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먹어. 뭐가 그렇게 어려워?”디리안이 차갑게 말했다. 시선은 한 번도 흔들리지 않았다.셀렌은 짧게 숨을 내쉬었다. 괜히 자극받지 않으려 애써 감정을 눌렀다.“먹여 줄까?”디리안이 문득 낮게 물었다. 조용했지만, 날카롭게 파고드는 목소리였다.“필요 없어요.”셀렌은 즉각, 단호하게 잘라 말했다. 눈빛에는 분명한 경고가 담겨 있었다.그렇게 그날 밤은 흘러갔다. 말 한마디 없이, 팽팽한 긴장만 남긴 채.디리안은 결국 같은 방에서 잠이 들었다. 오랜만의 일이었다. 셀렌은 거부하지 않았다. 원해서가 아니라, 거부하는 순간 더 원치 않는 상황을 불러올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하지만 그의 숨이 고르게 이어지는 동안에도, 셀렌은 눈을 감지 못한 채 천장을 바라보고 있었다.오늘의 디리안은 어딘가 달랐다. 시선도, 말투도, 그리고 자신을 대하는 방식까지.무엇이 달라졌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한 가지는 분명했다. 그는 무언가를 숨기고 있었다.셀렌은 조용히 숨을 들이마셨다. 거의 꺼져가는 촛불 아래에서 남편의 얼굴을 바라보다가, 손을 내려 배를 살며시 어루만졌다.“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희미한 속삭임이었다.그리고 마침내 눈을 감았다. 평온한 잠이 아니라, 얇은 미소 뒤에 숨겨진 경계 속에서였다.……다음 날 아침.셀렌이 눈을 떴을 때, 옆자리는 이미 비어 있었다. 디리안은 없었다.그녀는 잠시 멍하니 바라보다가, 이내 옅게 웃었다. 익숙한 일이었다. 자신의 방에서 자면 그는 항상 먼저 나갔고, 반대로 그의 방에서는 오히려 늦게 일어났다. 이상하지만, 그것이 그들의 방식이었다.더 생각하지 않기로 한 셀렌은 자리에서 일어나 씻고, 단정히 준비를 마쳤다. 오늘 처리해야 할 일이 꽤 많았다.서재에 들어서자, 이미 일라드가 서류를 정리하며 기다리고 있었다.“오늘은 별로 없네.”셀렌이 봉투 하나를 집어 들며 말했다.“귀족들이 더 이상 초대장을 보내는 데 흥미를 잃은 것 같습니다.”일라드가 차분히 답했다.“어차피 부인께서 참석하지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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