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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1장. 아무런 의미도 없는 사과

Auteur: 라이사
비베니에는 눈도 깜빡이지 않은 채 디리안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시선이 공허한 것은 아무런 감정도 느끼지 못해서가 아니었다. 지금껏 느껴 왔던 모든 감정이 조금씩 깎여 나가 마침내 완전히 닳아 버린 것 같았기 때문이다.

자신의 앞에 서 있는 디리안은 언제나 그녀가 알고 있던 모습 그대로였다. 차분하고, 꼿꼿하며, 냉담했다.

얼굴에는 아무런 변화도 없었고, 목소리에는 미세한 떨림조차 없었다. 그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말들이 내면의 그 무엇에도 조금도 닿지 않는 것 같았다.

그리고 어쩌면… 실제로도 그랬을지 모른다.

“앞으로는 잘 살아라.”

디리안이 마침내 입을 열었다. 목소리는 낮았고, 감정이라고는 거의 실려 있지 않았다.

“왜냐하면 이제부터는… 네가 마땅히 받아야 할 결말을 맞이하게 될 테니까.”

짧은 문장이었지만, 그 말은 누구도 뒤집을 수 없는 판결처럼 느껴졌다.

비베니에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그를 바라보았다.

조금 더 오랫동안 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마치 그 모습을 선명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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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작님, 부인께서 이혼을 요구하셨습니다!   812장. 그가 너와 함께하도록 내버려 두지 않아

    셀렌이 성으로 돌아왔을 때는 이미 밤이 완전히 내려앉은 뒤였다.차가운 공기가 복도를 따라 길게 늘어선 높은 창문의 틈새로 천천히 스며들었다. 머리 위에 매달린 샹들리에의 불빛은 희미했고, 대리석 바닥에 길게 드리운 그림자들은 발소리가 바닥에 닿을 때마다 부드럽게 흔들렸다.셀렌은 서두르지 않고 걸었다.얇은 겉옷이 걸음에 맞춰 가볍게 흔들렸지만, 그녀의 생각은 여전히 방금 떠나온 곳에 머물러 있었다. 곧 이 세상에서 완전히 사라지게 될 누군가와 함께했던, 그 고요한 방 안에.그녀가 자신의 방으로 향하려고 복도에서 방향을 틀었을 때, 복도 끝에 있는 문이 열렸다.디리안이 안에서 나왔다.멀지 않은 곳에 서 있는 셀렌을 발견한 순간, 그의 발걸음이 멈췄다. 잠시 동안 두 사람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너무 오래 이어져 우연이라고 하기 어려울 만큼 긴 침묵 속에서, 그저 서로의 시선만 마주한 채 서 있었다.“어디에 갔었지?”마침내 디리안이 물었다. 낮고 조용한 목소리였다. 크지는 않았지만 두 사람 사이에 드리워진 침묵을 깨뜨리기에는 충분했다.셀렌은 놀란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처음부터 그 질문을 예상하고 있었다는 듯 그저 차분하게 그를 바라보았다.“잠이 안 와서요. 그래서 바람 좀 쐬러 나갔어.”그녀의 대답은 간단했다. 어쩌면 지나치게 간단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디리안은 반박하지 않았다. 그저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의 말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듯했다.그리고 거기서 멈추는 대신 셀렌에게 한 걸음 다가갔다. 두 사람 사이의 거리는 서서히 좁혀졌고, 이윽고 많은 말을 나누지 않아도 서로의 존재를 느낄 수 있을 만큼 가까이 마주 서게 되었다.“네가 어디론가 가 버린 줄 알았지. 널 찾으러 밖으로 나갈 생각까지 했다.”셀렌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얼굴에는 희미하지만 분명한 미소가 떠올랐다.“너무 유난이야.”가벼운 어조였다. 진심으로 나무라는 말이라기보다는 가벼운 핀잔에 가까웠다. 하지만 디리안은 농담으로 받아넘기지 않았다. 그의

  • 공작님, 부인께서 이혼을 요구하셨습니다!   811장. 아무런 의미도 없는 사과

    비베니에는 눈도 깜빡이지 않은 채 디리안을 바라보았다.그녀의 시선이 공허한 것은 아무런 감정도 느끼지 못해서가 아니었다. 지금껏 느껴 왔던 모든 감정이 조금씩 깎여 나가 마침내 완전히 닳아 버린 것 같았기 때문이다. 자신의 앞에 서 있는 디리안은 언제나 그녀가 알고 있던 모습 그대로였다. 차분하고, 꼿꼿하며, 냉담했다.얼굴에는 아무런 변화도 없었고, 목소리에는 미세한 떨림조차 없었다. 그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말들이 내면의 그 무엇에도 조금도 닿지 않는 것 같았다.그리고 어쩌면… 실제로도 그랬을지 모른다.“앞으로는 잘 살아라.”디리안이 마침내 입을 열었다. 목소리는 낮았고, 감정이라고는 거의 실려 있지 않았다.“왜냐하면 이제부터는… 네가 마땅히 받아야 할 결말을 맞이하게 될 테니까.”짧은 문장이었지만, 그 말은 누구도 뒤집을 수 없는 판결처럼 느껴졌다.비베니에는 대답하지 않았다.그저 그를 바라보았다.조금 더 오랫동안 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마치 그 모습을 선명하게 기억해 두고, 자신 안에 남아 있을지도 모를 무언가에 새겨 넣으려는 것처럼. 하지만 그녀 자신조차 아직 그런 무언가가 남아 있는지 확신할 수 없었다.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았다. 디리안은 여전히 예전과 같은 모습이었다.그리고 그제야 비베니에는 처음으로 한 가지 사실을 진정으로 깨달았다. 눈앞에 서 있는 이 남자는 한 번도 자신의 사람이었던 적이 없었다. 처음부터 그랬다.디리안은 망설임도 머뭇거림도 없이 몸을 돌렸다.느리지만 확고한 걸음으로 방을 떠나는 동안, 그는 단 한 번도 뒤돌아보지 않았다. 문이 열렸다가 다시 닫혔다. 조용한 소리였지만, 남겨진 침묵 속에서는 오히려 그 소리가 더욱 크게 울리는 듯했다.그렇게 그는 떠나 버렸다.비베니에는 여전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녀의 시선은 굳게 닫힌 문에 고정되어 있었다. 마치 자신의 일부가 아직 그곳에 남아 있기라도 한 듯했다. 숨소리는 거칠고 불규칙했지만, 그녀는 억지로 호흡을 가다듬으려 하지 않았다.천천히 입가가

  • 공작님, 부인께서 이혼을 요구하셨습니다!   810장. 다른 삶은 없다

    셀렌은 깊이 생각할 겨를도 없이 겉옷을 집어 들어 어깨에 걸쳤다. 호기심이 망설일 틈조차 주지 않는 듯 그녀의 움직임은 빠르고 거의 다급하기까지 했다. 방을 나선 그녀는 고요한 성의 복도를 가로질렀고, 돌벽 위로 희미하게 반사되는 등불의 빛만이 그녀의 발걸음을 따라왔다.밖으로 나오자 밤공기가 곧바로 그녀를 맞이했다. 차갑고 매서웠지만, 그렇다고 그녀의 발걸음을 늦출 정도는 아니었다. 그녀의 시선은 즉시 조금 전 창밖에서 보았던 사람의 모습을 찾아 헤맸다.그리고 마침내 그를 발견했다.디리안은 멀리서 걸어가고 있었다. 걸음은 차분하면서도 확고했고, 마치 이미 뚜렷한 목적지를 정해 둔 사람 같았다. 주변에는 경비병도 없었고, 뒤따르는 하인도 없었다. 한밤중의 성의 정원을 가로지르는 사람은 오직 그 자신뿐이었다.셀렌은 그의 뒤를 따라갔다.거리를 유지한 채 그를 부르지도 않았고, 일부러 주의를 끌려 하지도 않았다. 어딘가 이상한 기분이 들었기에 일단은 아무 말없이 지켜보기로 했다.마침내 디리안의 발걸음이 하인들의 숙소 앞에서 멈췄다.셀렌은 미간을 찌푸렸다.이 시간이라면 그곳은 비어 있어야 했다. 그가 그곳을 찾아올 이유는 없었다. 하물며 혼자 찾아올 이유는 더더욱 없었다.그런데도 디리안은 안으로 들어갔다.셀렌은 더 이상 망설이지 않고 그 뒤를 따라 들어갔다.문은 그녀가 안으로 들어설 때 조용히 열렸다. 내부는 바깥보다 더 차갑고 적막했다. 발소리도, 대화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그저 지나치리만큼 깊은 침묵만이 그곳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셀렌은 조심스럽게 계단을 올라갔다.그 층이 어디인지는 알고 있었다.일부러 비워 둔 층이었다.그리고 그곳의 방들 가운데 하나에 비베니에가 있었다.셀렌의 발걸음이 느려졌다. 그녀는 복도 끝에 멈춰 서서 어둠 속에 몸을 숨겼다. 그 자리에서도 살짝 열려 있는 방문이 보였다. 방 안에서 희미한 불빛이 새어 나왔고, 그 빛은 그곳에서 벌어지는 일을 겨우 알아볼 수 있을 만큼만 비춰 주었다.디리안은 이미 방

  • 공작님, 부인께서 이혼을 요구하셨습니다!   809장. 진심으로 사과하다

    성의 아침은 평소보다 한층 고요했다. 햇살이 안뜰에 부드럽게 내려앉아 이슬에 살짝 젖은 하얀 돌바닥을 쓸고 지나갔다. 공기는 상쾌했지만, 그 속에는 피할 수 없는 이별의 기운이 감돌고 있었다.셀렌은 정원에 서 있었다.그녀의 앞에는 오데트와 그리고리가 북부로 돌아갈 채비를 마친 채 기다리고 있었다. 하인들은 멀찍이 떨어져 있었고, 마차도 조용히 대기하고 있었다. 말들은 이따금 발굽으로 땅을 차며 출발을 기다렸다.셀렌이 두 사람에게 조금 가까이 다가갔다.“어머니.” 그녀는 오데트에게 조용히 말을 건넸다. “아이들이 정식으로 소개될 예정이잖아요. 그때까지만 머무르셨다가 돌아가시면 안 될까요?”오데트는 평소처럼 단호한 표정으로 셀렌을 바라보았다. 얼굴에는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그냥 돌아가고 싶어.” 오데트가 대답했다. “게다가 디리안은 무도회에서 아이들을 소개하자는 내 말을 들을 생각이 없는 것 같더구나.”셀렌은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거의 모든 사람이 이미 아이들을 봤어요. 저희가 북부로 돌아가기 전에 지금 소개하는 편이 더 좋을 것 같아요.”오데트는 곧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무언가를 생각하는 듯 잠시 침묵하더니, 이내 시선을 돌렸다.그때 곁에 있던 그리고리가 희미하게 미소 지었다.“형수님께서는 이곳에 더 머무르셔도 괜찮습니다.” 그가 느긋하게 말했다. “저는 혼자 돌아가도 되니까요.”오데트가 날카롭게 그를 돌아보았다.짧은 시선이었지만, 그 안에는 그녀가 한 번도 감추려 하지 않았던 불쾌감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었다. 오데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다시 앞쪽으로 시선을 돌렸다.셀렌은 그 모습을 지켜보았지만, 평소처럼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래도 나는 돌아갈 생각이다.” 오데트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뭐… 그 여자가 어떻게 끝을 맞이할지는 궁금하긴 하지만.”셀렌은 그 말이 누구를 가리키는지 알고 있었기에 조용히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나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그리고리가 다시 입을 열었다. 이번에는 한결

  • 공작님, 부인께서 이혼을 요구하셨습니다!   808장. 진심으로 슬퍼하는 건 아니야

    제이는 여전히 두 사람 앞에 무릎을 꿇고 있었다. 고개를 깊이 숙인 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조차 알 수 없는 무언가를 억누르려는 듯한 모습이었다. 옷에는 얇게 먼지가 내려앉아 있었지만, 그는 그것을 털어 낼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디리안은 차가운 눈빛으로 그를 내려다보았다.“나는 방금 장인어른을 잃었다.” 디리안이 낮지만 강한 압박감이 실린 목소리로 말했다. “그런데 넌 이런 부탁을 하러 찾아오다니… 젠장, 정말 죽고 싶은 건가?”목소리를 높이지는 않았지만, 날카로운 어조만으로도 주변의 공기를 긴장시키기에는 충분했다. 그가 화가 났다는 사실을 의심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제이는 여전히 침묵을 지켰다. 반박하지도, 고개를 들지도 않은 채 맞서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그저 디리안의 말을 하나하나 묵묵히 받아들일 뿐이었다.줄곧 곁에 서 있던 셀렌이 마침내 디리안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녀의 눈빛은 차분했지만, 그 안에는 쉽게 무시할 수 없는 무언가가 담겨 있었다.“디리안, 비베니에의 상황을 좀 살펴봐야 해요.” 그녀가 조용히 말했다. “사형에 처할 만큼의 죄를 지은 건 아닌 것 같아요.”디리안은 셀렌을 바라보았다. 짧은 시선이었지만, 그녀의 말을 들었음에도 동의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드러내기에는 충분했다.그때 제이가 다시 입을 열었다. 여전히 낮은 목소리였지만, 이번에는 조금 더 분명하게 말했다.“아가씨는 곧 죽을 겁니다.”그 말은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 없다는 듯 두 사람 사이에 묵직하게 내려앉았다. 하지만 디리안은 그 말이 아무런 의미도 없다는 듯 그저 시선을 돌렸다.“싫다.”대답은 망설임도, 겉으로 드러나는 숙고의 흔적도 없이 나왔다. 단호하고 차가웠으며, 조금의 여지도 남기지 않았다.디리안은 누구의 대답도 기다리지 않은 채 여전히 무릎을 꿇고 있는 제이를 지나쳐 걸어갔다. 뒤를 돌아보지도 않았다. 그저 걸음을 이어 가며 그 자리에 가만히 서 있는 셀렌 곁을 지나쳤고, 이내 성 안으로 들어가 모습을 감췄다.그가 떠난

  • 공작님, 부인께서 이혼을 요구하셨습니다!   807장. 개한테는 주지 않아

    소란과 사람들의 속삭임으로 가득했던 장례식장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는 탁 트인 하늘 아래 외딴 언덕이 고요하게 펼쳐져 있었다. 그곳에는 아무도 없었다. 거세게 불어오는 바람만이 메마른 풀밭을 쓸고 지나가며 흙냄새와 함께 무언가 더 짙고 묵직한 냄새를 실어 날랐다. 아무리 감추려 해도 결코 감출 수 없는 냄새였다.그 고요한 언덕에 사일러가 서 있었다.그의 앞에는 시신 한 구가 놓여 있었다.관도 없었고 꽃도 없었다. 웅장한 홀에서 베풀어졌던 것과 같은 마지막 예우도 찾아볼 수 없었다. 시신은 얇은 천 한 장으로만 덮인 채 땅 위에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 마치 한때 그에게 주어졌던 모든 존엄과 품위가 흔적도 없이 벗겨져 나간 것 같았다.사일러는 말없이 시신을 내려다보았다. 그의 눈에는 슬픔도 분노도 드러나지 않았다. 그저 평범하다고 할 수 없을 만큼 깊고 고요한 평온함만이 자리하고 있었다.그는 천천히 손을 들어 올렸다. 손에는 작은 조개 피리가 들려 있었다. 단순한 모양새에 얼핏 보면 별다른 의미도 없어 보이는 물건이었지만, 그 작은 물건은 다른 무언가를 불러내기에 충분했다. 남겨진 것과 죽음으로부터 되살아나는, 살아 있는 무언가를 말이다.사일러는 피리를 입에 대고 길고 낮은 소리를 불어냈다. 소리는 바람을 타고 멀리 울려 퍼지다가 거세게 불어오는 바람에 부서지듯 흩어졌다.한 번.그리고 다시 한 번.얼마 지나지 않아 하늘에 그림자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독수리들이었다.독수리들은 사일러의 머리 위를 빙빙 돌았다. 원을 거듭할수록 그 궤적은 점점 작아졌고, 날아가는 높이도 차츰 낮아졌다. 날개가 공기를 가르며 거친 소리를 냈다. 그들은 도저히 무시할 수 없는 부름에 이끌린 듯 하나둘 모여들고 있었다.사일러는 움직이지 않았다. 그저 그 자리에 서서 기다리며 지켜볼 뿐이었다. 마치 이 모든 일이 오래전부터 자신이 계획해 두었던 일의 일부인 것처럼.그는 천천히 뒤로 물러나 시신과 거리를 벌린 뒤, 다시 피리를 들어 올렸다. 이번에는 같은 음이

  • 공작님, 부인께서 이혼을 요구하셨습니다!   2장. 유산 뒤에 숨겨진 어두운 비밀

    셀렌의 입에서 이혼이라는 말이 나오자 디리안의 얼굴이 순식간에 굳어졌다.모든 사람들 앞에서 디리안의 체면을 짓밟는 말이었기 때문이다.방 안의 공기가 얼어붙었다. 의사는 붕대를 감던 손을 멈췄고, 하인들은 숨을 삼켰으며, 심지어 시계의 초침 소리마저 긴장 속에 멎은 듯했다.디리안은 눈을 번뜩이며 아내를 바라보았다. 늘 차갑던 얼굴이 수치심과 분노로 붉게 달아올랐다. 한동안 말이 막혀 있던 그가 되물었다."당신… 뭐라고?" 질문은 곧 비웃음으로 바뀌었다.셀렌은 흔들리지 않았다. 고개를 들고 디리안을 똑바로 쳐다보며 차분하고

  • 공작님, 부인께서 이혼을 요구하셨습니다!   1장. 우리 이혼하자

    "부… 부인!" "부인!"아래에서 외침이 터져 나왔다. 성의 가장 높은 탑 쪽으로 모두의 시선이 쏠렸다. 그곳에는 핏물에 젖은 하얀 드레스를 입은 한 여인이 가장자리 끝에 서 있었다.셀렌 모로 레벤티스.공작 부인. 늘 조용하고 순종적이던 그녀가 지금은 가장 위험한 곳에 서 있었다. 뒤에 있던 경비병들은 섣불리 다가갔다가는 그녀가 정말로 뛰어내릴까 두려워 조심스럽게 움직였다.셀렌의 처절한 울음이 터졌다. 셀렌은 아픈 배를 움켜쥐었다. 그녀는 방금 다섯 번째 유산을 했다. 이번만큼은 확신했다. 그 모든 비극은 병 때문도,

  • 공작님, 부인께서 이혼을 요구하셨습니다!   9장. 가짜

    오데트의 목소리는 너무도 우렁차서, 디리안은 그저 침묵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자신이 가장 존경하는 어머니에게 감히 맞설 수 없었다.“이렇게 멍청한 자식을 두다니, 내 팔자도 참 사납구나!”오데트는 그렇게 소리치고는 디리안과 할머니를 남겨둔 채 떠나버렸다.할머니가 조용히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이 일에 대해서만큼은, 나도 네 어머니 말에 동의해. 너는 이렇게 행동해서는 안 됐다.”말투는 부드러웠지만, 뜻은 분명했다.“할머니…”디리안이 조심스럽게 불렀다.할머니는 그를 바라보았다.“사람의 마음은 억지로 가질 수 없는 거

  • 공작님, 부인께서 이혼을 요구하셨습니다!   8장. 공작 가문의 며느리는 오직 셀렌뿐

    일라드 집사가 나간 후, 셀렌은 책상에 앉아 모든 서류를 하나하나 꼼꼼하게 확인했다.곧 성을 떠날 그녀는 단 하나의 실수도 해서는 안 됐다. 모든 내용을 완벽히 숙지해야만 했다.시간이 흘러, 해가 기울 무렵 다시 노크 소리가 들렸다.“부인, 왕부인과 대부인께선 이미 도착하셨습니다.”일라드 집사가 알렸다.셀렌은 곧장 방을 나가 두 사람을 정중히 맞이했고, 응접실로 안내했다.늘 그렇듯 시어머니 오데트는 시선을 이리저리 굴리며 작은 것 하나까지 점검했다. 그녀는 사소한 실수도 용납하지 않는 사람이기에, 셀렌은 언제나 그가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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