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한테 주세요. 제가 다녀올게요.”주단우는 늘 현다영에게 일을 시켰기에 익숙해져 있었다. 갑작스러운 변화에 조금 의아했다.그래도 고개를 끄덕이고 서류를 건넸다.얼마 지나지 않아 비서가 서류를 돌려주었다. 주단우의 서명은 군더더기 없이 시원했고 글씨도 꽤 멋졌다.“참, 주 대표님은 몸 좀 어떠세요? 별일 없으시죠?”현다영의 질문에 비서가 고개를 끄덕였다.“안색은 괜찮아 보이세요. 계속 회의 중이시고요.”일도 평소처럼 하고 있으니 큰 문제는 없는 모양이었다.현다영은 마음을 놓고 더 묻지 않았다.오후에 프로젝트 회의를 마치고 회의실을 나서다가 주단우와 정면으로 마주쳤다.주단우는 깔끔한 정장에 넥타이도 반듯하게 맸지만 안색이 좋지 않았다. 얼굴에 핏기가 없고 다크서클도 짙었다.“주 대표님.”현다영이 먼저 인사했지만 주단우는 고개만 한번 끄덕일 뿐, 제대로 쳐다보지도 않고 그대로 스쳐 지나갔다.현다영은 주단우가 거리를 두는 게 느껴져 조금 민망했다.아직 자신에게 감정이 남아 있는 모양이었다.하지만 차라리 잘된 일이었다. 시간이 흘러 주단우의 마음이 완전히 식으면 두 사람도 예전처럼 편하게 지낼 수 있을 테니까.그날은 일이 많아 현다영도 밤늦게까지 야근했다.퇴근길에 주단우의 사무실을 지나쳤는데 여전히 자리에 있었다. 당장 퇴근할 생각도 없어 보였다.‘그래도 환자인데, 그만 쉬라고 말해야 하지 않을까?’잠깐 망설이다가 결국 방해하지 않기로 했다.현다영은 집 근처에서 평소처럼 먹을 것을 사 들고 골목으로 들어섰다.밤이 깊어지자 뒤에서 또 발소리가 들렸다.이번에는 그다지 긴장하지 않았다. 다만 집에 빨리 가고 싶어 걸음을 재촉했다.그런데 앞쪽 모퉁이에서도 사람 그림자가 나타났다.덩치 큰 남자가 길을 가로막았다. 앞뒤에 선 사람들은 작정한 듯 동시에 현다영에게 달려들었다.이상하다는 걸 깨달았을 때는 이미 도망칠 틈이 없었다.소리를 지르려는 순간 누군가 팔을 잡아끌어 벽 모퉁이에 밀어붙였다.이 동네는 오래돼 경비원도 없고, 주민도
Ler mai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