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리안은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가만히 서 있었다. 마치 무언가를 억누르듯, 숨조차 조심스럽게 고르는 듯한 침묵이었다.그리고 이내, 천천히 한 걸음 다가섰다.비베니에의 손목을 잡아 끌어당기듯, 자신의 품 안으로 끌어안았다. 그 포옹은, 따뜻하지 않았다. 그의 품은 사랑이 아니라, 숨이 막힐 듯한 죄책감에서 비롯된 것이었다.“그만해.”그는 그녀의 귓가에 낮게 속삭였다.“더 말하지 마. 내 말로 널 더 상처 입히고 싶지 않다.”비베니에는 그의 가슴에 얼굴을 묻은 채 흐느꼈다.“이미 상처 줬잖아, 디리안…”디리안은 부정하지 않았다.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그저 그녀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며 점점 거칠어지는 울음을 달래려 했다.“일단 돌아가.”잠시 후 그가 입을 열었다.“너, 쉬어야 해. 제이를 보내 데려다주게 할게.”비베니에가 고개를 들었다. 눈물은 여전히 흐르고 있었다.“그럼 당신은?”“난 돌아가야 해.”짧은 대답이었다.“처리해야 할 일이 많아.”비베니에는 입술을 깨물었다.디리안을 바라보는 눈빛에는 사랑과 실망, 그리고 후회가 뒤섞여 있었다.하지만 결국 그녀도 알고 있었다. 이 남자를 억지로 붙잡는 건, 스스로를 더 초라하게 만들 뿐이라는 것을.디리안은 천천히 그녀를 놓아주고, 조금 떨어진 곳에서 기다리고 있던 제이에게 신호를 보냈다.“모로 영애를 모셔다 드려.”뒤돌아보지도 않은 채 내린 명령이었다.제이는 고개를 숙였다.“알겠습니다, 공작.”비베니에는 그 자리에 잠시 멍하니 서서, 멀어져 가는 디리안의 등을 바라봤다.그가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마치 날카로운 칼날이 심장을 베어내는 듯한 통증이 따라왔다. 혼자서는 도저히 견딜 수 없는 고통이었다.그리고 제이가 그녀의 팔을 부축하자, 비베니에는 아주 낮게, 거의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내가 아니면… 아무도 당신을 돌아오게 못 해…”……차는 모로 백작 가문의 저택 앞에 멈췄다.제이가 먼저 내려 문을 열었고, 비베니에는 창백한 얼굴로 내리면서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