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하율은 잠시 당황했다.그녀는 배윤제가 또 무슨 짓을 하려는 건지 알 수 없었다.배윤제가 기억을 되찾았을지도 모른다는 말을 들었을 때 강하율이 가장 먼저 느낀 감정은 기쁨이 아니라 경계심이었다.배윤제 역시 그 점을 눈치챘다.그는 멍하니 그 자리에 앉아 있었다. 그는 컵을 만지고 있었는데 어느샌가 자기도 모르게 손가락이 뜨거운 차에 빠졌다.그러나 배윤제는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그저 강하율을 뚫어지게 바라보며 말했다.“내 질문에 대답해.”강하율은 작게 한숨을 내쉬고는 짧게 말했다.“그래요.”배윤제의 손이 살짝 떨렸다.“그게 다야?”“네. 대표님, 대표님이 기억을 되찾았다 해도 달라지는 건 없어요. 우리는 이미 서로 합의하에 평화롭게 헤어졌으니까요...”“강하율. 화가 나 있는 건 알겠어. 하지만 그런 말을 계속 반복한다면 정말로 되돌이킬 수 없을지도 몰라.”배윤제가 강하율의 말허리를 끊으며 노골적으로 경고했다.강하율은 웃음이 날 것 같았다. 그녀는 자신이 무슨 말을 해도 배윤제가 듣지 않을 거라는 걸 알고 있었다.어차피 말이 통하지 않으니 강하율은 대놓고 말했다.“대표님, 제가 무슨 말을 하길 바라세요?”“너...”배윤제는 잠시 뜸을 들였다. 애원하는 말은 끝내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강하율은 차갑게 웃었다.“대표님, 대표님도 못하시는 말을 왜 제가 말하길 바라시는 거죠? 지난번에 확실히 얘기해 뒀잖아요. 지금도, 앞으로도 똑같은 얘기를 계속 반복할 필요는 없을 것 같네요. 게다가 정말 기억을 되찾으신 건 맞아요?”배윤제는 다시 침묵했다.그는 항상 그랬다. 상대방이 추측하게 만들고, 애원하게 만들고, 정작 본인은 아주 오만하게 상대방을 대했다.그는 기분이 좋으면 고개를 끄덕였고, 기분이 나쁘면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연애할 때도, 헤어진 뒤에도 마찬가지였다. 배윤제는 우유부단한 사람이 아니었다. 그는 그저 자신에게 이득이 되는 걸 찾지 못했을 뿐이다.사실 배윤제는 그 누구도 사랑하지 않았다. 그는 자기 자신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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