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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가짜 결혼, 진짜 신분: Chapter 91 - Chapter 100

100 Chapters

제91화

하지만 목소리를 높이자마자 뒤에 서 있던 경호원이 그녀의 어깨를 강하게 눌러 의자에 앉혔다.이규진은 팔꿈치를 책상에 괴고 담담하게 말했다.“물론 안 할 수도 있죠. 그럼 저는 제 방식대로 하겠습니다. 백하린 씨가 이경 그룹을 떠나지 못하고, 이도운을 떠나지 못한다면... 그에 따르는 모든 고통도 감수할 준비가 돼 있어야겠죠. 그건 5년 전에도 이미 잘 아시지 않습니까?”“아버님, 전 제가 뭘 그렇게 잘못했는지 모르겠어요! 지금은 이도운이 저를 필요로 해서 부른 거예요! 회사 문제도 전부 강지현 때문이고요! 회장님은 늘 이성적이고 공정하신 분이잖아요. 이렇게 중요한 시기에 예전 일만 붙잡고 이경 그룹은 생각도 안 하실 건가요?”붙잡힌 채였지만 백하린도 악에 받쳐 쏘아붙이며 전혀 물러설 기색이 없었다.이규진이 희미하게 웃었다.“그래서 이경 그룹을 위해서 백하린 씨를 내보내려는 겁니다. 회사 문제가 전부 강지현 탓이라 했죠? 하지만 회사 최대 프로젝트를 날린 건 백하린 씨예요. 강지현 팀 단체 퇴사도, 제 조사로는 백하린 씨 관리 문제더군요. 백하린 씨의 능력을 평가할 생각은 없어요. 하지만 회사엔 수많은 눈이 있어요. 누가 필요한 사람인지, 굳이 제가 말할 필요는 없겠죠.”그 말이 끝나자 경호원이 그녀의 손을 거칠게 잡아 서류에 강제로 서명하게 했다.“회장님, 회장님에겐 이럴 권한이...”“있습니다. 그리고 이미 이도운의 권한도 회수했어요. 앞으로 이도운의 모든 인사와 결정은 제 승인 없이는 불가능합니다.”이규진은 서류를 회수하며 경호원에게 물러나라는 신호를 보냈다.백하린은 초라한 모습으로 그를 노려본 뒤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도운이 없는 지금은 분해도 맞설 수 없었다.“백하린 씨, 오늘 제 말을 기억하세요. 이도운의 체면 봐서 마지막 기회를 주는 겁니다. 다음엔 지금처럼 끝나지 않을 거예요.”노골적인 협박이었다.그리고 그는 실제로 그럴 힘이 있는 사람이었다. 예전에도 그 수법을 직접 겪은 적이 있었다.가족과 절연되고, 앞길이 막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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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2화

말이 끝나기도 전에 파일철이 날아와 그의 얼굴을 스치고 지나갔다.이규진은 말이 없었지만 분노가 사무실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화 많이 나신 건 알지만... 백하린은 제가 도와달라고 불러온 거예요.”“왜? 안쓰러워?”이규진의 표정은 담담했지만 말은 비꼬는 투였다.“같이 나가고 싶으면 네 것도 준비해 놨다.”그의 앞에는 또 다른 서류가 놓여 있었는데 이도운 앞으로 준비된 것이었다.서명하면 오늘부로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나고, 회사 지분을 모두 포기하며 이경 그룹과의 연도 완전히 끊는다는 내용이었다.그제야 이도운 얼굴에 처음으로 당황함이 스쳤다.이규진은 주주들의 전폭적 지지를 받고 있었으니 그의 권한을 회수하는 건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아빠, 제 뜻은 그게 아니에요.”“내가 결정을 내리는데 네가 왜 이래라저래라야? 백하린 일은 네가 알아서 정리해. 또다시 네가 백하린과 얽혀 있다는 걸 알게 되면, 난 그 여자에게만 대가를 치르게 하는 거로 끝내지 않을 거다. 너 역시 더는 이경 그룹에 손도 대지 못하게 될 거야. 내가 아들이 너 하나뿐이라 해도, 가문에 먹칠하고 어른을 속이는 사람에게 이경 그룹을 물려줄 생각은 추호도 없다.”이규진은 목소리가 차가웠고, 말투도 담담했지만 한 마디 한 마디가 천근처럼 무거웠다.이도운은 아버지를 잘 알았다. 그는 고집이 세고, 말한 건 반드시 실행하는 사람이었다.“아버지, 제가 잘못했어요. 하지만 믿어 주세요. 저와 백하린은 아무 사이도 아니에요. 이 모든 것은 전부 이경 그룹을 위해 한 일이에요...”“강지현 일은 내가 다 알아봤어. 걔가 아무리 제멋대로라 해도 네가 이런 시기에 걔랑 감정 싸움할 일은 아니었어.”이규진은 더는 이도운의 변명을 들을 생각이 없었다. 그가 온 이유는 단 하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었다. 지금 그에게 가장 중요한 건 이경 그룹이었다.비록 최근 강지현이 시어머니 말도 거스르고 성격도 세졌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이도운이 무능해서 여자를 제대로 다루지 못한 탓이라고 생각했다. 회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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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3화

강지현은 속으로 비웃었다.정말 줄 생각이 있었다면 이도운은 진작에 양보했을 것이다.그녀는 계속 사람을 통해 이경 그룹 상황을 파악하고 있었는데 오늘 막 이규진이 회사에 다녀간 뒤, 백하린이 바로 퇴사했다는 소식을 들었다.이 10% 지분 역시, 십중팔구 이규진의 뜻일 것이다.곧이어 이도운의 전화가 걸려왔다.강지현은 잠시 생각하다가 사람이 없는 작은 회의실로 가서 전화를 받았다.너무 오래 그를 무시해 온 것도 사실이었다. 이제는 적당히 모습을 드러낼 때였다.“지현아, 세상에... 드디어 전화 받아줬네.”이도운의 목소리는 몹시 들떠 있었고, 예전처럼 짜증 섞인 기색은 전혀 없었다.“무슨 일이야?”강지현은 알면서도 모르는 척 차갑게 물었다.이도운은 불쾌했지만 애써 부드럽게 말했다.“내가 보낸 메시지 봤어? 내가 가진 회사 지분의 절반, 10%를 너한테 넘길게. 인제 그만 화 풀고 우리 화해하자. 나 정말 네가 보고 싶어. 응?”강지현은 그의 말을 끝까지 듣고 나서야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이렇게 여러 날이나 지나서야 내 요구를 들어준다는 게 고작 10%야? 내가 원한 건 회사 절반이었는데... 아직도 내키지 않는 거 아니야?”“아니야! 진짜로 최선을 다한 거야. 지현아, 제발 나 더 힘들게 하지 마. 내가 얼마나 괴로운지 알잖아. 내 손에 있는 지분은 20%뿐이고, 나머지 50%는 아버지, 30%는 다른 주주들한테 있어.”이도운은 또다시 감정에 호소했다.“괴롭다고? 회사 손해 때문에 괴로운 거야, 아니면 나 때문이야? 내가 없으니까 백하린이 내 자리까지 거의 차지하던데, 이제 백하린이 나가니까 그제야 나 생각났어?”비꼬는 강지현의 말에 이도운은 한동안 말이 막혔다.예전의 그녀는 절대 이렇게 몰아붙이지 않았다.“네가 없으니까 회사가 엉망이 된 거야. 나도 어쩔 수 없었어. 백하린은 임시로 도와주러 온 것뿐이고 네 자리를 대신한 적 없어. 네 자리는 누구도 대신 못 해. 그리고 걔도 이제 회사 나갔잖아. 그 일로 질투하는 거라면 그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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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4화

“강지현, 너 원래 이런 사람 아니었잖아!”‘원래 이런 사람이 아니었다고? 하지만 애초에 이도운이 사람이었던가?’강지현의 감정이 치밀어 올랐다. 당장이라도 폭발할 것 같았지만 그녀는 손을 꽉 쥐고 심호흡한 뒤 차분히 입을 열었다.“이도운, 나를 죽자고 쫓아다니며 결혼하자고 한 건 너야. 내가 꼭 너의 가문에 시집가겠다고 한 적 없어. 이윤후도 나한테 잘하지 않았고, 입양하자고 한 것도 너였어. 그리고 이익이라... 지난 2년간 이경 그룹 핵심 사업은 내가 다 끌고 왔어. 난 이경 그룹이나 너의 가문에서 단 한 푼도 가져간 적 없어. 회사 지분 50%는 원래 내가 받아야 할 몫이야. 정당한 대가를 못 받으면 퇴사하고 다른 회사로 가는 게 뭐가 문제야? 부부라고 해서 공짜 소처럼 부려도 되는 건 아니잖아. 안 그래?”강지현은 일부러 ‘부부’라는 단어를 강조했다. 이는 이도운의 위선을 정면으로 찌르는 말이었다.그는 원래 그걸로 감정에 호소하려 했지만 오히려 말문이 막혀 버렸다.“내가 너 회사로 돌아오라고 하는 건 네가 밖에서 힘들까 봐 그런 거야. 지분을 원하면 그 전에 그 남자가 누구인지부터 말해 줘야 하는 거 아니야?”말싸움에서 밀린 이도운은 결국 그 ‘남자’ 이야기만 붙들고 늘어졌다.“남자? 무슨 말 하는지 모르겠네. 고객이었겠지? 요즘 고객 많이 만나. 이경 그룹은 날 놓쳤지만, 내 고객들은 날 못 놓거든. 회사를 옮겨도 나한테 프로젝트 맡기겠다는 사람들 줄 서 있어.”강지현은 속으로 코웃음 치며 대충 둘러댔다.이도운은 더 화가 났지만 화를 낼 수도, 반박할 증거도 없었다.“강지현, 그만 좀 해. 이런 거로 우리 사이 망치고 싶지 않아...”두 사람은 거의 싸운 적이 없었다. 이도운은 자신을 다정한 남편이라 여겼고, 두 사람의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한다고 생각했다.강지현도 늘 감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그리고 ‘결혼’ 후 그녀는 정말 그 말을 행동으로 옮겨 왔다.그 어떤 일도 이도운에 대한 신뢰와 이해, 그리고 사랑이 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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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5화

“들었는데 약혼식이 꽤 잘 됐다면서? 김 대표님이 너에게 만족하셨겠네?”주단우는 몇 마디로 강지현을 은근히 겨냥했다.프로젝트 중 투자 한 건이 마침 미래 그룹 계열사와 관련되어 있었다.그는 강지현이 주상 그룹이 아닌 김태하를 의지했다고 암시한 것이다.계약 위반은 아니지만, 밖으로 알려지면 사람들을 설득하기 어려웠다. 김태하가 단 한 번 도왔는지, 아니면 처음부터 끝까지 도왔는지 알 수 없는 상황이었다.“주단우 씨, 저는 정정당당하게 제 팀을 이끌고 엉망인 프로젝트를 정리한 거예요. 그런데 감사 인사도 안 하고, 제 능력을 의심하다니요. 정말 서운하네요. 김 대표님에게 직접 전화해서 물어보는 게 어때요? 그분이 투자한 건 프로젝트인지, 아니면 사람인지.”강지현은 주단우의 위선적인 태도를 직설적으로 지적했다. 주단우는 순간 당황했지만 이내 미소를 지었다. 물론 그는 김 대표님에게 전화하지 않았다.“이건 우리 집안 문제인데 왜 김 대표님까지 끌어들여? 지현아, 너무 예민하게 생각하지 마. 프로젝트 잘 해줘서 고마워.”그 말과 동시에, 그는 휴대폰을 몇 번 터치해 계약 진행을 완료한 뒤 강지현에게 휴대폰 화면을 보여주며 말했다.“지현아, 절차 끝나면 회사 권한 정식으로 부여될 거야.”강지현은 주단우에게 예의 차리지 않고 차갑게 쏘아보며 말했다.“주 대표님, 앞으로도 협력 잘 부탁드립니다.”주단우는 미소 지었다가 강지현이 떠나자마자 웃음기를 지우고 바로 엄경미에게 전화를 걸었다.오늘 프로젝트가 일단락되자 강지현은 팀 회식을 위해 시내 중심가, 1인당 200만 원짜리 고급 개인 식당을 예약했다.하지만 식당에 도착하기 전, 지순옥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지현아, 지금 바빠?”지순옥의 목소리가 조금 쇠약하다는 것을 강지현은 바로 알아챘다.“안 바빠요. 지금 퇴근했는데요. 할머니, 무슨 일 있으세요?”“오늘 혼자 집에 있었는데 방금 발을 헛디뎌서 넘어졌어...”할머니 말씀을 끝까지 듣기도 전에 강지현은 마음이 이미 조여왔다.“괜찮으세요? 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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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6화

강지현은 김태하가 갑자기 돌아온 것을 보고 얼굴이 붉어졌다.“태하 씨, 어떻게 오셨어요...”‘할머니는 분명 오늘 태하 씨가 늦게까지 일한다고 말씀하셨는데...’“별일 아니었죠? 지금은 좀 괜찮아졌어요?”김태하는 차가운 말투지만 할머니를 걱정하는 마음은 진심이었다. 그는 재빠르게 다가가 할머니 상태를 확인했다.할머니는 강지현의 손을 놓았다. 얼굴은 건강하게 붉고 윤기까지 있었다. 전화 때 말했던 것처럼 힘들어하며 병원 가야 할 정도는 아니었다.“그래. 조금 아팠지만 지현이랑 반나절 얘기 나누고 나니 몸이 다 편해졌어.”지순옥은 가볍게 기침하며 눈치를 주듯 강지현을 바라봤다.“우리 손주, 지현이한테 고맙다고 꼭 전해 줘. 일 있었을 텐데 일부러 시간 내서 나랑 있어 줬잖아.”김태하는 잠시 말을 잃었다.강지현은 할머니가 자신을 부른 이유를 깨달았다.너무 조급하게 생각했다.방금 할머니가 강지현과 즐겁게 이야기하신 줄만 알았는데, 사실은 김태하가 집에 돌아오기를 기다려 둘이 함께 있게 만들고자 한 것이었다.“괜찮아요. 할머니, 별거 아니에요. 할머니랑 이야기 나누는 건 제가 당연히 해야 할 일이에요.”강지현은 재빨리 일어나 말했다.“시간도 늦었으니 이제 가볼게요.”“어머, 지현아, 그렇게 급하게 가려고? 오늘 날씨 안 좋대. 밤에 큰비가 올 거래.”할머니는 곁의 가정부에게 눈짓했다. 가정부는 날씨 예보를 확인하지 않았지만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이렇게 늦었고 비까지 오는데, 지현아, 오늘 여기서 묵고 가는 게 어때? 내일 아침 태하가 출근시켜 줄 테고, 집에 부족한 게 없으니 편리할 거야.”할머니는 말이 길어지며 직접 강지현의 팔을 잡았다.순발력이 너무 민첩해 다친 것 같지 않을 정도였다.“할머니, 조심하세요. 허리가...”“아, 내 허리는 이제 괜찮아. 모두 지현이 덕분이지.”활짝 웃던 지순옥은 김태하를 바라보며 눈짓을 보냈다.이 손주는 뭐든 잘하지만, 차갑기만 해서 좋은 여자가 앞에 있어도 좀처럼 먼저 나서지 못한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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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7화

강지현은 말을 하다가 방금 할머니를 돌보던 가정부가 옆에서 몰래 그들을 훔쳐보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그녀는 김태하에게 눈짓했다. 김태하는 곁눈질로 슬쩍 바라봤지만 굳이 볼 필요도 없이 이미 알아챘다.“우리 집 두 어르신이 다 이런 식이에요. 익숙해지면 돼요. 다음에 불편하면 그냥 거절해도 되고요.”강지현은 고개를 저었다.“사실 오늘 저도 태하 씨를 뵙고 싶었어요. 주상 그룹 프로젝트를 제가 맡아 처리했잖아요. 태하 씨 덕분이 크고, 원래 감사 인사드리고 싶었거든요.”김태하는 낮게 말했다.“별거 아니에요. 신경 쓰지 마세요.”“아니, 신경 쓰는 게 아니라 진심으로 태하 씨에게 뭔가 해드리고 싶어요. 뭐로 감사의 마음을 전하면 좋을지...”강지현은 말하면서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가진 것이 많은 김태하는 감사 인사로 뭘 받으면 좋을지 잠시 생각이 필요했다.“감사요?”김태하는 강지현이 이런 말을 꺼낼 줄 몰랐지만 왠지 모를 기대감이 생겼다.“태하 씨, 저녁 안 드셨나요?”강지현은 잠시 생각하다가 눈빛은 반짝이며 김태하의 잘생긴 얼굴을 똑바로 바라봤다.김태하가 말했다.“아직 안 먹었어요. 급하게 돌아왔거든요.”“그럼 딱 좋네요. 제가 태하 씨에게 한 끼 만들어 드릴게요.”강지현이 웃으며 덧붙였다.자신도 아직 저녁을 안 먹어 배가 조금 고프기도 했다.“요리 잘하세요?”김태하는 다소 놀란 목소리였다.여태 이런 식으로 감사 인사를 한 사람은 없었다.“태하 씨 댁 셰프들과 비교하지 않는다면 나름 괜찮다고 생각해요.”강지현이 살짝 부끄러워하며 말했다.하지만 자신의 요리에 나름의 자신감은 있었다.어릴 적부터 자립하며 먹고 싶은 건 직접 연구해 요리했다. 학교 때는 교내 요리대회에서 1등도 했었다.그녀의 요리를 맛본 친구들은 다들 그 맛을 잊지 못하고 있었다.강지현은 방금 할머니와 얘기하며 김태하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들었다.김태하는 어머니를 일찍 여의고, 아버지는 일로 바빠 어린 시절 돌봐주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이후 할머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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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8화

강지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김태하가 단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걸 떠올리고, 매운 것도 되는지 물었다.남자가 잠시 머뭇거리는 걸 보고 곧바로 이해하며 말했다.“좋아요. 기억할게요. 태하 씨는 단 것을 좋아하지 않고, 매운 것도 안 되네요.”“조금 먹는 건 괜찮아요.”김태하는 입맛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았지만 맛이 강한 양념을 별로 안 먹는 편이었다.강지현은 더 묻지 않고, 앞치마를 두르고 요리를 시작했다.주방이 반개방형이라 그녀가 바쁘게 움직이는 모습이 모두 한눈에 보였다.그래서 김태하의 시선도 강지현에게 고정됐다.갑자기, 그는 조금 이해가 됐다. 결혼 문제를 늘 신경 쓰던 두 어르신이 왜 그렇게 그를 챙겼는지.대가족에서 감정은 항상 이해관계 아래 있었다.김태하의 부모님은 그가 태어나기 전에 이미 헤어졌고, 김씨 가문에서는 김태하의 할아버지와 할머니만이 진심으로 서로를 아끼며 살아왔다.“누군가가 이해해주고, 오래 변함없이 곁에 있어 준다면 좋지 않아? 평생 일을 붙들고 살 수 없잖아. 집에 와서 누군가가 밥을 해주고, 함께 먹어 준다면 마음이 놓이지 않겠어?”할머니의 말이 갑자기 김태하의 귀에 울렸다.그때, 강지현이 김태하에게 갓 요리한 음식을 가져왔다.세 가지 반찬과 국 하나로, 잡채 볶음, 김치 볶음, 새우 계란찜, 소고기뭇국이었다.복잡하지 않지만 다양한 요리를 빠르게 해냈다.강지현이 얼굴을 살짝 붉히자 김태하는 마음이 말랑해졌다.“이렇게 많이 하다니요. 수고했어요.”“많지 않아요. 재료는 셰프가 준비한 거라 저는 볶기만 했어요. 예전엔 친구 초대하면 더 많이 했거든요...”낮게 말하는 강지현의 목소리는 부드럽고 듣기 좋았다.김태하는 평소 냉정했던 감정이 조금 풀리는 걸 느꼈다.그의 주변엔 늘 미모와 능력 있는 여성이 많았지만, 지금처럼 마음이 움직이고 함께 하고 싶은 생각이 든 적은 없었다.강지현은 얘기하며 밥을 담아 김태하에게 젓가락을 건넸다.그가 계속 바라보는 걸 보고 그녀는 눈치를 챘다.“맛보세요. 태하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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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9화

“태하 씨...”강지현이 이도운의 일을 설명하려 하자 김태하가 입을 열었다.“지현 씨의 사생활을 전 캐묻지도, 간섭하지도 않을 거예요. 하지만 우리는 지금 약혼한 상태예요. 지현 씨가 예전 일을 잘 처리할 수 있다고 믿어요.”묻지도 않고, 요구하지도 않았다. 강지현은 마음속으로 조금 미안함이 들었다.김태하가 그녀의 과거를 신경 쓸 줄 알았는데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저... 최대한 빨리 처리할게요. 믿어주세요”강지현은 그 순간, 눈앞의 사람이 정말 이 결혼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으며, 그녀에게도 존중하는 태도를 보인다는 것을 깨달았다.고개를 끄덕이는 김태하의 마음속에 알 수 없는 미묘한 관심이 스쳤다.그는 강지현을 조사한 적이 없던 게 아니었다. 6년의 감정은 누구에게나 짧지 않은 시간이었다. 그녀가 이도운에게 마음을 남겨두었는지 신경이 쓰였다.그는 마음속 불편함을 눌러두고 담담히 덧붙였다.“필요한 거 있으면 주저하지 말고 말해요.”강지현은 낮게 알았다고 대답했다.다음 날 오전, 강지현은 주상 그룹에 도착하자마자 가장 먼저 인사팀을 찾았다.팀원들의 입사 절차가 막혀 있었고, 자신의 권한도 여전히 처리 중이었다.승인을 받으려면 주주 회신을 기다려야 했다. 순간, 강지현은 이번에도 주단우가 장난친 것이라는 걸 바로 알았다.강지현은 대주주 계약서를 자세히 살펴보다가 한 가지 조항을 발견했다.[주주 과반수가 절차를 거쳐야 효력이 발생한다.]즉, 강지현이 계약 자체는 완료했지만, 실제로 회사의 권한을 손에 넣으려면 모든 절차가 끝나야 한다는 뜻이었다.게다가 현다영 등에게 직접 입사 승인을 내주는 것도, 그녀가 권한을 부여받은 뒤에야 효력이 발생할 수 있었다.하지만 지금 엄경미가 병가를 핑계로 빠지자, 회사 과반수 주주도 함께 ‘사라지는’ 상황이 되어 버렸다.직접 얼굴을 볼 수도 없으니 이 절차가 얼마나 걸릴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었다.“지현 언니, 이 주단우 진짜 간사하네요...”이 소식을 들은 현다영 등도 강지현 대신 화가 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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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0화

한참 앉아 구경만 하던 주단우도 참지 못하고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눈빛에 더 깊은 조롱을 담았다.“조급해하지 마세요. 곧 사람들이 도착할 거예요.”강지현은 시계를 보고 담담하게 대답했다.말이 끝나자마자 회의장 문이 열렸다.주단우는 긴장하며 몸을 굳혔다.회사의 핵심 주주는 총 7명, 그와 엄경미, 강지현은 이미 확실했고, 나머지 네 주주는 모두 엄경미 지지파로, 평소라면 절대 나타날 일이 없었다.그런데 지금 문을 열고 들어온 사람은 바로 그 네 주주 중 두 명이었다.50대 중년 남성 두 명이 양복을 갖춰 입고 바삐 걸어 들어왔다.들어와서도 주단우를 한 번 바라볼 엄두도 못 내고, 창백한 얼굴로 강지현의 옆자리에 앉았다.‘뭐지?’주단우는 숨을 고르고 손을 테이블에 올리며 혼란을 느꼈다.‘이게 도대체 무슨 상황이지?’주주가 도착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5분도 안 돼 회사 모든 고위층이 급히 모였다.회의장은 곧 사람들로 꽉 찼다.원래 강지현을 무시하던 고위층도 이제는 한 명씩 공손하게 인사하고 지각 사유를 늘어놓으며 강지현에게 충분히 체면을 세워주는 모습이었다.‘주주도 나섰는데 줄을 잘못 섰나?’회의장은 죽은 듯 조용했고 분위기도 엄숙했다.오직 강지현만 의자를 돌리며 차분히 시간을 보았다.“더 기다리지 않겠습니다. 이대로 진행하죠.”강지현이 말을 꺼내자 비서는 바로 회의실 문을 닫았다.방금까지도 장난스러운 미소를 짓던 주단우는 갑자기 얼굴이 창백해지며 손을 움켜쥔 채 손가락 마디로 소리를 냈다.강지현은 비서에게 대주주 계약서를 설명하게 한 뒤, 다시 말했다.“아마 여기 계신 분들은 저를 잘 모르실 겁니다. 먼저 자기소개를 하겠습니다. 저는 강지현이라고 합니다. 주승호 씨의 친딸이며, 주승호 씨의 유언에 따라 주상 그룹의 유일한 상속인으로 지정되었습니다.”회의장은 2초간 정적이 흐르다가, 이내 낮은 소리로 수군거림이 일었다.이미 소문은 돌았지만 강지현이 핵심 고위층 회의에서 처음으로 자신의 신분을 밝힌 순간이었다.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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