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호는 조금 전 돌아오는 길에 따로 전문가에게 전화를 걸어 물어보기도 했다.그런데 상대도 처음에는 유호가 농담하는 줄 알았다.전문가도 쉽게 단정하지 못하는 일이었다.그걸 지금 해인에게 털어놓는 건, 해인의 마음만 더 어지럽히는 일일 뿐이었다.잠시 망설이던 유호가 조용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오늘 밤, 나 진짜 스파이 노릇을 하고 온 건 맞아.”유호는 해인이 뭐가 마음에 걸리는지 잘 알고 있었다.해인이 쓸데없는 상상으로 더 괴로워하지 않게 하려면, 어느 정도는 미리 말해 두는 편이 나았다.“여보, 나한테 조금만 시간 줘.”유호의 목소리는 조용했지만, 힘이 있었다. “그동안 내가 차희정하고 어떻게 엮여 보이든, 그걸 그대로 믿지는 마. 내가 처리해야 할 일을 끝내고 나면, 다 있는 그대로 말해 줄게.”지금 유호는 앞이 잘 보이지 않는 사람이나 마찬가지였다.자신의 두통이 칩과 관계가 있다는 정도만 알 뿐, 그보다 더 구체적인 건 아무것도 몰랐다.희정은 자세한 말을 하지 않았고, 유호도 병원이나 전문 연구실에서 다시 살펴보기 전까지는 알 길이 없었다.해인은 그 말을 듣고 유호의 옆얼굴을 바라봤다.차창 밖 불빛이 스쳐 지나갈 때마다 유호의 얼굴에는 명암이 번갈아 바뀌었다.그런데도 표정만큼은 한없이 진지했다.부부 사이라면 믿음은 있어야 했다.무엇보다 지금 해인은 다른 쪽으로 마음을 더 쏟고 싶지 않았다. 엄마가 아직 병상에 누워 있었고, 사람의 마음이란 한꺼번에 너무 많은 걸 붙잡을 수는 없었다.해인은 우선 주여진의 전원 문제부터 준비해야 했다....다음 날 아침, 해인은 와세라에 사직 의사를 밝히러 갔다.개인적인 일이 너무 많았다.휴가도 자주 냈고, 얼마 뒤에는 아이도 낳아야 했다.해인은 자신의 사정 때문에 회사 일에 차질이 생기는 걸 원치 않았다.와세라 사람들은 다들 괜찮은 이들이었고, 맡은 일이 분명한 곳이었다. 해인이 해야 할 일을 해내지 못하면, 그 부담은 결국 아래 사람들에게로 내려갈 수밖에 없었다.한두 번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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