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윤호가 말을 이어갔다.“지금 몸도 편치 않으시고 지위도, 권력도 전부 잃으셨어요. 아마 죽을 만큼 괴로울 거예요. 비록 제 말이 위로가 되지는 않겠지만 그래도...”“윤호야, 그런 생각을 할 필요는 없어. 애초에 그런 의도로 물은 게 아니었거든. 나는 너랑 하율이가 결혼하게 된다면 너희 할머니가 너를 힘들게 할까 봐 걱정돼서 그래. 아무래도 너희 아버지는...”배윤호의 아버지는 끝까지 맞서려 했지만 결국에는 비참한 결말을 맞이했다.강하율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아버지, 아직 적응이 안 된 거 알아요. 우리 같이 천천히 적응해요.”강하율은 과거 이야기를 자꾸 꺼내게 되는 건 현재 상황에 익숙해지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었다.배윤호가 옆에서 거들었다.“아버님, 이곳은 아버님께 익숙한 곳이잖아요. 다 좋아질 테니까 걱정하지 마세요.”강진철은 웃었다.“그래, 그래.”강하율은 강진철의 미소를 보자 그제야 비로소 마음이 놓였다.함께 식사를 마친 뒤 강진철은 피곤했는지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가정부들은 배윤호가 직접 고른 사람들이었고 다들 입이 무겁고 일만 묵묵히 하는 사람들이라 강하율은 걱정이 없었다.저녁을 먹은 뒤 강하율과 배윤호는 정원에서 산책을 했다.강하율은 그의 손을 꼭 잡으며 말했다.“오빠, 그동안 많이 도와줘서 정말 고마워요.”배윤호는 멈추어 서서 대답했다.“하율아, 내가 바란 건 감사 인사가 아니라는 거 알잖아.”강하율이 고개를 들었다.“알죠, 알아요. 그런데... 왜 먼저 얘기하지 않는 거예요?”“사랑해, 하율아.”“...”‘진짜로 얘기한다고?’강하율은 배윤호가 이렇게 자연스럽게 사랑한다는 말을 할 줄은 몰랐다.“오빠, 혹시 다른 여자한테 사랑한다는 말 해본 적 있어요?”“누구한테?”배윤호가 되물었다.“진짜 연애를 한 번도 안 해본 거예요?”“하고 싶었는데 다른 사람이 빼앗아 가는 바람에 못했지.”배윤호가 장난스럽게 말했다.강하율은 피식 웃더니 진지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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