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바텐더한테 들었는데 조익현이 따로 양주를 꽤 많이 들여왔대. 파티 한 번 하겠다고 이렇게까지 유난 떠는 건 처음 보네. 우리 호텔에 웬만한 술은 다 있잖아.”안혜슬이 의아한 듯 말을 이었다.강하율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나지막이 속삭였다.“혜슬아, 지금 바로 펍에 전화해 봐. 객실팀에서 숙취 해소제를 준비해야 하니까 술 도수랑 종류를 확인해야 한다고 하고, 사진 좀 찍어서 보내달라고 해.”역시 그녀의 절친답게 안혜슬은 곧바로 의도를 눈치채고 대답했다.“알았어.”통화를 마친 강하율은 사무실로 돌아왔고, 일부러 침울한 표정을 지었다.그리고 허지연을 향해 쏘아붙였다.“지연 씨, 카라디움에서 고객이 기다리고 있다면서요? 가보니까 아무도 없던데?”허지연의 얼굴에는 비열한 미소가 번졌고, 눈빛엔 승리감마저 서려 있었다.“어머, 죄송해요. 고객님이 급한 일이 생겨서 못 오신다는데 제가 깜빡하고 전달을 못 했네요.”“하...!”강하율은 씩씩거리며 입술을 깨물었다.하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곧장 자리로 돌아가 의자에 앉아 휴대폰만 들여다보았다.그 모습을 본 허지연은 얼마나 뿌듯한지 몰랐다.조금 전 배윤제와 마주쳤을 때, 그가 자신을 기억하고 있어 은근히 놀랐다.첫마디가 강하율을 찾는 말이었다는 게 조금 거슬리긴 해도 배윤제의 관심을 가로채는 건 시간문제라고 확신했다.하지만 그녀는 상상조차 못 했을 것이다.강하율은 배윤제가 호텔에 오면 정해진 시간에 호숫가 산책로를 달린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다.예전에 업무차 왔을 때도 두 사람은 그곳에서 여러 번 의도적인 ‘우연’을 가장해 만났었다.이번에도 시간을 철저히 계산해 허지연을 보내 ‘우연히’ 마주치게 했다.아니나 다를까, 허지연의 부계정에는 이상형과의 만남을 자랑하는 게시물이 새로 올라왔다.댓글 창을 도배한 축복 글은 그녀에게 큰 격려가 되었고, 입꼬리가 저도 모르게 실룩거렸다.하지만 강하율의 눈에 들어온 것은 허지연의 뒤에서 심상치 않은 표정으로 지켜보고 있는 정다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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