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안은 말하다 말고 이해리의 담담한 표정을 보더니 대뜸 고개를 숙였다.‘됐다, 관두자.’여기까지 말했어도 그녀는 전혀 흔들리지 않았으니.정지안은 애써 감정을 억눌렀다.“미안! 내가 괜히 내 감정만 네게 강요했지. 가자, 데려다줄게.”그는 이미 자신의 마음을 이 정도로 솔직하게 고백했다. 이해리가 아주 조금이라도 호감이 있었다면 감정의 변화가 생겨야 하는 게 아닐까?하지만 이게 벌써 몇 번째인가?그녀는 늘 똑같은 반응이었다.어쩌면 이혼 전까지 정말 새로운 감정을 고려할 여유가 없거나 혹은 자신에게 전혀 이성적인 감정이 없거나 둘 중 하나겠지.돌아오는 차 안, 이해리는 좌석에 멍하니 기대 있었다. 가끔 운전석의 남자를 흘긋 쳐다볼 뿐이었다.정지안은 오롯이 앞만 보며 묵묵히 운전했다.차가 그의 집 아래에 멈춰 섰을 때, 이해리가 물었다.“왜 여기로 왔어요?”오늘 다툰 이유로 이 남자가 자신을 푸르지오에 돌려보낼 줄 알았다.“발목도 다 안 나았는 데 혼자 있으면 불편하잖아. 걱정 마, 멀리 떨어져 있을게. 위층에서 잘 테니까 도움 필요하면 언제든 불러.”이해리는 한참 침묵하고 나서야 차 문을 열고 내렸다.둘 사이의 분위기는 너무나도 기묘했다.이 와중에 택시를 타고 돌아가 버리면 그땐 정말 정지안을 완전히 화나게 할까 봐 두려웠다.이 남자의 진심이 그녀를 불안하고 당황하게 했지만 적어도 정도원과 비교했을 때 진심으로 그녀를 잘해주고 항상 그녀의 편이 되어 옆을 지켜주었다.두 사람은 말없이 집으로 돌아왔다. 이해리가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려 할 때, 정지안의 목소리가 들렸다.“내일부터는 네가 내린 결정에 일절 간섭하지 않을게. 하지만 나도 내 방식대로 네 이혼을 도울 거야.”이해리는 등을 돌린 채 문고리를 살짝 잡고 한참 후에야 대답했다.“고마워요.”이어서 그녀는 방 안으로 들어갔다.침실 문이 닫히자 정지안은 피곤함이 몰려와 관자놀이를 문질렀다.‘내 사과가 부족했던 걸까? 근데 오늘 일은 결코 내 잘못만은 아니잖아.’그는 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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