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평소에는 눈치도 빠르고 영리한 대현이 승아 앞에서만 이렇게 허술해질 줄은 몰랐다.사랑에 빠지면 판단력이 흐려진다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닌 모양이었다.해인은 핸드폰을 꼭 쥔 채 진지하게 말했다. [심 대표님, 승아한테 잘해주세요. 정말 좋은 애예요.]대현도 평소의 가벼운 태도를 거두었다. 눈빛을 굳힌 채 또렷하게 대답했다. “제수씨, 걱정 마세요. 제가 유호랑 어울리는 놈인데, 유호보다 못하게 굴지는 않을 겁니다.”대현은 일을 빠르게 처리했다.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아서 보름 전 오기홍이 김수원 모자와 함께 식사하던 날의 CCTV 영상을 해인의 핸드폰으로 보내왔다.해인이 영상을 열어 확인했다. 식당의 고화질 카메라에는 오기홍이 직접 김수원의 목에 보석 목걸이를 걸어 주고, 뺨에 입을 맞추는 장면까지 선명하게 찍혀 있었다.불륜을 저지르면서 저렇게 대놓고 행동하다니, 보기만 해도 눈살이 찌푸려졌다.그때 유호가 곁으로 다가와서 해인의 핸드폰 화면을 슬쩍 내려다봤다.“끝났어?”해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 정도 증거면 공장에서 오기홍의 신뢰도는 바닥까지 떨어질 거야.”하종민이 교통사고로 죽어 가던 때, 마지막으로 자기 아내 김수원을 절친 오기홍에게 맡겼다.그런데 오기홍은 친구의 아내를 돌봐 주는 건 고사하고, 불륜 관계를 맺고 사생아까지 낳았다.그 아이가 벌써 17살이었다. 누가 들어도 충격적일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공장이 처음 세워질 무렵 사람들을 직접 모아 온 것도 하종민이었다. 직원들과 같은 숙소에서 지내고 같은 밥을 먹으며 현장을 일궜다.초창기에는 공장 환경도 열악했지만, 하종민은 공장장이라고 거들먹거린 적이 없었다. 늘 직원들 처우부터 챙겼다.하종민이 세상을 떠난 뒤, 직원들은 그에게 가졌던 믿음과 정까지 그의 절친 오기홍에게 이어줬다.아침에 일어나서 씻고 나오던 해인을 유호가 뒤에서 끌어안았다.유호는 해인의 귓가에 흘러내린 머리카락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 “여보가 일에 몰두하는 모습 진짜 매력적이야. 나 그냥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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