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동생을 택한 너에게, 나는 네 라이벌을 택했다: Chapter 81 - Chapter 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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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1화

태빈은 갑자기 모녀 앞을 가로막고 서더니 이런저런 말을 쏟아냈다. 잔뜩 취한 눈빛만 봐도 술을 얼마나 마셨는지 알 수 있을 정도였고, 몸에서는 짙은 술 냄새까지 풍겼다.“당장 꺼져. 내 딸이 너 때문에 집을 등지고 몇 년을 살았는데, 네가 채이한테 어떻게 했어? 우리가 아직 너한테 따지는 것도 다 못 했는데, 네 발로 여기까지 찾아와? 간도 크네, 정말.”김유미는 태빈을 보자마자 눈이 뒤집히는 기분이 들었다. 남은 감정이라고는 원망과 분노뿐이었다.“오해가 있어요. 정말로 어머니랑 채이가 생각하시는 그런 게 아니에요. 저랑 그 여자도 아무 관계도 아니에요. 제 마음에는 채이밖에 없습니다. 한 번만, 딱 한 번만 저 좀 믿어 주시면 안 될까요?”태빈은 다급하게 변명했다.“됐어!”김유미가 매섭게 말을 끊었다.“네가 그 여자랑 무슨 사이였든 이제 우리하고 상관없어. 당장 이 집에서 나가! 앞으로는 내 눈앞에 다시는 나타나지 마!”채이 역시 속이 들끓고 있었다. 태빈은 정말 바퀴벌레처럼 떨어지지 않고 계속 달라붙었다. 갈수록 선을 넘더니, 이제는 아예 집까지 찾아와 버렸다.‘대체 어디까지 뻔뻔해질 수 있는 거야?’“채이야, 제발. 나랑 같이 돌아가면 안 될까? 나는 네가 필요해. 회사도 네가 필요하고. 내가 회사도 네 명의로 돌려놓을게. 회사 전부 다 너한테 줄게. 그러니까 제발 나만 떠나지 마.”태빈은 거의 울먹이듯 매달렸다.“나 요 며칠 정말 너무 힘들었어. 내 생활에서 너 없이는 안 돼. 내가 잘못했어. 제발 한 번만, 한 번만 돌아와 주라. 부탁이야.”채이는 비웃듯 입꼬리를 올렸다.이제야 알 것 같았다. 태빈이 오늘 여기까지 찾아온 진짜 이유를.태빈에게 필요한 건 아마 채이 자체가 아닐 것이다. 당장 회사 문제를 수습해 줄 사람이 필요한 쪽에 더 가까웠다. 이미 회사는 껍데기만 남은 상태였는데, 그런 회사를 채이 명의로 넘긴다고 해서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게다가 예전에 맡았던 프로젝트들도 전부 채이 손으로 망가뜨려 놓은 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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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2화

채이는 태어나서 지금까지 누구에게도 이렇게까지 할 말을 잃어 본 적이 없었다. 눈앞의 이 남자가 이렇게까지 추하게 매달리면서 도대체 뭘 얻겠다는 건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부태빈, 나는 이번 생에 절대로 너랑 다시 만날 일 없어. 앞으로도 너랑 돌아갈 생각 없고, 나 곧 약혼해. 너도 네가 사랑하는 사람이 있잖아. 우리 이렇게 끝난 게 오히려 잘된 거야.”채이는 최대한 차분하게 말을 꺼냈다.“내가 경찰 부르기 전에 지금 당장 돌아가는 게 좋을 거야. 끝까지 일을 크게 만들지 말고, 여기서 그만해.”채이는 애써 숨을 고르며 감정을 눌렀다. 태빈 같은 인간에게 화를 내 봐야 소용없다는 걸 이미 알고 있었다. 태빈은 애초에 다른 사람의 기분이 어떤지 신경 쓰는 사람이 아니었다.오늘에 와서야 채이는 비로소 눈앞의 남자가 어떤 사람인지 제대로 보게 된 것 같았다.‘예전에는 왜 몰랐을까?’‘이 사람이 이렇게까지 질기고, 이렇게까지 자기밖에 모르는 인간이라는 걸.’무엇보다 채이가 걱정되는 건 어머니였다. 김유미가 너무 화를 내다 몸까지 상할까 봐 그게 더 신경 쓰였다.“채이야, 이제 그만 나한테 화 풀면 안 될까? 나랑 집에 가자. 우리 다시 같이 잘 살아 보자. 나 진짜 시은이랑 아무 사이도 아니야. 너한테 거짓말한 거 아니야.”태빈은 다급하게 말을 쏟아냈다.“나랑 시은이는 정말 네가 생각하는 그런 사이 아니야. 우리 아무 관계도 없어. 네가 오해한 거야.”태빈은 끝까지 모녀를 붙잡고 늘어졌다. 집 앞에 서서 무슨 말을 해도 물러날 생각을 하지 않았다. 태빈 머릿속에는 오로지 용서를 구해야 한다는 생각뿐인 듯했다.겉으로 보기에는 정말 진심으로 뉘우치는 사람 같았다. 말도 번지르르하게 잘했다. 하지만 채이는 그 말 한마디도 믿을 수 없었다.“부태빈, 이제 그런 의미 없는 말은 그만해. 나도 마지막으로 경고할게. 당장 나가.”채이는 더는 쓸데없는 말을 섞고 싶지 않았다. 태빈의 얼굴만 봐도 진저리가 났고, 숨이 막힐 만큼 불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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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3화

태빈은 원래도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할 만큼 휘청거리고 있었다. 그런 상태에서 도성의 주먹을 정통으로 맞고는 그대로 바닥에 나동그라졌다. 꼴은 말 그대로 처참했다.이 남자만 보면 온 가족의 속에서 분노가 치밀었다. 도성은 오늘 기회가 온 김에 태빈을 제대로 손을 봐줄 생각이었다.사실 도성이 그쪽에 머무는 동안 마냥 손을 놓고 있었던 건 아니었다. 그동안 뒤에서 처리해 온 일도 적지 않았다. 이를테면 태빈의 회사는 이미 껍데기뿐인 상태가 되어 있었고, 이제는 선뜻 손잡으려는 곳도 거의 남지 않았다.그 모든 일에는 도성의 손이 닿아 있었다. 도성은 누구도 자기 여동생을 함부로 건드리게 둘 생각이 없었다. 더구나 채이를 배신한 남자라면 더 말할 것도 없었다.그런데도 태빈은 반박은커녕 오히려 이를 악물고 다시 앞으로 기어들 듯 나섰다.“형님, 제가 채이한테 못할 짓 한 거 알아요. 가족분들이 저를 싫어하시고 미워하시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오늘은 그냥 저한테 화 푸셔도 됩니다. 저 실컷 때리셔도 괜찮습니다.”태빈은 거의 애원하듯 말했다.“채이가 저를 용서해 줄 수만 있다면, 저는 뭐든지 할 수 있습니다. 정말 죽으라고 하셔도 그렇게 하겠습니다.”입가에는 선명한 피가 번지고 있었다. 그래도 태빈은 통증조차 제대로 느끼지 못하는 듯했다. 술기운에 온몸의 감각이 둔해진 상태였다.태빈은 비틀거리며 다시 기어오듯 모녀와 도성 앞까지 다가왔다. 그리고 몇 대라도 더 맞겠다는 사람처럼 자신을 더 때려 달라고 매달렸다.“오빠, 그만해. 저 인간이랑 우리는 이제 아무 관계도 없잖아. 때려서 뭐 하겠어? 괜히 손만 더러워져.”채이는 차갑게 말했다.“오빠, 우리 들어가자. 저 인간이 문 앞에 계속 서 있고 싶으면 그냥 그러라고 하면 돼.”채이는 냉담한 눈으로 태빈을 한 번 바라본 뒤, 어머니와 오빠를 따라 안으로 들어가려고 했다. 문도 그대로 닫아 버릴 생각이었다.그때 태빈은 눈앞의 채이가 너무 낯설게 느껴졌다.‘저게 정말 내가 알던 진채이 맞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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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4화

태빈은 도성이 지금까지 살면서 가장 뼛속까지 증오하게 된 사람이었다. 얼굴만 봐도 역겨울 만큼 싫었다.태빈과 채이가 처음 사귀기 시작했을 때부터 채이의 부모님은 줄곧 반대했다. 도성 역시 태빈을 따로 알아본 적이 있었고, 처음부터 그다지 좋게 보지 않았다.그래도 당시에는 채이가 태빈을 좋아했기 때문에, 오빠인 도성이 중간에서 대놓고 막기도 어려웠다. 오히려 부모님을 설득해 보려고 애쓴 적도 있었다.역시 부모님의 눈은 틀리지 않았다. 처음부터 두 사람이 함께하는 걸 반대했던 건 맞는 일이었다.이제 도성은 태빈을 완전히 꿰뚫어 보고 있었다.이 정도면 맞아도 싸다.“오빠, 우리 들어가.”채이는 곧바로 오빠와 어머니를 데리고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문을 단단히 닫아 버렸다.태빈은 도성을 보자 아까처럼 함부로 굴지 못했다. 기세도 눈에 띄게 죽어 있었다. 도성을 정말 화나게 만들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알고 있는 눈치였다.“내가 장담하는데, 10분도 안 돼서 알아서 갈 거야.”채이는 태빈이 어떤 사람인지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엄마, 저 인간이 진짜 우리 집까지 찾아올 줄은 몰랐어요. 또 엄마까지 놀라고 속상하게 해 드렸네요. 정말 죄송해요. 아빠랑 엄마는 저 사람 만난 뒤로 계속 저 때문에 마음고생만 하신 것 같아요.”정신이 완전히 들고 나서야 채이는 자신이 정말 못할 짓을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모님은 그렇게 자신을 사랑했는데, 자신은 한 남자 때문에 그토록 오랜 세월 부모님과 틀어져 지냈다.“바보 같은 우리 딸... 엄마가 그걸 왜 마음에 두겠어? 네가 무사히 엄마 아빠 곁으로 돌아온 것만으로도 그보다 더한 건 없어. 지난 일은 다 지나갔어.”김유미는 단호하면서도 따뜻하게 말했다.“무슨 일이 생겨도 엄마 아빠랑 오빠가 네 옆에 있을 거야. 우리가 같이 해결하면 돼. 우린 언제까지나 든든한 네 편이야.”김유미의 목소리에는 흔들림이 없었다. 이제 태빈이 무슨 짓을 하든 더는 자신들과 채이를 갈라놓을 수 없었다. 이미 모녀는 다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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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5화

도성은 어머니와 채이의 기색이 모두 좋지 않다는 걸 바로 알아차렸다. 한눈에 봐도 태빈을 완전히 떼어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었다.도성이 망설이지 않고 태빈의 얼굴에 주먹을 날리고, 이런 이야기까지 채이에게 꺼낸 이유는 하나였다. 채이가 미리 마음의 준비를 하고, 절대 이 일을 가볍게 넘기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에서였다.“도성아, 너는 그런 걸 왜 네 동생한테 말하니? 준모 걔는 원래 일 처리에 분별이 있는 애야. 나는 두 사람이 함께하게 되면, 준모가 그런 골치 아픈 일도 잘 정리할 거라고 믿어.”김유미는 채이에게 괜한 짐을 더 얹어 주고 싶지 않았다. 무엇보다 김유미는 준모를 신뢰했다. 준모라면 이 문제를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고 믿고 있었다.“아무리 밖에서 떠들어도 안 한 일을 한 걸로 만들 수는 없어. 우리는 떳떳하잖아. 없는 일을 퍼뜨린다고 그게 사실이 되겠어?”김유미는 단호하게 말했다.“엄마, 저는 그냥 채이가 절대 가볍게 생각하지 않았으면 해서 말하는 거예요. 진짜 조심해야 해요. 그 여자는 선을 넘는 짓도 얼마든지 할 수 있어요.”도성은 물러서지 않았다.“애초에 그 여자가 너를 건드리는 것도 결국 준모 때문이잖아. 네가 정말 준모랑 약혼할 생각이라면, 그에 따르는 일들도 전부 각오해야 해.”도성은 동생이 안쓰러웠다. 겨우 한 번 실패한 연애에서 빠져나온 참이었다. 이제는 좋은 사람을 만나 정말 행복해질 줄 알았다.그리고 준모는 충분히 믿고 맡길 만한 남자였다. 그래서 더더욱 이런 문제가 끼어든 상황이 못마땅했다.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이미 선택한 길이었다. 이제 와서 후회할 수는 없었다. 남은 건 문제를 해결하는 일뿐이었다.채이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오빠가 이런 말 하는 거 다 나를 생각해서인 거 알아. 그러니까 걱정하지 마. 나도 이 일을 가볍게 안 볼 거고, 잘 해결할게. 그리고 준모 씨도 분명히 잘 처리할 거야.”“그래. 네가 상황을 제대로 알고 있으면 됐어. 그럼 나도 마음이 좀 놓인다.”그제야 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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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화

채이는 태빈이 왜 그런 짓을 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 결국 채이를 향한 보복일 뿐이었다.한쪽에서는 화해하자고 매달리면서, 다른 한쪽에서는 뒤에서 채이를 흔들어 놓고 있었다. 정말 어처구니없는 일이었다.[네, 상무님.]채이는 설희와의 통화를 먼저 마무리했다. 그리고 곧바로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이 일은 금방 해결될 문제가 아니었다. 길고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만 했다.사실 태빈은 이 바닥에서 오랫동안 구르면서 많은 사람들과 인맥을 쌓아 왔다. 두 사람이 함께 회사를 세운 뒤로 규모도 점점 커졌다.만약 두 사람의 관계가 깨지지 않았더라면, 그 회사도 분명 더 크게 성장했을지 모른다.그 생각이 스치는 순간, 채이의 가슴이 꽉 조여 들면서 숨이 턱 막히는 듯 괴로웠다.‘평생을 맡겨도 될 거라고 믿었던 사람이... 어쩌다 끝내 서로를 물어뜯는 관계가 되어 버렸을까?’이건 원래 이래선 안 되는 일이었다.그때 채이는 문득 한 사람을 떠올렸다.‘그 사람이라면 이 일을 해결할 수 있어.’채이는 곧장 핸드폰을 집어 들고 전화를 걸었다.[채이야? 네가 오늘 웬일로 먼저 전화를 다 했어?]“수안 오빠, 저 부탁 하나만 드려도 돼요? 제가 요즘 특허 쪽에서 좀 문제가 생겼는데, 오빠가 좀 나서서 도와주셔야 할 것 같아요.”주수안은 채이가 오랫동안 알고 지낸 지인이었다. 두 사람은 늘 가까운 사이였고, 관계도 좋았다.지금은 수안 역시 자기 이름으로 회사를 일군 상태로, 회사 규모도 작지 않았다.예전에는 채이와 수안이 함께 일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그 일 때문에 태빈은 늘 불편해했다. 수안이 남자라는 이유만으로도 예민하게 반응했다.그 문제로 두 사람은 자주 다퉜다. 태빈은 틈만 나면 수안이 채이를 좋아해서 곁을 맴도는 거라느니, 수작을 부리는 거라느니 하는 말을 늘어놓았다.결국 채이는 점점 지쳐 갔다. 그런 문제로 계속 다투다 보면 관계 자체가 무너질 것만 같았다. 그래서 어느새 수안과도 거리를 두게 되었다.하지만 채이는 누구보다 잘 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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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화

게다가 수안은 채이의 특허에 꽤 큰 관심이 있다고도 했다.시간은 그렇게 흘러갔다.어느새 일주일이 훌쩍 지나 있었다. 채이는 집에서 부모님과 함께 일주일을 보낸 뒤, 다시 돌아갈 준비를 했다. 아직 처리해야 할 일이 많이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김유미는 딸을 바라보며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엄마, 저 보고 싶으시면 제가 또 내려올게요. 지금은 제 손으로 처리해야 할 일들이 아직 많이 남아 있어서 더 오래 같이 못 있어요. 그래도 저희 매일 전화할 수 있잖아요.”채이도 마음이 편하지 않았고, 역시 부모님과 조금 더 오래 지내고 싶었다. 지난 세월의 빈자리를 조금이라도 메우고 싶었다.하지만 지금은 그럴 수 없었다. 채이가 직접 손봐야 할 일들이 너무 많았다. 설희가 아무리 유능해도 혼자 힘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문제들이 있었다.게다가 그동안 설희가 이미 많은 일을 대신 떠안고 있었다. 더는 그렇게 매일 지치게 둘 수 없었다.“딸, 돌아가면 너부터 잘 챙겨. 일한다고 맨날 밥 거르지 말고. 무슨 일 있으면 꼭 오빠한테 말해. 네 오빠가 다 도와줄 테니까, 절대 혼자 끌어안고 버티지 마.”김유미는 끝까지 딸이 마음에 걸리는 눈치였다.“알겠어요, 엄마. 엄마랑 아빠도 이제 들어가세요.”채이는 아쉬움이 가득한 눈으로 어머니를 바라봤다. 가슴 한쪽이 자꾸 먹먹해졌다.준모는 이미 채이를 데리러 집 앞에 와 있었다. 두 사람은 함께 돌아가기 전에 정부자를 한 번 더 뵈러 갈 생각이었다.정부자는 채이를 처음 봤을 때부터 무척 마음에 들어 했다. 이후로도 입버릇처럼 채이에게 자주 들르라고 말했다.그래서 채이는 어떤 일이 있어도 한 번은 들러야겠다고 생각했다. 무엇보다도 정부자는 두 사람을 무척 보고 싶어 하고 있었다.채이를 데리러 온 준모는 곧바로 차를 몰고 채이의 부모님 집 앞에 차를 세웠다.“삼촌, 이모, 걱정하지 마세요. 채이는 저랑 함께 있으니까, 제가 잘 챙기겠습니다. 절대 힘들게 하지 않겠습니다.”평소의 준모는 차갑고 무심해 보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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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8화

지난번에 있었던 일은 정부자의 마음속에 오래 남아 있었다. 정부자는 기회만 되면 그 일을 제대로 설명하고, 채이에게도 꼭 한 번 미안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었다.아무리 그래도 자기 집에서 손주며느리가 될 채이가 마음 상하는 일을 겪었으니, 정부자 마음이 편할 리 없었다. 이제 채이는 앞으로 이 집 식구가 될 사람이기에. 그런 채이가 자기 집안 일 때문에 상처받는 걸 정부자는 그저 두고 볼 수만 없었다.“할머니, 전에 있었던 일은 저도 거의 다 잊었어요. 그리고 정말 마음에 두고 있지 않으니까, 저한테 자꾸 미안하다고 하지 않으셔도 돼요. 오히려 제가 더 민망해져요.”채이는 정부자의 손을 가볍게 감싸 쥐며 말했다.“사실 저도 알아요. 큰어머님이 꼭 저만 보고 그러신 건 아니었을 거예요. 정말로 저를 겨냥해서 그러셨던 것도 아닐 수 있고요. 그래도 괜찮아요.”“앞으로는 저도 어느 정도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을 거예요. 그리고 저는 그런 일로 일일이 마음 쓰지 않을 거예요.”채이는 최대한 담담하게 말을 이었다.“할머니는 연세도 있으시니까, 건강도 잘 챙기셔야 하잖아요. 저 때문에 할머니 건강까지 상하게 되는 건 정말 싫어요. 그러니까 나중에 또 비슷한 일이 생기더라도, 그건 준모 씨가 잘 정리할 거라고 믿어요.”채이는 이 일에 대해 얼른 분명히 말해 두고 싶었다. 정부자가 계속 이 문제를 마음에 담아 두는 것도 원치 않았다.다행히 이제야 제대로 이야기할 기회가 생겼다.“채이야, 나는 정말 네가 참 좋구나. 처음 너를 봤을 때부터 알았어. 이 아이는 참 속이 깊고 남을 헤아릴 줄 아는구나 싶었지.”“네가 아무렇지 않다고 말해 줘도, 그래도 어떤 일은 네가 마주칠 필요는 없는 거야. 괜히 네가 속상해할 일이 생겨선 안 되지.”정부자는 길게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우리 집안은 원래 좀 그렇단다. 네가 앞으로 천천히 보면 알게 될 거야.”정부자는 그 말을 하면서도 답답한 기색을 감출 수가 없었다. 이런 집안 사정을 어디서부터 어떻게 말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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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화

“다음에는 절대 이렇게 안 넘어갈 거야.”강혜원은 단호하게 못 박듯 말했다.“됐다, 됐다. 지난 일은 이미 지난 일이고, 나도 이런 일이 두 번 다시는 없을 거라고 약속을 받았으니까 됐다. 오늘은 다들 모처럼 왔잖아. 나도 기분이 좋으니까, 우리 같이 밥이나 먹자.”정부자는 식구들이 모인 모습을 보자 무척 반가워했다. 오늘은 기분도 유난히 좋아 보였다.“어머님, 이건 제가 해외에서 어머님 드리려고 사 온 선물이에요.”강혜원은 곧바로 진주 목걸이 하나를 꺼내 정부자에게 건넸다.정부자는 무척 마음에 들어 했고, 표정에도 기쁨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강혜원과 정부자 사이는 원래부터 무척 좋았다. 거의 모녀처럼 편안한 분위기가 있었다. 서지효가 왔을 때와는 집안 공기부터 전혀 달랐다.얼마 지나지 않아 가사도우미들이 식사를 준비했다. 가족들은 식탁에 둘러앉아 함께 식사를 시작했다.“채이 씨, 앞으로 여기 오면 자기 집이라고 생각해. 절대 어렵게 굴지 말고, 먹고 싶은 거 있으면 나한테 말해도 되고, 할머니한테 말해도 돼.”강혜원이 다정하게 말했다.“네, 알겠습니다.”채이는 벌써 두 번째로 이 집 식구들과 함께 자리를 하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처음보다는 훨씬 덜 긴장됐고, 몸도 마음도 한결 편안했다.무엇보다 채이는 이 집 분위기가 좋았다.준모의 가족과 함께 있으면, 예전과는 전혀 다른 기분이 들었다.태빈의 어머니도 겉으로는 채이에게 잘해 준 적이 있었다. 하지만 그 관계 안에는 늘 계산이 서 있었고, 미묘하게 재는 느낌이 따라붙었다.그런데 준모의 어머니는 채이에게 완전히 다른 느낌을 주었다.‘이 집에서는 정말 사람으로 존중받는 기분이 들어.’그렇게 화기애애하게 식사를 하던 중이었다.갑자기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서지효였다.채이는 자기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리면서, 머리가 지끈할 정도로 피곤해졌다.‘어떻게 올 때마다 마주치지? 설마 일부러 이러는 건 아니겠지?’애초에 다 같이 함께 사는 사이도 아니었다. 이 집에는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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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0화

“어머님, 말이 여기까지 나온 김에 오늘은 이 일을 제대로 짚고 넘어가야겠습니다. 이렇게 오랜 세월 동안 어머님은 늘 준모 편만 드셨어요. 저희가 장손인데, 어머님 회사는 대체 왜 준모가 맡아야 합니까?”서지효는 끝내 쌓아 둔 불만을 터뜨렸다.“어릴 때부터 늘 그러셨잖아요. 예전에는 저도 이해하려고 했어요. 집안 맏이가 동생한테 양보하는 거,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했으니까요.”“그래서 저도 굳이 따지지 않았어요. 그런데 그건 어디까지나 정도가 있을 때 얘기죠. 이건 너무한 거 아닙니까?”서지효는 감정을 전혀 누르지 못하고 있었다. 이미 참을 만큼 참았다는 표정이었다.예전에도 서지효는 이런 이야기를 종종 꺼냈다. 다만 그때마다 아무리 소란을 피워도 집안 사람들은 크게 상대하지 않았다.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채이가 이 집에 와 있었다. 식구들 입장에서도 채이의 시선을 전혀 의식하지 않을 수는 없을 터였다.서지효는 바로 그 틈을 노리고 있었다. 오늘 이 기회에 자기 몫이라고 생각하는 걸 반드시 되찾겠다는 계산이었다.“나는 누구 하나 편든 적 없다.”정부자가 단호하게 입을 열었다.“네가 이런 불만을 품게 된 건, 먼저 네 쪽에서 뭐가 문제였는지 돌아봐야 한다. 우리 배씨 가문이 어떤 집안인지 너도 알지 않니?”“내가 평생 일군 걸 넘기려면, 끝까지 믿고 맡길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해. 내가 백 퍼센트 신뢰할 수 있어야만 내 손에서 놓을 수 있는 거다.”정부자의 목소리는 차갑게 가라앉아 있었다.“네 아들은 하루 종일 놀 생각밖에 안 하잖니? 일은 안 하고, 눈앞에 재밌는 것만 쫓는 그런 애한테 회사를 맡기면 내가 마음이 놓이겠어? 내 평생을 쏟아 만든 회사를 그 애 손에 맡겨서 다 망하게 하라는 거니?”정부자가 이렇게까지 직설적으로 말한 적은 거의 없었다. 오늘은 정말 화가 많이 난 상태였다.무엇보다 정부자는 연세가 있어서 이제는 이런 자극을 버텨 내기에도 벅찼다.지난번 채이 일로도 정부자는 계속 마음에 돌을 얹은 것처럼 답답했다. 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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