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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3화

مؤلف: 오월이
해인의 몸이 그대로 굳어지면서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그 느낌은 마치 작은 물고기 한 마리가 배 안쪽을 살짝 스치고 지나가는 것 같았다.

‘이게 태동인가?’

해인은 곧바로 똑바로 누웠다.

그녀는 원래 마른 편이었고 체지방률도 낮았다.

게다가 자세 때문인지, 그 미세한 움직임이 더욱 또렷하게 느껴졌다.

분명 태동이었다.

해인은 벅찬 마음에 몸을 일으켜 앉았다.

임신 중이긴 했지만, 초기 입덧을 제외하면 해인은 지금까지 크게 실감하지 못했다.

그런데 지금 이때, 해인은 뱃속에 살아 있는 생명이 있다는 걸 똑똑히 느꼈다.

아이는 심장이 뛰고 움직일 수 있었다.

아이가 해인의 몸 안에서 무럭무럭 자라고 있었다.

이와 동시에 해인의 심장도 빠르게 뛰었다.

‘생명을 품는다는 게 이런 느낌이구나.’

해인은 잠시 최근에 있었던 모든 불쾌한 일들도 잊었다. 벅찬 마음을 유호와 나누고 싶어 입을 열었다.

“유호 씨... 당신 알아? 방금 아기가 내 뱃속에서...”

말을 하다 말고,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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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키워온 장미를 숙적에게 빼앗긴 밤   제446화

    어제 예씨 집안의 저택도 은행에 압류되었고 곧 법원 경매 절차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했다.아마 지금쯤 예씨 집안 저택 전체가 봉쇄되었을 것이다. 태상과 지안은 갈 곳이 없어졌을 테고, 밖에서 월세방을 구했거나 잠시 호텔에 머무르고 있을 가능성이 컸다.태상은 예씨 집안의 아들로 태어나 줄곧 부족함 없이 살아온 사람이었다. 그런 태상이 이런 힘든 생활을 겪어 본 적은 거의 없을 터였다.해인은 태상을 담담하게 한 번 바라본 뒤, 그대로 자리를 떠나려고 했다.“해인 씨.”태상이 뒤에서 해인을 불러 세웠다.해인은 미간을 살짝 좁혔다. 차분한 목소리로 물었다.“무슨 일이세요?”“해인 씨...”태상의 시선이 천천히 아래로 향하더니 해인의 손에 들린 아기용품 쇼핑백에 닿았다.“쇼핑하러 나오셨습니까?”“네.”“제가 드리고 싶은 게 있습니다.”태상은 그렇게 말하며 서둘러 뭔가를 꺼냈다.해인은 미간을 더 깊게 찌푸렸다.해인과 태상은 서로 선물을 주고받을 사이가 아니었다. 더구나 두 집안 사이에는 도저히 씻을 수 없는 원한이 있었다.하지만 태상의 손은 빨랐다. 어느새 작은 상자 하나가 해인의 손에 쥐어졌다.해인은 상자 안을 확인하지도 않고 바로 태상에게 돌려주었다.해인은 잊지 않았다. 얼마 전 예씨 집안 저택에 가서 어머니의 유품을 정리하던 날, 문밖에서 태상과 지안이 나누던 대화를 들었다.태상은 해인을 좋아하고 있었다.그 사실을 아는 이상... 해인은 태상이 건네는 선물을 받을 수 없었다.“필요 없습니다.”해인의 목소리는 담담했다.“저는 부족한 게 없어요. 이건 예태상 씨가 가져가세요.”“하지만 이건...”태상은 다급해졌다. 상자를 열어 보이려 했다.해인이 다시 차갑게 말을 끊었다.“무엇인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중요한 건, 제가 왜 예태상 씨 물건을 받아야 하느냐는 거예요.”해인의 눈빛은 얼음처럼 차가웠다.태상은 해인이 자신을 이렇게 대하는 모습을 처음 보았다.그는 잘 알고 있었다. 전부 아버지 때문이었다. 해인은 예철

  • 키워온 장미를 숙적에게 빼앗긴 밤   제445화

    해인은 솔직하게 말했다.“내가 보기엔 유호 씨가 완전히 다른 사람처럼 변한 것 같아. 예전에는 차희정을 싫어하는 게 표정에 다 드러났거든. 그런데 지금은...”해인은 잠시 멈췄다가 다시 말을 이었다.“또 어젯밤에 이야기해 보니까, 유호 씨가 우리 사이에 있었던 일들을 기억하지 못하는 것 같았어.” “내 생각엔 유호 씨가 나를 잊은 것 같아. 게다가 나에 대한 오해는 전부 차희정이 옆에서 부추기면서 주입한 것 같고.”승아는 들을수록 황당하다는 표정이 되었다.“다른 사람들은 다 기억하는데, 딱 너희 둘의 과거만 잊었다고? 차희정을 그렇게 싫어하던 사람이 차희정 말에 휘둘리고?”해인이 고개를 끄덕였다.승아는 끝까지 듣고 나서도 믿기 어렵다는 듯 말했다.“말이 돼? 세상에 무슨 사랑을 잊게 하는 약이라도 있는 것도 아니고. 차희정이 한 대표한테 무슨 부적이라도 붙였어? 아니면 이상한 주술이라도 걸었나?”해인은 눈을 내리깔았다.승아가 말한 것들은 전부 근거 없는 추측이었고 가능성도 거의 없었다.승아가 다시 말했다.“아니면 한 대표가 너한테 질려서, 너한테서 벗어나려고 일부러 저러는 건 아닐까?”‘정말 그런 건가?’해인은 말없이 가라앉았다.해인을 바라보는 승아의 눈에는 안쓰러움이 담겨 있었다. 절친이 사랑 때문에 상처받는 건 원하지 않았다. 게다가 해인은 지금 아이까지 품고 있었다.“해인아, 너도 네 생각을 해야 해. 무슨 일이든 마음의 준비는 해 두는 게 좋아.”승아의 말은 분명했다.마지막에 사람도 잃고 가진 것까지 잃는 상황을 조심하라는 뜻이었다. 미리 대비해 두라는 뜻이기도 했다.역시 진짜 친구였다. 도울 수 있는 건 전부 도와주고 있었다.승아는 회사에서 걸려 온 전화를 받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급히 취재하러 가야 할 소식이 생긴 듯했다.떠나기 전, 승아는 명함 한 장을 해인의 손에 쥐여 주었다.해인은 명함을 내려다보면서 눈빛이 깊어졌다.그리고 승아와 시선을 마주친 뒤, 말없이 명함을 가방 안에 넣었다.승아는 한숨을

  • 키워온 장미를 숙적에게 빼앗긴 밤   제444화

    다음날 아침.해인이 눈을 떴을 때, 방 안에는 해인 혼자만 남아 있었다.영지가 방 정리를 하러 들어왔다.“작은 사모님, 대표님은 아침 일찍 식사하시고 다시 사당에 가셔서 무릎을 꿇고 계세요.”한원랑은 사흘을 꿇으라고 했다면 정말 사흘을 채우게 하는 사람이었다. 그래도 유호가 밤에는 방으로 돌아와 제대로 쉴 수 있게 한 것만으로도 이미 드문 양보였다.고개를 끄덕인 해인이 아침을 먹으며 말했다.“영지야, 나 이따 밖에 좀 다녀오려고.”영지가 곧바로 말했다.“그럼 저도 같이 갈게요.”영지는 해인에게 무슨 일이 생길까 걱정했다. 지금 해인은 임신 중이었다. 곁에 누군가 붙어 있는 편이 아무래도 나았다. 해인을 잘 돌보는 것이 영지의 일이기도 했다.해인은 잠시 생각했다. 자신과 비슷한 나이의 영지가 한씨 가문에서 알바를 하며 보름 넘게 자기 곁에만 붙어 있었으니, 밖에도 제대로 못 나가고 답답했을 터였다.그래서 시원하게 고개를 끄덕였다.해인과 함께 외출할 수 있다는 말에 영지도 웃음을 터뜨렸다....디저트 카페 안.해인은 딸기 무스케이크를 하나 주문했다. 한 입, 또 한 입 케이크를 먹는 영지의 입가에는 생크림이 잔뜩 묻어 있었다.두 사람 맞은편에 앉아서 영지의 아이 같은 모습을 바라보던 승아가 다시 해인을 보았다.“해인아, 이 애가 진짜 권영자 어르신이 너 돌보라고 붙여 준 돌봄 아가씨야?”보기에는 영지 쪽이 오히려 돌봄이 필요해 보였다.영지는 입술을 핥았다. 자기 행동이 적절하지 않았다는 걸 알아차렸는지, 아쉬운 표정으로 케이크를 먹던 포크를 내려놓았다. 하지만 눈은 여전히 눈앞의 디저트에 꽂혀 떨어질 줄 몰랐다.“영지는 아직 어리잖아. 한창 클 나이야.”해인은 괜찮다는 뜻으로 영지에게 계속 먹으라고 눈짓했다. 거기서 그치지 않고 치즈케이크와 딸기찹쌀떡까지 추가로 주문했다.“부족하면 더 시켜. 이건 전부 네 거야.”영지는 뜻밖의 호의에 어쩔 줄 몰라 했다. 입으로는 ‘너무 많아요’라고 말하면서도, 손은 딸기찹쌀떡

  • 키워온 장미를 숙적에게 빼앗긴 밤   제443화

    해인의 몸이 그대로 굳어지면서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그 느낌은 마치 작은 물고기 한 마리가 배 안쪽을 살짝 스치고 지나가는 것 같았다.‘이게 태동인가?’해인은 곧바로 똑바로 누웠다. 그녀는 원래 마른 편이었고 체지방률도 낮았다. 게다가 자세 때문인지, 그 미세한 움직임이 더욱 또렷하게 느껴졌다.분명 태동이었다.해인은 벅찬 마음에 몸을 일으켜 앉았다.임신 중이긴 했지만, 초기 입덧을 제외하면 해인은 지금까지 크게 실감하지 못했다. 그런데 지금 이때, 해인은 뱃속에 살아 있는 생명이 있다는 걸 똑똑히 느꼈다.아이는 심장이 뛰고 움직일 수 있었다. 아이가 해인의 몸 안에서 무럭무럭 자라고 있었다.이와 동시에 해인의 심장도 빠르게 뛰었다.‘생명을 품는다는 게 이런 느낌이구나.’해인은 잠시 최근에 있었던 모든 불쾌한 일들도 잊었다. 벅찬 마음을 유호와 나누고 싶어 입을 열었다.“유호 씨... 당신 알아? 방금 아기가 내 뱃속에서...”말을 하다 말고, 해인은 뭔가를 깨달은 듯 입을 다물었다. 눈길도 다시 아래로 향했다.바닥에 누운 유호는 이미 깊이 잠들어 있었다. 남자의 손등은 눈가에 가볍게 얹혀 있었고, 숨소리는 아주 고르게 이어졌다.해인의 들뜬 마음을 유호는 알지 못했다. 당연히 같은 감정을 느낄 리도 없었다.생각해 보면 그럴 수밖에 없었다. 유호는 남자였다. 임신한 쪽은 유호가 아니었다. 아이와 이어진 이 묘한 감각을 어떻게 온전히 이해할 수 있을까?더구나 지금 유호가 해인을 대하는 태도를 생각하면, 기뻐하지 않을지도 몰랐다.해인은 한때 유호와 함께 아이가 자라는 모든 시간을 지켜보는 상상을 했다. 유호는 어릴 때 아버지의 사랑을 제대로 느껴 보지 못했지만, 그래서 오히려 좋은 아빠가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유호가 잃어버린 아버지의 빈자리를, 두 사람의 아이에게 모두 채워 줄지도 모른다고 믿었다.하지만 이제 해인은 확신할 수 없었다.해인의 조용한 시선이 유호에게 닿았다. 유호가 덮은 이불이 제대

  • 키워온 장미를 숙적에게 빼앗긴 밤   제442화

    유호가 소리 없이 웃었다.“때려 놓고 사과까지 하네. 너 꽤 예의 바른데?”며칠 동안 쌓인 서러움과 눌러 둔 감정 때문에 해인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고개를 든 해인이 유호를 바라보며 물었다.“한유호, 당신이 나한테 아무 느낌도 없다면, 내 배는 어떻게 이렇게 부른 건데?”‘처음에 온갖 방법을 써 가며 내 침대에 올라오려 했던 사람은 누구였어?’‘그런데 이제 와서 옷을 다 벗고 서 있어도 아무 느낌이 없다는 식의 모욕적인 말을 하다니.’해인은 방금 그 한 대로는 부족했다는 생각까지 들었다.유호의 목소리는 조용히 가라앉았다.“어떻게 부른 건지는 네가 더 잘 알겠지.”희정은 유호에게 말했다. 해인이 온갖 수를 써서 유호와 결혼했고, 아이가 생긴 과정도 떳떳하지 않을 거라고.‘그럼 아이가 대체 어떤 식으로 생겼겠어?’‘굳이 내가 직접 까발려야 하나?’‘강해인... 부끄러움도 없는 건가?’해인은 할 말을 잃었다. 정말로 유호의 이렇게 막 나가는 태도에 마음이 다쳤다.하지만 지금 뱃속에 아이가 있다는 사실을 떠올리자, 해인은 몇 번이나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억지로라도 마음을 가라앉혀야 했다.유호를 잠시 바라보던 해인이 문득 말했다.“맞아. 멍청이한테 당한 거지.”그 말을 끝으로 해인은 유호의 존재를 완전히 무시했다. 곧장 이불을 끌어당겨 침대에 누운 몸을 빈틈없이 감쌌다. 유호를 보지 않으면 마음이라도 덜 어지러울 것 같았다.유호는 해인을 노려보면서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멍청이한테 당했다고? 지금 돌려서 나를 멍청이라고 하는 건가?’‘역시 짧은 시간 안에 까다로운 우리 집안 사람들을 전부 자기 편으로 만든 여자답게, 강해인에게는 힘도 있고 수단도 있네.’‘저렇게 당당한 태도만 봐도, 강해인은 결코 만만하게 눌릴 여자가 아니야.’‘남자를 다루는 기술 역시 분명히 있을 테니까.’유호는 이런 상황에서 해인과 한 침대에 누울 생각이 없었다.여기가 본가인데 그렇다고 거실에 나가 잘 수도 없었다. 그러면 내일 아침, 유호가 해인

  • 키워온 장미를 숙적에게 빼앗긴 밤   제441화

    잠시 말없이 서 있던 해인은 창문을 열고 방 안에 남은 담배 냄새를 빼냈다....거실.유호는 입술에 담배 한 개비를 문 채 대문을 밀고 나갔다. 걸음을 옮기며 주머니에서 라이터를 꺼내려던 참이었다.하지만 큰 키에 체격이 좋은 경호원 두 명이 유호 앞을 막아섰다.“대표님, 아직 사흘이 지나지 않았습니다. 회장님께서 그동안은 한씨 가문 대문 밖으로 나가실 수 없다고 하셨습니다.”명령이 빠르게 내려온 모양이었다.유호는 차갑게 가라앉은 얼굴로 경호원을 노려보았다. 시선은 날카로웠다.“담배 한 대 피우는 것도 안 된다는 거야?”경호원은 압박을 느낀 듯 고개를 숙였다. 유호와 눈을 마주치지는 못했지만, 몸은 정직하게 유호 앞을 막고 있었다.유호는 싸늘하게 굳어진 얼굴로 다시 돌아서서, 옷깃을 거칠게 잡아당겼다. 갑자기 치밀어 오른 짜증을 가라앉히려는 듯했다. 입에 물고 있던 담배도 아무렇게나 쓰레기통에 던져 넣었다.자기 집에서 담배 한 대 피우는 것도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여자는 정말 귀찮아.’‘임신한 여자는 더 귀찮고.’한밤중에 거실에서 계속 서성일 수도 없는 일이었다. 유호는 다시 걸음을 옮겨 위층 방으로 돌아갔다.손을 뻗어 방문을 밀었지만 문은 안에서 잠겨 있었다.유호의 미간이 곧바로 구겨지면서 손을 들어 문을 두 번 두드렸다.“누구세요?”해인은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손을 뻗어 침대 옆 스탠드를 켜자, 부드러운 빛이 방 안을 감쌌다.보통 이 시간에는 한씨 가문 사람은 아무도 해인의 휴식을 방해하지 않았다.“나.”유호는 태연하게 문밖에 서 있었다. 한 손을 문틀에 기대고 선 모습이 어딘가 느긋해 보였다.“무슨 일 있어?”해인은 입술을 살짝 다문 채 침대에서 내려오지 않았다. 문밖을 향해 목소리를 높여 물었다.유호의 눈빛이 어둡게 가라앉았다.‘정말 모르는 걸까, 아니면 모르는 척하는 거야?’‘이 늦은 밤에 할 일이 뭐가 있겠어?’‘당연히 자러 온 거지.’한참을 기다려도 밖에서 대답이 들리지 않자, 해인은

  • 키워온 장미를 숙적에게 빼앗긴 밤   제91화

    [오빠, 사모님 생신은 잘 치르셨어요? 제가 사모님 드리려고 준비한 선물, 오빠가 대신 전해주셨어요?]예주가 이소정을 위해 준비한 건 브로치였다.급여가 많지 않은 예주에게는 반년치 저축을 몽땅 써야 살 수 있는 물건이었다.물론 그 선물은 전해지지 않았다.이소정은 애초에 예주를 탐탁지 않게 여겼고, 예주의 선물을 받을 리도 없었다.태겸은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너 임신했어?”전화기 너머에서 예주는 잠깐 멈칫하는 기색이었다.[해인 언니가 오빠한테 말했어요?]태겸의 목소리가 단단히 가라앉았다.“너 임신했냐고. 누구 애

  • 키워온 장미를 숙적에게 빼앗긴 밤   제86화

    다음 날.해인은 학교에 들렀다.손에는 선물 봉투를 들고, 학교 서북쪽 근처에 있는 아파트로 향했다.익숙한 듯 계단을 올라 3층에 도착했다.외벽에는 초록색 담쟁이덩굴이 빼곡하게 얽혀 있어서 분위기는 제법 멋스러웠지만, 오래된 흔적까지 가릴 수는 없었다.붉은 벽돌과 푸른 기와가 남아 있는 건물 전체가 세월을 그대로 품고 있었다.고층 건물이 빽빽하게 들어선 B시에서, 이곳만은 마치 잊힌 구역 같았고, 시간도 이곳에서는 느리게 흐르는 듯했다.학생 시절, 해인은 신미주 교수의 집에 자주 밥을 얻어먹으러 왔었다.하지만 졸업 후에

  • 키워온 장미를 숙적에게 빼앗긴 밤   제85화

    유호는 담담하게 말했다.“끊을게.”...클럽.핸드폰에서 통화 종료음이 울렸지만, 대현은 한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누군가 옆에서 놀리듯 말했다.“대현아, 왜 그래? 전화 한 번 하더니 혼이 다 나간 것 같네. 혹시 네 애인이 도망이라도 갔냐?”주변에서 웃음이 터졌다.말을 꺼낸 사람을 노려보던 대현이 웃으면서 욕을 했다.“지랄하지 마. 내 명예에 먹칠을 할 소리 하지 말고. 무슨 애인이야. 유호야, 유호. 그 자식한테 와이프가 생겼어.”말이 떨어지자마자, 주변이 일제히 조용해졌다.그 충격은 혜성이 지구에 충돌하는

  • 키워온 장미를 숙적에게 빼앗긴 밤   제84화

    오늘 저녁, 해인은 승아와 꽤 오래 이야기를 나눴다.승아는 연예와 재계 쪽을 오래 파온 기자였다. 한씨 가문에 대해, 해인이 몰랐던 이야기들도 많이 알고 있었다.승아의 말에 따르면, 당시 유호가 한씨 가문을 떠나게 된 건 스스로의 선택이 아니었다.유호의 아버지가 직접 보냈기 때문이다.유호가 모터사이클 대회에 참가한 뒤였다.아들이 자신의 뜻을 거슬렀다고 여긴 유호의 아버지는 분노한 끝에 유호를 군대로 보내 버렸다.그 군부대에는 유호 아버지의 지인이 있어서, 유호를 혹독하게 굴리도록 했다.거의 8년 가까이 유호는 집에 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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