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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dos os capítulos de 가짜 결혼, 진짜 신분: Capítulo 961 - Capítulo 9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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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61화

사실 강지현은 현다영에게 할 말이 하나 더 있었다. 어제 주단우가 연락해 왔다.하지만 당시 강지현은 김태하와 병원에 가는 중이었고, 그 일이 어떻게 될지도 몰라 현다영에게 섣불리 기대를 주고 싶지 않았다.이제야 생각나서 물어보려는데 김태하가 말을 걸었다.“누구랑 얘기해?”“현다영. 너 사진 잘 찍는다고 칭찬하더라.”김태하가 살짝 웃으며 뒤에서 강지현을 끌어안고 뺨에 입을 맞췄다.강지현은 김태하의 품에 등을 기대고 휴대전화를 거실 탁자에 내려놓았다.“다영이가 다른 얘기도 했어.”강지현이 고개를 돌렸다.“전에 너 치료하던 의료진 중에 성하윤이라는 여자 의사가 있대. 오늘 회사에 찾아와서 너한테 새로운 치료법을 시도해 보게 하고 싶다고 했대.”김태하는 움직임을 멈추더니 미간이 알아채기 어려울 만큼 살짝 찌푸려졌다.“성하윤?”김태하가 이름을 되뇌었다. 담담한 목소리에서는 아무런 감정도 읽히지 않았다.“기억나?”“기억 안 나.”김태하는 강지현을 안고 있던 팔을 풀더니 별 관심이 없다는 듯 탁자에 놓인 물컵을 집어 한 모금 마셨다.강지현은 김태하를 한번 보고는 더 묻지 않았다.김태하는 자기와 상관없는 사람과 쓸데없이 말을 섞는 성격이 아니니 기억하지 못해도 이상할 게 없었다.“그래도 그 의사 선생님 마음이 참 좋더라. 아직 네 병을 걱정해 주잖아. 검증된 방법은 아니라지만 한번 시도해 봐도 괜찮지 않을까?”강지현은 김태하의 병이 완전히 낫기를 간절히 바랐다.어제 오후 노르국에 도착하자마자 일행에게 짐 정리를 맡기고 김태하와 전문 병원부터 찾았다.이곳의 종양 연구는 세계 최고 수준이었지만, 김태하의 상태를 종합적으로 검토한 의료진도 약으로 진행을 늦추는 방안밖에 제시하지 못했다.종양이 변성될 위험을 예상보다 조금 더 줄일 수 있다는 정도였다.결국 국내에서 받는 치료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강지현이 기대했던 것과는 차이가 컸다.김태하는 알았다고 대답할 뿐, 여전히 별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하지만 강지현은 그 반응이 치료법 자체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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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62화

“저한테 주세요. 제가 다녀올게요.”주단우는 늘 현다영에게 일을 시켰기에 익숙해져 있었다. 갑작스러운 변화에 조금 의아했다.그래도 고개를 끄덕이고 서류를 건넸다.얼마 지나지 않아 비서가 서류를 돌려주었다. 주단우의 서명은 군더더기 없이 시원했고 글씨도 꽤 멋졌다.“참, 주 대표님은 몸 좀 어떠세요? 별일 없으시죠?”현다영의 질문에 비서가 고개를 끄덕였다.“안색은 괜찮아 보이세요. 계속 회의 중이시고요.”일도 평소처럼 하고 있으니 큰 문제는 없는 모양이었다.현다영은 마음을 놓고 더 묻지 않았다.오후에 프로젝트 회의를 마치고 회의실을 나서다가 주단우와 정면으로 마주쳤다.주단우는 깔끔한 정장에 넥타이도 반듯하게 맸지만 안색이 좋지 않았다. 얼굴에 핏기가 없고 다크서클도 짙었다.“주 대표님.”현다영이 먼저 인사했지만 주단우는 고개만 한번 끄덕일 뿐, 제대로 쳐다보지도 않고 그대로 스쳐 지나갔다.현다영은 주단우가 거리를 두는 게 느껴져 조금 민망했다.아직 자신에게 감정이 남아 있는 모양이었다.하지만 차라리 잘된 일이었다. 시간이 흘러 주단우의 마음이 완전히 식으면 두 사람도 예전처럼 편하게 지낼 수 있을 테니까.그날은 일이 많아 현다영도 밤늦게까지 야근했다.퇴근길에 주단우의 사무실을 지나쳤는데 여전히 자리에 있었다. 당장 퇴근할 생각도 없어 보였다.‘그래도 환자인데, 그만 쉬라고 말해야 하지 않을까?’잠깐 망설이다가 결국 방해하지 않기로 했다.현다영은 집 근처에서 평소처럼 먹을 것을 사 들고 골목으로 들어섰다.밤이 깊어지자 뒤에서 또 발소리가 들렸다.이번에는 그다지 긴장하지 않았다. 다만 집에 빨리 가고 싶어 걸음을 재촉했다.그런데 앞쪽 모퉁이에서도 사람 그림자가 나타났다.덩치 큰 남자가 길을 가로막았다. 앞뒤에 선 사람들은 작정한 듯 동시에 현다영에게 달려들었다.이상하다는 걸 깨달았을 때는 이미 도망칠 틈이 없었다.소리를 지르려는 순간 누군가 팔을 잡아끌어 벽 모퉁이에 밀어붙였다.이 동네는 오래돼 경비원도 없고, 주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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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63화

게다가 어째서인지 갈수록 머리가 어지러웠다. 손에서 힘이 풀리더니 그대로 정신을 잃을 것 같았다.입을 막은 수건에... 약이 묻어 있었다!“그만 버둥거리고 얌전히 한숨 자.”아버지가 코웃음을 쳤다.현다영에게 바짝 다가온 현동건은 얼굴 바로 옆 벽에 담배꽁초를 느긋하게 비벼 껐다.현다영의 의식은 그 장면을 마지막으로 끊겼다.바로 그때 둔탁한 소리가 났다.현동건이 비명을 지르며 바닥에 쓰러졌다.뒤를 돌아보니 웬 남자가 벽돌을 주워 머리를 내리쳤다.머리를 만져 보자 손바닥에 피가 흥건했다!“너, 또 너야!”현동건은 곧바로 알아봤다. 예전에 자신을 감옥에 보냈던 그놈 아닌가!그런데 또 나타나다니!‘며칠 동안 사람까지 시켜 현다영이 매일 혼자 귀가하는 걸 확인했는데... 저놈은 왜 이렇게 끈질긴 거야!’현동건이 맞는 모습을 보자 남자 둘도 돌아섰다. 현다영은 이미 의식을 잃고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주단우는 다친 몸으로 현동건을 쓰러뜨리느라 힘이 많이 빠졌지만, 현다영이 쓰러진 걸 보자 생각할 틈도 없이 벽돌을 휘두르며 남자 둘에게 달려들었다.하지만 혼자서 둘을 상대하기엔 역부족이었다. 몇 대 얻어맞자 주단우는 바닥에 나뒹굴었다.남자들은 주단우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다시 현다영을 둘러업으려 했다. 그때 주단우가 재빨리 일어나 남은 벽돌 조각으로 뒤에서 한 명을 내리쳤다.동료의 비명이 터지자 다른 남자가 격분해 주단우의 멱살을 잡고 사정없이 두들겨 팼다.맞고 쓰러졌던 남자도 화가 나 단검을 뽑아 주단우에게 휘둘렀다.그러나 칼끝이 닿기 직전 누군가 그 팔을 붙잡았다.“으악!”남자는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손목이 꺾였다.주단우는 여전히 온 힘을 다해 남자에게 맞서고 있었다. 남자가 동료의 비명에 한눈을 판 틈을 타 주단우는 그를 밀쳐 넘어뜨렸다.“송준호...”고개를 든 주단우의 눈앞에 송준호가 나타나 있었다.송준호의 움직임은 빠르고 거침없었다. 남자 둘은 반격할 틈도 없이 급소를 얻어맞고 바닥에 쓰러져 정신을 잃었다.주단우는 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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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64화

송준호는 잠시 멈칫하다 곧장 시키는 대로 했다.통화를 마친 송준호는 바닥에 쓰러진 사람들을 재빨리 묶었다.“버틸 수 있겠어요?”송준호가 다시 주단우를 바라봤다.주단우는 대답하지 않고 몇 걸음 옮겼다.“다영이는 크게 다친 건 아니겠죠?”송준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나타나자마자 확인했는데 현다영은 정신만 잃었을 뿐 맥박도 모두 정상이었다.“다영이랑 병원에 가요. 전 먼저 갈게요.”주단우는 힘겹게 말을 마치고, 먼저 택시를 잡아 근처 응급실에서 상처를 치료받으려 했다.송준호가 다가와 부축했다.“같이 가면 안 돼요?”“아파 죽겠는데 그럴 여유 없어요.”말은 그렇게 했지만 송준호는 주단우가 겉으로 보이는 것보다 마음이 여린 사람이라는 걸 알았다.송준호는 길목까지 가서 직접 택시를 잡아 주었다.택시에 탄 주단우가 송준호를 다시 바라봤다.“제가 왔다는 얘긴 하지 말아요.”“하지만...”“제가 이러는 건 송준호 씨한테 생색내라고 그런 게 아니에요.”송준호의 말을 끊은 주단우가 낮게 덧붙였다.“현다영이 알아도 별일 없겠지만, 전 빚지는 것도 빚지게 하는 것도 싫어요.”말을 마치고 차 문을 힘주어 닫았다.택시는 밤길을 달려 사라지고 송준호의 크고 외로운 그림자만 어둠 속에 남았다.어제 새벽 송준호는 집을 나서자마자 건물 아래에서 주단우를 발견했다.주단우는 밤새 떠나지 않았다.송준호를 단둘이 만나기 위해 차 안에서 꼬박 밤을 새웠다.송준호는 주단우가 현다영에게서 떨어지라고 경고하려는 줄 알았다.그런데 뜻밖에도 주단우는 송준호에게 남아 달라고 했다.“현다영이 송준호 씨를 많이 좋아해요. 정말 모르겠어요?”주단우는 돌려 말하지 않으며 송준호가 피할 틈을 주지 않았다.송준호도 솔직히 답했다.“절 좋아해 줘서 고맙게 생각해요. 하지만 우리는 함께할 수 없어요. 걱정하지 말아요. 앞으로는 다영이를 만나지 않을 거니까.”“그저 고맙기만 해요? 현다영이라는 사람 자체는 조금도 좋아하지 않아요?”“그건 중요하지 않아요.”“저한텐 중요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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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65화

주단우는 말을 마치고 송준호에게 휴대전화를 건넸다.“송준호 씨, 지현이랑 얘기해 봐요. 강지현과 김태하를 친구라고 생각한다면 친구들 의견도 들어 봐야죠.”전화기 너머의 강지현도, 옆에 서 있던 송준호도 주단우의 말에 어쩔 줄 몰랐다.송준호도 함께 있다는 걸 깨달은 강지현이 곧바로 불렀다.“송준호 씨?”“응.”송준호는 주단우의 휴대전화를 들고 차에서 내렸다.주단우는 차 안에서 멀지 않은 곳에 서서 강지현과 통화하는 송준호를 바라봤다. 마음이 반으로 갈라지는 기분이었다.강지현이 무슨 말을 할지는 대충 짐작이 갔다.현다영을 아끼는 강지현이라면 두 사람이 서로 상처 주며 괴로워하는 걸 바라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마음이 기울어도 장단점을 따져 볼 사람이기도 했다.결국 자신과 비슷한 결론을 내릴 터였다.실제로도 주단우의 예상대로였다.행복한 결혼 생활을 하는 강지현은 현다영도 아프지 않기를 바랐다.게다가 송준호는 강지현과 김태하의 생명의 은인이었다. 송준호와 현다영이 서로 좋아해 함께할 수 있다면 기꺼이 도울 생각이었다.하지만 공회의 배경과 송준호가 과거에 남긴 문제는 두 사람의 평온한 삶을 언제든 무너뜨릴 수 있었다.직접 겪어 본 강지현은 송준호의 걱정을 이해했다.결국 강지현은 새로운 신분으로 다시 살아가자고 제안했다.옛 신분이 걸림돌이라면 새 신분을 만들면 될 일이었다.게다가 해원시에는 자신들을 비롯한 친구들이 있었다. 공회 쪽 사람들이 송준호를 찾아내더라도 쉽게 해를 끼칠 수는 없을 터였다.사실 강지현은 예전에도 같은 제안을 한 적이 있었다.새로운 신분에 어떤 배경을 붙일지까지 미리 생각해 두었을 정도였다.하지만 그때 거절했던 송준호의 생각은 지금도 달라지지 않았다.강지현은 극단적인 악당들이 무섭다고 혼자 짊어질 필요 없으니 다시 생각해 보라고 했다. 친구 사이에 누가 누구에게 피해를 준다는 생각도 하지 말라고 했다.송준호가 떠난다고 공회가 자신들에게 아무 짓도 하지 않으리란 보장이 있을까?강지현과 김태하는 송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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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66화

주단우의 계정은 높은 레벨도 아니었다.물론 실력을 자랑하려고 보여 주는 건 아니었다.채팅창에는 주단우와 현다영이 나눈 대화가 떠 있었다.그런데 내용을 보니 현다영은 주단우를 송준호로 알고 있었다.“저도 진지하게 다영이한테 다가가려고 했어요. 시작도 하기 전에 끝났지만요. 송준호 씨 때문에.”주단우가 휴대전화를 거둬들였다.현다영이 곁에서 간호할 때부터 주단우는 현다영이 자주 게임을 켜는 모습을 봤다.나중에야 그 게임이 송준호에게 연락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라는 걸 알았다.그때부터 현다영의 마음을 알아챘다.하지만 포기할 수 없었다.이미 떠난 송준호가 바로 곁에 있는 자신보다 낫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주단우는 시간을 들여 조금씩 노력해 보려고 했다.어느 날 현다영이 휴대전화 잠금을 풀어 둔 채 주방에 간 사이 게임 계정을 우연히 보게 됐다.현다영을 기쁘게 해 주고 싶어서 먼저 친구를 신청해 함께 게임을 했다.처음부터 송준호인 척할 생각은 없었다.그런데 현다영이 기대에 찬 말투로 말을 걸자 어쩐지 사실을 부인하지 못했다.송준호라는 이름 뒤에 숨어 있어야만 현다영이 조금이라도 더 다정하게 대해 줄 것 같았다.하지만 진짜 송준호가 나타난 순간, 겨우 얻었던 그 작은 온기마저 돌려줘야 했다.현다영을 실망하게 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렇다고 마지막 자존심까지 버리고 싶지도 않았다.그래서 자신도 믿기지 않는 방식으로 물러나기로 했다.할 수 있는 모든 걸 다해 송준호와 현다영에게 기회를 주는 것이었다.주단우는 현다영의 마음을 송준호에게 있는 그대로 보여 주었다.현다영은 주단우의 마음이 얼마나 진지했는지 모를 것이다.송준호 역시 현다영의 마음이 얼마나 조심스럽고 진실한지 미처 다 알지 못할 것이다....현다영이 눈을 뜨자 뿌연 흰빛이 먼저 시야에 들어왔다.집이 아니었다.병원이었다.“깼어? 몸은 어때? 좀 괜찮아?”송준호의 목소리에 현다영이 흠칫했다. 옆으로 시선을 돌리자 송준호가 침대 곁에 앉아 있었다.현다영은 미간을 찌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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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67화

“지나가던 사람인 것처럼 신고했어. 수사 대상은 내가 아니니까 걱정하지 마.”그제야 현다영은 완전히 안심했다.“그런데... 오빠...”현다영의 목소리가 작아졌다.“이미 떠난 거 아니었어요?”송준호는 곧바로 대답하지 않고 현다영만 가만히 바라봤다.분명 떠났었다.주단우와 강지현도 그를 붙잡지는 못했다.하지만 현다영의 진심이 발길을 돌리게 했다.송준호는 문득 임지태가 했던 말을 이해했다.마음이 머무는 곳이 결국 자신이 묻힐 곳일지도 모른다고.그래도 후회하지 않을 만큼 사랑하는 게 살아가는 의미였다.“현다영, 나 여기 남고 싶어졌어.”현다영은 잘못 들은 줄 알고 멍하니 송준호를 바라봤다.“뭐... 뭐라고요?”송준호는 더는 현다영의 눈을 피하지 않았다. 늘 고요하던 눈동자에 잔잔하지만 금세 넘칠 것 같은 감정이 일렁였다.“여기 남고 싶다고. 해원시에.”송준호는 크지 않은 목소리로 또박또박 진심을 담아 말했다.현다영은 이불자락을 움켜쥔 손에 힘을 주었다.“왜요?”눈빛이 반짝이고 저도 모르게 기쁜 표정이 드러났다.“오빠는... 잠깐 스쳐 가는 사람이라고 했잖아요.”송준호는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커튼 틈으로 새어든 햇빛이 송준호의 얼굴을 비춰 뚜렷한 이목구비를 드러냈다.“나는 늘 잠시 머물다 가는 사람이었어. 그래서 아름다운 풍경을 만나도 좋아할 욕심조차 못 냈지.”송준호의 목울대가 움직였다. 고개를 숙인 송준호가 현다영의 손을 두 손으로 감쌌다.“지금도 영원히 함께하겠다고 장담할 수는 없어... 그래도 물어보고 싶어. 네가 원한다면 내가...”‘남아도 될까...’송준호의 목소리는 갈수록 작아져 금세 사라질 듯했다.“네. 돼요.”말이 끝나기도 전에 현다영이 대답했다.눈가에 붉은 기운이 살짝 돌았다. 자신도 놀랄 만큼 망설임 없는 대답이었다.송준호가 그만 웃고 말았다.“무슨 말을 하려는지도 모르면서 된다고?”“떠나서 다시는 못 만나는 것만 아니면 뭐든 좋아요.”현다영은 입술을 삐죽이며 고개를 숙였다.“그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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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68화

송준호와 현다영의 다정한 모습이 문틈으로 고스란히 보였다.주단우는 숨을 깊이 삼켰다. 옆구리의 욱신거림이 가슴으로 옮겨 간 것 같았다.하지만 입가에는 자조적인 미소가 걸렸다.“주 대...”옆에 있던 비서가 입을 열려 하자 주단우가 눈빛으로 제지했다.주단우는 비서가 들고 있던 영양제를 받아 문 앞에 조용히 내려놓았다. 정장을 매만진 뒤 고개를 들고 돌아섰다.비서는 살짝 열린 병실 문을 힐끗 보고 서둘러 뒤따랐다.그날 저녁 주단우는 집에 돌아온 뒤에야 현다영에게 전화를 걸었다.현다영은 이미 퇴원해 송준호와 집에 돌아와 있었다.주방에서는 송준호가 저녁을 만들고 있었고, 현다영은 옆 소파에서 쉬고 있었다.송준호는 낮잠을 자거나 TV를 보며 쉬라고 했지만 현다영은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다. 그저 송준호의 뒷모습만 바라봐도 행복했다.‘좋아하는 사람과 함께하는 기분이 이런 거구나. 꿈만 같아...’송준호가 곁에 있기만 해도 마음이 가득 찼다.무슨 일을 해도 즐거웠다.강지현과 김태하가 서로를 위해 목숨까지 걸고, 하원영과 주시언이 상처투성이가 되고도 서로를 놓지 못하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연인이 꼭 있어야 하는 건 아니지만, 생기고 나니 마음속 빈자리가 다 채워지는 듯했다.현다영은 쿠션을 끌어안고 병원에서 송준호와 입 맞췄던 순간을 떠올리다 부끄러워 얼굴을 파묻었다.그때 휴대전화가 울렸다.주단우의 이름을 보자 현다영의 가슴이 철렁했다.‘분명 마음을 접은 줄 알았는데...’잠시 망설이던 현다영이 전화를 받았다.“오늘 병가 냈더라. 몸은 좀 괜찮아졌어?”연결되자마자 주단우의 목소리가 들렸다.“네. 많이 좋아졌어요. 내일이면 출근할 수 있어요.”현다영은 오늘 오후가 되어서야 병가를 신청했을 뿐, 주단우에게 따로 연락하지는 않았다.평소 주단우 성격을 생각하면 지금에서야 전화가 온 것부터가 뜻밖이었다.“내일 출근한다고?”주단우의 말이 잠시 끊겼다.“네.”현다영은 주단우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몰랐다.“아프면 푹 쉬어. 요즘 급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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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69화

현다영은 멈칫했다. 주단우도 송준호의 목소리를 들은 모양이었다.잘못한 건 없는데도 주단우의 태도를 보니 죄책감이 무겁게 밀려왔다.송준호는 현다영이 다가오자 무슨 말을 하려다 말고 손을 잡았다.“주 대표야?”“네. 병가 낸 거 물어봤어요. 생각보다 배려심 있던데요? 먼저 사흘이나 쉬라고 했어요.”현다영은 웃으며 송준호가 더 묻기도 전에 먼저 설명했다. 괜한 오해를 사기 싫은 듯했다.겨우 곁에 남기로 한 송준호에게 조금이라도 걱정을 안겨 주고 싶지 않았다.송준호도 그 마음을 알아챘다.“주 대표 좋은 사람인 거 알아. 너한테도 잘해 주잖아. 내가 이런 일로 신경 쓸까 봐 걱정 안 해도 돼.”“신경 안 쓰여요? 그럼 주 대표님이 저한테 들이대도 질투 안 나요?”현다영은 무심코 곤란한 질문을 던졌다.사실 현다영의 마음도 복잡했다.송준호가 주단우를 신경 쓸까 봐 걱정되면서도, 전혀 신경 쓰지 않으면 또 서운했다.그날 식사할 때 주단우가 끼어들었는데도 송준호는 끝까지 예의를 지켰다. 현다영은 속으로 꽤 서운했다.‘좋아하면 질투도 좀 하지 않나?’송준호는 현다영을 독차지하려는 마음이 전혀 없어 보였다. 사실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 건지도 몰랐다.오늘 병원에서 송준호도 마음을 받아 주었고 두 사람의 관계도 드디어 달라졌다.하지만 송준호는 아직 단 한 번도 제대로 좋아한다고 말하지 않았다.현다영도 유난 떨고 싶지는 않았다. 그래도 갑자기 찾아온 행복이 어딘가 현실 같지 않았다.송준호는 웃으며 대답을 서두르지 않고 현다영을 식탁으로 데려가 앉혔다.죽을 그릇에 담아 식기를 건네준 뒤 송준호도 옆에 앉았다.“일단 먹자. 식으면 맛없어.”기대에 차 있던 현다영은 뜻밖의 대답에 할 말을 잃었다.‘정말 먹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네. 무슨 일이 있어도 밥부터 먹어야 한다니.’그래도 웃음이 터졌다. 조금 서운했던 마음도 한결 풀렸다.송준호가 만든 저녁은 간단했지만 아주 맛있었다.해물죽은 걸쭉하고 부드러웠으며 향이 좋았다. 곁들인 반찬도 담백하면서 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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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70화

송준호가 마침내 고개를 들어 현다영을 바라봤다.서로의 눈빛이 마주치자 감정이 일렁였다.현다영은 미간을 잔뜩 찌푸렸지만 송준호의 얼굴에는 여전히 미소가 남아 있었다.“위험할 때 나한테 의지하게 될 수도 있겠지. 나도 알아. 내가 보통 남자보다 강하고 믿음직해 보인다는 거...”현다영은 그제야 송준호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았다.말없이 송준호를 바라보며 다음 말을 기다렸다.“하지만 단점도 많아. 많이 배우지도 못해서 대학 나온 너만큼 똑똑하지도 않고, 사람 대하는 법도 잘 몰라. 사회에 나와 일하고 돈 벌면서 겪는 고생도 해 본 적 없고.”“몸 쓰는 일은 잘하지만, 그렇다고 연애나 누군가를 돌보는 일, 혹은 남편 노릇까지 잘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어.”“오빠, 무슨 말 하려는지 알겠어요...”현다영의 얼굴이 굳었다. 더는 듣고 싶지 않았다.자리에서 일어나려는데 송준호가 팔을 붙잡았다.“아니. 넌 아직 몰라.”송준호가 몸을 반쯤 일으켜 현다영에게 다가왔다. 넓은 어깨가 현다영을 감싸듯 그림자를 드리웠다.“널 거절하려는 게 아니야. 진심으로 말하고 싶은 건... 난 너와 사랑하고 싶어.”현다영은 깜짝 놀랐다. 눈이 휘둥그레졌다가 송준호의 눈에 어린 깊은 애정을 알아봤다.입을 열었지만 송준호의 뜻을 아직 다 이해하지는 못했다.송준호의 앞에만 서면 반응도 생각도 멈춰 버리는 것 같았다.늘 송준호에게 끌려다니기만 했다.그게 너무 불안했다.“언젠가 누가 날 좋아해 줄 거라는 생각도 못 했어. 나도 누굴 좋아하게 되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몰랐고...”“네가 아까 질투하냐고 물었을 때 깨달았어. 너한테 설명할 게 아직 남아 있더라고.”“네가 내 마음을 확인하고 싶어 하는 건 내 잘못이야. 넌 이렇게 확실하게 마음을 전했는데 나는 아직 제대로 답하지 못했으니까.”송준호의 묵직하면서도 다정한 말들이 한마디씩 현다영의 귀에 닿아 마음속 깊이 스며들었다.현다영의 찌푸린 미간이 서서히 펴졌다. 젖은 눈동자로 송준호를 바라보며 속눈썹을 깜빡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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