지 마. 아버지가 직접 보자고 한 거면 가는 게 맞아. 우리 엄마보다 훨씬 선이 분명한 분이야, 무리하게 하진 않으실 거야. 나 지금 바로 회사로 갈게. 조금만 버텨.”이도운은 이규진의 성격을 알고 있었다. 백하린이 도망치면 그의 분노는 더 커지고, 그 화살이 자신에게 돌아올 게 뻔했다.“싫어... 나 무서워...”이번엔 백하린도 물러설 생각이 없었다.하지만 층을 벗어나기도 전에 경비 몇 명이 앞을 가로막았다.이규진은 이미 대비를 해둔 상태였다.곧 백하린은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회장실로 안내되었다.이규진은 방금 회사의 최근 프로젝트와 실적 자료를 확인한 참이라 얼굴이 한껏 어두웠다.이렇게 많은 문제가 터졌는데도 이도운은 단 한마디도 그에게 보고하지 않았다.예전에 강지현이 있을 때 회사는 승승장구했다. 그래서 그는 완전히 손을 떼고 아들에게 전권을 맡겼던 것인데 불과 보름도 안 되는 사이 회사 상황이 곤두박질쳤다.주주에게 항의 전화를 받고 나서야 그는 알게 됐다.강지현이 오랫동안 회사에 나오지 않았고, 그 와중에 이도운이 백하린까지 회사로 들였다는 사실을.어젯밤 한밤중에 소식을 들은 그는 분노에 치밀어 문수정에게 손찌검할 뻔했다.이렇게 큰일을 숨기고 아들을 감싸기만 하다니.문수정은 밤새 울었다. 이도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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