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e Kapitel von 가짜 결혼, 진짜 신분: Kapitel 61 – Kapitel 70

100 Kapitel

제61화

한 마디가 열 마디처럼 부담스럽게 느껴졌다. 휴대폰 너머의 두 어르신은 조바심이 나서 어찌할 바를 몰랐다.더는 들을 수 없었던 김태하가 결국 이렇게 말했다.“나중에 기회 봐서 데리고 올게요.”그러고는 상대방이 반응할 틈도 주지 않고 전화를 잽싸게 끊었다.강지현과 마지막으로 만난 지 꽤 시간이 흘렀다.김태하는 그날 밤을 떠올렸다. 강지현이 무도회에 오기로 했었는데 한참을 기다려도 그녀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나중에 전화를 걸었지만 받지 않았다. 할 일이 많았던 김태하는 준비한 선물만 주고 그 일을 잊고 지냈다.휴대폰에서 두 사람의 대화창을 열었다. 아무 대화도 없이 텅 비어 있었다.잠시 망설이다가 강지현에게 전화를 걸었다.그 시각 강지현은 주상 그룹 사무실에 있었다.그녀의 뒤에 막 이경 그룹을 퇴사한 다섯 명의 여자들이 따르고 있었다. 고개를 들어 벽에 박힌 주상 그룹이라는 네 글자를 올려다봤다. 햇빛이 반사되어 눈이 다 부셨다.“언니... 여기가 정말로 주상 그룹 본사예요? 제가 얼마 전에 주상 그룹에 이력서를 넣었는데 감감무소식이더라고요. 그런데 그냥... 이렇게 들어온 거예요?”강지현은 웃으면서 그들이 임시 사용할 사무실로 안내했다. 통유리창 밖에 파이낸셜의 전경이 펼쳐져 있었다. 이곳은 그들이 예전에 경제 잡지에서나 보던 곳이었다.모두 자리에 앉자 강지현은 주단우가 건넨 프로젝트 자료와 새로운 기획안 하나를 꺼내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좀 골치 아픈 프로젝트야. 자금줄이 6개월 동안 끊겼고 협력사도 세 번 바뀌었을 만큼 난이도가 높아. 그리고 허산 그룹 프로젝트는 너희들이 계속 진행해. 허경진 쪽은 내가 가서 얘기할게. 이 프로젝트는 우리 팀의 핵심이니 이경 그룹에서 뺏어가지 못할 거야.”“허산 그룹 프로젝트가 아직 남아있다니!”그중 한 직원의 눈이 반짝였다. 이경 그룹에서 허산 그룹 프로젝트를 그녀가 가장 오래 담당했었는데 백하린이 가로채려 할 때 계속할 기회가 없어 아쉬웠던 참이었다. 강지현의 말에 그녀는 안도의 한숨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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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화

“그럼 저녁은요? 저녁도 괜찮은데.”김태하가 또 말했다.사실 그는 점심시간에만 시간이 있었다. 저녁에 만난다면 중요한 일정을 취소해야 했다.“저녁도... 어려울 것 같아요.”강지현이 미안해하며 말했다. 저녁에 투자자와 약속이 있었다.“그래요? 그럼 요즘 언제 시간이 되세요?”김태하의 목소리가 덤덤하여 감정을 읽을 수 없었지만 테이블 위에 놓인 손가락이 미세하게 구부러져 있었다.“그건 저도 잘 모르겠어요. 일주일 뒤에나 시간이 있을 것 같긴 한데 그때 제가 다시 연락드려도 될까요?”강지현이 말을 채 마치기도 전에 옆에서 데이터 관련 질문이 들어오자 그녀가 또 말했다.“죄송해요, 태하 씨. 지금 좀 바빠서요. 먼저 끊을게요.”“지현 씨...”김태하가 뭐라 하기도 전에 전화는 이미 끊겨버렸다.그는 순간 멍해졌다. 누군가 그의 전화를 먼저 끊은 게 처음이었다.‘정말 바쁜 거야, 아니면 바쁜 척하는 거야?’김태하의 얼굴에 먹구름이 짙어지더니 즉시 최동윤을 불렀다.“가서 주상 그룹에 무슨 일이 있길래 이렇게 바쁜지 알아봐.”그의 말투가 좋지 않자 최동윤은 순식간에 긴장했다.김태하가 성격이 차갑긴 해도 감정 기복이 적은 사람이었다. 그를 따른 지 오래되었지만 이렇게 노골적으로 불쾌감을 드러내는 걸 본 적이 없었다.‘아까 사무실에 들어갈 때까지만 해도 기분이 꽤 좋아 보였었는데.’“주상 그룹에 최근 별다른 큰일은 없었습니다. 혹시 강지현 씨가 요즘 바쁜지 여쭤보시는 겁니까?”최동윤이 아무 생각 없이 물었다. 주상 그룹과 연결 지을 수 있는 사람이 강지현밖에 없었다.김태하는 대답 없이 그저 책상만 응시했고 공기마저 차가워진 듯했다. 최동윤이 몸을 파르르 떨었다가 서둘러 말을 이었다.“강지현 씨의 움직임은 제가 계속 주시하고 있었어요. 최근 경영권을 잡는 데 순조롭지 못하여... 투자를 유치하는 중이라고 해요.”“투자?”김태하의 눈에 호기심이 스쳤다.최동윤은 들은 소식을 상세히 전달했다.사실 그 역시 방금 알게 된 사실인데 강지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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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화

강지현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고 몸에서도 술 냄새가 났으며 눈빛도 다소 풀려 보였다.하지만 술에 취해도 여전히 사람을 홀릴 만큼 아름다웠다.강지현을 본 현다영은 남자들의 대담한 속셈을 짐작할 수 있었다. 강지현이 아무리 능력이 뛰어나도 뒤를 봐주는 사람이 없으면 결국 표적이 되어 괴롭힘을 당하기 마련이었다.결국 강지현을 설득하지 못하고 어쩔 수 없이 그녀와 함께 술자리로 돌아갔다.술상에 남자들의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문과 멀리 떨어진 곳에서도 그들이 강지현에 대해 얘기하는 소리가 들렸다.“기획안은 괜찮은데 프로젝트가 별로예요.”“투자할 수는 있지만 그 전에 맛을 좀 보게 해줘야만...”“강지현의 얼굴과 몸매가 정말 대박이에요. 하하하.”강지현이 발걸음을 멈췄다. 그들의 대화 소리가 선명하게 들려왔다.몹시 화가 난 현다영이 강지현 대신 나서서 화풀이하려던 그때 강지현이 말렸다. 취했긴 해도 아직 이성이 남아있었다.빌어먹을 놈들과 술을 이렇게 많이 마셨으니 투자 계약서에 사인하기 전에는 오늘 누구도 이 자리를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녹음펜 켜져 있지?”강지현이 현다영에게 물었다.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즉시 녹음펜을 꺼내 보였다.이것은 비즈니스 미팅을 할 때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한 그녀들의 습관이었다.호텔 룸의 문이 열려 있는 데다가 복도가 조용해서 그들의 대화가 녹음펜에 선명하게 녹음되었다.강지현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현다영에게 밖에 있으라고 일렀다. 그리고 문을 밀고 들어가 안에서 잠가버렸다.사람들은 강지현이 이렇게 빨리 돌아올 줄은 예상하지 못해 순간 마음이 덜컥했다.‘아까 우리끼리 한 얘기를 들은 건 아니겠지?’강지현이 옆에 놓인 투자 계약서를 집어 들더니 비틀거리면서 맨 앞자리로 향했다.“한 대표님, 안 대표님, 전 대표님, 우리 두 시간 동안 얘기를 나눴고 프로젝트의 수익 방식, 기획안, 연계 방안까지 제가 하나하나 다 설명드렸습니다. 허산 그룹 쪽에서는 이미 협력할 의사를 보내왔고 자금만 투입되면 다음 달에 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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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4화

안 대표 역시 거들며 소리쳤다.“주상 그룹의 상속인이 어떤 분인데 여기까지 와서 우리한테 투자를 유치하겠어요? 지현 씨는 그냥 우리랑 곱게 술이나 마셔요. 그러면 투자 얘기도 하기 훨씬 쉬울 거예요.”전 대표는 심지어 강지현의 어깨를 감싸 안으려 손을 뻗었다. 그녀가 피하자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지현 씨 체면을 세워주려고 이러는 건데 고마운 줄도 모르고. 주제넘게 굴지 말아요.”강지현은 그들의 오만한 태도를 지켜보다가 휴대하고 있던 벨벳 가방에서 도장을 꺼냈다.“여러분, 이게 뭔지 아시죠?”손바닥 절반만 한 크기의 도장이었는데 주상 그룹의 백 년 역사와 경영인의 이름이 새겨져 있었다. 해원시 상업계에서 이 도장을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주상 그룹 상속인의 도장인데? 설마 진짜는 아니죠?”누군가의 떨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곧이어 도장의 진위 여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었다.하지만 주상 그룹의 도장은 아주 특별했다. 조명 아래에서 독특한 남보라색 빛을 발했다.강지현이 손을 펼치자 도장이 조명 아래에서 정확히 남보라색 빛을 뿜어냈다.“뉴스 안 보셨어요? 주승호한테 사생아가 있는데 수십조 원의 유산을 상속받았다고...”누군가 나지막하게 말했다.“어쩌면 정말로...”“주상 그룹의 도장은 특별한 비율도 제작된 합금입니다. 오직 상속인만이 소유할 수 있고 남보라 빛이 위조 방지 표식이라 시중에서는 절대로 모방할 수 없어요.”“믿지 못하시겠다면 지금 당장 주상 그룹 법무팀에 연락해 제 이름을 말해서 저를 아는지 모르는지 한번 확인해 보시죠.”강지현은 말을 마치고는 곧바로 가방에서 녹음펜을 꺼내 녹음 파일을 재생했다.아까 세 사람이 그녀의 프로젝트 설명을 끊고 술을 마신 만큼 투자하겠다고 거듭 말했던 대화가 선명하게 흘러나왔다.“여러분께 뭐 어쩌려고 녹음한 건 아니에요. 단지 한 가지 귀띔해드리려고요. 귀사에서 주상 그룹의 프로젝트 입찰에 참여하고 싶다고 했죠? 주상 그룹은 전문성과 협력에 대한 성의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요. 만약 주량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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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화

“네. 알겠습니다. 오늘 여기서 있었던 일은 절대 다른 사람한테 얘기하지 않을게요.”강지현은 세 사람이 사인하는 걸 지켜본 후 다시 테이블 위의 샴페인 잔을 들어 세 사람에게 건배했다. 그러고는 우아한 목소리로 그들의 성공적인 협력을 빌었다.끝나자마자 강지현은 힘이 쭉 풀렸다.그때 문밖에 서 있던 현다영이 거의 울 듯한 표정으로 달려와 강지현의 상반신을 꽉 껴안았다.“언니, 괜찮으세요?”“이거 받아.”강지현이 계약서를 현다영에게 건넸다. 어지러워서 정신을 차리기 힘들 지경이었다.그런데 강지현과 현다영이 호텔을 벗어나기도 전에 검은 양복을 입은 경호원 한 무리가 달려오더니 두 사람을 에워쌌다.현다영은 룸 안에 있던 남자들이 보낸 사람인 줄 알고 즉시 강지현의 앞을 막아섰다.“당신들 누구야? 가까이 오지 마... 경찰에 신고할 거야.”“이 사람 왜 이래요?”어둡고 위압적인 남자의 목소리가 무리 뒤에서 들려왔다.현다영이 고개를 들었을 때 두꺼운 모직 코트를 걸친 남자가 어둠 속에서 성큼성큼 걸어오고 있었다.키가 훤칠했고 귀티가 흘러넘쳤다. 그저 그곳에 서 있는 것만으로도 사람을 복종하게 만드는 기세를 내뿜었다.“언니가 술을 좀 많이 마셨어요.”현다영은 눈앞의 남자를 알지 못했지만 그의 위세에 긴장하여 무의식적으로 대답했다.김태하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시선은 이미 의식이 흐릿한 강지현에게 고정되어 있었다.그녀의 머리카락이 흩어져 있었고 얼굴이 비정상적으로 붉었으며 평소와 달리 몹시 초라한 모습이었다.“지현 씨는 내가 데려다줄게요.”현다영이 반응하기도 전에 강지현은 이미 그에게 안겨 있었다.김태하의 키가 워낙 커서 키가 큰 강지현조차 그의 품에 안기니 귀여운 새끼 고양이가 돼버렸다.“잠깐만요...”현다영은 멈칫했다가 쫓아가려 했다. 그런데 누군가 그녀의 앞길을 막았다.최동윤이 그녀에게 두 사람의 관계를 설명했다.“우리 대표님은 강지현 씨의 약혼자시니 알아서 집으로 모셔다드릴 겁니다. 수고하셨어요. 그쪽은 제가 다른 차로 모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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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화

김태하의 목소리가 귓가에 들리자 중얼거리면서 대답했다.김태하는 조금 전 그녀가 그의 가슴에 꼭 달라붙어 있던 것을 떠올리며 어두운 목소리로 말했다.“자는 거 아니었어요?”“아까는 정말 너무 피곤해서 눈도 못 떴어요... 하지만 태하 씨가 온 건 알고 있었어요.”강지현이 고개를 들었지만 눈은 여전히 제대로 뜨지 못했고 입꼬리만 살짝 올렸다.“태하 씨가 왜 여기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태하 씨만 있다면 아무도 절 함부로 괴롭히지 못 할 거잖아요... 그냥 좀 쉬고 싶었어요...”알코올 때문에 강지현은 더 이상 논리적인 사고를 할 수 없었다. 떠오르는 대로 말했고 일관성이 없었다. 하지만 전달하려는 요지는 명확했다.김태하는 흠칫 놀랐다. 그녀는 정말로 그를 믿고 있었던 것이었다.아무도 괴롭히지 못 할 거라는 소리에 김태하는 약간의 죄책감이 들었다.“늦게 와서 미안해요.”“늦지 않았어요... 딱 맞춰 왔어요.”강지현이 바싹 마른 입술을 적시며 힘없는 목소리로 말했다.“할 일을 다 마쳤으니 이제 좀 쉬어야겠어요.”“여기서 쉬겠다고요?”“네.”김태하의 질문에 강지현이 멍한 상태로 대답했다.문득 웃음이 터져 나올 것 같았다.강지현을 두 번 만났는데 만날 때마다 참 점잖았다. 세 번째 만남에서 이미지가 완전히 망가질 줄은 생각지 못했다.하지만 반감이 들진 않았다. 술에 취한 모습이 어딘가 어리석으면서 귀여워 보였다.바로 그때 김태하의 휴대폰에 최동윤이 보낸 영상이 도착했다.최동윤이 룸 안에 있던 사람들을 처리하고 있었는데 CCTV를 돌려보니 강지현을 생각보다 훨씬 더 심하게 괴롭혔다. 억지로 술을 먹이고 언어적인 희롱까지 했다고 했다.김태하는 구석에 웅크린 채 눈을 감고 있는 그녀를 잠시 쳐다본 후 이어폰을 끼고 영상을 재생했다.영상 속 내용을 본 순간 김태하의 안색이 눈에 띄게 어두워졌다.그는 이어폰을 벗어 최동윤에게 답장했다.[깨끗하게 처리해.]“지현 씨.”김태하는 휴대폰을 내려놓고 강지현의 이름을 불렀다.“네.”한참이 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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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7화

“내 명의로 된 투자 계열사로 이 프로젝트에 참여해. 여기에 두 배 더 투자할 거야. 자금 여유가 있어야 일이 잘 풀리니까.”김태하는 아무런 표정 변화 없이 덤덤하게 말했다.“그냥 계획안이 괜찮아 보여서 전망성이 좋다고 판단했고 자진해서 투자하겠다고 해.”“알겠습니다.”최동윤이 답했다.김태하는 일 처리에 있어서 늘 분별력이 있었다. 오늘처럼 화를 참지 못하고 이렇게 움직이는 건 최동윤도 처음 보았다.게다가 김태하는 리스크 관리를 엄격하게 하는 사람이었다. 프로젝트를 제대로 알아보지도 않고 투자하는 건 전례 없는 일이었다.“아 참.”김태하가 최동윤을 다시 불러 세우더니 손가락을 멍하니 내려다보다가 한참 후에야 입을 열었다.“강지현의 연애사에 대해 좀 조사해 봐.”강지현이 대학교 때 연애를 한 번 했다는 건 알았지만 그때는 자세하게 알고 싶지 않았었다.“알겠습니다.”최동윤이 멈칫했다가 대답했다.김태하가 예전에 약혼 상대의 가장 기본적인 개인 정보만 알면 되고 그 외의 것은 알아봤자 시간을 낭비일 뿐이라고 했던 말이 최동윤은 아직도 기억에 생생했다....다음 날 이른 아침.강지현은 생체 시계 때문에 술을 마셨는데도 습관적으로 일찍 눈을 떴다.어젯밤의 일이 잘 기억나지 않았다. 계약서에 사인한 후 어쩌다 보니 김태하를 만났다는 것만 어렴풋이 기억났다. 그 이후의 일은 전혀 인상이 없었다.김태하가 어젯밤에 그녀를 데리고 왔고 방까지만 데려다주었다고 여자 가정부가 말했다.강지현은 그제야 마음을 놓고 현다영에게 전화를 걸었다.현다영 역시 밤새 걱정했는데 강지현이 무사하다는 소식을 듣고 완전히 안도했다.계약서에 사인을 마쳤고 이미 가져갔다는 소식에 강지현은 짊어졌던 짐이 반 이상 덜어진 기분이었다.“그럼 일단 이렇게 하고 이따가 회사에서 봐.”전화를 끊은 후 강지현은 김태하에게 인사하고 떠날 생각이었다. 그런데 가정부가 그녀를 식당으로 안내했다.김태하가 식당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허리를 곧게 편 채 짙은 회색 정장을 입고 있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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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8화

오늘 아침 식사가 풍성했던 것도 강지현이 여기에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녀의 취향을 몰라 김태하가 여러 가지를 준비하라고 했다.김태하는 아무 말 없이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강지현은 숟가락으로 초콜릿 무스 케이크를 한 숟갈 떠서 김태하에게 건넸다.“이거 드셔보세요. 맛있어요.”화들짝 놀란 김태하가 미간을 찌푸리려 했다.그의 미세한 표정 변화를 보고서야 강지현은 비로소 정신을 차렸다.“죄송해요... 제가 제정신이 아닌가 봐요. 썼던 숟가락을 드렸다니...”강지현이 손을 거두려는데 숟가락이 이미 그에게 넘어가 있었다.바로 그 순간 김태하는 정말로 케이크를 한 입 맛보았다.달고 느끼한 맛이 목으로 넘어가자 김태하도 꿈에서 깨어난 듯 깜짝 놀랐다.“대표님.”이 광경을 본 최동윤도 극도로 긴장했다.결벽증이 있는 김태하가 강지현이 썼던 숟가락을 쓴 건 둘째치고 케이크를 먹었다는 것 자체가...김태하가 단것을 세상에서 가장 싫어한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그 어떤 연회나 접대 자리에서도 그가 있는 테이블에는 단맛이 나는 음식이 절대 등장해선 안 되었다.김태하가 케이크를 꿀꺽 삼키고는 최동윤을 힐끗 쳐다봤다. 그의 압도적인 기세에 최동윤은 즉시 입을 다물었다.“태하 씨, 혹시 케이크를 안 좋아하세요?”최동윤의 반응에 강지현도 대충 짐작이 갔다. 그녀가 다소 민망한 표정을 지었다.‘내가 억지로 강요했나?’김태하가 냅킨으로 입가를 닦은 후 말했다.“예전에는 싫어했는데 오늘 먹어보니까 생각만큼 나쁘진 않네요.”‘예전엔 싫었는데 오늘은... 먹을 만하다? 이 케이크가 그렇게까지 맛있단 말이야?’강지현은 저도 모르게 입술을 핥았다. 순간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몰랐다.두 사람 사이에 한동안 침묵이 흘렀다. 그녀는 고개를 숙인 채 케이크 한 조각을 다 먹고 나서야 입을 열었다.“저기...”“지현 씨...”두 사람이 동시에 말했다. 김태하의 얼굴에 놀란 기색이 살짝 스쳤다.“먼저 말해요.”“제가 어젯밤에 술을 좀 많이 마셔서 실수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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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화

김태하의 직설적인 질문에 강지현은 잠시 멈칫했다.“싫은 게 아니라 우린 지금...”“난 선물한 물건은 다시 돌려받지 않아요.”김태하가 말을 가로챘다. 목소리가 낮아지면서 차가운 기운이 실렸다.“그럼...”“마음에 안 들면 버려요.”김태하가 또 말했다. 말투는 딱히 변화가 없었지만 오랫동안 높은 자리에 있었던 압박감이 고스란히 느껴졌다.“그럼 일단 받을게요. 제가 예전에 보석 전시회에서 봤던 반지보다 훨씬 투명하고 예뻐요. 고마워요, 태하 씨. 정말 마음에 들어요. 이렇게 귀한 선물을 받았으니 답례를 드려야죠. 태하 씨는 뭘 좋아하세요? 나중에 저도 선물을 드릴게요.”강지현은 김태하가 거절할까 봐 또 덧붙였다.“정략결혼이라고 해도 계속 태하 씨한테 신세 지는 건 마음이 불편해요. 주고받는 게 있어야 서로 편하게 지낼 수 있죠.”김태하는 평소처럼 단호하게 거절하지 않고 덤덤하게 말했다.“그럴 필요까진 없는데...”강지현도 물러서지 않았다.“꼭 받으셔야 해요. 안 그러면 제가 마음이 불편하단 말이에요. 정말 특별히 좋아하시는 게 없다면 제 안목으로 고를게요. 물건 고르는 안목은 꽤 있거든요. 실망시켜 드리지 않을 거예요.”그녀의 진지한 눈빛에 김태하는 더 이상 거절하지 않고 그저 덤덤하게 말했다.“마음대로 해요, 그럼.”강지현이 눈웃음을 지었다.“알았어요. 나중에 고르면 보내드릴게요. 그나저나 태하 씨가 보기보다 붙임성이 좋으시네요. 예전에 주씨 가문의 큰아버지한테서 태하 씨 얘기를 들었을 때는 되게 엄격한 분인 줄 알았는데 예상외로 지내기 편하네요.”이 말은 아첨이 아니라 그녀의 진솔한 느낌이었다.김태하가 겉보기엔 냉담해 보여도 결코 거들먹거리지 않았고 답례 같은 사소한 일에도 그녀의 뜻을 따라주려 했다.김태하는 대답하지 않고 이렇게 말했다.“식기 전에 얼른 먹어요.”강지현은 그제야 황급히 포크를 들고 눈앞의 디저트를 조금씩 떠먹기 시작했다.두 사람이 아침 식사를 마친 후 김태하는 시간을 확인하고는 최동윤에게 지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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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화

백하린이 이도운에게 선물 받은 명품 가방을 메고 한 손에는 프로젝트 자료를, 다른 한 손에는 커피를 든 채 안내 직원을 따라 걸어오고 있었다.그녀 역시 투자 유치를 위해 온 것이었다.강지현을 본 백하린이 걸음이 멈추더니 눈빛이 순식간에 복잡해졌다.지난 며칠 동안 강지현이 이경 그룹을 내팽개치고 사라진 통에 이도운은 머리가 터지기 일보 직전이었고 회사도 난리가 났다. 심지어 이씨 가문 사람들까지 문제를 일으키기 시작했다.‘뭘 하고 있나 했더니 여기서 개인 프로젝트를 하고 있었어? 이경 그룹의 지원 없이 정말 맨손으로 성공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거야?’백하린은 속으로 생각하며 코웃음을 쳤다.시간이 없었던 강지현은 백하린을 그저 차갑게 한 번 흘겨봤다. 서로 모르는 사이인 것처럼 말이다.“강지현, 선생님을 봤는데 인사도 안 해?”백하린이 서두르지 않고 느긋하게 말했다. 복도에 있던 모든 사람이 똑똑히 들을 수 있을 정도의 목소리였다.강지현의 옆에 있던 이사와 백하린을 안내하던 직원 모두 경악을 금치 못했다.강지현은 그들의 상사가 특별히 잘 대접하라고 지시한 손님이었고 게다가 김태하가 직접 지명하여 투자한 손님이었다.신분을 자세하게 드러내지 않아도 절대 평범하지 않다는 걸 알 수 있었다.만약 위에서 지시가 없었다면 오늘 이 건물 사람들 모두 강지현의 시중을 들려고 경쟁했을 것이다.그런데 그런 강지현의 지인이라면... 그들에게도 귀한 손님이었다.강지현이 백하린을 무시하고 가려던 그때 옆에 있던 이사가 걸음을 늦추었다.“지현 씨, 아시는 분이신가요?”“별로 친하지 않아요. 요즘 업계가 참 어렵나 봐요. 이제 아무나 선생님이라고 칭하고 다니다니.”강지현이 피식 웃었다. 그녀의 말이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았지만 경멸하는 듯한 말투에 백하린은 얼굴이 다 빨개졌다.그녀는 황급히 강지현에게로 다가갔다.“강지현, 어디서 모른 척이야? 아, 혹시 도운이랑 싸워서 일자리까지 잃으니까 나한테 말 걸기 창피해서 그러는 거야?”백하린이 억지로 미소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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