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버님이 남편으로의 모든 챕터: 챕터 171 - 챕터 180

390 챕터

제171화

에드워드는 옆에서 헛기침하며 상황이 통제 불가능해진 걸 깨달았다. 두 사람을 위해 몇 마디 설명이라도 해주려 했지만, 그때 정지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제가 아직 프러포즈를 안 했거든요. 해리가 받아줄 거란 확신이 백 프로는 아니어서 좀 더 기다려볼까 해요.”이 말을 하면서 정지안은 테이블 밑으로 이해리의 손을 살며시 잡았다.취기가 올랐음에도 이해리는 남자의 손바닥에서 전해지는 따스함을 느꼈고 그의 어깨에 머리를 기댔더니 쿵쾅거리는 자신의 심장 소리마저 선명하게 들려왔다.정도원과 함께 있을 때 전혀 느껴보지 못한 감정이었다.하... 정도원, 아직 말끔하게 끝내지도 못한 결혼 생활이 또다시 뇌리를 강타했다.이해리는 아랫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아까 마신 술기운은 거의 가셨지만 미처 입을 열기도 전에 정지안이 그녀의 손을 가볍게 쥐었다.곧이어 이 남자가 목소리를 내리깔고 이해리의 귓가에 속삭였다.“너무 걱정하진 마. 오늘은 일단 기분 좋게 즐겨. 다른 거 다 내려놓고. 내가 항상 옆에 있잖아. 알아서 다 해결해줄게. 앞으로도 계속.”이 말을 들은 이해리는 눈을 깜빡이며 조심스럽게 정지안을 바라보았다.술기운 때문인지 그녀의 눈동자가 촉촉하게 젖어 있었다. 안 그래도 매혹적인 눈빛에 정지안을 담으니 남자는 심장이 더 쿵쾅거릴 수밖에 없었다.이런 모습의 이해리는 이미 여러 번 보아왔지만 왜 볼 때마다 가슴 설레는 걸까?정지안은 옆에서 휴지를 꺼내 그녀의 눈가를 살며시 닦아주었다.술기운 때문인지 그녀의 눈가는 발갛게 상기되어 있었다.두 남녀가 애틋하게 서로에게 기댄 모습은 주변 학생들에게 또다시 뜨거운 환호를 불러일으켰다.그들은 아직 세상 물정 모르는 학생들인지라 정지안과 이해리를 그저 선남선녀 커플이라고만 여겼다.이해리는 눈치채지 못했지만 바로 그때, 룸 문이 열리고 종업원이 음식을 들고 들어오면서 문틈 사이로 마침 누군가가 지나가고 있었다.정도원이 통화하며 앞으로 걸어가다가 룸 안을 힐긋 들여다보았는데 하필이면 정지안과 이해리가 다정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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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2화

이튿날 아침, 정지안의 차가 이해리의 집 앞에 세워졌다. 이를 본 이해리는 놀라 눈썹을 살짝 치켰다.그녀가 다가서기도 전에 정지안이 어느새 차 문을 열고 내려와 다정하게 손짓하며 걸어왔다.아침 댓바람부터 뭐가 이렇게 거창한 걸까?이해리는 몹시 의아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이에 남자가 웃으며 말했다.“어제 새 장비들 보고 엄청 기뻐했잖아. 가자, 실험실까지 데려다줄게. 가서 마음껏 즐겨 봐.”그제야 이해리는 새로운 장비를 쓰러 데려다주는 것임을 알아챘다.이 남자는 대체 왜 이렇게 세심한 걸까?어제는 온갖 수고를 다 해서 장비를 실험실까지 옮겨주고 또 뻔뻔하게 저녁 식사까지 얻어먹더니 오늘은 아침 일찍 그녀를 데리러 왔다.이해리는 가볍게 마른기침을 하고 그의 손을 잡았지만, 목소리에는 장난기가 섞여 있었다.“아니 이렇게 바쁘신 분이 제가 사는 곳은 어떻게 기억하고 찾아왔대요?”들으나 마나 농담일 터, 지금 그녀가 사는 곳은 정지안이 마련해준 집이니까.“그러니까, 진작 나랑 같이 살면 좋았잖아.”남자가 천연덕스럽게 받아쳤다.사실 그는 이해리가 이 집으로 돌아오는 것을 원치 않았다.지난번에 정도원이 이곳까지 와서 난동을 피우며 그녀를 다치게 할 뻔했으니까.정지안은 그 일을 떠올릴 때마다 마음이 불편했다.모든 게 자신이 그녀를 제대로 지켜주지 못한 탓인 것만 같았다.다만 이해리는 그 일을 전혀 생각지 못한 듯 담담한 표정으로 그의 차에 올라탔다.“지안 씨가 이렇게 직접 마중 나왔으니 가보죠 그럼.”어제 새 장비들을 봤을 때, 그녀는 진심으로 기뻤다. 그래서 스승과 동료들에게 저녁 식사까지 대접해드린 것이다.오늘은 빨리 가서 새로운 장비를 써볼 생각에 기대감이 부풀었다. 학수고대하던 장비들이 또 어떤 놀라움을 선사해줄까?가는 길 내내 이해리의 기분은 점점 고조되었다.“그나저나 그 많은 장비들을 대체 어디서 구해왔대요?”어떤 첨단 장비들은 해외 특허 때문에 정지안이 이 업계에 인맥이 넓다 해도 쉽사리 구할 수 없을 터였다.설령 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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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3화

정지안의 말을 들은 이해리는 금세 호기심이 동했다.“그럼 한번 말해보든가요. 나한테 대시하느라 어떤 노력을 기울였는지.”“그건... 잠시 노코멘트 할게.”정지안의 얼굴에 왠지 모를 수줍은 홍조가 스쳤다.이해리는 그의 표정 변화를 놓치지 않고 턱을 괴면서 생각에 잠겼다.“설마 그런 거 다 얘기한다고 ‘재벌 총수’ 이미지에 금이 갈까 봐 이러는 건 아니죠?”“뭐, 그럴 수도 있지.”정지안은 더 이상 말을 잇지 않았고 이해리는 그런 그를 힐끗 쳐다보았다.어차피 오늘은 새 장비를 쓰러 가는 기분 좋은 날이니 이 남자와 의미 없는 일로 실랑이를 벌이고 싶지 않았다.하지만 실험실 앞에 도착했을 때, 문 앞에서 두 명의 학생이 서로를 마주 보며 난감해하고 있었다.그 순간, 이해리의 마음속에 비상벨이 울렸다. 그녀는 서둘러 차에서 내려 학생들에게 다가갔다.“이 시간에 강의 듣거나 실험 진행해야지 왜 밖에 나와 있어?”에드워드도 보이지 않는데 혹시 무슨 일 생긴 걸까?두 학생은 서로 눈치를 보다가 마침내 한 학생이 겁먹은 목소리로 이해리에게 말했다.“선배님, 큰일 났어요...”이어 들려온 소식에 이해리는 머릿속이 하얘졌다.“뭐라고? 장비가 물에 잠겨서 고장이 나?”그 말을 내뱉으며 다급하게 실험실 안으로 뛰어 들어갔고 두 학생도 뒤따라 들어갔다.아직 출근 시간까지 여유가 남아있던 터라 정지안은 그녀의 상황을 좀 더 지켜보고 싶어 차에서 내렸다.그런데 문 앞에 다다르기 바쁘게 이런 대화를 듣게 될 줄이야.그는 미간을 찌푸리며 뒤따라 안으로 들어갔다.실험실 안의 모든 학생들이 이 사실을 알아차린 듯 공포에 질린 표정으로 이해리를 바라보고 있었다.그녀는 실험 장비들을 훑어보았는데 역시나 무언가 잘못되었다.어떤 장비는 아예 전원이 켜지지 않았고 어떤 것들은 현미경으로 보았을 때 정상적인 작동을 하지 않고 있었다.고장 난 게 틀림없었다.이해리는 어쩔 바를 몰라서 머리를 감싸 쥐었다.“어제 옮겨왔을 때만 해도 분명 다 멀쩡했는데...”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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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4화

새로운 실험 장비에 들어가는 비용을 보며 이해리는 정지안을 향한 미안함이 점점 더 켜졌다.초조해하는 학생들을 보며 이해리는 결단을 내렸다.“교수님께서 오늘까지 새로운 실험 데이터를 제출하라고 하셨어요. 이 새 장비들이 없었을 때 다들 예전 방법이 있었을 거잖아요. 오늘은 일단 그걸로 진행해서 점심 전까지 일부 데이터를 제출해 주세요. 비록 속도는 더디겠지만 적어도 오늘 하루 동안 뭔가 진전을 보일 수는 있을 겁니다.”중요한 순간, 이해리는 선배의 아우라를 내뿜었다.그녀의 차분하고 침착한 말투는 학생들의 불안감을 점차 누그러뜨렸다.학생들이 하나둘씩 고개를 끄덕이며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이때 한 학생이 질문했다.“그럼 이 고장 난 장비들은 어떻게 할까요 선배님?”이해리는 이를 악물었다.“대부분 장비에는 설명서가 있을 거예요. 설령 없다 해도 수리 설명서는 분명 있을 겁니다.”전부 정밀 기기인데 특허는 해외에 있더라도 모든 수리 기술이 비밀로 유지될 리는 없을 터였다.여러 나라에 판매하는 제품이라면 수리가 필요할 때 엔지니어를 따로 파견할 수는 없으니까.이해리는 곧 인터넷에서 영어로 된 수리 설명서를 찾아냈다.그녀는 영어 설명서를 보며 직접 장비를 수리해보려 했지만, 문득 정지안이 여전히 옆에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출근 안 하세요?”그녀가 올려다보며 물었다.이 남자는 왜 종일 이렇게 한가한 걸까?한편 정지안은 그녀의 태블릿 화면에 뜬 설명서를 훑어보았다.“양이 꽤 되네. 내가 도와줄게.”이해리는 무의식적으로 거절하려 했다.“괜찮아요, 저 혼자 할 수 있어요.”하지만 남자는 이미 고심하는 듯한 눈길로 장비를 훑어보기 시작했다.이해리는 그의 시선을 따라 눈앞의 즐비한 장비들을 보았고 다시 머리가 지끈거렸다.이건 확실히 상당한 작업량이었다.하지만 그럼에도 정지안의 시간을 빼앗고 싶지는 않았다.“요 며칠 정말 신세 많이 졌어요. 오늘도 바쁘실 테니 얼른 가보세요.”“회사에 급한 회의 일정도 없고 무슨 일 생기면 나중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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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5화

이해리는 이 실험 프로젝트 자체를 자신의 인생 사업처럼 여기고 있었다. 그래서 장비들이 오작동하는 것을 보니 누구보다 마음이 괴로웠다.정지안은 그런 그녀의 마음을 이해하는 듯했다.어렵사리 장비들을 모두 고친 이해리는 가장 먼저 학생들에게 작동 테스트를 부탁했다.“제대로 작동하는지 다들 한번 테스트해 보세요.”학생들이 몇 대를 시험 삼아 작동시켜 보고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선배님, 정말 대단하세요! 이렇게 정밀한 기계까지 수리하시다니...”“두 분 진짜 천생연분이세요! 아까 실험하면서 봤는데 두 분 호흡이 척척 맞으시던데요!”학생들의 칭찬이 이어지자 이해리는 웃으며 이마를 짚었다.“너무 몰아가는 거 아니에요? 우리 이제... ”그녀는 학생들을 위해 직접 실험을 돕겠다고 말하려 했으나 문득 고개를 들자 정지안이 보이지 않았다.그는 한창 복도에서 비서와 대화 중이었다.“오늘 고생 많았어.”“별말씀을요, 대표님. 이제 다 해결됐으니 저는 이만 회사로 돌아가 보겠습니다.”별안간 정지안이 인상을 구겼다.“아니야. 일단 나랑 같이 CCTV 좀 확인해야겠어.”이해리의 장비 수리가 시급했기에 정지안은 방금 가해자를 찾아내고 싶다는 마음을 꾹꾹 눌러왔다.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이렇게 귀한 장비들이 하룻밤 사이에 고장 난다는 것은 분명 뭔가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었다.누군가 몰래 이딴 짓을 꾸민 것이 틀림없었다.CCTV를 확인하며 조사한 결과, 어제 청소 직원이 장비를 만진 흔적이 있었고 특히 그중 한 명은 다른 인부들과 확연히 다른 복장을 한 남자였다.“아마 이 사람이 고의로 그랬을 겁니다. 모니터 확인해 보면 이 사람이 장비 곁에 제일 오래 머물렀어요.”비서도 화면을 가리키며 말했다.정지안은 CCTV 담당자에게 화면을 확대해 달라고 요청했다.다행히 장비들은 CCTV에 또렷하게 찍히는 위치에 배치되어 있었다.화면이 확대되자 해당 청소 직원이 들고 있던 물통을 옆에 내려놓고 걸레로 장비 위에 일부러 물을 뿌리는 모습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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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6화

그 소식을 들은 직후, 이해리는 곧장 회사로 달려갔다.그녀는 거침없이 정도원의 사무실 문을 벌컥 열었다. 정도원의 비서는 문 앞에서 어쩔 바를 몰라 머뭇거리다가 이해리의 눈빛을 마주하더니 어색한 미소만 지었다.이 상황에 비서가 과연 뭘 할 수 있겠는가.옆에 있던 이해리는 심호흡하며 말했다.“이 일에 휘말리고 싶지 않거든 당장 제자리로 돌아가세요.”정도원의 비서는 당연히 그의 편이었기에 이해리는 굳이 비서와 실랑이를 벌일 생각이 없었다.방금 그녀가 로비에 들어올 때부터 비서는 달려와 막으려 했지만, 이해리는 이런 것 따위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그녀의 분노가 머리끝까지 차오른 건 맞지만 애먼 사람에게 화풀이하고 싶지는 않았다.비서는 정도원에게 조심스레 말했다.“대표님... 사모님께서 갑자기 회사로 찾아오셨습니다. 사전에 저희에게 아무런 말씀이 없으셨어요.”한편 정도원은 이미 자리에서 일어나 비서에게 물러가라고 손짓했다.비서가 이내 떠나갔고 정도원은 이해리에게 다가왔다.사무실 문 앞에 서서 눈앞의 저 남자를 쳐다보고 있자니 왜 점점 낯설게만 느껴지는 걸까?이혼 소동이 시작된 이래 정도원은 한도 끝도 없이 이상한 행동들을 일삼았고 그 모든 행동은 이해리에게 극도의 혐오감을 불러일으켰다.그녀는 자신이 지금까지 견뎌온 것이 용하다고 생각할 정도였다.정도원이 앞으로 서서히 다가오자 그녀는 본능적으로 이 남자와의 모든 접촉을 피하고 싶었다.아니나 다를까 이 인간이 손을 들어 올렸다. 이해리의 얼굴을 만지려나 보다.그녀는 반사적으로 몸을 피하며 차분하게 말했다.“바빠? 중요하게 할 얘기 있어서 찾아왔어.”정도원의 손길이 허공에 머물렀지만, 그는 아무 말 없이 사무실 문을 닫았다.그러고는 그녀가 보는 앞에서 천천히 책상으로 돌아가 앉았다.막 서명하려던 계약서를 집어 들고 꼼꼼히 읽기 시작한 이 남자, 이해리도 가까이 다가와 책상 앞에 마주 섰다.“바쁘면 다음에 얘기해.”정도원은 고개를 들지 않은 채 물었다.“오늘 그 일 때문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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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7화

이 질문을 던질 때 이해리의 가슴에 피가 철철 흘렀다.사실 그녀는 정도원이 자신의 모든 계획을 파괴할 거로 짐작했었다. 이혼이든 직장 복귀든, 심지어 학교로 돌아가는 것까지 모든 걸 방해할 거로 여겼다.하여 그녀는 매 순간 극도로 신중하고 조심스럽게 행동했지만 결국 오늘 같은 날이 닥치고 말았다.정도원은 마치 잔인한 악마처럼 타인의 삶에 존재하는 희망을 무자비하게 파괴했다.“내가 그 장비들 손에 넣었다는 걸 알아챘지? 그래서 밤새 청소 인부를 매수해서 장비 모조리 망가뜨린 거 아니야!”그녀의 질책이 날아오자 정도원은 표정이 일그러지고 미간이 구겨졌다.“대체 뭐라는 건지 하나도 못 알아듣겠네.”“그래, 어디 한번 시치미 떼 봐. 아무렇지 않게 입을 나불거린다고 네가 지은 죄를 전부 씻어낼 수 있을 것 같아?”이해리는 그와 대화할 의욕을 완전히 잃은 상태였다. 자리를 떠나려 했지만, 몸을 돌리기 바쁘게 등 뒤에서 정도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너 이러는 거 이혼할 때 재산 분할 더 받고 싶어서 그런 거잖아. 대체 왜 그렇게까지 철저하게 구는 건데? 난 그게 이해가 안 가.”사실 주가를 안정시키는 것은 이해리 입장에서 충분히 이해가 갔다. 이혼할 때 정도원이 귀책 사유가 있다는 것으로 판명된다면 그녀는 재산 분할을 더 많이 받게 된다.하지만 자신의 목적이 이렇게 빨리 정도원에게 들킬 줄은 몰랐다.이해리는 여전히 등 돌린 채였다. 그러자 악마 같은 정도원의 목소리가 이어졌다.“변호사가 너만 있는 줄 알아? 아무나 시켜서 대충 조사해도 어떻게 된 일인지 금방 알아낼 수 있어. 이제 얌전히 내 말 듣자, 응? 우리 둘 다 회사를 위해 이만큼 애썼잖아. 이혼할 때 네가 좀 더 많이 가져가면 되지. 아, 그리고... 나 아직 그거 갖고 있는데. 너희 엄마 유품 말이야. 네가 그렇게 갖고 싶어 했던 거. 그걸 조건으로 거래하는 건 어때?”이해리는 마침내 참지 못하고 돌아섰다.“도원이 너 진짜 쓰레기구나.”“야, 애초에 너 좋다고 쫓아다닐 때 얼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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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8화

어젯밤부터 오늘 아침까지 롤러코스터를 타듯 극심한 기복을 겪은 이해리는 지금 자기 생각을 다른 사람에게 모조리 털어놓기가 어려웠다.정지안이 어떻게 방으로 데려다주고 뜨거운 물까지 끓여주었는지 기억조차 안 났다.다시 정신을 차렸을 때는 소파에 앉아 따뜻한 차를 마시고 있었고 어깨 위에는 정지안이 덮어준 담요가 있었다.옆에서 정지안의 나긋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정도원이 저런 식으로 나왔는데 넌 이제 어떡할 거야?”이해리는 메마른 목소리로 대답했다.“그렇게 말했으니 당연히 가야죠.”그녀는 정도원이 자신을 협박한 것까진 낱낱이 털어놓지 않았다.이미 정지안에게 충분히 많은 도움을 받았기에 더 이상 그를 난처하게 만든다면 이해리는 아마 천벌을 받아 마땅한 죄인이 될 터였다.많은 일들은 결국 그녀 스스로가 노력해야 하는 부분이었다.정지안은 한숨을 쉬었다.“알았어. 네 모든 결정을 존중하겠다고 했으니 워크숍 간다면 나도 함께 갈게.”이해리는 처음에 거절하려 했지만, 이번 워크숍은 회사 단체 행사였다. 정지안도 정씨 가문의 일원이니 함께 가는 건 전혀 이상할 것 없었다.그녀가 거절하려는 의사를 눈치챈 정지안은 다시 말을 이었다.“지난번 연회 생각 안 나? 그 자식 너한테 어떻게 했는지.”약물 사건이 순간 뇌리를 스치자 이해리는 관자놀이를 문지르며 정지안의 결정에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정도원 그 인간은 정말 잔꾀가 많고 한번 결정한 일은 끝까지 밀어붙이는 성격이었다.처음부터 이혼하는 순간까지 이해리는 알고 있었다. 이 결정이 정도원에게 알려지면 자신은 분명 가차 없는 보복을 당할 것이라고.약물 사건이 한 번, 그녀가 사는 아파트 단지까지 찾아와 칼로 위협한 사건이 또 한 번. 이 두 가지 사건만으로도 정도원이 얼마나 광적이고 위험한 인물인지 충분히 알 수 있었다.하지만 다행히 이번에는 대부분 직원들이 함께 떠나는 여행이라 큰 사고는 일어나지 않기를 바랄 뿐이었다.그렇게 생각하며 이해리는 정지안과 함께 캐리어를 싸서 당일 회사 계획에 따라 근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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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9화

단순히 몸싸움으로 따지면 정도원은 형 정지안에게 상대가 안 된다.한편 이어지는 워크숍 내내 정도원이 이해리와 다정한 모습을 연출하려 할 때마다 정지안은 교묘하게 그 사이를 비집고 들어와 그를 밀어냈다.심지어 서경 그룹 직원들과 함께 워크숍에 참석하여 시종일관 이해리 곁을 지켰다.결국 참다못한 정도원이 목소리를 내리깔고 정지안에게 물었다.“워크숍까지 따라오는 건 좀 오버 아닌가? 오늘은 우리 회사 사람들만 모인 자리야. 형이 외부인으로서 이렇게 있는 건 좀 아니지! 게다가 본사 쪽 일만 해도 머리가 아플 텐데?”정지안이 이해리에게 구애한다는 것은 알겠는데 24시간 내내 그림자처럼 붙어 다닐 필요가 있겠냐는 말이었다.이에 정지안은 담담하게 웃었다.“마침 이 근처에 비즈니스 미팅 차 들렀다가 볼일 다 보고 합류한 거야. 같이 즐기러 온 거니까 너무 예민하게 굴지 마.”이 대화를 듣던 이해리는 두 사람이 유치하기 짝이 없다고 생각했다.하지만 정지안이 곁에 있으면 정도원의 집요한 괴롭힘을 피할 수 있기에 이 상황이 꽤 만족스러웠다.그때 정도원이 선뜻 나섰다.“해리랑 나랑 지금 회복이 필요한 단계야. 언론에 비치는 이미지도 중요하고 이번 워크숍이 바로 우리 부부가 화목하다는 걸 보여줄 절호의 기회거든. 그러니까 형은 제발 회사로 돌아가 주시지?”이번에는 정지안이 대답하기도 전에 이해리가 덥석 가로챘다.“아주버님이 여기 있는 게 뭐가 잘못됐다는 거야?”다 한 가족인데, 부부의 화목한 이미지를 연출하고자 했다면 정지안이 함께 있는 게 오히려 더 효과적이지 않을까.옆에 있던 정지안은 즉시 그녀의 의도를 파악하고 맞장구쳤다.“그래, 도원아. 우리 한 가족이잖아. 함께 화목한 모습을 보여주는 게 회사 주가에도 훨씬 유리할 거야.”이건 또 무슨 상황이지? 정지안이 어쩌다가 이들 부부의 화목함을 위해 공헌하는 존재로 거듭났다는 말인가?정도원은 뭐라 더 반박하고 싶었지만 마땅한 구실이 떠오르지 않았다.정지안을 내쫓으려다가 본인만 한 방 먹은 격이 되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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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0화

다만 회식 자리에서 정지안과 이해리의 호흡이 더할 나위 없이 완벽했다.다른 직원들마저 세 사람 사이의 미묘한 분위기를 감지했지만 어찌 됐든 대표님이 주최한 자리인지라 감히 입도 뻥긋하지 못했다.이해리는 정지안과 대화를 나눌 때 정도원을 아예 쳐다보지도 않았다.아까도 말했듯이 정지안은 그녀의 아주버님이고 회사 직원들에게도 소개시켜줬으니 몇 마디 대화를 나누는 건 전혀 이상할 것 없었다.옆에서 이 광경을 지켜보는 정도원은 그들의 대화에 전혀 끼어들지 못하고 차오르는 불쾌감만을 삭일 뿐이었다.곧이어 저녁 식사가 끝났다.이해리는 정지안에게 작별 인사를 하고 돌아서자마자 옆에서 기다리는 정도원이 눈에 들어왔다.“이제 쉬어야지. 여기서 뭐 하는 거야?”이해리가 퉁명스럽게 쏘아붙였다.정도원은 그런 그녀의 태도에 분노가 치밀어 손목을 거칠게 움켜쥐었다.“형이랑은 그렇게 신나게 떠들어대 놓고 내 앞에선 왜 죽상인데?”그녀가 본능적으로 몸부림쳤다.“이거 놔!”정지안은 방금 전화 받으러 가서 돌아오려면 한참 걸릴 터였다.만약 그가 이 광경을 봤다면 무조건 이해리를 도와주러 왔을 텐데...이해리의 흔들리는 눈빛을 보자 정도원 역시 그녀의 생각을 얼추 짐작했다.“형 아까 전화 받으러 가더라.”“너...”“가자, 방도 다 예약해 놨거든.”정도원은 다짜고짜 그녀를 끌어당겨 계단 쪽으로 향했다.힘도 어찌 센지, 오늘 계속 자극받았던 탓일까, 이해리의 손목을 부러뜨릴 것만 같았다.그녀는 아무리 발버둥 쳐도 남자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경계 태세를 내려놓지 말았어야 했다. 애초에 정도원을 따라서 이번 워크숍에 오지를 말았어야 했다.이전의 교훈을 통해 정도원이 더 이상 무모한 짓을 하지 않을 거로 여겼지만 오늘 또다시 빈틈을 노릴 줄이야!게다가 좀 전에 회식 자리에서 정지안이 곁에 있다고 안심한 그녀는 술을 몇 잔 더 마셨더니 더욱 무기력해졌다.정도원에게 질질 끌려가니 그녀의 심장 박동은 점점 빨라졌다.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는 동안, 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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