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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0화

작가: 오월이
의사는 해인이 아이를 낳은 뒤 계속 침대에만 누워 있으면 안 된다고 했다. 혈전 예방을 위해 조금씩 움직여야 한다고 했다.

오후가 되자, 해인은 산후도우미의 부축을 받으며 천천히 소아병동으로 향했다.

조우는 자신을 돌보는 가사도우미들에게 등을 돌린 채 화를 내고 있었다.

“안 먹는다고 했잖아. 다 치워!”

곁의 가사도우미가 달래듯 말했다.

“도련님, 어젯밤부터 아무것도 안 드셨잖아요. 벌써 하루가 지났어요. 아직 한창 커야 할 나이인데요.”

조우는 그동안 버릇없이 자라 제멋대로 구는 데 익숙했다.

어릴 때부터 조우를 돌본 가사도우미들도 자연스럽게 그 성질을 받아 주었다.

조우가 소리쳤다.

“안 먹어! 굶어 죽어도 아무도 나 안 볼 거잖아. 아무도 나 신경 안 써!”

이렇게 어린아이가 아프면 부모가 옆에 있어야 했다.

하지만 조우 곁에 있는 사람은 한씨 집안의 가사도우미들뿐이었다.

그 말을 듣고 해인은 문밖을 지키는 경호원에게 물었다.

“아버님은 조우 보러 안 오셨어요?”

경호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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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키워온 장미를 숙적에게 빼앗긴 밤   제690화

    대답을 확인한 해인의 마음은 알 수 없이 가라앉았다.‘역시 그랬구나.’고민건과 인연이 있던 건... 해인의 양부 강정국이었다.하지만 강정국과 두 아들도 모두 세상을 떠났다. 사람이 죽고 나면 남은 인연도 자연스레 희미해지듯, 고민건의 마음속에서 강정국 일가와의 옛정 역시 서서히 바래 갔다.고민건이 정원에서 태겸에게 말한 것처럼, 고민건은 강정국에 진 빚은 지난 시간 동안 이미 다 갚았다고 여기는지도 몰랐다.그렇기에 더더욱 한씨 집안을 봐줄 이유도 없었다. 두 집안은 처음부터 경쟁자였으니까.해인의 표정이 어두워졌다.그리고 누군가가 자기를 뒤에서 찌른 것 같은 기분이었다.고민건이 사업가로서의 입장에 서서 한 결정이라는 건 해인도 분명히 알았다. 그 결정이 잘못된 것도 아니었다.다만 마음이 그저 좀 편치 않았다.유호는 해인의 표정을 가만히 살피다가, 손바닥으로 그녀의 뒤통수를 부드럽게 쓰다듬어 주었다.유호는 아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왜 기분이 가라앉았는지 다 잘 알고 있었다.이어 입술이 해인의 이마에 닿았다. 그 시선엔 사랑과 안쓰러움이 깊게 어렸다.“여보, 너한테 내가 있잖아.”그 짧은 한마디는 먹구름 사이로 비친 한 줄기 햇살처럼, 해인의 어두웠던 마음에 희미한 빛을 드리웠다.해인은 오랫동안 고민건 부부와 함께 지냈다. 비록 태겸과의 관계는 끝났지만, 고민건 부부와 쌓인 정까지 한순간에 끊어낼 수는 없었다.해인에게 고민건 부부는 가족이나 다름없는 존재였다.그리고 고민건은 해인이 자라는 모습을 곁에서 지켜본 어른이기도 했다.그런데 오늘 고씨 저택에서 들은 그 말들 때문에 해인은 새삼 깨달았다. 즉, 어떤 사람들은 함께 걸을 수 있는 길이 정해져 있고, 때가 되면 서로 멀어지게 된다는 운명이라는 사실을...유호도 해인에게 평생 곁에 있겠다는 거창한 약속을 하지 않았다. 그저 ‘너한텐 내가 있다'고 말했을 뿐이었다.그 말은 언제 어디서든 유호가 해인 뒤에서 조용히 지키고 있겠다는 뜻처럼 들렸다.짧은 말이었지만 해인에

  • 키워온 장미를 숙적에게 빼앗긴 밤   제689화

    KH그룹 대표실.해인이 대표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정장을 단정하게 차려입은 유호가 책상 앞에 앉아 있는 모습이 한눈에 들어왔다.통유리 창문 밖에서 들어온 햇빛이 비스듬히 유호를 감싸고 있었다. 남자의 모습에 부드러운 빛이 얹혔다.유호는 고개를 숙인 채 서류를 보고 있었다. 뚜렷한 손마디 사이에는 검은색 만년필이 들려 있었다.집에서 편안한 모습만 보다가 이렇게 단정한 업무 모드의 유호를 보자, 해인의 입가가 저절로 올라갔다.유호는 무척 집중해서 서류를 보고 있었기에, 문이 열리는 소리에도 주헌이 서류를 가져온 줄로만 알았다.한참 동안 주헌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자, 유호가 그제야 의아한 듯 고개를 들었다.두 사람의 눈이 마주쳤다.해인은 어느새 유호 앞까지 와 있었다. 눈가에는 웃음이 어려 있었고, 손에는 핸드폰을 들고 있었다. 아무래도 유호를 몰래 찍는 듯한 모습이었다.유호의 입꼬리가 바로 부드럽게 휘어지면서 눈빛은 녹아내릴 만큼 다정해졌다.“몰래 찍을 필요 없는데. 말만 하면 마음껏 찍게 해 줄게. 갑자기 웬일이야?”해인은 손에 든 도시락 가방을 흔들었다.“같이 점심 먹으러 왔어. 놀랐어? 반갑지?”당연히 반가웠다. 유호가 만년필을 내려놓고, 깊은 눈동자로 해인의 얼굴을 응시했다.“나 보고 싶었어?”KH그룹에서 YD그룹까지는 그리 가까운 거리가 아니었다.도시락을 식탁에 내려놓은 해인이 손을 뻗어 유호의 허리를 와락 끌어안았다.“응.”해인은 유호의 품에 기대 익숙한 향기를 천천히 들이마셨다. 마음이 조금씩 가라앉았다.요즘 유호는 아침 일찍 나가 밤늦게 돌아왔다. 해인은 자신도 YD그룹을 막 맡아서 매일 늦게 귀가한다고 생각했다.그러나 유호는 그보다도 더 늦었다. 거의 해인이 잠든 뒤에야 침대 반대편에 누웠다.그래도 매일 아침 식탁 위엔 유호가 직접 부쳐 둔 계란프라이가 어김없이 놓여 있었다.해인은 자기를 향한 유호의 사랑을 느꼈고, 한편으론 남편의 몸이 버텨 줄지 걱정도 되었다.유호는 해인의 손목을 잡아 품 안으로

  • 키워온 장미를 숙적에게 빼앗긴 밤   제688화

    해인이 미간을 찌푸리면서 서재에서 나왔다.바깥에서 바람이라도 좀 쐬고 싶었다. 탁 트인 곳에 있는 게 알레르기원과의 거리를 두기에도 더 좋았다. 그런데 정원으로 몇 걸음 채 떼기도 전에, 태겸과 고민건이 나누는 대화가 들려왔다.태겸의 목소리였다.“저는 그냥 감정적으로 군 거 아니에요. 그냥 해인이 얼굴만 한 번 보고 싶었을 뿐이에요.”고민건이 낮은 소리로 꾸짖었다.“내가 이미 말했지. 너희는 안 돼. 태겸아, 해인이는 한씨 집안으로 시집갔다. 이제 한씨 집안 사람이야. 예전처럼 어릴 때부터 붙어 지내던 사이가 아니란 말이야.”“지금 해인이는 네 반대편에 서 있어. 반대편이라는 게 무슨 뜻인지 모르겠느냐?”“우리 집안의 후계자라면 네가 생각해야 할 건 하나다. 이번 KH그룹 화재 사고를 기회로 삼아 부정적 여파를 최대한 키워라.”“그 틈에 시장 점유율을 우리 쪽으로 끌어오고, 회사를 한 단계 더 도약시켜야지.”태겸은 눈을 크게 떴다.“아버지도 해인이 좋아하셨잖아요. 친딸처럼 여기셨잖아요. 그런데 어떻게 그런 말씀을 하세요?”고민건은 그래도 차분히 설명을 이어 갔다.“나는 사업가다. 비즈니스 세계는 곧 전쟁터야. 네가 연애에 눈이 멀어 우리 회사 주가를 줄줄이 끌어내렸을 때, 한씨 집안 그 부자가 우리를 봐줬을 것 같아?”“이미 손에 쥔 시장을 그쪽이 순순히 우리에게 내줬을 것 같아? 그쪽도 우리를 밟고 올라섰어. 나도 내가 해야 할 결정을 내릴 뿐이다.”태겸이 이를 악물었다.“그래도... 해인이 아버지랑 두 오빠가 예전에 아버지 때문에 돌아가셨잖아요. 이렇게 하시면 해인이가 알았을 때 얼마나 상처를 받을지 생각 안 하세요?”고민건도 바로 반박했다.“상처받지 않아. 우리가 도와주지 않았다면 YD그룹은 오래전에 사라졌을 거다. 해인이 아버지와 오빠들이 나 때문에 죽은 건 맞다.”“하지만 나도 해인이를 키웠고, YD그룹을 손대지 않고 그대로 돌려줬다. 다른 사람이었다면 보호자 노릇을 하며 그 재산부터 노렸을 거야.”그 뒤에도 부자는

  • 키워온 장미를 숙적에게 빼앗긴 밤   제687화

    보온병을 들고 서재로 들어온 고민건이 곧바로 해인을 보며 물었다.“한씨 집안 일 때문에 온 거지?”해인이 살짝 멈칫했다.고민건은 반평생 넘게 살아온 사람이었다. 비즈니스 세계에서 그 오랜 세월을 굴러 온 만큼, 해인 정도의 잔머리는 단번에 꿰뚫어 봤을 터였다.해인은 고개를 끄덕였다.고민건은 차를 한 모금 마시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소문은 들었다. 한씨 집안 주가가 꽤 떨어졌다더구나. 그래도 큰 집안은 쉽게 무너지지 않아. 한원랑 회장도 서두르지 않는데, 네가 왜 먼저 조급해하니?”말 뜻은 즉, 이 일은 해인이 나설 일이 아니라는 뜻이었다.고민건이 이어 말했다.“만약 네가 KH그룹이 무너질까 봐 걱정하는 거라면, 전혀 그럴 필요 없어. 한씨 집안의 그 부자는, 둘 다 만만한 인물이 아니야.”“다만 이 기회에 네가 YD그룹을 돌려받은 건 잘된 일이지. 나는 그 부자가 자기들 사업판을 넓히려고 YD그룹까지 삼켜 버릴까 걱정을 했었어.”이 말은 듣기엔 한마디 한마디가 어른이 해인을 위해 걱정해 주는 진심 같았다.그러나 최근 겪은 일이 많아서일까... 해인은 조금 달라졌다. 그 안에서 묘한 의도를 읽어냈다.‘왜... 이간질처럼 들리지?’그저 자신이 예민해진 것이길 바랐다.고민건이 책장에서 책 두 권을 꺼내 해인 앞에 놓았다.“돌아가서 한번 보거라. YD그룹 운영에 도움이 될지도 모르니까.”해인이 그 의미를 헤아릴 새도 없이, 바깥의 현관문이 크게 닫히는 소리가 들렸다. 태겸이 차에서 내린 뒤 급히 걸어오고 있었다.서재 창문은 열려 있었다.2층에 서 있던 해인은 아래쪽 정원에서 들려오는 태겸의 목소리를 또렷이 들을 수 있었다.“해인이는?”이소정이 답했다.“네 아버지랑 서재에서 이야기 중이야.”태겸은 곧장 안으로 들어오려고 했다.이소정이 미간을 찌푸리면서 물었다.“오늘 아침에 그룹에서 중요한 회의 있다며. 이 시간에 왜 돌아왔어?”태겸이 슬리퍼를 갈아 신으며 답했다.“그 회의 별로 중요한 거 아니야.”이소정이 갑자기 무

  • 키워온 장미를 숙적에게 빼앗긴 밤   제686화

    이소정은 최근 줄곧 태겸의 맞선 자리를 마련해 보려고 애쓰고 있었다.그런데 해인에게 차인 뒤로 태겸은 지안과 잠깐 만난 적이 있을 뿐이었다. 그 짧은 연애도 해인에게서 버림받은 뒤의 답답함을 풀기 위한 것처럼 보였다.이제 와선 해인은 아이까지 있는데, 태겸은 여전히 노총각 신세였다. 이소정의 속이 타들어 가는 게 당연했다.해인은 그저 웃을 뿐 답하지 않았다. 태겸을 설득할 입장이 자기한테 어디 있을까?십여 분 뒤, 고민건이 작은 푸들을 한 마리를 끌고 바깥에서 들어왔다.“이제야 왔네. 누가 왔는지 봐.”이소정의 말이었다.고민건이 미처 말을 꺼내기도 전에, 막 목줄이 풀린 푸들이 해인을 향해 달려들었다.푸들은 무척 신난 듯 해인의 바짓단을 물고 놓지 않은 채, 해인의 몸에서 나는 낯선 냄새를 자꾸 킁킁거렸다. 그러더니 해인을 향해 두어 번 짖기까지 했다.“해인아, 놀라지 마. 강아지가 사람을 좋아해서 그래.”이소정이 푸들을 타일렀다. 때마침 가사도우미가 다가와 급히 푸들을 안고 물러났다.해인은 고민건을 향해 일어나 인사했다.“회장님.”고민건은 고개를 끄덕였다.“갑자기 무슨 일이야?”입술을 살짝 다문 해인은, 이소정을 한 번 흘끔 본 뒤 입을 열었다.“제가 요즘 YD그룹을 직접 맡기 시작했습니다. 회장님께 회사 경영에 대해 여쭤보고 조언도 듣고 싶어서 왔습니다.”예전에는 YD그룹을 주로 태겸이 대신 관리해 주었다.고민건은 말없이 안으로 들어가며 답했다.“조언이라고까지 할 건 없지만, 회사 운영 경험 정도는 말해 줄 수 있겠지.” “서재에 책도 몇 권 있으니 읽어 보면 도움이 될 거야. 내 서재에서 기다려라. 차 한 잔 마시고 곧 갈 테니까.”해인은 고개를 끄덕이고 2층에 있는 고민건의 서재로 향했다.거의 1년 만에 다시 찾은 이곳은 많이 달라진 듯했다.분명 예전과 같은 집이었다. 그런데 안팎의 분위기가 모두 달랐다. 가구 배치도, 장식도 바뀌어 있었다.고민건은 오래된 것을 쉽게 버리지 않는 사람이었다. 해인이

  • 키워온 장미를 숙적에게 빼앗긴 밤   제685화

    아침 식사를 마친 유호는 회사로 향했다.연일 유호는 무척 바쁜 듯, 집에 돌아올 때면 한밤중이었다.해인은 알고 있었다. 유호가 화재 사후 처리를 하느라 분주하다는 걸.이번 화재는 크다면 크다 할 수 없지만, 손실은 분명했다. KH그룹의 수백억 원대 프로젝트 자료 몇 건이 마침 그곳에 임시 보관되어 있었다.그 자료들은 이미 회사 직인이 찍힌 원본이었지만 지금은 거의 잿더미가 되었다. 아무리 전산본을 다시 출력한다 해도 상대 회사가 원본과 같은 효력을 인정해 줄지는 알 수 없었다.그 일의 영향으로 KH그룹 주가도 며칠째 함께 떨어졌다.유호는 해인이 YD그룹을 되찾도록 일부러 사람을 보내 인수인계까지 돕도록 했다.해인이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로 회사를 받는 것과 달리, 유호가 보낸 사람은 경험이 많았다. 주의해야 할 점과 YD그룹이 현재 진행 중인 프로젝트를 하나하나 정리해 알려주었다.막 회사를 맡기 시작한 해인은 한동안 정신이 없었다. 그렇게 분주하게 지내다 보니 어느새 일주일이 지나 있었다.그날 아침, 해인은 평소처럼 일찍 집을 나서 회사로 향했다.하지만 차 안에서 흘러나오는 라디오 방송을 듣고 미간을 찌푸렸다.그제야 해인은 KH그룹 화재의 파장이 생각보다 크다는 걸 알았다. 라디오 경제 프로그램에서 따로 특집 코너까지 마련해서 다룰 정도였다.해인은 방송을 끝까지 듣는 내내 찌푸린 눈썹을 펴지 못했다. 방송이 끝나자 핸드폰을 꺼냈다.그녀는 최근 바빠서 뉴스를 제대로 확인하지 못했다. 이제야 보니 KH그룹 주가가 생각보다 훨씬 많이 떨어져 있었다.유호가 왜 서둘러 YD그룹을 해인에게 돌려주려 했는지 알 것 같았다.유호는 정말 해인을 끌어들이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해인은 앞쪽 운전석을 향해 말했다.“앞 사거리에서 유턴해 주세요. 고민건 회장 댁으로 가주세요.”기사는 오래전부터 유호 곁에서 일한 사람이었다. 해인이 다시 일을 시작하자 유호가 해인의 출퇴근을 맡기기 위해 붙여 준 기사였다.기사도 잠시 자신이 잘못 들었나 싶어

  • 키워온 장미를 숙적에게 빼앗긴 밤   제7화

    해인은 말문이 막혔다.오늘의 유호는 그날의 단정한 군복 차림과는 전혀 다른 인상이었다. 해인 앞에 있는 유호는 검은 셔츠의 단추를 풀어 헤친 상태였고, 언뜻 드러나는 가슴 근육의 선이 거친 생기를 더했다.해인이 앉은 자리에서는 그 모습이 또렷하게 보였다.‘음... 한유호... 몸은 정말 좋네...’유호가 고개를 살짝 돌리며 별생각 없는 듯 물었다.“손은 왜 다쳤어?”해인은 멈칫했다. 고개를 숙이고서야 언제 그랬는지 모를 새, 유리컵에 베인 손바닥에서 선혈이 번져 나온 것을 알아챘다.입술을 살짝 다문 해인은 손등을 위로

  • 키워온 장미를 숙적에게 빼앗긴 밤   제6화

    해인은 뒤로 밀리면서 중심을 잃었다.태겸은 뒤쪽에서 급히 끼어들었고, 그때의 반동으로 깨진 유리컵의 날이 해인의 손바닥을 파고들었다.손끝에서 전해지는 통증이 너무나 선명해서 해인은 미간을 찌푸렸다.예주 앞을 가로막고 선 태겸이 난처한 표정으로 해인을 바라봤다.“이게 뭐 하는 거야? 예주는 내가 부른 것도 아닌데, 이렇게까지 할 필요 있어?”그 말을 듣자 해인은 쥐고 있던 컵을 바닥에 떨어뜨렸다. 눈가가 젖은 채 태겸을 향해 말했다.“내가 난리야? 고태겸, 하예주가 방금 무슨 말을 했는지 한 번이라도 들어볼 생각은 있어?”

  • 키워온 장미를 숙적에게 빼앗긴 밤   제5화

    말을 꺼낸 사람은 윤준이었다.태겸의 오래된 친구였고, 오늘 이 자리를 만든 당사자이기도 했다.윤준이 웃으며 말했다.“무슨 일이 있든 오늘만큼은 잠깐 접어 둬. 오늘은 내 여자친구 생일이잖아. 내 체면 좀 세워줘.”곧바로 맞장구가 이어졌다.“맞아. 태겸이 마음속엔 늘 해인 씨밖에 없는 거 다들 알잖아. 둘 사이가 얼마나 좋은데. 해인 씨랑 조금만 삐걱해도, 나중에 태겸이 술 취하면 친구들 붙잡고 난리 나는 거 다들 봤잖아.”“야, 그런 소리 하지 마. 태겸이 언제 울어. 술병 안고 ‘여보, 사랑해’만 반복하지.”“...”

  • 키워온 장미를 숙적에게 빼앗긴 밤   제4화

    예주의 눈동자 깊은 곳에서 미묘한 빛이 스쳤다.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네, 오빠가 해인 언니한테 너무 잘해 주는 거죠. 언니가 그걸 몰라주는 거예요.”그 말에 태겸의 표정이 조금 누그러졌다.예주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아까 그 진주 목걸이 말이에요...”태겸은 대답하지 않고 해인 옆자리에 앉았다.곧 첫 번째 경매 물품이 무대 위에 올려졌다.진주 목걸이였다.윤기 좋은 진주들이 조명 아래에서 은은한 빛을 내고 있었다.해인은 한눈에 마음이 갔다.시작가는 4억 원. 해인은 망설임 없이 패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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