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e Kapitel von 키워온 장미를 숙적에게 빼앗긴 밤: Kapitel 371 – Kapitel 380

562 Kapitel

제371화

해인은 한밤중이 넘도록 좀처럼 잠들지 못했다.침대에 누워 있는데도 머릿속에는 수많은 장면이 쉼 없이 스쳐 지나갔다.어느 때는 8년 전 그 교통사고가 떠올랐다. 아버지와 두 오빠가 피투성이가 된 채 쓰러져 있던 모습이 보였다.그러다가 장면은 다시 빈소로 바뀌었다. 어머니가 예철진과 서로를 끌어안고 있던 모습이 눈앞을 스쳤다.마지막에는 최수나가 해인의 품 안에서 숨을 거두며, 사랑하는 사람보다 먼저 자기 자신을 제대로 아끼는 법부터 배우라고 말하던 목소리가 들려왔다.해인은 몽롱한 기분 속에서, 자신이 아주 긴 꿈을 꾸고 있다는 걸 어렴풋이 느꼈다.꿈속에서 최수나와 동현이 나란히 서 있었다. 두 사람은 말 없이 해인을 바라보고만 있었다.‘이것도 마음이 만들어 준 위안일까?’콧잔등이 시큰해지면서 해인의 눈가에도 서서히 물기가 번졌다.해인은 자기도 모르게 두 사람 쪽으로 다가갔다.그런데 바로 다음 숨결에, 두 사람의 모습은 눈앞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오빠?”해인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해인은 갈피를 잃은 사람처럼 허둥거리며 두 사람을 다시 찾으려 했다.하지만 사방은 칠흑처럼 캄캄했다.어디로 가도 자꾸만 부딪혔다.그 감각은 해인의 속을 텅 비게 만들었다. 기댈 곳 하나 없는 막막함이 온몸을 휘감았다. 마치 거대한 물결이 해인을 통째로 집어삼키고, 해인은 그 안에서 꼼짝도 못 한 채 자기 몸이 끝없는 어둠 속으로 가라앉는 모습을 지켜볼 수밖에 없는 것 같았다.이윽고 주위의 공기마저 점점 엷어졌다.숨을 쉬는 일조차 버거워졌다.꿈속의 해인은 빠르게 아래로 떨어지고 있었다.몸이 붕 뜬 채 끝없이 꺼지는 듯한 느낌이 심장을 쥐어뜯었다.그런데도 해인은 아무것도 붙잡지 못했다. 무엇 하나 제 뜻대로 할 수 없었다.두려움이 온몸을 휘감아 오던 그때였다.허리 위로 커다란 손 하나가 감겨 왔다.그 손은 해인을 단단히 끌어안더니, 깊은 곳으로 떨어지던 해인을 끌어올렸다.해인은 등 뒤에서 번지는 따뜻한 기운을 느꼈다.유호가 해인이
Mehr lesen

제372화

해인은 계단을 내려오다가, 한눈에 유호를 발견했다.유호는 주방 안에서 무척 분주하게 손을 움직이고 있었다. 뭔가에 온 신경을 쏟은 채, 제법 진지한 얼굴이었다.유호가 저렇게 제대로 앞치마까지 두르고 주방에 선 모습은 처음이었다.해인은 저도 모르게 호기심이 동해서 더 다가갔다가 눈앞의 광경을 보고 그대로 놀라고 말았다.유호가 만들고 있는 건 탕수어였다.예전에 아버지가 가장 자신 있어 하던 요리이기도 했다.명절이나 집안에 특별한 날이 있으면, 아버지는 늘 직접 주방에 들어갔다.그때마다 탕수어만큼은 누구보다도 훌륭하게 만들어 냈다.그런데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뒤로, 해인은 그 요리를 다시는 먹지 않았다. 식당에 가더라도 일부러 피했다.아버지의 맛이 아니었으니까.해인의 시선이 쓰레기통으로 향했다.안에는 익히다가 망친 생선 한 마리가 버려져 있었다. 아마 유호가 처음 시도하다가 너무 태워 버린 모양이었다.탕수어는 손이 많이 가는 음식이었다.한 단계만 어긋나도 맛이 금세 이상해졌다. 처음 만들면서 실패하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해인은 무의식 중에 입맛을 살짝 다셨다.저렇게 좋은 생선을 버리게 된 건 조금 아까웠다.아까 한 번 실패해서인지, 이번에는 제법 그럴듯했다.유호는 검은 셔츠 차림에 소매를 팔꿈치 위까지 걷어 올린 상태였다. 단단한 팔뚝이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 그런데도 해인의 꽃무늬 앞치마를 두르고 있으니, 그 묘한 대비가 자꾸만 눈에 들어왔다.유호가 주방 쪽으로 들어선 해인을 돌아보며 물었다. “씻었어?”“아직.”“그럼 가서 준비하고 와. 밥 먹게.”‘아침부터 누가 이런 걸 먹어?’해인은 속으로만 중얼거렸다.20분쯤 뒤, 탕수어 한 접시가 식탁 위에 올라왔다.이상한 일이었다.요즘 해인은 입덧이 심해 통 식욕이 없었다. 기름지거나 비린 음식만 봐도 속이 뒤집힐 때가 많았다.그런데 이 요리는 달랐다. 생선을 한 번 바삭하게 튀겨 낸 뒤, 뜨겁게 졸인 새콤달콤한 소스를 끼얹은 음식인데도, 희한하게 속이 울렁거
Mehr lesen

제373화

최수나의 장례는 너무도 초라했다.최수나의 사망 소식을 들은 한원랑은 적잖이 놀란 눈치였지만, 그 반응도 오래가지 않았다. 경매장에서 곧장 병원으로 온 한원랑은 최수나를 한 번 훑어보고는, 짧게 한숨을 내쉰 뒤 김 집사에게 최수나의 뒤처리를 서둘러 끝내라고 지시했다.최수나는 줄곧 한씨 가문에서 이름도 지위도 없는 사람이었다.그래서 한원랑은 최수나를 한씨 가문 선산에 묻는 것조차 허락하지 않았다.한때 거의 10년 가까이 곁에 두고 아꼈던 여자가 땅에 묻히는 날에도 한원랑은 끝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이른 아침 병원으로 달려갔던 해인은, 그제야 최수나가 이미 밤사이 김 집사의 손에 이끌려 장지로 떠났다는 걸 알게 됐다.고작 하룻밤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최수나는 어느새 한 줌 재가 되어 흙 속에 묻혀 있었다.차가운 묘지를 바라보는 해인의 눈에서는 비처럼 눈물이 쏟아졌다.조금 전까지만 해도 숨 쉬고 웃고 말하던 사람이 이렇게 허망하게 사라졌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동시에 해인은 한원랑의 매정함이 사무치게 원망스러웠다. 결국 한원랑에게 최수나는 죽은 아내가 그리울 때, 기억을 붙들어 두는 그림자에 지나지 않았던 셈이었다.한씨 가문의 태도는 너무도 선명했다.최수나의 넋 앞에 향 한 자루 올리러 오는 사람조차 없었다.해인은 가지고 온 향과 초에 불을 붙였다.최수나의 영전에 향 세 자루를 가지런히 꽂은 뒤, 동현이 예전에 몸에 지니고 다니던 반쪽 펜던트도 묘 앞에 함께 내려놓았다.최수나가 원래 가지고 있던 반쪽과 마침내 맞물리자, 둘은 비로소 하나의 온전한 펜던트가 되었다.묘원을 나서면서, 해인은 온몸의 기운이 모조리 빠져나간 사람처럼 휘청거렸다.해인은 코끝을 한 번 훔친 뒤, 주여진에게 전화를 걸었다.“엄마, 잠깐 뵐 수 있으세요?”주여진은 아마 부엌에 있었던 모양이었다.전화기 너머로 환풍기 돌아가는 소리와 음식을 만드는 소리가 함께 들려왔다. 가스렌지 불을 끈 주여진이 손끝에 묻은 물기를 행주로 닦으면서 물었다.[이쪽에 와서 밥
Mehr lesen

제374화

주여진은 찻잔 가장자리를 손끝으로 가볍게 문질렀다.한 모금 차를 마신 뒤에도, 그대로 단정한 자세를 흐트러뜨리지 않았다. 흠잡을 데 없는 사모님의 태도 그대로였다.해인의 시선이 자신에게 머물러도, 주여진은 조금도 흔들리는 기색이 없었다.마치 조금도 찔리는 구석이 없다는 듯했다.해인의 눈빛이 미세하게 흔들렸다.‘수나 언니가 처음에 녹음기 얘길 숨긴 건 날 지키려는 마음이었다고 쳐.’‘그럼 엄마는... 대체 왜?’어릴 적부터 해인을 살뜰히 돌봐 주던 엄마였다.그런데 16 살이 되던 해, 남편과 두 아들을 잃자마자 해인을 두고 재혼했다.그 뒤로도 주여진은 오랫동안 해인을 의도적으로 멀리했다.‘녹음기 존재까지 감춘 이유는... 대체 무엇일까?’해인의 눈동자에 서서히 맑은 빛이 돌아왔다.흩어져 있던 조각들이 한데 맞춰지듯, 어떤 윤곽이 선명하게 떠올랐다.“엄마.”해인의 목소리가 낮게 가라앉았다. “아빠와 오빠들 죽음, 사실은 예씨 집안이랑 관련 있는 거죠?”거의 확신에 가까운 말투였다.해인의 눈가가 다시 젖어 들었다.“저한테 사실대로 말씀해 주세요. 예씨 집안의 그분이 아빠와 오빠들을 해친 거예요?”찻잔을 쥐고 있던 주여진의 손에 힘이 들어가면서 손가락 마디가 미세하게 굳어졌다. 눈 밑으로도 복잡한 기색이 스쳐 지나갔다.하지만 그것도 잠깐이었다.주여진은 곧 표정을 정리한 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찻잔을 테이블 위에 내려놓았다. 여전히 조용한 태도였다.“무슨 그런 터무니없는 소릴 해.”주여진은 담담하게 말했다. “그 일은 사고였어. 그때 경찰도 다 그렇게 결론 내렸잖아.”해인의 감정이 걷잡을 수 없이 치밀어 올랐다.해인은 참지 못하고 목소리를 높였다.“그건 엄마가 녹음기를 가져갔으니까 그렇죠!”룸 안 공기가 한순간 팽팽해졌다.“경찰 수사 기록 어디에도 녹음기 얘기는 없었어요. 경찰이 오기 전에 엄마가 먼저 그걸 가져갔으니까요.”해인의 숨이 가빠졌다.하지만 시선은 끝까지 주여진을 향해 고정돼 있었다.“엄마,
Mehr lesen

제375화

주여진은 찻값을 계산한 뒤 자리에서 일어섰다.해인은 멀어지는 주여진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문득 이상한 기분에 사로잡혔다.기억 속에 남아 있던 젊은 엄마가 어느 날 갑자기 많이 늙어 버린 것만 같았다.주여진은 어느덧 예순에 가까운 나이였다.옆머리는 염색으로 덮은 흔적이 선명했고, 그 사이사이로 흰 머리카락 몇 가닥이 희미하게 비쳐 보였다.걸음걸이도 예전처럼 여유롭고 반듯하지는 않았다.해인의 가슴 한쪽으로 먹먹한 슬픔이 차올랐다.“엄마.”해인의 목소리가 조용히 주여진의 등을 붙잡았다.“엄마는 저한테 원한을 내려놓으라고 하셨잖아요. 그런데 엄마는요?”주여진의 발걸음이 잠깐 멈췄다.해인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눈에는 금세 눈물이 차올랐다. “저 알아요. 녹음기 안 망가졌어요. 엄마가 예씨 집안으로 들어간 게 복수 때문이었다면...” “지난 10여 년 동안 엄마는 계속 원한 속에서 살아오신 거잖아요. 많이 힘드셨죠?”주여진은 분명히 녹음기 내용을 듣고 예철진과 결혼했을 것이다.해인은 주여진 쪽으로 한 걸음씩 다가갔다.점점 가까워졌다.결국 주여진의 뒤에 선 해인이 두 팔을 뻗어 엄마를 끌어안았다. 자신의 뺨도 주여진의 어깨에 살며시 기댔다.“엄마, 예씨 집안에서 나와요!”해인의 목소리가 가늘게 떨렸다. “나중에 아기가 태어나면, 외할머니도 필요하잖아요. 곁에서 같이 아이가 크는 걸 봐 주셔야 하잖아요...”만약 해인이 짐작한 게 맞다면, 예씨 집안이 이 오랜 시간 아무 탈 없이 조용했다는 건 주여진이 아주 무서운 계획을 품고 움직여 왔다는 뜻일지도 몰랐다.지금의 평온은 그래서 더 불안했다.고요할수록 더 겁이 났다.해인은 모든 것이 아직 돌이킬 수 있을 때, 주여진을 그곳에서 끌어내고 싶었다.해인은 이미 최수나의 죽음을 두 눈으로 봤다.그래서 엄마까지도 돌아오지 못할 길로 가게 둘 수는 없었다.등 뒤에서 해인의 눈물이 어깨 위로 번져 오는 걸 느끼자, 주여진은 조용히 고개를 숙였다.하지만 다시 고개를 들었을 때는 전혀
Mehr lesen

제376화

해인의 심장이 몇 박자쯤 놓친 듯 덜컥거렸다.유호는 해인의 손을 잡고 차에 태운 뒤, 매실정과를 집어 해인의 입가로 가져갔다.이내 유호가 해인의 입안에 매실정과를 조심스레 넣어 주었다.“맛 어때?”해인은 천천히 씹었다.말랑하고 쫀득한 식감이 입안에 부드럽게 퍼졌다.“새콤달콤하면서 맛있어.”“마음에 들어?”“응, 좋아.”“마음에 들면 나한테 상도 좀 줘야 하는 거 아니야?”해인은 잠깐 멈칫했다. “뭘?”유호는 손을 들어 해인의 귓불을 가볍게 매만졌다.나지막한 유호의 목소리는 뜨거웠다.“우리 여보가 지금 임신했으니까 본격적으로는 못 건드리잖아. 그래도 ‘국물’ 정도는 마시게 해 줘야지.”말이 끝나기도 전에 유호가 해인을 품으로 끌어당겼다.곧장 입술이 내려왔다.남자의 숨소리가 점점 거칠어졌다.유호는 해인의 입술 안쪽에 밴 달콤한 기운을 탐하듯 깊게 입을 맞췄다.해인의 심장은 단번에 빨라졌다.두 손으로 유호의 가슴을 짚고 밀어 보려고 했지만, 완전히 거절할 수도 없었다.결국 해인은 그 키스를 받아낼 수밖에 없었다.그대로 가면 더 깊어질 것 같아서 해인은 다급히 유호를 밀어냈다.유호의 가슴이 크게 들썩거리면서 도드라진 목젖도 천천히 움직였다.눈 아래에는 이미 짙은 열기가 가라앉아 있었다.“해인아.”뜨거운 숨결이 해인의 뺨 가까이 흩어졌다.해인이 작은 목소리로 애답했다. “응.”“언제쯤 낳아?”유호의 시선이 해인의 배 쪽으로 내려갔다.해인은 웃음이 나왔다.해인은 자신의 아랫배를 가볍게 쓸어내리면서 말했다.“아직 임신한 지 얼마 안 됐어. 벌써 그렇게 아기를 보고 싶어?”유호는 두 손으로 해인의 뺨을 감싸 쥔 뒤, 다시 진하게 입을 맞췄다.말끝은 흐릿하게 젖어 있었다.“나는 ‘내 큰애기’가 보고 싶은 건데.”‘큰애기.’유호의 입에서 그런 야릇한 호칭이 나올 줄은 해인도 몰랐다.해인의 볼이 단번에 붉게 달아올랐다.말뜻을 조금만 깊이 생각해도 부끄러워 견딜 수가 없었다.‘정말... 이 사람은...’해인
Mehr lesen

제377화

해인의 아버지 강정국과 해인의 두 오빠는 모두 올곧은 사람들이었다.해인의 아버지 강정국과 해인의 두 오빠에게는 분명한 도덕적 기준이 있었고, 돈만 쫓는 사람들은 아니었다.예전에 강씨 가문과 고씨 가문은 함께 친환경차 개발에 뛰어들었다.목적은 분명했다. YD그룹의 외연을 더 크게 넓히기 위해서였다.자동차 사업은 엄청난 자금을 잡아먹었다.핵심 부품을 대는 협력업체도 하나씩 직접 만나서 이야기해야 했고, 조건과 품질을 세심하게 따져 가며 골라야 했다.다행히 그 일은 강정국 혼자 짊어져야 할 몫이 아니었다.고민건 역시 적지 않은 자금을 그 사업에 넣은 상태였고, 당연히 의사결정권도 함께 갖고 있었다.그날 술자리는 원래 고민건이 협력업체를 만나기로 되어 있던 자리였다.그런데 고민건에게 갑자기 일이 생겨 참석하지 못했고, 대신 강씨 가문 사람들이 그 자리에 나갔다.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바로 그 일로 비극이 시작될 줄은...사고가 난 뒤, 주여진은 한동안 고민건을 원망했다.하지만 고민건 역시 괴로워했다.고민건은 주여진 앞에서 자신의 뺨을 몇 차례나 세게 때렸고, 강씨 가문 사람들의 장례도 직접 도맡아 치렀다.강씨 가문과 고씨 가문은 오랜 세월 끈끈한 관계를 이어온 집안이었다.이런 일로 강씨 가문 뒤통수를 칠 이유가 없었다.애초에 두 집안의 협업은 서로에게 이익이 되는 일이었다.사고가 터지면서 자동차 사업은 도중에 완전히 막혀 버렸다.고민건도 손해가 컸다.이전에 넣어 둔 자금은 사실상 허공으로 흩어진 돈이나 다름없었다.주여진은 알고 있었다.진짜 원흉은 따로 있다는 걸.주여진은 녹음기 안에서 들렸던, 그 협력업체 관계자에게 시선을 고정했다.그 남자는 핵심 부품을 공급하던 사람이었다.사고가 났으니 그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는 위치에 있었다.그런데 누가 짐작이나 했겠는가?사고가 워낙 크게 터져서 사회면을 뒤흔들 정도가 되자, 그 협력업체 관계자는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한밤중 자기 아파트에서 뛰어내려 목숨을 끊었다.그 사람이 죽어
Mehr lesen

제378화

가사도우미가 문밖에서 조심스럽게 문을 두 번 두드리며 알렸다.“사모님, 회장님께서 조금 전에 전화하셨어요. 오늘 저녁은 집에서 드신다고 하셨어요.”주여진은 녹음기를 다시 화장함 안에 넣고, 자물쇠를 채웠다.주여진은 거울 속 자신의 얼굴을 가만히 바라봤다.하루가 다르게 늙어 가는 얼굴이었다.남편과 두 아들을 잃고 난 뒤, 지난 십 년 가까운 세월은 하루하루가 너무 길었다.그 시간을 주여진이 어떤 마음으로 견뎌 왔는지, 누가 알기나 할까?남편은 주여진의 사랑이었고, 두 아들은 주여진의 분신과도 같은 아이들이었다.그런 사람들을 한꺼번에 떠나보낸 뒤, 주여진은 세상에서 가장 쓰라린 이별을 삼키며 살아왔다.‘복수라는 말이 없었더라면, 나는 벌써 십 년 전에 남편과 애들 뒤를 따라갔겠지.’어쩌면 오늘이 끝을 내야 하는 날일지도 몰랐다.해인이 주여진을 만나고 난 뒤부터 의심을 품기 시작했다. 엄마로서 주여진은 해인을 이 일에 끌어들이고 싶지 않았다. 그러니 더 늦기 전에 서둘러야 했다.주여진이 문을 열고 나왔다.“갈비는 사 왔니?”가사도우미가 얼른 고개를 끄덕였다. “네. 회장님께서 집에서 식사하시는 날이면 식탁에 탕수갈비가 꼭 올라가잖아요. 사모님도 참 살뜰하세요. 이런 건 저희가 하면 되는데, 늘 직접 하시잖아요.”주여진은 단정한 미소를 지었다. “그거랑은 다르지. 다들 좋아하니까. 집안의 안주인인 내가 해야 할 일이기도 하고. 그런데 태상이는?”“태상 도련님은 일이 있어서 못 들어오실 것 같아요. 오늘은 집에서 식사를 못 하신답니다.”주여진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괜찮아. 내가 조금 있다 다 해 놓으면, 기사한테 시켜서 태상이한테 직접 보내.”가사도우미는 감탄하듯 말했다. “사모님은 정말 다정하세요. 태상 도련님이랑 지안 아가씨를 꼭 친자식처럼 챙기시잖아요.”주여진은 그 말에 그저 웃기만 할 뿐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그날 따라 주여진은 유난히 오래 주방에 머물렀다.혼자 조용히 음식을 하며,
Mehr lesen

제379화

너무 갑작스러운 일이었다.식탁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얼어붙은 듯 굳어 버렸다.가장 먼저 정신을 차린 건 지안이었다.지안은 곧장 달려가 반려견을 품에 안아 들었다.“코코?”반려견은 금방이라도 숨이 끊어질 듯 위태로웠다.네 다리는 허공을 향해 계속 떨리듯 버둥거렸고, 몸도 경련하듯 들썩였다.누가 봐도 이상했다.뭔가 잘못 먹고 탈이 난 상태였다.지안의 얼굴이 굳어졌다.이내 지안은 무언가를 깨달은 사람처럼 주여진을 돌아봤다.지안의 눈에는 선명한 증오가 드러나 있었다.“당신이네.”지안은 이를 악물고 내뱉었다. “당신이 음식에 독을 탔지? 코코가 당신이 만든 갈비 먹고 이 꼴이 된 거잖아!”지안의 고함 같은 추궁을 받아도, 주여진은 아무 표정도 짓지 않았다.한편 예철진은 미처 삼키지 못한 갈비를 황급히 뱉어 냈다.“지안아, 네 어머니를 그렇게 몰아붙이지 마.”예철진의 목소리는 가라앉아 있었지만, 안에는 날 선 기색이 숨어 있었다. “그동안 네 어머니가 우리 집안을 챙겨 온 건 다들 봤잖아.”지안은 붉어진 눈으로 예철진을 쏘아봤다.“몰아붙인다고요? 제가 억지로 뒤집어씌우는 것 같아요?”지안은 품 안에서 점점 힘이 빠져 가는 반려견을 더 꼭 끌어안았다. “코코 입에서 거품 나오는 거 안 보여요? 코코는 원래 건강했어요. 맨날 뛰어다니고 잘 놀았다고요.”“코코가 지금 우리 집안 대신 당한 거예요. 다 살린 거라고요. 아빠가 그렇게 안 무서우시면, 식탁에 있는 갈비 전부 드셔 보세요.”“아줌마가 만든 갈비를 우리가 몇 년을 먹었는데, 어쩌면 우리도 진작에 몸이 망가졌을지 누가 알아요. 다 죽어 가고 있었을지도 모르잖아요!”지안은 울컥한 눈으로 반려견을 안은 채 집 밖으로 뛰어나갔다.주여진의 곁을 스쳐 지나갈 때도, 지안의 목소리에는 저주처럼 차가운 분노가 실려 있었다.“코코한테 무슨 일 생기면, 저 절대 당신 가만 안 둬!!”지안이 사라지자 거실은 갑자기 숨소리조차 크게 들릴 만큼 고요해졌다.예철진은 거실에 있던 가사도우미들
Mehr lesen

제380화

한참이 지나서야 예철진이 겨우 숨을 골랐다.“여진아, 네가 믿든 안 믿든, 지난 세월 동안 내가 너한테 품었던 마음은 진짜였어. 내 인생에서 너 말고 다른 여자를 사랑한 적은 없어.”주여진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눈빛에는 가벼운 비웃음만 담겨 있었다.예철진은 그런 주여진을 잠시 가만히 바라봤다.그러더니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젓가락으로 주여진의 그릇에 반찬을 하나씩 얹기 시작했다.“이렇게 오래 얘기했으니 배고프겠네. 우선 밥부터 먹자.”주여진은 천천히 고개를 돌려 예철진을 봤다.정신이 나간 사람을 보는 눈이었다.‘설마... 이 사람이 정말 음식에 손을 댄 걸 모르는 건가?’그런데 예철진의 얼굴에는 아무 흔들림도 없었다.예철진은 갈비를 주여진의 밥에 올려놓는 데서 그치지 않고, 국물도 두 숟갈 떠서 밥 위에 적셨다.주여진이 끝내 젓가락을 들지 않자, 예철진은 아예 그릇을 손에 들었다.숟가락으로 밥을 떠서 주여진의 입가로 가져왔다.“왜?”예철진의 입가에 묘한 웃음이 걸렸다. “네가 직접 만든 건데 입맛에 안 맞아? 그래도 남김없이 먹어야지.”주여진은 본능적으로 뒤로 물러나려고 했다.하지만 예철진이 곧장 주여진의 턱을 거칠게 움켜쥐었다.국물이 주여진의 입가를 타고 흘러내렸다.볼을 지나 목덜미로 번졌고, 옷깃도 금세 젖어 들었다.주여진은 눈을 크게 떴다.하지만 힘의 차이가 너무 컸다. 주여진에게는 예철진을 밀쳐 낼 만한 기운이 없었다.예철진은 소름이 돋을 만큼 기이한 웃음을 지었다.“왜 피해?”예철진의 눈이 싸늘하게 가라앉았다. “죽더라도 너는 우리 예씨 집안 선산에 묻힐 거야. 여진아, 걱정하지 마. 나는 절대 너를 버리지 않아...”주여진이 필사적으로 몸부림치는 바람에 식탁 위 음식은 전부 바닥으로 쏟아졌다.하지만 예철진은 전혀 아랑곳하지 않았다.예철진은 주여진을 꼼짝 못 하게 붙들어 둔 채, 한 숟갈씩 밥을 떠서 억지로 입안에 밀어 넣었다....“어디가 불편하십니까?”개인병원 진료실 안.가운 차
Mehr lesen
ZURÜCK
1
...
3637383940
...
57
CODE SCANNEN, UM IN DER APP ZU LESEN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