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나마 송준호가 제때 나타나서 다행이었다.“정말 영웅처럼 구해 주고 싶었던 거예요, 아니면 마음을 못 접어서 그랬던 거예요?”강지현은 결국 참지 못하고 놀렸다.오랫동안 주단우와 티격태격해 온 만큼 그의 성격을 어느 정도는 알았다.거짓말을 너무 많이 하면 진실을 말하는 데 익숙하지 않게 된다.어차피 진실을 말해도 아무도 안 믿으니까.“강지현, 꼭 그렇게 아픈 데를 찔러야겠어?”“고마워요.”주단우는 그대로 굳었다. 강지현이 조용히 건넨 단 네 글자에 가슴이 뜨거워졌다.눈가까지 시큰해졌다.주단우는 목이 메어 말을 잇지 못한 채 한참 뒤 얼버무리고 전화를 끊었다.강지현은 씁쓸한 마음으로 휴대전화를 넣고 병실 문을 열었다.김태하는 막 수액을 다 맞은 참이었다. 병실에는 담당 의료진과 간호사 두 명이 모여 있었다.치료 방침은 이미 정해졌다.병원에는 아직 개발이 끝나지 않은 새로운 항암제가 있었다. 완전히 검증돼 시판되기까지는 적어도 10년은 더 걸릴 듯했다.하지만 임상시험에서는 그 약이 김태하의 위 종양을 완치할 확률이 30%로 나타났다.반면 약효가 워낙 강하고 환자마다 반응이 달라 20%의 확률로 예측하기 어려운 악화를 일으킬 위험도 있었다.종합적으로 평가하면 좋아질 가능성이 조금 더 컸다.두 사람이 노르국까지 온 이유도 완치 방법을 찾기 위해서였다.기존 방식으로만 치료하면 종양이 변성될 위험이 컸다. 게다가 김태하는 이미 불편한 증상을 겪고 있었다. 병을 오래 억제할 수 있다 해도 계속 고통받을 터였다.그렇지만 새로운 치료법이 제시되자 강지현은 즉시 반대했다.위험 부담이 너무 크다고 생각했다.반면 김태하는 20%의 악화 가능성을 감수하고서라도 신약을 써 보겠다고 했다.강지현은 이 문제로 김태하와 꼬박 하루 넘게 의견을 굽히지 않았다.하지만 결국 강지현이 물러섰다.김태하의 마음은 분명했다.김태하는 질질 끌며 고통받는 여생보다 차라리 단번에 죽는 편을 택할 사람이었다.강지현이 끝까지 반대한다면 김태하는 결국 양보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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