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리는 소리 내어 도움을 요청하고 싶었지만, 주변에는 아무도 없었다.정도원이 단지 안으로 들어왔다는 것은 경비원의 허락을 받았을 터, 이제 경비원들도 아무런 이상을 눈치채지 못할 것이다.그녀는 과연 스스로를 구할 방법이 있을까?이해리는 눈앞이 캄캄해지고 손바닥에 식은땀이 배어 나왔다.몸을 파르르 떨면서도 어떻게든 멘탈을 다잡으려 애썼다.이 남자의 의도를 알 순 없지만 절대 따라가선 안 된다. 좋은 꼴을 못 볼 테니까.정도원은 그녀를 살펴보더니 주변 환경이 이 여자에게 썩 유리하지 못하단 걸 알아채고 불현듯 미친 듯이 웃어댔다.이내 이해리에게 한 걸음씩 다가갔다.정도원은 웃으면서 손에 든 비수를 흔들었다.두 사람의 거리가 매우 가까웠고 주변에 아무도 없던 터라 그의 손에서 반짝이는 비수를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다.오직 이해리만이 끊임없이 칼끝을 바라보며 불안감에 휩싸였다.“도원아, 일단 진정해. 우리 차분하게 말로 할 수 있잖아!”“닥쳐! 며칠 전까지만 해도 그 말 믿어주고 차분하게 대화하려 했을 거야. 근데 이제는 아니야. 모든 게 달라졌어.”정지안이 그녀를 감싸주던 모습, 병실에서 내뱉은 말까지 되새기자니 이유 모를 분노가 머리끝까지 치솟았다.그는 차갑게 웃으며 다시 한번 이해리에게 다가갔고 그녀는 황급히 뒷걸음질 쳤다.오늘 에드워드를 만나러 가기로 했지만, 대략적인 시간만 약속했을 뿐이라 설령 제시간에 도착하지 못하더라도 교수님은 딱히 의심하지 않을 터, 경찰에 신고하는 일은 더더욱 없을 것이다.그저 그녀가 지각하나 보다 여기고 이상한 낌새를 알아챌 리가 없다.아무도 이해리를 도울 수 없는 상황, 보안이 삼엄한 아파트 단지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가?정도원은 그녀의 창백한 얼굴을 보더니 더욱 거리낌 없이 말했다.“해리야, 전에는 네가 우리 형이랑 붙어먹은 걸 전혀 몰랐어. 진작 알았더라면 너한테 그렇게까지 죄책감을 느끼지 않았을 텐데 말이야. 그거 알아? 나 예전에 진짜 너한테 너무 미안한 거야. 대체 왜 윤유나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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