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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dos os capítulos de 가짜 결혼, 진짜 신분: Capítulo 971 - Capítulo 9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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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71화

목소리가 점점 낮아졌다. 말을 하며 몸도 더욱 가까워졌다.말이 끝나자마자 현다영의 대답도 기다리지 않고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같은 시각, 널찍한 저택 침실에서 아픈 신음이 터져 나왔다.주단우는 전신거울 앞에 서서 힘겹게 옆구리의 붕대를 갈고 있었다.상처는 깊지 않았지만 심하게 부어올랐다.약을 갈 때마다 상처를 닦아 내야 해서 죽을 만큼 아팠다.살면서 다시는 칼 같은 건 쳐다보기도 싫었다.약을 다 바꾸고 나니 주단우의 얼굴은 종이처럼 새하얬고 관자놀이도 땀에 젖었다.물에 닿으면 안 돼 샤워도 못 했다. 불편함을 참으며 수건으로 몸만 대충 닦았다.우웅...그때 휴대전화가 울렸다.발신자를 확인한 주단우가 곧바로 전화를 받았다.강지현의 목소리가 들렸다.“몸은 어때요? 다영이한테 들었어요. 지금 송준호랑 사귄다면서요?”“정말 널 가족처럼 생각하나 봐. 좋은 소식도 이렇게 빨리 알려 주고.”주단우는 피식 웃었지만 거울 속 얼굴은 고통에 찌들어 있었다.강지현은 웬일로 받아치지 않고 목소리를 낮춰 물었다.“상처는 괜찮아요?”주단우는 다친 사실을 남들에게 알리지 않았다. 강지현에게만큼은 창피당하고 싶지 않았다.그날 강지현에게 송준호와 현다영을 이어 달라고 부탁한 것만으로도 이미 자존심을 내려놓은 셈이었다.사랑하는 사람을 양보했다니, 강지현이 자신이 정신 차렸더니 벌 받는 꼴이라며 비웃지 않을까 싶었다.그래도 강지현이 사람을 붙여 자신을 지켜보게 한 보람은 있었다. 한밤중에 병원에 다녀온 사실도 바로 알아챘으니 말이다.실제로 강지현은 주단우를 지켜보던 사람에게서 상황을 보고받았다.하지만 그런 보고가 없었더라도 주단우가 두 사람을 이어 주려고 나섰으니 걱정될 수밖에 없었다.“괜찮아. 피부만 좀 베였어. 상처 하나 더 생긴다고 달라질 것도 없잖아.”주단우는 그렇게 말하면서도 짜증스럽게 미간을 찌푸렸다.배와 허리에 남은 흉터들이 보기 싫었다.나중에 누구와 잠자리를 할 때 불을 꺼야 할 지경이었다.‘피부과 시술로 좀 지울 수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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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72화

그나마 송준호가 제때 나타나서 다행이었다.“정말 영웅처럼 구해 주고 싶었던 거예요, 아니면 마음을 못 접어서 그랬던 거예요?”강지현은 결국 참지 못하고 놀렸다.오랫동안 주단우와 티격태격해 온 만큼 그의 성격을 어느 정도는 알았다.거짓말을 너무 많이 하면 진실을 말하는 데 익숙하지 않게 된다.어차피 진실을 말해도 아무도 안 믿으니까.“강지현, 꼭 그렇게 아픈 데를 찔러야겠어?”“고마워요.”주단우는 그대로 굳었다. 강지현이 조용히 건넨 단 네 글자에 가슴이 뜨거워졌다.눈가까지 시큰해졌다.주단우는 목이 메어 말을 잇지 못한 채 한참 뒤 얼버무리고 전화를 끊었다.강지현은 씁쓸한 마음으로 휴대전화를 넣고 병실 문을 열었다.김태하는 막 수액을 다 맞은 참이었다. 병실에는 담당 의료진과 간호사 두 명이 모여 있었다.치료 방침은 이미 정해졌다.병원에는 아직 개발이 끝나지 않은 새로운 항암제가 있었다. 완전히 검증돼 시판되기까지는 적어도 10년은 더 걸릴 듯했다.하지만 임상시험에서는 그 약이 김태하의 위 종양을 완치할 확률이 30%로 나타났다.반면 약효가 워낙 강하고 환자마다 반응이 달라 20%의 확률로 예측하기 어려운 악화를 일으킬 위험도 있었다.종합적으로 평가하면 좋아질 가능성이 조금 더 컸다.두 사람이 노르국까지 온 이유도 완치 방법을 찾기 위해서였다.기존 방식으로만 치료하면 종양이 변성될 위험이 컸다. 게다가 김태하는 이미 불편한 증상을 겪고 있었다. 병을 오래 억제할 수 있다 해도 계속 고통받을 터였다.그렇지만 새로운 치료법이 제시되자 강지현은 즉시 반대했다.위험 부담이 너무 크다고 생각했다.반면 김태하는 20%의 악화 가능성을 감수하고서라도 신약을 써 보겠다고 했다.강지현은 이 문제로 김태하와 꼬박 하루 넘게 의견을 굽히지 않았다.하지만 결국 강지현이 물러섰다.김태하의 마음은 분명했다.김태하는 질질 끌며 고통받는 여생보다 차라리 단번에 죽는 편을 택할 사람이었다.강지현이 끝까지 반대한다면 김태하는 결국 양보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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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73화

그사이 김태하는 침대에서 일어나 강지현의 곁으로 걸어왔다.겉옷을 걸친 채였다. 막 주사를 맞아서인지 안색이 좋지 않았다.하지만 지친 와중에도 강지현을 보자 눈빛이 환해졌다.강지현이 불안해하는 걸 본 김태하가 손을 살며시 감싸 쥐고 다정하게 말했다.“이제 가자.”강지현은 김태하를 돌아봤다. 차가운 뺨을 쓰다듬고 겉옷을 제대로 입혀 준 뒤 서명한 서류를 의사에게 돌려줬다.“모두 감사합니다. 고생 많으셨어요.”그저 인사치레로 할 수도 있는 말이었지만 강지현의 목소리는 무척 진지했다.의료진을 향해 허리까지 숙였다.의료진도 서둘러 인사하며 너무 그러지 않아도 된다며 웃었다.김태하도 손을 뻗어 강지현을 다시 품에 안았다. 눈을 내려뜨리자 따뜻한 숨결이 강지현의 이마에 닿았다.“정말 괜찮아. 걱정하지 마.”“응.”강지현은 고개만 끄덕이고 더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김태하의 입가에 입을 맞췄다.병원 앞에는 기사가 미리 차를 대기하고 있었다. 비서가 문을 열어 두 사람을 가까운 숙소로 모셨다.거리가 멀지 않아 몇 분이면 도착할 터였지만 강지현의 침묵 때문에 그 짧은 시간마저 길게 느껴졌다.그때 김태하가 강지현의 손을 조금 더 꽉 잡았다.강지현이 반사적으로 돌아봤다.“현다영은 어떻게 됐어?”김태하가 불쑥 물었다.남의 일은 먼저 묻는 법이 거의 없는 사람이었다. 강지현의 생각을 다른 데로 돌리려는 게 분명했다.정작 아픈 사람은 김태하인데도 말이다.“주단우 씨가 이번에는 정말 의외였어. 그래도 다영이랑 송준호 씨가 행복했으면 좋겠어.”강지현은 김태하에게 그동안의 일을 간단히 들려주며 옆에 기댔다.“그럴 거야. 서로 사랑하는 사람들은 행복해질 거야.”강지현은 두 사람이 꼭 맞잡은 손을 들어 올리며 김태하를 불렀다.“김태하.”“왜?”강지현이 옆으로 고개를 돌려 김태하를 바라봤다.안색은 좋지 않았고 입술도 말랐지만 손을 잡은 힘은 평소처럼 단단했다. 어디도 불편하지 않은 사람처럼.“오늘 수액 맞으면서 무슨 생각 했어?”김태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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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74화

집에 돌아오니 가정부가 이미 보양식을 끓여 놓았다.요즘 김태하는 약을 먹고 있어 부작용을 피하도록 모든 식단을 의사의 지시에 맞춰 짰다.강지현은 가정부 인사를 나누고 김태하의 손을 잡아 2층 방으로 올라갔다.그녀는 김태하의 옷을 갈아입혀 준 뒤 팔을 들어 꼼꼼히 살폈다.“주사 맞을 때 아팠어?”김태하는 강지현이 팔을 이리저리 돌려 살펴보도록 가만히 내버려 두었다. 입가에는 작은 미소가 걸렸다.“안 아팠어.”강지현은 대답하지 않았지만 믿지 않는 기색이 역력했다.의사는 약이 자극적이라 진통제까지 준비했지만 약효에 영향을 줄까 봐 김태하는 끝내 쓰지 않기로 했다.강지현은 김태하의 손등에 남은 작은 바늘 자국을 계속 바라봤다.주변이 넓게 멍들고 퉁퉁 부어 예쁘던 손이 제 모습이 아니었다.강지현은 멍든 피부를 살며시 쓰다듬고 손가락을 꼭 쥐었다.“걱정하지 마. 정말 안 아파.”강지현은 대답 없이 손등만 오래 들여다봤다.김태하는 강지현을 품에 끌어안은 후, 그녀의 얼굴을 들어 조심스레 몇 번 입을 맞추고 찌푸린 미간을 쓰다듬었다.강지현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김태하가 너무 안쓰러워 마음이 미어졌다.아래층에서는 가정부가 이미 저녁상을 차려 놓았다.식탁에는 담백한 반찬 몇 가지와 푹 끓인 국이 놓여 있었다.강지현은 먼저 국 한 그릇을 떠 김태하의 앞에 놓았다.“국부터 먹어 봐.”김태하는 순순히 숟가락을 들어 한 모금 마셨다.“어때?”“맛있어.”강지현은 김태하를 바라봤다.김태하는 평소처럼 천천히 한 입씩 먹었다.하지만 강지현은 지금 김태하가 무얼 먹어도 맛을 제대로 느끼지 못한다는 걸 알았다.미각이 둔해지는 것도 약의 부작용이었다.김태하가 말하지 않았지만 강지현도 묻지 않았다. 그저 반찬을 조금씩 덜어 주며 식사가 끝날 때까지 곁을 지켰다.식사를 마친 김태하는 소파에 기대 쉬었다.강지현은 옆에 앉아 임신 안내서를 넘기며 이야기를 나눴다.“몇 쪽까지 읽었어?”김태하가 물었다.강지현이 표지를 살펴보더니 대답했다.“13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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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75화

강지현은 손을 뻗어 김태하의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쓰다듬었다.“태하야.”잠시 멈췄다가 덧붙였다.“우리 세 식구, 앞으로도 계속 함께할 거야.”김태하가 강지현의 말을 나직이 되풀이했다.“그래. 우리 세 식구, 계속 함께할 거야.”...사흘이라는 시간은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았다.하지만 강지현에게는 한 세기가 흐른 것처럼 길었다.김태하는 날마다 정해진 시간에 병원에 가 주사를 맞고 검사를 받았다. 억지로라도 필요한 영양을 채우고 제때 쉬며 모든 절차를 빈틈없이 지켰다.보기에는 간단하지만 실은 무척 고된 일이었다.그래도 강지현이 몸 상태를 물을 때면 늘 담담하게 웃었다.“좋아. 걱정하지 마.”하지만 강지현은 약의 부작용이 이미 나타나고 있다는 걸 알았다.식욕이 갈수록 떨어져 아무리 담백한 죽도 몇 숟가락 먹고 내려놓곤 했다.밤에는 잠을 설치다가 갑자기 일어나 욕실에 들어가 한참 동안 나오지 않기도 했다. 그러고는 조심히 돌아와 옆에서 자는 강지현을 가만히 바라보다 다시 잠들었다.하지만 김태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강지현도 캐묻지 않았다.두 사람 사이에는 말하지 않아도 통하는 약속이 생긴 것 같았다.김태하가 걱정시키고 싶어 하지 않으니 강지현은 모르는 척했다. 대신 김태하가 보지 못하는 곳에서 혼자 눈시울을 붉혔다가 아무 일 없는 듯 돌아왔다.마침내 사흘째 되는 날 저녁 병원에서 전화가 왔다.“김태하 님 보호자분, 1단계 투약 결과가 나왔습니다. 내일 오전에 병원으로 와 주시겠어요? 앞으로의 치료 계획을 직접 설명드리겠습니다.”의사의 목소리는 차분하고 정중해서 좋은 소식인지 나쁜 소식인지 짐작할 수 없었다.강지현은 휴대전화를 쥔 손에 힘을 주었지만 목소리는 침착했다.“네. 내일 아침 일찍 가겠습니다. 감사합니다.”전화를 끊고 소파에 앉은 김태하를 돌아봤다.김태하는 지나치게 침착할 만큼 고요한 눈빛으로 강지현을 바라보고 있었다.“결과 나왔어?”“응. 내일 오전에 병원 와서 확인하래.”김태하의 곁에 앉은 강지현의 목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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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76화

“좋습니다. 긍정적인 결과예요.”담당 의사가 입을 열기도 전에 옆에 있던 다른 의사가 먼저 말했다.그 말에 얼어붙었던 공기가 풀렸다. 두 사람도 비로소 가슴을 쓸어내렸다.“종양세포의 활성도가 뚜렷하게 떨어졌고 주변 조직의 염증 반응도 줄고 있습니다. 약물에 대한 내약성도 예상보다 좋아 뚜렷한 거부반응이나 악화 징후는 없었습니다.”“그럼...”강지현이 다시 담당 의사를 바라봤다.담당 의사는 여전히 망설이는 기색이었지만 동료가 이미 말을 꺼낸 이상 이어 갈 수밖에 없었다.“이제 본격적인 치료를 시작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완치도 충분히 기대해 볼 만합니다.”강지현은 활짝 웃으며 김태하를 돌아봤다.김태하는 여전히 차분했지만 고요한 눈동자에도 억누를 수 없는 감정이 일렁였다.강지현의 손을 붙잡았던 손에 힘도 조금 풀렸고 입가에는 미소가 번졌다.잠시 뒤 두 사람은 의료진에게 감사 인사를 했다.강지현이 급히 담당 의사에게 물었다.“그럼 다음 치료는 언제 시작할 수 있나요?”담당 의사는 조금 망설였다.“먼저 김태하 님의 치료 계획을 더 자세하게 짜야 합니다. 일정은 회의를 마친 뒤 알려 드리겠습니다.”강지현은 너무 기쁜 나머지 담당 의사의 표정이 썩 밝지 않다는 걸 눈치채지 못했다.두 사람이 떠나자 담당 의사는 다른 의사들을 불러 긴급회의를 열었다.“뭘 그렇게 망설이세요? 결과가 좋으니 서둘러 투약을 시작해야죠.”“결과는 좋지만 세포 반응 수치 하나가 경고 기준에 거의 닿았어요...”회의가 시작되고서야 담당 의사는 우려를 털어놓았다.사흘간의 투약 결과는 전반적으로 좋았지만 핵심 수치 하나가 불안했다.잠재적인 위험을 생각하면 사실 치료를 중단해야 했다.하지만 다른 의사들은 담당 의사가 너무 조심스럽다며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첫째로 위험이 무시해도 될 만큼 낮았다. 둘째로 신약에 이토록 잘 반응하는 환자는 드물었다. 병원을 위해서든 환자를 위해서든 이 기회를 포기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게다가 김태하와 강지현은 이미 그보다 더 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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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77화

강지현은 간지러워 고개를 피하면서도 자꾸 웃음이 났다.김태하도 오늘은 정말 기쁜 모양이었다.김태하 역시 지난 며칠 동안 못지않게 불안했을 텐데, 강지현을 위해 늘 침착한 모습을 지켰다.그동안 얼마나 꾹 참았을까...“그럼 여기 있어도 되는데... 요리할 때 방해하면 안 돼. 오늘은 제대로 실력 보여 줄 거니까!”김태하가 하도 매달려 강지현도 결국 양보했다.“알겠어.”그제야 김태하가 손을 놓았다.강지현은 몸을 돌려 차근차근 요리를 시작했다.김태하도 눈치껏 물건을 건네며 거들었다. 그러다가 틈만 나면 가까이 와 장난스럽게 애정을 표현했다.뺨에 입을 맞추거나 뒤에서 허리에 몸을 바짝 붙였다.강지현이 눈치채면 늘 아무것도 모르겠다는 듯 우연인 척했다.“김태하!”도저히 집중할 수 없어진 강지현은 양념이 묻은 뒤집개를 들고 때리는 시늉을 했다.“또 방해하면 오늘 저녁 없어!”김태하는 슬쩍 피하더니 다시 손을 뻗어 강지현을 끌어안았다. 강지현은 조리대 앞에 붙잡혀 꼼짝할 수 없었다.“지현아.”김태하가 갑자기 입을 열었다.“정말 사랑해.”“나도...”갑작스러운 고백에 강지현의 심장이 덜컥했다. 공중에 든 뒤집개에서 양념이 김태하의 어깨로 떨어질 뻔했다.작게 대답하던 강지현은 냄비에서 국물이 넘치려는 걸 발견했다.“얼른 놔!”김태하가 먼저 불을 껐다. 족발찜에서 김이 피어오르며 고소한 향이 퍼졌다.강지현은 얼른 뚜껑을 열어 재료를 한 번 뒤집었다.겨우 마무리하고 김태하를 흘끗 보니 여전히 사랑이 가득한 눈으로 자기 얼굴만 보고 있었다.“김태하, 내가 그렇게 예뻐? 인제 그만 좀 보면 안 돼?”“예쁘지. 볼수록 더 예뻐.”김태하는 업무 보고라도 하듯 태연하게 말했다.“이제부터는 시간 날 때마다 네 얼굴 볼 거야.”강지현이 웃음을 터뜨렸다.“왜 그렇게 급해? 나중엔 못 볼 것처럼.”말을 내뱉자마자 후회했다.김태하의 눈빛도 순간 어두워졌다. 하지만 곧 아무렇지 않은 듯 강지현의 뺨을 살짝 꼬집었다.“맞아. 나중에 내가 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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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78화

“이거 먹어 봐.”강지현은 족발 한 점을 김태하의 그릇에 덜어 주었다.“어머님 비법이야.”김태하가 바로 맛봤다.“맛있어.”“그렇지?”“네가 만든 건 다 맛있어.”강지현은 흐뭇하게 웃고 반찬을 더 덜어 주었다.“많이 먹고 얼른 건강해져. 더 마르면 안 돼.”강지현이 작은 목소리로 당부하자 김태하의 손길이 잠시 멈췄다.말로 다 할 수 없는 행복감이 가슴을 가득 채웠다.기쁜데도 갑자기 눈시울이 뜨거워졌다.‘사람이... 이렇게까지 행복해도 되는 거구나...’식사를 마친 김태하는 자기가 치우겠다며 강지현의 손도 못 대게 했다.강지현은 부엌 문가에 기대 싱크대 앞에서 일하는 김태하의 넓은 등을 바라봤다.“뭘 그렇게 봐?”김태하가 뒤돌아보지도 않고 물었다.강지현은 당당하게 답했다.“우리 남편이 너무 잘생겨서.”다가가 뒤에서 허리를 끌어안고 등에 얼굴을 기댔다.“나 정말 복도 많지.”김태하는 입꼬리를 올리며 설거지를 계속했다. 몸을 살짝 펴 강지현이 편하게 안을 수 있게 해 주었다.뒷정리를 마치고 둘은 소파에 앉았다. 김태하는 임신 안내서를 집어 전에 읽던 부분을 펼쳤다.“138쪽.”김태하가 말했다.“어젯밤 네가 잠든 사이에 내가 한 장 더 넘겼어.”강지현이 웃었다.“이렇게 믿음직한데 앞으로 태교도 맡길까?”“좋아.”김태하가 고개를 끄덕였다.“매일 경제 뉴스를 읽어 줄게. 어릴 때부터 경영 감각을 키워야지.”“안 돼!”강지현이 얼른 끼어들었다.“아이한테 너무 큰 부담 주지 마. 나중에 사업하기 싫다고 하면 어쩌려고?”“그럼 뭘 읽어 줘?”“동화... 어때?”김태하는 진지하게 고민하듯 2초쯤 침묵했다가 고개를 끄덕였다.“그것도 괜찮지. 대신 생각할 거리가 많은 동화로 골라야겠어.”강지현은 또 웃음을 터뜨렸다.‘밖에서는 차갑고 무뚝뚝한 대표가 집에서는 왜 이렇게 귀여운 걸까?’“사람이 꼭 쓸모 있는 지식이나 교훈만 배워야 하는 건 아니잖아. 우리 아이는 건강하게 크면서 남보다 뛰어나기보다 더 행복했으면 좋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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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79화

품에 안긴 강지현의 고른 숨소리를 듣자 김태하의 마음도 따뜻해졌다.며칠 만에 이렇게 일찍 잠드는 걸까.김태하는 잠시 기다렸다가 강지현에게 깔린 팔을 살며시 빼내고 조심스럽게 안아 들었다.강지현은 품 안에서 몸을 조금 움직이고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중얼거리더니 더 깊이 잠들었다.김태하는 미소를 지으며 한 걸음 한 걸음 조심스럽게 계단을 올랐다.침실에는 불을 켜지 않았다. 복도에서 흘러들어 오는 빛에 의지해 강지현을 침대에 눕히고 이불을 덮었다.침대 곁에 앉은 김태하는 희미한 빛 속에서 입술에 다시 입 맞췄다.“지현아, 사랑해.”물론 강지현은 듣지 못했다.하지만 함께 있으면 마음을 주체할 수 없었다.김태하는 미소를 지으며 침대에 오르려다가 갑자기 목 안에서 비릿한 맛이 치밀어 오르는 걸 느꼈다.느낌이 너무 갑작스럽고 거세서 억누를 틈도 없었다.김태하는 벌떡 일어나 비틀거리며 화장실로 달려갔다. 세면대에 몸을 숙이자마자 피를 한 움큼 토했다.새하얀 세면대에 붉은 피가 튀어 섬뜩했다.김태하는 세면대 가장자리를 붙잡고 거칠게 숨을 몰아쉬었다.거울 속 얼굴은 무서울 만큼 창백했다. 이마에는 식은땀이 맺혔고 조금 전까지 눈에 담겨 있던 다정함은 사라진 채 고통만 남았다.김태하는 떨리는 손으로 수도꼭지를 틀었다. 쏟아지는 물이 선명한 붉은 자국을 씻어 냈다.‘대체 왜 이러지? 약이 잘 듣고 있다면서? 부작용인가?’김태하는 이를 악물었다. 의사가 약 때문에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고 했던 말을 떠올리며 자신을 달랠 수밖에 없었다.하지만 또다시 속이 뒤집히고 목구멍에서 비릿한 맛이 올라왔다.심하게 기침하다 강지현이 깰까 봐 반사적으로 입을 틀어막았다.거울에는 손가락 사이로 피가 흘러나오는 끔찍한 모습이 비쳤다.김태하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이게 단순한 부작용일 리 없었다...한참 동안 피를 토하고 나자 몸에서 힘이 완전히 빠졌다.방으로 돌아가려 했지만 갑자기 눈앞이 흐려지며, 다리도 자기 것이 아닌 듯 힘이 풀렸다.몸이 아래로 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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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80화

한 시간 뒤 강지현은 응급처치실 밖에서 문 위에 켜진 불빛을 한순간도 놓치지 않고 바라보고 있었다.눈길을 돌리면 불빛마저 꺼질 것 같았다.침착하려 애썼지만 온갖 끔찍한 생각이 머릿속을 헤집었다.그때 휴대전화가 진동했다.은주희가 보낸 메시지였다.[12시간 뒤 도착할 거야.]김태하가 병원에 도착했을 때 이미 상태는 위독했다. 병원은 곧바로 위독하다는 통보를 하고 가족에게 연락해 서명받으라고 했다.강지현은 망설이다 결국 은주희에게 전화를 걸었다.만약에라도...마지막 얼굴은 봐야 하니까.하지만 강지현은 여전히 김태하가 생기 없는 얼굴로 응급처치실에 실려 들어가던 순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제발 이 모든 게 악몽이었으면... 하늘은 왜 이렇게 함께하는 걸 허락하지 않을까. 너무 행복하면... 오래가지 못하는 걸까?]“김태하.”강지현은 고개를 숙여 아랫배를 감쌌다.“우리 세 식구 계속 함께하자고 했잖아. 약속 어기면 안 돼.”복도 끝 창문으로 한 줄기 빛이 들어왔다. 날이 밝았다.하지만 강지현의 세상은 여전히 캄캄했다....같은 시각, 해원시.“이 집은 전망이 정말 좋아요. 해원시 전체가 한눈에 들어오고 맞은편에는 서운각도 보여요. 차로 10분이면 서운각 정원에 갈 수 있죠. 나라에서 지정한 공원이라 자연환경도 훌륭해요.”분양 담당자가 꼼꼼하게 설명했다.이곳은 최고급 단독 별장이었다. 서운각을 지은 건축팀과 설계자가 같은 기준과 규격으로 만든, 서운각과 같은 계열의 고급 주택이었다.서운각보다 나중에 지어져 내부 시설은 오히려 새것이었다.면적과 명성만 서운각에 못 미칠 뿐 다른 모든 면에서는 더 나았다.“그럼 여기로 하지.”이도운은 나직이 말하며 옆에 선 여자의 허리를 감쌌다. 눈빛으로 의견을 물었다.“어때?”“너무 좋아요! 마음에 들어요.”이서가 다정하게 웃었다.“자기가 좋다면 나도 다 좋아요.”두 사람이 계약을 결정하자 분양 담당자는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오늘 제대로 운이 터졌다.두 사람은 중개인을 통해 서운각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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