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e Kapitel von 가짜 결혼, 진짜 신분: Kapitel 71 – Kapitel 80

100 Kapitel

제71화

옆에 있던 접대 직원도 그녀를 막아섰다.“백하린 씨, 저희 귀빈께 무례하게 굴지 말아 주세요!”“귀빈? 쟤가요? 이경 그룹에 빌붙어 있으면서 뒤로는 딴짓하는 하찮은 프로젝트 매니저가 무슨 귀빈이에요!”백하린은 더는 체면을 유지하지 못하고 다급하게 큰 소리로 받아쳤다.“한 이사님.”강지현이 옷자락을 가볍게 털며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귀사는 아무나 다 협력하러 오게 하나 보네요?”“죄송합니다. 강 이사님.”옆에 있던 사람은 그 말을 듣고 등줄기에 식은땀을 흘리며 곧바로 백하린의 옆에 있는 접대 직원에게 눈짓했다.상대도 눈치채고 황급히 말했다.“백하린 씨, 죄송하지만 오늘은 먼저 돌아가 주셔야 할 것 같습니다.”“돌아가라고요? 지금 농담하세요? 저는 유 대표님이 직접 부른 사람이에요. 오늘 계약 얘기하러 온 거라고요!”격앙된 목소리로 외치는 백하린은 얼굴에서 핏기가 싹 가셨다. 그녀는 도저히 자기 귀를 믿을 수가 없었다.‘왜 강지현 말 한마디에 내가 쫓겨나야 하지?’조금 감정을 못 참고 실수한 건 맞지만 먼저 도발한 건 강지현이었다.하지만 프로젝트를 망칠 수는 없었기에 백하린은 금세 표정을 정리했다.“죄송합니다. 방금은 제가 감정을 잘 통제하지 못했어요. 하지만 걱정하지 마세요. 협력에 영향 주지 않을 거예요. 유 대표님을 좀 뵙게 해주세요.”“죄송합니다. 백하린 씨, 유 대표님께는 저희가 따로 설명하겠습니다. 다만 계약 관련해서는... 오늘 백하린 씨를 계약자로 초대한 건 아닙니다. 유 대표님은 단지 대화를 나누려던 것뿐이고, 프로젝트 평가는 내부 회의 재검토를 거쳐야 합니다.”한 이사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백하린에게는 단 한 치의 여지도 주지 않았다.“그리고 오늘 이경 그룹 관련해서 좋지 않은 소식도 일부 접수됐습니다.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재검토 후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겉으로는 아주 그럴듯한 이유였다. 강지현과 회사 쪽 책임은 완전히 빼놓으면서도, 백하린이 더는 반박할 수 없게 만드는 말이었다.강지현은 더 시간을 낭비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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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화

‘큰일이야. 너무 아파. 기절할 것 같아...’강지현은 흐릿한 정신으로 휴대폰을 더듬어 누군가에게 도움을 청하려 했다.현다영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받지 않았다. 시간을 보니 새벽 두 시, 다들 이미 잠들었을 시간이었다.밖에는 폭우까지 쏟아지고 있는 듯했다.그때 휴대폰 화면에 메시지 하나가 떴다. 김태하에게서 온 것이었다.[무슨 일이에요?]방금 현다영에게 메시지를 보내다 김태하의 채팅창을 잘못 건드려서 상대에게 알림이 간 모양이었다.더 버틸 수 없었던 강지현은 손가락이 미끄러지듯 내려가 김태하에게 전화를 걸었다.“여보세요?”남자는 거의 순간에 전화를 받았다.김태하는 아직 자지 않고 집에서 화상회의를 막 끝낸 참이었다.아침에 강지현이 보낸 메시지가 떠올라 무심코 채팅창을 열었다가, 그녀가 자신에게 알 수 없는 문자를 보낸 걸 보았다. 그리고 곧 전화까지 걸려왔다.전화기 너머로 한동안 아무 말이 없이 거친 숨소리만 들렸다.김태하는 미간을 찌푸리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지현 씨, 말해요. 무슨 일 있어요?”“배가... 너무 아파요...”강지현은 눈꺼풀이 무겁게 감겼다 뜨기를 반복했다. 극심한 통증이 신경을 찢어놓는 듯했고, 목소리도 거의 나오지 않았다.“아파요? 어떻게 된 거예요?”김태하의 목소리도 덩달아 다급해졌다.“지금 어디예요?”“주... 주상 그룹...”마지막 한 마디가 겨우 들려온 뒤, 다시 신음과 거친 숨소리만 이어지더니 김태하가 아무리 불러도 대답이 없이 통화는 끊어졌다.하지만 통화하는 동안 김태하는 이미 휴대폰을 들고 차에 올라탔다. 그는 잠옷 차림에 겉옷 하나만 걸치고 그대로 뛰쳐나왔다.김태하는 최고 속도로 차를 몰며 계속 강지현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그녀의 휴대폰은 곧 전원이 꺼져버렸다.“지현 씨!”얼마 지나지 않아 주상 그룹에 도착한 그는 내부 출입 초대 코드를 받아 곧장 회사 안으로 들어갔다.강지현이 있는 층으로 올라가 회의실을 하나하나 찾다가, 불이 켜진 방 하나를 발견했다.문을 밀어 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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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3화

‘이렇게 아픈데도 새벽까지 일했다니.’“번거롭게 해서 죄송해요...”강지현은 그의 가슴에 얼굴을 묻은 채 숨을 가늘게 내쉬었다.정말 기운이 하나도 없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따뜻하고 편안한 김태하의 품에서 아까만큼 아프게 느껴지지는 않았다.“저한테 미안하단 말 할 필요 없어요.”“그래도... 지금 연락할 수 있는 사람이 태하 씨뿐이라서요...”강지현은 거의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아주 작았지만, 김태하는 한 글자도 빠짐없이 들었다.순간 마음이 묘하게 쓰였다. 방금 자신의 말이 괜히 날카로웠던 게 후회됐다.“저한테 연락한 거 당연한 거예요.”그는 낮은 목소리로 훨씬 부드럽게 말했다.밖에는 폭우가 쏟아지고 있었다. 급히 나오느라 우산도 없었던 김태하는 겉옷으로 강지현을 감싸 안은 채 먼저 차 안으로 태웠다.자신은 흠뻑 젖었지만 상관없었다.다행히 강지현은 기력이 완전히 바닥난 듯 차에 타자마자 잠들었다.김태하는 그녀의 잔뜩 긴장된 얼굴을 보며 깊게 숨을 내쉬고, 담요를 덮어준 뒤 집에 있는 가정부에게 전화를 걸어 따뜻한 물과 진통제 준비하라고 하며 방 정리도 지시했다.강지현은 아까 집에 가겠다고 주소도 말했지만 김태하는 들을 정신이 없었다. 이 상태로 그녀를 혼자 집에 보낼 수는 없었다.집에 도착하자 그는 곧장 강지현을 안고 침실로 들어갔다. 가정부들은 이미 모든 준비를 마친 상태였기에 곧바로 강지현의 옷을 갈아입히고 씻는 걸 도왔다.김태하는 문밖에서 기다리다가 의사가 강지현을 진찰한 뒤에야 다시 안으로 들어갔다.“지현 씨 상태가 어떤가요?”강지현의 이마에 아직도 엷은 땀이 맺혀 있는 걸 보고, 김태하는 손등으로 온도를 짚어봤다. 전처럼 뜨겁지는 않다는 걸 확인한 뒤, 옆에 있던 티슈를 집어 들어 가볍게 몇 번 닦아주었다.동작이 아주 세심한 편은 아니었지만 주변 사람들이 보기엔 이미 믿기 힘들 정도로 이례적인 모습이었다.‘김태하가 누군가를 돌본다니!’의사는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대표님,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강지현 씨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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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4화

김태하는 말없이 손으로 그녀의 뺨을 감싸고, 얼굴에 흩어진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정리해 주었다. 이어서 그녀가 꽉 붙잡고 있던 자신의 바짓자락을 조심히 빼내 이불 속으로 손을 넣어주었다.하지만 잠시 얌전해지나 싶던 강지현은 또다시 무슨 꿈을 꾸었는지 몸을 뒤척이더니, 이번에는 울먹이기까지 했다.김태하는 셔츠를 벗고 옆방에서 씻으려 했지만 인기척을 듣고 다시 침대 곁으로 빠르게 돌아왔다.강지현은 무언가에 놀란 사람처럼 갑자기 몸을 일으켜 그대로 그의 벌거벗은 상반신을 끌어안았다.그녀는 작은 난로처럼 뜨거웠고, 김태하의 몸은 비를 맞아 차가웠다. 뜨거움과 차가움이 맞닿는 순간, 두 사람 모두 자극을 받은 듯 낮게 신음이 새어 나왔다.강지현은 그 충격에 놀라 잠에서 깨어났다. 물기 어린 속눈썹이 몇 번이나 깜빡이고 나서야 시야가 서서히 또렷해졌다.하지만 머리는 아직 흐릿해, 자신이 어디에 있고 무엇을 하고 있는지 한참을 인식하지 못했다.그저 두 손이 만지고 있는 곳이 너무 시원해서 열을 식혀주고, 단단하고 탄탄해서 감촉이 좋다는 생각뿐이었다. 마치 사람 피부 같았다.“지현 씨.”김태하는 여자의 손이 자신의 몸 위를 어지럽게 더듬는 걸 느끼고 즉시 그녀를 불렀다.그제야 강지현의 의식이 완전히 돌아왔다.“태하 씨?”그녀는 깜짝 놀라 튕기듯 물러서다 침대 위로 넘어질 뻔했다. 다행히 김태하가 재빨리 그녀의 팔을 잡았다.하지만 그 결과, 두 사람이 함께 침대 위로 쓰러지는 꼴이 됐다.다행히 균형 감각이 뛰어난 김태하가 금세 몸을 지탱했다. 그는 한 손으로 강지현의 머리 옆을 짚은 채 그녀의 가녀린 몸을 완전히 감싸듯 가두었다.강지현의 동공이 떨렸다. 시야 가득 남자의 근육이 들어왔다.평소에도 몸이 좋다는 건 알았지만 상반신을 드러낸 지금은 매끈한 근육 선이 더욱 도드라졌다. 가슴과 복근은 말할 것도 없고, 선명한 윤곽은 어지러울 정도였다.게다가 더 치명적인 건 그의 허리띠가 반쯤 풀려 바지가 조금 내려가 있었고, 허리선 아래가 거의 그대로 드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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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5화

아까 만졌을 때 그의 왼쪽 어깨에 동그란 흉터가 느껴졌다. 잘못 본 줄 알았지만, 옷을 입을 때도 얼핏 보였다. 크지는 않지만 제법 깊어 보이는 상처였다.김태하처럼 금수저로 자란 사람에게 그런 흉터가 있다는 건 꽤 드문 일이었다.“예전에 국제 상회 행사에서 테러를 당한 적이 있는데 왼쪽 어깨뼈에 총을 맞았어요.”김태하는 마치 아주 평범한 일을 말하듯 담담하게 말했다.하지만 짧은 말 속 내용에 강지현은 숨이 막혔다.‘총? 총상이라고? 그게 얼마나 아팠을까?’그녀는 생각하다가 진심으로 말했다.“태하 씨는 정말 대단해요.”“뭐가 대단하죠?”김태하가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봤다.다른 사람의 칭찬에는 관심 없었지만, 강지현의 말은 듣고 싶었다.“그냥 느낌이요... 어떤 일이든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것 같아요. 일도 그렇고, 감정도 그렇고... 저는 아픈 걸 못 참고, 복수심도 강해서 저만큼 크게 다쳤으면 지금도 말할 때마다 신경 쓰였을 거예요.”강지현은 진심으로 그를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자신과 나이 차이도 크지 않은데 미래 그룹을 완벽하게 이끌고 있었다.김태하는 손가락으로 어깨의 흉터를 만졌다.“아픈 게 무서우면 앞으로는 억지로 버티지 말아요.”그는 드물게 부드러운 목소리로 덧붙였다.“우리 정략결혼 하면 제가 지켜줄게요.”짧은 말이었지만 약속처럼 들려 강지현은 심장이 살짝 떨렸다.하지만 곧 감정을 눌러 담고 그녀는 웃으며 대답했다.“네.”방으로 돌아간 김태하는 곧바로 샤워했다.욕실에서 나온 뒤, 거울 속 희미해진 흉터를 보며 그의 생각은 2년 전으로 돌아갔다.그해 상회 행사에서 건물이 폭발했고, 그는 중년 남성과 함께 잔해 속에 갇힌 채 구조를 기다렸다.김태하는 어깨에 총을 맞아 과다출혈로 버티기 힘든 상태였다. 그때 그 아저씨가 응급으로 지혈하고 붕대를 감아주며 출구를 찾아 그를 업고 이동했다.김태하는 짐이 되기 싫어 자신을 놔두고 먼저 도망가라고 했지만, 남자는 끝까지 그를 포기하지 않고 계속 버티라고만 했다.구조되기 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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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6화

“지현아, 도대체 언제까지 이러고 있을 거야? 벌써 며칠째야. 평생 나랑 연락 안 할 생각이야?”전화가 연결되자마자 이도운의 목소리가 쏟아져 나왔다.김태하의 얼굴이 순식간에 싸늘해졌다.강지현은 곧 자신의 아내가 될 사람인데, 저 남자에게는 아직도 그저 ‘떼쓰는 중’인 존재에 불과하단 말인가?전화기 너머가 조용하여지자, 이도운은 그녀가 민망해하는 줄로 착각했는지 목소리를 조금 누그러뜨렸다.“지현아, 나한테는 네가 제일 중요해. 네가 말한 조건이 아무리 무리해도 난 널 위해 방법을 찾을 수 있어. 어디야? 지금 데리러 갈게. 집에 가자. 응?”이도운은 강지현과 자존심 싸움을 하고 있었는데 먼저 고개 숙이고 싶지는 않았다.하지만 지금 강지현 팀이 해체되고, 그녀 역시 곧 퇴사한다는 소문까지 돌자 회사 핵심 인력들까지 줄줄이 이직을 알아보고 있었다.강지현이 돌아와야만 사람들을 붙잡을 수 있었다.“지현 씨는 지금 바빠요.”이도운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차갑게 가라앉은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짧은 한마디였지만 살기가 서려, 수화기 너머로도 등골이 서늘해질 정도였다.이도운은 놀라 휴대폰을 놓칠 뻔했다. 몇 초를 멍하니 있다가 버럭 소리쳤다.“너 누구야? 지현이는 어딨어? 전화 바꿔!”“넌 알 자격이 없어.”김태하는 냉정하게 말한 뒤 바로 전화를 끊었다.그리고 다시 휴대폰 전원을 꺼버렸다.이도운은 곧바로 다시 걸었지만 연결되지 않자 분을 못 이겨 책상을 주먹으로 내리치며 위에 있던 물건들을 모조리 쓸어 떨어뜨렸다.그 소리에 막 사무실로 들어오던 백하린은 화들짝 놀랐다.“자기야, 무슨 일이야...”급히 다가간 백하린은 이도운의 손에 들린 휴대폰 화면에 강지현 번호가 떠 있는 것을 보았다.어제 투자회사에서 강지현을 만난 일을 말하지 않은 건, 혹시라도 이도운이 그녀에게 연락할까 봐서였다.그런데 결국 참지 못하고 연락해버린 것이다.“자기야, 아직도 강지현한테 끌려다닐 거야? 설마 우리 둘이서 회사 하나 못 굴리겠어?”“맞아. 못 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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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화

이도운이 말없이 있자 백하린은 쪼그려 앉아 애원하듯 말했다.“나한테 며칠만 더 줘. 내가 회사에 도움 못 되면 그때 지분 줘도 안 늦어.”‘내가 있는 한, 강지현 그 년이 이경 그룹이나 하씨 가문 쪽에서 단 한 푼도 가져가게 두지 않을 거야.’결국 백하린의 끈질긴 만류에 이도운도 고개를 끄덕였다.‘조금만 더 기다리자. 강지현이 자기 수법이 통하지 않는다는 걸 알면 먼저 고개 숙일지도 몰라.’하지만 이번에는 정말로 화가 단단히 나 있었다....주상 그룹, 오후.“C 부분 데이터가 좀 이상해요. 현다영 씨, 후반부 다시 한번 다 같이 재검토해 주세요.”“네.”강지현이 몇 사람과 업무를 맞춰본 뒤, 책상 위 전화가 울렸다.프런트에서 온 전화였는데 고객이 그녀를 직접 만나고 싶다고 했다.“고객이요? 누구죠?”강지현은 오늘 따로 약속 잡은 고객이 없었다.투자는 이미 들어왔고, 이제는 서둘러 프로젝트 기획안을 마무리해야 할 때였다.“고객 정보는 기밀이라 저희도 잘 모릅니다...”프런트 쪽은 한참을 우물쭈물했다.확실한 건 하나였다. 상대가 상당한 거물이고, 회사 고위층이 직접 모셔온 주상 그룹 최근 몇 년 사이 최대 귀빈이라는 것. 회사 시찰차 왔으며, 강지현이 직접 동행하길 지명했다는 점이었다.강지현은 의아했지만 곧 거절했다.“저 지금 손이 안 돼요. 주단우 씨 연결해 주세요.”아무리 큰 고객이라도 부이사면 충분했다.“상대측에서 강지현 씨만 꼭 뵙고 싶다고 합니다. 시간을 오랫동안 뺏지 않겠다고 했고, 바쁘시면 기다리겠다고도 하셨어요.”강지현은 잠시 생각한 뒤, 데이터 마무리 작업을 아래 직원들에게 맡기고 도대체 어떤 인물이 자신을 지명했는지 보러 가기로 했다.하지만 귀빈 휴게실에 앉아 있던 사람들은 까다로운 대기업 고객이 아니라, 인상이 온화하고 품위 있게 차려입은 할아버지, 할머니 노부부였다.두 분 다 여든은 훌쩍 넘은 듯 머리가 새하얬지만 분위기와 기품은 아주 좋았다.할아버지는 고급 원단의 셔츠와 수트를 입고 검은 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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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8화

그때 할머니가 천천히 다가오더니 여전히 공손한 어투로 말했다.“강지현 씨, 우리는 여기까지 오는 게 쉽지 않았어요. 비행기만 거의 여덟 시간 탔지 뭐예요. 정말 잠깐만, 우리랑 시간 좀 내줄 수 있을까요... 많이 바쁘면 어쩔 수 없지만...”할머니는 말끝을 흐리며 옆에 선 할아버지를 힐끗 바라봤다. 눈빛에 약간의 난처함이 어려 있었다.할아버지가 곧바로 기대 섞인 부탁 같은 어조로 말을 이었다.“그럼 우리가 여기서 강지현 씨 일 끝날 때까지 기다릴까요? 우린 안 급해요.”강지현은 두 노인의 눈에 담긴 간절함을 보았다. 한쪽에는 아직 끝내지 못한 업무, 다른 한쪽에는 먼 길을 와서 조심스럽게 부탁하는 노인들의 시선. 그녀는 어릴 때부터 노인이 곤란해하는 모습을 잘 보지 못했다. 게다가 두 사람은 내내 자신에게 따뜻하게 대해주고 있었다.아까의 당혹감은 어느새 부드러운 마음으로 바뀌었다. 그녀는 시계를 보며 조금 양보한 목소리로 말했다.“제가 지금 한 시간 정도 시간이 비어요. 그럼 할아버지, 할머니를 모시고 잠깐 다녀올게요.”“아이고, 고마워라!”할머니는 금세 눈가 주름이 부드럽게 접힐 정도로 환하게 웃었다. 할아버지를 돌아볼 때는 마치 사탕 받은 소녀처럼 들뜬 표정이었다.그 모습을 보며 강지현의 마음도 괜히 따뜻해졌다.그녀는 곧바로 현다영에게 전화해, 무슨 일 생기면 단톡방에 공유해 달라고 하며 자신은 한 시간 정도 자리를 비우겠다고 말했다.업무를 정리하고 주차장으로 모시고 가려 했지만, 두 노인은 이미 회사 정문 밖에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문 앞에는 리무진 형 롤스로이스가 서 있었다.‘진짜 큰 고객이긴 하네...’강지현은 두 분을 따라 뒷좌석에 앉았다. 자리에 앉자마자 비서가 디저트와 음료수가 가득 담긴 트레이를 들고 와 그녀의 앞에 내밀었다.“강지현 씨, 사양 말고 마음에 드는 거로 드세요. 부족하면 또 가져오라 할게요.”할머니 얼굴에는 다정함이 가득했다.강지현은 얼른 손을 내저었다. 마음이 괜히 말랑해졌다.“괜찮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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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9화

그녀의 손끝이 하얀 드레스의 얇은 망사를 스치자 할머니는 그녀를 거울 앞으로 살짝 돌려세우고 눈빛을 반짝였다.“이거 봐, 핏이 얼마나 잘 어울려. 어깨선 딱 맞고, 허리만 조금 더 잡으면 완벽하겠네. 아, 지현아, 할머니 부탁 하나 들어줄 수 있을까?”강지현이 고개를 끄덕이자 할머니는 그녀 손을 토닥였다.“우리 손주며느리가 네 체형이랑 비슷한데 성격이 좀 수줍어서 말이야. 우리 늙은이들은 요즘 애들 취향을 모르겠더라고. 네가 이 드레스들을 입어보고 어떤 게 더 어울리는지 좀 봐줄 수 있겠어?”할아버지도 온화하게 거들었다.“그래. 지현아, 우리 안목은 이미 시대에 뒤처졌어. 젊은 감각으로 좀 골라주면 손주가 싫어할 일도 없을 거야.”강지현은 두 분의 기대 가득한 눈빛을 보고 부드럽게 대답했다.“별말씀을요. 도움 될 수 있으면 좋죠. 그럼 제가 하나씩 입어보고 디테일도 같이 봐 드릴게요.”드레스 여섯 벌을 다 갈아입고 나니 이마에 살짝 땀이 맺혔다.“할머니, 앉아서 쉬세요. 계속 서 계시면 힘드세요.”그 작은 배려에 할머니는 슬쩍 할아버지 손을 꼭 잡으며 눈 속의 호감이 더 짙어졌다.다이아몬드가 가득 박힌 흰 머메이드 드레스를 입었을 때, 강지현은 거울을 보며 잠시 멍해졌다. 얇은 망사 위의 다이아가 움직일 때마다 잘게 빛났다.문득 예전에 이도운과 했던 결혼식이 떠올랐다. 그때는 시댁에서 그녀 출신을 못마땅해해 제대로 된 웨딩드레스 하나 마련해 주지 않았고, 시어머니가 입었던 낡은 드레스를 입었었다.하지만 지금 거울 속의 자신은 눈부시게 빛나고 있었다.“바로 이거야! 다이아가 얼마나 반짝여. 우리 지현이 피부가 도자기처럼 보이겠어!”할머니가 손뼉을 치자 할아버지도 고개를 끄덕였다.“라인이 정말 좋네. 우리 손주며느리 입어도 예쁘겠어. 지현이 너 마음에 드는 거 없어? 할머니가 하나 사줄게.”강지현은 진심 어린 눈빛으로 말했다.“전 그냥 입어본 것뿐인데요. 이렇게 비싼 걸 받을 수는 없어요. 괜히 받기엔 마음이 불편해요.”드레스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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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0화

사무실로 돌아온 강지현은 일을 마무리하니 밤 아홉 시가 넘었다. 자료를 정리하고 막 일어서려는 순간, 경비실에서 전화가 왔다.“강 이사님, 회사 입구에 노인 두 분이 기다리고 계십니다.”가슴이 철렁 내려앉은 강지현은 급히 창가로 달려가 아래를 내려다봤다. 익숙한 그 롤스로이스가 아직도 회사 입구에 서 있었다.“왜 아직도 기다리고 계시지...”그녀는 외투도 챙기지 못한 채 서류를 안고 급히 아래층으로 뛰어 내려갔다.두 분이 연세도 많은데, 여덟 시간 비행에 오후 내내 함께 돌아다니기까지 했으니 이렇게 오래 기다리게 할 수는 없다는 생각에 얼른 모셔다 쉬게 해 드리고 싶었다.강지현이 나오자마자 차 문이 열리더니 할머니가 직접 내려와 그녀의 팔을 잡았다.“지현아, 일 그렇게 무리하면 안 돼. 저녁도 못 먹었지? 뭐라도 좀 먹고 다시 하면 안 되겠어?”“맞아. 지현아,건물 사람들도 다 퇴근한 것 같던데. 이렇게 늦으면 건강에 안 좋아.”할아버지도 걱정 가득한 목소리로 거들었다.오늘 하루, 자상한 두 어른에게 계속 보살핌을 받으니 강지현은 마음이 뭉클해졌다.결국 그녀는 차에 올라탔다.“두 분 마음은 정말 감사해요. 그런데 제 프로젝트가 워낙 일정이 빡빡해서요. 아직 할 일이 너무 많이 남아서 식사할 시간이 도저히 안 나요.”“괜찮아. 우리가 이미 사 왔어.”할머니가 웃으며 뒷좌석 쪽을 눈짓했다.비서가 정교한 맞춤 도시락을 꺼냈다. 무려 일곱 단짜리였다.강지현이 바빠서 멀리 갈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일부러 미슐랭 레스토랑에 가서 셰프에게 막 만들어 달라고 부탁한 음식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이미 식어버렸다.“할머니...”강지현의 목소리가 떨렸다. 두 노인이 자신을 위해 이렇게까지 했다는 게 믿기지 않았고감동이 북받쳐 올랐다.태어나서 이런 기분을 느껴본 적이 없었다.마치 가족에게 예쁨 받고, 귀하게 여겨지는 느낌이었다.‘부모에게 사랑받는다는 게 이런 걸까?’“어머, 식으면 안 되지. 그럼 지현아, 조금만 기다려. 다시 주문해서 가져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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