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수나에게 그런 생각이 있다면, 해인은 도와야 했다.동현이 아직 살아 있었다면, 분명 최수나를 위해 방법을 찾아줬을 터였다.해인이 물었다. “손톱은 왜 그래요? 이 가야금에는 왜 피가 묻어 있는 거예요?”최수나는 힘없이 웃었다. “한 회장이 나를 곁에 둔 건 내가 서정란 사모님을 닮아서이기도 하지만, 내 가야금도 세상에 하나뿐이거든. 한 회장은 그마저 혼자 차지하고 싶어 했어.”“그래서 사흘 밤낮으로 가야금을 탔어. 이 손을 망가뜨려서라도, 한 회장이 나를 놓아주게 만들고 싶었어.”순간 멍해진 해인이 놀란 눈으로 최수나를 바라봤다. “언니, 미쳤어요?!”최수나는 누구보다 가야금을 사랑하는 사람이었다. 가야금은 어릴 적부터 몸에 밴 공력이 중요한 악기다. 그런 가야금을 다섯 살부터 익혀 왔으니, 거의 평생을 가야금과 함께 살아온 셈이었다.손이 망가지면 다시는 가야금을 탈 수 없게 된다. 그건 최수나에게 목숨을 끊는 일이나 다름없었다.“안 미쳤어. 해인아, 네가 믿어줄지 모르겠지만 말이야. 이 보름 동안이 몇 년 사이 내가 가장 또렷하게 살아 있는 시간들이었어.”“그동안 이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너무 괴로웠어. 그 두 여자는 날마다 서로 죽이네 살리네 하며 물고 뜯고 싸웠지만, 난 더는 저 여자들처럼 되고 싶지 않았어.”해인의 눈가가 젖어 들었다. “제가 한 회장님께 말씀드릴게요. 제가 방법을 찾아볼게요. 언니를 여기서 내보내 달라고 꼭 말씀드릴 테니까, 더는 그런 짓 하지 마세요.”“그러지 마.”최수나가 해인을 붙잡았다. “해인아, 너는 동현이 동생이잖아. 그동안 강씨 가문 사람들의 보살핌도 없이 혼자 살아오느라 원래부터 많이 힘들었을 거야.”“난 네가 또 남들 비위나 맞추면서 아부하러 다니는 꼴을 보고 싶지 않아. 동현이도 그건 바라지 않았을 거야. 나는 네가 네 자신을 잘 아껴줬으면 좋겠어.”최수나의 마음속에서 해인은 이미 오래전부터 가족이었다.예전 강씨 가문에서 가족의 사랑을 한몸에 받던 작은 공주님이, 언젠가부터
Mehr les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