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기억을 잃은 척할 때는 언제고: Chapter 221 - Chapter 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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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1화

“강, 강하율 씨가... 왜 여기 있는 거예요?”“저요? 저는 기소정 씨랑 같이 올라왔어요. 그런데 이런 일이 벌어졌을 줄은 상상도 못 했어요. 참, 부총괄님은 왜 바에 안 계셨어요? 거기 계셨다면 이렇게 큰 문제가 생기지는 않았을 텐데 말이죠.”강하율은 의미심장한 시선으로 정다인을 바라봤다.정다인은 이곳으로 올 때 침대에 누워 있는 사람이 강하율일 거라고 생각해서 일부러 깊이 파인 옷을 입어 목에 남은 붉은 자국을 드러냈다.그녀가 조금 전까지 뭘 하고 있었는지는 어른이라면 누구나 알 수 있었다.오늘 파티의 담당자가 중간에 빠져나가 그런 짓을 했다니.정다인은 어색하게 배윤제 옆으로 다가서면서 되물었다.“강하율 씨야말로 아까 어디 갔었던 거예요?”“바 안은 덥고, 또 술기운도 올라오는 것 같아서 잠깐 밖에 나갔었어요. 저는 배윤제 대표님과 부총괄님이 안에 계시니까 절대 문제가 생기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거든요.”강하율은 눈 한 번 깜빡이지 않고 눈앞의 두 사람을 바라봤다.배윤제는 표정이 험악했는데 동시에 강하율을 바라보는 눈빛에 의아함이 섞여 있었다.강하율은 왜 전화를 받고도 그를 찾아오지 않은 걸까?다른 한편, 할 말이 없어진 정다인은 모든 잘못을 허지연에게 돌렸다.“허지연 씨가 전에 조익현 씨를 칭찬하더라고요. 분명히 다른 속셈을 품고 있었을 거예요.”말을 마친 그녀는 배윤제의 팔을 살짝 잡아당겼다.배윤제가 상황을 파악하지 못했을 리가 없었다. 그러나 그는 결국 정다인을 감싸기로 선택했다.“허지연 씨가 조익현 씨를 유혹한 건 개인적인 행동입니다. 호텔, 그리고 다인이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어요.”강하율은 그 말을 듣고도 전혀 놀라지 않았다.어차피 그녀가 바라던 대로 그들은 서로 물고 뜯게 되었으니 말이다.허지연은 고개를 들어 정다인을 매섭게 노려보았다.“전 그런 적 없어요!”그러나 배윤제는 그녀에게 설명할 기회조차 주지 않고 손을 휘저으며 말했다.“데리고 나가요!”허지연이 격렬하게 저항했다.그 모습을 본 강하율은 궁금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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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2화

양승아는 그렇게 말하면서 CCTV 영상을 방 안의 TV 화면에 띄웠다.영상에서 강하율은 술을 마신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불편해하는 모습을 보였고, 곧 허지연이 그녀를 부축해 밖으로 데리고 나갔다.이후 두 사람은 모두 바 안에 다시 나타나지 않았다.십여 분 뒤, 허지연은 위층 객실 구역에 나타났다. 그녀는 문을 두드렸고 곧 조익현에게 붙잡혀 방 안으로 끌려 들어갔다.그 순간 강하율은 멍해졌다.양승아가 미리 준비하고 있었던 것처럼 이렇게 빨리 모든 CCTV 영상을 확보할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모든 영상을 보고 나자 사람들의 머릿속에 물음표가 떠올랐다.가장 격한 반응을 보인 사람은 바로 기소정이었다.“이게 무슨 뜻이죠? 지금 제가 강하율 씨에게 약을 탄 술을 먹였다고 모함하려는 건가요? 오늘 저는 결혼식을 치르기 전에 친구들과 좋은 시간을 보기 위해 파티를 열었어요. 그런데 결혼식을 앞둔 제가 왜 다른 여자가 제 약혼자랑 그렇고 그런 짓을 하게 놔두겠어요?”“제인, 지금 바로 내려가서 바텐더에게 전해. 오늘 나온 모든 술을 보관하라고. 정말 내 술에 문제가 있는 건지 확인해야겠어!”기소정이 자기 친구를 불러서 지시했다.기소정의 말에 정다인과 조익현 모두 안절부절못했다.조익현이 황급히 말했다.“소정아, 굳이 그럴 필요 없어. 강하율 씨가 원래 주량이 좀 약한가 보지.”정다인도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맞아요. 강하율 씨는 주량이 좀 약해요. 저희가 왜 기소정 씨를 모함하려고 하겠어요? 그건 말도 안 되는 일이죠.”‘좋아. 기회가 왔네.’강하율은 웃으며 나섰다.“기소정 씨, 화 푸세요. 사실 저는 술이 매우 약해서 속이 안 좋았고, 그래서 허지연 씨가 바람이라도 좀 쐬라고 저를 부축해서 밖으로 데리고 간 것뿐이에요. 제가 조금 더 단호하게 술을 거절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해서 정말 죄송해요.”강하율의 말에 그 자리에 있던 여럿이 움찔했다.정다인과 기소정, 배윤제 모두 안색이 좋지 않았다. 강하율에게 술을 마시라고 강요했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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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3화

얼마나 우스운 얘기인가?그 말 때문에 늘 오만한 표정이던 배윤제의 얼굴에 난감함이 드리워졌다.배윤호는 싸늘한 눈빛으로 사람들을 쭉 둘러보며 말했다.“여기가 시장 바닥인 줄 압니까? 흥정이라도 하려고요?”짧은 말이었지만 그의 말 한마디로 주변 공기가 순식간에 무겁게 가라앉았다.심지어 배윤제 앞에서도 큰소리를 치던 기소정마저 화를 꾹 참았다.마침내 배윤호는 거의 내려다보듯 배윤제를 바라봤다.“아까 네가 책임지겠다고 했었잖아. 그럼 이 일을 똑바로 처리해. 명심해. 규칙을 망가뜨리지 마.”규칙?강하율은 그 말이 어쩐지 낯설지 않았다.그러나 깊이 생각해 볼 틈도 없이 배윤호는 방을 나가면서 곁눈질로 그녀를 힐끗 바라봤고, 강하율은 눈치 빠르게 그를 뒤따라갔다.그런데 몸을 돌리는 순간, 등 뒤에서 시선이 날아와 꽂히는 게 느껴졌다.그것이 누구의 시선인지 강하율은 알고 있었지만 신경 쓰지 않았다.배윤제는 지금부터 골머리를 앓아야 할 것이다. 만약 배윤제가 정다인과 고객을 감싼다면 그건 직원이 인권을 침해당해도 신경 쓰지 않을 것이라는 걸 사실상 묵인하는 셈이 된다.반대로 직원을 보호한다면 고객에게 미움받을 것이고 또 정다인도 본인의 행동에 책임을 져야 했다.물론 세 번째 선택지도 있었다....방에서 나온 뒤, 강하율은 배윤호를 따라잡았다.“대표님, 이 일에 더는 개입하지 않으시려고요?”“배윤제는 성인이야. 자기가 한 말에 책임을 져야지. 왜? 걱정돼서 그래?”배윤호가 강하율을 바라봤고 강하율은 황급히 고개를 저었다.“아니요. 그냥 어떤 선택을 할지 궁금해서요.”“세 번째 길을 선택하겠지.”배윤호는 곧장 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갔다.강하율은 눈을 크게 뜨고 그를 따라 들어갔다.“그... 그것까지 이미 예상하신 거예요? 그러면 아까 대표님께서 직접 해결하셨으면 더 좋았잖아요. 직원들도 챙길 수 있고요.”엘리베이터 문이 닫힌 뒤에야 배윤호는 몸을 돌려 강하율을 바라봤다.검은 정장을 입은 그의 모습은 어딘가 위험한 분위기를 풍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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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4화

강하율은 기소정의 등에 있던 주사 자국을 보고 인터넷에 검색해 보았고, 여러 가지 가능성을 알게 되었다.그러나 그중에서 가장 가능성이 높은 건 바로 다이어트 주사였다.기소정의 몸매는 너무 완벽해서 기계로 찍어낸 건 아닐지 의심될 정도로 현실감이 없었다.그런 몸매를 유지하려면 식단을 아주 엄격하게 짜거나 매일 운동을 해야 했는데 기소정은 둘 중 어느 것도 하지 않았다.오히려 그녀는 밤을 새우고, 술도 자주 마시며 먹는 것도 좋아했다.강하율이 안혜슬에게 자신의 추측을 얘기하자 안혜슬은 마치 새로운 세계에 발을 들인 사람처럼 눈을 크게 떴다.“나 너무 시대에 뒤처졌나? 살찐 곳에 주사를 놓으면 살이 빠진다고?”“그 정도는 아닐 거야. 그리고 그것도 그렇게 완벽한 건 아니야. 티 나지 않는 건 아니니까.”강하율이 설명했다.“그러고 보니까 기소정의 팔에도 주사 자국이 있었어. 기소정이 나를 때렸을 때 엄청 가까이 있었거든. 다른 사람들은 아마 절대 모를걸. 게다가 팔에 타투도 있었어.”안혜슬은 자기 팔을 들어 올려 대략적인 위치를 가리켰다.그곳은 굳이 다이어트 주사를 맞을 필요가 없는 부위였다.강하율이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확실해?”“응. 왜 그래?”안혜슬은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이 물었다.“아직 단정 지을 수는 없으니까 조금 더 알아보고 얘기해줄게.”강하율은 의문을 품은 채 화제를 돌렸다.“참, 그 여자는 어떻게 됐어?”“그렇게 나쁜 사람은 아닌가 봐. 휴대폰을 받자마자 계속 고맙다고 하더라. 그리고 조익현 휴대폰 안에 진짜 온갖 것들이 다 들어있었대. 게다가 불법적인 일도 꽤 많이 했었나 봐. 자기 사진은 지웠으니까 나한테 사례를 하겠다고 했는데 아직은 아무 소식 없어. 그러고 보면 뭐가 정말 많은가 봐.”“내가 보기에 기씨 가문과 조익현의 일은 아직 끝나지 않았어. 네가 나 대신 좀 살펴봐 줘. 아직 나서지 않은 사람이 한 명 있으니까.”강하율이 생각에 잠긴 채 말했다.“누구? 기소정 씨 어머니? 확실히 이상하긴 해. 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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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5화

“왜 거짓말이라고 생각하는 거예요? 정말 거짓말이었다면 윤제 씨랑 이런 행위를 하지는 않았을 거예요. 저는 윤제 씨를 구해줬어요. 그런데 우리는 아주 오랫동안 애매한 관계로 남아있었죠. 윤제 씨를 사랑하지 않았다면 저도 이렇게까지 하지는 않았을 거예요.”정다인의 상처 입은 표정과 목에 남은 붉은 흔적에 배윤제는 끝내 흔들리고 말았다.그는 정다인을 놓아주고는 소파에 그대로 앉더니 두 팔을 벌린 채 고개를 살짝 뒤로 젖히며 눈을 감았다.“이번이 마지막이야. 나가.”“알겠어요.”정다인은 마치 쓰다가 버려진 물건처럼 힘없이 휘청거리며 방을 나섰다. 그녀의 표정에서 오만함이 완전히 사라졌다.문이 닫히는 순간, 배윤제가 장천우에게 손짓했다.“장 비서, 내 납치 사건을 다시 한번 조사해 봐.”장천우가 의아해하며 물었다.“도련님, 그 말은... 정다인 씨가 도련님을 구한 사람이 아닐 수도 있다는 말입니까?”“그래. 사람이 아무리 달라졌다고 해도... 저렇게 악랄해질 수는 없는 법이니까.”“알겠습니다.”고개를 숙인 장천우의 미간에 주름이 깊게 잡혔다.배윤제는 신경 쓰지 않고 손가락으로 눈가를 문지르며 물었다.“기소정은 뭐 하고 있어?”“결혼식은 예정대로 진행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리고 메인 테이블에 있던 술도 전부 가져갔습니다. 아마 조익현 때문인 것 같습니다.”“사랑에 미친 여자네. 오히려 잘 됐어.”배윤제는 피식 웃더니 눈을 뜨고 장천우를 바라봤다.“오늘 일은 어떻게 된 건지 설명해 봐.”장천우는 잠시 당황하다가 이내 강하율을 찾으러 갔던 장면을 떠올렸다.“죄송합니다, 도련님. CCTV를 피해 아래층으로 내려가다가 계단에서 미끄러져 넘어지는 바람에 잠시 기절했습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계단에 잡다한 물건들이 놓여 있었는데, 조명이 어두워서 미처 못 봤던 것 같습니다.”“그런 일이 있었다고?”“도련님, 제가 정신을 차린 뒤에 확인해 봤는데 이상한 점은 없었습니다. CCTV도 미리 수리 요청이 들어간 게 맞았습니다. 이런 사소한 일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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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6화

강하율은 잠시 당황했다.그녀는 배윤제가 또 무슨 짓을 하려는 건지 알 수 없었다.배윤제가 기억을 되찾았을지도 모른다는 말을 들었을 때 강하율이 가장 먼저 느낀 감정은 기쁨이 아니라 경계심이었다.배윤제 역시 그 점을 눈치챘다.그는 멍하니 그 자리에 앉아 있었다. 그는 컵을 만지고 있었는데 어느샌가 자기도 모르게 손가락이 뜨거운 차에 빠졌다.그러나 배윤제는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그저 강하율을 뚫어지게 바라보며 말했다.“내 질문에 대답해.”강하율은 작게 한숨을 내쉬고는 짧게 말했다.“그래요.”배윤제의 손이 살짝 떨렸다.“그게 다야?”“네. 대표님, 대표님이 기억을 되찾았다 해도 달라지는 건 없어요. 우리는 이미 서로 합의하에 평화롭게 헤어졌으니까요...”“강하율. 화가 나 있는 건 알겠어. 하지만 그런 말을 계속 반복한다면 정말로 되돌이킬 수 없을지도 몰라.”배윤제가 강하율의 말허리를 끊으며 노골적으로 경고했다.강하율은 웃음이 날 것 같았다. 그녀는 자신이 무슨 말을 해도 배윤제가 듣지 않을 거라는 걸 알고 있었다.어차피 말이 통하지 않으니 강하율은 대놓고 말했다.“대표님, 제가 무슨 말을 하길 바라세요?”“너...”배윤제는 잠시 뜸을 들였다. 애원하는 말은 끝내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강하율은 차갑게 웃었다.“대표님, 대표님도 못하시는 말을 왜 제가 말하길 바라시는 거죠? 지난번에 확실히 얘기해 뒀잖아요. 지금도, 앞으로도 똑같은 얘기를 계속 반복할 필요는 없을 것 같네요. 게다가 정말 기억을 되찾으신 건 맞아요?”배윤제는 다시 침묵했다.그는 항상 그랬다. 상대방이 추측하게 만들고, 애원하게 만들고, 정작 본인은 아주 오만하게 상대방을 대했다.그는 기분이 좋으면 고개를 끄덕였고, 기분이 나쁘면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연애할 때도, 헤어진 뒤에도 마찬가지였다. 배윤제는 우유부단한 사람이 아니었다. 그는 그저 자신에게 이득이 되는 걸 찾지 못했을 뿐이다.사실 배윤제는 그 누구도 사랑하지 않았다. 그는 자기 자신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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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7화

강하율은 화려하게 꾸민 허지연을 바라보다가 문득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허지연, 내가 떳떳한 척하는 것 같아? 그러면 너는 뭔데? 돈으로 살 수 있는 여자? 배윤제와 정다인이 네 든든한 뒷배가 되어줄 거라고 생각하는 거야? 정말 그럴 생각이었다면 네가 입고 있는 명품들로 네 입을 막으려고 하는 게 아니라, 최고의 변호사를 고용해 네 결백함을 밝혀줬겠지. 그걸 받으면 너도 돈에 자신을 팔아넘기는 다른 여자들과 똑같은 취급을 받게 될 거라는 걸 진짜 몰랐던 거야? 너는 지금 그 사람들한테 그런 존재라고.”강하율의 말에 허지연의 얼굴이 창백해졌다.강하율이 몸을 돌리자 허지연은 체면을 되찾으려는 듯 이를 악물고 반박했다.“왜 나는 남자를 이용해서 목적을 이루면 안 되는데? 결과적으로 지금의 나는 내가 원하는 걸 다 얻었잖아!”“그래? 내연녀가 되는 게 네가 원하는 거였어? 네가 만약 조익현과 결혼한다면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을 거야. 하지만 아니잖아. 상대방을 이용하는 건 네가 충분히 강해졌을 때나 가능한 일이야. 그렇지 않으면 네가 이용하는 게 아니라 이용당하는 처지가 돼버린다고.”“...”허지연은 말문이 막혀버렸다.회의가 시작될 때까지도 그녀는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특히 양지원이 기소정과 조익현의 결혼식이 예정대로 진행될 거라고 말했을 때, 허지연은 갑자기 고개를 들어 텅 빈 눈동자로 강하율을 바라봤다.회의가 끝난 뒤 허지연은 사라졌고, 대신 객실팀에서 소문이 들려왔다.그들의 말에 따르면 허지연은 조익현과 크게 다투었고, 심지어 기소정에게 뺨까지 맞았다고 한다. 그리고 기소정은 허지연에게 돈만 주면 좋아하는 몸을 파는 여자가 어디서 고고한 척하냐며 폭언을 했다고 한다.그제야 허지연은 이번 사건의 유일한 패배자는 본인뿐이라는 것을 깨달았다.강하율은 허지연을 신경 쓰지 않았다. 그녀에게는 해야 할 일이 많이 남아있었기 때문이다.강하율은 의대를 다녔던 친구에게 연락해 주사 자국에 대해 몇 가지 질문을 했고, 그 친구는 그녀에게 전화를 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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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8화

보아하니 기소정이 무슨 말을 한 것 같았다. 김혜은은 몹시 화가 나서 강하율을 모르는 척했던 것도 잊은 듯했다.강하율의 눈빛이 차갑게 식었다.“제 어머니를 아세요?”김혜은은 그제야 정신이 번쩍 들었다.그녀는 앞에 놓여 있던 컵을 들어 커피를 한 모금 마시며 대답했다.“아니. 나도 다른 사람에게서 들은 건데.”“누가 그런 말을 한 거죠?”“지... 지금 나한테 따져 묻는 거야? 네가 뭐라고. 너는 그냥 이 호텔의 일개 직원일 뿐이야!”김혜은은 서둘러 화제를 돌렸다.“그렇다면 아무런 증거도 없다는 말씀이네요. 기씨 가문의 사모님이 근거도 없이 헛소문을 지어내는 사람일 줄은 몰랐네요. 게다가 이미 돌아가신 사람을 욕보이다니... 이 일이 알려진다면 기소정 씨 결혼식이 꽤 흥미로워지겠어요.”강하율에게는 사진이 있었다. 그 사진은 김혜은이 그녀의 어머니와 아는 사이일 뿐만 아니라 아주 가까운 사이였다는 걸 증명할 수 있었다.김혜은은 강하율이 이렇게 나올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듯 커피잔을 탁 소리가 나게 내려놓았다.“강하율, 역시 다른 목적이 있어서 우리한테 접근한 거였네. 대체 무슨 꿍꿍이야? 배윤제 쪽은 가망이 없는 것 같으니까 다른 사람 약혼자를 넘보는 거야?”‘배윤제?’배윤제와 관련된 일은 정다인과 허지연만 알고 있었다.허지연은 강하율의 증언 덕분에 조익현에게 빌붙어 있는 신세였기에 절대 강하율의 심기를 건드릴 짓은 하지 않을 것이다.그렇다면 남은 건 정다인뿐이었다.강하율은 다급히 반박하는 대신 천천히 자리에 앉으면서 엷은 미소를 지었다.“그런 말씀을 하시는 걸 보니 사모님께서는 미래 사위에게 굉장히 만족하시나 봐요.”김혜은이 순간 당황했다.어머니로서의 표정을 숨기는 건 어려운 일이었다.특히 안혜슬의 말에 따르면 최근 며칠 동안 김혜은은 결혼식 준비에 전혀 관여하지 않고 계속 외출했다고 한다.만약 그녀가 조익현을 만족스럽게 여겼다면 딸의 결혼식에 신경 쓰지 않을 리가 없었다.“사모님, 누가 무슨 말을 했길래 모든 여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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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9화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세요.”강하율이 단호히 반박했다.강하율의 부모님은 사이가 굉장히 좋았다. 만약 그렇지 않았다면 사람들 앞에서만 연기하면 되지, 그녀의 앞에서까지 연기할 이유는 없었다.게다가 강하율의 아버지는 정신이 온전치 않은 상태에서도 오로지 아내만 기억했다.김혜은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했다.“나만 그 광경을 본 게 아니야. 네 부모는 세원시에 기반이 있던 사람들도 아닌데 갑자기 그렇게 높은 자리까지 올라갔어. 특히 네 엄마는 여자 혼자 그렇게 많은 프로젝트를 따냈지. 뭔가를 희생하지 않고서야 그게 가능하겠어?”강하율은 화를 억누르지 못했다.“사모님, 사모님도 여자잖아요. 사모님이 못 한다고 해서 다른 사람도 당연히 못 할 거라고 생각하시는 건가요? 사모님이 그러니까 기소정 씨가 그렇게 된 거예요. 사모님이 조금이라도 독립적인 모습을 보여줬다면 기소정 씨도 그렇게 남자한테 휘둘리지는 않았을 거예요. 기소정 씨가 정말로 조익현 씨와 결혼한다면 내연녀는 당연히 한 트럭일 테고, 앞으로 목숨이 제대로 붙어 있을지 모르겠네요.”“너! 강하율! 다시 한번 말하지만 나는 네 엄마를 모함하지 않았어. 나한테는 증인이 있다고. 그리고 나도 본 게 있어!”“증인이요? 그게 누군데요? 언제 어디서 뭘 봤는데요?”강하율이 물었다.“그게… 잠깐만.”김혜은은 갑자기 말을 멈추고 강하율을 노려봤다.“하, 너도 참 교활하네. 방심하면 안 되겠어. 그걸 알아내려고 일부러 내 화를 돋운 거지? 좋아. 얘기해줄 수 있어. 대신 서로 거래를 하자고.”강하율은 한 번 실패했음에도 기죽지 않았다.“좋아요. 사모님은 뭘 원하시나요?”“조익현을 처리해. 그러면 네 엄마에 관한 것들을 얘기해 주겠어.”“사모님, 제가 다른 사람 말만 믿고 달려와서 저한테 책임을 물으러 온 사람을 어떻게 믿죠?”강하율은 멍청하지 않았다. 그녀는 김혜은에게 이용당할 생각이 없었다.김혜은은 강하율의 뜻을 눈치채고는 한동안 강하율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하지만 단순히 강하율을 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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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0화

강하율은 빠르게 달려오는 차들을 바라봤다. 한 대는 왼쪽, 한 대는 오른쪽에서 달려와서 도망칠 틈이 전혀 없었다.게다가 그 구간은 밤이 되면 차도 거의 없고 사람도 없었다.강하율은 재빨리 몸을 뒤로 피했다. 하지만 뒤쪽에 도랑이 있어서 더 피할 수는 없었는데 다행히 강하율이 재빠르게 눈치를 채고 큰 나무 뒤로 몸을 숨겨서 먼저 돌진해 온 첫 번째 차를 피할 수 있었다.쾅!엄청난 충돌음이 들려왔다.하지만 두 번째 차량은 쉽게 피할 수 없었다. 그 차는 강하율이 나무 쪽으로 숨을 거라는 걸 예상한 것처럼 방향을 틀며 돌아왔다.강하율이 아무리 빨리 달려도 차만큼 빠를 수는 없었다. 게다가 상대방은 운전 실력도 뛰어나서 능숙하게 후진하며 자유롭게 방향을 바꾸었다.어둠 속에서 강하율은 무언가에 걸려 넘어졌다. 차가 후진해 그대로 그녀를 들이받으려는 순간, 강하율은 바닥을 굴러 옆으로 몸을 피했다.강하율은 단 한 순간도 멈출 수 없었다. 그녀는 곧바로 몸을 일으켜 도로 쪽으로 뛰어갔다.마침 멀지 않은 곳에서 차 한 대가 다가오고 있었고 강하율은 곧바로 손을 흔들며 외쳤다.“살려 주세요! 살려 주세요!”그런데 그 차는 다름 아닌 배윤제의 차였다.차 안에 있던 장천우가 가장 먼저 강하율을 발견했다. 그리고 그녀의 온몸이 흙투성이가 된 것도 보았다.“도련님, 강하율 씨입니다. 도움이 필요한 것 같은데...”“됐어. 걔는 아주 잘났잖아. 길에서 넘어진 뒤에 약한 척하면서 나랑 화해하려는 생각이겠지. 난 그렇게 쉽게 화해해 줄 생각 없어.”배윤제가 차갑게 웃었다.“하지만...”장천우도 강하율을 도와주고 싶은 건 아니었다. 그저 주변 분위기가 심상치 않은 걸 느껴서 혹시라도 추후에 문제가 생기면 배윤제가 책임을 져야 할까 봐 걱정됐을 뿐이다.“필요 없다니까. 내 말 못 알아듣겠어?”배윤제가 불쾌해하면서 말했다. 그는 화가 잔뜩 나 있는 상태라 강하율을 쳐다보지도 않았다.정다인은 창문에 붙어 밖을 살펴봤다. 그녀 역시 뭔가 심상치 않다는 걸 느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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