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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69화

作者: 윤소정
현다영은 멈칫했다. 주단우도 송준호의 목소리를 들은 모양이었다.

잘못한 건 없는데도 주단우의 태도를 보니 죄책감이 무겁게 밀려왔다.

송준호는 현다영이 다가오자 무슨 말을 하려다 말고 손을 잡았다.

“주 대표야?”

“네. 병가 낸 거 물어봤어요. 생각보다 배려심 있던데요? 먼저 사흘이나 쉬라고 했어요.”

현다영은 웃으며 송준호가 더 묻기도 전에 먼저 설명했다. 괜한 오해를 사기 싫은 듯했다.

겨우 곁에 남기로 한 송준호에게 조금이라도 걱정을 안겨 주고 싶지 않았다.

송준호도 그 마음을 알아챘다.

“주 대표 좋은 사람인 거 알아. 너한테도 잘해 주잖아. 내가 이런 일로 신경 쓸까 봐 걱정 안 해도 돼.”

“신경 안 쓰여요? 그럼 주 대표님이 저한테 들이대도 질투 안 나요?”

현다영은 무심코 곤란한 질문을 던졌다.

사실 현다영의 마음도 복잡했다.

송준호가 주단우를 신경 쓸까 봐 걱정되면서도, 전혀 신경 쓰지 않으면 또 서운했다.

그날 식사할 때 주단우가 끼어들었는데도 송준호는 끝까지 예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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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짜 결혼, 진짜 신분   제972화

    그나마 송준호가 제때 나타나서 다행이었다.“정말 영웅처럼 구해 주고 싶었던 거예요, 아니면 마음을 못 접어서 그랬던 거예요?”강지현은 결국 참지 못하고 놀렸다.오랫동안 주단우와 티격태격해 온 만큼 그의 성격을 어느 정도는 알았다.거짓말을 너무 많이 하면 진실을 말하는 데 익숙하지 않게 된다.어차피 진실을 말해도 아무도 안 믿으니까.“강지현, 꼭 그렇게 아픈 데를 찔러야겠어?”“고마워요.”주단우는 그대로 굳었다. 강지현이 조용히 건넨 단 네 글자에 가슴이 뜨거워졌다.눈가까지 시큰해졌다.주단우는 목이 메어 말을 잇지 못한 채 한참 뒤 얼버무리고 전화를 끊었다.강지현은 씁쓸한 마음으로 휴대전화를 넣고 병실 문을 열었다.김태하는 막 수액을 다 맞은 참이었다. 병실에는 담당 의료진과 간호사 두 명이 모여 있었다.치료 방침은 이미 정해졌다.병원에는 아직 개발이 끝나지 않은 새로운 항암제가 있었다. 완전히 검증돼 시판되기까지는 적어도 10년은 더 걸릴 듯했다.하지만 임상시험에서는 그 약이 김태하의 위 종양을 완치할 확률이 30%로 나타났다.반면 약효가 워낙 강하고 환자마다 반응이 달라 20%의 확률로 예측하기 어려운 악화를 일으킬 위험도 있었다.종합적으로 평가하면 좋아질 가능성이 조금 더 컸다.두 사람이 노르국까지 온 이유도 완치 방법을 찾기 위해서였다.기존 방식으로만 치료하면 종양이 변성될 위험이 컸다. 게다가 김태하는 이미 불편한 증상을 겪고 있었다. 병을 오래 억제할 수 있다 해도 계속 고통받을 터였다.그렇지만 새로운 치료법이 제시되자 강지현은 즉시 반대했다.위험 부담이 너무 크다고 생각했다.반면 김태하는 20%의 악화 가능성을 감수하고서라도 신약을 써 보겠다고 했다.강지현은 이 문제로 김태하와 꼬박 하루 넘게 의견을 굽히지 않았다.하지만 결국 강지현이 물러섰다.김태하의 마음은 분명했다.김태하는 질질 끌며 고통받는 여생보다 차라리 단번에 죽는 편을 택할 사람이었다.강지현이 끝까지 반대한다면 김태하는 결국 양보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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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소리가 점점 낮아졌다. 말을 하며 몸도 더욱 가까워졌다.말이 끝나자마자 현다영의 대답도 기다리지 않고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같은 시각, 널찍한 저택 침실에서 아픈 신음이 터져 나왔다.주단우는 전신거울 앞에 서서 힘겹게 옆구리의 붕대를 갈고 있었다.상처는 깊지 않았지만 심하게 부어올랐다.약을 갈 때마다 상처를 닦아 내야 해서 죽을 만큼 아팠다.살면서 다시는 칼 같은 건 쳐다보기도 싫었다.약을 다 바꾸고 나니 주단우의 얼굴은 종이처럼 새하얬고 관자놀이도 땀에 젖었다.물에 닿으면 안 돼 샤워도 못 했다. 불편함을 참으며 수건으로 몸만 대충 닦았다.우웅...그때 휴대전화가 울렸다.발신자를 확인한 주단우가 곧바로 전화를 받았다.강지현의 목소리가 들렸다.“몸은 어때요? 다영이한테 들었어요. 지금 송준호랑 사귄다면서요?”“정말 널 가족처럼 생각하나 봐. 좋은 소식도 이렇게 빨리 알려 주고.”주단우는 피식 웃었지만 거울 속 얼굴은 고통에 찌들어 있었다.강지현은 웬일로 받아치지 않고 목소리를 낮춰 물었다.“상처는 괜찮아요?”주단우는 다친 사실을 남들에게 알리지 않았다. 강지현에게만큼은 창피당하고 싶지 않았다.그날 강지현에게 송준호와 현다영을 이어 달라고 부탁한 것만으로도 이미 자존심을 내려놓은 셈이었다.사랑하는 사람을 양보했다니, 강지현이 자신이 정신 차렸더니 벌 받는 꼴이라며 비웃지 않을까 싶었다.그래도 강지현이 사람을 붙여 자신을 지켜보게 한 보람은 있었다. 한밤중에 병원에 다녀온 사실도 바로 알아챘으니 말이다.실제로 강지현은 주단우를 지켜보던 사람에게서 상황을 보고받았다.하지만 그런 보고가 없었더라도 주단우가 두 사람을 이어 주려고 나섰으니 걱정될 수밖에 없었다.“괜찮아. 피부만 좀 베였어. 상처 하나 더 생긴다고 달라질 것도 없잖아.”주단우는 그렇게 말하면서도 짜증스럽게 미간을 찌푸렸다.배와 허리에 남은 흉터들이 보기 싫었다.나중에 누구와 잠자리를 할 때 불을 꺼야 할 지경이었다.‘피부과 시술로 좀 지울 수 없을까?’

  • 가짜 결혼, 진짜 신분   제970화

    송준호가 마침내 고개를 들어 현다영을 바라봤다.서로의 눈빛이 마주치자 감정이 일렁였다.현다영은 미간을 잔뜩 찌푸렸지만 송준호의 얼굴에는 여전히 미소가 남아 있었다.“위험할 때 나한테 의지하게 될 수도 있겠지. 나도 알아. 내가 보통 남자보다 강하고 믿음직해 보인다는 거...”현다영은 그제야 송준호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았다.말없이 송준호를 바라보며 다음 말을 기다렸다.“하지만 단점도 많아. 많이 배우지도 못해서 대학 나온 너만큼 똑똑하지도 않고, 사람 대하는 법도 잘 몰라. 사회에 나와 일하고 돈 벌면서 겪는 고생도 해 본 적 없고.”“몸 쓰는 일은 잘하지만, 그렇다고 연애나 누군가를 돌보는 일, 혹은 남편 노릇까지 잘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어.”“오빠, 무슨 말 하려는지 알겠어요...”현다영의 얼굴이 굳었다. 더는 듣고 싶지 않았다.자리에서 일어나려는데 송준호가 팔을 붙잡았다.“아니. 넌 아직 몰라.”송준호가 몸을 반쯤 일으켜 현다영에게 다가왔다. 넓은 어깨가 현다영을 감싸듯 그림자를 드리웠다.“널 거절하려는 게 아니야. 진심으로 말하고 싶은 건... 난 너와 사랑하고 싶어.”현다영은 깜짝 놀랐다. 눈이 휘둥그레졌다가 송준호의 눈에 어린 깊은 애정을 알아봤다.입을 열었지만 송준호의 뜻을 아직 다 이해하지는 못했다.송준호의 앞에만 서면 반응도 생각도 멈춰 버리는 것 같았다.늘 송준호에게 끌려다니기만 했다.그게 너무 불안했다.“언젠가 누가 날 좋아해 줄 거라는 생각도 못 했어. 나도 누굴 좋아하게 되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몰랐고...”“네가 아까 질투하냐고 물었을 때 깨달았어. 너한테 설명할 게 아직 남아 있더라고.”“네가 내 마음을 확인하고 싶어 하는 건 내 잘못이야. 넌 이렇게 확실하게 마음을 전했는데 나는 아직 제대로 답하지 못했으니까.”송준호의 묵직하면서도 다정한 말들이 한마디씩 현다영의 귀에 닿아 마음속 깊이 스며들었다.현다영의 찌푸린 미간이 서서히 펴졌다. 젖은 눈동자로 송준호를 바라보며 속눈썹을 깜빡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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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다영은 멈칫했다. 주단우도 송준호의 목소리를 들은 모양이었다.잘못한 건 없는데도 주단우의 태도를 보니 죄책감이 무겁게 밀려왔다.송준호는 현다영이 다가오자 무슨 말을 하려다 말고 손을 잡았다.“주 대표야?”“네. 병가 낸 거 물어봤어요. 생각보다 배려심 있던데요? 먼저 사흘이나 쉬라고 했어요.”현다영은 웃으며 송준호가 더 묻기도 전에 먼저 설명했다. 괜한 오해를 사기 싫은 듯했다.겨우 곁에 남기로 한 송준호에게 조금이라도 걱정을 안겨 주고 싶지 않았다.송준호도 그 마음을 알아챘다.“주 대표 좋은 사람인 거 알아. 너한테도 잘해 주잖아. 내가 이런 일로 신경 쓸까 봐 걱정 안 해도 돼.”“신경 안 쓰여요? 그럼 주 대표님이 저한테 들이대도 질투 안 나요?”현다영은 무심코 곤란한 질문을 던졌다.사실 현다영의 마음도 복잡했다.송준호가 주단우를 신경 쓸까 봐 걱정되면서도, 전혀 신경 쓰지 않으면 또 서운했다.그날 식사할 때 주단우가 끼어들었는데도 송준호는 끝까지 예의를 지켰다. 현다영은 속으로 꽤 서운했다.‘좋아하면 질투도 좀 하지 않나?’송준호는 현다영을 독차지하려는 마음이 전혀 없어 보였다. 사실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 건지도 몰랐다.오늘 병원에서 송준호도 마음을 받아 주었고 두 사람의 관계도 드디어 달라졌다.하지만 송준호는 아직 단 한 번도 제대로 좋아한다고 말하지 않았다.현다영도 유난 떨고 싶지는 않았다. 그래도 갑자기 찾아온 행복이 어딘가 현실 같지 않았다.송준호는 웃으며 대답을 서두르지 않고 현다영을 식탁으로 데려가 앉혔다.죽을 그릇에 담아 식기를 건네준 뒤 송준호도 옆에 앉았다.“일단 먹자. 식으면 맛없어.”기대에 차 있던 현다영은 뜻밖의 대답에 할 말을 잃었다.‘정말 먹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네. 무슨 일이 있어도 밥부터 먹어야 한다니.’그래도 웃음이 터졌다. 조금 서운했던 마음도 한결 풀렸다.송준호가 만든 저녁은 간단했지만 아주 맛있었다.해물죽은 걸쭉하고 부드러웠으며 향이 좋았다. 곁들인 반찬도 담백하면서 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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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준호와 현다영의 다정한 모습이 문틈으로 고스란히 보였다.주단우는 숨을 깊이 삼켰다. 옆구리의 욱신거림이 가슴으로 옮겨 간 것 같았다.하지만 입가에는 자조적인 미소가 걸렸다.“주 대...”옆에 있던 비서가 입을 열려 하자 주단우가 눈빛으로 제지했다.주단우는 비서가 들고 있던 영양제를 받아 문 앞에 조용히 내려놓았다. 정장을 매만진 뒤 고개를 들고 돌아섰다.비서는 살짝 열린 병실 문을 힐끗 보고 서둘러 뒤따랐다.그날 저녁 주단우는 집에 돌아온 뒤에야 현다영에게 전화를 걸었다.현다영은 이미 퇴원해 송준호와 집에 돌아와 있었다.주방에서는 송준호가 저녁을 만들고 있었고, 현다영은 옆 소파에서 쉬고 있었다.송준호는 낮잠을 자거나 TV를 보며 쉬라고 했지만 현다영은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다. 그저 송준호의 뒷모습만 바라봐도 행복했다.‘좋아하는 사람과 함께하는 기분이 이런 거구나. 꿈만 같아...’송준호가 곁에 있기만 해도 마음이 가득 찼다.무슨 일을 해도 즐거웠다.강지현과 김태하가 서로를 위해 목숨까지 걸고, 하원영과 주시언이 상처투성이가 되고도 서로를 놓지 못하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연인이 꼭 있어야 하는 건 아니지만, 생기고 나니 마음속 빈자리가 다 채워지는 듯했다.현다영은 쿠션을 끌어안고 병원에서 송준호와 입 맞췄던 순간을 떠올리다 부끄러워 얼굴을 파묻었다.그때 휴대전화가 울렸다.주단우의 이름을 보자 현다영의 가슴이 철렁했다.‘분명 마음을 접은 줄 알았는데...’잠시 망설이던 현다영이 전화를 받았다.“오늘 병가 냈더라. 몸은 좀 괜찮아졌어?”연결되자마자 주단우의 목소리가 들렸다.“네. 많이 좋아졌어요. 내일이면 출근할 수 있어요.”현다영은 오늘 오후가 되어서야 병가를 신청했을 뿐, 주단우에게 따로 연락하지는 않았다.평소 주단우 성격을 생각하면 지금에서야 전화가 온 것부터가 뜻밖이었다.“내일 출근한다고?”주단우의 말이 잠시 끊겼다.“네.”현다영은 주단우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몰랐다.“아프면 푹 쉬어. 요즘 급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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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나가던 사람인 것처럼 신고했어. 수사 대상은 내가 아니니까 걱정하지 마.”그제야 현다영은 완전히 안심했다.“그런데... 오빠...”현다영의 목소리가 작아졌다.“이미 떠난 거 아니었어요?”송준호는 곧바로 대답하지 않고 현다영만 가만히 바라봤다.분명 떠났었다.주단우와 강지현도 그를 붙잡지는 못했다.하지만 현다영의 진심이 발길을 돌리게 했다.송준호는 문득 임지태가 했던 말을 이해했다.마음이 머무는 곳이 결국 자신이 묻힐 곳일지도 모른다고.그래도 후회하지 않을 만큼 사랑하는 게 살아가는 의미였다.“현다영, 나 여기 남고 싶어졌어.”현다영은 잘못 들은 줄 알고 멍하니 송준호를 바라봤다.“뭐... 뭐라고요?”송준호는 더는 현다영의 눈을 피하지 않았다. 늘 고요하던 눈동자에 잔잔하지만 금세 넘칠 것 같은 감정이 일렁였다.“여기 남고 싶다고. 해원시에.”송준호는 크지 않은 목소리로 또박또박 진심을 담아 말했다.현다영은 이불자락을 움켜쥔 손에 힘을 주었다.“왜요?”눈빛이 반짝이고 저도 모르게 기쁜 표정이 드러났다.“오빠는... 잠깐 스쳐 가는 사람이라고 했잖아요.”송준호는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커튼 틈으로 새어든 햇빛이 송준호의 얼굴을 비춰 뚜렷한 이목구비를 드러냈다.“나는 늘 잠시 머물다 가는 사람이었어. 그래서 아름다운 풍경을 만나도 좋아할 욕심조차 못 냈지.”송준호의 목울대가 움직였다. 고개를 숙인 송준호가 현다영의 손을 두 손으로 감쌌다.“지금도 영원히 함께하겠다고 장담할 수는 없어... 그래도 물어보고 싶어. 네가 원한다면 내가...”‘남아도 될까...’송준호의 목소리는 갈수록 작아져 금세 사라질 듯했다.“네. 돼요.”말이 끝나기도 전에 현다영이 대답했다.눈가에 붉은 기운이 살짝 돌았다. 자신도 놀랄 만큼 망설임 없는 대답이었다.송준호가 그만 웃고 말았다.“무슨 말을 하려는지도 모르면서 된다고?”“떠나서 다시는 못 만나는 것만 아니면 뭐든 좋아요.”현다영은 입술을 삐죽이며 고개를 숙였다.“그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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